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도10768 판결
[상해][공2023하,2156]
판시사항

갑은 관장 을이 운영하는 복싱클럽에 회원등록을 하였던 자로서 등록을 취소하는 문제로 을로부터 질책을 들은 다음 약 1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복싱클럽을 찾아와 을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을이 갑의 멱살을 잡아당기거나 바닥에 넘어뜨린 후 목을 조르는 등 을과 갑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는데, 코치인 피고인이 이를 지켜보던 중 갑이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불상의 물건을 꺼내 움켜쥐자 갑의 왼손 주먹을 강제로 펴게 함으로써 갑에게 손가락 골절상을 입혔다는 상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당시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은 관장 을이 운영하는 복싱클럽에 회원등록을 하였던 자로서 등록을 취소하는 문제로 을로부터 질책을 들은 다음 약 1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복싱클럽을 찾아와 을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을이 갑의 멱살을 잡아당기거나 바닥에 넘어뜨린 후 목을 조르는 등 을과 갑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는데, 코치인 피고인이 이를 지켜보던 중 갑이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불상의 물건을 꺼내 움켜쥐자 갑의 왼손 주먹을 강제로 펴게 함으로써 갑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손가락 골절상을 입혔다는 상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① 을과 갑은 외형상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고, 당시 갑은 제압된 상태였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을 뿐더러 그 직전까지도 을과 몸싸움을 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으며, 몸싸움은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갑이 을에 대한 항의 내지 보복의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계획적·의도적으로 다시 찾아옴에 따라 발생하였고, 더구나 코치로서 관장과 회원 사이의 시비를 말리거나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위치에 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 둘 사이의 몸싸움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갑이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특정한 물건을 움켜쥔 채 꺼내는 것을 목격하자, 이를 갑이 상대방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것으로 충분히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일관하여 ‘갑이 호신용 작은 칼 같은 흉기를 꺼내는 것으로 오인하여 이를 확인하려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갑 역시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상해의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라고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갑이 가지고 있던 ‘휴대용 녹음기’와 피고인이 착각하였다고 주장하는 ‘호신용 작은 칼’은 크기·길이 등 외형상 큰 차이가 없어 이를 쥔 상태의 주먹이나 손 모양만으로는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므로, 당시 피고인은 갑의 주먹이나 손 모양만으로 그가 움켜쥔 물건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웠던 점, ③ 갑은 당시 왼손으로 휴대용 녹음기를 움켜쥔 상태에서 이를 활용함에 별다른 장애가 없었으므로, 만일 몸싸움을 하느라 신체적으로 뒤엉킨 상황에서 갑이 실제로 위험한 물건을 꺼내어 움켜쥐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 을의 생명·신체에 관한 급박한 침해나 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던 점, ④ 형법 제20조 의 사회상규에 의한 정당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들 중 행위의 ‘긴급성’과 ‘보충성’은 다른 실효성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지 ‘일체의 법률적인 적법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판례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적어도 주관적으로는 그 정당성에 대한 인식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에 충분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당시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재철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3. 7. 13. 선고 2023노5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성북구 (주소 생략)에 있는 (명칭 생략) 복싱클럽에서 코치로 근무하던 자이고, 공소외 1(33세)은 위 복싱클럽 관장이며, 피해자 공소외 2(17세)는 위 복싱클럽 회원등록을 하였던 자로서 등록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1로부터 “어른에게 눈 그렇게 뜨고 쳐다보지 말라.”라는 질책을 들었다.

공소외 1은 2020. 11. 4. 19:00경 위 복싱클럽 내에서 “내가 눈을 어떻게 떴냐?”라며 항의하는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당기면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고 하고, 출입문 밖 복도로 밀고 나간 후 몸통을 양팔로 꽉 껴안아 들어 올리고, 몸을 밀어 바닥에 세게 넘어뜨린 후 목을 조르거나, 누르고, 옆 굴리기를 하였다.

피고인은 위 일시, 장소에서 공소외 1과 피해자가 몸싸움하던 것을 지켜보던 중 피해자가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휴대용 녹음기를 꺼내어 움켜쥐자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쥐고 있는 주먹을 강제로 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과 공소외 1은 동시에 피해자를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 제4수지 중위지골 골절을 가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음은 물론 그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할 당시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것에 관하여 ‘정당한 이유’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공소외 1·피고인의 나이와 직업, 피해자의 나이·지위 등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공소사실 기재 당시 공소외 1과 피해자는 외형상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왼손 주먹을 강제로 펴게 할 당시에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제압한 상태였다고 보더라도, 피해자도 복싱클럽에 다닌 경험이 있는 등 상당한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 직전까지도 공소외 1과 상호 간 몸싸움을 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으며, 그 경위를 보더라도 피해자가 공소외 1로부터 질책을 들은 다음 약 1시간이 경과된 후 복싱클럽을 다시 찾아와 강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1과 몸싸움까지 하게 된 것으로, 공소외 1·피해자 사이의 몸싸움은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가 공소외 1에 대한 항의 내지 보복의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계획적·의도적으로 다시 찾아옴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당시 위 복싱클럽의 코치로서 관장과 회원 사이의 시비를 말리거나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위치에 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둘 사이의 몸싸움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특정한 물건을 움켜쥔 채 꺼내는 것을 목격하고서, 이를 피해자가 상대방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것으로 충분히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의 수사기관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진술도 ‘피해자가 호신용 작은 칼 같은 흉기를 꺼내는 것으로 오인하여 이를 확인하려고 하였다.’는 취지이고, 피해자 역시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상해를 입힐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쥐고 있던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라고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실제로 피해자가 가지고 있었던 ‘휴대용 녹음기’와 피고인이 착각하였다고 주장하는 ‘호신용 작은 칼’은 크기·길이 등 외형상 큰 차이가 없어 이를 쥔 상태의 주먹이나 손 모양만으로는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므로,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먹이나 손 모양만으로 그가 움켜쥔 물건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쌍방 모두 상당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육체적 능력을 가진 공소외 1·피해자가 엉켜 몸싸움을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열세에 놓인 피해자가 굳이 주머니에서 불상의 물건을 꺼내어 피고인에 의해 강제로 왼손 주먹을 펼 때까지 이를 움켜쥐고 있었던 점에다가 피해자가 공소외 1과의 시비 차원에서 계획적·의도적으로 다시 복싱클럽을 찾아왔고 피고인도 그와 같은 일련의 경위를 알고 있었던 사정까지 종합하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움켜쥔 물건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공소외 1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위와 같은 사정은 당시 피해자가 공소외 1에 의하여 신체적으로 제압되어 물리력을 행사하기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더라도 마찬가지인바, 피해자 스스로 진술한 바와 같이 당시 왼손으로 휴대용 녹음기를 움켜쥔 상태에서 이를 활용함에 별다른 장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만일 공소외 1·피해자가 몸싸움을 하느라 신체적으로 뒤엉킨 상황에서 피해자가 실제로 위험한 물건을 꺼내어 움켜쥐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 공소외 1의 생명·신체에 관한 급박한 침해나 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수사기관도 이러한 정황을 모두 고려하였기에 원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하기 전까지 공소사실에 피고인이 한 행위의 이유·동기에 관하여 ‘위험한 물건으로 착각하여 빼앗기 위하여’라고 기재하였는바, 이러한 수사기관의 인식이야말로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이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행동을 오인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에 해당하고, 제1심이 피고인의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정이 그러한 이상 비록 원심에서 공소장변경을 통해 이 부분 기재를 공소사실에서 삭제하였다고 하여 수사기관의 당초 인식 및 평가가 소급하여 달라질 수 없음에도, 원심이 마치 그 삭제만으로 처음부터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에 있는 물건이 흉기라고 오인할 만한 별다른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단정한 것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 및 유죄 인정의 첫 걸음에 해당하는 것이자 검사에게 증명책임과 작성권한이 있는 공소사실 내지 그 경정 혹은 변경의 의미에 대한 올바른 평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4) 이는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관한 판례의 법리, 즉 사회상규에 의한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위 ‘목적·동기’, ‘수단’, ‘법익균형’, ‘긴급성’, ‘보충성’은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하나의 행위를 이루는 요소들로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하고, 그중 행위의 긴급성과 보충성은 다른 실효성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일체의 법률적인 적법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법리(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참조)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한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는 적어도 주관적으로는 그 정당성에 대한 인식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이동원 천대엽(주심) 권영준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