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05. 12. 22. 선고 2004헌바25 판례집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1조 제1호 등 위헌소원 (제31조 제6조)]
[판례집17권 2집 695~71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내역을 회계장부에 허위 기재하거나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 보고한 정당의 회계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정치자금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호제22조 제1항의 허위 기재 부분과 같은 호 중 제24조 제1항 부분이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명세서, 영수증 및 회계장부를 보존하지 않은 정당의 회계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정치자금법 제31조 제6호가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호제22조 제1항의 허위기재 부분과 제24조 제1항의 허위보고 부분은 궁극적으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위 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정치자금에 대한 정확한 수입과 지출의 기재·신고에 의하여 정당의 수입과 지출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고 이를 검증할 수 있게 되므로, 이는 위 입법목적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적절한 수단이다. 또한,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정당·후원회·국회의원 등의 모든 정치자금 내역을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만일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내역을 기재하고 이를 신고하는 조항이 없다면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정치자금법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위 조항들의 시행은 정치자금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고 할 것이고, 달리 이보다 진술거부권을 덜 침해하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찾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위 조항들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라는 공익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회계장부에 기재하고 신고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채 진술거부권을 주장하는 사익보다 우월하다. 결국, 정당의 회계책임자가 불법 정치자금이라도 그 수수 내역을 회계장부에 기재하고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위 조항들은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정치자금법 제31조 제6호에 의하면, 정당의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명세서 및 영수증을 정치자금법이 정하는 회계보고를 마친 후 3년간 보존하여야 하는데, 이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회계장부·명세서·영수증을 보존하는 행위는 진술거부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진술” 즉 언어적 표출의 등가물로 볼 수 없으므로, 위 조항은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비록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호제22조 제1항과 같은 호 중 제24조 제1항 부분이 추구하는 목적에 대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위 법률조항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안은 일차적인 금지의무(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금지)를 위반한 자 중 아무도 자신의 범죄사실을 보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을 이루는 데에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도 단지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형사처벌을 받는 자에게 다시 ‘허위기재 및 허위보고죄’라는 명목으로 형사처벌을 이중으로 부과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들은 그 목적을 이루는데 있어서 실효적인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게 이중으로 형사처벌함으로써 최소 침해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또한, 위 법률조항들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고 있는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관한 증명 책임을 범죄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진술거부권이 보장하고 있는 피의자와 검사 사이의 무기평등의 원칙 내지는 탄핵주의 형사 사법제도의 이념을 부당하게 침해한다.

결국, 위 법률조항들이 ‘불법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기재·보고’에 적용되는 범위 내에서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된다.

심판대상조문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회계장부의 비치 및 기재) ① 정당의 회계책임자는 회계장부를 비치하고 수입과 지출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당비, 기부금, 보조금 등 모든 수입의 일시·금액·건삭 및 당비납입자의 성명·주소 기타 명세

2. 차입금, 기관지의 발행 기타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의 일시·금액 및 대여자의 성명·주소 기타 명세

3. 지출의 일시·금액·목적 및 지출을 받은 자의 성명·주소·직업

②~④ 생략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회계보고) ① 정당의 중앙당, 시·도지부, 지구당 및 후원회와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또는 국회의원후보자의 회계책임자는 매년 12월 31일 현재의 재산상황, 정치자금의 수입금액과 정치자금의 지출에 관한 내역 및 결산내역을 다음해 2월 15일까지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다만, 정당의 등록이 취소되거나 해산된 때와 후원회가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해산된 때,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또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후원회지정을 철회하거나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그 날부터 14일 이내에 보고하여야 한다.

②~⑤ 생략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同前)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제6조 제2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3항 또는 제24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회계장부를 비치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한 자 또는 보고를 해태하거나 허위의 보고를 한 자

2.~5. 생략

6. 제2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회계장부·명세서·영수증을 보존하지 아니한 자

7.~8. 생략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벌칙) ①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의 관계가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정당·후원회·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

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제6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금품을 납입 또는 기부한 자와 제6조의2 제2항·제6항 및 제6조의3의 규정에 위반하여 후원금을 받거나 금품의 모집, 납입 또는 기부를 한 자

2.제6조의4 내지 제6조의7의 규정에 위반하여 금품을 모집한 자와 제6조의5 제5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바자회·서화전 등을 금품을 모집하기 위한 것을 벗어나 금품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개최한 자

3.제11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지 아니하고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

4. 제11조 제3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타인의 명의나 가명으로 정치자금을 기탁한 자

5. 제12조 또는 제1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

6. 제14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치자금의 기부를 알선한 자

7.제5조의 규정에 의하여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가 아닌 자로서 정치자금의 기부를 목적으로 후원회나 이와 유사한 기구를 설치·운영한 자

③ 제1항 및 제2항의 경우 그 제공된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하며, 이를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참조판례

1. 헌재 2004. 6. 24. 2004헌바16 , 판례집 16-1, 759, 763

헌재 1995. 11. 30. 94헌마97 , 판례집 7-2, 677, 694-695

헌재 1997. 3. 27. 96헌가11 , 판례집 9-1, 245, 256

헌재 1999. 11. 25. 95헌마154 , 판례집 11-2, 555, 575

2. 헌재 1997. 3. 27. 96헌가11 , 판례집 9-1, 245, 257

당사자

청 구 인 김○일

대리인 법무법인 다래

담당변호사 박승문

당해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고합100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

주문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호제22조 제1항의 허위기재 부분과 제24조 제1항의 허위보고 부분, 그리고 같은 법 제31조 제6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4. 1. 29. “○○당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2002. 10.경부터 같은 해 11. 말경까지 불법 정치자금을 수 차례 수수하고, ○○당 회계책임자 겸 ○○당 중앙당 회계책임자로서 2003. 1. 말경부터 같은 해 2. 초순경까지 위와 같이 받은 불법 정치자금을 ○○당 회계자료에 등재하지 않음으로써 허위의 기재를 하고, 정치자금의 지출에 관한 명세서 및 영수증을 보존하지 아니하였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의 회계보고를 하였다.”는 내용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고합100호로 공소제기되었다.

청구인은 위 재판 중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하 ‘정치자금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호가 정당 회계장부에 허위의 기재를 하거나 허위의 회계보고를 한 자를 처벌하고, 같은 조 제6호가 정치자금의 지출에 관한 명세서 등을 보존하지 아니한 자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의 ‘진술거부권’이 보장하고 있는 ‘자기부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04초기291) 위 법원이 2004. 3. 12. 동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달 2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정치자금법(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호제22조 제1항의 허위기재 부분과 제24조 제1항의 허위보고 부분, 그리고 동법 제31조 제6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로서, 그 규정과 관련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1조(同前)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제6조 제2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3항 또는 제24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회계장부를 비치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한 자 또는 보고를 해태하거나 허위의 보고를 한 자

6.제2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회계장부·명세서·영수증을 보존하지 아니한 자

제22조(회계장부의 비치 및 기재) ① 정당의 회계책임자는 회계장부를 비치하고 수입과 지출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당비, 기부금, 보조금 등 모든 수입의 일시·금액·건수 및 당비납입자의 성명·주소 기타 명세

2.차입금, 기관지의 발행 기타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의 일시·금액 및 대여자의 성명·주소 기타 명세

3.지출의 일시·금액·목적 및 지출을 받은 자의 성명·주소·직업

제23조(회계장부의 보존) 정당·후원회·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후보자의 회계책임자는 제22조의 회계장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명세서 및 영수증을 이 법에 의한 회계보고를 마친 후 3년간 보존하여야 한다.

제24조(회계보고) ① 정당의 중앙당, 시·도지부, 지구당 및 후원회와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또는 국회의원후보자의 회계책임자는 매년 12월 31일 현재의 재산상황, 정치자금의 수입금액과 정치자금의 지출에 관한 내역 및 결산내역을 다음해 2월 15일까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다만, 정당의 등록이 취소되거나 해산된 때와 후원회가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해산된 때,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또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후원회지정을 철회하거나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그 날부터 14일 이내에 보고하여야 한다.

제30조(벌칙) ①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의 관계가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청구인의 주장과 법원의 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호·제6호는, 정당의 회계책임자 등이 동법 제5조 이하에 정한 방법에 따라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경우를 대전제로 하여 그에 관련된 회계장부·명세서·영수증을 보존하지 아니하거나 허위기재하거나 보고해태 또는 허위보고를 한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정상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한 회계책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신분범이다. 만일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한 자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 제31조에 의하여 처벌한다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왜냐하면, 불법으로 조성된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보고를 할 수도 할 방법도

없으며, 불법으로 조성된 정치자금을 보고대상으로 해석하여 그 보고를 강요한다면 범법행위를 스스로 당국에 신고하라는 것으로서, 이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할 위험이 있는 사항에 대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보장하는 진술거부권, 즉 헌법 제12조 제2항의 ‘자기부죄금지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나. 법원의 제청신청기각 이유요지

회계장부를 비치하거나 이에 기재하는 행위, 회계장부·명세서·영수증을 보존하는 행위는 헌법 제12조 제2항이 정하는 진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행위들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한 경우 이를 처벌한다고 하여도 ‘진술강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상황을 공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입법취지로 하고 있고(제1조),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위하여 정치자금의 공명정대한 운용과 공개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제2조).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호제24조 제1항은 정치자금의 수입금액 등에 관한 내역 및 결산내역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위반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합법·불법적으로 조성된 모든 정치자금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불법 정치자금 조성행위의 발견을 용이하게 하여 위와 같은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법률조항은 ‘자기부죄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2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3. 판 단

가. 정치자금의 규제필요성과 이 사건의 쟁점

(1) 헌법제8조 제3항에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재정적 제약 아래에서 충분한 자금을 보조하기는 어렵다. 또한 제116조 제1항은 선거운동 법정주의와 기회균등원칙을 천명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그 밖에 정치인 개인의 정치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는 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있어 정치자금 조달은 중요한 정

치활동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자금의 조달을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맡겨 두고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과 금력의 결탁이 만연해지고, 필연적으로 기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그리하여 금력을 가진 소수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1인 1표의 기회균등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헌재 2004. 6. 24. 2004헌바16 , 판례집 16-1, 759, 763 참조).

1965. 2. 9. 법률 제1685호로 제정되어 1980. 12. 31. 법률 제3302호로 전문개정된 정치자금법제1조에서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입법목적으로 천명하고(제1조), 제2조 제2항에서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정치자금의 공개’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는바, 이는 종래 정치자금의 수수가 부정과 부패에 연결되고 경제인에 대한 정치인의 보복사례가 있었다는 반성에서 정치자금의 수수를 양성화하고 그 금액과 사용용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5. 11. 30. 94헌마97 , 판례집 7-2, 677, 694-695 참조).

(2)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의 회계책임자는 회계장부를 비치하고 수입과 지출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여야 하고 매년의 정치자금의 수입금액과 지출에 관한 내역을 다음해 2월 15일까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하며, 위 회계장부와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명세서 및 영수증을 위와 같이 회계보고를 마친 후 3년간 보존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규정이다.

살피건대, 정치자금법 제22조 제1항 제1호는 정치자금에 관한 “모든” 수입의 기재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위에서 본 정치자금법의 입법목적과 제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규정에서 말하는 “모든” 수입이 적법하게 수수한 정치자금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도5494 판결, 공2005상, 222 참조).

한편,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동법1)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

금을 주거나 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정치자금의 공명정대한 운용과 투명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정당의 회계책임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동법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정치자금을 수수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하고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의 회계책임자로 하여금 적법·불법을 불문하고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기록을 작성할 의무와 이를 행정관청에 신고하고 일정기간 보존할 의무를 부과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 중 불법 정치자금의 경우를 보면,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규범자에게 일차적인 금지의무(불법 정치자금의 수수금지)를 부과하고 위 금지의무의 이행을 더욱 원활히 확보할 목적으로 이차적인 기록·신고 및 보존의무를 다시 부여하고 있는 구조이다.

(3) 그런데 일단 일차적인 금지의무를 위반하면 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사실까지 기록하고 다시 행정관청에 이를 보고하고 일정기간 보존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헌법 제12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즉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당의 회계책임자로 하여금 불법 정치자금에 관한 자료를 회계장부에 기재하고 그 내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한편, 동 명세서 등 회계자료를 일정기간 보존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진술거부권의 의의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형사책임에 관하여 자신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것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이 이와 같이 진술거부권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첫째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인권을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고 나아가 비인간적인 자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려는데 있고, 둘째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검사 사이에 무기평등을 도모하여 공정한 재판의 이념을 실현하려는데 있다.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닌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행정절차나 국회에서의 조사절차 등에서도 보장되며, 현재 피의자나 피고인으로서 수사 또는 공판절차에 계속중인 자뿐만 아니라 장차 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자에게도 보장된다. 또한 진술거부권은 고문 등 폭행에 의한 강요는 물론 법률로써도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헌재 1997. 3. 27. 96헌가11 , 판례집 9-1, 245, 256 참조).

본래 영미법상의 ‘자기부죄거부의 특권’(Privilege against self-incrimina-tion)에서 유래한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즉 진술거부권의 기원과 연혁을 살펴보면, 진술거부권은 본래 정부의 기소 또는 수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장치로서 전통적인 모습은 법정에서 피고인이나 증인이 질문에 대하여 답하지 않을 권리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진술거부권이 법정 밖으로 나오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공익 또는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금지의무와 이에 대한 제재를 규정한 다음 다시 그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으로 하여금 그의 업무에 관하여 적법·불법을 불문하고 모든 관련행위를 기재하고 이를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의 제정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2)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호제22조 제1항의 허위기재 부분과 제24조 제1항의 허위보고 부분에 대한 판단

(가) 이들 조항의 규정내용

정치자금법 제2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정당의 회계책임자는 당비, 기부금, 보조금 등 정당의 모든 수입의 일시·금액·건수 및 당비납입자의 성

명·주소 기타 명세(제1호), 차입금, 부대수입의 일시·금액 및 대여자의 성명·주소 기타 명세(제2호), 그리고 지출의 일시·금액·목적 및 지출을 받은 자의 성명·주소·직업(제3호)을 회계장부에 기재하여 비치하여야 한다.

또한 동법 제2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정당의 중앙당의 회계책임자는 매년 12월 31일 현재의 재산상황, 정치자금의 수입금액과 정치자금의 지출에 관한 내역 및 결산내역을 다음해 2월 15일까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하고, 같은 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면 정치자금의 지출에 관한 내역과 결산내역을 보고하는 때에는 영수증 기타 증빙서류의 사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한편 같은 조 제5항은 위와 같은 보고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위임에 의해 정해진 ‘정치자금사무관리규칙’(2004. 3. 12. 선거관리위원회규칙 제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1항·제2항은 위 회계보고에 관하여 별지 제39호 내지 제41호의 서식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재산명세서”에 토지, 건물, 주식 또는 유가증권, 비품, 현금 및 예금 등의 종류·수량·내용·가액 등을 기재하고(별지 제39호), “수입·지출 명세서”에 당비, 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보조금, 차입금 등의 ‘수입’과 기본경비, 정치활동비, 지원금 등의 ‘지출’을 보조금, 경상보조금, 선거보조금 및 그 합계의 과목별로 연간 총액을 기재하고(별지 제40호), “재산 및 수입·지출 총괄표”에 위 재산명세서와 수입·지출 명세서의 내용을 중앙당, 시·도지부, 지구당, 구·시·군 연락소의 과목별로 총괄하여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별지 제41호).

위와 같이 정치자금법 제22조 제1항에 의하면 정당의 모든 수입과 지출에 관한 명세를 기재한 회계장부를 작성·비치하여야 하나, 동법 제24조 및 정치자금사무관리규칙 제32조의 해석상 위 조항은 반드시 개개 정치자금의 수수내역을 일일이 다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당비, 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보조금, 차입금 등의 과목별로 연간 총액을 기재한 결산서를 작성하여 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동법 제31조 제1호는 이러한 기록의무와 보고의무를 위반하여 허위기재 및 허위보고를 한 경우에 이를 형사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나) 진술거부권의 침해 여부

1) 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보고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보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진술거부권이 금지하는 진술강요에 해당한다는 것은 별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개인에게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내역을 ‘기재’하게 하는 것

이 진술을 강요하는 것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살피건대, 헌법상 진술거부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진술”이라 함은 언어적 표출, 즉 개인의 생각이나 지식, 경험사실을 정신작용의 일환인 언어를 통하여 표출하는 것을 의미하는바(헌재 1997. 3. 27. 96헌가11 , 판례집 9-1, 245, 257), 정치자금을 받고 지출하는 행위는 당사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로서 이를 문자로 기재하도록 하는 것은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말로 표출한 것의 등가물(等價物)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들이 정하고 있는 기재행위 역시 “진술”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2) 그러므로 앞에서 본 진술거부권의 연혁과 본질에 비추어 위 조항들이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첫째,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조항들의 입법목적은 정치자금법의 제정목적과 동일하게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목적이 발현되는 방향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정치자금의 수수를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과연 누가 정당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지, 즉 정치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의 연계를 원칙적으로 공개하여 유권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1999. 11. 25. 95헌마154 , 판례집 11-2, 555, 575 참조). 다른 하나는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은밀하게 수수되는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형사처벌을 미리 고지함으로써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를 억제·방지하려는 것이다. 결국 위 조항들은 궁극적으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인데, 이는 현대 정당국가에서 반드시 달성하여야 할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위 조항들의 입법목적은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둘째, 위 조항들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정당의 회계책임자로 하여금 정당의 모든 수입과 지출에 관한 명세를 기재한 회계장부를 작성하도록 한 후 그 총괄적 사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면서 이와 관련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위와 같이 정당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있을 경우에만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단지 권유 또는 훈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위 조항들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정치자금에 대한 정확한 수입과 지출의 기재·신고의 요구는 그 입법목적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셋째, 정치자금법 전체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모든 정치자금의 공개원칙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로 구성되어 있고 위 조항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조항인데,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정당·후원회·국회의원 등의 모든 정치자금 내역을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만일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내역을 기재하고 이를 신고하는 조항이 없다면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정치자금법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주체와 이 불법 정치자금의 기재 및 신고의 주체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 조항들은 그 자체로 존재 의의가 있다. 이런 점에서 위 조항들의 시행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고 할 것이고, 달리 이보다 진술거부권을 덜 침해하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찾을 수 없다.

넷째, 정치자금의 개혁과 규제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철저하게 확보하는 것으로서, 이는 정당과 정치인으로 하여금 모든 정치자금의 규모·수입·지출에 대한 명세를 법이 정하는 절차에 의하여 공개하도록 하여 일반인이 이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 조항들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이와 같은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라는 공익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회계장부에 기재하고 신고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채 진술거부권을 주장하는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할 것이다.

3) 덧붙이면, 위 조항들과 비슷한 입법의 예는 허다하다. 예컨대 조세범처벌법에 의하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자는 형사처벌하고(제9조 제1항), 동법의 규정에 의하여 매출처별 세금계산서 합계표를 장부에 작성·제출하여야 할 자가 이를 허위 기재하여 제출한 경우에도 별도로 처벌하고 있고(제11조의2 제1항 제2호),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자기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여서는 아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데(제66조 제1항 제5호, 제9조), 위와 같이 상호출자제한을 받은 기업이 이를 위반하였음에도 준수한 것으로 주식현황을 허위 보고하는 경우에도 허위신고로 처벌하고 있다(제68조 제3호, 제13조).

한편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장기 등의 이식에 부적합한 전염성 병원에 감염된 장기, 암세포에 침범된 장기 등은 적출하거나 이식하여서는 아

니되며, 이식 대상자가 정하여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장기 등을 적출하여서는 아니되는데,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며(제39조 제1항 1호·2호, 제10조 제1항·제2항), 나아가 장기 등을 적출하거나 이식한 의사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기록을 작성하여 당해 장기 등을 적출하거나 이식한 이식의료기관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하면 역시 형사처벌된다(제45조 제6호, 제24조 제1항).

그 밖에 화학무기의금지를위한특정화학물질의제조·수출입규제등에관한법률에 의하면, 화학물질 허가제조자가 허가의 취소처분 등을 받은 때에는 보유하고 있는 1종 화학물질을 3월 이내에 폐기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되고(제27조 제1호, 제10조 제1항), 나아가 폐기의무자는 폐기하여야 할 1종 화학물질의 종류 및 수량을 통상산업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한 경우에도 별도로 형사처벌된다(제28조 제2호, 제10조 제3항).

4) 결국, 정당의 회계책임자가 불법 정치자금이라도 그 수수 내역을 회계장부에 기재하고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위 조항들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정치자금법 제31조 제6호에 대한 판단

이 조항에 의하면, 정당의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명세서 및 영수증을 정치자금법이 정하는 회계보고를 마친 후 3년간 보존하여야 하는데, 이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회계장부·명세서·영수증을 보존하는 행위는 앞에서 본 진술거부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진술” 즉 언어적 표출의 등가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조항은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권 성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호제22조 제1항과 같은 호 중 제24조 제1항 부분(이하 ‘위 법률조항들’이라고 한다)이 ‘불법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기재·보고’에 적용되는 한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

견을 밝힌다.

가. 진술거부권은, 자신에게 형사상 불리한 사실을 진술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내심적 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침묵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진술거부권의 성격상 외부의 강요에 의하여 침묵하지 못하고 진술이 이루어진 경우 진술거부권은 일부분이 아닌 전면적 침해가 되어 그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른 정신적 자유권과 동등한 수준의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나. (1) 위 법률조항들은, 정당의 회계책임자에게 적법·불법을 막론하고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명세를 회계장부에 기재한 후 그 내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적법한 정치자금의 수수를 제대로 기재 또는 보고하지 않은 행위는 회계업무의 불성실한 처리로서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법 규정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불법 정치자금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즉, 정치자금법은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에 관하여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죄명(동법 제30조 제1항)으로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 정당의 회계책임자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여 일단 범법행위를 행한 이상 자신은 형사소추를 받을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법률조항들은 범죄행위자인 정당의 회계 책임자로 하여금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사실을 정당의 공식 회계자료에 기재하고 다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형벌로써 강제함으로써, 범죄행위자로 하여금 형사소추의 위험성을 극대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으로 자신의 범죄를 스스로 진술하도록 법률로써 강제하는 것으로서 진술거부권이 보장하고자 하는 자기부죄금지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할 것이다.

(2) 위 법률조항들의 목적은 정치자금의 공개원칙을 도모하려는 것으로서 그 정당성은 일응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당의 회계책임자가 자신이 형사상 소추를 받을 것을 명확히 예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식적인 정당의 회계자료에 기재하거나 관할 행정관청에게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를 강제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형벌을 가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에 있어서의 비례성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정치자금법은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에 대하여 이

미 형사처벌을 하고 있으므로, 이를 입증하여 형사소추를 함으로써 위 법률조항들과 정치자금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이루는 것이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방안이지, 굳이 범죄행위를 이미 행한 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행정관청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반면 헌법이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만을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다시 말하면, 비록 위 법률조항들이 추구하는 목적에 대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위 법률조항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안은 일차적인 금지의무(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금지)를 위반한 자 중 아무도 자신의 범죄사실을 보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을 이루는 데에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도 단지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형사처벌을 받는 자에게 다시 ‘허위기재 및 허위보고죄’라는 명목으로 형사처벌을 이중으로 부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들은 그 목적을 이루는데 있어서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밀접한 관련을 갖는 실효적인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정치자금의 공개원칙을 관철할 수도 있는데 굳이 진술거부권의 침해를 방치한 채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를 기재·보고하게 하는 것은 최소 침해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3) 진술거부권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인권을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데 있고, 제도적으로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검사 사이에 무기평등을 도모하여 공정한 재판의 이념을 실현하려는 데 있다(헌재 1990. 8. 27. 89헌가118 참조).

살피건대 정당의 회계책임자로 하여금 정치자금의 내역을 보고하도록 하는 위 법률조항들의 실질적인 기능은, 단순히 정치자금의 변동 상황에 관한 정보만을 공개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입증을 돕고자 하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 법률조항들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행정목적을 달성한다는 명목으로,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고 있는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관한 증명 책임을 개인(또는 범죄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진술거부권이 보장하고 있는 피의자와 검사 사이의 무기평등의 원칙 내지는 탄핵주의 형사 사법제도의 이념을 부당하게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다.결국, 위 법률조항들은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적합하다고 할 수 없고 진술거부권의 제한에 있어서도 최소 침해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진술거부권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 존엄성의 보존과 탄핵주의 형사 사법제도의 이념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들이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위 법률조항들이 ‘불법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기재·보고’에 적용되는 범위 내에서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arrow
본문참조조문
판례관련자료
유사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