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처분문서의 해석 방법
[2]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주식회사 등 4개 회사로 구성된 공동수급체를 자원회수시설과 부대시설의 운영·유지관리 등을 위탁할 민간사업자로 선정하고 을 회사 등의 공동수급체와 위 시설에 관한 위·수탁 운영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민간위탁 사무감사를 실시한 결과 을 회사 등이 위 협약에 근거하여 노무비와 복지후생비 등 비정산비용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 중 집행되지 않은 금액에 대하여 회수하기로 하고 을 회사에 이를 납부하라고 통보하자, 을 회사 등이 이를 납부한 후 회수통보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갑 지방자치단체가 미집행액 회수를 위하여 을 회사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2]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주식회사 등 4개 회사로 구성된 공동수급체를 자원회수시설과 부대시설의 운영·유지관리 등을 위탁할 민간사업자로 선정하고 을 회사 등의 공동수급체와 위 시설에 관한 위·수탁 운영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민간위탁 사무감사를 실시한 결과 을 회사 등이 위 협약에 근거하여 노무비와 복지후생비 등 비정산비용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 중 집행되지 않은 금액에 대하여 회수하기로 하고 을 회사에 이를 납부하라고 통보하자, 을 회사 등이 이를 납부한 후 회수통보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위 협약은 갑 지방자치단체가 사인인 을 회사 등에 위 시설의 운영을 위탁하고 그 위탁운영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용역계약으로서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한 사법상 계약에 해당하고, 위 협약에 따르면 수탁자인 을 회사 등이 위탁운영비용 중 비정산비용 항목을 일부 집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탁자인 갑 지방자치단체에 미집행액을 회수할 계약상 권리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 인건비 등이 일부 집행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을 회사 등이 협약상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점, 을 회사 등이 갑 지방자치단체에 미집행액을 반환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가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을 회사 등이 미집행액을 계속 보유하고 자신들의 이윤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고 해서 협약에서 정한 ‘운영비용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갑 지방자치단체가 미집행액 회수를 위하여 을 회사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2] 민법 제105조 , 제741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공2005하, 1031)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44471 판결 (공2013상, 38)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공2016상, 769)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포스코건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김재황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양산시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재학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2013. 10. 25. 양산시 자원회수시설과 부대시설(이하 ‘이 사건 시설’이라 한다)의 운영·유지관리 등을 위탁할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시설의 위탁관리용역에 대한 입찰을 공고하였다. 입찰 결과 원고를 대표사로 하여 환경관리 주식회사, 주식회사 블루오앤엠, 주식회사 케이피콘의 4개 회사로 구성된 공동수급체(이하 이들 4개 회사를 통틀어 ‘원고 등’이라 한다)가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 등의 공동수급체와 피고는 이 사건 시설에 관한 위·수탁 운영 협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
나. 이 사건 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위탁운영비용은 비정산비용(고정비)과 정산비용(변동비)으로 구분하되 연간총액으로 계약하여 매월 지급한다. 정산비용은 화공약품 등 약품비와 소모자재비, 검사대행료, 시설물 유지보수비, 연료비, 분석의료비, 전력비, 수도료, LNG 요금, 그 밖에 피고의 요구에 따라 시행되는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이고, 비정산비용은 정산비용을 제외한 노무비, 경비 등의 모든 비용이다(제9조 제1항, 제2항).
(2) 제세공과금이 변경된 경우(제1호), 관련 법규 및 시설의 변경이 있는 경우(제2호), 그 밖에 변동의 사유로 상호 협의한 경우(제3호)에는 상호 협의하여 계약금액(위탁운영비용)을 변경할 수 있다(제9조 제3항).
(3) 위탁운영비용 정산은 연 1회로 하고, 매 회계연도말까지의 실적을 익년 1월 말일까지 정산한다(제12조).
(4) 원고 등은 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인원을 이 사건 시설 현장에 배치하여야 하고, 운영인력은 42명으로 하되 안정적인 운영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제13조 제1항, 제2항).
다. 피고는 매년 전문용역업체에 적정한 연도별 위탁운영비용의 산출을 의뢰하였고, 위 산출결과에 기초하여 원고 등의 공동수급체와 연간 총위탁운영비용을 계약금액으로 하는 기술용역표준계약을 체결하였다. 그중 인건비의 경우 이 사건 시설의 적정 운영인력의 규모를 정하고 운영인력을 직종과 기술자격등급으로 분류한 다음, 그 직종과 기술자격등급에 대응하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여 노무비를 산출하고, 이를 기초로 인건비 총액을 정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라. 피고는 2016년도 민간위탁 사무감사를 실시한 결과, 원고 등이 이 사건 협약에 근거하여 노무비와 복지후생비 등 비정산비용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 중 집행되지 않은 912,000,000원(이하 ‘이 사건 미집행액’이라 한다)을 회수하기로 하였다. 양산시장은 2017. 2. 3. 원고에게 ‘근로자에게 집행되어야 할 노무비와 복리후생비를 기업의 추가이윤으로 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미집행액에 대하여 회수조치를 하고자 하니 2017. 4. 3.까지 이를 납부하라’고 통보하였다.
마. 원고 등은 공동수급체 운영에 관한 기본협정서에서 정한 지분율(5:2:2:1)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여, 원고가 2017. 7. 31. 456,000,000원, 환경관리 주식회사가 2017. 7. 20. 182,400,000원, 주식회사 블루오앤엠이 2017. 7. 31. 182,400,000원을 납부하였고, 주식회사 케이피콘이 91,200,000원을 분할납부하기로 하여 2018. 7. 25.까지 84,425,000원을 납부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돈 합계 905,225,000원이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미집행액을 원고 등이 그대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원고 등이 원가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비정산비용의 미집행금액을 증가시켜 이윤을 늘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는 결국 적정 비정산비용을 산정함으로써 과다경쟁을 방지하고 이 사건 시설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당초의 의도를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나. 비정산비용은 한번 정해지면 어떠한 경우에도 변경될 수 없다거나 미집행액이 발생하더라도 무조건 원고 등에게 귀속되도록 확정된 금액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인건비 등은 자원회수시설의 구체적 여건에 맞는 적정인원이 근무할 것을 전제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운영비용에 해당한다. 그 일부가 목적에 맞게 집행되지 않았다면 이 사건 협약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운영비용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협약은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가 사인인 원고 등에게 이 사건 시설의 운영을 위탁하고 그 위탁운영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용역계약으로서,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한 사법상 계약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20579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협약의 해석에는 아래에서 보는 계약의 해석 방법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위탁운영비용 정산의무의 존부는 민사 법률관계에 해당하므로 이를 소송물로 다투는 소송은 민사소송에 해당한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소송을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하였더라도, 행정사건의 심리절차는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특칙이 적용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민사소송 절차와 큰 차이가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사건을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협약에 따르면, 이 사건 시설의 위탁운영비용은 정산비용과 비정산비용으로 구분하여 연간총액으로 계약하는데, 인건비를 비롯한 비정산비용은 정산하지 않고, 정산비용 항목에 대해서만 연 1회 정산하기로 되어 있다(제12조). 따라서 수탁자인 원고 등이 위탁운영비용 중 비정산비용 항목을 일부 집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탁자인 피고에게 그 미집행액을 회수할 계약상 권리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원심의 판단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비정산비용 항목의 운영비용도 변경될 수 있고 미집행액을 피고가 회수할 수 있겠으나, 원칙적으로 이 사건 협약 제9조 제3항에서 정한 계약금액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서 계약금액 변경을 위한 ‘상호 협의’란 쌍방 당사자의 합의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라. 인건비 등의 일부가 집행되지 않은 것이 원고 등이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수탁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피고가 그 의무불이행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협약은 수탁자인 원고 등이 이 사건 시설의 위탁운영 과정에서 반드시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인원을 모두 고용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인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제13조 제2항). 따라서 인건비 등이 일부 집행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등이 이 사건 협약상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마. 원고 등이 피고에게 이 사건 미집행액을 반환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가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원고 등이 이 사건 미집행액을 계속 보유하고 자신들의 이윤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고 해서 이 사건 협약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운영비용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미집행액 회수를 위하여 원고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5.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