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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방법원 2016. 7. 8. 선고 2016노764 판결
[병역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은정(기소), 박혜영(공판)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였는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 및 대한민국헌법 제19조 등에 따라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을 거부할 권리가 도출되므로 피고인에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 규정된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입영을 거부하였다 해도 병역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임에도, 그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내지 법리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①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다만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를 말하고,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고, 그 결과, 피고인의 행위가 종교적 양심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 에 따라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판결 , 2009. 10. 15. 선고 2009도7120 판결 , 2013. 4. 25. 선고 2012도13318 판결 등 참조).

②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현역입영을 대체할 수 있는 특례를 두지 아니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판결 ,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결정 등 참조).

③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의 문제는 결국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되는바, 대체복무제 도입은 현역 및 예비역을 포함한 전체 국방력 차원에서 국가안보라는 공익과 결부하여 검토되어야 할 분야인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안보상황, 대체복무제 도입 시 발생할 병력자원의 손실 문제, 병역의무의 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 사회적 여론이 비판적인 상태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사회 통합을 저해하여 국가 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우려가 있는 점 및 종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제시한 선행조건들(남북한 사이의 평화공존관계 정착,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을 통한 병역기피 요인의 제거,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이 아직도 충족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법률이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④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의 규정은 우리 헌법 제19조 의 양심의 자유, 제20조 의 종교의 자유의 해석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보호범위와 거의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헌법 제6조 제1항 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위 규약의 조항으로부터 예외적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면제나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죄로 처벌한다 하여 국제규약에 반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이 사건 소송경과 및 변론과정에서 보인 피고인의 법정태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도망할 염려는 없다고 판단되어 추후 판결확정에 따른 형집행을 받으면 될 것으로 보이므로, 별도로 법정구속하지는 아니한다].

판사 은택(재판장) 김성래 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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