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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9. 6. 11. 선고 2008나100529 판결
[신용장대금지급][미간행]
원고, 항소인

한국수출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윤용석외 3인)

피고, 피항소인

중국은행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김철만외 2인)

변론종결

2009. 5. 14.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875,870.02달러 및 이에 대한 2008. 2. 22.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2쪽 이하 ‘1. 기초사실’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상의 물품 크기 분석 기재내용이 신용장의 기재와 다르다는 이유로 외환은행의 신용장대금 2차 지급요구를 거절하였는바, ① 이 사건 신용장에 의하면 물품명세 중 총 수분, 회분함량, 총 유황, 총 발열량, 분쇄도에 관하여는 거절범위를 규정하여 일정한 기준치를 벗어나면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반면, 크기(SIZE)에 대해서는 거절범위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에 기재된 물품 크기가 신용장의 기재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피고는 그것을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고, ②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외환은행이 1차 지급요구시에 피고에게 제시한 선적서류 중 분석증명서에 물품 크기에 관하여 ‘SIZE ANALYSIS : 0~50mm: 75.21%'라고 기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1차 지급거절시에 물품 크기에 관한 하자를 주장하지 않아 이를 수용한 것이므로, 2차 지급요구에 대하여 더 이상 물품 크기에 관한 기재내용의 불일치를 하자로 주장할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수출보험계약에 따라 소외 1 주식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대금 청구권을 양수받았으므로, 신용장 개설은행인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875,870.02달러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① 이 사건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에 기재된 물품명세(크기)와 신용장의 그것이 불일치함은 문면상 명백하며, ② 그러한 불일치는 1차 지급거절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하자이므로 피고는 이를 이유로 신용장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 신용장통일규칙

먼저 이 사건 신용장의 법률관계에 관한 준거법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신용장에는 ‘가장 최신의 신용장통일규칙(UCP LATEST VERSION)이 적용된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신용장에 대한 법률관계는 이 사건 신용장 발행일 당시에 발효 중인 국제상업회의소 제정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이하 ‘신용장통일규칙’이라 한다)에 의하여 규율된다고 할 것이다.

나. 상업송장과 이 사건 신용장의 문언이 일치하는지 여부 등에 관한 판단

(1) 신용장통일규칙 제18조 c항은 ‘상업송장상의 물품, 서비스 또는 의무이행의 명세는 신용장상의 그것과 일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The description of the goods, services or performance in a commercial invoice must correspond with that appearing in the credit).

같은 제14조 e항은 ’상업송장 이외의 서류에서 물품, 서비스 또는 의무이행의 명세는, 만약 기재되는 경우, 신용장상의 명세와 저촉되지 않는 일반적인 용어로 기재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In documents other than the commercial invoice, the description of the goods, services or performance, if stated, may be in general terms not conflicting with their description on the credit).

같은 제14조 a항은 ’지정에 따라 행동하는 지정은행, 확인은행이 있는 경우의 확인은행 그리고 개설은행은 서류에 대하여 문면상 일치하는 제시가 있는지 여부를 단지 서류 만에 의해서 심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A nominated bank acting on its nomination, a confirming bank, if any, and the issuing bank must examine a presentation to determine, on the basis of the documents alone, whether or not the documents appear on their face to constitute a complying presentation).

(2) 이 사건 신용장의 물품명세에는 ‘크기(SIZE) : 0-100 MM : 100%'로 기재된 사실, 2차 지급요구시에 제시된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의 물품명세에는 ’크기 분석(Size Analysis) : 0~50mm : 75.21%‘로 기재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거나, 갑 제1호증의 1, 2, 3, 갑 제3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아울러,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은 매도인인 수익자가 매수인인 신용장개설 의뢰인에게 공급하는 매매목적물의 상품명세서 겸 출하안내서와 같은 것으로서 그 상품이 매수인이 제시한 매수조건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주요한 자료이므로, 상업송장에 표시되어 있는 상품명세는 신용장개설 의뢰인이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상품명세와 엄격하게 일치하여야 한다는 점을 종합하면, 위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의 각 물품명세와 신용장의 그것은 문면상 명백히 불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물품명세는 수출업자와 수입자간의 약정 내용이 그러하다는 것이고, 그러한 조건에 미치지 못할 경우 거절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거절수준에 해당하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지 단순히 물품명세의 문면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고, 특히 이 사건 신용장에는 물품의 크기에 대하여 허용범위에 대하여만 규정하고 있을 뿐 거절범위에 대하여는 별다른 기재가 없어, 물품에 대하여 요구하는 성질 중 크기와 관련하여서는 0mm에서 100mm까지에 해당하는 물품의 비율이 100%가 아니더라도 이를 벌금이나 보너스가 발생하는 사유는 물론 이 사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사유로는 삼지 않겠다는 뜻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하자를 들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직접적인 상품의 거래가 아니어서, 신용장거래는 그 기초가 되는 상품의 매매계약과는 무관한 별개의 거래로 취급되므로, 그 거래의 이행은 신용장에 기재된 조건과 형식상 엄격하게 합치할 것이 요청되고, 신용장 필요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엄격하게 합치하지 않을 경우 신용장 개설은행은 그 불합치를 이유로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 관하여 보건대, 신용장의 구체적인 명세내역에 의하더라도 크기가 0~100mm에 해당하는 물품이 100%에 해당한다는 것이 허용범위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굳이 거절범위를 기재하지 않아도 위 허용범위 0~100mm를 넘는 물품에 대하여는 지급을 거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이와 달리 크기와 상관없이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2차 지급청구시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에 기재된 물품내역은 0~50mm까지가 75.21%에 해당한다는 것일 뿐 나머지 24.79%에 해당하는 물품 크기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므로, 이 사건 신용장에 기재된 물품명세에 저촉되지는 않아도 명백히 불일치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일괄하자통지 의무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1)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c항은 ‘지정에 따라 행동하는 지정은행, 확인은행이 있는 경우의 확인은행 또는 개설은행이 결제 또는 매입을 거절하기로 결정하는 때에는, 제시자에게 그러한 취지로 한번에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When a nominated bank acting on its nomination, a confirming bank, if any, or the issuing bank decides to refuse to honour or negotiate, it must give a single notice to that effect to the presenter).

같은 조 f항은 ’개설은행 또는 확인은행이 이 조항의 규정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면, 그 은행은 서류에 대한 일치하는 제시가 아니라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If an issuing bank or a confirming bank fails to act in accordance with the provisions of this article, if shall be precluded from claiming that the documents do not constitute a complying presentation).

따라서, 개설은행인 피고가 신용장과 선적서류의 불일치 등의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경우 1회에 모든 하자를 통지하여야 하고, 차후에 다른 하자를 이유로 하여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개설은행 등의 이러한 일괄하자통지 의무는 통지 당시 존재하던 하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지 그 후에 새롭게 추가로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1차 지급요구시 제시된 선적서류 중 상업송장에 물품명세 자체가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고, 이에 외환은행이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에 물품명세를 보충하여 2차 지급요구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그 보충된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의 물품명세에 관한 서류심사 결과 위와 같이 그 물품명세 중 물품 크기에 관한 기재가 신용장의 그것과 불일치한 것이 발견되어 2차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외환은행의 2차 지급요구에 대하여 피고가 지적한 위와 같은 불일치 하자는 1차 지급거절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하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를 이유로 또다시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 이는 1차 지급요구시 제시된 서류 중 물품분석증명서에 신용장의 물품명세와 불일치하는 2차 지급요구시 보충된 상업송장의 물품명세와 동일한 기재가 있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비록 1차에 제시한 상업송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물품명세가 2차로 제시한 상업송장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은 1차로 제시되었던 다른 서류인 분석증명서에 포함된 내용과 동일한 내용으로서, 피고는 1차 지급거절시 위 내용을 하자로 지적하지 않음으로써 1차로 제시되었던 분석증명서에 포함되었던 기재내용을 수락한 것이어서, 외환은행으로서는 2차로 상업송장을 제시할 때 피고에 의하여 이미 수락된 분석증명서상의 위 물품명세와 일치하는 내용의 물품명세를 기재한 상업송장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피고가 2차 지급거절시 든 사유는 1차 지급거절시 없었던 새로운 하자가 아니라, 이미 1차 지급거절시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를 하자로 주장하지 않음으로써 치유된 하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3호증의 4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1차 지급요구시 제출한 분석증명서는 전체 물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에 따라 샘플링조사를 한 결과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가 1차 지급거절시 분석증명서의 물품크기에 관한 기재내용이 신용장 물품명세와 불일치한다는 점을 하자로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여, 위 부분 하자가 치유되었다거나 원고에게 이와 관련한 신뢰를 주었다고 볼 수 없고, 외환은행으로서는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에 분석증명서와 동일하게 물품명세를 기재할 수 밖에 없고 신용장 명세와 일치하게 임의로 기재할 수 없다는 점이 원고의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는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외환은행의 2차 지급요구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고의영(재판장) 권희 임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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