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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서울중앙지법 2004. 3. 26. 선고 2004고합164 판결
[자살방조·유해화학물질관리법위반] 항소[각공2004.5.10.(9),730]
판시사항

2인이 동반 자살할 의사로 함께 시안화칼륨(속칭 청산가리)을 구입하여 동거하고 있던 방에 보관하여 오다가 그 중 1인이 자살에 이른 사안에서 시안화칼륨을 판매한 행위 및 보관한 행위와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그 판매자에게 자살방조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 갑이 피고인 을과 피해자에게 시안화칼륨을 판매함으로써, 피고인 을은 피해자와 함께 자살할 의도로 피고인 갑으로부터 위 시안화칼륨을 구입하여 피해자와 함께 동거하던 집의 방 서랍에 보관하여 둠으로써 피해자의 자살행위를 도와주어 이를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하였다 할 것이고, 그 이후 피고인 갑이 피고인 을 및 피해자로부터 위 시안화칼륨을 회수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을도 위 시안화칼륨을 폐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시안화칼륨이 피해자에 의하여 자살에 사용된 이상, 가사 피해자가 피고인 을과 함께 자살할 의사로 위 시안화칼륨을 구입한 이후 자살의 의사를 포기하였다가 새로이 자살을 결의하여 위 시안화칼륨을 먹고 자살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을이 이를 만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자살방조죄의 성립에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 갑이 피고인 을과 피해자에게 시안화칼륨을 판매할 당시 그들이 이를 복용하고 자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나아갔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 갑에게는 적어도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한다는 점에 대하여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손준성

변호인

변호사 임성규 외 1인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1년 6월에, 피고인 2를 징역 10월에 각 처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61일을 피고인 1에 대한 위 형에, 2일을 피고인 2에 대한 위 형에 각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피고인 1에 대하여는 3년간, 피고인 2에 대하여는 2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들에게 각 정신·심리치료강의 50시간의 수강을 명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1. 피고인 1은,

가. 환경부장관에게 유독물 판매업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2003. 8. 중순 일자불상경 서울 중구 을지로 번지불상 소재 철물점에서, 인터넷상의 '화공약품'이란 사이트에서 알게 된 성명불상자로부터 시안화칼륨(속칭 청산가리) 1kg을 30,000원에 구입한 뒤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4g당 400,000원에 판매하기로 마음먹고,

2003. 9. 하순 일자불상 18:00경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가 18 소재 수원역 앞 육교계단에서, 성명불상자(남, 30대 중반)에게 시안화칼륨 4g을 400,000원을 받고 판매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03. 12. 27. 18:00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3회에 걸쳐 총 12g의 시안화칼륨 1,100,000원 상당을 판매하고,

나. 2003. 12. 27. 18:00경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가 18 소재 상호불상의 커피점에서, 자살을 결의하고 피고인의 전자메일로 연락해 온 상피고인 2와 피해자 공소외인을 만나 그들이 자살할 생각으로 위 시안화칼륨을 구입하려고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시안화칼륨 4g을 400,000원을 받고 판매하면서 그 음용방법 등을 알려 주어 2004. 1. 21.경 피해자가 위 시안화칼륨을 먹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강남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달 25.경 시안화칼륨중독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하고,

2. 피고인 2는,

평소 내연관계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인의 부모로부터 피해자와의 교제를 인정받지 못하고 피해자와도 평소 이 문제로 다투는 일이 잦아지던 중 2003. 12. 13.경 피해자의 부모로부터 헤어지라는 강요를 받으면서 폭행과 함께 심한 모욕을 당한 후 피해자로부터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약을 먹고 같이 죽자'는 얘기를 듣고 함께 자살하기로 결의하고,

제1의 나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인터넷 사이트 '다음(daum)'의 자살사이트인 '시안화칼륨(cafe.daum.net/dnjyrt)'에서 만난 상피고인 1로부터 400,000원에 시안화칼륨 4g을 구입하여 이를 피해자와 함께 동거하는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소재 거주지 안방 TV받침대 서랍에 보관하던 중, 2004. 1. 21.경 위 거주지에서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위와 같이 보관 중이던 시안화칼륨을 먹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강남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달 25.경 시안화칼륨중독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1의 법정진술 및 피고인 2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1. 하규현, 권미경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1. 하규현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사본의 기재

1. 각 경찰 압수조서의 각 기재

1. 사망진단서의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들 : 각 형법 제252조 제2항 , 제1항 (각 자살방조의 점)

피고인 1 : 포괄하여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45조 제3호 , 제15조 제1항 제2호 (판시 각 시안화칼륨 판매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피고인 1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자살방조죄에 정한 형에 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 가중)

1. 작량감경

피고인 2 :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이유에서 설시하는 유리한 정상 참작)

1. 미결구금일수 산입

피고인들 : 각 형법 제57조

1. 집행유예

피고인들 : 각 형법 제62조 제1항 (각 아래 양형이유에서 설시하는 유리한 정상 참작)

1. 수강명령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변호인들의 주장의 요지(판시 각 자살방조죄에 대하여)

가. 피고인 1의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피해자에게 시안화칼륨을 판매할 당시 피해자에게 자살의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피해자는 자살의 의사를 포기하였다가 이 사건 당일 보관하고 있던 시안화칼륨을 우발적으로 먹고 사망한 것이고, 피고인 1로서는 위 판매 당시 피해자가 이를 먹고 자살할 것을 예견하거나 용인하였던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 1의 시안화칼륨 판매 행위와 피해자의 자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 1에게는 피해자의 자살에 대한 방조의 범의도 없었다.

나. 피고인 2의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 2가 2003. 12.경 피해자와 함께 자살하기로 결의한 후 2003. 12. 27. 피고인 1로부터 자살에 사용할 목적으로 시안화칼륨을 구입한 것은 사실이나, 그 이후 피해자는 자살을 포기하였다가 2004. 1. 21. 술에 취하여 피고인 2와 다투던 중 피고인 2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발적으로 위 시안화칼륨을 먹고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인 2에게 피해자의 자살에 대한 방조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다.

2. 판 단

가. 피고인들의 행위와 피해자의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1은 2003. 12. 27.경 자살에 사용할 의도를 가진 피고인 2와 피해자에게 시안화칼륨 4g을 판매하고, 피고인 2는 피해자와 함께 자살할 것을 결의한 후 자살에 사용할 목적으로 위 일시에 피고인 1로부터 위 시안화칼륨을 구입하여 피해자와 동거하던 집의 안방 TV받침대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 그 후 피해자는 2004. 1. 21. 피고인 2와 다투던 중 위와 같이 보관되어 있던 시안화칼륨을 먹고 자살에 이른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1은 피고인 2와 피해자에게 위 시안화칼륨을 판매함으로써, 피고인 2는 피해자와 함께 자살할 의도로 피고인 1로부터 위 시안화칼륨을 구입하여 피해자와 함께 동거하던 집의 안방 TV받침대 서랍에 보관하여 둠으로써 피해자의 자살행위를 도와주어 이를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하였다 할 것이고, 그 이후 피고인 1이 피고인 2 및 피해자로부터 위 시안화칼륨을 회수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2도 위 시안화칼륨을 폐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시안화칼륨이 피해자에 의하여 자살에 사용된 이상, 가사 피해자가 피고인 2와 함께 자살할 의사로 위 시안화칼륨을 구입한 이후 자살의 의사를 포기하였다가 새로이 자살을 결의하여 위 시안화칼륨을 먹고 자살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2가 이를 만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자살방조죄의 성립에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없다(뿐만 아니라, 피고인 2 ) 가 검찰에서 '시안화칼륨을 구입한 당일 자살을 결행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이후 힘든 일이 있거나 서로 싸우게 될 때 함께 자살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위와 같이 구입한 시안화칼륨을 동거하고 있던 방의 TV받침대 서랍에 보관하여 두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자살의 의사를 포기하였다고 인정되지도 아니하고, 달리 피해자가 자살의 의사를 포기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

나. 피고인 1의 피해자의 자살에 대한 방조의 범의에 관하여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 1이 경찰 및 검찰에서 피고인 2와 피해자에게 시안화칼륨을 판매할 당시 그들이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지만 돈이 필요하여 판매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 1이 자살에 관하여 의논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시안화칼륨을 판매해 오다가 피고인 2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피고인 2와 피해자에게 시안화칼륨을 판매하게 되었는데, 피고인 2의 이메일을 받은 피고인 1의 이메일 계정은 타인의 명의로 가입된 것으로서 시안화칼륨 판매를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은 피고인 2와 피해자에게 시안화칼륨을 판매할 당시 그들이 이를 복용하고 자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나아갔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 1에게는 적어도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한다는 점에 대하여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의 위 각 주장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피고인 1

피고인 1의 이 사건 범행은, 인터넷상의 소위 자살사이트를 통하여 알게 된 사람들에게 그들이 자살에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정을 알면서도 독극물인 시안화칼륨을 판매해 왔고, 그 결과 구매자 중의 1인인 피해자가 자살에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서, 타인의 인명에 대한 경시가 그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죄질과 범정이 매우 중하므로, 위 피고인에게는 이에 상응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위 피고인이 생활고 등을 견디지 못하여 자살할 의도로 인터넷을 통하여 시안화칼륨을 구입하였다가 자살하지 못하고 이를 보관하던 중 카드대금 변제 등을 위하여 이를 판매하기에 이르렀고, 범행을 시인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1999.경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 외에는 다른 전과가 없는바, 이러한 사정을 비롯하여 위 피고인의 가정환경, 나이 등 제반 정상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되 이번에 한하여 그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

2. 피고인 2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와의 교제에 대한 피해자 부모의 반대로 인하여 비관하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함께 자살하기로 피해자와 합의한 후, 자살에 사용하기 위하여 피해자와 함께 시안화칼륨을 구입하여 피해자와 동거하던 방 안에 보관해 둠으로써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나 범정이 가볍지 아니하므로, 위 피고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위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살을 방지하지는 못하였으나 자살하려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말렸던 점, 위 피고인이 사랑하던 피해자의 자살을 도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인하여 겪은 정신적 고통이 적지 아니할 것으로 보이는 점, 위 피고인이 초범인 20대 초반의 여성으로서 범행을 대체로 시인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그 밖에 위 피고인의 가족관계, 성행 등 제반 정상을 참작하여 작량감경한 형기 범위 내에서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되 이번에 한하여 그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

판사 이현승(재판장) 서보민 김창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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