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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고등법원 2011. 1. 20. 선고 2010재노42 판결
[업무상횡령·경제의안정과성장에관한긴급명령위반·총포화약류단속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재심청구인

피고인

검사

김명희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박주범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에 한하여)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재심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다음의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거나 이 법원에 현저하다.

가. 육군본부보통군법회의는 1973. 4. 28. 피고인과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에 대한 73보군형 제94호 업무상횡령 등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업무상횡령, 군무이탈방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경제의안정과성장에관한긴급명령위반, 총포화약류단속법위반죄로 징역 15년 및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나. 피고인은 위 원심판결에 대하여 육군고등군법회의 73년 고군형항 제306호 로 항소를 제기하였고, 육군고등군법회의는 1973. 7. 30.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일부 업무상횡령, 경제의안정과성장에관한법률위반, 일부 총포화약류단속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5년 및 벌금 1,100만 원을 선고하면서 공소사실 중 일부 업무상횡령, 군무이탈방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일부 총포화약류단속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며(재심대상판결), 관할관은 1973. 8. 8. 피고인에 대한 위 징역 15년형을 징역 12년으로 감형하여 확인하였고, 피고인과 검찰관 모두 상고하지 아니하여 그 무렵 위 재심대상판결은 확정되었다.

다. 피고인은 위 형의 집행정지로 석방되어 있던 중 1980. 2. 29. 형의 언도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라. 피고인은 확정된 위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2010. 4. 5. 고등군사법원에 재심청구를 하였고, 위 고등군사법원은 2010. 8. 11.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재심심판사건을 이 법원으로 이송하였다.

2.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에 한정되는바, 그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1955. 9. 30. 육군사관학교 제11기로 졸업과 동시에 소위에 임관되어 육군 각 부대를 전전 복무하다가 1961. 5. 16. 대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전속부관직을 거쳐 그후 1969. 11. 1. 대령에 진급, 제26사단 참모장, 같은 사단 75연대장직 등을 역임하고 1971. 8. 5. 수도경비사령부 참모장으로 전입하여 복무 중 1973. 1. 1. 준장에 진급되고 1973. 3. 13. 제15사단 부사단장으로 근무하던 자인바,

가. 재심대상판결의 공동피고인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은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재직 중 저명인사 또는 실업인으로부터 동 사령부의 임무수행상 필요하고도 중대한 용도로 사용하여 달라는 취지로 기탁받은 협조금과 지난해 계엄기간 중 계엄업무 수행에 필요하고도 중대한 용도에 사용되도록 영달된 정보비 등 국가예산 외의 부대운영금을 자신의 책임 아래 보관하고 사용하게 됨을 기화로 이러한 운영금은 장차 검열이나 감사를 받지 않는 것으로 속단하고 위 금원 중 일부를 횡령할 것을 결의하고 위 부대운영금 전액을 당시 참모장이던 피고인에게 보관하도록 명령하면서 이 돈은 부대운영이라는 표면상의 명목만 있으면 수시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지시를 하였고 피고인은 이 돈을 부대운영에 필요하고 중대한 용도에만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며 함부로 부대운영이라는 명목만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사리를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지시에 순응함으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1971. 8. 10.부터 1973. 2. 27.까지 사이에 부대임무 수행상 필요하고 중대하지 않은 용도에 사용 소비함으로써 합계 4,250,000원(원심판결 기재 합계금 ‘6,175,900원’은 ‘6,067,900원’의 계산상 잘못인 것이 명백하고, 재심대상판결에서는 그 중 4,250,000원만 유죄로 인정되었다)을 횡령하고,

나.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 1973. 3. 9. 수도경비사령관직에서 해임되고 업무인계를 함에 있어 위 가.항에서 적시한 부대운영금 중 남은 돈 23,321,001원을 모두 신임 사령관에게 인계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14:00경 위 금액 중 절반 정도를 횡령하기로 하고 1973. 3. 12. 16:00경 부대운영금 중 11,250,600원만 남은 것처럼 신임 사령관에게 인계하고 나머지 12,062,001원은 인계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횡령하고,

다. 1972. 4. 중순 일자 불상경 500만 원, 1972. 6. 중순경 600만 원 합계 1,100만 원을 월 이자 4부로 ○○기업사 대표 공소외 2에게 사채를 주었던바, 피고인은 채권자로서 경제의안정과성장에관한긴급명령(이하 ‘긴급명령’이라 한다)에 정하여진 소정의 절차에 따라 1972. 8. 9.까지 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명령을 위반하고,

라. 총포를 소지하기 위하여는 주소를 관할하는 서울특별시장 또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총 5정, 군용 엠2 칼빈총 1정(재심대상판결은 공소사실 기재 32구경 부로닝 권총 1정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였다)을 허가 없이 소지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및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의 각 일부 법정진술, 증인 공소외 3, 공소외 2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 및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에 대한 검찰관 및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공소외 2 등에 대한 검찰관 및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각 참고인 진술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과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 및 공소외 2 등의 각 자필진술서, 압수된 당좌수표 2매(증 제21, 22호), 총기 6정(증 제31 내지 36호) 등의 현존 등을 증거로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4.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1) 피고인은 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라 한다) 소속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되어 수사를 받았고 수사과정에서 물고문, 전기고문 등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안사 수사관들은 피고인이 검찰로 송치되었을 때는 물론이고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과정에서도 조서에 기재된 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또 고문을 하겠다고 협박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의 자필진술서 등은 모두 보안사 수사관들의 고문,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작성된 것이고, 이러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는 검찰 수사 및 원심 법정에서도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검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는 그 증거능력이 없다.

2)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공소외 2의 법정진술,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에 대한 검찰관 및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과 공소외 2의 자필진술서도 위와 같이 보안사 수사관들의 고문,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한 임의성이 없는 심리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3) 보안사 수사관들은 피고인을 비롯한 이른바 ‘△△△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쿠데타 모의사실과 □□회 가담여부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추궁하다가 혐의 사실이 밝혀지지 않자 각종 고문을 자행한 끝에 허위 자백 및 짜맞추기 식으로 증거를 수집하여 업무상횡령과 같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하였다. 따라서 압수된 당좌수표 및 총기는 임의성 없는 자백 또는 진술로 말미암아 얻어진 2차적 증거들로서 그 증거능력이 없다.

나아가 ‘△△△ 사건’과 관련하여 조사와 재판을 받은 공소외 4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공소외 4의 집을 압수수색하여 증거물을 압수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압수조서상의 작성자인 군사법경찰관 공소외 5는 실제 공소외 4의 집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없고 나중에 보안사 사무실에서 조서말미에 도장만 찍었다고 증언하였다. 보안사 수사관들은 업무상횡령과 같은 일반 형사사건을 수사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공소외 5 등 헌병들로 하여금 모든 조서들에 서명날인을 하게 한 것이다. 피고인의 경우에도 공소외 4와 마찬가지로 군사법경찰관이 아닌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하여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4) 피고인이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횡령하였다는 부대운영금은,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개인적으로 받은 일종의 금일봉이었고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은 그 돈을 참모장이었던 피고인에게 맡겨두고 부대운영에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 것으로 공금이 아니라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 개인의 돈이므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고인은 직속상관인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 개인적으로 보관시킨 돈을 그 상관이 인출하여 사용할 것을 명할 때마다 그 명령에 따랐던 것일 뿐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 그 돈을 구체적으로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조차도 몰랐다.

5) 피고인은 공소외 2의 형인 공소외 6(헌병 장군)과 군수기지사령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친하게 지냈고 그러한 연유로 공소외 2와도 개인적인 친분을 맺고 있었으며, 공소외 2의 부탁을 받고 공소외 2 개인에게 1,100만 원을 빌려주었던 것이지 ○○○○기업사에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므로, 기업에 대한 사채를 신고대상으로 한 긴급명령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6) 총포화약류단속법 및 동법 시행령에 의하면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직무상 총포를 소지하는 자는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규정되어 있고,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총기들은 피고인이 월남전 참전과정에서 미군 및 월남군 지휘관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들이거나 공소외 7로부터 하사받은 것들로서 직무상 총포를 소지하게끔 되어 있는 군인이 국군통수권자로부터 또는 군사외교활동 중 취득한 새총류를 영내에서 보관 관리한 것이므로 군인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던 중 소지하게 된 것으로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또한 피고인이 소지한 새총은 총신이 짧고 스프링의 힘으로발사되는 총으로서 총포화약류단속법이 허가대상으로 규정한 총포에 해당하지 않고 당시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엽총에 대하여는 허가를 받았으나 새총에 대하여는 경찰관이 허가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해 주어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므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

나. 검사

원심의 양형(징역 15년 및 벌금 2,000만 원)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5. 이 법원의 판단

가.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과 재심청구의 대상

1)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특별사면에 의하여 유죄의 판결의 선고가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이미 재심청구의 대상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그러한 판결이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재심청구는 부적법함을 면치 못한다 할 것이고, 설사 재심법원이 재심대상판결이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심판의 대상이 없으므로 아무런 재판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도2153 판결 ).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일정한 경우에는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특별사면이 있는 경우에도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가)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지만 형의 선고에 의한 기성의 효과는 변경되지 않으며( 사면법 제5조 제2항 ), 유죄판결은 관념상 유죄의 선고와 형의 선고를 내포하는데 이를 구별하여 본다면 비록 특별사면의 효과로써 형의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유죄의 선고는 그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한다는 의미를 유죄의 선고도 효력을 상실한다는 의미로까지 해석하여 그러한 경우 재심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함으로써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된 경우에는 그 집행유예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도 할 수 없다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나) 재심이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로서 법적 안정성과 법적 평온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실질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다) 따라서 비록 유죄의 확정판결 후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죄를 주장하는 자로서는 재심청구를 할 수 있고 법원은 그에 대한 재판을 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2호 소정의 면소판결의 사유인 사면이 있을 때란 일반사면이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이고(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2983 판결 ),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더라도 재심개시결정에 의하여 재심대상판결에 기한 형의 선고가 없었던 상태로 돌아가 다시 심판하는 것이므로 특별사면이 있었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하여서는 안되고 공소사실에 대한 실체판단에 나아가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판단의 자료 및 방법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하는바( 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 ), 다시 심판한다는 것의 의미는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당연히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들 및 그 이후에 수집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재심대상 사건에 대한 재판기록 및 수사기록 일체는 기록보존기간 도과로 폐기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법원이 원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 재심대상 사건의 수사기록 및 재판기록 자체를 검토할 수는 없다.

그런데 재심대상사건의 기록이 보존기간의 만료로 이미 폐기되었다 하더라도 가능한 노력을 다하여 그 기록을 복구하여야 하고, 부득이 기록의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판결서 등 수집한 잔존자료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판결의 증거들과 재심공판절차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들의 증거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재심대상판결의 원심인 제1심 판결의 당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하는바, 검사 및 피고인이, 재심대상판결문 사본과 그 원심판결문 사본, 공소외 4에 대한 재심개시결정문 사본과 그 재심판결문 사본, 관련 참고인들의 사실확인서 및 진술서, 공소외 4에 대한 재심사건에서의 증인신문조서 등 증거들을 제출하고 있으므로, 이 법원은 이를 기초로 하여 공소사실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다. 증거능력의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 및 참고인들에 대한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는 권한 있는 군사법경찰관에 의하여 작성된 것인지 의심스러워 그 성립의 진정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증거들을 비롯하여 피고인 및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 등이 작성한 자필진술서들은 모두 보안사 수사관들의 고문,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하여 임의성이 없는 심리상태에서 진술되거나 작성된 것으로 의심되므로, 원심에서 유죄의 증거로 든 피고인과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 및 참고인들에 대한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나 진술조서 등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피고인은 군검찰과 원심 법정에서는 업무상횡령 및 긴급명령위반의 점에 대하여 각 그 범의를 부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하므로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만 위법하게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위 당좌수표 및 총기 등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의 과정과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기록에 의하면 그 압수수색은 고문 등 가혹행위로부터 비롯되었거나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에 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되고, 압수수색 자체가 조서상의 명의자인 수사관이 아닌 수사권이 없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특히, 피고인 등에 대한 처음 조사는 쿠데타 모의사실과 □□회 가담여부 나아가 뇌물수수 등에 대한 것이고 무허가 총포 소지의 점은 피고인의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총기가 발견되어 이를 압수한 후에야 비로소 수사를 하게 된 것으로 판단되는바, 설사 피고인의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 시 적법하게 영장이 발부되었다 하더라도 과연 그 영장에 의하여 압수할 물건에 위 총기가 포함되어 기재되어 있었는지 매우 의심스럽고, 그 압수수색이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도 의심스러운바, 위 총기의 압수는 그 압수절차에서 수사기관의 절차위반행위로 인하여 압수에 관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이 침해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을 통하여 수집된 위 총기는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부대운영금을 횡령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 자신의 지인들로부터 그 용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부대운영과는 무관하게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 개인에 대한 격려금 내지 후원금 등을 지급받아 그 돈을 피고인으로 하여금 관리하게 하면서 자신의 판단하에 부대운영금 등으로도 사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계엄업무 수행 등에 필요하고도 중대한 용도에 사용하도록 영달된 정보비 등이 위 돈에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당시 그 금액이 얼마 남아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으며,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 개인적으로 받은 돈과 위 정보비 등을 구분하기도 어렵고, 더욱이 군대 직속상관인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의 명령에 따라 위 금원을 관리하던 피고인으로서는 위 금원이 누구에게서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에게 전달되었고, 그 용도가 어떻게 제한되어 있었는지를 알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 피고인을 통해 보관하고 있던 위 금원이 국가 또는 수도경비사령부의 소유라거나 피고인과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 국가나 수도경비사령부를 위하여 위 금원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이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위 금원을 횡령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마. 긴급명령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공소외 2 경영의 ○○기업사라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었음에도 관할 세무서장에게 이를 신고하지 않았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긴급명령이 그 신고대상으로 하는 사채는 개인사채가 아니라 기업사채인 것은 긴급명령 제10조 의 규정상 명백한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2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진술과 이 사건 당좌수표는 그 증거능력이 없고, 설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외 2 개인이 아니라 공소외 2가 경영하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증인 공소외 2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과 그밖에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피고인이 공소외 2의 형인 공소외 6과 군복무를 함께 한 인연으로 공소외 2와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던 점, 공소외 2가 회사 및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서 당시 ◇◇은행 지점장인 공소외 8을 통하여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점, ○○기업사는 공소외 2가 사실상 개인 자금을 대부분 투입하여 경영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긴급명령이 있은 후 공소외 2에게 연락하여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물어보자 공소외 2가 기업 사채만 신고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과의 개인적인 채무관계는 신고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2에 대한 사채가 개인 사채로서 위 긴급명령상의 신고대상인 기업 사채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긴급명령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바. 총포화약류단속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이 사건 총기들을 소지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 제출된 압수된 총기 6정(증 제31 내지 36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고, 피고인이 이 법원에서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이 사건 총기들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보강증거가 없고, 달리 피고인이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 사건 총기들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나아가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었다는 군용 엠2 칼빈총은 군수용으로 제조된 것으로서 소지 허가의 대상이 되는 총포라고 보기도 어렵다).

사. 소결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에 한하여)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함에도 원심은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에 한하여)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5항에서 본 바와 같이 각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형사소송법 제440조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최재형(재판장) 최병률 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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