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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2. 22. 선고 99헌바74 결정문 [민사소송법 제118조 제1항 단서 위헌소원]
[결정문]
이유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지만, 이 사건은 소송구조를 허용하여야 할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각하하는 다수의견의 결론은 옳다.

2. 국가가 소송구조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소멸되거나 그 행사에 직접 제한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므로 소송구조의 거부 자체가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없는 국민이 적절한 소송구조를 받기만 한다면 훨씬 쉽게 재판을 받아서 권리구제를 받거나 적어도 권리의 유무에 관한 정당한 의혹을 풀어볼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경우에는 소송구조의 거부가 재판청구권 행사에 대한 ‘간접적인 제한’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재판청구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까지로 확대평가될 여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적인 제한’의 여부가 논의될 수 있는 경우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어느 정

도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바꾸어 말하면 패소의 가능성이 명백한 경우는 애당초 여기에 해당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법 제118조 제1항 단서가 “다만,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소송구조의 불허가 요건을 정하고 있는 것은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민사사건 등의 소송구조에 대해서는 형사사건에 버금가는 유형의 예외적인 사건인 경우에 한하여 형사사건과 같은 조건으로 소송구조를 하여 재판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보호하는 것이 평등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은 형사사건에 못지 않는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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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은 예외적인 사건을 소송구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하여 이를 묵인하지 아니함이 분명하다.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이 집단에 해당하는 자가 입법적인 배려에서 누락되었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앞서 말한 위헌심사기준 중 입법목적 달성수단이, 평등권의 경우 합리성의 근거가 불명확하다 할 것이고, 재판청구권의 경우 필요최소한의 제한이라는 요건을 벗어나,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한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부분은 위헌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 위헌선언을 하면, 자력의 부족만 소명되면 아무런 조건없이 모든 사건의 소송구조를 허용하여야 하는 예상치 못한 부당한 결과가 생기게 되므로, 위헌조항의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

【심판대상조문】

민사소송법(1990. 1. 13. 법률 제4201호로 개정된 것) 제118조(구조의 요건) ①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의 신청에 의하여 각심에서 소송상의 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생략

【참조조문】

민사소송법(1990. 1. 13. 법률 제4201호로 개정된 것) 제119조(구조의 객관적 범위) ① 소송과 강제집행에 대한 소송상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재판비용의 납입유예

2. 변호사 및 집달관의 보수와 체당금의 지급유예

3. 소송비용의 담보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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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제1항 제2호의 경우에 변호사나 집달관이 보수를 받지 못하는 때에는 국고에서 상당한 금액을 지급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당 사 자】

청 구 인 정○명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일영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98카기10997 소송구조

【주  문】

1.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서울지방법원 98카기10997결정에 관한 부분은 이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서울지방법원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98가합88432)을 제기하면서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구조신청(98카기10997)을 하고 아울러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 소송구조를 하지 않도록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118조 제1항 단서

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99카기8800)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9. 8. 2. 위 소송구조신청과 위헌제청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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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은 위 소송구조신청 기각결정의 취소와 민사소송법 제118조 제1항 단서의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서울지방법원 98카기10997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 및 민사소송법(1990. 1. 13. 법률 제4201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18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118조(구조의 요건) ①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의 신청에 의하여 각심에서 소송상의 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관계기관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없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법 제118조 소정의 소송구조제도이므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 단지 ‘패소할 것이 명백할 경우’라는 사유에 의하여 소송구조를 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다.

(2) 패소할 것이 명백한지 여부는 변론과 증거조사 등의 심리를 통하여 밝혀지는 것이고 본안에 관한 심리를 다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그 재판진행 과정에서 국가를 비롯한 상대방 당사자에게 반성적 고려를 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패소가 명백하다 하여 소송구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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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는 것은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3) 나아가 소송구조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하여는 자력의 유무를 잘 살펴 자력 있는 사람을 빼면 되는데 그렇게는 하지않고 본안재판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소송구조신청을 기각하는 것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무자력자의 생존권,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요지

(1) 소송구조는 재판을 받을 권리의 구체적 내용을 이루고 있지만 구조범위의 결정은 입법정책에 속하고, 구조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하여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하다는 것 이외에도 일정한 요건을 설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2)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를 구조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재판제도의 기능, 소송구조의 취지 등에 비추어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지 않는 것이고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

(3) 소장 등에 기재된 주장과 이미 제출된 소명자료만에 의하여서도 소송의 종료 이전에 구조를 신청한 당사자가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경우에 소송구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므로, 여기에 무슨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일본, 독일 등의 입법례에 비추어도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 소송구조를 하지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점, 경제적 무자력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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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도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까지 소송구조를 허용하는 것은 상대방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부당하고 사법부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외에는 대체로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동일하다.

3. 판 단

가. 이 사건 결정에 관한 부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결정은 앞에서 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함이 분명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한 부분

(1)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은 권리ㆍ의무에 관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에 재판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그 한 내용으로 하고 있고 한편 소송구조는 민사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절차 즉 민사소송에서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에게 소송비용의 납입을 유예하거나, 변호사 보수 등의 지급을 유예하거나 또는 소송비용의 담보제공을 면제하는 등의 조력(법 제119조)을 제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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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써 재판을 하는 국민에게 국가가 일정한 조력을 제공하는 제도이므로 우선 소송구조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바꾸어 말하면 국가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조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소멸되거나 그 행사에 직접 제한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므로 소송구조의 거부 자체가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없는 국민이 적절한 소송구조를 받기만 한다면 훨씬 쉽게 재판을 받아서 권리구제를 받거나 적어도 권리의 유무에 관한 정당한 의혹을 풀어볼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경우에는 소송구조의 거부가 재판청구권 행사에 대한 ‘간접적인 제한’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재판청구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까지로 확대평가될 여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적인 제한’의 여부가 논의될 수 있는 경우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재판에 의한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바꾸어 말하면 패소의 가능성이 명백한 경우는 애당초 여기에 해당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법 제118조 제1항 단서가 “다만,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소송구조의 불허가 요건을 정하고 있는 것은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그 재판진행과정에서 국가를 비롯한 상대방 당사자에게 반성적 고려를 하게 하는 효과가 물론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이와 같은 반성적 고려의 촉구는 재판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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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행사의 반사적, 부수적 효과일 뿐, 이것 자체가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반사적, 부수적 효과까지 고려하여야 한다면, 남용된 소송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입는 피해 역시 당연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러한 부수적 효과들은 서로 상쇄되어 재판청구권의 본질에는 영향을 줄 수 없게 된다.

(3) 소송구조를 신청한 당사자가 구체적으로 소송에서 패소할지 여부가 소송의 최초단계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편 점차로 소송이 진행되면서 비로소 그 승패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심리가 종결된 뒤에도 여전히 그 승패를 결정짓기 어려운 경우까지도 있다. 따라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소송구조를 거부함에 있어서는 관계자료가 갖추어져 소송구조신청의 당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법원이 신중히 선택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이 때 만일 법원이 판단을 그르쳐 소송구조를 거부하고 그로 인하여 당사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구제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재판청구권의 침해로 논란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1, 2, 3심의 구조에 의한 불복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소송자료와 당사자를 직접 그리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일정한 자격과 경력을 가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의 판단에 ‘패소할 것이 명백한지 여부’를 맡기는 것 이상의 합리적인 제도는 없다. 이렇게 볼 때에 법원이 충분한 자료의 검토 없이 서둘러 소송구조의 허부를 판단함으로써 구체적 사건에서 그 판단을 그르칠 약간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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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것이다.

(4) 더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 생존권 및 행복추구권과는 실질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이 조항이 이들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5) 소 결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물론 당사자의 승소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그의 무자력 여부만에 의하여 소송구조의 허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것은 국가나 사회단체의 여유있는 재정 또는 재력을 바탕으로 하여 기본권 보장과는 다른 차원의 복지제공을 위하여 법원 밖에서 하는 소송구조, 바꾸어 말하면 법원 이외의 기관이나 기구가 운영하는 소송구조를 채택할 때에 고려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법원 안에서의 소송구조, 환언하면 재판을 직접 맡고 있는 법관에 의한 소송구조를 정함에 있어서는, 더구나 남소의 폐단을 좌시하여서는 아니되는 법관의 지위를 고려할 때에, 무자력만을 요건으로 하는 소송구조의 방법을 선택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합리성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것이 바로 기본권 침해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결정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여 주문 제1항과 같이 이를 각하하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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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법률조항에 대한 부분은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 제2항과 같이 결정한다. 주문 제1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이영모 재판관의 다음 5와 같은 별개의견이 있다. 주문 제2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이영모 재판관의 다음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다른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된다.

5. 재판관 이영모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

먼저, 이 심판청구 중 주문 제1항(서울지방법원 98카기10997결정에 관한 부분은 이를 각하한다) 부분은 결론에 찬성하나, 그 이유에는 동조(同調)하지 아니한다. 나는, 다수의견과는 다르게 헌법재판소의 1998. 4. 30. 92헌마239 결정에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범위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위헌인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고(판례집, 10-1, 435, 442), 헌법재판소의 2001. 2. 22. 99헌마461 등 결정에서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은 이유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지만, 이 사건은 소송구조를 허용하여야 할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각하하는 다수의견의 결론은 옳은 것이다.

다음, 주문 제2항(민사소송법 제118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부분은 찬성하지 아니하므로 반대하는 이유를 밝혀두고자 한다.

가. 민사소송법 제118조는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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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자의 신청에 의하여 각심에서 소송상의 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구조의 사유는 소명하여야 한다.”(이하 ‘이 규정’이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 규정은 가사소송법(제12조)행정소송법(제8조 제2항)에 준용되므로, 이하 ‘민사사건 등’이라 함은 가사 및 행정사건도 포함한다}.

청구인은, 패소할 것이 명백한지 여부는 변론과 증거조사 등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서는 알

수 없는데도 본안재판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소송구조신청을 기각하는 것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의 재판받을 길을 봉쇄하는 결과가 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나. 헌법은 국민이 사회생활 중에 일어나는 법률상의 분쟁은 재판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분쟁 당사자는 누구든지 평등하게 사법기관에 접근할 수 있어야 법의 지배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법기관에의 접근이 당사자의 소송비용 부담능력에 따라 좌우된다면, 그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의 한계범위 내인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1) 헌법재판소는, 법원이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에 대하여는 그 신청과 소명에 의하여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 심급에서 소송상의 구조를 할 수 있게 하고(민사소송법 제118조) 이에 따라 소송상의 구조를 받는 자는 인지대 등 재판비용의 납입이 유예되므로(같은 법 제119조 제1항), 그 당사자가 패소할 것이 명백하여 항소 또는 상고의 실질적 이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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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항소장 또는 상고장에 인지를 붙이지 아니하고도 항소심 또는 상고심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고 판시하였다(헌재 1994. 2. 24. 93헌바10 , 판례집 6-1, 79, 87). 또한 소송수수료인 인지대를 어떠한 형태로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재판제도의 구조와 완비 정도, 인지제도의 연혁,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법의식, 국가의 경제여건, 외국의 입법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고려하여야 하고, 그 규정방식이 지극히 불합리하거나 인지액이 소송물 가액 등에 비추어 지극히 다액이어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영역에 속하고, 소송구조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현행 민사소송제도 하에서 민사소송등인지법은 자력이 부족한 당사자에 대하여 소송의 기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하거나 차단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들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거나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헌재 1996. 8. 29. 93헌바57 , 판례집 8-2, 46, 57, 60).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에 대한 위헌여부를 직접 판단한 선례는 없다.

(2) 우리의 현행 법제에서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빈곤 기타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때에는 피고인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3조)고 하여 피고인의 ‘빈곤’과 ‘청구’만을 요건으로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자가 변호인을 선임할 자력이 없는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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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신청에 의하여 국선대리인을 선임한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3항, 제70조 제1항)}.

그런데 민사사건 등의 경우, 이 규정은 그 단서에서 형사사건에는 없는 구조요건을 추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추가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첫째 소송구조 요건을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추가한 것이 헌법에 근거가 있는 것인지, 둘째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 외에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인지 여부를 조건으로 하여 재판을 통한 법의 보호를 받거나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은 아닌지, 셋째 누구나 평등하게 사법기관에 접근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기본권)를 보호하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인데도 이를 차별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의 침해가 아닌지 등의 문제가 있다. 재판절차에서의 평등보호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도 자력이 있는 자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장애없이 법정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듣고 그들의 의견을 펼칠 수 있어야 하므로, 법원이 소송구조 여부를 결정하면서 신청인이 제출한 소명만으로 본안의 결론까지 예측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3) 민사사건 등의 소송구조에 관한 이 규정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도 재판을 받게끔 하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 규정은 이른바 법률복지를 도모하는 사회입법의 일종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은 수긍할 수 있다.

나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사회ㆍ경제적 입법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에 관하여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은 정책영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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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로 언제나 합리성의 심사로 족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헌재 1998. 12. 24. 89헌마214 등, 판례집 10-2, 930, 964, 969 ; 1999. 4. 29. 94헌바37 등, 판례집 11-1, 291, 348, 356 ; 1999. 10. 21. 97헌바26 , 판례집 11-2, 385, 423, 426 ; 2000. 4. 26. 98헌가16 등, 판례집 12-1, 427, 476, 480. 재판관 이영모의 각 반대의견 ; 1999. 7. 21. 98헌가5 , 판례집 11-2, 26, 36. 재판관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이영모의 합헌의견 참조). 때문에, 그 목적 달성수단인 이 사건 법률조항도 합리적인 근거만 있다면 이를 적용한 결과 실질적인 불평등이 생겨도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나 그 기준에 합리성이 없는 경우에는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재판청구권의 침해여부가 쟁점이 된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이 민사사건 등의 소송구조 요건으로 자력의 부족 외에 본안사건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아니하다’라는 소명을 요구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이 형사피고인의 변호인을 선정하는 절차와 비교하면 차별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이러한 차별수단이 헌법상 정당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해명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형사사건 절차에는 없는 조건을 더 붙여도 합헌이 되는지 여부는, 실체적인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재판청구권의 성질상 정신적 자유권이나 선거권처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위헌여부를 심사하게 되므

로 그 입법목적이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입법목적 달성수단이 필요최소한의 것인지를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1995. 9. 28. 91헌가11 등 판례집 7-2, 264, 278 ; 1996. 1. 25. 95헌가5 , 판례집 8-1 1, 14 ; 1997. 8. 21. 94헌바2 , 판례집 9-2, 223, 235, 236. 재판관 이재화, 조승형, 이영모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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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견 ; 1998. 7. 16. 95헌바19 등, 판례집 10-2, 89, 107, 110. 재판관 김용준,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의 반대의견 참조).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비교법의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프랑스:1991. 7. 10. 소송구조를 개편하였는데, 무자력 외에 ‘소송이 명백히 부적법하거나 근거가 없지 아니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2) 베네룩스 3개국:무자력 이외 벨기에는 소송이 근거가 없지 아니할 것을, 네델란드는 합리성 및 금전적인 가치가 있을 것을, 룩셈부르크는 소권의 남용이 아닐 것 등을 각 요구한다. 그런데 네델란드의 경우 위의 요건으로 인하여 구조를 받지 못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3) 독일:1931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권리의 주장이나 방어의 가능성이 충분하고 신중성이 결여되지 않을 때’ 소송구조를 허용한다. 연방헌법재판소는 1953년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는 사건에서 소송구조를 하지 아니한 것은 자력에 의한 차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위의 요건은 기본법에 위반되지 않는다(BVerfGE2, 336)고 하였다. 이와 같이 판단하게 된 것은 소송구조를 상당히 넓게 허용하고 있던 운영현실이 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1957년 친자부인소송과 같은 가족법 사건에서 신중성의 결여 내지 승소가능성과 같은 요건은 적용되지 않는다(BVerfGE7, 53)고 하였다.

(4) 북유럽 4개국:무자력 외에 승소가능성이나 소송구조에 대한 정당한 이익의 존재 또는 명백히 그 주장의 정당성 내지 당사자에 대한 중요성이 결여되지 않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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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법 사건 등에서는 일부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건이면 승패에 구애됨이 없이 구조를 허용하고 있고 무자력인데도 다른 조건을 들어 거절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5) 유럽인권재판소:1975년 골더(Golder)사건(영국)에서 유럽인권조약 제6조 제1항 소정

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형사사건에 한하지 않고 민사사건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1986년 펠트브뤼헤(Feldbrugge)사건(네델란드)에서는 실직연금은 실직자의 유일한 소득원이라는 점에서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민사사건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1979년 에리(Airey)사건(아일랜드)에서는 복잡한 절차인 별거소송의 청구인에게 변호사를 선임하는 소송구조를 하지 아니한 것은 사생활 및 가족생활 존중의 권리를 보장하는 유럽인권조약 제8조에도 위반된다고 하였다.

(6) 미국:1974년 법률구조공사법(Legal Service Corporation Act)에 따라 법률구조공사가 소요되는 기금을 제공하고 구조업무는 독립적인 민간 법률구조기관이 맡고 있다. 지역적 특수성 및 여건을 고려한 구조요건에 승소가능성은 포함되지 아니하였으며, 1996년 법률구조공사가 새로 정한 지침(New Guideline)도 특정 사건에는 예외를 둘 수 있으나 일반적인 제한은 못하도록 하였다. 연방최고재판소는 그리핀 대 일리노이(Griffin v. Illinois) 사건(1956년)에서 정부는 무자력의 형사피고인에게 상소를 위한 소송기록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 형사사건에서는 그 적용범위를 확장하는 판례가 누적되었으나, 민사사건 등에서는 보디 대 코네티컷(Bod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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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Connecticut) 사건(1971년)과 엠ㆍ엘ㆍ비 대 에스ㆍ엘ㆍ제이(M. L. B. v. S. L. J.) 사건(1996년)을 통하여 한정적으로나마 승패에 관계없이 소송구조를 허용하고 있다.

(7) 캐나다:각 주마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송구조를 허용하는데, 퀘벡 주의 경우 가족법 관계가 아닌 사건의 소송구조는, 권리의 개연성, 지나치게 낮지 않은 승소가능성, 집행가능성의 정도, 사건의 해결에 합리적인 상대방의 제안을 거부한 사실의 유무, 당사자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사안인지 여부 등과 더불어 소송결과 및 비용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구조여부를 결정한다. 연방대법원은 뉴우 브런즈윅 대 제이ㆍ쥐(New Brunswick v. J. G.) 사건(1999년)에서 소송구조는 소송절차의 중대성과 복잡성에 비례한다고 판시하면서, 뉴우 브런즈윅(New Brunswick) 주 법률이 친권행사를 정지당할 처지에 있는 부모의 소송구조를 불허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위헌이라고 하였다.

라. 소송구조는, 과거에는 국가가 자력이 부족한 당사자에게 베푸는 구빈(救貧)적인 자선형의 제도에 머물렀지만, 오늘날에는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법의 지배 및 적법절차의 원리에 따라 자력이 부족한 자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적극적인 조직형의 제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으로 하여금 사법기관에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면, 그것이 법령에 의한 제약 때문이든 당사자의 경제사정 때문이든 헌법이 규정한 실체적 기본권을 명목상의 존재로 만드는 것은 잘못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 우리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구 민사소송법(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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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3. 법률 제42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8조 단서가 소송구조 요건으로서 ‘승소의 가망이 없으면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던 것을 이 사건 법률조항(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으로 개정하게 되었는데, 이와 같이 개정한 것은 소송구조를 폭넓게 허용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2) 법률구조법(1986. 12. 23. 법률 제3862호)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모르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자에게 법률구조를 하여 줌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나아가 법률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제1조). 이것은 경제적, 법률적인 약자인 국민의 법률분쟁의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입법의 하나로서 이 법에 따른 기구로는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기타 변호사단체 등이 있다.

이 법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행하는 소송구조의 요건, 절차 등은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공단의 규칙으로 정한다(제22조)고 하고, 법률구조사건처리규칙(2000. 6. 8. 개정된 것)은 민사사건 등도 법률구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규칙 제5조의2 제1항).

그러나 이 법률구조는 승소가능성과 집행가능성을 요건으로 한다. 즉 소송구조신청을 받은 조사담당변호사는 구조대상자의 주관적 요건 뿐만 아니라 승소가능성과 승소가능금액, 승소 후 집행가능성, 구조의 실익 및 타당성 등을 조사하고(규칙 제9조), 만일 승소가능성이나 승소 후 집행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때, 기타 구조의 실익이나 타당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구조를 허용하지 아니한다(규칙 제17조 제2항).

소송구조 대상자는 농어민, 월평균수입 150만원 이하의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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및 영세상인, 6급 또는 6급상당 이하의 공무원, 위관급 장교 이하의 군인, 국가보훈대상자, 물품의 사용 및 용역의 이용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 기타 생활이 어렵고 법을 몰라 스스로 법적 수단을 강구하지 못하는 국민(생활보호대상자 등), 국내거주 외국인으로서 공단의 규정으로 법률구조의 필요성이 있다고 정한 자, 헌법재판소가 소속변호사 또는 공익법무관에관한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공단에 배치된 공익법무관을 국선대리인으로 선정한 사건의 청구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이다(헌법재판소국선대리인의선임및보수에관한규칙은, 월평균수입 100만원 미만인 자, 6급이하 공무원, 생활보호대상자,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 그밖에 청구인이나 그 가족의 경제능력에 비추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을 예시한다).

(3) 위와 같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개정이나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송구조 현황은 아래 표에서 보듯이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위치에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구조주체

법 원

대한법률

구조공단

한국가정

법률상담소

구조법률

이 규정

구조영역

민사

가사

행정

민사ㆍ가사

가사

구조실적

신청

건수

인용

건수

비율

(%)

신청

건수

인용

건수

비율

(%)

신청

건수

인용

건수

비율

(%)

인용건수

1996년

203

50

24.6

0

0

5

0

0

10,458

29

1997년

99

21

21.2

2

0

0

10

1

10

12,284

24

1998년

98

29

29.5

2

2

100

15

1

6.6

15,602

21

1999년

151

61

40.3

2

2

100

15

4

26.6

17,62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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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나아가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검토하기로 한다.

(1) 앞서 본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이 빈곤 기타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때에는 피고인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한다는 규정은, 헌법에서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하고,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한 것(제12조 제1항, 제4항, 제27조 제4항)을 구체화한 것이다. 한마디로, 헌법은 형사사건의 피고인에 대해서는 적법절차와 평등보호 원리에 의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2) 이 사건의 쟁점인 민사사건 등의 소송구조에 대해서는 형사사건에 버금가는 유형의 예외적인 사건인 경우에 한하여 형사사건과 같은 조건으로 소송구조를 하여 재판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보호하는 것이 평등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이와 같은 유형의 예외적인 사건을 보건대, 국가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 단위인 가족관계를 법률에 의하여 통제ㆍ개입하고 있다. 국가의 통제를 받는 가족법 사건은 일반 민사사건 등과 구별하여 특별히 보호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가 있다. 이혼은 혼인에 관한 헌법상의 권리와 관련되어 있고 법률은 이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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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되지 않으면 중혼에 대하여 혼인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하였다. 쌍방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한 법원의 독점적인 관여 하에 혼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헌법의 보호를 받는 혼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므로 이혼을 하고자 하는 자의 소송을 자력의 부족을 앞세워 거부하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한 친권상실 그 자체는 가족관계의 파괴를 의미하고, 법원이 친권자로서는 부적절하다고 내린 결정에 자(子)의 부모가 불복하는 것은,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낙인을 찍은 국가의 불이익한 처

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인데도, 자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심사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 국가는 생활이 어려운 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복지급여를 하고 있다. 이 급여와 관련된 분쟁에 대한 제소자를, 자력이 없다 하여 모른체하고 법정문을 닫아 걸어서는 안된다. 국가는 생활이 어려운 자의 의ㆍ식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최소불가결한 최저생활의 유지수단인 복지급여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고, 수급자에게 불리한 복지급여의 결정을 번복하는 길은 재판을 하는 것 외에 다른 구제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3) 자력의 유무에 따른 차별없이 누구나 사법기관에 접근을 허용하는 평등보호는 이 시대의 절실한 요구이자 법률복지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헌재 2000. 4. 26. 98헌가16 등, 판례집 12-1, 427, 476, 490.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참조).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독점적으로 통제ㆍ개입하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단위인 가족관계나 생활이 어려운 자의 최저생활 보장수단인 복지급여 결정 등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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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권력의 오ㆍ남용으로 인하여 당사자가 불이익을 입는 경우에는 소송구조가 긴요ㆍ절실한 사건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불이익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원으로부터 판결을 받지 아니하면 그 시정이 불가능하므로, 그 사건들의 중요성이야말로 형사사건과 하등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상관없이 소송구조를 허용하여야 한다. 형사사건에 버금가는 유형의 민사사건 등의 당사자는 헌법의 보호를 받는데도, 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상대방의 승리를 선언함과 진배없는 소송구조 불허결정을 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사사건 등의 소송구조에서 문면상으로 위에서 설시한 예외적인 경우를 따로 구별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적용ㆍ집행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 또한 차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입법자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구별을 하지 아니하였고, 이를 적용ㆍ집행하는 법원이 해석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리에 맞게끔 소송구조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국회가 소송구조 대상자를 결정함에 있어 어떤 집단을 다른 집단과 구분하고 선을 긋는 것은 입법형성의 영역에 속하므로 헌법이 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은 형사사건에 못지 않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예외적인 사건을 소송구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하여 이를 묵인하지 아니함이 분명하다.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이 집단에 해당하는 자가 입법적인 배려에서 누락되었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앞서 말한 위헌심사기준 중 입법목적 달성수단이, 평등권의 경우 합리성의 근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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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확하다 할 것이고, 재판청구권의 경우 필요최소한의 제한이라는 요건을 벗어나,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한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부분은 위헌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입법자는 이 부분을 구분하여 그들이 소송구조 혜택을 받도록 새로운 입법을 하여 헌법에 합치되게끔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 위헌선언을 하면, 자력의 부족만 소명되면 아무런 조건없이 모든 사건의 소송구조를 허용하여야 하는 예상치 못한 부당한 결과가 생기게 되므로, 위헌조항의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헌재 2000. 8. 31. 97헌가12 , 공보 49, 720, 726).

바. 덧붙일 것은, 형사사건이 소송비용을 면제하는 것을 감안하여(형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단서, 제487조, 헌법재판소법 제37조 제1항 본문 참조), 피구조자가 경제적인 사정으로 비용을 지급할 수 없는 때에는 민사소송법(제119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재판비용의 납입유예, 보수와 체당금의 지급유예, 소송비용의 담보면제 등과는 상관없이 소송비용의 전액에 대한 면제를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법기관에의 접근이 평등보호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법원은 소송구조를 요하는 사건에 따라 전심급 또는 비용의 전액이 아니라도, 제1심이나 상소심 또는 비용의 일부에 대한 구조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이영모 하경철 김영일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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