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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11. 25. 선고 95헌마154 결정문 [노동조합법 제12조 등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주식회사 노동조합

대표자 위원장 김○남

위 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박인제 외 4인

이유

1.사건의 줄거리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줄거리

청구인은 청구외○○주식회사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되어 1995. 4. 6. 설립된 신설노동조합이다. 청구인은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

하 같다)제12조,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1980. 12. 31. 법률 제3302호로 제정된 것, 이하 같다)제12조 제5호,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의 공명선거추진활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되어 1995. 5. 10. 법률 제4949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제10조 제1항 제2호,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에게는 후보자 등을 초청하여 대담·간담회를 개최할 수 없도록 한 동법 제81조 제1항 제3호,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동법 제87조가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 단결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1995. 5. 23.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구 노동조합법 제12조(정치활동의 금지)① 노동조합은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한 행위를 할 수 없다.

②노동조합은 조합원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징수할 수 없다.

③ 노동조합기금을 정치자금에 유용할 수 없다.

(2)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기부의 제한)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1.호 내지 4.호 생략

5. 노동단체

6.호 내지 8.호 생략

(3)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조(사회단체등의 공명선거추진활동)①사회단체 등은 선거부정을 감시하는 등 공명선거추진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단체는 단체의 명의로 공명선거추진활동을 할 수 없다.

1.호 생략

2.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

3.호 내지 5.호 생략

(4)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1조(후보자등 초청 대담·토론회)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단체는 후보자(전국구국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및 대담·토론자(대통령선거 및 시·도지사선거의 경우에 한하며,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중에서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마다 지명한 1인을 말한다. 이하 이조에서 같다)1인 또는 수인을 초청하여 소속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등을 알아보기 위한 대담·토론회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옥내에서 개최할 수 있다.

1.호 및 2.호 생략

3.제10조(사회단체등의 공명선거추진활동)제1항 각호의 1에 규정된 단체

(5)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단체는 사단·재단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중에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청구인은 1995. 4. 6. 신설되어 아직 60일이 안된 신설노조로서 이 사건 심판대상인 법률조항들이 제정될 당시나 헌법재판소가 설치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이로써 그 동안 심판대상법률조항들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관하여 헌법재판을 청구할 지위에 있지 아니 하였으므로, 그러한 지위를 갖게 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이 사건 청구를 하는 것은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을 준수한 것이다.

(2)노동자들의 자주적 결사가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 그들의 자치에 맡기는 것이 헌법이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근본취지이며 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전개되므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구 노동조합법 제12조,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 제5호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자유, 특히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 제3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의 하나인 단결권에는 노동조합의 활동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차단하는 것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에게만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평등권에도 위배된다. 즉,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법인, 사기업에게는 정치자금의 기부를 허용하면서 노동조합을 포함한 노동단체에 대해서만 정치자금을 징수할 수 없고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공직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노동조합의 기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정치자금의 기부를 위해 조합비를 징수하는 것은 노조원과의 관계를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노동조합의 자치에 맡겨야 할 것이지 법으로써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

(3)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조 제1항 제2호는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의 공명선거추진활동을 금지하고 있고, 위와 같이 구 노동조합법 제12조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노동조합은 공명선거추진활동마저 할 수 없게 되는데,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규정들이 모두 위헌이므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조 제1항 제2호 또한 위헌이다. 비록 노동조합의 정치활동금지에 관한 규정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정치활동의 금지란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는 활동에 한하는 것이지 모든 정치적 자유가 제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명선거추진활동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의 위험이 없는 단체, 즉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단체에 의하여 추진되어야 할 선거부정감시 등 활동이고,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되는 단체야말로 바로 법에 의하여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등 정치적 중립이 강제되는 단체이므로 이러한 단체에 의하여 수행되어야 할 전형적인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위와 같은 단체의 정치적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공명선거추진활동은 좁은 의미의 선거운동(구 노동조합법 제12조)이나 정치자금의 징수, 기부행위 등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조 제1항 제2호의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 중에 노동조합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1조 제1항 제3호에 있어서도 위 조항이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단체에게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올바른 정치적 의사형성을 위해 대담·토론회의 개최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공명선거추진활동이 노동조합에게 허용되어야만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노동조합에게 대담·토론회의 개최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1)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허용한다면, 사업장이 정치활동의 무대로 변질되고 노사간의 정치적 분규가 끊이지 아니하여 국가산업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명백하고, 또한 노동조합도 근로자의 권익보호보다는 정치활동의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노동조합의 정치자금기부를 허용한다면 곧바로 조

합재정의 부실과 조합원의 부담증대로 이어져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정당의 자금원 역할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구 노동조합법 제12조 및 노동조합의 정치자금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 제5호는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저해, 조합원들의 경제적 부담가중, 노사분규의 심화 등 예상되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정하고 필요한 제한이다.

(2)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의 공정성’이란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것이며, 이 경우 그 규제의 정도는 국가의 정치문화, 선거풍토와 선거문화의 수준, 민주시민의식의 성숙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조 제1항 제2호제81조 제1항 제3호의 규정이 노동조합에게 공명선거추진활동이나 후보자의 대담·토론회 개최 등을 금지하는 것은, 만약 이를 허용하는 경우 이를 이용한 탈법적인 선거운동, 선거의 혼탁·과열 및 여론 오도의 부작용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3)정당이 아닌 단체가 그 조직의 설립목적 등을 불문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더 나아가 공직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고 지지하는 활동을 한다면, 정당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채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의 난립으로 인하여 정치문화의 퇴행을 가져 올 수 있으며, 혼탁선거를 야기할 수 있다. 단체에 대한 정치활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는 위와 같은 이유로 정당화된다고 할 것이다.

다. 노동부장관의 의견

(1)헌법재판소가 발족하기 전인 1963. 4. 17. 전문개정되어 시행된 구 노동조합법 제12조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 9. 19.부터 기산해야 한다.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법률의 시행일 및 헌법재판소의 구성일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기산되는 것이지 청구인의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1995. 5. 23. 제기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경과하여 청구한 것임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2)노동조합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에 근거를 두고 설립된 단체이므로 그 주된 목적이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경제적 활동인 것이지 정당과 같이 정치적 활동을 그 본래의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니다. 노동조합에 특정 정당 및 후보의 지지 등 전면적인 정치활동을 보장한다면, 노동조합은 정치활동의 무대로 바뀌어 근로자의 권익 보호라는 설립목적에서 벗어나 노동조합 간부의 정치활동의 도구가 되고, 그 결과 정치적 분규에 휩싸이게 될 것이며, 조합원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징수하거나 노동조합의 기금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재정이 부실해지고, 정당의 노동조합에 대한 간섭이 강화되어 노동조합의 본래 목적이 퇴색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구 노동조합법 제12조는 노동운동이 정치운동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정치영역으로부터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보호하며 조합원들의 권익 훼손을 방지하고자 특정 정당 지지 또는 특정인의 당선을 위한 행위, 정치자금의 징수, 조합기금의 정치자금 제공이라는 3가지 형태의 정치활동만을 필요·최소한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3)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가 국가, 공공단체, 특정 기업체, 언론·종교·노동단체 등을 제외하고 개인이나 법인, 사기업 일반에 대해서는 이를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여 차별이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업기금의 미확보, 노조전임간부의 임금지급불능 등 현안문제의 해결도 어려운 우리 현실에 비추어 노동조합의 기금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우선순위에 맞지 아니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합리적인 차별에 해당한다.

3. 판 단

가. 적법성 요건에 관한 판단

(1)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에 관하여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그 법률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법률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1996. 3. 28. 93헌마198 , 판례집 8-1, 241, 251).

그런데, 청구인은 1995. 4. 6.에 설립된 신설 노동조합으로서 그 설립과 동시에 비로소 이 사건 심판대상인 법률조항과 관련되어 기본권을 침해받게 된 경우에 해당하고, 청구인이 같은 해 5. 23.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의 청구기간을 준수한 것임이 역수상 명백하다.

헌법소원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그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소원이 비록 적법하게 제기되었더라도 권리보호의 이익은 헌법소원심판청구 당시에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결정 당시에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심판계속중에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의 변동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가 종료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으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한 것으로 되어 각하를 면할 수 없다.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으로서 심판대상인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하여 그 법률조항의 효력을 상실케 함으로써 청구인의 침해된 기본권을 구제받고자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구 노동조합법 제12조(“정치활동의 금지”)는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된 노동조합및노동관련조정법의 시행으로 이미 폐지되었고, 이에 따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조 제1항 제2호의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 및 동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제10조(사회단체등의 공명선거추진활동)제1항 각호의 1에 규정된 단체”에 노동조합이 해당되지 아니하게 됨으로써 노동조합은 공명선거추진활동과 후보자등 초청 대담·토론회의 개최의 경우에는 그 제한을 받지 아니하게 되었다. 한편, 사회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같은 법 제87조는 1998. 4. 30. 법률 제5537호로 개정되어 “다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의 규정에 의한 노동조합은 그러지 아니하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이 신설됨으로써 사회단체 중 노동조합에게만 예외적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는 법률의 개정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주관적 목적을 이미 성취하였다 할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를 가릴 이익이 없어졌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위 법률조항들에 대한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제12조 제5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

(가)이 사건 법률조항은 노동단체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노동조합인 청구인이

정당에 자유로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데,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정치적 자유, 특히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뿐 아니라 헌법 제33조 제1항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이 어떤 것인가를 가리기로 한다.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면 단결권의 주체는 단지 개인인 것처럼 표현되어 있지만, 만일 헌법이 개인의 단결권만을 보장하고 조직된 단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즉 국가가 임의로 단체의 존속과 활동을 억압할 수 있다면 개인의 단결권 보장은 무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 개인의 단결권만이 아니라 단체 자체의 단결권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헌법 제33조 제1항의 단결권은 조직된 단체의 권리이기도 하므로, 동 규정은 근로자단체의 존속, 유지, 발전, 확장 등을 국가공권력으로부터 보장하고(단체존속의 권리), 근로자단체의 조직 및 의사형성절차에 관하여 규약의 형태로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보장하며(단체자치의 권리), 근로조건의 유지와 향상을 위한 근로자단체의 활동, 즉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 단체행동, 단체의 선전 및 단체가입의 권유 등을 보호한다(단체활동의 권리)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단체활동의 권리는 단체의 활동을 통하여 헌법 제33조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자유만를 보호하므로, 단체활동의 권리의 보호범위는 단결권의 헌법적 목적에 의하여 확정되고 제한된다. 즉, 근로삼권은 근로조건의 유지와 향상이란 헌법적 단결목적의 달성에 기여하는 활동만을 보호한다.

(나)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노동단체가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청구인이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형태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정치자금의 기부를 통하여 정당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사의 자유(단체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은 헌법 제33조의 단결권이 아니라 헌법 제21조의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및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그 보장내용으로 하는 행복추구권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경제조건의 개선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활동하는 한, 헌법 제33조의 단결권의 보호를 받지만, 단결권에 의하여 보호받는 고유한 활동영역을 떠나서 개인이나 다른 사회단체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거나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모든 개인과 단체를 똑같이 보호하는 일반적인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 등의 보호를 받을 뿐인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가) 사인의 정치자금 기부에 관한 법의 내용

헌법은 그 제8조에서 국가로부터의 정당의 자유(제1항)와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가 보조할 수 있다는 것(제3항)만을 규정할 뿐, 사인의 정치자금 기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로써 헌법은 정당이 그 설립과 활동에 있어서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것을 보장하고 있을 뿐 개인, 기업, 단체의 영향력으로부터의 자유로울 것을 보장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사인이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탁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법은 그 제3조 제2호에서 “정치자금이라 함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수수입 기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을 말한다”고 정치자금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은 사인에 의한 조달방법인 ‘당비, 후원금, 기탁금’과 국가에 의한 자금지원으로서 ‘보조금’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기탁금’은 “정치자금을 정당에 기부하고자 하는 개인·법인 또

는 단체가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한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을 말한다”(법 제3조 제6호). 종래 기탁금에는 특정 정당을 지정하지 않는 일반기탁금제도와 특정 정당을 지정해서 기탁하는 지정기탁금제도가 있었는데, 지정기탁금제도는 1997년의 법률개정을 통하여 폐지되었다. 법은 그 제11조에서 사인의 정치자금의 기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대신 기명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해야 하며(제1항), 1회에 기탁할 수 있는 금액의 하한과 연간 기탁할 수 있는 기탁금의 상한을 정하고(제2항), 다시금 타인의 명의나 익명으로 정치자금을 기탁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는 한편(제3항), 그 제24조, 제24조의2 제1항, 제26조에서 정당은 매년 12월 31일 정치자금의 수입금액과 정치자금의 지출에 관한 내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며(제24조), 관할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의 회계보고를 사무소에 비치하고 공고일로부터 3개월 동안 누구든지 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제24조의2 제1항), 법 제15조의 규정에 의하여 기탁금을 정당에 지급한 경우에는 지급액과 기탁자의 성명 등을 공고해야 한다(제26조)고 규정함으로써, 기탁금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정당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정당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의하여 현저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인이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 그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으나, 누가 정당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지, 즉 정치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의 연계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유권자는 정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세력에 관하여 알아야 하고, 정치자금의 제공을 통하여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회적 세력의 실체가 정당의 방향이나 정책과 일치하는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법은 그 제1조에서 “이 법은…… 그 수입과 지출상황을 공개함으로써”라고 하며, 그 제2조 제2항에서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영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정치자금의 공개원칙’을 법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나) 정당에 대한 사회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의 의미

오늘날 모든 중요한 정치적 결정은 정당에 의하여 준비되고 그에 의하여 내려진다. 정당은 정치권력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모든 중요한 세력, 이익, 시도 등을 인식하고 취합·선별하여 내부적으로 조정을 한 다음,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으로 형성한다. 정당은 정부와 국회의 주요 핵심 공직의 선출이나 임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의회와 정부 등 정치적 지도기관의 정책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국가의사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당은 개인과 국가를 잇는 중간매체로서, 정당의 중개인적 역할로 말미암아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선거를 치루지 아니하고도 국가기관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다른 사회단체도 국회, 정부에 대하여 직접 로비활동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오늘날의 정당국가에서는 정당을 통하여 비로소 국가기관의 결정에 효율적으로 매개되고 전달된다. 즉 정당을 통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사회단체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없고 이로써 의회와 정부 등 국가기관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자금의 기부는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에, 정당과 의회·정부에 대하여 단체 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관철하려는 모든 이익단체는 정치자금의 기부를 통하여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오늘날 사회단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익단체는 바로 노동자단체와 사용자단체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1) 입법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구 노동조합법 제12조를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된 노동조합및노동관련조정법의 시행으로 폐지하고, 나아가 노동조합의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를 1998. 4. 30. 법률 제5537호로 개정하여 사

회단체 중 노동조합에게만 예외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늘날의 정치상황은 개인의 다양한 이익과 욕구를 집결, 선별하고 조정하는 집단을 통하여 개인은 비로소 자신을 정치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당과 사회단체는 민주적 의사형성을 위한 불가결한 요소이고, 사회단체는 정당 다음으로 국민과 국가를 잇는 연결매체이므로 입법자가 법의 개정을 통하여 노동단체에 정치활동의 자유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노동단체에 대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노동단체의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노동단체의 정치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노동운동이 정치운동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여 노동단체가 본연의 헌법적 과제 수행에 충실하도록 하고, 한편 노동단체가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단체재정의 부실과 단체 구성원(조합원)의 권익 훼손을 방지하며, 정당으로부터 노동단체의 자주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단체가 단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등의 방법으로 ‘근로조건의 향상’이라는 본연의 과제만을 수행해야 하고, 그 외의 모든 정치적 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고에 바탕을 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법의 개정에 따라 그 근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자유의 의미 및 그 행사 가능성을 공동화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세력의 자유경쟁을 통하여 정당한 이익조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회의 중요한 세력과 이익이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서로 경쟁하는 조직과 이익은 대등한 세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능성에 있어서 사회세력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면, 비록 사회세력간에 자유경쟁이 이루어 진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익조정이 불가능하며, 특정 이익이나 세력이 우세한 위치에서 정치의사형성과정을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복수적 사회단체의 존재와 그들간의 세력균형은 민주적 정치의사형성과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정당한 이익조정에 이르는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있어서의 사회단체의 의미와 사회단체간의 세력균형의 중요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예가 바로 노동자단체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의 관계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른 사회단체, 특히 사용자단체에게는 정치자금의 기부를 허용하면서 노동단체에게만 정치자금의 기부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에 대한 기부를 통하여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노동단체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것이며, 이는 특히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의 관계에서 사회세력간의 정당한 이익조정을 크게 저해하고, 근로자에 불리하게 정치의사를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노동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하지 못하는 반면, 사용자나 사용자단체는 법이 정한 범위내에서 자유롭게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나 사용자단체는 기부금을 통하여 정당에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3)뿐만 아니라 정치헌금으로 인하여 우려되는 노동단체 재정의 부실이나 단체 구성원의 과중한 경제적 부담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목적도 노동단체의 정치자금의 기부에 대한 금지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현재 노동단체의 재정이 건실하지 못하다는 것은 노동단체가 현실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할 뿐, 노동단체에 대한 정치자금의 기부금지를 정당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노동단체의 재정이 빈약하다는 것은 노사단체가 근로조건에 관한 사적 자치를 통하여 근로조건을 형성함에 있어서 사적 자치가 기능할 수 있는 조건인 ‘세력의 균형’이나 ‘무기의 대등성’이 근로자에 불리하게 깨어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 이에 더하여 국가가 사회단체의 정치헌금 가능성을 노동단체에게 불리하게 규율함으로써 다른 사회단체에 비하여 노동단체의 지위를 더욱 약화시키는 것을 정당화하

지는 않는다.

4)한편, 노동부장관은 정치영역으로부터의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자금의 기부를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는 “노동조합”을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성을 도모할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로 정의하고, 그 제11조는 “노동조합은 그 조직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라고 하여 노동조합의 요건으로서 ‘자주성’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에게 요구되는 ‘자주성’은 엄격한 정치적 중립이나 종교적 또는 세계관적 관점에서의 중립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인 측면에서 조직상의 독립과 법적 측면에서 의사결정구조의 자주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경제적으로 같은 상황에 있고 정치적으로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노동자들이 그들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그들의 자유의사에 근거하여 그들의 지도원칙에 따라 노조활동을 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5)결론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인 ‘‘노동단체의 정치화 방지’나 ‘노동단체 재정의 부실우려’는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자유의 의미에 비추어 입법자가 헌법상 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입법목적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설사 이러한 입법목적 중 일부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회세력 누구나가 자유롭게 참여해야 할 정치의사형성과정과 정당한 이익조정과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본권 침해의 효과는 매우 중대하다. 이에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인 ‘노동단체 재정의 부실 우려’의 비중은 상당히 작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노동단체의 기부금지를 정당화하는 중대한 공익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노동단체인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6)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평등권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곧 평등권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차별대우가 헌법적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 즉 자의적인 경우에만 평등권에 위반된다.

민주주의에서 사회단체가 국민의 정치의사형성과정에 있어서 가지는 의미와 기능의 관점에서 본다면, 노동단체는 다른 사회단체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으로서 같게 취급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른 이익단체, 특히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이나 사용자단체의 정치헌금을 허용하면서 유독 노동단체에게만 정치자금의 기부를 금지한 것은 노동단체로 하여금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활동의 영역을 다른 사회단체와 달리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단체는 다른 사회단체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모든 중요한 이익을 고려하는 정당한 이익조정에 이르기 위하여 다양한 사회세력간의 경쟁과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노동단체와 정치자금의 기부를 할 수 있는 다른 단체 사이에는 정치활동의 제한에 있어서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다른 단체, 특히 사용자 및 사용자단체와의 관계에서 노동단체를 정치활동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구 노동조합법 제12조,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조 제1항 제2호, 제81조 제1항 제3호제87조에 대한 청구부분은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 제5호는 청구인의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뿐 아니라

평등원칙에도 위반되는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주심) 이재화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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