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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2000. 10. 6. 선고 99나8029 판결 : 상고기각
[보험금][하집2000-2,194]
판시사항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 후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늘어난 손해액이나 회복할 수 있었을 손해액은 보험자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약관조항에 대하여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일반적으로 보험자에게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으므로, 보험약관에 기재된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상법 제722조에는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배상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 제723조에는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변제 … 한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이러한 통지의무를 규정한 취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자가 합의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상대방에게 보험금을 이중으로 지급하는 불합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보험사고의 발생 및 피해자로부터의 손해배상청구,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지급사실을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한 약관의 내용은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사항을 되풀이 설명한 것으로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없다.

원고,피항소인

박경주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태영)

피고,항소인

엘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재환)

주문

1.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1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호증의 3 내지 7,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1998. 8. 2. 16:00경 속초시 교동 대우아파트 후문 앞 도로에서, 원고가 강원 27거8508호 프라이드 승용차를 운전하여 교동 쪽에서 아남프라자 쪽으로 진행하다가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도로를 횡단하던 소외 김지선(여, 5세)을 위 승용차 앞부분으로 들이받고 이어 넘어진 피해자를 위 승용차 타이어 부분으로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나.이 사건 사고 후인 1998. 8. 10. 원고는 김지선의 아버지인 소외 김연근과 사이에, 위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측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원고가 금 1,100만 원을 지급하고 피해자는 원고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합의하였다.

다.한편,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위 승용차에 관하여 보험기간을 1998. 7. 27.부터 1999. 7. 27.까지로 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인바, 1998. 8. 12. 김연근과 사이에, 위 합의와는 별도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측에 부담하는 법률상 손해배상금 일체를 금 8,000만 원으로 정하여 피고가 이를 지급하고 피해자측은 이 사건 사고에 관련된 손해배상금청구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다.

라.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따른 약관에 의하면 손해배상의 청구를 받은 경우에 보험계약자는 미리 보험자의 동의 없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합의하여서는 안되고(제67조 제1항 제3절),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그로 말미암아 늘어난 손해액이나 회복할 수 있었을 금액은 공제하고 그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제67조 제2항) 되어 있다.

마.원·피고와 김연근 사이에 합의된 위 각 금원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측이 입은 상당손해액의 범위 내이다.

2. 주장 및 판단

가.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가 피해자측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중 일부로 지급한 위 금 1,1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피고는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보험계약상 피고의 동의 없이 피해자측과 합의할 수 없는데, 원고가 1998. 8. 10. 김연근과 합의하기 이전이나 이후에 피고의 동의를 받았다거나 피고에게 그 합의사실을 통지한 바가 없어 피고가 위 합의사실을 모른 채 1998. 8. 12. 다시 김연근과 사이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일괄 합의하게 되었으므로, 위 금 1,100만 원은 위 보험계약상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피고 사이의 위 보험계약에 의하면 원고가 피해자측과 합의할 때에는 미리 피고의 동의를 받거나 적어도 합의한 후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할 것인바, 원고가 김연근과 합의할 때 미리 피고의 동의를 받았다든가 합의 후에 즉시 그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원심 증인 봉경근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심 증인 김성환, 김영호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피해자측과 합의한 후 이를 피고의 보상 담당직원이 아닌 보험모집인에 불과한 김영호에게 알려 주었고 피고는 1998. 8. 12. 피해자측과 합의한 이후에야 비로소 김영호를 통하여 이를 확인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결국 원고가 피해자측과 합의한 위 금 1,100만 원은 피고로서는 원고로부터 통지를 받았더라면 회복할 수 있었을 손해에 해당하여 위 보험계약상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에서 공제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니,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다.한편 원고는, 원고가 피고와 위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와 같은 약관의 내용을 설명받지 못했으므로 피고는 위 약관규정을 들어 원고의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보험자에게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으므로 보험약관에 기재된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 등 참조), 상법 제722조에는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배상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 제723조에는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변제 … 한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이러한 통지의무를 규정한 취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자가 합의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상대방에게 보험금을 이중으로 지급하는 불합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보험사고의 발생 및 피해자로부터의 손해배상청구,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지급사실을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한 약관의 내용은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사항을 되풀이 설명한 것으로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약관의 조항을 설명받지 않았음을 이유로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일성(재판장) 사형환 사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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