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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 10. 13.자 2013재노62 결정
[반공법위반·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사기·업무상횡령][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재심청구인

재심청구인

변 호 인

동화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조영선 외 3인

주문

재심대상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재심을 개시한다.

이유

1.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1979. 7. 27. 반공법 위반 및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위반의 공소사실[별지 기재 공소사실(이하 ‘공소사실’이라 한다) 1, 2항]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79고합54 로 기소된 후, 다시 1979. 8. 22. 사기 및 업무상 횡령의 공소사실(공소사실 제3, 4항)로 같은 법원 79고단453 로 기소되어 위 각 사건이 병합되었고, 위 법원은 1979. 10. 29. 위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였다.

나.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서울고등법원 79노1637호 로 항소하였는데, 위 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가 1979. 12. 8. 해제되었음을 이유로 1981. 9. 10.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공소사실 중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공소사실 제2항)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고, 반공법 위반 및 사기, 업무상 횡령의 점(공소사실 제1, 3, 4항)에 대하여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였다(이하 위 항소심 판결을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대법원 83도357호 로 상고하였다가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피고인은 1999. 2. 26. 사망하였고 재심청구인은 피고인의 아들이다.

2. 재심청구인의 주장

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 위헌·무효라고 판단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에 따른 재심사유가 있다.

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각 아래와 같은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행위가 있었고, 이에 대하여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유죄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사실상, 법률상 장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의 재심사유가 있다.

1) 피고인은 1979. 7. 4.경 영장 없이 체포되어 구금되었다가 같은 달 13.에서야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구속영장 발부 이후 구속기간 연장허가가 없었음에도 구속기간을 초과한 1979. 7. 27. 기소되었으며, 피고인에 대한 체포 당시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한 사정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아니한바, 피고인에 대한 수사기관의 불법 체포·감금행위가 있었다.

2) 피고인은 당시 만 69세로 빈혈 등 질병이 있었고 체포 이후 천안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8회에 걸쳐 장시간 동안의 신문을 받았다. 재심청구인이 천안경찰서를 방문하였을 당시 피고인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구치소로 이감된 이후에는 가족들의 면회나 접견이 일체 허용되지 않았으며 구금기간 동안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국립의료원에 강제 입원되고 체중이 39㎏까지 줄어 1979. 8. 28. 병보석으로 석방되었던바, 구금기간 동안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사기 및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중학교의 재정에 관한 실무에 관여한 바 없고 수사기관이 기소전 수사절차를 진행하였음을 확인할 만한 기록이 전혀 현출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수사기관이 긴급조치 위반과 무관한 별건인 이 부분 사건을 조작하는 등 직무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3.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중 면소 부분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는 “재심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호 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이유의 하나로 들고 있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 또는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 그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확정된 재판의 효력을 번복하는 극히 예외적이고 비상의 구제절차인 점(같은 취지 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판결 )과 앞서 본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재심의 대상은 원판결이 그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기하여 사실인정을 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사실의 인정이 없는 면소판결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의 적용을 배제하는 명문의 주1) 규정 이 없는 한 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재심청구인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된 경우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는 판례의 취지에 따라 위 면소 부분에 대해서도 재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유죄의 확정판결의 근거가 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라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며, 그와 같은 이유로 재심이 개시된 경우 법원이 재심판결을 선고함에 있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원판결에서 이미 긴급조치 제9호의 해제를 이유로 면소판결이 선고된 경우에 대하여까지 재심의 대상을 확장하거나 위 면소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의 재심이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는 해석되지 아니한다. 형사재심이 피고인 구제의 길을 넓혀온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비상의 구제절차로서 형사소송법은 정의와 법적 안정성의 균형 하에 재심의 대상과 재심이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 면소판결을 받은 피고인도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재심청구를 할 수 없는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 주2) 점 등을 고려하면,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라 하더라도 이미 면소판결을 받은 이 부분까지 재심대상이 된다거나 재심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재심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1)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1979. 7. 주3) 4. 13:00 서울 중구 (주소 생략) △△△△ 아파트 앞 노상에서 천안경찰서 소속 사법경찰관들에 의하여 검거되었고,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1979. 7. 13. 발부된 사실, 피고인은 1979. 7. 4. 천안경찰서에서 최초로 조사를 받은 이래, 7. 5.부터 7. 12.까지 매일 또는 격일로 6회에 걸쳐 피의자신문을 받은 주4) 사실 이 인정된다. 한편, 피고인의 혐의사실에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이 포함되어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는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제8항 ), 당시 위 조항에 터잡아 긴급조치 제9호 위반자에 대하여 영장 없는 체포·구금·압수·수색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바, 피고인은 긴급조치 제9호에 기하여 위 검거일에 영장 없이 체포되어 구속영장 발부일까지의 기간 동안 영장 없이 구금되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판단

가) 위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영장 없이 피고인을 체포·구금한 사법경찰관들의 행위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의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에서 정한 재심사유는, 판결이나 수사에 관련된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의 직무에 관한 죄가 밝혀지는 경우 해당 판결의 기초된 증거나 사실인정에 허위가 개입되었을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서 규정된 것이다. 이러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위 제7호 의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에는 사법경찰관 등의 직무 관련 범죄행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그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이상 책임이 조각되어 유죄로 되지 않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긴급조치 제9호는 당시 헌법에 따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당초부터 위헌·무효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 이러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고인을 구금한 사법경찰관의 행위는 형법상 불법체포·감금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것이나, 다만 법령의 위헌 여부를 직접 심사할 권한이 없는 사법경찰관으로서는 당시 형식상 존재하던 법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므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그 책임이 조각될 뿐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천안경찰서 사법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행위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에서 정한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보건대, 위 사법경찰관들이 저지른 형법 124조 의 불법체포·불법감금죄는 그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서,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주5) 제8730호 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제1항 제4호 에서 정한 공소시효 5년이 경과되기까지 하였다.

나) 결국 이 사건은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들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다고 증명되었는데도 유죄판결을 얻을 수 없는 사실상, 법률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422조 에서 정하는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청구는 위 재심사유 이외에 다른 재심사유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1항 에 의하여 재심대상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재심을 개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승련(재판장) 서승렬 이숙연

주1)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은 “(부마민주항쟁) 관련자 중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한 행위로 유죄의 확정판결,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4조「군사법원법」 제469조, 제473조에도 불구하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으나, 긴급조치 위반 사건으로 면소판결을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규정이 없다.

주2)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26조(면소 등의 경우)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국가에 대하여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1. 「형사소송법」에 따라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아 확정된 피고인이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경우

주3) 피고인에 대한 검거보고(재심사건기록 제2권, 수사기록 제335면)에는 “7. 4.” 중 “4”자 부분에 삭선이 그어져 있고 그 상단에 “6”자가 수기로 가필되어 있으나, 피고인이 서울에서 검거되었고 피고인에 대하여 1979. 7. 4. 천안경찰서에서 최초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검거일시는 “1979. 7. 4.”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4) 재심사건기록 제2권, 수사기록 제398면, 제425면, 제450면, 제545면, 제675면

주5) 위 개정 법률 부칙 제3조에 의하여 그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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