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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고법 1995. 1. 17. 선고 94노2893 판결 : 확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하집1995-1, 553]
판시사항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작성되었는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 하여 증거능력을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경찰 및 법정에서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이 검찰 송치 직후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어 있음에도 그 후 검찰에서 5회에 걸쳐 피고인을 소환만 하고 아무런 조서도 작성하지 아니한 점, 피의자신문조서 말미에 찍힌 무인이 피고인의 진정한 무인인지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는 이유로 그 증거능력을 부인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인봉 외 1인

원심판결

서울형사지법 1994. 9. 17. 선고 94고합56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요지와 피고인의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의 제1점은, 피고인은 원심판시와 같이 합동하여 절도범행을 한 일이 없는데도 원심은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명력이 없는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이고, 피고인의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의 제2점은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먼저 위 첫째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은 그 판시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와 목격자인 류택호의 원심법정 및 검찰에서의 진술, 검사의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검찰주사 박찬민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등을 들고 있으므로 이들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보건대, 위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원심판시 혐의사실을 순순히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고, 한편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4도74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은 원심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위 조서의 진술자란의 서명, 그 옆에 찍힌 무인, 간인 등이 피고인의 것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이 검찰신문에서 원심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거나 그와 같은 진술이 기재된 조서내용을 열람, 확인한 일 등은 없고, 다만 위 서명, 무인 등은 피고인이 검사의 개괄적인 신문에 대하여 원심판시 내용과 같은 혐의사실을 부인하자 참여주사인 위 박찬민이 피고인으로 하여금 신문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백지의 조서용지에 미리 서명, 무인하고 간인을 하도록 한 것 뿐이며, 위 조서 중 내용기재부분 말미에 찍힌 무인은 피고인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그 성립의 진정을 다투고 있다.

그러므로,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에 있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쳤는지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첫째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범행사실을 시인하면서 경찰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위 범행을 자백하는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이 여러 번 소매치기로 복역한 사실이 있는데 어차피 부인해 보았자 자신의 범행이 감추어지는 것도 아니고 기왕 구속까지 되었는데 사실대로 말하고 선처를 받고 싶은 마음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은 경찰에 검거된 직후 구속되기 직전인 1994. 3. 19.자 피의자신문시에는 원심판시 장소에서 택시를 잡기 위하여 서 있었을 뿐 공범들과 합동하여 소매치기를 한 사실은 없다고 범행을 극구 부인하였고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도 한결같이 범행을 부인하였는바 절도의 실형전과 3범인 피고인이 유달리 검찰에서만 다른 공범이 검거되었다든지 또는 다른 증거가 보강되었다는 등의 사정변경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송치되자마자 처음부터 순순히 범행을 시인하였다는 점에 의아심이 들고, 둘째 당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서울구치소장 작성의 회보서의 기재에 의하면 담당 검사실에서는 위 자백조서를 작성한 1994. 3. 25. 이후에도 같은 달 26.과 28, 29, 30, 31일 등 5회에 걸쳐 피고인을 소환한 사실이 인정되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위 3. 25.자 피의자신문조서 이외에는 아무런 조서도 작성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우선 피고인이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와 같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하였다면 사안이 간단한 이 사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인을 소환하여 조사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고 더욱이 검사가 피의자를 소환하여 조사를 하였으면 부인하거나 자백하거나 간에 그 결과를 기재한 조서를 작성함이 원칙이고 아무런 조서도 작성하지 아니한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으로서(대법원 1982. 9. 28. 선고 82도1713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그가 부인하는 진술을 하자 조서도 작성하지 아니하였다고 변소하고 있는데도 검찰측에서는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 피고인을 소환만 하고 그 조서는 작성하지 아니한 이유가 쉽게 수긍되지 않는 점(수사기록에 편철된 참여주사 박찬민 작성의 수사보고서의 기재에 의하면 동인은 피해자인 공소외 박정미와 목격자인 위 류택호를 조사하기 위하여 같은 달 30.에야 그들의 집에 전화를 시도하였고 검사가 위 류택호에 대한 진술조서를 작성한 같은 해 4. 7.에는 피고인을 소환하지도 않은 점에 비추어 위 각 날짜에 피고인을 소환한 이유가 목격자나 피해자와의 대질신문을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셋째 피고인이 자신의 무인임을 부인하는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신문기재내용 말미(수사기록 30면)에 찍힌 무인부분은 당원의 경찰청장에 대한 무인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좌측측면 일부가 압날된 문형불상의 무인으로서 인주 오염 등으로 인하여 융선의 특징점(접합점, 분기점 등)을 식별할 수 없어 피고인의 진정한 무인인지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 점 등에 비추어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 관하여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증거능력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

또한 참여주사인 위 박찬민의 법정진술도 자신이 피고인을 피의자로 신문하면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할 때 피고인이 위 범행을 자백하였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어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위와 같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위 증언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1483 판결 참조)

끝으로 위 류택호의 검찰 및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은 일관하여 그 자신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여자친구인 위 박정미가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는데 피고인의 일행 3명이 그 뒷쪽으로 다가와 서성이는 것을 느끼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위 박정미의 핸드백이 뒷쪽으로 가 있고 열려 있기에 확인을 하여 보니 현금 40, 000원이 들어있던 검정색 손지갑이 없어져 그들을 의심하고 그들의 행동을 눈여겨 보았더니 자신이 서있던 곳으로부터 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지나가는 성명불상 여자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지갑을 빼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내용이나, 위 내용만으로는 공소제기가 되지 아니한 위 성명불상 여자에 대한 범행의 직접 증거가 됨은 별론으로 하고 역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 등이 위 박정미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고, 그 밖에 달리 피고인의 위 판시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공소사실은 증거에 의하여 인정하여야 하고 의심스러운 증거나 사실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위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박찬민의 진술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 위 판시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쓸 수 없고, 그 밖에 검사가 들고 있는 나머지 증거들을 종합하여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위 판시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측의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소매치기 일당인 공소외 인, 성명불상자와 합동하여, 상습으로 1994. 3. 19. 00:05경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사거리 소재 금강제화 앞길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던 피해자 박정미를 발견하자 위 공소외인 등은 주위에서 망을 보는 등 속칭 바람을 잡고, 피고인은 그 뒤로 접근하여 피해자가 어깨에 메고 있는 핸드백 지퍼를 열어 현금 40, 000원이 들어 있는 지갑 1개 시가 30, 000원 상당을 꺼내는 등 속칭 소매치기 수법으로 이를 절취한 것이다라는 것인바, 위 파기이유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현(재판장) 신명중 박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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