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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10. 25. 선고 2000헌바60 결정문 [형법 제241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신○식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공익법무관 이동국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2000고단1848 간통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간통죄로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 공소가 제기(2000고단1848)되어 그 소송 계속중 간통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41조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2000초683)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0. 7. 20. 위 제청신청을 기각함과 아울러 청구인들에게 유죄판결을 하자 같은 달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41조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41조(간통)①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②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첫째, 간통죄는 형식적으로는 남녀의 구분없이 처벌하는 규정이지만 현실적으로 이혼소송을 전제로 한 고소의 요건(형사소송법 제229조 제1항)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열악으로 여성이 남성을 고소하여 간통죄로 처벌되도록 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규정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둘째, 배우자 있는 여성의 경우 간통의 원인은 대부분 부부관계의 불만에 있고, 간통과 이혼소송, 고소에 이르렀다면 가족관계는 이미 파탄난 상태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이 파탄난 가족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하는데 간통죄로 인한 처벌은 중대한 장애가 되므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셋째, 간통죄는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에 관한 권리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 성적 행위여부 및 상대방결정권을 제한하고 이를 들추어낼 것을 형사적으로 강제함으로써 헌법상 권리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나.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의 요지

형법 제241조 소정의 간통죄 처벌규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신체의 자유, 평등원칙,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 보장원칙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장의 의견요지

간통행위는 국가사회의 기초가 되는 가정의 화합을 파괴하고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인외의 자녀문제 등 사회에 여러 가지 해악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러한 것을 지키고 유지해 나가기 위하여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며, 그에 대한 처벌도 과중하지 않고 2년이하의 징역으로 제한하고 있어 최소한의 제한이라고 할 것이다.

간통죄는 배우자 양쪽에 모두 고소권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남녀를 차별하는 규정이 아니며, 간통죄가 피해자의 인내심이나 복수심의 다과 및 행위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법률적용의 결과가 달라지고 경제적 강자인 남성에게보다는 경제적 약자인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는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보호를 위하여 간통죄를 친고죄로 하는데서 오는 부득이한 현상이다.

3. 판 단

가. 간통죄에 관한 입법연혁

(1)간통죄를 비교법적으로 고찰해 보면 첫째 남녀불평등처벌주의가 있고, 둘째 남녀평등처벌주의가 있으며, 셋째 남녀평등불벌주의가 있다. 먼저 남녀불평등처벌주의에는 예컨대 개정전

프랑스형법이나 이탈리아의 구형법과 같이 남편과 부인의 간통에 대하여 처벌을 달리하는 경우와, 일본의 1947년 폐지되기 전의 구형법이나 이를 의용한 우리나라 구형법과 같이 부인의 간통만을 처벌한 예가 있다. 다음으로 남녀평등처벌주의로는 우리나라의 현행 형법과 유럽의 오스트리아, 스위스, 그리고 미국의 몇몇 주에서 유지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남녀평등불벌주의는 간통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하지 않는 입법례로서 예컨대 덴마아크는 1930년, 스웨덴은 1937년, 일본은 1947년, 독일은 1969년, 프랑스는 1975년에 각 간통죄를 폐지하였다. 또한 미국모범형법전에서는 간통죄의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2)우리나라의 경우 우리 민족 최초의 법인 고조선의 8조법금(八條法禁)에 간통죄가 존재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통설이며, 역사기록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중앙집권화로 고대국가체제를 이룩한 이후부터는 간통에 대하여 공형벌(公刑罰)로서 처벌하여 왔다. 근대에 이르러 1905. 4. 20. 대한제국 법률 제3호로 공포된 형법대전(刑法大全)에서는 유부녀가 간통한 경우 그와 및 상간자를 6월이상 2년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했고(동법 제265조), 일제시대인 1912. 4. 1. 시행된 제령(制令) 11호 조선형사령으로 의용한 일본의 구형법 제183조에서도 부인(및 그 상간자)의 간통에 대하여 2년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였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처음 형법제정시 간통죄를 둘 것인지에 대한 국회의 표결시에 현재와 같이 남녀쌍벌주의와 친고죄로 하는 안이 국회의원 재석원수(110명)의 과반수(56표)에서 한 표가 많은 57표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 처벌규정인 형법 제241조에 대하여 1990. 9. 10. 선고한 89헌마82 결정(판례집 2, 306)과 1993. 3. 11. 선고한 90헌가70 결정(판례집 5-1, 18)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나. 형법 제241조의 위헌 여부

우리 형법은 제22장 “성풍속을 해하는 죄”의 장에 간통죄(제241조), 음행매개죄(제242조), 음란물죄(제243, 244조), 공연음란죄(제245조)를 규정하여 건전한 성풍속 내지는 사회의 기본적 성윤리를 보호하고 있으며, 간통죄는 대내적으로는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를, 대외적으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합리적 혼인제도(일부일처제) 및 가정질서를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

(1)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되어 있으며, 간통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제241조의 규정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배우자 있는 자가 배우자 아닌 제3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선량한 성도덕이나, 일부일처주의의 혼인제도에 반할 뿐더러, 혼인으로 인하여 배우자에게 지고 있는 성적 성실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여나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 문제,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며, 그러한 행위를 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제241조의 규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필요 및 최소한의 제한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또 간통죄가 피해자의 인내심이나 복수심의 다과 및 행위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법률적용의

결과가 달라지고 경제적 강자인 남자에게보다는 경제적 약자인 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는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보호를 위하여 간통죄를 친고죄로 하는데서 오는 부득이한 현상으로서 형법상 다른 친고죄에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지 특별히 간통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 규제가 불가피하고 배우자 모두에게 고소권이 인정되어 있는 이상 간통죄의 규정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아울러 간통죄의 규정은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가족생활의 보장 및 부부쌍방의 성적 성실의무의 확보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으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법률이어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한 헌법 제36조 제1항의 규정에 반하는 법률이 아니라 오히려 위 헌법규정에 의하여 국가에게 부과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유지·보장의무 이행에 부합하는 법률이라 할 것이다.

(2)다른 한편 특정의 인간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률에 맡길 것인지의 문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함수로 하여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결과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은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간통행위에 대하여 민사상의 책임 외에 형사적 제재도 가할 것인지의 여부 및 형사적 제재방법으로서 자유형만을 과할 것인지 또는 자유형과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과할 것인지는, 여자(부인)의 간통과 남자(남편)의 간통을 다르게 처벌하거나 어느 일방의 간통만을 처벌하는 것(남녀불평등처벌주의)이 아닌 한 기본적으로 입법권자의 의지 즉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입법권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물론 간통죄에 대한 오늘날 세계각국의 입법례는 이를 폐지해 가는 것이 그 추세이고, 우리 사회 역시 급속한 개인주의적·성개방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성에 관한 우리 국민의 법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간통죄에 대한 적용과정에 있어서도 이혼위자료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잘못 이용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으며, 또한 가족법의 개정(1990. 1. 13. 법 제4199호 민법 개정)에 따라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각 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부여되는 한편 자녀에 대한 친권도 남녀간에 차별없이 평등하게 보장되어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성의 입장에서도 간통을 굳이 형사처벌의 방법에 의하여 해결하기보다는 민사상의 손해배상·이혼 등의 방법에 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볼 여지가 없지도 않아 간통죄에 대한 규범력이 어느 정도 약화되었음은 이를 부인할 수 없다(위 89헌마82 결정 참조).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구조와 국민의식의 커다란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고유의 정절관념 특히 혼인한 남녀의 정절관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전래적 전통윤리로서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일부일처제의 유지와 부부간의 성에 대한 성실의무는 우리 사회의 도덕기준으로 정립되어 있어서, 간통은 결국 현재의 상황에서는 사회의 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우리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3)그러므로 건전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여서나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여는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아, 그러한

행위를 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제241조의 규정은 위와 같은 우리의 법의식을 바탕으로 한 입법권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범위내의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입법자로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간통죄폐지론의 논거로 주장되고 있는바, 첫째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으며, 둘째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고, 셋째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넷째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취소되어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섯째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형벌의 억지효나 재사회화의 효과는 거의 없고, 여섯째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점 등과 관련, 우리의 법의식의 흐름과의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앞으로 간통죄의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4. 결 론

형법 제241조의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권성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

간통죄의 처벌은 원래가 유부녀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유부남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간통한 유부녀만을 처벌하는 것은 남녀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근래에 와서 유부남의 처벌이 추가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간통죄의 핵심은 유부녀의 간통에 대한 처벌에 있고 따라서 그 위헌 여부의 논의도 유부녀의 간통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또 그로써 충분하다.

간통죄는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인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가 아니라 오히려 일처일부제(一妻一夫制)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사회가 남성중심의 부계혈통주의(父系血統主義)로 발전하면서 부계혈통(父系血統)의 진정성(眞正性)을 확보하기 위하여 채택된 것이 일처일부제(一妻一夫制)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부부관계를 분석하여 보면 부부관계의 형이하적 하부구조(形而下的 下部構造)는 계약관계(契約關係)이고 그 형이상적 상부구조(形而上的 上部構造)는 애정(愛情)과 신의(信義)의 관계라고 이해된다.

첫째로 부부관계는, 남편은 아내와 그 자식에게 식량과 주거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위험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고 아내는 그 대신 남편에 대한 관계에서 정절을 지키고 그에 따라 남편의 혈통을 가진 진정한 후손을 낳아주는 대가관계(對價關係)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계약관계라고 볼 수 있다.

유부녀의 간통은 이러한 계약에 따른 성적 성실의무를 위반하는 계약위반의 행위이다. 따라서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의 추궁 내지 제재는 계약법의 일반원리에 따라 계약의 해소와 손해배상으로 그쳐야 하고 형벌을 포함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렇다면 간통에 대한 제재는 부부관계의 해

제 즉 이혼에 의한 가정에서의 추방과 부양의 종결 그리고 위자료의 징구로 끝나야 한다.

둘째로 부부관계는, 애정과 신의의 관계이므로 유부녀의 간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애정의 종결과 배신을 의미한다. 애정은 마음의 문제이고 신의는 정신의 문제이므로 형벌로 그 생성과 유지를 강요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재산상의 손해를 수반하지 않는 사인간(私人間)의 배신을 근대 형법이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결국 유부녀의 간통은 윤리적 비난과 도덕적 회오(悔悟)의 대상이지 형사처벌의 문제는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로 다스려야 할 일, 즉 범죄가 아닌 것이다. 성관계는 원래 가장 사사롭고 내밀한 영역이므로 그 성실의무는 결코 물리적으로 강제될 수 없으며 국가가 감시하고 형벌로 조련시킬 대상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간통죄는 범죄의 당벌성(當罰性, Strafwür-digkeit)이 없는 것을 법률이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이 되고 이것은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므로 위헌의 문제를 일으킨다. 현대의 죄형법정주의는 “법률이 있어도 그 내용이 명확, 적정하지 않거나 처벌이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라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하여 법의 형식에 의한 보장을 넘어 그 내용의 정당성까지 확보될 것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이 생겼고 그것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인가.

남편의 과도한 사적 응징(lynch)이 가져오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하여 남성지배사회의 공권력이 대신 그 응징을 떠맡은 것이 형사처벌의 출발이었으므로 이는 결국 공적(公的) 보복 내지 공개적(公開的)인 보복이었던 것이고, 이러한 공개적 보복으로서의 처벌은 유부녀의 일탈(逸脫)을 막는 일반예방적(一般豫防的)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서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혼한 여성이 독립하여 생계를 펴나갈 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 능력이 괄목상대의 정도로 신장되고 있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는 남편의 부양과 보호로부터 아내가 배제된다고 하는 것의 일반예방적 효과는 점차 미미해져 가고 있으므로 형사처벌에 의한 일반예방의 효과에 거는 기대는 오히려 그만큼 커졌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 효과의 실증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서 다시 본질의 문제로 돌아가서 본다면 간통죄의 형사처벌은 범죄로 규정할 당벌성이 없는 비행(非行)을 범죄로 만들어 공개적으로 재판함으로써 마치 주홍(朱紅)글씨를 새기듯이 수형자(受刑者)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는다는 데 그 문제가 있는바, 인간의 자존심은 인간존엄성의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서 불가침의 것이므로 다소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거두기 위하여 이것을 짓밟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여 위헌이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죽일 수는 있어도 모욕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옛말이 상징하는 상황과 유사한 정황인 것이다. 만일 아무도 모르게 미지의 곳에서 행형(行刑)을 하고 가족과 관계기관이 철저히 묵비함으로써 간통사실과 그로 인하여 처벌받는 사실이 비밀에 붙여짐으로써 수형자의 자존심이 어느 정도 지켜질 수 있다면 문제는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행형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그렇게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논의는 소용이 없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임을 확인하고 있다. 이 기본적 인권의 기초는 수단이 아닌 목적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갖는 자기결정권이며, 공동사

회의 존립을 위하여 그 자유에 제약이 이루어지더라도 언제나 인격의 자주성 그 자체만은 보유

되지 않으면 아니된다. 그런데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미 애정과 신의가 깨어진 상대 배우자만을 사랑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되는데 이것은 그 당사자의 인격적 자주성, 즉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하여 성(性)적인 예속을 강제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간음한 여자를 공개된 장소에서 돌로 치라고 했다는 율법에 대하여 “너희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여 반대한 것은 이 문제가 절도죄 같은 것에 대한 처벌과 같은 차원의 문제가 원래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들어낸다.

간통죄를 형사처벌로 다스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제10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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