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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2003. 6. 20. 선고 2001가합79377 판결 : 항소
[대여금][하집2003-1,251]
판시사항

[1] 법인격 부인론의 요건과 효과

[2]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에서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

[3]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불법행위로 되는 경우 및 그 위법성 판단 기준

[4]자회사가 모회사의 지급보증하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대출금을 인출하여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대출계약상의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던 중, 자회사에 대한 실제 채무자가 동남아시아 경제위기로 지불유예선언을 하자 모회사의 지시로 위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인출을 중단하여 거래 상대방에 대한 채무변제를 중단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모회사의 위와 같은 지시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어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에서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① 모회사가 자회사의 전 주식을 소유하여 그에 따른 주주권의 행사로서 이사 및 임원 선임권을 지닌 결과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자회사가 그 자체의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 ②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혼용되어 있을 것, ③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회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주주총회, 이사회 등 회사법적 절차가 무시되고 있을 것, ④ 자회사의 자본금이 그 업무의 성질 및 규모에 비추어 현저히 부족할 것, ⑤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었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다만 법인격의 부인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해 법인격이 불법 또는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또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거나 위법을 정당화하거나, 기타 사기를 비호하거나 범죄를 옹호하기 위한 등의 목적에서 사용되는 경우에 그와 같은 위법의 방지 및 형평의 원칙에 기하여 인정되는 것이므로, ① 거래의 상대방이 모회사와 자회사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그 중 어느 회사와 거래하는지에 관하여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있거나, ② 거래 상대방이 자기가 거래하고 있는 자회사의 자본이 당해 거래에 따른 위험성에 비추어 충분하지 못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조치 없이 거래한 경우라거나, ③ 자회사와 거래 상대방간의 당해 거래관계에 있어 명백한 불공정성이 없는 경우에는 법인격의 부인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3]일반적으로 채권에 대하여는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고 채권자 상호간 및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 자유경쟁이 허용되는 것이어서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불법행위로 되지는 않고,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으며,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4]자회사가 모회사의 지급보증하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대출금을 인출하여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대출계약상의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던 중, 자회사에 대한 실제 채무자가 동남아시아 경제위기로 지불유예선언을 하자 모회사의 지시로 위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인출을 중단하여 거래 상대방에 대한 채무변제를 중단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모회사의 위와 같은 지시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어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원고

쌍용싱가포르피티이엘티디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송영곤 외 2인)

피고

주식회사 케이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용현 외 1인)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 통화 9,924,689.43달러 및 이에 대하여 1998. 12. 19.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12%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5%(예비적으로 연 12%)의 각 비율에 따라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 사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31호증의 1 내지 9, 갑 제32 내지 34호증, 을 제1, 2, 4, 17, 18, 22호증의 각 기재, 증인 이인호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가.Korea Telecom Philippines, Inc(이하 약칭하여 'KTPI'라고 한다)는 피고가 100% 출자하여(자본금 약 16억 원 정도) 1994. 12. 7.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설립한 필리핀 현지법인이다.

나.Philippine Telegraph And Telephone Coporation(이하 약칭하여 'PT&T;'라고 한다)은 1995.경 필리핀 정부로부터 마닐라 근교의 시내전화사업권을 획득하여 약 30만 회선의 통신망을 확장하는 마닐라근교통신망확장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위 사업 중 통신케이블 공급과 관련하여 원고, 대한전선 주식회사(Taihan Electric Wire Co. Ltd, 이하 '대한전선'이라고 한다) 및 KTPI와의 사이에서 1995. 10. 4. 및 1997. 1. 15. 총 2차례에 걸쳐 다음과 같이 케이블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이라고 한다).

다.즉, 원고와 대한전선(이하 원고와 대한전선을 통칭하여 '원고 등'이라고 한다)은 PT&T;에게 미합중국 통화(이하 같으므로, 이를 생략한다) 총 13,411,979.91달러(1995. 10. 4. 계약금액 5,380,315.33달러+1997. 1. 15. 계약금액 8,031,664.58달러) 상당의 통신케이블을 제조·공급하되, 다만 그 공급대금의 지급과 관련하여서는 공급대금의 20%는 PT&T;가 직접 원고 등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80%는 KTPI가 각 공급대금의 지급시기(공급되는 케이블의 각 선적별 선하증권일)에 자동적으로 원고로부터 그 금액 상당을 대출 받아 그 지급에 갈음하는 것으로 하며, KTPI는 PT&T;와의 사이에서 별도의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여 그 대출금액 상당을 상환 받기로 하였다.

라.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에 따라, KTPI는 ① 1995. 10. 5. 및 1997. 1. 15. 원고와의 사이에서 총 10,729,583.92달러(1995. 10. 5. 한도금액 4,304,252.26달러+1997. 1. 15. 한도금액 6,425,331.66달러)를 한도로, 이자는 '런던은행간 금리(Libor)+1.20%'로, 지연이자는 위 이율에 연 6%를 가산하는 것으로, 상환기일은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조건으로 각 정하여 신용대출계약(이하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② 그 무렵 PT&T;와의 사이에서 KTPI가 원고로부터 받은 대출금 상당을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조건으로 상환 받기로 약정하였다.

마.그 후, KTPI는 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 및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자금마련을 위하여 1996. 7. 24. 피고의 지급보증하에 체이스맨하탄은행(The Chase Manhattan Bank)과의 사이에서 4천만 달러를 한도로 하는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한 후, 위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대출금(이하 '체이스론'이라고 한다)을 인출하여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대출원금 및 그 이자를 지급하여 왔는데, 1997.경 불어닥친 동남아시아 경제위기(소위 IMF사태)에 따른 여파로 PT&T;가 1998. 6. 30.경 지불유예선언을 하였다.

바.이에 피고는 KTPI에 대하여 위 체이스론의 인출금지를 지시하였고, 그에 따라 KTPI는 그 무렵부터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중단하였으며, 원고 등도 PT&T;에 대한 나머지 케이블의 공급을 중단하였다.

사. 원고는 1998. 12. 18. KTPI에게 이자 연체에 따른 기한의 이익 상실을 이유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을 해지하였는바, 원고 등이 PT&T;에게 공급한 케이블은 총 11,197,327.87달러 상당이고, 1998. 12. 18. 현재 KTPI가 원고에게 상환하지 않은 대출원리금 합계는 9,924,629.43달러(대출원금 8,995,122.30달러+이자 합계 929,507.13달러)이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차용인은 피고이고, KTPI는 단지 피고의 대리인의 지위에서 위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따라 그 대출원리금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① 피고가 KTPI의 체이스맨하탄은행에 대한 체이스론 인출을 금지시키고 KTPI의 법인격을 내세워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명백히 신의칙에 반하는 법인격 남용행위에 해당하고, ② 피고는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 당시 원고에게 피고가 KTPI의 체이스맨하탄은행에 대한 대출금에 대해 그 지급을 보증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의 내부결재문서를 교부함으로써, 적어도 원고에 대하여 KTPI로 하여금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또는 KTPI가 체이스론을 인출하는 것을 금지하지 아니하겠다는 약정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PT&T;의 지불유예선언 이후 KTPI의 체이스론 인출을 금지시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중단시킨 것은 위 약정에 위배되는 것이며, ③ 피고는 상법 제401조의2의 규정에 따라 KTPI의 이사들에 대한 업무집행지시자로서의 책임이 있고, ④ 피고의 체이스론 인출금지 지시는 KTPI의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제3자 채권침해행위에 해당하며, ⑤ 원고가 KTPI와의 사이에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을 체결한 것은 피고가 KTPI의 체이스맨하탄은행에 대한 체이스론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기로 하였기 때문인데, 피고가 PT&T;의 지불유예선언을 이유로 KTPI의 체이스론 인출을 금지시킨 행위는 위와 같은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기망적인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사기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각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 상당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피고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차용인인지 여부

(1)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서의 내용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당사자로서 차용인이고, KTPI는 단지 피고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 중의 하나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서(갑 제1, 2호증) 및 이에 첨부된 확인서와 피고의 내부결재문서를 들고 있는바,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서 및 그 첨부서류 중 관련 부분을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제1조(정의) 제15항

"확인서"란 KTPI가 원고에게 제공하는 확인서로서 KTPI는 피고가 전 지분을 보유하는 피고의 자회사라는 사실, 그리고 KTPI가 본 계약과 관련하여 정부당국 및 피고로부터 모든 필요한 동의, 승인, 허가 등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Letter of Confirmation" shall mean a letter of confirmation to be given by the Borrower to the Lender confirming that it is a wholly-owned subsidiary of Korea Telecom and that it has obtained all necessary consents, approvals, permission and other analogous permits thereto with and from any governmental authorities and Korea Telecom in relation hereto.)

② 제5조(담보) 제1항

확인서;KTPI는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효력발생일 이전에 KTPI가 적법하게 작성한 확인서를 원고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③ 제7조(KTPI의 진술 및 보증) 제2항

피고는 KTPI에 대한 관계에서 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④ 제8조(보장사항) 제8항(추가서류) 제2호

KTPI는 원고에게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 및 케이블 공급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의 승인서 사본 등 모든 서류와 증서들을 제공하여야 한다.

⑤ 제10조(채무불이행 사유) 제1항 제9호

피고가 KTPI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는 경우

⑥ 별첨서류 (확인서, Letter of Confirmation)

위 확인서의 서명자인 KTPI는 현재 피고가 전 지분을 갖고 있는 피고의 자회사임을 확정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이 확인서에 의해 원고에게 확인하고 증명한다.

(We, undersigned, KTPI hereby irrevocably and unconditionally confirm and certify to you by this instrument that it is a wholly-owned subsidiary of Korea Telecom as of this date.)

KTPI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 및 그와 관련된 약정들을 체결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적법하게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확인하고 증명한다. 그에 따른 승인서는 별첨되어 있다.

(The undersigned hereby also confirms and certifies that the Borrower has been duly authorized by Korea Telecom to carry-out and perform the project contemplated under the Supply Contract for Optical Fiber Cable and Copper Cable dated October 4, 1995 and related agreements thereof, the notice of approval of which is attached hereto.)

KTPI는 …… (중략) …… (b)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첨부된 승인서가 진실에 부합하고, 원본의 진정한 사본이며, (c)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적법한 권리, 권한 및 자격을 가지고 있고, (d)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의 효력 및 이행가능성과 관련하여 정부당국으로부터 필요한 모든 동의, 허가, 인가 및 승인 등을 획득하였으며 완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보장한다.

(The undersigned hereby represents and warrants that ... (중략) ... (b) the notice of approval attached hereto is true and correct copy of the original, (c) it has all legal rights, power and authority to execute the Contract and to perform its obligations thereunder, and (d) the undersigned has obtained all necessary consents, licenses, approvals, and authorizations and registrations or declarations, with any governmental authority required in connection with the validity and enforceability of the Contract and the same are in full force and effect.)

⑦ 별첨서류 (승인서, Notice of Approval)

KTPI가 피고에게 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 및 신용대출계약상의 계약이행을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필리핀 현지의 금융기관으로부터 4,700만 달러를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피고의 지급보증을 요구함에 대하여 피고가 경영기획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KTPI의 위 요청을 수용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피고의 내부결재문서이다.

(2) 판 단

살피건대,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서의 일부 내용 및 그 확인서 등 첨부서류의 내용은 KTPI가 피고의 자회사로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 및 케이블공급계약에 따른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피고로부터 포괄적인 승인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고(피고가 전 지분을 갖고 있는 모회사로서 자회사인 KTPI에 대하여 그 사업활동 등을 통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피고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의 당사자이고, 또한 당사자로서 책임을 부담하며, KTPI는 단지 피고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위와 같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서의 일부 내용 및 그 첨부서류만으로는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기타 부족증거:갑 제3호증의 1, 2, 갑 제5호증의 1 내지 5, 갑 제6, 25 내지 28의 각 기재),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제1, 2, 4, 22, 31 내지 43호증, 갑 제1, 2, 21, 32, 33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인호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① KTPI가 피고의 자회사라고 하더라도 서로는 엄연히 별개의 법인이어서 KTPI가 한 법률행위가 당연히 피고의 법률행위로 되는 것이 아닌바,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서(갑 제1, 2호증)상 원고와 KTPI가 명확히 당사자로 표시되어 있고, 그 계약 체결도 원고와 KTPI의 각 대표이사 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피고는 위 계약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사실, ②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은 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상의 약정, 즉 PT&T;의 원고 등에 대한 케이블 공급대금 중 80%는 KTPI가 각 공급대금의 지급시기에 자동적으로 원고로부터 그 금액 상당을 대출받아 그 지급에 갈음하기로 한 약정에 기해 체결된 것인데, 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의 당사자도 피고가 아니라 KTPI인 사실, ③ 통상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책임의 주체인 계약당사자는 가장 핵심적인 사항의 하나인바, 원고와 KTPI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고를 당사자로, KTPI를 피고의 대리인으로 하고자 하였으면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서상 그와 같이 피고를 당사자로, KTPI를 피고의 대리인으로 명백히 표시함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굳이 KTPI를 계약당사자로 표시하고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내용 및 첨부서류를 포함시킬 이유가 없는 사실, ④ 원고는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KTPI에게 피고의 지급보증을 요구하였으나(이는 KTPI가 계약의 당사자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KTPI가 이를 명시적으로 거절한 바가 있는 사실, ⑤ 이에 원고는 KTPI에게 위와 같은 내용 및 확인서 등 첨부서류를 요구하여 그와 같은 내용 및 첨부서류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의 일부로서 포함되었으나, 원고가 직접 피고에게 이를 요구하지는 않았고, 위 확인서도 피고가 아닌 KTPI의 명의로 작성된 것이며, 피고가 이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는 사실, ⑥ PT&T;의 1998. 12. 18. 지불유예선언 이후, 원고는 KTPI와의 사이에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이자율 조정 등 계속적인 협의를 진행하면서 KTPI에게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차용인으로서 미변제된 대출원리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KTPI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의 당사자임을 당연시하였고, 다만 피고에 대해서는 피고가 KTPI의 모회사임을 이유로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와 호응을 요구하였을 뿐이며, 기한의 이익 상실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통지도 KTPI에게 하였고, 원고가 1999. 6. 14. 피고에게 KTPI의 미변제된 대출원리금 중 일부의 지급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전혀 피고에게 그 지급을 요청한 바가 없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3) 소 결

위 인정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의 차용인은 피고가 아니라 KTPI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의 차용인임을 전제로 그 대출원리금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일반론

일반적으로,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참조).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에서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① 모회사가 자회사의 전 주식을 소유하여 그에 따른 주주권의 행사로서 이사 및 임원 선임권을 지닌 결과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자회사가 그 자체의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 ②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혼용되어 있을 것, ③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회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주주총회, 이사회 등 회사법적 절차가 무시되고 있을 것, ④ 자회사의 자본금이 그 업무의 성질 및 규모에 비추어 현저히 부족할 것, ⑤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었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법인격의 부인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해 법인격이 불법 또는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또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거나 위법을 정당화하거나, 기타 사기를 비호하거나 범죄를 옹호하기 위한 등의 목적에서 사용되는 경우에 그와 같은 위법의 방지 및 형평의 원칙에 기하여 인정되는 것이므로, ① 거래의 상대방이 모회사와 자회사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그 중 어느 회사와 거래하는지에 관하여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있거나, ② 거래 상대방이 자기가 거래하고 있는 자회사의 자본이 당해 거래에 따른 위험성에 비추어 충분하지 못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조치 없이 거래한 경우라거나, ③ 자회사와 거래 상대방 간의 당해 거래관계에 있어 명백한 불공정성이 없는 경우에는 법인격의 부인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 이 사건의 경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앞서 살펴본 여러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① 피고는 국내법인이고 KTPI는 필리핀 현지법인으로서 그 조직, 재산, 회계 및 업무 내용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고, ② KTPI의 자본금이 약 16억 원 정도로서 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 및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KTPI의 채권·채무관계에 비추어 그 자본금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③ 비록 피고가 KTPI에 대한 전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관계로 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KTPI가 그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할 정도로 피고가 KTPI에 대하여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고, ④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 체결 당시 KTPI에게 피고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KTPI와 피고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KTPI와의 사이에서 위 계약을 체결함에 대하여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⑤ 원고의 요구에 대해 피고가 KTPI의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대출금채무에 대하여 지급보증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확인서 및 일부 계약 내용만으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을 체결하였고(원고 스스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위험을 초래하였다.), ⑥ 원고와 KTPI간의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있어서 어떠한 불공정성을 찾아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피고가 KTPI의 법인격을 내세워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명백히 신의칙에 반하는 법인격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체이스론 인출약정 위반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 당시 원고에게 피고가 KTPI의 체이스맨하탄은행에 대한 대출금에 대해 그 지급을 보증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의 내부결재문서를 교부함으로써, 적어도 원고에 대하여 KTPI로 하여금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또는 KTPI가 체이스론을 인출하는 것을 금지하지 아니하겠다는 약정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PT&T;의 지불유예선언 이후 KTPI의 체이스론 인출을 금지시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중단시킨 것은 위 약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약정을 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 주장의 위 내부결재문서는 피고가 아닌 KTPI가 원고에게 교부한 것이고, 위 내부결재문서를 주고 받음에 있어 원고와 피고가 전혀 접촉한 바가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약정을 하였음을 전제로 피고가 위약을 하였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업무집행지시자로서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

원고는 피고가 KTPI의 이사들에 대한 업무집행지시자로서 KTPI의 체이스맨하탄은행에 대한 체이스론 인출을 금지시켜 KTPI로 하여금 원고에 대한 대출원리금의 상환을 중단시켰으므로 상법 제401조의2 의 규정에 따라 KTPI의 원고에 대한 대출원리금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상법 제401조의2 의 규정은 1998. 12. 28. 공포·시행된 상법 중개정법률(법률 제5591호)에 의하여 신설된 것인데 그 입법 취지가 주식회사의 이사가 아니면서 사실상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데 있다는 점과 그 부칙 제2조가 "이 법은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 시행 전에 생긴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한다. 다만,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개정 상법 제401조의2 의 규정에 소급효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는 위 개정 상법 제401조의2 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다37071 판결 ).

그런데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KTPI에 대한 체이스론 인출금지 지시는 위 개정 상법 시행일인 1998. 12. 28. 전에 발생한 것임이 명백하여(원고가 KTPI에게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을 해지한 시기가 1998. 12. 18.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 상법 제401조의2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 규정의 적용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마. 제3자 채권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는 피고의 KTPI에 대한 체이스론 인출금지 지시는 KTPI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제3자 채권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채권에 대하여는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고 채권자 상호간 및 채권자와 제3자 사이에 자유경쟁이 허용되는 것이어서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불법행위로 되지는 않고,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으며,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참조).

살피건대, KTPI는 이 사건 케이블 공급계약 및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자금마련을 위해 1996. 7. 24. 피고의 지급보증하에 체이스맨하탄은행(The Chase Manhattan Bank)과의 사이에서 4천만 달러를 한도로 하는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한 후, 위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에 따른 대출원금 및 그 이자를 지급하여 온 사실, 그런데 1997.경 불어닥친 동남아시아 경제위기(소위 IMF사태)에 따른 여파로 PT&T;가 1998. 6. 30.경 지불유예선언을 하자, 피고가 KTPI에 대하여 위 체이스론 인출을 금지한 사실, KTPI가 그 무렵부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중단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KTPI에 대하여 체이스론 인출금지를 지시한 것은 KTPI가 위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을 변제하는 경우, 사후적으로 PT&T;로부터 그 대출원리금 상당을 상환받아 위 체이스론을 상환하여야 하나, PT&T;의 지불유예선언으로 그 상환이 사실상 어렵게 되어, 결국 위 체이스론의 지급보증인인 피고가 그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피고의 입장으로서는 구상권자로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그와 같이 한 것이고, 고의적으로 원고의 KTPI에 대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상의 대출원리금채권을 해할 의도로 그와 같이 지시한 것이 아니며, 피고의 위 체이스론 인출금지 지시행위가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어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바. 사기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는, 원고가 KTPI와의 사이에서 이 사건 신용대출계약을 체결한 것은 피고가 KTPI의 체이스맨하탄은행에 대한 체이스론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기로 하였기 때문인데, 피고가 PT&T;의 지불유예선언을 이유로 KTPI의 체이스론 인출을 금지시킨 행위는 위와 같은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기망적인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사기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KTPI에 대하여 위 체이스론의 인출금지를 지시한 것은 그에 대한 지급보증인의 입장에서 부득이한 선택이었고, 그와 같은 인출금지 지시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어떠한 기망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신성기(재판장) 성언주 김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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