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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0. 2. 11. 선고 2009나93321 판결
[부당이득금][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1외 1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명)

피고, 피항소인

모아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김동건외 2인)

변론종결

2010. 1. 21.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 2, 3, 4, 5, 6에게 각 106,549,200원, 원고 7, 9, 10, 11, 12에게 각 74,858,000원, 원고 8에게 76,332,4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9. 5. 8.부터 2010. 2. 11.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 2, 3, 4, 5, 6에게 각 106,549,200원, 원고 7, 9, 10, 11, 12에게 각 74,858,000원, 원고 8에게 76,332,4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구 주택법(2006. 5. 24. 법률 제79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의 규정에 의하여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공공건설임대주택 건축에 관한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2006. 3. 28. 성남시장으로부터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 후, 성남시 판교신도시 택지개발지구 A11-2 블록 위에 9개동, 585세대, 임대의무기간 10년의 공공건설임대주택(아파트)인 모아미래도 임대아파트(이하 ‘이 사건 임대아파트’라고 한다)를 건축하였다.

나. 피고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면서 최초 임대보증금(이하 ‘이 사건 임대보증금’이라고 한다)과 월 임대료를 아래 표에 적힌 바와 같이 정하여 공고하였는데, 그 각 금액은 별지 기재 관계 법령{구 임대주택법(2006. 9. 27. 법률 제8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2007. 3. 27. 대통령령 199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 고시(2004. 4. 2. 건설교통부고시 제2004-70호로 전문 개정된 것, 이하, ‘고시’라고만 한다)를 통칭한다. 이하 같다}에 의한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당시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인 연 3.45%의 비율에 따라 상호전환(임대보증금을 표준임대보증금보다 높게 정한 뒤, 표준임대보증금과 이 사건 임대보증금의 차액에 위 3.45%의 이율을 적용하여 해당액을 표준임대료에서 감하는 방식)하여 산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본문내 포함된 표
공급면적(㎡) 임대보증금(원) 월 임대료(원)
76.436(23A평형) 168,430,000 400,000
79.272(23B평형) 171,747,000 413,000
109.555(33A평형) 239,735,000 583,000
110.299(33B평형) 242,666,000 590,000

다. (1) 원고들은 입주자 모집공고에 따라 2006. 5.경부터 2009년경까지 피고와 사이에 별지 목록의 〈② 임대차목적물〉 해당란 각 기재 아파트에 관하여 임대차기간을 최초 입주지정기간 종료일 다음날부터 2년, 최초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위 표 해당란 각 기재와 같이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내용의 각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피고에게 그 각 임대보증금을 완납하였다.

(2) 당시 피고가 제시한 임대차계약서에는 평형별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고, 표준임대보증금이 아닌 전환임대보증금이라는 취지의 기재는 없이 ′임대보증금′으로 기재되어 있다.

라. 이 사건 임대아파트의 건설원가와 관계 법령에 의한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의 액수는 아래 표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공급면적(㎡) 건설원가 표준임대보증금(원) 표준임대료(원)
76.436(23A평형) 187,145,000 93,572,000 615,000
79.272(23B평형) 190,831,000 95,415,000 632,000
109.555(33A평형) 266,373,000 133,186,000 889,000
110.299(33B평형) 269,629,000 134,814,000 900,000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8호증, 갑 제12호증의 1 내지 11,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2 내지 4,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효력규정인 임대주택법 시행령 제12조 에 의하면 최초의 임대보증금은 어떠한 경우라도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임대보증금인 이 사건 임대보증금은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임대보증금은 표준임대보증금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으로서 원고들의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 임대주택법의 입법목적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의 다액이어서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 중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다.

(2) 관련 법령에 따르면 표준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상호 전환하려면 원고들의 동의가 있어야 함에도 피고는 표준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를 상호 전환하면서 원고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고, 원고들의 동의가 있다고 보더라도 피고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3조 제2항 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였는바, 그 동의는 효력이 없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임대보증금을 표준임대보증금으로 오인하고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피고에 의하여 유발된 동기의 착오이거나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대한 착오에 해당하고,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 중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한 부분은 이미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4)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의 상호전환에 관하여 전혀 설명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부작위에 의하거나 묵시적으로 원고들을 속여 원고들과 사이에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2009. 6. 24.자 준비서면 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 중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한 부분은 이미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5)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이미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여 각각 납부한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피고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면서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이 전환된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를 기준으로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혔고 원고들은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표준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호 전환에 관하여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또한, 원고들의 동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관련 법령은 효력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에 불과하므로, 피고가 수령한 보증금이 부당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3)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 체결 후 이 사건 임대아파트 건설원가를 알고도 각 임대보증금을 모두 납부한 뒤 이 사건 각 임대아파트에 입주하였으며, 그동안 임대보증금 등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는바,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추인한 것이다.

(4)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 내용을 모두 숙지하고도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임대보증금을 모두 납부하고 입주하였음에도 뒤늦게 임대보증금액수를 문제 삼는 것은 선행행위에 모순되어 신의칙에 반한다.

3. 판단

가.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결국, ① 원칙적으로 최초 임대보증금·임대료를 표준임대보증금·임대료에 의하도록 하면서, 이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대료의 일부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하는 것에 임차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관련 규정이 효력규정인지, 또는 이 사건 임대보증금의 액수가 원고들의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정도여서 임대주택법의 입법목적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지 여부, ② 만일 위 규정이 효력규정이라면, 구체적으로 이 사안에서 임차인의 동의가 있었다고 볼 것인지 여부, ③ 나아가 이 사건에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호전환이 임차인인 원고들의 동의가 없어 무효라면, 나머지 임대보증금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지 여부, ④ 끝으로 피고의 추인 및 신의칙 위반 주장의 타당성 여부인바, 이에 관하여 아래에서 차례로 살핀다.

나. 관련 규정의 효력규정 여부

(1) 임대주택제도

임대주택법은 임대주택의 건설·공급 및 주택임대사업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임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 임대주택법 제1조 ), 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차·사용하게 하다가 그 기간이 경과하면 무주택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구 임대주택법은 일정 호수 이상의 주택을 임대하고자 하는 자에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여( 법 제6조 제1항 ), 그러한 건설임대사업자에게 국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이 소유 또는 개발한 택지를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법 제7조 )하는 등으로, 저가에 택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국민주택기금을 건설임대사업자에게 장기저리로 융자하고( 법 제5조 제1 , 2항 ), 임대의무기간이 경과하면 이를 분양전환 당시의 감정가에 의하여 분양할 수 있도록 하여, 여러 가지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그러한 특혜에 따른 제한으로, 건설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을 5년 내지 10년간 반드시 무주택자들 중 일정한 절차를 거쳐 당첨된 사람들에게 임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관련 법규에 의하여 최초의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는 법령이 정한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여, 적정한 가격으로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를 책정하도록 되어 있다. 고시는, 위 표준임대보증금은 건설원가에서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공제한 나머지의 50%로 규정하되(고시 제2조), 임대차계약시 임차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사이에 상호전환이 가능하며, 이 경우 전환액에 대한 금리는 전환 당시 정기예금이율을 적용하도록 하였다(고시 제4조 가항).

(2)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호 전환의 경제적 효과

이 사건과 같이 임대료의 일부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하는 경우, 임차인은 표준임대보증금과 전환 임대보증금의 차액을 미리 납부하는 대신, 그 차액에 정기예금이율을 곱한 금액만큼을 매월 납부하는 임대료에서 공제받게 되는데, 이러한 전환 약정이 임차인 및 건설임대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래와 같다.

① 특히, 임차인이 임대보증금을 금융기관의 대출로 마련하여야 할 경우, 임차인에 불리하다. 일반인의 대출에 적용되는 이율은 보통 정기예금이율을 상회하는데, 임대료를 임대보증금으로 일부 전환하는 경우, 임차인이 그 전환 차액을 정기예금금리로 건설임대업자에 대여하는 것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임차인은 고율의 이율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임대보증금 차액을 대출받아 이를 건설임대업자에게 대여하는 것이 되어, 그 이자액의 차이만큼을 추가로 부담하는 결과가 된다. 반대로 건설임대업자의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대출을 통하여 임대주택 건축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하는데, 앞서 본 바와 반대로 표준임대보증금과 전환 임대보증금 차액을 정기예금금리로 임차인으로부터 차용하는 효과가 나타나, 그 상당액의 건설대금 상환에 대한 이자 부담을 덜게 된다.

② 임차인이 건설임대업자에게 미리 지급하는 임대보증금은 10년 후 분양전환 당시 분양가에서 공제되는데, 임대료 일부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하는 경우 분양전환시에 부담할 분양가에서 공제되는 금액이 그만큼 증가하므로 분양대금액과 임대보증금 금액 자체만으로는 차이가 없다. 한편, 분양대금으로 충당될 금원을 임대보증금으로 먼저 지급하는 점을 놓고 본다면, 화폐의 현금할인가치를 고려할 때 미리 지급하는 금액이 많을수록 임차인에게 불리한 면과 그 금액의 정기예금이자에 상당하는 임대료 감액이 이루어져 임차인에게 유리한 면이 동시에 있을 수 있으므로, 임차인의 자금사정과 그 활용 여건에 따라 유불리를 달리 판단할 수 있기도 하다.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안과 같이 임대료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하는 경우, 임대인인 건설임대업자는 이자 등의 금융 부담을 덜고 부채를 조기에 상환할 수 있고, 자기자본이 충분한 임차인은 미리 목돈을 임대보증금으로 지급함으로써 미래에 부담할 분양가격을 낮추고 매월 부담하여야 하는 임대료를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아니하고 대출을 통하여 임대보증금을 마련하여야 하는 임차인의 경우는, 원래 건설임대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대출이자를 추가로 떠안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3) 관련 법규의 효력규정 여부에 관한 판단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임대료의 일부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함에 있어 정기예금금리를 적용하는 경우 건설임대업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면이 있는 이상,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원칙으로 하고, 이와 달리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상호전환 하려면 임차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현행 법규는 강행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건설임대업자는 임차인에게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적용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과 같이 일률적으로 임대료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하여 임대차계약을 맺도록 할 경제적 유인이 크다. 즉, 이에 관한 관련 법규를 두고, 단속규정에 불과하므로 그 경제적 효과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면, 합리적 경제주체인 건설임대업자는 이 사건과 같이 임대보증금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할 개연성이 충분한데, 이는 목돈 마련이 어려울 수 있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임대보증금 등을 합리적인 금액으로 하여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는 관련 법규를 몰각시키고, 표준임대보증금에 관한 규정을 무용화할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이 표준임대보증금 관련 법규를 효력규정으로 보지 않는다면, 사회경제적 약자인 무주택 임차인들을 위한 관련 법규의 제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그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리고 임대주택법에 의한 공공건설 임대주택사업자는 임대차계약기간·임대보증금·임대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임대조건에 관한 사항을 관할 관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관할 관청은 그 신고 내용이 인근의 유사한 임대주택에 비하여 현저히 부당하거나 관계 법령에 의하여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관여할 수 있는데, 그 형식은 권고에 그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임대조건 중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다른 임대조건과 달리 직접 법규로서 법령이 정한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임차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상호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며, 그 전환금액에 대한 금리 역시 법규로 정하고 있는 점에서, 위 법규는 효력규정으로 봄이 상당하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표준임대보증금 이외에 임대료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한 액수가 표준임대보증금의 80% 정도에 이르게 되는데, 표준임대보증금은 건설원가에 국민주택기금융자금을 차감한 액수의 50%로 정해지므로, 위와 같이 표준임대보증금의 80%에 상당하는 돈을 추가로 임대보증금으로 지급받는다면 국민주택기금융자금을 제외한 건설원가의 대부분을 임대보증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반면, 자력이 부족한 사람은 임대분양을 받을 기회를 제약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차인의 동의 없이 위와 같은 규모의 임대보증금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무제한 허용한다면, 주택자금을 일시에 마련할 수 없는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을 임대 형식으로 공급하고, 그러한 임대사업에 참여하는 자에게 공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임대주택 공급 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음은 명백하다. 더구나 실제로 원고들 중 일부는 피고로부터 임차한 이 사건 임대아파트를 담보로 하여 이 사건 임대보증금의 80% 상당액까지 대출을 받기도 주1) 하였는데, 원고들이 위 대출을 받을 당시 대출이율은 이 사건 임대보증금의 환산이율 3.45%보다 높은 주2) 이율 인바(다툼없는 사실),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한 이 사건 임대보증금 납입을 위하여 적어도 그 이자액의 차이만큼을 임대의무기간(10년) 동안 추가로 부담하는 결과가 된다.

다. 임대보증금 전환에 대한 원고들의 동의 유무

다음으로,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이 사건 임대보증금, 임대료와 같이 전환하는 데 대한 원고들의 동의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임대보증금 전환에 대한 원고들의 동의를 주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원고들이 임대보증금에 대하여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1) 임대보증금 전환에 대한 임차인의 동의의 실질적 의미

위와 같이 임차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료의 일부를 전환 당시 정기예금이율에 의하여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임차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규정의 형식에 비추어, 원칙은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하되, 건설임대업자는 임차인에게 이와 달리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상호 전환하여 정할 것을 제의할 수 있고, 임차인이 스스로 전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그 문언 및 앞서 본 임대주택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고, 임대주택을 공급받으려는 사람이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의 상호 전환이 강제된 임대주택을 공급받는 것과 아예 임대분양을 포기하는 것 중에서 선택 여지를 둔 것을 위 고시가 말하는 ‘임차인의 동의’로 이해할 수 없다. 이 사건 임대아파트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개모집의 방법으로 임대분양을 하게 되므로 피고가 임의로 임차인을 선정할 수 없고 그 모집공고와 청약신청을 거쳐 당첨자를 결정하고 당첨자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포기하기 전에는 임대사업자는 당첨자가 무자격자라는 등의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모집공고 내용에 따른 임대차계약의 체결에 응해야 하며 당첨자로 발표된 자가 임대차 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추후 청약 신청에 있어서 불이익을 입는데, 원고들에게 표준임대보증금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져 있지 않다면 상호 전환된 임대차계약의 체결이 사실상 강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고시가 정하는 ‘임차인의 동의’는 표준임대보증금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부여된 경우에만 그 적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표준임대보증금으로 임대차계약 체결 가능 여부

갑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감사원은, 성남시가 일부 임대건설업자가 택지개발지구 내에 개발 중인 임대주택에 관하여 임차인의 동의 없이 상호 전환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만으로 임차인을 모집하는 내용의 입주자모집공고 등을 승인하였음을 들어,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에 위배되어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임차인의 선택권을 배제하는 위법한 승인으로 보아 담당 공무원을 징계토록 요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갑 제2호증, 갑 제12호증의 1 내지 11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입주자모집 공고에 있어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는 명시하지 아니하고, 전환된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만 알린 채, 보증금 타입란에 ‘전환’이라고만 기재하였을 뿐, 임차인의 동의하에 전환타입의 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취지의 문구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사실, 피고가 제시한 임대차계약서에는 평형별 임대보증금과 월임대료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고, 표준임대보증금이 아닌 전환임대보증금이라는 취지의 기재는 없이 ′임대보증금′으로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와 이 사건 임대아파트에 관하여 임대계약을 체결한 임차인들은 예외없이 모두 피고가 제시한 상호 전환된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임대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이 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입주자 모집공고의 경우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위와 같은 임대보증금 전환에 동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할 만한 배경지식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임차인에게 법규가 정한 원칙인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의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임대아파트의 임차인들에게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에 의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전혀 부여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므로, 피고가 임차인의 동의가 있었음을 이유로 표준임대보증금이 아닌 전환 타입의 임대보증금에 따른 임대차계약이 관계 법령이 정한 임대보증금에 관한 법적 제한을 준수하였다고 주장할 수 없다.

(3) 원고들의 동의 여부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면서 공고문 중 ‘보증금 타입’란에 ‘전환’이라고 기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상호전환 사실에 대하여 부가적인 설명이 없었음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이 사안에서, 위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위 기재사항만으로 임대료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인식하고 이를 동의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원고들이 임대료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동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는, 피고가 한 입주자 모집공고는 청약의 유인으로서 계약에 관한 청약을 하려는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약의 유인에 따른 내용을 숙지하고 청약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 할 것이며,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호전환 여부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점에 비추어, 원고들도 표준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상호전환되는 내용을 숙지하고 청약을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병기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전환’이라는 기재만으로 원고들이 그 전환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려운 바는 앞서 판단한 바와 같고, 그러한 상호전환 여부가 임대차계약의 중요한 부분인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사항이라면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피고 측에서 이를 명확히 설명하여야 할 부담이 있는 것이지, 반대로 중요한 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에 불과한 원고들이 이에 관한 기초 사실을 모두 조사하고 내용을 숙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피고의 입주자모집공고 내용만으로는 원고들이 표준임대료와 표준임대보증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비교의 가능성이 없었으며,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에게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 선택권이 박탈되었던 이상 그러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을 일응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호전환에 대한 진정한 동의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가 원고들의 동의를 내세워 임대차계약의 유효를 주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입주자모집공고가 있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피고와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보증금을 납부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호전환에 동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라. 일부무효

그렇다면, 임차인인 원고들의 동의 없이 정하여진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상의 임대보증금은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는 한도 내에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임대보증금 액수는 가분적이고, 위 각 증거 및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표준임대보증금을 기준으로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명백하여 보이며, 관련 법규에 의하여 임대건설업자인 피고가 임차인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고, 당첨자인 원고들과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에 의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피고가 원고들의 동의가 없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상호 전환할 수 없었더라면, 원고들과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에 의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임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당해 효력규정 및 그 효력규정을 둔 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볼 때 나머지 부분을 무효로 한다면 당해 효력규정 및 그 법의 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나머지 부분까지 무효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601 판결 ,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8다32501 판결 참조),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 중 임대보증금에서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는 부분이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 전체까지도 무효가 된다고 본다면 이는 무주택자들 중 일정한 절차를 거쳐 당첨된 원고들로 하여금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임대아파트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결국 무주택 서민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는 관련 법규를 몰각시키고, 표준임대보증금에 관한 규정을 무용화할 것이며, 사회경제적 약자인 무주택 임차인들을 위한 관련 법규의 제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그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일부무효의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중 임대보증금에서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는 부분만이 무효라면 피고로서는 표준임대료와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 임대료 차액에 달하는 금액을 손해 보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므로 일부무효의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원의 판단은 원고들이 그 선택에 따라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에 의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있다는 것일 뿐, 표준임대보증금의 적용을 받으면서 동시에 표준임대료보다 낮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대료의 적용도 받는다는 취지는 아니다. 위와 같이 원고들이 지급한 임대보증금 중 표준임대보증금을 넘는 부분이 무효인 이상 피고가 이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표준임대보증금과 이를 기초로 산정한 표준임대료를 내용으로 하는 부분만이 법적으로 유효하게 잔존하므로, 이를 기초로 하여 임대차계약에 정한 조건과 원고들의 입주시기 등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하여야 하고, 이미 지급한 임대료가 있다면 이와 같이 산정된 정당한 임대료를 기준으로 상호정산하는 법률관계가 형성될 뿐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기반을 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피고의 추인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무효인 법률행위를 추인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행위로 보기 위하여는 당사자가 이전의 법률행위가 무효임을 알고 그 행위에 대하여 추인하여야 하는 것인바, 갑 제3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들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추인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바.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사.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이미 지급한 임대보증금 중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한 금액인, 원고 1, 2, 3, 4, 5, 6에게 각 106,549,200원, 원고 7, 9, 10, 11, 12에게 각 74,858,000원, 원고 8에게 76,332,4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인 2009. 5. 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0. 2. 11.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제1심 판결 중 위 인용부분에 대한 원고들 패소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여, 피고로 하여금 원고들에게 위 각 금원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목록 생략]

판사 김창보(재판장) 이관용 한소영

주1) 피고의 2009. 6. 2. 답변서 p12 참조

주2) 원고 1의 대출이율 5.69%, 원고 2의 대출이율은 6.66%, 6.58%, 원고 6의 대출이율은 5,75%, 원고 8의 대출이율은 5.69%, 원고 9의 대출이율은 5.69%, 원고 11의 대출이율은 5.75%으로서, 환산이율보다 적어도 2.24% 이상 고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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