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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전지법 2003. 8. 29. 선고 2003노1492 판결
[사기] 상고[각공2003.10.10.(2),447]
판시사항

[1]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사용해 오다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대금결제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위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카드론대출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2] 신용카드를 사용할 당시에 자신의 재산 상태를 신용카드 회사에게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피고인이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사용해 오다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대금결제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위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카드론대출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경우, 신용카드를 가맹점에 제시하거나 현금자동지급기에 넣는 등의 행위 그 자체는 표시중립적 행위일 뿐 아니라, 피해자인 카드회사는 신용카드 발급시 피고인에게 일정한 한도 내에서 카드 사용을 허락하여 신용을 공여하여 주었고, 피고인은 이러한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자기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현금자동지급기나 전화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하여 금원을 대출받는 경우에는 공여된 신용의 범위 내에서 대출이 기계적으로 처리될 따름이므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가맹점은 공여된 신용의 범위 내에서는 신용카드의 소지인과 명의인이 동일성을 갖는 한 그 지급능력의 유무에 대하여는 아무런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에 대한 관계에서도 기망행위가 존재하지 않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2] 피고인에게 신용카드를 사용할 당시에 자신의 재산 상태를 신용카드 회사에게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피고인과 위 신용카드 회사 사이의 카드 발급 당시의 약정이 없는 한, 이러한 고지의무를 인정하여 국가의 형벌권이 사경제영역에 속하는 금융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그 자체가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의 자유영역에 대한 과도한 침해의 우려를 안고 있음은 물론 신용조사 등에 관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자생력을 저해하고 건전한 금융질서의 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므로, 사회상규에 기초하여 이러한 고지의무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강형민

변호인

변호사 이상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2. 판단

위 항소이유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핀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2. 4.경 이래 삼성캐피탈 주식회사 등 금융회사에 합계 2,500만 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월수입 700,000원 외에는 달리 재산이나 수입이 없는 상태여서 1999. 6.경 발급 받은 삼성카드를 사용하더라도 그 대금을 제때 결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02. 4. 10.경 불상지에서 피해자 삼성카드 주식회사에 전화를 걸어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등을 입력하여 대출을 받는 "무보증카드론" 방식으로 7,000,000원을 대출 받고도 그 상환금을 제때 납입하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02. 8. 11.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54회에 걸쳐 합계 30,100,450원 상당 위 삼성카드를 사용하고도 1,042,000원만을 납입하고, 29,058,450원을 납입하지 아니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9. 6. 17. 피해자 삼성카드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사용하여 오다가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02. 4. 10.경부터 위 삼성카드를 이용하여 카드론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이를 가맹점에서 사용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당시,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신용카드를 가맹점에 제시하거나 현금자동지급기에 넣는 등의 행위 그 자체는 표시중립적 행위일 뿐 아니라, 피해자 삼성카드 주식회사는 1999. 6. 17. 피고인에게 일정한 한도 내에서 카드 사용을 허락하여 신용을 공여하여 주었고, 피고인은 이러한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자기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비록,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적극적 기망행위에 기초하여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아가 피고인에게 신용카드를 사용할 당시에 자신의 재산 상태를 위 피해자에게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부작위를 기망행위로 파악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더라도, 위와 같은 고지의무가 피고인과 위 피해자 사이의 카드 발급 당시의 약정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이러한 고지의무를 인정하여 국가의 형벌권이 사경제영역에 속하는 금융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그 자체가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의 자유영역에 대한 과도한 침해의 우려를 안고 있음은 물론 신용조사 등에 관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자생력을 저해하고 건전한 금융질서의 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므로, 사회상규에 기초하여 이러한 고지의무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현금자동지급기나 전화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하여 금원을 대출받는 경우에는 공여된 신용의 범위 내에서 대출이 기계적으로 처리될 따름이므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가맹점은 공여된 신용의 범위 내에서는 신용카드의 소지인과 명의인이 동일성을 갖는 한 그 지급능력의 유무에 대하여는 아무런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에 대한 관계에서도 기망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위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서는 2002. 4.경 당시의 피고인의 자력을 문제삼고 있어 신용카드 발급 당시에 피고인이 무자력이라고 보고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이를 피해자인 삼성카드 주식회사가 무자력자인 피고인으로부터 기망당하여 피고인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여 줌으로써 피고인이 그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카드론대출이나 현금서비스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는 취지로 보더라도(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도2466 판결 1996. 5. 28. 선고 96도908 판결 은 이와 같은 경우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위 피해자로부터 삼성카드를 발급받을 당시인 1999. 6. 17.경에는 자기 명의의 천안시 쌍용동 567 시영2차근로복지아파트 201동 1104호를 소유하고 있었고 주식회사 금마운수의 택시기사로 근무하여 일정한 수입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피고인이 위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소지하고 있으면서 발급시로부터 2년 10개월 정도가 지난 후에야 위 공소사실과 같은 변제 자력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카드 발급 당시 카드사용으로 인한 대금결제의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위 피해자를 기망하고, 위 피해자는 이에 착오를 일으켜 피고인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여 주었다고도 인정하기 어렵다.

(4)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는 앞서 파기사유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석조(재판장) 홍지영 김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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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전지방법원천안지원 2003.6.18.선고 2003고단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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