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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서울고등법원 2008. 10. 10. 선고 2008노184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증거인멸·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별검사임명등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및 특별검사

특별검사

조준웅

특별검사보

윤정석외 2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단원 담당변호사 조권탁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2와 특별검사의 같은 피고인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1) 사실오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삼성화재’라 한다)의 미지급보험금의 회계를 조작하여 자금을 유출하는 방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이하, ‘이 사건 비자금’이라 한다)이 영업현장격려금 등으로 사용된 것이 명백함에도, 원심은, 피고인 1이 현장격려금 등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원이 이 사건 비자금에서 지출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사실오인의 위법을 저질렀다.

(2) 법리오해

피고인 1이 이 사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1998. 법인세법의 개정으로 법인세법상 허용되는 접대비 한도액이 크게 감액되고 증빙서류의 구비 없이도 필요경비로 인정되던 기밀비가 2000.부터 완전히 폐지되는 상황에서 영업을 위해 필요한 영업현장격려금, 지점방문회식비, 법인거래처 관리비용(식음료 등 접대경비, 골프시 내기비용, 월드컵경기 입장권 구입비), 해외지점 사업승인 추진경비 등 회사를 위한 용도로만 이 사건 비자금을 사용하였을 뿐, 개인적인 용도로 이를 사용한 바 없으므로, 피고인 1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 1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함으로써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질렀다.

(3) 양형부당

피고인 1에 대한 제반 양형조건들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000,000원)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

나. 피고인 2-양형부당

피고인 2에 대한 제반 양형조건들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

다. 특별검사

(1) 법리오해

(가)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① 미지급보험금은 다수의 보험계약자의 이익과 직결되므로 대차대조표상 기타부채로 적립하여 금융감독원에 보고·공시 등을 해야 하고, 이를 허위기재하면 제재를 받는 등 보험회사의 중요 회계항목이며, ② 또한 미지급보험금은 그 청구시효가 만료되면 영업외 잡이익으로 수익처리가 가능하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위하여 영업외 잡이익으로 처리하지 않고 계속하여 미지급보험금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③ 이 사건의 경우 미지급보험금의 지급처리로 인하여 연말에 대차대조표에 계상해야 할 부채가 감소하게 되며, 향후 실제 미지급보험금의 청구가 있게 되면 사후 경비처리는 불가능하므로 결국 별도의 회사 자산에서 이를 지급하는 수밖에 없고, ④ 미지급보험금은 보고·공시 사항으로서 재무제표에 책임준비금보다 더 명확히 반영하여야 할 항목이므로 지급·미지급 여부를 특정하여 정확히 재무제표에 반영하여야 할 성격의 자금이며, ⑤ 이 사건과 같이 미지급보험금을 지급한 것처럼 처리하게 되면, 재무제표에 허위기재 되고 허위보고 및 공시가 되어 결국 보험료 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⑥ 한편, 용도가 특정된 자금인지 여부는 별개의 통장에 의한 관리 등 물리적으로 별도로 보관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며, 그 항목 용도가 아님에도 그 용도인 것처럼 허위 회계처리를 하고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의하여 판가름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미지급보험금은 용도가 특정된 자금이 틀림없고, 피고인 1이 회계조작을 통해 미지급보험금을 지급한 것처럼 처리한 것은 그 자체로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 사건 비자금의 용도특정 자금으로서의 성격을 부인하고 미지급보험금의 회계를 조작하여 금원을 유출하는 순간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나) 피고인 2에 대한 부분

1) 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별검사임명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

① 국민은 수사를 수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적어도 특별검사의 압수수색이 개시된 이상, 피고인 2에게 이를 수인하여야 할 의무는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② 위 피고인이 이 사건 전산데이터를 삭제하는 바람에 특별검사가 그 수사기간을 모두 허비하여 피고인 1에 대하여 겨우 일부의 범죄사실만을 밝혀내는데 그쳤으며, ③ 위 피고인이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거나 제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 피고인은 범행을 입증하는 결정적 자료인 전산자료 자체를 삭제하였으므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거나 제출하는 것보다 더욱 중대한 수사방해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되어야 하고, ④ 위 피고인의 전산데이터 삭제행위로 인하여 특별검사가 소기의 압수수색결과를 얻지 못했으며, 이로 인하여 새로이 수회에 걸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을 실시하여 극히 일부분의 횡령혐의를 밝혀내는데 그쳤을 뿐이고, ⑤ 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이미 삭제된 증거자료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으므로 특별검사의 수사는 확정적으로 방해받은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의 전산데이터 삭제행위는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되어야 할 것이며, 그 증거조작의 결과 특별검사가 그 진위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를 하더라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질렀다.

2) 증거인멸죄와 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별검사임명등에관한법률위반죄의 관계

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별검사임명등에관한법률(이하, ‘삼성특검법’이라 한다)상의 위계직무수행방해죄의 입법취지는 시간과 인력 등 모든 면에서 한계를 가진 특별검사에 대한 수사방해 행위를 시급히 수사·처벌함으로써 이를 배제하고 특별검사의 수사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므로 삼성특검법상의 위계직무수행방해죄와 형법상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그 입법목적과 보호법익이 완전히 다르고, 특히 삼성특검법은 직무수행방해죄의 구성요건으로 ‘위계’ 이외에도 형법상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는 없는 ‘위력’이라는 요소를 추가하고 있으며, 그 법정형도 형법상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보다 더 높은 점 등에 비추어 형법상의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는 다른 새로운 범죄와 형벌이 창설된 것이 틀림없으므로 형법상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증거인멸죄의 죄수에 관한 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삼성특검법상의 위계직무수행방해죄의 처단형이 5년 이하의 징역으로서 벌금형의 선고도 가능한 형법상의 증거인멸죄보다 중한 범죄임에도, 원심이 형법상의 증거인멸죄가 삼성특검법상의 위계직무수행방해죄에 대하여 법조경합관계의 하나인 특별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은 삼성특검법의 입법취지와 보호법익을 무시한 것으로서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2)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제반 양형조건들을 고려할 때, 원심의 위 각 형량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1995. 1.부터 2003. 1. 12.까지 삼성화재의 경영지원실장 또는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위 회사의 재무, 회계, 경리 업무를 총괄하였고, 2006. 5. 30.부터는 삼성화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위 회사의 경영 전반을 총괄한 사람인바, 1999. 1.경 삼성화재 전 경리팀장인 공소외 1 및 출납담당 경리과장인 공소외 2와 고객에게 지급하여야 할 미지급 보험금을 마치 지급한 것처럼 회계조작을 한 후, 삼성화재 당좌계좌에서 삼성화재 직원 등 명의의 차명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린 다음, 이를 현금으로 인출하여 비정상적인 용처 등에 사용하기로 공모하고, 1999. 6. 22.경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87에 있는 삼성화재 경리파트 사무실에서, 피고인 1과 위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위 공소외 2는 삼성화재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회계원장상의 미지급 보험금을 마치 지급한 것처럼 회계 관련 전산데이터를 조작하고, 삼성화재 당좌계좌인 SC제일은행 계좌(계좌번호 생략)에 업무상 보관 중인 회사자금을 미리 개설하여 둔 삼성화재 직원인 박광호 명의의 하나은행계좌(계좌번호 생략)로 2천만 원을 송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02. 11. 22.까지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삼성화재 직원 등 명의의 14개 차명 계좌로 982,000,000원을 송금한 다음, 위 돈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하여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전달하거나 임원들의 골프 내기 비용 및 월드컵축구 경기 암표 구입 등으로 임의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

(2)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채용한 각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가) 1998. 12. 28. 법률 제5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인세법은 지출 증빙이 없는 경우에도 ‘기밀비’라는 항목으로 접대비 손금인정한도의 20% 범위 안에서 비용으로 인정하여 주었으나, 위 개정 법률은 접대비와 관련된 규정을 대폭 강화하여, 접대비가 손금 인정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또는 세금계산서 등 법적 증빙을 갖추도록 하였고, 기밀비는 아예 폐지하는 것으로 하되, 다만, 1999 사업연도까지는 접대비 손금인정한도의 10%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인정해 주었다.

(나) 피고인 1과 삼성화재 경리팀장 공소외 1, 경리파트 과장 공소외 2는 위와 같은 법 개정으로 기밀비의 지출이 어렵게 되자, 1999. 초경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사건 비자금을 조성하게 되었다.

(다) 삼성화재는 2003. 초경 새로운 회계시스템을 도입하였는데, 위 시스템에서는 회계처리에 대한 경리직원의 변경권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 후로는 이 사건 비자금과 같은 성격의 금원을 조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은 당시 삼성화재의 대표이사는 아니었지만 경영지원실장 또는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으로서 위 회사의 재무, 회계를 총괄하였다는 측면에서 대표이사의 행위에 준하여 판단함이 상당하다는 전제 아래,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1은 장차 없어지게 될 기밀비 명목 대신 이 사건 비자금을 사용한 것이므로 회사를 위한 용도라고 주장하나, 불법영득의사는 조세부과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법인세법이 그 사용금액에 대하여 법인세법상의 과세대상 소득을 산정함에 있어 손금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과거 법인세법상 기밀비의 사용이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세무회계상의 문제일 뿐, 그 용도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받는다면 형법상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점, ② 거래처에 대한 유흥 접대비, 거래처와의 골프내기비용 등의 경우 위와 같은 지출 명목이 회사 경영과정에서 사회통념상 정당한 비용 지출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인 점, ③ 그밖에 피고인 1이 현장격려금 등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원이 이 사건 비자금에서 지출된 것인지 알 수 없고, 현장격려금 등 직원들을 위한 비용과 거래처에 대한 정당한 영업비 등은 법인세법상 법인의 손금으로 처리될 수 있는 것이며, 회사 경영자에게는 그와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판공비 등이 책정되어 있었을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자로서는 그와 같은 용도로 책정된 금액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여야 하고 비자금까지 조성하여 이러한 비용을 지출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이는 점, ④ 법인세법이 기밀비 등의 지출을 손금에서 제외한 취지는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증빙 없는 기밀비 형태의 자금 지출이 가져오는 폐단, 즉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회사운영자금으로 볼 수 없는 자금의 지출 등을 막고자 함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지출제한은 그 자체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타당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인바, 따라서 위와 같은 현장격려금 등을 지출할 필요성이 있었다 할지라도 사회적으로 또는 적어도 삼성화재 내에서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한 형태로 지출되어야 할 것이지, 은밀하게 조성된 비자금을 가지고 지출할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형태의 자금 지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를 위한 지출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1에게는 이 사건 비자금의 사용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4) 당심의 판단

(가) 이 사건 비자금을 영업현장격려금으로 사용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그러나 이 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바, 피고인이 자신이 위탁받아 보관하고 있던 돈이 모두 없어졌는데도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일응 피고인이 이를 임의 소비하여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피고인이 위탁받은 돈을 일단 타 용도로 소비한 다음, 그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위탁받은 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며(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참조), 법인의 비자금 내지 부외자금이 법인 자체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된 것이라면 행위자에게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나, 그것이 행위자 개인이나 제3자의 사익을 위하여 사용된 경우에는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여야 할 것인데, 여기서 부외자금의 사용이 법인 목적인지 개인 목적인지의 여부는 그 사용의 주목적이 법인 이익을 위한 것인지 개인 이익을 위한 것인지, 사용에 관하여 법인 자금에 관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그 사용 목적이 불법적인 것인지 일반적으로 허용된 것인지, 사용한 비자금이 그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인 금액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1은 위 영업현장격려금의 지출필요성에 관하여 “당시 법인세법의 개정으로 1998.에는 법인세법상 허용되는 접대비 한도액이 크게 감액되었고, 기밀비의 경우 2000.부터는 완전히 폐지되었지만, 보험업계의 경우에는 여전히 영업조직에 대한 영업독려 등이 거래선의 유지·확보에 있어서 필수적이었으므로, 그 과정에서 법적 증빙을 구비하기 어려운 현금지출은 불가피하게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소하고 있는바, 당시 보험업계의 실정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피고인 1의 변소가 수긍되는 점, ② 공소외 2가 특별검사 수사과정, 원심 및 당심에서, 공소외 1이 특별검사 수사과정 및 원심에서, 공소외 4가 당심에서 “이 사건 비자금 중 일부가 영업현장격려금으로 지출되었다”고 각 진술하고 있으며, 이 사건 비자금 조성사실을 제보한 공소외 9도 특별검사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비자금은 삼성화재 임원들이 영업점을 방문할 때 현장격려금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하고 있어(증거기록 2077쪽) 이 사건 비자금 중 일부가 영업현장격려금으로 지출되었다는 피고인 1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비자금 중 영업현장격려금 명목으로 지출된 금액의 규모에 관하여는 당시 삼성화재의 마케팅담당 부장 또는 임원으로서 직접 자금을 사용하였던 공소외 4의 진술이 가장 객관적이고 신빙성이 있다고 할 것인데, 공소외 4가 당심에서 “영업현장격려금으로 지출한 돈은 1년에 적게는 8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정도였다. 영업현장격려금은 1999.부터 2002. 말까지만 사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그 후 공소외 4는 이를 번복하는 내용의 인증서를 제출하였으나, 그 제출경위 등에 비추어 위 인증서의 기재내용은 선뜻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이 사건 비자금 중에서 320,000,000원{=연간 최소한 80,000,000원×4년(이 사건 비자금 조성·사용기간인 1999.부터 2002.까지)}이 영업현장격려금으로 지출되었고, 또한 위 320,000,000원은 그 위탁자인 삼성화재를 위하여 사용된 것으로 인정되므로, 위 금원의 지출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 1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그밖에 특별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원심은, 위 320,000,000원의 사용 부분에 대해서까지 피고인 1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1의 이 부분 주장은 위 320,000,000원의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나) 이 사건 비자금의 나머지 사용처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도280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앞서 본 사유들에,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먼저 지점방문회식비와 관련하여서는, ㉠ 특별검사 수사과정에서는 이에 관한 아무런 진술이 없었다가 원심에 이르러 비로소 이에 관한 진술들이 나오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그 총액에 관한 언급은 없었는데, 당심에 이르러 비로소 공소외 2가 “이 사건 비자금 중 지점방문회식비로 사용한 금액이 약 8천만 원이었다”고 진술하는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술내용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어 경험칙상 이례적이라고 할 것이고, ㉡ 이 사건 비자금이 지점방문회식비로 지출되었다는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공소외 2의 원심 및 당심에서의 각 진술, 공소외 1의 원심법정 진술, 공소외 4의 당심법정 진술 등이 있으나, 위 각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려우며,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산출근거가 지나치게 막연하여 위 각 진술들만으로는 이 사건 비자금 중 지점방문회식비로 지출된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점, ② 법인거래처에 대한 식음료 등 접대경비의 경우, 이 사건 비자금이 법인거래처에 대한 식음료 등 접대경비로 지출되었다는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공소외 2의 특별검사 수사과정 및 당심에서의 각 진술, 공소외 1의 특별검사 수사과정에서의 진술, 원심에서 제출된 공소외 5의 진술서의 기재 등이 있으나, 위 각 증거들은 선뜻 믿기 어렵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금액에 관하여 공소외 2와 공소외 5의 각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등 그 산출근거가 지나치게 막연하여 위 각 진술들만으로는 이 사건 비자금 중 법인거래처에 대한 식음료 등 접대경비로 지출된 금액이 얼마인지와 위와 같은 접대경비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지출된 것인지에 대하여 전혀 알 수 없는 점, ③ 거래처와의 골프내기비용의 경우, ㉠ 공소외 2의 특별검사 수사과정, 원심 및 당심에서의 각 진술, 위 공소외 5의 진술서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비자금이 거래처와의 골프내기비용으로 일부 지출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산출근거가 지나치게 막연하여 위 각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비자금 중 거래처와의 골프내기비용으로 지출된 금액이 얼마인지와 위와 같은 골프내기비용이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지출된 것인지조차도 알 수 없고, ㉡ 설사 이 사건 비자금 중 일부가 거래처와의 골프내기비용으로 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인거래처의 의사결정권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하여 함께 골프를 치는 것까지는 회사의 영업목적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지 모르나, 단순히 골프게임의 흥미를 더하고자 도박성을 띤 내기까지 하는 것은 회사의 영업목적과의 관련성이 희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또 위와 같은 사용목적은 일반적으로 허용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④ 월드컵경기 입장권구입비의 경우, ㉠ 공소외 2의 특별검사 수사과정, 원심 및 당심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비자금이 월드컵경기 입장권구입비로 일부 지출된 사실은 인정되나, 위 각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비자금 중 월드컵경기 입장권구입비로 지출된 금액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알 수가 없고, ㉡ 또한 공소외 2는 당심에서 “당시 어떤 법인거래처에 월드컵경기 입장권을 제공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렇듯 막연한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비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관하여 제대로 설명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비자금 중 월드컵경기 입장권구입비로 지출된 금원이 삼성화재를 위해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 ⑤ 끝으로, 해외지점 사업승인 추진경비의 경우, ㉠ 이 사건 비자금이 해외지점 사업승인 추진경비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공소외 2의 특별검사 수사과정, 원심 및 당심에서의 각 진술, 공소외 1의 진술서의 기재 등이 있으나, 위 각 증거들은 선뜻 믿기 어려우며,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산출근거가 지나치게 막연하여 위 각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비자금 중 해외지점 사업승인 추진경비로 사용된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고, ㉡ 특별검사 수사과정에서는 그 지출금액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가, 원심 및 당심에서 비로소 공소외 2가 “2001. 중국 상해 지점과 2002. 베트남 지점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각 5천만 원씩을 지출하였다”고 각 진술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진술의 경과와 각 지점별로 아무런 차이가 없이 같은 금액을 지출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위 각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할 것이며, ㉢ 이와 관련하여 공소외 2가 당심에서 “해외지점 사업승인 추진경비는 삼성화재가 해외법인의 신규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요된 접대성 경비를 말한다. 이 사건 자금 조성 당시 아시아 등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해당 국가의 사업인허가를 받는 등의 과정에서 현금성 경비의 지출이 필요하였는데, 특히 금융업 인허가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 장기간에 걸쳐 많은 사람을 접촉해야 했기 때문에 그 지출수요가 더욱 많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진술내용에 비추어 이러한 비용이 일반적으로 허용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이 드는 점 등을 보태어보면, 결국 피고인 1이 이 부분 금원(662,000,000원)을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 점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을 탓하는 피고인 1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결국 피고인 1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영업현장격려금 320,000,000원의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나. 특별검사의 각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가) 원심의 판단

1) 인정사실

원심이 채택·조사한 각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가) 미지급보험금이란 보험금 청구권자의 청구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결정되었으나, 보험금을 수령할 정비공장 등 협력업체가 폐업하여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는 경우, 수령권자가 현금수령을 요구하고서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은 경우, 수령권자와 연락이 두절된 경우 등에 수령권자에게 지급되지 않고 있는 보험금을 말한다.

나) 이러한 미지급보험금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삼성화재의 영업외 잡이익으로 처리되나, 그러한 경우에도 위 회사의 보상원장과 출금원장에는 미지급, 미처리 상태로 각 표시되어 있으므로, 향후 보험금청구권자가 지급을 청구하면 시효완성에도 불구하고 보상담당자는 보상시스템에서 미지급상태가 확인되면 정상적인 보험금 지급절차에 따라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여 왔다.

다)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보험감독규정시행세칙,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 보험회사의 재무제표의 서식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에 따르면 미지급보험금을 “보험금의 지급이 확정된 금액 중 지급되지 아니한 금액과 장기 저축성보험의 미지급 만기환급금 및 중도환급금”으로 규정하면서 대차대조표의 부채 중 기타부채의 계정에 위치시키고 있었던 반면, 자산의 운영과 손익의 배분 등에 있어서 일반계정과 구분하여 별도로 관리되는 보험계약에 대한 부채와 적립금 등은 특별계정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었다.

라)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금, 환급금, 배당금 등의 지급이 확정된 금액으로 지급되지 아니한 미지급보험금은 지급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되어 있으나, 손해보험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미지급보험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2)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이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미지급보험금은 대차대조표상 부채 중의 하나로 별도로 계상되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용도가 특정되어 보관된 금원이라고 할 수 없는 점, ②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될 경우 미지급보험금은 삼성화재의 영업외 잡이익으로 처리되는 점, ③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는 삼성화재의 계좌로 입금되고 위 회사는 법령 등의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그와 같이 입금된 전체 금원을 재원으로 하여 자산운용 및 보험금지급을 비롯한 비용지급에 사용하므로, 위 회사로서는 미지급보험금이라 하더라도 회사 자산 중에서 지급하기만 하면 되고, 이를 반드시 미지급보험금이라는 별도의 자금으로 운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미지급보험금은 회사의 채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며, 용도가 특정되어 위탁된 금원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마치 미지급보험금이 지급된 것처럼 회계를 조작하여 위 금원을 유출하는 순간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나) 당심의 판단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고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미지급보험금이 용도가 특정되어 위탁된 금원인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미지급보험금은 용도가 특정되어 위탁된 금원이라고 할 수 없고, 특별검사의 주장과 같이 미지급보험금 항목이 재무제표에 기재되어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보고 및 공시의 대상이 된다는 등의 사유만으로는 이를 용도가 특정되어 위탁된 금원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밖에 특별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며, 거기에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을 탓하는 특별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 2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는 2004. 1.부터 2006. 12.까지는 삼성화재 정보기획팀장으로, 2007. 1.부터는 삼성화재 경영혁신실장으로 각 근무하면서 삼성화재 전산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 업무를 총괄하여 온 사람인바, 2008. 1. 25. 03:30경부터 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별검사 소속 검사 및 수사관들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삼성화재 본사 사무실 및 전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특별검사 소속 수사관들이 삼성화재 전산시스템에서 관리하고 있는 보험금 출금관련 데이터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삼성화재에 불리한 자료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삼성화재 정보시스템실장 공소외 6, 삼성화재 정보시스템실 대리 공소외 7, 삼성화재 경영관리파트 과장 공소외 8과 전산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던 출금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기로 공모하고, 같은 날 10:30경 피고인 2는 삼성화재 지하 주차장에서 위 공소외 6, 7, 8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지번 생략)에 있는 (빌딩명 생략) 10층 삼성화재 정보시스템실로 이동한 다음, 위 정보시스템실에서 피고인 2와 위 공소외 6은 전산작업자인 위 공소외 7에게 2002. 4. 1. 이전 보험금 출금관련 전산데이터를 삭제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위 공소외 8은 위 공소외 7에게 삭제하여야 할 전산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는 전산 테이블을 가르쳐 주고, 이러한 지시를 받은 위 공소외 7은 같은 날 11:39경 삼성화재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보험금 출금관련 전산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던 ‘PMTBAKTB’ 전산테이블을 삭제하는 대신 ‘PMTBBBTB’ 전산테이블을 새롭게 생성시키는 방법으로 삼성화재의 2002. 4. 1. 이전 보험금 출금관련 전산데이터를 삭제하여 위계로써 특별검사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하였다.

(나) 삼성특검법위반죄의 성립 여부

1) 원심의 판단

피고인 2가 위 공소사실 기재 전산시스템이 압수수색 당하게 되자, 이를 피하기 위하여 일부 전산데이터를 삭제하였다 하더라도, 전산시스템의 총괄 운영자인 피고인 2에게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위 전산데이터를 그대로 보관하여 두고, 수사기관에 위 데이터를 스스로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인 특별검사가 수행하던 업무는 삼성화재의 비자금조성 혐의를 밝히는 것으로서, 특별검사가 피고인 2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좌 조회 등의 통상적인 수사를 통해 그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기까지 하였던 점, 특별검사가 충분한 심사를 하는 경우 삼성화재의 전산자료가 변경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태였고, 실제로 이를 밝혀내어 비자금 조성행위를 추궁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행위는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거나 제출하는 정도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특별검사가 수행하던 위와 같은 직무수행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2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특별검사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2) 당심의 판단

이 사건 삼성특검법위반죄에 있어서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였다면 이 죄가 성립하고(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7724 판결 참조), 특별검사 등을 포함한 수사기관이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조사하여야 할 권한과 책무가 있는 것이며, 한편, 피의자는 진술거부권과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권리와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권리가 있지만 수사기관에 대하여 진실만을 진술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또한 수사기관에서의 참고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선서를 한 증인이 허위로 공술을 한 경우에 위증죄가 성립하는 것과 달리 반드시 진실만을 말하도록 법률상의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피의자나 참고인이 피의자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등의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진술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와 같은 허위의 진술과 증거만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불충분한 수사에 의한 것으로서 피의자 등의 위계에 의하여 수사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삼성특검법위반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나, 피의자나 참고인이 피의자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등의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하였고 그 증거 조작의 결과 수사기관이 그 진위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를 하더라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서 이 사건 삼성특검법위반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1609 판결 , 2007. 3. 29. 선고 2006도7458 판결 각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앞서 본 사정들에,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2는 적극적으로 피의사실에 관한 증거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불리한 증거를 삭제하는 데 그친 점, ② 피고인 2가 삼성화재의 출금관련 전산데이터를 삭제함으로써 특별검사가 이를 압수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검사의 압수수색이라는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침해한 것에 불과하고 압수수색 자체를 방해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점(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도312 판결 ,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102 판결 각 참조), ③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행위에도 불구하고 특별검사가 금융계좌 조회 등의 통상적인 수사를 통해 그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기까지 한 이상,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특별검사가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보태어보면, 피고인 2가 위계로써 특별검사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밖에 특별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을 탓하는 특별검사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삼성특검법위반죄와 증거인멸죄의 관계

1) 원심의 판단

가) 가사 피고인 2의 행위를 위계에 의한 특별검사의 직무수행방해 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특별검사는 원심 판시 증거인멸죄와 삼성특검법위반죄를 상상적 경합범으로 기소하였으므로 위 두 죄 사이의 관계가 문제된다.

나) 살피건대, 삼성특검법위반죄 조항은 특별검사의 수사라는 국가기능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형법상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같은 성격의 규정이며, 다만 공무를 특별검사의 직무수행으로 한정하고, 행위태양에 위계 외에 위력을 추가한 차이만이 있는 등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특수한 형태에 불과하므로 그 보호법익은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법익과 같은 “국가기능으로서의 공무, 특히 국가 사법작용”이라고 할 수 있고, 증거인멸죄의 보호법익 역시 “사법작용에 대한 국가의 기능”이라고 할 것이어서 보호법익을 같이 하는 점, 증거인멸죄는 증거를 인멸함으로써 사법기관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이므로, 특별검사에 대한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행위 중 증거인멸이라는 특별한 형태의 공무집행방해죄라고 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양 조항은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증거인멸죄는 삼성특검법위반죄의 특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죄라고 할 것이므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 이상 별도로 피고인 2를 삼성특검법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2) 당심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수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말하고, 법조경합은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수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1죄만을 구성하는 경우를 말하며, 실질적으로 1죄인가 또는 수죄인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대법원 2002. 7. 18. 선고 2002도66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란 어느 구성요건이 다른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이외에 다른 요소를 구비하여야 성립하는 경우로서 특별관계에 있어서는 특별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만, 반대로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특별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도6940 판결 참조).

나) 삼성특검법위반죄의 성격

삼성특검법 제18조 제1항 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특별검사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삼성특검법 형법 제137조 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유사한 위와 같은 규정을 둔 이유는 삼성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된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있어서의 불법행위 의혹과 수사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4건의 고소·고발 사건, 삼성그룹의 불법로비와 관련하여 불법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그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되었다는 의혹과 공직자에 대한 뇌물 제공 의혹사건”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위와 같은 처벌조항을 두지 않을 경우 특별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특별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러한 경우 특별검사로서는 다른 수사기관에 위 방해 행위에 대한 제거를 맡길 수밖에 없으며, 이는 특별검사의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수사에 큰 장애가 될 수 있어 위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반하는바, 위와 같은 별도의 처벌조항을 두어 특별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특별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여 이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위 각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증거인멸죄는 형사재판 및 징계심판기능 등 국가의 사법기능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 반면, 삼성특검법위반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시간과 인력 등 모든 면에서 한계를 가진 특별검사에 대한 수사방해 행위를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수사·처벌함으로써 특별검사의 수사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반면, 삼성특검법위반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특별검사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것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점, 삼성특검법위반죄의 법정형이 증거인멸죄보다 더 높은 점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죄의 구성요건이 삼성특검법위반죄의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외에 다른 요소를 구비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증거인멸죄가 삼성특검법위반죄에 대하여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증거인멸죄와 삼성특검법위반죄가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에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법조경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삼성특검법위반죄의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이상,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친 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특별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결국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고인 2의 양형부당 주장 및 특별검사의 같은 피고인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2의 행위는 특별검사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압수수색 중인 전산자료를 폐기하여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위태롭게 한 중대한 범행이라고 할 것이나, 위 피고인이 초범인 점, 위 피고인이 집행유예의 형만 선고받더라도 보험업법 등의 관련 규정에 따라 일정기간 금융기관의 임원이 되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 점 등과 그밖에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기타 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들을 더하여 참작하여 보면, 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점을 탓하는 위 피고인 및 특별검사의 위 각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이 662,000,000원을 초과한 삼성화재 회사자금을 횡령하였다고 인정한 부분에는 위에서 본 파기사유가 있고, 이 부분과 나머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는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바,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은 그 전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인 1의 양형부당 주장과 특별검사의 같은 피고인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모두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며,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하고, 피고인 2와 특별검사의 같은 피고인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 1에 대한 범죄사실 및 이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범죄사실 중 “1999. 6. 2.경”(원심판결 3쪽 위에서 2째줄)을 “1999. 6. 22.경”으로, “하나은행계좌(계좌번호 생략)로”(원심판결 3쪽 위에서 6-7째줄)를 “하나은행계좌(계좌번호 생략)로”로, “현금을”(원심판결 3쪽 위에서 10째줄)을 “현금 중 662,000,000원을”로 각 변경하고, “및 월드컵축구 경기 암표 구입”(원심판결 3쪽 위에서 10째줄)을 삭제하며, 증거의 요지에 “당심증인 공소외 2의 법정진술”을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 해당란의 각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이유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 양형이유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정상 참작)

양형이유

1. 미지급보험금은 그 사유 발생시 원수보험금 비용을 발생시키게 되고, 이로써 지급이 확정되어 보험요율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손해금에 반영되므로, 한번 원수보험금 비용이 발생된 이후 동일한 사유로 다시 위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이상, 손해금이 이중으로 계상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 비자금은 원수보험금 비용을 새로이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조성되지 않았고, 이후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금 지급청구를 하더라도 다시 원수보험금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영업외 잡이익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지급되었으므로 손해금이 이중으로 계상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 사건 비자금 조성행위는 보험요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미지급보험금은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가 경과하면 회사의 영업외 잡이익이 되는 점에 삼성화재는 보험금청구권자가 청구권 소멸시효 경과 후에라도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경우 보상원장을 확인하여 영업외 잡이익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여 왔던 점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비자금은 고객에게 지급될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1이 미지급보험금에 대한 회계조작을 통해 982,000,000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다음 그 중 662,000,000원을 임의로 사용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다.

2. 이 사건과 같은 비자금의 조성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저해하여 주주, 채권자, 거래당사자 등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기업과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림으로써 시장경제질서를 위협하는 결과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 1의 죄책은 가볍다고 볼 수 없고, 특히 보험회사와 같은 금융기관은 고객과의 신뢰가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더욱 중요한 점, 피고인 1이 평소 대외적으로 투명경영, 정도경영을 주창하고 있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이었으며, 삼성화재는 동종업계에서도 선두그룹에 있는 회사로서 도덕 경영의 모범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나 피고인 1이 이 사건 비자금 전액인 982,000,000원을 삼성화재에 변상한 점, 위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인해 삼성화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점,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그 동안 삼성화재의 발전에 공헌해온 점 등과 그밖에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기타 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들을 두루 참작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

무죄부분

피고인 1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나 (1)항에서 본 바와 같고, 그 중 피고인 1이 662,000,000원을 초과하는 삼성화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점은 위 2의 나 (4)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나머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서기석(재판장) 정재훈 이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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