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기망 및 횡령행위를 한 상호신용금고의 직원과 상호신용금고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그 직원의 기망행위는 제3자에 의한 기망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사기행위를 한 자가 의사표시의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사기행위를 한 자를 민법 제110조 제2항 소정의 제3자로 볼 수 없으므로, 설사 상대방이 사기 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그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는바, 직접 대출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는 아니하나 대출 등 업무 전반에 관한 감사권한을 가진 상호신용금고 직원이 고객의 대출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고객을 기망하여 상호신용금고와 대출약정을 체결케 하고 고객 명의의 대출금을 타에 유용·편취한 경우에는, 상호신용금고는 기망행위를 한 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제3자의 기망에 의한 사기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스카이금속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종선외 1인)
피고
기산상호신용금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죽봉외 1인)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한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주문과 같은 판결, 예비적으로는 피고는 원고에게 금 711,235,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서 부본 송달일로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갑 제1호증의 1, 2(각 부동산등기부등본), 갑 제2호증의 1(주식양도양수약정서), 2(회사등기부등본), 갑 제3호증의 1(지급보증서), 2(명함), 갑 제4호증의 1, 2(각 부금통장), 갑 제5호증(부채잔액증명서) 갑 제7호증의 7(진술조서), 9(수사보고), 10 내지 17(각 자금일보), 18, 19, 31, 33, 39(각 피의자신문조서, 각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20(수사보고), 21(감정평가서), 22, 26(각 근저당권설정계약서), 23(차용금증서), 24(어음거래약정서), 25(금전소비대차약정서), 27(등기부등본), 30(거래실적증명서), 40(진술서,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갑 제8호증(공소장), 갑 제9호증의 7, 8, 16, 17, 18, 19, 22, 23, 25, 26(각 피의자신문조서, 각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10(금전출납부사본), 11(현금지출장 사본)의 각 기재와 증인 조형래, 소외 5의 각 증언(다만 증인 소외 5의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위 갑 제7호증의 18, 19, 31, 33, 39, 40과 갑 제9호증의 7, 8, 16, 17, 18, 19, 22, 23, 25, 26의 각 일부 기재 및 증인 소외 5의 일부 증언은 모두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철강·금속류의 가공·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서 성남시 신흥동 5527 대 93평 5홉 및 위 지상 철근 콘크리트조 슬라브즙 평가건 점포 1동 건평 64평 9홉, 지층 21평 6홉 3작, 옥탑 4평 9작(이하 설시의 편의상 1개의 부동산으로 보고 통틀어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의 소유자이다. 원고 회사는 주식 전부를 소외 조경래가 소유하고 있는 1인회사이다.
나. 소외 1, 2는 1994. 5. 2. 조경래로부터 원고 회사의 주식 전부를 대금 550,000,000원에 매수하고 그 중 계약금 50,000,000원은 계약 당일 현금으로, 중도금 300,000,000원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인이 정하는 상호신용금고에 담보로 제공한 후 대출을 받아 역시 현금으로, 잔금 200,000,000원은 발행일이 계약일로부터 90일 이내인 선일자 당좌수표로,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그러나 실상 위 소외 1, 2 등은 ' (상호 생략)'이라는 상호로 노래방 기계 제조업을 하다가 1994. 3.경 부도를 내어 1994. 5. 2. 당시 소외 2는 금 900,000,000원 가량, 소외 1은 금 3,000,000,000원 가량의 부채를 지고 있는 형편이었으므로, 원고 회사를 인수할 자금력이 전무하였음에도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소외 4가 재직중이던 피고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이를 중도금 지급에 사용하지 않고 타에 전용하여 가로챌 목적으로 위와 같이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소외 4는 소외 1, 2 등으로부터 대출 등과 관련하여 향응을 제공받거나 금품을 교부받는 등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오다가 1993. 11. 23.에는 자신의 소유인 부천시 괴안동 소재 역곡 조공아파트 18동 404호를 담보로 제공하여 채무자 소외 1, 채권최고액 금 91,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기에 이르렀으나, 소외 1, 2 등이 1994. 3.경 부도를 내어 위와 같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게 될 위기에 몰리자 원고에 대한 기망행위에 협조하게 된 것이다.
라. 그 후 소외 1 등은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소외 3 명의로 피고 회사로부터 금 450,000,000원을 대출받기 위한 절차를 밟게 되었는바(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원고 대표이사 조경래가 위 대출금 중 중도금으로 약속한 금 300,000,000원을 확실히 지급받는다는 보장이 없이는 담보제공을 할 수 없다고 고집하자, 1994. 5. 9. 피고 회사에 대하여 위 대출을 소개한 피고 회사 (상세부서 생략) 과장 소외 4가 대출금 중 금 300,000,000원을 같은 달 25.까지 조경래에게 지급할 것을 보증한다는 취지의 서면(이하 '지급보증서'라 한다)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마. 이에 위 조경래는 위 지급보증서를 믿고 1994. 5. 9.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비롯한 담보제공서류에 서명·날인하였고, 그에 따라 같은 달 10.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근저당권설정등기'라고만 한다)가 경료되었다.
바. 조경래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된 직후부터 수차례에 걸쳐 대출 사실을 확인하려 하였으나, 소외 4는 대출금이 아직 인출되지 아니하였다고 속이고, 나아가 1994. 5. 20.경에는 조경래를 직접 만나 위 대출시 만든 부금통장을 보여주면서 대출금이 아직 이 안에 그대로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여 그 사이에 위 소외 1, 2 등이 위 대출금을 타에 유용, 편취하도록 협조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을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피고 회사의 직원인 소외 4가 원고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를 편취하기로 소외 1, 2, 3 등과 공모하고 원고를 적극 기망하여 체결된 것이다.
(2) 소외 4의 위와 같은 기망행위는 위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사자인 피고 회사의 기망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원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한다.
(4)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한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 소외 4는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제3자에 불과하고, 피고 회사로서는 소외 4가 위와 같은 기망행위를 하였는지 알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알 수도 없었으므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하여 다툰다.
3. 판 단
가. 본래 의사표시의 상대방 이외의 자가 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의사표시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상대방이 사기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나, 사기행위를 한 자가 의사표시의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사기행위를 한 자를 민법 제110조 제2항 소정의 제3자로 볼 수 없으므로, 설사 상대방이 사기 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그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소외 4와 피고 회사와의 관계가 설사 피고 회사가 소외 4의 사기 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원고가 위 담보제공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만큼 밀접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다. 갑 제3호증의 2(명함), 갑 제7호증의 19, 갑 제9호증의 21(각 피의자신문조서), 갑 제9호증의 20(진술조서)의 각 기재 및 증인 소외 5의 증언(앞에서 믿지 않은 부분 및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4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 당시 피고 회사 (상세부서 생략) 과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사실, 소외 4는 당시 여신담당 대리였던 소외 5에게 자신의 친척이 부탁하는 것이니 잘 보아 달라며 이 사건 대출 건을 소개하였고, 전산 관리되는 피고 회사의 대출거래장에도 소외 4가 대출권유자로 입력되어 있는 사실, 소외 4는 (상세부서 생략) 과장이 되기 전에 여신업무를 담당한 적도 있으며 사업장에서 그의 자리는 위 소외 5의 바로 뒷자리에 위치한 사실, 위 소외 4는 (상세부서 생략) 과장으로서의 직책상 대출 업무를 포함한 피고 회사의 업무 전반에 관한 일일감사를 할 권한을 갖고 있었던 사실, 피고 회사는 사장, 상무, 감사 및 이사 2인을 포함하여 직원 총수가 50인에 못 미치는 작은 규모의 금융기관으로서 소외 4는 회사 내에서 직위로 보나 직책으로 보나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견 직원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증인 소외 5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라.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판단컨대, 대출 관련 업무가 직접적으로 소외 4의 직무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나, 위 소외 4는 이 사건 대출의 소개·권유자로서, 대출업무에 관한 감사 권한을 가진 자로서, 나아가 여신 담당 대리인 위 소외 5의 상급자로서 이 사건 대출에 사실상 간접적으로나마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던 자이므로, 위 소외 4를 고용하여 과장의 직함하에 근로케 한 피고 회사는 소외 4의 위와 같은 사기행위가 제3자에 의한 사기임을 주장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마.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회사와 1994. 5. 9.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인바, 원고의 취소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이 1994. 12. 17. 피고 회사에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이로써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별지 목록 기재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원인무효로 말소되어야 할 것인바, 이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말소를 구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표시
성남시 신흥동 5527 대 93평 5홉 및 위 지상 철근 콘크리트조 슬라브즙 평가건 점포 1동 건평 64평 9홉, 지층 21평 6홉 3작, 옥탑 4평 9작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1994. 5. 10. 접수 제38404호로 경료된, 채무자 소외 3, 근저당권자 기산상호신용금고 주식회사, 채권최고액 금 630,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