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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 6. 15. 선고 2012노641 판결
[강간상해·절도][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유정현(기소), 박문수(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김광순(국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7년간 공개 및 고지한다(다만, 성범죄의 요지는 판시 제1항 기재 범죄에 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판시 강간상해죄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의 모발이 발견된 승용차 보닛이 강간 범행이 일어난 장소라고 단정할 수 없고, 경찰관이 위 모발을 채취함에 있어 ‘경기도지방경찰청 현장감식실시규칙’ 등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으며,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피해자의 진술은 범인식별절차에서 요구되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어 그 신빙성이 없다. 당시 피고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 등으로 피해자를 어깨에 메고 111.7m나 갈 수 있는 신체상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판시 강간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이유무죄 부분)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부위와 정도, 피해자를 검진한 의사 공소외 1의 소견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강간범행이 기수에 이른 사실이 인정됨에도, 강간미수의 성립만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1. 5. 25.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강제추행치상죄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인 2002. 3. 22. 서울지방법원에서 강간치상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위 집행유예의 선고가 실효되어 위 각 형의 집행 중 2007. 5. 23. 가석방되었고 같은 해 6. 4. 그 남은 형기가 경과된 사실 및 피고인은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강간상해죄를 범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판결이 확정된 강제추행치상죄, 강간치상죄는 각 그 당시 시행 중이던 구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2005. 8. 4. 법률 제76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의 ‘특정강력범죄’에 해당되고, 이 사건 강간상해죄 역시 당시 시행 중이던 구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2009. 6. 9. 법률 제97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강법’은 이 법률을 말한다)상의 ‘특정강력범죄’에 해당되므로 주1) , 비록 공소장의 누범가중 적용법조로 형법 제35조 만이 기재되어 있다 할지라도, 원심으로서는 이에 구애되지 말고 구 특강법 제3조 에 의한 누범가중을 하여야 함에도 형법 제35조만 을 적용함으로써 그 처단형을 잘못 정한 위법을 범하였고(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1556 판결 등 참조), 한편 판시 강간상해죄와 나머지 유죄로 인정된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의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이상 원심판결 전체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쌍방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핀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사실상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결문에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강간상해죄에 대하여)」이라는 제목으로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이 법원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까지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넉넉히 인정되므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의 모발이 발견된 파란색 아벨라 승용차가 강간 범행 장소인지에 대해서는, ① 비록 피해자가 최초 수사 단계에서 ‘검정색 차량’이라고 진술하였다 할지라도, 당시 피해자는 범인에 의해 목이 졸려 정신을 잃거나 주차된 차량 보닛 위에서 강간을 당하는 등으로 극도의 흥분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여 어두운 계열의 색상인 파란색을 검정색과 혼동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범행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범행 현장을 통제하면서 감식반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대기한 점, ③ 파란색 아벨라 승용차의 보닛 부분에는 상당한 면이 있는 물체에 의해 넓고 불규칙적으로 먼지가 쓸린 흔적이 남아 있는 점, ④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강간당한 장소가 파란색 아벨라 승용차 보닛이 맞다고 증언하기도 한 점(공판기록 제100쪽)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 판시와 같이 아벨라 승용차 보닛에서 판시 강간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모발 채집절차에 위법이 있어 그와 관련된 증거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들고 있는 「경기도지방경찰청 현장감식실시규칙」은 단순한 경찰 내부지침 또는 훈령에 불과하여 설령 채집과정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할지라도 곧바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말하는 ‘위법수집증거’라고 볼 수 없고, 설령 그 절차에 위법이 있었다 할지라도, 수사기관이 사진촬영, 밀봉 등의 방법으로 모발의 동일성, 무결성 등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조치를 취한 이 사건에서, 위 모발에 대한 DNA 감정의뢰회보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예외사유, 즉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므로(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판결 등 참조), 위 DNA감정의뢰회보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 나아가 원심도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의 모발이 이 사건 범행과 무관하게 다른 경로를 통하여 판시 아벨라 승용차의 번호판대 위에 떨어져 있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므로, 이 사건과의 관련성은 물론 높은 증명력까지 인정된다.

(3)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해서는,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다음날인 2009. 5. 8. 범인의 인상착의를 묻는 경찰 질문에 대해 “173~175cm의 키에 마른 체형, 갸름한 얼굴에 까만 피부, 스포츠형 머리, 남자답게 생긴 편, 긴 얼굴” 등으로 답변하였는데(수사기록 제186쪽), 그 중 ‘스포츠형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피고인의 용모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데다 주2) , 피고인은 범행 현장에서 자신의 모발이 발견된 2011. 7. 이후에 이루어진 범인식별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모발의 존재 등 다른 정황이 존재하므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도5201 판결 등 참조).

다.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① 피해자의 질액에서 피고인의 DNA나 정액이 검출되지 않은 점, ②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강간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의사 공소외 1 작성의 진단서에 기재된 ‘상당한 정도의 완력에 의한 폭행과 성기삽입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라는 부분은 위 공소외 1의 의견이나 추측에 불과한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한 다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판시 강간범행이 기수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형사재판에서 기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위 법리의 관점에서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하게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직권으로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증거의 요지란에 “1. 당심증인 공소외 2, 3의 각 법정 진술”을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01조 , 제300조 , 제297조 [강간상해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다만, 형의 상한은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2조 본문에 의한다], 형법 제329조 (절도의 점, 징역형 선택)

1. 누범 가중

구 특강법 제3조 (판시 강간상해죄에 대하여, 구 형법 제42조 단서의 제한 내에서)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판시 강간상해죄에 정한 형에 구 형법 제42조 단서의 제한 내에서 경합범가중)

1. 작량감경

1.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판시 제1항에 대하여)

양형의 이유

피고인에게는, 특정강력범죄인 강제추행치상죄, 강간치상죄로 합계 징역 5년 6월을 복역하고도 그로부터 3년 이내에 또다시 특정강력범죄인 강간상해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은 1999년에도 강간 혐의로 입건되었다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기도 하였고, 2009년에도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는 등 지속적으로 성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점 등 불리한 정상과, 이 사건 절도 범행은 자백하고 있는 점, 강간은 미수에 그친 점 등 유리한 정상이 있다.

이와 같은 각 정상에다가,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특강법상 누범 적용 누락으로 파기하는 점까지 고려하여, 피고인을 작량감경한 처단형의 최하한인 징역 5년에 처한다.

무죄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이 자동차 보닛 위에 눕힌 다음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라는 것인바, 위 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강간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는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위 공소사실에 포함된 판시 제1항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박삼봉(재판장) 차영민 이유형

주1) 한편, 2010. 3. 31. 법률 제10209호로 개정된 특강법은 입법상의 착오 등으로 흉기나 그밖에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저질러진 경우가 아닌 단순 강간 등 상해·치상의 행위를 특정강력범죄에서 제외하였으나, 이 사건 기소 전인 2011. 3. 7. 개정된 특강법(법률 제10431호)은 다시 단순 강간 등 상해·치상의 행위 역시 특정강력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주2) 피고인은 경찰 조사 시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묻는 경찰관의 질문에 대하여 ‘키는 약 175cm, 몸무게는 74kg, 호리호리한 체격이며, 피부색깔은 보통이며, 머리스타일은 딱 정해진 것이 없었는데, 스포츠형 머리를 한 적도 있고, 지금보다 길게 기른 적도 있다’라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수사기록 제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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