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영장 집행 직무를 집행 중이던 경찰관이 그 장면을 비디오 촬영하던 피해자에게 위법한 신체접촉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영장 집행 직무를 집행 중이던 경찰관과 그 장면을 비디오 촬영하던 비조합원인 여성피해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신체접촉행위는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접촉의 범주를 넘어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위 행위가 압수수색의 직무집행 행위 그 자체는 아니지만 그와 관련하여 행해진 행위라고 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선수)
피고, 항소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10. 9. 선고 97가소29686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7. 1. 10.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2, 갑 제8호증의 3, 5, 갑 제8호증의 4, 을 제1 내지 4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과 제1심 증인 이명숙, 최준호, 강호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1967. 6. 9.생 주부로서 이른바 노동자영상사업단에 소속되어 근로자관련 비디오를 제작하는 자이고, 소외 인은 서울지방경찰청 (이름 생략)경찰서 소속 경찰관인 사실, 위 소외인은 1996. 1. 9. 20:40경 서울 중구 회현동 1가 100의 48 남산빌딩 202호에 있는 전국병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위 경찰서 소속 경찰관 15명과 함께 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사실, 당시 위 노동조합 조합원들 다수가 압수수색 현장에 입회하여 위 경찰관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고, 원고 등 일부 비조합원도 이에 가세하여 압수수색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근접촬영하고자 위 경찰관들을 따라다니던 터라 조합원측과 경찰관들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된 사실, 그러던 중 같은 날 23:30경 압수수색 직무를 집행 중이던 위 소외인이 가까이에서 그 장면을 비디오촬영하고 있던 원고에게 다가가, 촬영한 내용이 텔레비전에 방영이 되느냐며 비아냥거리는 투로 묻고, 예쁘게 찍어 달라며 카메라렌즈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대는 등 위 촬영을 방해하다가 귀엽다고 하면서 손으로 원고의 뺨을 쓰다듬고 이어 손바닥으로 원고의 엉덩이를 2회 가량 두드리는 등 원고의 신체를 접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5호증의 일부 기재와 증인 강호의 일부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2. 판 단
무릇 법관의 영장에 의하여 특정한 장소를 압수, 수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그와 같은 공권력의 행사가 이를 감내해야 하는 상대방에게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야기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언행이 엄정하고 신중하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그 장소 내에 있는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여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살피건대, 위 소외인의 위와 같은 원고의 신체에 대한 접촉행위는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위 소외인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목적으로 향해졌다고는 보기 어렵고, 다만, 위 압수수색에 사실상 지장을 초래하는 원고 및 조합원들의 행위를 저지하려는 의도에서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세를 결여한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원고와 위 소외인 쌍방의 연령이나 관계, 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신체접촉행위는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접촉의 범주를 넘어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소외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성적인 흥분 또는 만족의 정도에 이르지 못한 이상 이는 성추행이라고 볼 수 없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성적접촉행위인 이른바 성희롱이라고 하는 것은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더 나아가 피고의 주장처럼 가해자의 성적인 흥분이나 만족을 충족시킬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참조), 한편,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는 위 압수수색의 직무집행행위 그 자체는 아니지만 그와 관련하여 행해진 행위라고 인정함에 부족함이 없다( 대법원 1991. 1. 11. 선고 90다8954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피고의 소속 경찰관인 위 소외인의 위와 같은 직무집행과 관련한 위법한 신체접촉행위로 인해 피해자인 원고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에 대하여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 원고의 나이, 직업, 가족관계 및 이 사건 신체접촉이 이루어진 경위와 그 방법 및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금액은 금 1,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1997. 1. 10.부터 이 사건 제1심판결 선고일인 1997. 10. 9.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