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폐지된 법률이 위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나. 토지수용처분(土地收用處分)이 위헌적인 법률에 근거하였다 하여 그 처분(處分)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국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본 사례
다. 국가보위(國家保衛)에관한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 제4항의 위헌 여부
결정요지
가. 폐지된 법률도 그 위헌 여부가 관련 소송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어 있다면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의 대상이 된다.
나. 국가보위(國家保衛)에관한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 제4항 및 동 특별조치령(特別措置令) 제29조에 의하여 수용(收用)당한 원래의 자기소유토지에 관하여 위 법률조항(法律條項)이 위헌임을 이유로 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상위법인 위 법률조항(法律條項)의 위헌 여부는 하위법인 특별조치령(特別措置令)의 위헌 여부 및 효력 유무의 전제가 되고 위 법률조항(法律條項)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되면 자동적으로 이에 근거한 특별조치령(特別措置令)도 위헌·무효가 되고 아울러 위헌·무효인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에 근거한 수용처분(收用處分)도 위헌·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에(위헌법령(違憲法令)에 기한 행정처분(行政處分)의 무효 여부는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위헌성(違憲性)의 정도 등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다), 위 법률조항(法律條項)의 위헌 여부는 위 소송 재판에서의 승패 여부에 전제가 된다.
다.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은 초헌법적(超憲法的)인 국가긴급권(國家緊急權)을 대통령(大統領)에게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헌법(憲法)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반입헌주의(反立憲主義), 반법치주의(反法治主義)의 위헌법률이고, 국가긴급권(國家緊急權) 발동(發動)(비상사태선포(非常事態宣布))의 조건을 규정한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2조의 "국가안전보장(國家安全保障)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여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신속한 사태대비조치(事態對備措置)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경우"라는 규정내용은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으로 되어 있어 남용(濫用)·악용(惡用)의 소지가 매우 크므로 기본권(基本權) 제한법률(制限法律) 특히 형벌법규(刑罰法規)의 명확성(明確性)
의 원칙에 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國會)에 의한 사후통제장치(事後統制裝置)도 전무(全無)하다는 점에서 비상사태선포(非常事態宣布)에 관한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2조는 위헌·무효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法律條項)을 포함하여 비상사태선포(非常事態宣布)가 합헌·유효인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합헌·유효가 될 수 있는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의 그 밖의 규정은 모두 위헌이다. 뿐만 아니라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 제4항은 "대통령(大統領)은 동원대상지역(動員對象地域)내의 토지 및 시설의 사용(使用)가 수용(收用)에 대한 특별조치(特別措置)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상(補償)은 징발법(徵發法)에 준하되 그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보상(補償)을 징발법(徵發法)에 준하도록 하고 있을 뿐 토지수용(土地收用)·사용(使用)의 요건과 범위 및 한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규정하지 않은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재산권 제한을 법률로써 하도록 규정한 헌법(憲法) 제23조 제3항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憲法) 제75조에 위반되고, 또 징발법(徵發法)에 의한 보상(補償)은 사용(使用)에 대한 보상(補償)이므로 그 보상규정(補償規定)은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에 의한 토지수용(土地收用)의 경우에 보상기준(補償基準)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징발법(徵發法)의 규정대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보상(補償)을 한다면 이는 정당한 보상(補償)이 될 수도 없어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 제4항은 재산권을 수용(收用)하는 경우 정당한 보상(補償)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헌법(憲法) 제23조 제3항에 위배된다.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문희의 반대의견(反對意見)
2.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 제4항이 위헌인 법률조항(法律條項)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수용처분(收用處分)이 이미 관계법령의 규정에 따라 더 이상 다툴 수 없도록 된 이상 위 처분(處分)이 위헌인 법률조항(法律條項)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 당연무효(當然無效)로 될 수 없고, 따라서 위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 제4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위 법률조항(法律條項)이 비록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잃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위 수용처분(收用處分)의 무효 여부를 가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 위헌 여부의 심판이 제청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관련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위헌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심판대상조문
국가보위(國家保衛)에관한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5조 제4항
참조조문
국가보위(國家保衛)에관한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2조
1989.12.18. 선고, 89헌가32 ,33(병합) 결정
1992.1.28. 선고, 88헌가12 결정
2. 1992.12.24. 선고, 92헌가8 결정
92헌바50 (병합) 결정
3. 1991.7.8. 선고, 91헌가4 결정
당사자
제청법원 : 서울민사지방법원(1992.11.7. 92카기285 위헌제청신청)
제청신청인 김○현
대리인 변호사 배태연
관련소송사건 : 서울민사지방법원 92나16620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이유
1. 사건경위
경기 포천군 포천○ 신읍리 산 1의 2 임야 1정 1무는 제청신청인(관련 소송사건의 원고) 소유인데 대한민국은 1977년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이라 한다) 제5조 제4항과 그 법률조항에 의하여 발하여진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제5조제4항에의한동원대상지역내의토지의수용·사용에관한특별조치령(1971.12.31. 대통령령 제5912호, 최후 개정 1991.8.5. 대통령령 제13447호) 제29조에 의하여 이를 수용하고 1979.12.3. 대한민국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제청신청인은 서울민사지방법원 91가단33269호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자 항소를 하고 그 항소심에서 토지수용의 근거법률인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며 이것이 법원에 의하여 받아들여져서 1992.11.7. 이 사건 제청을 한 것이다.
2. 심판대상법률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은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
이다. 특별조치법은 1981.12.17.법률 제3470호(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폐지법률)에 의하여 폐지되었다. 그러나 동 폐지법률 부칙 제2항은 "이 법시행 당시 종전의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제2조 및 제5조 제1항, 제2항의 규정과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각각 발하여진 명령은 관계법률로 대체될 때까지 그 효력을 지속하며 이 경우 동 명령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동법 제11조 제2항의 규정이 적용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청신청인 소유의 토지수용에 적용된 것으로서 아직 대체법률이 나오지 아니한 상태에 있는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의한 동원대상지역내의토지의수용·사용에관한특별조치령은 모법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그 효력을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조치법은 위와 같이 그에 의하여 이미 발하여진 명령의 효력이 지속되고 있는 한도에서 아직 살아 있는 법률이나 마찬가지다.
특별조치법 제5조는 다음과 같다.
제1항 비상사태하에서 국방상의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전국에 걸치거나 또는 일정한 지역을 정하여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거나 통제운영하기 위하여 국가동원령을 발할 수 있다.
제2항 동원대상, 동원인원 및 동원물자, 동원의 종류, 기간과 이를 위한 조사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항 대통령은 동원물자의 생산, 처분, 유통, 이용 및 그 수출입등에 관하여 이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명령을 발할 수 있다.
제4항 대통령은 동원대상지역 내의 토지 및 시설의 사용과 수용에 대한 특별조치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상은 징발법에 준하되 그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5항 본조의 국가동원령을 발할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3. 위헌제청 이유
가. 헌법 제23조 제3항에 의하면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도록 되어 있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므로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법률에는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요건과 범위 및 한계를 명백히 규정하여야 하고 요건과 범위 및 한계에 관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
조치법 제5조 제4항은 동원지역 내의 토지를 수용·사용하는 경우에 있어 보상의 기준을 징발법에 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수용·사용의 요건과 범위 및 한계를 규정하지 않은 채 이를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나. 또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은 토지를 수용·사용함에 있어 징발법에 준하여 그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징발법에 의하면 징발물은 대한 사용료는 당해 사용연도의 과세표준을, 기타의 보상은 징발해제 당시의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21조) 징발법의 위 규정은 특별조치법에 의한 토지수용의 경우에 그 보상기준으로 삼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징발법의 규정대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토지수용 보상을 한다면 이는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없어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 할 경우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폐지된 법률인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이 위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폐지된 법률도 그 위헌 여부가 관련 소송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어 있다면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의 대상이 된다.
더구나 특별조치법이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앞서 2항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특별조치법 폐지법률 부칙 제2항(명령 등에 관한 경과조치)에 의하여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의한 동원대상지역내의토지수용·사용에관한특별조치령"은 아직 그 효력을 지속하고 있고 그 한도에서 특별조치법도 살아있는 법률이나 같다. 그리고 제청신청인은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 및 특별조치령 제29조에 의하여 수용당한 원래의 자기소유 토지에 관하여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이 위헌임을 이유로 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의 위헌 여부는 위 소송 재판에서의 승패 여부의 전제가 된다. 왜냐하면 상위법인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의 위헌 여부는 하위법인 특별조치령의 위헌 여부 및 효력 유무의 전제가 되고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되면 자동적으로 이 위헌법률조항에 근거한 특별조치령도 위헌·무효가 되고 아울러 위헌무효인 특별조치령에 근거한 수용처분도 위헌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위헌 법령에 기한 행정처분의 무효 여부는 당
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위헌성의 정도 등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다). 따라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은 당연히 위헌여부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나.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의 위헌 여부
(1) 특별조치법은 그 법 자체가 위헌이다. 따라서 제5조 제4항도 당연히 위헌이다. 특별조치법 제1조에서 이 법은 비상사태하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련되는 내정, 외교 및 국방상 필요한 조치를 사전에 효율적이며 신속하게 취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가보위를 확고히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한 다음 제2조에서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여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신속한 사태 대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경우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자문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면 대통령은 물가·임금·임대료 등에 통제 기타 제한을 가하는 등 경제에 관한 규제를 할 수 있고(제4조) 전국에 걸치거나 또는 일정한 지역을 정하여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거나 통제·운영하기 위하여 국가동원령을 발할 수 있으며(제5조 제1항), 이 때 대통령은 동원물자의 생산·처분·유통·이용 및 수출입 등에 관하여 이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명령을 발할 수 있고(제5조 제3항) 동원지역 내의 토지 및 시설의 사용과 수용에 대한 특별조치를 할 수 있고(제5조 제4항) 일정한 지역을 정하여 그 지역에서의 이동 및 입주 또는 그 지역으로부터의 소개 및 이동, 일정한 시설의 이동 또는 철거를 명할 수 있고(제6조), 옥외집회 및 시위를 규제 또는 금지하고(제7조), 언론 및 출판을 규제하고(제8조),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규제하고(제9조), 세출예산의 범위 안에서 예산에 변경을 가할 수 있게 하는 등 대통령이 그의 재량에 따라(국가안전보장회의의 자문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게 되어 있으나 이런 것들은 그 기구의 성격상 대통령의 재량에 별다른 제동역할을 할 수 없다) 국가안전보장을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정지시키고 국회에서 심의확정한 예산안을 변경할 수 있는 등 이른바 비상대권을 대통령에게 주었으며 대통령의 경제에 관한 규제명령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국가동원에 관한 명령 및 조치에 위반한 자와 그 밖의 조치 또는 규정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제11조).
특별조치법은 결국 그 법이 공포시행된 당시의 제3공화국 헌법(제73조, 제75조)이나 현행 헌법(제76조, 제77조)이 국가안전보장에 관계되는 비상사태수습을 위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긴급권 즉 긴급재정처분 및 명령권이나 긴급명령권 또는 계엄선포권 이외에 또 하나의 국가긴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법률이고 그 발동요건이나 국회에 의한 사후통제면에서는 헌법이 정한 세 가지의 국가긴급권보다 강력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즉 헌법상의 국가긴급권 발동요건은, 긴급재정처분 및 명령권의 경우,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라야 하고 이러한 경우라도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발할 수 있고(제76조 제1항), 긴급명령권의 경우,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방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발할 수 있으며(제76조 제2항), 계엄선포권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발할 수 있게 되어 있어(제77조) 어느 경우이던 헌법상의 국가긴급권은 그 발동요건이 구체적이며 매우 엄격하고 부득이 국가긴급권을 발동하였을 경우에 있어서도 긴급재정처분 및 명령이나 긴급명령의 경우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하고 만약 승인을 얻지 못하면 그 처분이나 명령은 그 때부터 효력을 상실하며 계엄선포의 경우,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하고 국회가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반드시 이를 해제하도록 되어 있는 등 국회의 엄격한 사후통제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특별조치법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요건으로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여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신속한 사태 대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경우"라고만 규정하여 국가긴급권 발동요건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대통령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용이하게 발동할 수 있을 뿐더러 대통령이 비상사태의 선포를 하고 나서도 국회에 보고 또는 통고하거나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의무도 없고(제4
조의 경제에 관한 규제명령과 제5조의 국가동원령을 발하였을 때에만 국회에 통고할 의무가 있다) 다만 국회가 해제를 건의해 오면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해제하여야 하는데 이때에도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해제를 아니할 수도 있다(제3조 제2항). 결국 헌법상의 국가긴급권은 그 요건도 엄격하고 국회의 사후통제도 강력하여 대통령이 함부로 이를 발동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비하여 특별조치법상의 국가긴급권은 그 발동이 매우 용이하게 되어 있으며 이렇게 볼 때 특별조치법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가긴급권 발동에 관한 헌법상의 엄격한 통제를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제정한 법률이라고 볼 수 있다(북한의 남침위협을 이유로 내려진 위수령 및 비상사태선포의 공포분위기 아래서 국회는 박정희 대통령의 협박 아래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법절차를 생략한 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러므로 헌법에 엄연히 국가긴급권의 종류, 발동요건과 절차 및 효력, 통제와 한계 등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규정된 것과 별도로 대통령에게 또 다른 국가긴급권을 부여하고 있는 특별조치법 자체의 위헌이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입헌주의적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그 이념으로 하고 그것을 위한 권력분립과 법치주의를 그 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국가권력은 언제나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발동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입헌주의국가에서도 전쟁이나 내란, 경제공황 등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발하여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의 유지가 위태롭게 된 때에는 정상적인 헌법체제의 유지와 헌법에 규정된 정상적인 권력행사방식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 그와 같은 비상사태하에서는 국가적·헌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비상적 조치가 강구되지 않을 수 없다. 그와 같은 비상적 수단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 국가긴급권이다. 즉 국가긴급권은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국가를 보전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헌법보장의 한 수단이다. 그러나 국가긴급권의 인정은 국가권력에 대한 헌법상의 제약을 해제하여 주는 것이 되므로 국가긴급권의 인정은 일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권력의 집중과 입헌주의의 일시적 정지로 말미암아 입헌주의 그 자체를 파괴할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헌법에서 국가긴급권의 발동기준과 내용 그리고 그 한계에 관해서 상세히 규정함
이상과 같은 이론에서 볼 때 특별조치법은
둘째, 국가긴급권 발동(비상사태선포)의 조건을 규정한 특별조치법 제2조의 "국가안전보장(이하 "국가안보"라 한다)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여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신속한 사태대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경우"라는 규정내용은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으로 되어 있어 거의 대통령이 마음 내키는 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남용·악용의 소지가 매우 크다. 이는 기본권 제한법률 특히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의한 사후통제장치도 전무한 상태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상사태선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조는 위헌무효이고 비상사태선포가 합헌·유효인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합헌·유효가 될 수 있는 특별조치법의 그 밖의 규정은 모두 위헌이다.
결국 이 사건 위헌제청 법률인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도 당연히 위헌이다.
(2)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의 규정은 그 규정 하나만으로도 위헌이다.
첫째,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법치주의 이념상 너무도 당연한 규정이다. 다만 위와 같은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헌법 제75조가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듯이 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 및 보상에 관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위임하여서는 아니되고 그러한 사항에 관한 기본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법률로 정하여 그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야 한다(1991.7.8. 선고, 91헌가 4 결정 참조)
그런데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은 "대통령은 동원대상지역 내의 토지 및 시설의 사용과 수용에 대한 특별조치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상은 징발법에 준하되 그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보상을 징발법에 준하도록 하고 있을 뿐 토지 수용·사용의 요건과 범위 및 한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규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고 이에 근거하여 제정된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제4항에의한동원지역내의토지의수용·사용에관한특별조치령에서 토지의 사용·수용의 요건과 효과, 절차, 보상금산정기준과 그 지급절차 및 불복절차, 환매권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은 재산권 제한을 법률로써 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3항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되는 것이 명백하다.
둘째,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은 토지 및 시설의 사용과 수용에 대한 보상을 징발법에 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징발법에 의한 징발은 징발관(국방부장관이나 계엄사령관)이 토지와 시설물을 사용하는 데 그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보상도 사용에 대한 보상이다. 그러므로 보상기준을 정한 징발법 제21조 제1항은 "징발물에 대한 사용료는 당해 사용연도의 과세표준을, 기타의 보상은 징발해제 당시의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하여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징발법의 위 규정은 특별조치법에 의한 토지수용의 경우에 그 보상기준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징발법의 규정대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보상을 한다면 이는 정당한 보상이 될 수도 없다. 결국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은 재산권을 수용하는 경우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배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문희를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 6인의 찬성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문희의 반대의견
가. 헌법 제107조 제1항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적법하기 위하여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재판의 전제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야 하고,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 함은 원칙적으로 재판의 결론인 주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헌법재판소 1992.12.24. 선고, 92헌가8 결정 참조).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을 함에 있어서 재판의 전제성 문제는 사건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재판을 하는 법원의 의견을 되도록 존중하여 판단함이 마땅하다(헌법재판소 1993.5.13. 선고, 92헌가10 , 91헌바7 , 92헌바24 , 92헌바50 (병합) 결정 참조). 그러나 재판의 전제성 여부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정한 헌법소송의 기능·본질 및 효력 등 헌법재판제도에 관한 헌법적 선결문제의 해명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마땅히 법원의 법률적 견해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적법한 것인가의 여부를 독자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왜냐 하면 실체법에 관한 것이든 절차법에 관한 것이든 헌법 또는 헌법재판제도의 문제에 대한 해명은 헌법재판소의 독자적 판단사항이기 때문이다.
나. 비록 위헌인 법률에 기한 행정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에 대하여 법령에 정한 불복기간이 모두 경과하는 등 더 이상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없게 된 때에는 그 뒤에 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이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이 법률의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제외하고는 그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여 바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위와 같이 해석함으로써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함에 따른 법적 불안정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재판소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급효의 인정이 필수적인 때,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이 아닌 경우로서 소급효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형평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등 예외적인 때에 한하여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3.5.13. 선고, 92헌가10 , 91헌바7 , 92헌바24 , 92헌바50 (병합) 결정 참조).
불복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뒤에도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이 그 처분의 무효확인소송이나 처분의 효력 유무를 선결문제로서 다투는 민사소송 등에서 언제든지 그 처
분의 근거 법률이 위헌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 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처분으로 불이익을 받은 개인의 권리구제에는 더 없는 장점이 되기는 하겠지만, 이로 말미암아 제소기간의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의 행정쟁송제도가 뿌리째 흔들리게 됨은 물론, 기존의 법질서에 의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와 이에 기초한 다른 개인의 법적 지위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헌법재판소법이 위헌결정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장래에 미치도록 규정한 것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비록 위헌인 법률이라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의하여 취소됨으로써 비로소 형성적으로 그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그 법률의 효력을 부인 할 수는 없다는 이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고 하여 위헌법률심판에 의한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확보나 개인의 권리구제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 행정처분의 당사자 또는 법적 이해관계인은 그 처분에 대한 법령상의 불복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적법한 소송을 제기하고 그 사건에서 그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법원에 이에 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는 길과 제청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 위헌법률 및 이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을 당해 사건에서 소급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당사자 또는 법적 이해관계인에게는 법령상 인정된 불복기간 내에 적법한 소송을 제기하여 그 절차 내에서 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다툴 수 있도록 보장하고, 불복기간의 경과 등 그 처분에 대하여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때에는 비록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라 하더라도 되도록 그 효력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다 같이 헌법상 지켜져야 할 가치인 법적 안정성과 개인의 권리구제를 조화시킴이 바람직한 길이라 할 것이다.
다. 기록에 의하면, 원래 제청신청인의 소유였던 위 토지는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 및 그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발하여진 위 특별조치령에 기한 수용처분에 의하여 수용되었다. 제청신청인은 위 수용처분에 대하여 법령에 정하여진 불복기간이 다 지난 뒤에 관련소송사건에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이 위헌이므로 이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위 수용처분 즉, 위 소유
권이전등기의 등기원인이 당연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위 토지의 소유권에 기하여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관련소송사건에서는 위 수용처분이 당연 무효이거나 이미 적법하게 취소되었어야 비로소 위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가, 나에서 이미 본 이유에 따르면 비록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이 위헌인 법률조항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위 수용처분이 이미 관계법령의 규정에 따라 더 이상 다툴 수 없도록 된 이상 위 처분이 위헌인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 당연 무효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위 법률조항이 비록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잃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위 수용처분의 무효 여부를 가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결국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의 위헌 여부는 관련사건인 위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사건의 결론인 주문을 달리 하게 할 수 없다.
라.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 위헌 여부의 심판이 제청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관련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위헌심판 제청은 마땅히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되어야 한다.
우리는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은 이유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이 관련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전제 아래 그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