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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부산고법 1992. 6. 17. 선고 92노215 제2형사부판결 : 상고기각
[지방의회의원선거법위반][하집1992(2),504]
판시사항

가.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77조 제1항의 후보자비방죄에 있어서 "사실"의 의미

나. 위 후보자비방죄의 구성요건인 사실적시의 개념 및 사실주장인지 아니면 의견표현에 불과한지 여부의 구별기준

다. 위 후보자비방죄에 있어서 "비방"의 의미

라. 선거운동에 있어서 표현행위의 허부를 논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사정

마. 표현범죄에 있어서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와 이른바 반격권의 법리

바. 지방의회의원선거 후보자의 연설내용이 과거 다른 후보자가 언급한 정견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을 내용으로 한 것으로서 위 후보자비방죄에 있어서의 위법성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77조의 후보자비방죄는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이나 이른바 흑색선전 등 과열되고 불공정한 경쟁을 규제함으로써 후보자의 명예를 특별히 보호하고, 나아가 선거의 공정을 기하려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사실"로서는 반드시 악사, 추행뿐만 아니라 결과에 있어서 사람의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사실로서 후보자의 당선을 방해할 염려가 있으면 족하다.

나. 위 후보자비방죄의 구성요건인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발언내용이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인 경우에는 위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바, 사실의 주장인가 아니면 의견표현인가의 구별기준에 관하여는 표현내용과 관련하여 그것이 진실 또는 허위로 확인될 수 있는 것이면 사실주장임에 반하여, 그것이 옳거나 또는 그른 것으로 확정될 수 있는 것이면 의견표현이라고 구별함이 타당하고, 양자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에도 의견으로서의 요소가 우세하고 사실주장으로서의 의미가 무시될 수 있으면 의견표현으로 해석하여야 하지만, 가치판단이나 의견의 표현으로 보이지만 그 가치판단이 일정한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으면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위 후보자비방죄에 있어서 "비방"한다 함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로 합리적인 관련성이 없는 사실 예컨대, 선거와 관련이 없는, 즉 공직의 수행 능력이나 자질과는 무관한, 전혀 사적이거나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사항을 폭로 또는 공표한다거나 날조된 허구의 사실을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행해질 수 있다.

라. 정치적 영역에 있어서의 표현행위는 보통 의견의 성격을 갖게되며, 특히 선거운동에 있어서의 표현행위는 정치적인 의견의 투쟁이 최고도로 강화되는 상황속에서 행해지므로 보다 더 강한 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며, 후보자 상호간에는 정책논쟁과 상호비판에 의해 상대 후보자의 정견이나 과거행적의 오류와 약점을 폭로하고 상대방을 비판, 비난하는 과정에서 과장, 단순화, 비유 등 여러 가지 표현기법을 구사하여 상대방을 신랄하고 통럴하게 공격하는 것이 예사일 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발언을 대하는 선거인 역시 그러한 사정을 이해하므로, 선거운동을 즈음한 표현행위의 허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그러한 현상과 관행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마. 표현범죄에 있어서는 표현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여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민주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에 비추어 피침해이익과의 법익형량에 의해 후자의 법익이 보다 중한 경우에 한하여 연법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바, 이른바 반격권의 법리에 의하여 하나의 표현행위가 이전에 행해진 타인의 표현행위에 대한 대응으로서 이루어졌으며, 위와 같은 동기부여에 대한 상당한 대응으로서 양자 상호간에 균형성이 인정되면 연법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 및 파기사유

피고인의 이 사건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이 합동연설회에서 고소인을 비판한 것은 그를 비방할 생각에서 한 것이 아니고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표명에 불과한 것이며, 그러한 내용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은 공익에 부합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벌금 300,000원에 처한 원심의 양형은 현재 부산시의회의 문교사회위원회 간사 및 운영위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피고인을 위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하는 데 있다.

위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피고인의 항소 후 당심에 이르러 공소장을 변경하여 공소사실을 추가하고 당원이 이를 허가한 바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적법하게 변경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 그러므로 당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2. 사건의 배경과 경위

표현행위에 의한 범죄의 성부를 판단하고 그 표현행위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표현이 행해진 구체적인 배경과 정황을 도외시하고서는 올바른 해결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표현행위에 이르게 된 배경과 경과에 관하여 다음에 살펴보기로 한다.

① 공천경합과 공소외 1의 구속

1991년 3월의 기초의회 의원선거와 동년 6월의 광역의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부산진구 제1선거구 지역서도 시의회의원 선거의 준비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는데, 민자당의 위 선거구 공천과정에서는 부전1동 새마을금고 이사장 겸 동정자문위원과 민자당 정재문의원 후원회장으로 있던 공소외 1이 민자당의 공천을 받을 후보로서 가장 유력하였고, 민자당 부산시당 부위원장이었던 고소인이 경합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위 양인은 공천을 받기 위해 과열된 경쟁을 벌였고, 급기야는 동년 3월경에 시행된 기초의회의원선거시 공소외 1은 당시 부전1동장직에 있던 원심 상피고인으로 하여금 부전1동의 당시 통장 23인에게 금품을 제공하게 하여 사전선거운동을 한 죄목으로 구속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공소외도 구속되어 동장직에서 파면되었으며 부전1동의 전직 통장 23인은 불구속 입건되어 퉁장직에서 모두 해임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공소외 1이 누군가에 의해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 구속됨으로써 후보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었고 동인과 과열경쟁을 벌였던 고소인도 후보공천에서 제외되었다.

② 피고인의 민자당 공천과 입후보 상황

가장 유력하였던 위 양인이 배제되자 결국 이태리 타올회사를 경영하면서 양정 2, 4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직을 맡아 온 피고인이 민자당후보로 공천을 받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피고인은 민자당에 입당하게 되었다. 그러자 고소인은 민자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입후보하게 되었는데, 결국 부산시의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자당 후보로 피고인, 신민당 후보로 공소외 신인석, 민주당 후보로서 공소외 정재옥, 무소속으로서 고소인이 각각 입후보등록을 한 바 있었다. 위 고소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자당을 비난하고 동당의 공천과정에서 마치 금전적 부정이 있는 것처럼 말하여 피고인을 간접적으로 비난하였다.

③ 제1차 합동연설회에서 고소인의 연설내용

고소인은 6월 13일 양정국민학교에서 시행된 제1회 합동연설회에서 마지막 순번으로 연설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소위 중앙정치 하수꾼으로, 만났다 하면 다투고 싸움질하는 중앙정치판의 앞잡이가 되어야 할 정당공천 후보자님들이 있습니다. 신문에 보니까 공천과정에서 3억을 주었느니 5억을 주었느니 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같이 하신 정당공천 후보자님께서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공천이 되셨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나는 생각이 됩니다. 여러분, 만약에 신문 그대로 공천을 받았다면, 그 엄청난 돈을 어디서 무엇으로 본전치기 할런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당의 공천을 받은 정치권의 하수꾼들이 당의 비밀지령에 따라, 모처럼 부활된 지방자치제도에 먹칠을 하고 4백만의 의지를 모아 대 항도 부산을 살기 좋고 쾌적하게 이룩해 갈 신성한 시민의 의사당을 이념소굴의 싸움판을 만들어 욕설이나 퍼붓고 주먹다짐이나 하는 그런 난장판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누가 단언할 수 있습니까 ?…"

④ 제2차 합동연설회에서 피고인의 연설내용

피고인은 위와 같은 말을 듣고 6월 16일 제2차 합동연설회에서는 제1순번으로 연설하면서 의원후보의 자질과 바람직한 의원상을 강조하는 내용과 함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다음 내용의 연설을 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 같이 하고 있는 후보 중에 무소속에 속하고 있는 사람은 공히 부산시 당직자로 저보다 먼저 활약해 오다가 공천이 탈락되므로 인해가지고 그 당을 배반하고 그 당을 비방하고 그 과정이 잘못됐다느니 하는 허무맹랑한 비방을 하고 있으며, 선의의 공천경쟁자 중의 한 사람을 짓밟아 버릴 수 있는 그런 비양심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오늘에 와서는 무소속이라는 명목을 걸고 정당의 공천이 바로 지방자치제를 망가뜨린다는 유언비어를 내뿜는 이러한 비양심적인 후보자가 이 자리에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지방발전을 위해서는 너무도 섭섭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기목적을 위해서 아무데나 눈물을 흘리고, 아무데나 웃고 아무데나 비방하는 몰염치한 사람이 지방자치제의 대표자로서 어떻게 이끌어 가겠습니까 ?… 자기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하여 범전동 몇 명의 울음을 터뜨린 자가 있고 자기로 인해서 가정을 파괴한 자가 있습니다. 또 자기로 인하여 오늘 이 순간 이 더러운, 이 선전을 보기 싫어서 외유하고 있는 전 공천경쟁자 중에 존경하는 공소외 1 선생께 이자리를 빌어 존경해 마지 않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

선거 결과 민자당 공천을 받은 피고인은 1위 득표를 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고소인은 2위 득표로 낙선하게 되었는데, 고소인은 1961.6.25. 피고인을 고소하여 이 사건이 수사되게 되었다.

3.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1991.6.20. 실시된 부산시의회 의원선거에 부산진구 제1선 거구에서 입후보하여 당선된 자인데, 1991.6.16. 16:00경 부산 부산진구 범전동 소재 부산진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입후보자 합동연설회장에서 그 곳에 모인 선거구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면서 무소속으로 입후보한 공소외 고소인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위에서 본 제2차 합동연설회에서피고인이 행한 연설내용과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무소속으로 입후보한 고소인을 비방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다.

앞서 설시한 이 사건의 배경과 정황에 비추어 검사가 기소한 피고인의 위 연설내용을 분석하여 보면 피고인이 언급하는 대상은 경쟁후보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소속 후보인 이 사건 고소인을 지칭함이 당시 연설회의 참석 선거인들에게 승게 인식될 수 있었으며, 그의 최근 언행과 그의 성격이나 자질을 비판하고 선거인인 청중들에게 동인에게 투표하지 말도록 요청하는 내용으로 간추려질 수 있다. 즉, ① 고소인은 민자당의 부산시 당직자로 활약해 오다가 공천에서 탈락되자 당을 배반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의 공천과정이 잘못됐다는 등 주장이나 그것은 허무맹랑한 비방이고, 정당의 공천이 지방자치제를 망가뜨린다고 주장하나 그것은 유언비어에 불과하다(이하 공소사실 제1점이라 한다). ② 동인은 자기 목적을 위해서는 즉 당선되기 위해서는 아무데나 눈물을 흘리고, 아무데나 웃고 아무데나 비방하는 몰염치한 사람이다(이하 공소사실 제2점이라 한다). ③ 위와 같이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며, 목적을 위해서 수시로 표정을 바꾸는 동인은 지방자치제나 지방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없는 사람이니 의원으로 선출하여서는 아니된다(이하 공소사실 제3점이라 한다). ④ 고소인은 선의의 공천 경쟁자 중의 한 사람인 존경받는 위 전수를 고소하거나 문제삼아 그를 구속당하게 하여 짓밟아 버리고, 부전동 여러 명의 통장이 해직당하게 하여 가정이 파괴되게 하는 등 여러 사람에게 불행을 가져오게 하였다(이하 공소사실 제4점이라한다).

4. 후보자비방죄의 해석

가. 입법취지

검사는 피고인이 행한 앞서 본 위 발언내용에 대하여 이를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77조 제1항 의 후보자 비방죄로 기소하고 있다. 위 조항의 구성요건을 보면 "연설, 신문, 방송, 잡지, 벽보, 선거공보, 선전, 문서 기타 어떠한 방법을 불문하고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를 비방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77조 의 '후보자비방죄'는 제176조의 '허위사실공표죄'와 함께 선거시 당선을 목적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경쟁 후보자에 대한 중상모략과 인신공격 등을 자행하여 사회혼란까지 조성하였던 우리의 과거 선거현실에 대한 반성으로서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을 방지하여 후보자의 명예를 특별히 보호하고, 나아가 선거의 공정을 기하려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제176조가 허위사실 등을 공표하여 인신공격을 함을 규제함에 반하여 본조는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를 비방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들은 정치적 표현행위의 하나로서 선거운동에 즈음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적인 관련하에 특별한 해석을 요한다.

나. 선거의 의의와 선거운동의 한계

선거가 헌법상의 국민주권에 입각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과 통치권의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를 위하여 불가결한 제도이며, 선거의 공정과 선거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야 말로 이러한 선거제도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대원칙이라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선거운동은 이러한 선거의 시행에 있어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자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는 측면 이외에도 후보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정권의 행사로서 또는 정치적 의견표현의 기본권의 행사로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관한 논쟁을 통하여 국민의 지지를 획득한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선거운동에 의해 정기적으로 정권쟁취를 위한 정당간의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경쟁이 행해지고 그러한 정치적 토론의 계기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긴밀한 연관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선거운동이 비용의 절감 또는 선거공영제의 원리에 따라 제한받게 됨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을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거운동의 방법이나 시간 등 외적인 형식적인 측면의 제한이며, 선거운동으로서 행해지는 표현의 실질내용에 관하여는 보다 강한 정도의 자유가 추정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법률상의 제한은 그 한계를 갖게 된다.

다. 정치적 표현행위와 언론의 자유

정치적 영역에 있어서의 표현행위는 보통 의견의 성격을 갖게되고 헌법상 의견표현으로서 허용됨이 원칙이다. 특히 선거운동에 있어서의 표현행위는 정치적인 의견의 투쟁이 최고도로 강화되는 상황속에서 행해지는 것이므로 보다 더 강한 자유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후보자 상호간에는 정책논쟁과 상호비판에 의해 상대 후보자의 정견이나 과거행적의 오류와 약점을 폭로하고 자기만을 지지하여 주도록 설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상대방을 비판 비난하는 과정에서 과장, 단순화, 비유 등 여러 가지 표현기법을 구사하여 상대방을 신랄하고 통렬하게 공격하는 것이 예사일 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발언을 대하는 선거인 역시 그러한 사정을 이해하는 것이므로 선거운동을 즈음한 표현행위의 허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그러한 현상과 관행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라. 정치인의 지위와 그에 대한 정보의 한계

그렇다면 선거에 입후보한 경쟁자의 인적 사항에 관한 폭로와 공개는 어디까지 허용된다고 하여야 할 것인가? 오늘날 정치의 현실에서 선거가 정당에 대한 국민투표로 변질되어 정당국가적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하더라도 대의제의 본래적 의의에서 보아 국민의 대표로서 엘리트를 선출할 필요성이 부인되지 안는 한, 후보자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 및 전력 등 공직을 수행함에 필요하고 충분한 제반 조건에 관하여 유권자가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함은 명백하다.

한편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 정치가는 국민의 대표로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정의 수헹을 위임받는 관계에 있으므로 이와 같이 정치적인 역할이 크고, 존경을 요구할 인물인 경우에는 그에 대해 허용되는 의견표현의 범위도 특히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가는 상이한 정견의 지속적인 대결 속에서 자신의 견해를 실행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타인의 신랄한 공격에 대해서도 자신을 세워야 하는 지위에 있게 되고, 자기 인격의 부정적 측면에 관한 노출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국민의 정보욕구 또는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정치인 등에 관한 정보가 폭 넓게 공개되어야 한다 할지라도, 공적인 인사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사생활영역과 인격의 내밀한 국면이 있음을 유의해야 하며(예컨대 남녀간의 성적인 교섭에 관한 사항은 인간적 자유의 최종적이고 불가침한 부분으로서 어느 문화권에서나 유보되고 보호받는 영역으로 간주되며, 그에 관한 무단공개와 폭로는 인격적 모멸과 성격적 파멸을 초래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보호를 베푸는 것이 제국의 일반적인 법적 규율이다) 그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것은 특히 선거에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운동의 무질서로부터 위 후보자 개인의 최소한의 인격영역을 방위하기 위하여, 그리고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등 부당한 선거책략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입법된 것이 위 법조항들인 것이며, 위 조항의 적용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해석상의 원칙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5. 구성요건의 해당 여부-공소사실 제2,3점의 표현내용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로서 제시되고 있는 위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 177조 제1항의 후보자 비방죄의 구성요건이 정하는 것을 보면, 행위의 태양으로서 사실의 적시에 의한 비방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기소된 피고인의 연설내용에 과연 사실적시에 의한 비방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인바, 먼저 사실 적시의 개념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사실주장과 의견표현을 구별하는 입법상의 관행은 헌법적으로 보아 가치판단을 내용으로 하는 의견의 표현이 사실보고에 있어서 보다 넓은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언론 자유의 기본권 보호를 받는 한편, 사실의 주장 또는 전달에 있어서는 그 내용의 진부에 따라 허위의 사실주장은 제한을 받게 된다는 헌법상의 인식에 근거를 갖는 것이다. 사실의 주장인가 아니면 의견표현인가의 구별기준에 관하여는 학설상 여러 견해가 있지만, 표현내용과 관련하여 그것이 진실 또는 허위로 확인될 수 있는 것이면 사실주장임에 반하여, 그것이 옳거나 또는 그른 것으로 확정될 수 있는 것이면 의견표현이라고 구별하는 이론이 가장 실제적이고 타당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의 문제로서 위 양자의 구별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의 적시는 의견의 표현과 함께 행해질 수도 있고, 사실의 적시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견표현으로 채색하여 표현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상 언론은 자유라고 하는 원칙으로 보아 양자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에도 의견으로서의 요소가 우세하고 사실주장으로서의 의미가 무시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의견표현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지만, 일응 가치판단이나 의견의 표현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그 가치판단이 일정한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 문맥상 간취되는 경우에는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 비방한다 함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데, 주로 합리적인 관련성이 없는 사실, 예컨대 선거와 관련이 없는, 즉 공직의 수행능력이나 자질과는 무관한, 전혀 사적이거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사항을 폭로 또는 공표한다거나 날조된 허구의 사실을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행해진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해에 따라 위 공소사실을 검토하면 위에서 간추려 본공소사실의 4가지 점 중에서 제2점과 제3점의 표현내용은 상대 경쟁자에 대한 피고인의 주관적, 감정적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사실적시로서의 구체성을 결하며, 동인에 대한 불투표를 요청하고 있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실적시에 의한 비방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1점과 제4점에 나타난 표현내용은 위 고소인이 선거운동과정에서 또는 이전의 합동연설회에서 행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로서의 구체성을 가지며, 고소인의 위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그의 득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는 점에서 일응 위 법조가 정하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위 표현내용에 관해서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살핀다.

6. 위법성-전술 공소사실 제1점의 표현내용

표현범죄에 있어서는 표현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여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민주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에 비추어 피침해이익과의 법익형량에 의해 후자의 법익이 보다 중한 경우에 한하여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바, 이른바 반격권의 법리에 의하면 하나의 표현행위가 이전에 행해진 타인의 표현행위에 대한 대응으로서 이루어졌으며, 위와 같은 동기부여에 대한 상당한 대응으로서 양자 상호간에 균형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은 있정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공적인 의견의 경쟁 속에서 부정적인 판단의 요인을 준 자는 그의 품위를 저하시키는 것이라 할지라도 날카로운 반응을 원칙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고소인은 공직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이미 자신을 공공의 비판대 위에 세운 것이며, 이와 같이 자신의 결정에 의해 의견경쟁의 조건에 굴복한 자는 자기의 보호받을 가치있는 사적 영역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다. 나아가 고소인은 민자당의 공천에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제1차 합동연설회에서 정당의 공천에서 야기되고 있는 폐단과 정당이 지방자치제에 대해 미치는 해악에 관하여 정치적 견해를 밟힌 바 있었으므로(또 이것은 후보자로서의 당연한 정치적 표현의권리에 속한다) 그는 그가 제기한 사회적, 정치적 쟁점에 관하여 상대후보자나 언론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며, 그 비판이나 비난이 욕설하는 모욕적 내용이 아닌 한 아무리 격렬하고 신랄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감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피고인의 위 표현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변소하는 바와 같이 고소인은 민자당 공천을 신청하면서 공천에서 탈락하더라도 당을 비방하는 등의 해당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각서하였는데 탈락 후에는 곧 민자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제1차 합동연설회에서 피고인이 마치 민자당의 공천을 얻기 위해 금원을 제공한 듯이 흑막이 있는 양 발언했기 때문에 6월 16일 제2차 합동연설회에서는 피고인이 의원후보의 자질 및 바람직한 의원상을 강조하는 내용과 고소인이 제l차 합동연설회에서 한 공천과정의 금품관련설에 대해 해명하는 내용과 함께 이 사전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발언을 행하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부분의 표현내용은 사실적시에 의한 비방의 요건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위 고소인의 이전 행위에 대한 상당한 대응을 내용으로 하는 표현행위라고 하는 점에서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7. 유죄부분

가. 전술 공소사실 제4점의 표현내용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고소인은 선의의 공천 경쟁자 중의 한 사람인 존경받는 공소외 1를 고소하거나 문제삼아 그를 구속당하게 하여 짓밟아 버리고, 부전동 여러 명의 통장이 해직당하게 하여 가정이 파괴되게하는 등 여러 사람에게 불행을 가져오게 하였다"고 하는 점(공소사실 제4점)에 관하여 본다.

후보자비방죄에 있어서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한다고 하는 경우 사실의 의미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구성요건이 선거에 있어서 과열되고 불공정한 경쟁을 규제함과 동시에 후보자의 인격을 보호하는 데 있는 것임에 비추어 보면 여기서 말하는 사실로서는 반드시 악사 추행 등뿐만 아니라 결과에 있어서 사람의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사실로서 후보자의 당선을 방해할 염려가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된다. 신분, 인격, 경력 등은 물론 기술, 지능, 학력, 건강, 가문, 재산, 기타 사회생활에서 존중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후보자 자신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사실이라도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면 그에 해당한다. 그 사실은 공지된 여부를 묻지 아니하며 진실한 것이든 허위인 것이든 무방하나, 진실한 사실인 경우에는 위 법조 제2항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위 지방의회 의원선거를 즈음하여 위 지역사회에서는 그 지역의 유지였던 위 공소외 1이 구속되고 통장 23인이 해직당하는 사건이 있었던바, 위 사건의 발단이나 이를 문제화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점은 위 지역사회에서 큰 관심거리였고, 위와 같이 피해받은 통장 등은 위 지역사회의 여론을 형형하는 주도적 위치에 있었으며, 또 공소외 1의 지지자의 표를 얻는것 역시 선거 전에 있어서 무시하지 못할 일이었던 점에 비추어 본다면 고소인이 공소외 1을 고소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하였다고 암시적으로 주장한 피고인의 위 소위는 경쟁후보자인 고소인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동인이 하지도 아니한 사실을 동인이 하였다고 사실을 적시하여 동인을 비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위 소위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77조 제2항 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보건대, 위 위법성 조각사유는 표현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하여 행해진 것임을 요하는데, 기록상 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사실주장이 진실인 점에 관해 아무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피고인 자신도 고소인이 고소를 했다는 증거가 없음을 자인하고 있다).

나. 증거와 법령적용

당원이 유죄로 판단하는 위 피고인의 범죄사실은 피고인 및 증인 고소인의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검사 작성의 고소인, 이은동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진술 기재와 최계춘 작성의 녹취문 중 이에 부합하는 기재 등을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위 판시 소위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77조 제1항 에 해당하는바, 소정형 중 벌금형을 선택하여 소정금액 범위 내에서 피고인을 벌금 300,000원에 처하고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1일 금 10,000원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이나, 피고인에게는 앞서 본 여러 가지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59조 를 적용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 한다.

8. 결 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제1,2,3의 각 점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그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위 공소사실 제4점을 유죄로 하여 그에 대한 형을 선고하게 된 이 사건에서 주문에는 따로 무죄의 선고를 요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생략하기로 한다.

판사 박용상(재판장) 류수열 박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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