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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8. 8. 25. 선고 98나5267 판결 : 확정
[주주총회결의취소 ][하집1998-2, 164]
판시사항

은행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가 제기된 경우에 그 결의에 하자는 있으나, 결의의 내용, 회사의 현황, 현재의 경제상황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할 때 그 취소가 부당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은행의 주주총회결의가 절차상의 하자로 인하여 취소된다면 그 결의를 통하여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행한 일련의 정상화계획, 특별융자, 자본감소를 조건으로 한 정부의 출자, 부실채권의 매각 등이 무효로 돌아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함으로써 그에 따른 예금인출사태, 업무정지나 폐쇄조치 등에 의하여 도산의 위험성이 예상되고, 다른 금융기관들의 신인도 하락이나 금융위기의 발생까지 예상되는 경우, 그 결의를 취소하는 것은 당해 은행이나 그 주주 나아가 일반 국민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고 오히려 양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치거나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할 것으로 보여질 뿐만 아니라 주주총회결의의 하자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점 등에 비추어 주주총회결의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항소인

이내영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찬진)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제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기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12. 12. 선고 97가합32890 판결

주문

1.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위적:피고의 주주총회가 1997. 3. 7.에 한 별지목록 기재의 각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라고 한다)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예비적:이 사건 결의를 취소한다.

항소취지

주문 제1, 2항과 같은 판결.

이유

1. 당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원심에서 주위적 청구로 이 사건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이 사건 결의의 취소를 구하였는데, 원심법원은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으므로 당심의 심판범위는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된다.

2. 이 사건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당원이 설시할 판결 이유는 당심에서 추가된 피고의 주장을 다음 제3항과 같이 판단하고, 원심판결문 3의 다.항과 제4항을 다음 제4, 5항과 같이 고쳐 쓰는 것 이외에는 원심판결문의 그것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390조 에 의하여 이를 인용하기로 한다.

3. 추가로 판단하는 부분

피고는, 이 사건 결의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이후 개최된 피고 은행의 제118기 주주총회에서 이 사건 결의를 다시 추인하여 위 결의는 유효하게 되었고, 원고는 위 제118기 주주총회의 결의에 대하여 결의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한 바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결의에 대한 취소청구권도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결의 이후 1998. 2. 27. 개최된 피고 은행의 제118기 주주총회에서 이 사건 결의를 추인하는 내용의 결의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위 제118기 주주총회는 이 사건 결의에 의하여 선출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소집한 것인데, 이 사건 결의에 하자가 있음은 원심판결문 3의 나.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므로 하자 있는 결의에 의하여 선출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의결로 소집된 위 제118기 주주총회가 적법하다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위 제118기 주주총회가 적법하게 소집되었고, 그 결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그 이유 없다.

(또한 가사 위 제118기 주주총회의 결의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결의의 취소를 구할 청구권을 상실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4. 다시 고쳐 쓰는 부분(원심판결문 3의 다.항)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결의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하자의 정도가 경미하고, 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으며, 이 사건 결의 이후 피고 은행이 경영위기에 봉착하여 정부로부터 융자와 출자를 받는 등 회생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만약 이 사건 결의가 취소되면 그와 같은 회생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피고 은행으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므로 상법 제379조 에 의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이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나. 재량기각의 법리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에 있어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청구를 기각할 수 있음을 밝힌 상법 제379조 는 결의의 절차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결의를 취소하여도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이 되지 않든가, 이미 결의가 집행되었기 때문에 이를 취소하여도 아무런 효과가 없든가 하는 때에 결의를 취소함으로써 오히려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치는 것을 막고 또 소의 제기로써 회사의 질서를 문란케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이다( 대법원 1987. 9. 8. 선고 86다카2971 판결 참조).

다. 인정 사실

갑 제7호증, 을 제5호증의 1 내지 8, 을 제13, 14호증, 을 제15호증의 1 내지 3, 을 제16호증의 1, 3, 4, 을 제17호증의 기재, 당심 증인 조용수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이 사건 결의 이후 피고 은행은 거래 기업체이던 한보, 삼미, 기아 그룹의 부도로 인하여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대내외 신인도가 급격히 하락하여 심각한 유동성부족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금잔액은 1996. 2.경 26조원에 이르던 것이 1997. 8.경에는 24조원으로 감소하였다.

(2) 이에 따라 피고 은행은 1997. 9. 3. 이사회의 결의를 통하여 피고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업무용 부동산 중 38%를 매각하고, 총 점포의 10%를 통폐합하며, 총인원의 22%를 감축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의 경영정상화계획안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계획안과 그와 같은 경영정상화계획의 추진을 담보하기 위한 임원들의 사직서를 한국은행에 제출하고 특별융자를 신청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은행은 피고 은행이 자구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1조원을 연 8%의 이율로 융자하였다.

(3) 국제결제은행(BIS)은 은행들의 경영부실을 방지하고 경영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고, 한편 1998. 4. 1. 시행된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기관 경영지도 기준에 의하면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 이하인 은행에 대하여는 6개월 이내에 영업정지 또는 폐쇄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 은행은 거래 대기업들의 부도로 인하여 위와 같이 한국은행의 특별융자를 받고도 자기자본비율이 계속 하락하여 1997. 12.에는 자기자본비율이 -2.74%(BIS 기준, 이하 자기자본비율은 BIS 기준이다.)까지 하락하였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는 1997. 12. 22. 피고 은행에 대하여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확충 등을 포함하는 경영개선조치를 요구하였고, 1998. 1. 22.에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에 따라 피고 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하고 계속된 예금인출 등으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인정하여 정부에 피고 은행에 대한 출자를 요청하는 한편 같은 조 제3항 에 의하여 피고 은행에 대하여 자본감소를 명령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은행은 1998. 1. 17. 이사회의 결의를 통하여(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2조 제4항 에 의하면 같은 조 제3항 에 따라 자본감소를 명령받은 때에는 상법 제438조 내지 제441조 의 규정에 불구하고 당해 부실금융기관의 이사회에서 자본감소를 결의하거나 자본감소의 방법과 절차, 주식병합의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액면 금 5,000원인 주식 8.2주를 1998. 1. 30. 기준 같은 액면 주식 1주로 병합하여 자본감소조치를 취하였고, 같은 날 정부 및 예금보험공사는 피고 은행에 1조 5천억 원을 출자하였으며, 피고 은행은 액면 금 5,000원의 주식 3억 주를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에 배정하였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의 출자에 따라 피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7.15%로 향상되었다.

(4) 피고 은행은 1998. 1. 26. 이사회의 결의를 통하여 피고 은행 부실채권의 약 54%에 해당하는 2조 4,357억 원을 성업공사에 매각하였고, 이로써 피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8.1%로 다시 향상되었다.

(5)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국제통화기금(IMF)와의 협약에 따라 피고 은행의 출자분을 해외에 매각하여 외환위기를 타개하려 하고 있다.

(6) 피고 은행 이사회는 24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19명이 이 사건 결의를 통하여 선임되었고, 그와 같은 이사들이 참석하여 위와 같은 이사회결의를 하였다.

(7) 한편 이 사건 결의 중 제1항, 제2항의 결의 내용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아 이 사건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하였고, 그에 따른 집행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제3항의 결의내용은 개정된 은행법의 규정에 따라 이를 피고 은행의 정관에 반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라. 판 단

(1) 이 사건 결의 중 제4항에 관하여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결의 이후 피고 은행의 경영사정이 급속하게 악화되어 도산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나 이사회의 결의를 통하여 위와 같이 경영정상화계획을 마련한 다음 한국은행의 융자를 이끌어내고, 자본감소조치를 조건으로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의 출자를 얻고, 성업공사에 부실채권을 일부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순차로 취하여 겨우 자기자본비율을 -2.74%에서 8.1%로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약 이 사건 결의 중 제4항이 원심판결문 2의 나.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결의절차상의 하자로 인하여 취소될 경우 그와 같은 결의를 통하여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행한 위와 같은 일련의 정상화계획마련, 한국은행으로부터의 특별융자, 자본의 감소조치,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의 출자, 성업공사에 대한 부실채권의 매각 등은 모두 무효로 돌아가게 되어 피고 은행의 자가지본비율은 그와 같은 경영개선조치들이 이루어지기 이전인 -2.74%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 그와 같이 피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다면 지금과 같이 금융기관의 폐쇄, 업무정지 등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피고 은행의 24조원에 달하는 예금의 인출사태가 벌어질 것은 능히 예상되고, 그에 따라 피고 은행은 지급불능상태에 들어가고 금융감독원은 지도규정에 따라 피고 은행에 대하여 업무정지나 폐쇄조치를 명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게 된다면 피고 은행은 도산하고 그에 따라 주주나 선량한 일반 예금자들의 이익이 침해됨은 물론이고, 가뜩이나 국내은행의 대외신인도가 낮은 현실에서 피고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의 신인도까지 더욱 떨어져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피고 은행의 위치와 처해 있는 상황, 이 사건 결의가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인 파장에다가 이 사건 결의의 하자가 원심판결문 3의 나.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결의과정에서 결의에 찬성하는 주주들의 주식수를 정확히 계산하지 아니하여 과연 결의정족수를 충족시켰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경미한 점, 위 제3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비록 적법하게 소집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개최된 피고 은행 제118기 주주총회에서 이 사건 결의가 추인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결의 중 제3항을 엄격한 법률해석을 통하여 취소한다 하더라도 피고 은행 또는 주주, 나아가 일반 국민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고, 오히려 그 결의가 취소됨으로써 피고 은행이나 주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치거나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결의 중 제3항을 취소한다는 것은 부적당하다 할 것이다(물론 신용과 정직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인 피고 은행이 승인되지 아니한 관례에 집착하여 찬성하는 주주의 주식수를 제대로 헤아리지 아니한 것은 회의의 기본원칙과 법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고, 현재의 경제사정이 허락한다면 그와 같은 결의를 취소하여 법과 원칙의 엄정함을 체험하게 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결의 이후 우리들의 경제현실은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게 변화하였고, 적어도 그러한 시점에서 이 사건 결의를 취소하는 것은 부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정은 피고 은행이 앞으로 주주총회나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사무를 집행함에 있어 법원칙을 지키고 소수주주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크게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 결의 중 제1 내지 3항에 관하여

이 사건 결의 중 제1항, 제2항의 결의 내용이 회계처리를 위한 것으로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아 이 사건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하였고, 그에 따른 집행이 종료된 사실과 제3항의 결의내용이 개정된 은행법의 규정에 따라 이를 피고 은행의 정관에 반영시키기 위한 것이었음은 위 4의 다.의 (7)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이 사건 결의 중 제1 내지 3항을 취소하더라도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이 되지 않든가, 이미 결의가 집행되었기 때문에 이를 취소하여도 아무런 효과가 없든가 하는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위 4의 라.의 (1)항에서 인정한 사정들에 비추어 그 결의를 취소함으로써 오히려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일반거래의 안전을 해할 염려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결의 중 제1 내지 3항을 취소하는 것도 부적당하다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결의에 하자는 있으나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이를 취소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상법 제379조 에 의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명길(재판장) 김명수 김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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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법원 1997.12.12.선고 97가합32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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