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등법원 2004. 1. 16. 선고 2003나3786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동삼건영 주식회사외 1(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석수외 2인)

피고, 피항소인

동래정씨 사암공파 종친회(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인중외 2인)

피고보조참가인

이종순(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조상희)

변론종결

2003.12.2.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8,116,920,000원을 수령함과 동시에 원고들에게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산 39-6 임야 42,593㎡에 관하여 2001. 11. 13.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3.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1) 원고 동삼건영 주식회사(이하 ‘원고 동삼건영’이라 한다)와 주식회사 한별건설(이하 ‘한별건설’이라 한다)은 2001. 11. 13. 피고로부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산 39-6 임야 42,593㎡(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대금 13,528,200,000원(평당 105만원)에 매수하였는바, 그 주요 계약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① 계약금 1,352,820,000원은 계약체결시, 중도금 4,058,460,000원은 2002. 4. 13.에, 잔금 8,116,920,000원은 2002. 9. 13.에 각 지급한다(계약서 제1조).

② 이 계약 체결 즉시 피고는 원고 동삼건영과 한별건설(이하 ‘원고 동삼건영 등’이라 한다)에게 사업추진에 필요한 인·허가 용도의 종중규약, 회의록을 제공키로 하고, 추후 관할관청에서 인·허가용 보완 통보시 토지사용승낙서를 발급하여 주기로 한다(계약서 제4조).

③ 매수인측인 원고 동삼건영 등의 사정으로 매수인 명의변경이 필요한 경우 피고는 원고 동삼건영 등이 지정하는 자를 매수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제공하기로 한다(계약서 제8조 제3항).

(2) 위 계약 당일 원고 동삼건영 등은 피고에게 계약금 1,352,820,000원을 지급하였다.

나. 고도제한조치 완화방침 발표

이 사건 토지는 인근에 공항이 있어 오랜 기간 고도제한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02. 1. 2.경 국방부장관이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성남지역 일대에 대한 고도제한조치를 2002년부터 완화하겠으며, 2002년도에 국회에 관계법령의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언론에 발표하였다.{그 후 2002. 8. 26. 법률 제6720호로 군용항공기지법이 개정되어 비행안전구역에서의 건축물의 고도제한이 지표면으로부터 12m 높이에서 45m 높이로 완화되었다( 위 법률 제8조 제2항 ).}

다. 피고의 증액 요청 및 계약금 배액 공탁

(1) 그러자 피고는 위와 같은 국방부장관의 발표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였음을 이유로 2002. 1. 9.경 원고 동삼건영 등에게 매매대금의 증액을 요청하였는데(피고는 “원고 동삼건영 등에게 ‘30억원’의 증액요청을 하면서 ‘증액변경이 없으면 피고 종중 대표자 등 임원들이 종중원들의 비난을 모면할 길이 없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도 통보하였다”고 주장하나, 30억원의 증액을 요청하였다거나 계약해제의 취지를 함께 통보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듯한 제1심 증인 정동우의 일부 증언과 제1심 법원의 피고 대표자 정수현에 대한 본인신문결과 중 일부는 모두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 동삼건영 등은 피고의 대금증액 요청에 대하여 구체적인 답변 없이 구두로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하였다(피고는 “원고 동삼건영 등이 ‘현실에 맞는 가격으로 증액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피고의 위 대금증액 요청에 대하여 원고 동삼건영 등은 아무런 확답을 하지 않고 있던 중, 원고 동삼건영의 이사 한화석, 한별건설의 대표 김상돈, 한별건설의 이사 유제일 등 3명은 2002. 2. 20.경 피고 종중 사무실을 방문하여, 피고 종중 총무 정동우에게, 한국주택은행 매봉역지점 발행의 액면금 2,029,230,000원의 자기앞수표 2장 합계 4,058,460,000원을 제시하면서 중도금으로 수령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3) 그러나, 정동우는 ‘피고 종중의 대표가 자리에 없어 수령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하자, 이에 한화석 등이 피고 대표자인 정수현과의 전화통화를 요청하였고 정동우를 통하여 정수현과 전화가 연결되자 정수현에게 중도금을 수령하여 줄 것을 거듭 요청하였으나, 정수현은 이를 거절하였다.

(4) 이에 한화석 등은 정동우에게 ‘중도금을 제공한 사실을 명확히 하겠다’고 하며 위 자기앞수표 사본에 서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여, 정동우가 위 수표 2장을 복사한 다음 그 사본에 자신의 서명을 해 주어 이를 교부받은 후 돌아왔다.

(5) 원고 동삼건영 등은 그 다음날인 2002. 2. 21.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2카합 61호 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2002. 2. 26.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같은 날 그 가처분등기가 경료되었다.

(6) 한편, 피고는 2002. 2. 25. 서울지방법원 2002년 금제1907호로 피공탁자를 원고 동삼건영 등으로 하여 계약금의 배액인 2,705,640,000원을 공탁하고, 원고 동삼건영 등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라. 원고들의 중도금 공탁

원고 동삼건영은 중도금 지급기일 하루 전인 2002. 4. 12.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2002년 금제1415호로 피공탁자를 피고로 하여 중도금 4,058,460,000원 전액을 공탁하였다.

마. 한별건설의 매수인 지위 양도

한별건설은 2002. 7. 8. 원고 주식회사 한건(이하 ‘원고 한건’이라 한다)에게 매수인 지위를 양도하고, 그 다음날인 2002. 7. 9.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서 제8조에 따라 매수인 지위를 위와 같이 양도하였으므로 한별건설로 된 매수인 명의를 원고 한건으로 변경하여 달라”는 취지의 통지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4, 5, 7, 갑 3-2, 3, 갑 6-1~4, 을 3, 11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한화석, 정동우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원고 한건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상 매수인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매수인 지위변경에 관한 계약서 제8조는 잔금지급과 소유권이전시 등기명의자 변경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서, 중도금 지급단계에서 자력이 불분명한 제3자로 하여금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인수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규정이 아니므로, 잔금의 이행제공이 없는 이상 원고 주식회사 한건이 매수인의 지위를 인수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2) 판단

살피건대, 당사자들이 이 사건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 제8조에 “원고 동삼건영 등의 사정으로 매수인 명의변경이 필요한 경우 피고는 원고 동삼건영 또는 한별건설이 지정하는 자를 매수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제공하기로 한다”라고 특별히 규정한 취지는, 장차 매수인이 변경될 사정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여 ‘변경된 매수인과 별도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편의상 그대로 계약상 매수인 지위의 승계를 인정하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다만, 위 조항에서는 매수인 변경을 규정하면서 잔금수령 및 소유권이전을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피고 주장처럼 ‘잔금 제공 이후에만 매수인변경이 가능하다’고 제한 해석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특히 계약 전후의 과정을 종합해 보면, 잔금 제공 이전에도 매수인 변경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계약당사자들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이미 중도금까지 변제공탁된 상황에서 매수인 지위의 양도가 이루어졌고, 원고들이 잔금지급과 상환으로 피고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고 있으므로, 위 계약조항에 따라 원고 한건에게 매수인 지위의 승계를 인정하는 것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착오 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인지 여부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은, ① 매도인인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고도제한조치의 완화’라는 중요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한 것으로서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취소하며, ②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던 피고가 이를 숙지하고 있던 원고 동삼건영 등과 사이에 무경험 또는 경솔로 인하여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2) 판단

살피건대, ① ‘고도제한조치의 완화’라는 국방부장관의 발표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중대한 부분은 아니었고, 계약 체결시 표시된 동기도 아니었으므로(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후에 발생한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의사표시가 착오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② 위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피고의 무경험 또는 경솔로 인하여 현저히 균형을 잃은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는지 여부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피고는 “ 민법 제565조 제1항 에 근거한 피고의 계약금 배액 공탁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은 적법히 해제되었다. 다만 원고 동삼건영 등이 그 전에 중도금 지급을 시도하였지만, 이는 이행의 착수로 보기 어렵거나, 이행기 전에 이루어진 이행의 착수에 불과하여 피고에게도 기한의 이익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동의가 없는 한 그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해제권 행사는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가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여 해제권을 행사하기 이전에 이미 중도금을 피고에게 현실로 이행제공하여 이행에 착수하였다. 다만 이것이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이지만, 피고에게 기한의 이익이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위 이행의 착수는 유효하다. 따라서 원고 동삼건영 등의 이행의 착수 이후에 이루어진 피고의 위 해제권 행사는 무효이다”라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1)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 에 의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계약내용에 들어맞는 이행 제공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다56954 판결 ,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등 참조).

2) 또한 그런 경우에 이행기가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원칙적으로 이행기는 그 기한의 이익이 매수인에게 있는 것이므로}, 매수인은 이행기(중도금 지급기일) 전에라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등 참조).[다만,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지 않을 뿐이다( 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 1997. 6. 27. 선고 97다9369 판결 등 참조).]

(나) 1) 위와 같이 민법 제565조 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취지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한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적어도 당사자 일방이 이행의 착수를 함으로써 계약에 깊이 빠져든 이후에는, 민법 제565조 에 근거한 해제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계약의 효력을 유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2)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 ① 매수인측의 이행기 전의 중도금 제공이 해제권 행사기한을 결과적으로 앞당기는 ‘이행의 착수’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② 이행의 착수로 인정된다면, 이행기 전에 이루어진 이행의 착수를 허용해서는 안되는 ‘특별한 사정’이 매도인측에게 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계약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계약법상의 대원칙과 아울러 계약의 구속력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계약금을 수수한다는 당사자의 의사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와 모순되는 민법 제565조 의 해약금제도는, 불가피하게 계약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측의 해제권 행사를 최소한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만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즉, ‘계약준수’라는 대원칙에 입각하여, ‘이행의 착수’의 개념은 완화하여 해석하고,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의 존재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또한 당해 계약 자체의 이행은 아니더라도, 그 계약의 진행을 전제로 하여 상당한 준비작업(예 : 진입로 확보를 위한 주변 토지의 매수와 설계비용의 지출 등)을 하였다면, 그러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다) 돌이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국방부장관의 위와 같은 고도제한조치 완화방침이 발표된 후 피고는 원고 동삼건영 등에게 매매대금의 증액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 동삼건영 등은 확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 동삼건영의 이사 한화석, 한별건설 대표 김상돈, 한별건설 이사 유제일 등 3명이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인 2002. 2. 20.경 피고 종중 사무실을 방문하여 피고 종중 총무 정동우에게 중도금 상당액인 액면금 합계 4,058,460,000원의 자기앞수표를 제공하였으나 피고가 수령하지 않은 사실, 피고가 그로부터 5일 후인 2002. 2. 25. 서울지방법원 2002년 금제1907호로 피공탁자를 원고 동삼건영 등으로 하여 계약금의 배액인 2,705,640,000원을 공탁하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대한 해제권을 행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갑 3-1, 갑 7, 8, 10, 13, 갑 11-1~6, 갑 12-1~4, 갑 14-1~47, 을 1, 을 2-1,2, 을 4-1,2, 을 5-1~4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한화석, 정동우의 각 일부 증언 및 제1심 법원의 피고 대표자 정수현에 대한 본인신문결과 중 일부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이전에는 이 사건 토지가 그 진입로도 없는 맹지이고, 게다가 고도제한 및 인허가 제한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택신축사업의 추진이 쉽지가 않아 여러 매수인들과 계약을 체결하려 하였으나 번번이 무산된 사실(갑 7), 한편 고도제한조치 완화에 대한 주민들의 요청이 계속 되었고 ‘당국에서 이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완화될 것이다’라는 소문은 이 사건 매매계약 이전부터 계속 퍼져 있었던 사실, 원고 동삼건영 등은 아파트 신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 체결 후 이 사건 토지로 진입할 수 있는 진입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그 주변토지인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산 37-1 임야와 같은 동 산 38 임야 등을 합계 26억 5천만원에 매수하였고(2001. 12. 13.~2001. 12. 21.), 아파트 건립을 위한 설계비로 6억원 정도를 지출하여, 사업추진비로 총 약 32억원 상당을 투입한 사실, 그런데 위와 같이 고도제한조치 완화방침이 발표되어 갑자기 이 사건 토지의 시가 상승이 예상되자, 그 7일 후인 2002. 1. 9.경 피고 대표자 정수현이 원고 동삼건영 등에게 구두로 증액요청을 하였지만, 그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한 바도 없고(30억원 요청사실이 인정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 종중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단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증액요청을 한 것에 불과한 사실(그 후에도 3~4회 증액 요청을 하였으나 역시 정식 경로로 요청을 한 것은 아니고 단지 희망의 의사 정도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 원고 동삼건영 등이 2002. 2. 20. 제공한 중도금을 피고가 수령하지 않자, 같은 날 피고에게 ‘매수인측이 제공한 중도금 전액을 즉시 수령할 것과 인허가용 토지사용승낙서를 발급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 이에 피고는 2002. 2. 22.에서야 종중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한 후 2002. 2. 25. 계약금 배액을 공탁하여 해제권을 행사하게 된 사실, 피고는 해제권을 행사한 이후인 2002. 4. 10. 개최된 종중 이사회에서 매매대금을 15억원~20억원 정도 증액하여 주면 재계약을 하기로 결의하고 그 내용을 그대로 원고 동삼건영 등에게 통보한 사실(갑 8), 그러나 원고 동삼건영 등과의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자, 피고는 다시 2002. 5. 22. 피고보조참가인에 이 사건 토지를 19,970,200,000원(평당 155만원)에 매도하였는데(‘2차 계약’이라 한다), 계속 시가가 상승하자 피고는 다시 2003. 9. 8. 유로아이종합건설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토지를 28,344,800,000원(평당 220만원)에 매도하고(‘3차 계약’이라 한다), 위 회사 앞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고 나서는, 2003. 9. 16.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위 2차 계약을 해제하니 계약금 배액을 수령하라’는 통지를 일방적으로 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라) 1) 사실관계가 그러하다면, 매수인측인 원고 동삼건영 등이 이행기 이전인 2002. 2. 20. 중도금 전액을 자기앞수표(자기앞수표는 당좌수표와 달리 그 지급이 보다 확실히 담보된다)로 마련하여 피고 종중 사무실에 찾아가 피고 종중의 총무에게 이를 지급하려고 하였고, 비록 그 장소에 피고 대표자가 없었으나 전화로 연결되었는데, 피고 대표자 및 총무가 그 수령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이상, 당시 원고 동삼건영 등이 사전 통보 없이 불시에 피고 종중 사무실을 방문하였다거나, 피고 대표자가 현장에 없었고 단지 전화로 연결되었다거나, 중도금 전액이 현금으로 제공된 것이 아니었다거나 하는 사유들은, 매수인측인 원고 동삼건영 등이 위와 같이 ‘중도금 전액을 제공함으로써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인정하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특히 원고 동삼건영 등은 이 사건 토지의 진입로 매수 및 설계비용 등으로 이 사건 계약금을 훨씬 넘는 다액의 비용을 지출한 점도 이러한 결론의 정당성을 더욱 확고하게 한다.}

2) 따라서 이와 같이 매수인인 원고 동삼건영 등이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매도인인 피고는 더 이상 계약금 배액 공탁이라는 방법으로 해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마) 1) 나아가 이 사건에서, 매수인인 원고 동삼건영 등의 위와 같은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어서는 안될 만한 ‘특별한 사정’, 즉 ‘약정한 이행기의 기한의 이익이 매도인인 피고에게도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면,

2) ① 피고가 해제권을 행사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고도제한조치 완화라는 우연한 사정이 후발적으로 발생하여 그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의 시가가 급격히 상승하였다는 사정 이외에는 별다른 계약 존속을 위협하는 불가피한 사정은 없는 점, ② 고도제한조치 완화방침도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소문이 있었고 피고도 이를 알고 있었던 상황인 점(제1심 법원의 피고 대표자 정수현 본인신문결과), ③ 그와 같은 시가 상승만을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거나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겠으니 이를 수령하라는 등의 아무런 의사표시나 그 이행제공도 없이, 단순히 원고 동삼건영 등에게 위 고도제한조치 완화방침 발표 후 불과 7일 만에 매매대금의 증액을 요청한 것 자체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체결한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여야 하는 민법 원칙에 어긋나 부당한 것이므로, 매수인측인 원고 동삼건영 등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거나 확답을 하지 않은 것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거나 신의칙에 위배된다고도 볼 수 없는 점, ④ 피고로서는 고도제한조치 완화방침 발표(2002. 1. 2.) 이후에 원고 동삼건영 등과의 협상이 원활치 않을 경우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었을 것이므로, 원고 동삼건영 등이 이행에 착수하기(2002. 2. 20.) 전에 스스로 먼저 해제권을 행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은 점, ⑤ 비록 매수인측이 사전 약속 없이 40억원이 넘는 거액을 중도금 지급기일을 1달 이상 앞 둔 시점에 지급하고자 한 것이 다소 이례적이기는 하나, 계약을 유지하고자 하는 매수인측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이행에 나아가는 것만이 당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점, ⑥ 피고는 시가상승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에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2차, 3차 거듭 체결하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계약금 배액상환이라는 동일한 방법으로 중복된 계약(피고보조참가인과의 2차 계약)을 해제하는 등, 해약금제도를 이용하여 스스로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계속 상실시키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3) 이 사건에서, 단지 시가상승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후 그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는 볼 수 없어 ‘피고를 당초의 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특히 불공평하다’거나 ‘피고에게 계약내용 변경요청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고, 그 밖에 매수인측인 원고 동삼건영 등에 의한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어서는 안 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도 판단되지 않는다.

(바) 결국, 이 사건의 매매계약의 효력을 유지하여 매매계약 당사자들을 그에 구속시키는 것이 정당하므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중간 결론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잔금 8,116,920,000원을 수령함과 동시에 원고들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01. 11. 13.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앞서 본 바와 같이 비록 피고가 유로아이종합건설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바 있으나, 이는 원고 동삼건영 등의 처분금지가처분 기입등기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가처분채권자(또는 그 권리승계인)인 원고들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이와 결론이 다른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게 그 이행을 명한다.

판사 이재홍(재판장) 정승원 이효두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