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업주가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는 자에게 보험급여를 대체지급한 경우, 보험급여를 받을 자의 급여청구권이 소멸하거나 사업주에게 이전되는지 여부(소극)
[3] 사업주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으면서 사고로 인한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이 점에 있어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같은 법 제48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주는 사고에 따른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된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유족 등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지급한 것은, 자기의 채무 변제를 위하여 지급한 것이 아니고,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을 대체지급한 것이라 할 것이다.
[2] 사업주가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는 자에게 보험급여를 대체지급한 경우 보험급여를 받을 자의 급여청구권이 사업주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사업자가 수급권자의 위임을 받아 보험금을 대신 수령할 수 있을 뿐이므로,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유족이 사업주로부터 유족보상 일시금을 체당지급받았다 하여 유족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소멸하거나 사업주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7. 12. 13. 법률 제54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1항 , 제3항 , 제55조 제2항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3조 , 제48조 제1항 , 제3항 , 제55조 제2항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3조 , 제48조 제1항 , 제3항 , 제55조 제2항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원고
오경자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순호)
피고
근로복지공단
주문
1. 피고가 1996. 9. 24.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3호증, 갑 제2, 7호증의 각 1·2, 갑 제5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소외 망 황영석(1950. 5. 18.생)은 1995. 11. 22. 소외 엘지건설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충남 당진군 송악면 복운리 소재 서해대교 공사현장에서 비계공으로 근무하여 왔다. 그런데 1996. 7. 26. 11:40경 소외 윤보산업 주식회사 소속 기중기 운전사인 소외 1이 기중기를 조정하여 철선(wire rope)을 감아 올리는 작업을 하다가 위 망인이 작업중이던 발판 난간에 줄이 걸려 발판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위 망인은 바다에 추락하였고 결국 5일 후인 1996. 10. 31. 사체로 인양되었다.
(2) 위 망인의 처인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을 이유로 유족보상일시금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위 망인의 유족이 이미 위 엘지건설 주식회사 및 윤보산업 주식회사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포함하여 손해배상금 및 위자료 일체를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1996. 9. 24. 유족보상일시금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망인은 위 엘지건설 주식회사 소속 비계공으로 서해대교 건설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작업중의 사고로 사망하였으므로,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에 따라 원고가 위 망인의 유족으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보상일시금의 지급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위 망인의 유족이 위 사고의 가해자인 소외 회사들로부터 손해배상과 위자료 등을 지급받고 합의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8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하면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재해를 입힌 가해자로부터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은 때에는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되어 있으므로, 원고에게 보험급여의 지급을 거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
위에 든 증거들과 갑 제8, 12, 13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정성도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위 망인이 위와 같이 서해대교 건설공사장에서 사고로 사망하자, 원고 등 위 망인의 유족들은 위 망인에 대한 장례비와 당면한 생계비 등을 시급히 지급받기 위하여 1996. 8. 9. 소외 엘지건설 주식회사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보상일시금과 장의비를 포함한 손해배상 및 위자료로 금 153,000,000원을 지급받고 향후 위 사고와 관련된 자들로부터 위 사고를 원인으로 하여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전청구나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2) 원고 등은 위 엘지건설 주식회사로부터 위 합의금 전액을 지급받았고, 위 합의금에 포함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금을 체당수령함에 따라 그 보험금 수령권을 엘지건설 주식회사에 양여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판 단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7. 12. 13. 법률 제54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8조 제1항 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급권자가 이 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보험가입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 은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이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은 때에는 근로복지공단은 그 받은 금품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55조 제2항 은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또는 압류할 수 없으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험급여의 수령은 이를 가족 또는 사업주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면, 유족보상 일시금을 받을 권리 있는 자가 긴급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사업주로부터 그 보험급여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대체지급받았음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 있는 자의 명시적 의사에 의하여 확인되는 경우 그 사업주에 대하여는 보험급여의 수령을 위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법률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이 점에 있어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38826 판결 참조). 그러므로 위 법 제48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주인 소외 엘지건설 주식회사는 위 사고에 따른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된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 엘지건설 주식회사가 위 망인의 유족인 원고 등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지급한 것은, 자기의 채무 변제를 위하여 지급한 것이 아니고,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을 대체지급한 것이라 할 것이다.
한편 사업주가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는 자에게 보험급여를 대체지급한 경우 보험급여를 받을 자의 급여청구권이 사업주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사업자가 수급권자의 위임을 받아 보험금을 대신 수령할 수 있을 뿐이므로( 대법원 1994. 11. 18. 선고 93다3592 판결 참조), 원고가 엘지건설 주식회사로부터 위 유족보상일시금을 체당지급받았다 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소멸하거나 위 엘지건설 주식회사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가 위 엘지건설 주식회사로부터 유족보상일시금을 대체지급받음으로써 피고의 원고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의무가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업주인 회사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으면서 회사나 가해자에 대하여 사고로 인한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합의금 중 유족보상일시금에 해당하는 금액은 회사로부터 체당지급받았음을 이유로 그 금액의 수령을 회사에게 위임한 경우, 그 유족은 회사로부터 위 금액을 손해배상이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보상일시금으로 지급받은 것이라 할 것이고, 가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위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94. 11. 18. 선고 93다3592 판결 참조), 원고가 위 엘지건설 주식회사로부터 유족보상일시금 등을 포함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고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위 보험급여 상당액에 대하여 가해자인 윤보산업 주식회사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러한 권리를 전부 포기함으로써 피고의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가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전제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유족보상일시금 지급의무도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국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 지급의무가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주장이나 입증이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위 망인의 사망에 따른 원고의 유족보상일시금 지급청구권이 소멸하였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