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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11. 29. 선고 2001헌가16 결정문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2항 위헌제청]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제 청 법 원 서울고등법원

제청신청인 김○래

대리인 변호사 김성수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01노130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

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

주문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2항“형법 제298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당해사건의 피고인 겸 제청신청인은 야간에 청구외 김○호 운영의 주점에 들어가 그 곳에 있던 흉기인 식칼로 위 김○호와 위 주점의 종업원인 청구외 김○미를 위협하여 반항을 억압한 다음, 위 김○호와 김○미의 속옷과 브래지어를 걷어올리고 귀부분에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하고, 위 피해자들로부터 현금과 신용카드를 빼앗아 이를 강취하였다는 이유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특수강도강간 등)로 구속기소되었고, 서울지방법원은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5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제청신청인은 제청법원에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 위 항소심 재판의 전제가 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2항“형법 제298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는데, 위 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2001. 4. 12. 위헌제청결정(2001초79)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이하 “성폭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형법 제298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한 죄를 “특수강도강제추행죄”라 한다)으로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폭법 제5조(특수강도강간등)①형법 제319조 제1항(주거침입),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제331조(특수절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0조 및 제331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34조(특수강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4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34조(특수강도)①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제333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전조의 죄를 범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1)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특수강도와 강제추행의, 특수강도강간죄는 특수강도와 강간의 결합범으로, 두 죄는 신분범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구체적인 성폭력행위의 태양을 달리 하므로 성폭법의 목적에 비추어 이에 대한 형벌은 행위태양에 따른 불법내용과 책임의 정도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강간과 강제추행의 불법내용과 책임의 정도에 있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여 형법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고 있다.

(2)성폭법 제12조는 특수강도강간죄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으므로 특수강도가 강간의 의사로 범행을 하려다 성기의 삽입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형법의 미수범 처벌규정에 따라 임의적 또는 필요적으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강도가 단순한 강제추행의 의사로 범행을 한 경우에는 이미 강제추행의 기수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미수범 감경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강제추행의 기수보다는 강간미수의 죄질이 더 나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형법을 비롯한 성폭력범죄를 규율한 법률에서는 강간미수의 법정형을 강제추행의 기수보다 높게 정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특수강도가 저지른 강제

추행의 기수를 강간미수보다도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전체 형벌규정의 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은 입법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범죄자(특히 특수강도강간범)에 대한 관계에서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형벌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도 반한다.

(3)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는 법정형의 최하한이 10년이므로 범죄자의 행위불법에 상응하는 형벌을 정하기 위하여 법관이 작량감경 등 여러 양형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벼운 초범에 대하여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밖에 없고, 소년인 경우 소년감경을 한다고 하더라도 2년 6월 이상의 징역 또는 본형이 2년 6월인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소년보호사건으로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하는등 법관의 적절한 양형결정을 통한 범죄와 형벌간의 균형유지를 어렵게 함으로써 법률 내용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요구하는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의 원리에도 반하며, 제27조 제1항의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한다.

나. 서울지방검찰청검사장의 의견

(1)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법정형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법률을 적용하는 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선고형을 정하도록 하되, 다만 법정형의 최하한을 징역 10년 이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성범죄에 단호히 대처하라는 입법자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특수강도가 저지른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대하여 그 불법의 정도가 중한 경우에는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음을 감안할 때 단지 동일한 법정형이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평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특수강도가 저지른 강제추행의 피해자가 나이 어린 학생이거나, 그 범행이 가족들 앞에서 행해진 것이라면 그로 인한 피해는 강간범죄에 비하여 결코 가볍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강간의 불법정도가 강제추행의 그것보다 더 크다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에 그러하다는 것이지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강제추행의 기수보다는 강간미수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할 것임에도 오히려 미수감경을 받음으로써 더 가벼운 처벌을 받을 소지가 있고, 이러한 맹점에 기인하여 피고인이 그 범의를 어떻게 주장하는가에 따라 처벌에 있어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을 운용하는 자가 이러한 맹점을 인식하고 범행의 객관적인 범의를 추단하여 이에 따른 적절한 양형을 한다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

(3)입법자는 특수강도가 저지른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범행에 대하여 그 범행수법이나 결과에 따라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범죄의 처벌 및 일반예방의 효과를 높임과 동시에 피해자의 보호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가정파괴범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강도살인의 그것에 비하여 결코 낮지 않음을 상기할 때, 법관의 양형결정권에 일정한 제한을 두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배경과 개정경위

형법은 강도가 부녀를 강간한 때를 강도강간죄로 규정하고 이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

이라는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다(제339조). 이 죄는 강도죄와 강간죄의 결합범으로 강도가 강도범행으로 야기된 반항불능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는 경우가 빈번하였기 때문에 강도죄의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규정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강도강간죄의 발생건수가 주목할 만한 정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강간의 동기도 일시적인 성충동에 의한 우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대부분 피해자인 여성의 수치심을 악용하여 자신의 강도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행해지게 되어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의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도 강간 외에 피해자에게 비정상적이고 변태적인 성적 행위를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강도범행이 야간에 주거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또는 주거지가 아니더라도 흉기를 휴대하거나 다수인의 합동범 형태로 행해지는 경우에는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 폭력상황에서 배우자 또는 다른 가족이 목격하는 가운데 강간이 이루어지기도 하여 이로 인한 피해는 피해자의 개인적인 법익의 침해를 넘어 생활의 기초단위로서의 가정을 파괴하는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강도강간죄는 가정파괴범죄로서의 강도강간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적절한 일반예방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였고, 구체적인 성폭력 행위의 유형을 강간으로만 한정한 나머지 불법이나 책임의 내용에 있어 결코 강간보다 경미하다고 할 수 없는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전혀 대처할 수 없는 입법론적인 문제점만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1989. 3. 25. 법률 제4090호로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6 제1항은 야간주거침입형 또는 흉기휴대·합동범 형태의 절도 및 강도죄와 강간죄 및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을 처벌할 수 있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 등을 신설하고 그 법정형을 가중하였다. 그 후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하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신장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94. 1. 5. 법률 제4702호로 제정된 성폭법은 특수강도죄와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을 야간주거침입절도 등 절도범과의 결합범과 분리하여 따로 구성요건을 두고 그 법정형을 달리 정하였으며, 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수강도의 미수범도 특수강도에 포함시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

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상실 또는 과잉처벌인지 여부

(1)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는 모두 특수강도라는 신분적 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구체적인 성폭력 행위의 태양이 강제추행과 강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그러므로 양 죄의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죄질과 행위자 책임의 정도에 따라 양 죄를 서로 구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특수강도강간죄의 그것과 동일하게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법정형이 특수강도강간죄의 그것과 견주어 볼 때 지나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행위자를 귀책사유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인지 여부를 보기로 한다.

(2)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

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 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487; 헌재 1995. 10. 26. 92헌바45 , 판례집 7-2, 397, 404; 헌재 1999. 5. 27. 96헌바16 , 판례집 11-1, 529, 538-539; 헌재 1999. 5. 27. 98헌바26 , 판례집 11-1, 622-629 등 참조).

(3)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야간에 사람의 주거 등에 침입하여 또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도를 하였거나 그 실행의 종료에 이르지 못한 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특수강도죄(형법 제334조)와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의 결합범이다. 특수강도가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그 동기가 자신의 강도범행을 은폐하려는 데에 있는 경우가 많고, 특수강도범행으로 인하여 극도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에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저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죄질과 범정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아가 이러한 범행이 야간에 주거에서 발생하여 배우자 또는 가족이 목격하는 가운데 행해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재산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 생활의 기초단위로서 한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에까지 이르게 되어 이로 인한 피해의 정도도 통상적인 특수강도와 강제추행의 결과를 넘어 매우 심대하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이러한 경우에 행위자를 단순한 특수강도죄와 강제추행죄의 경합범으로 처벌하여서는 그와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신설한 것은 필요하고도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고, 그 보호법익의 중요성과 범죄의 죄질, 행위자책임의 정도 및 일반예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형법상 강도강간죄의 법정형에 사형을 추가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비교적 중한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4)한편 형법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성폭법, 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등은 강간죄(형법 제297조)와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를 각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면서 그 법정형을 강간에 관한 죄보다 강제추행에 관한 죄를 더욱 가볍게 정하고 있는데, 이는 강간의 경우 부녀를 간음함으로써 부녀의 성적 자유가 현저하게 침해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강제추행에 비하여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데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그러나 강제추행이란 성욕을 만족시키거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성기삽입 외의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강간의 경우에 비해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불법의 정도도 낮은 경우가 많지만,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여 성적 쾌감을 얻는 가학적인 행위(Sadistic Rape), 항문성교(肛門性交), 구강성교(口腔性交) 등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한 통상적인 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와 범행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실무상 흔히 있다. 따라서 강간과 강제추행을 일률

적으로 구분하여 강간에 비해 강제추행을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 오히려

불균형적인 처벌결과를 가져올 염려가 있고, 이러한 점에서 미국(Model Penal Code 제213장), 독일(형법 제177조), 프랑스(형법 제222-23조)의 입법례가 종래의 강간과 강제추행의 엄격한 구별을 전제로 한 입법방식에서 탈피하여 양자의 구별을 상대화하고 구체적인 불법의 정도와 행위태양에 따라 구성요건을 유형화하여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나름대로 충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5)그러므로 가정파괴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배경과 가정의 평화와 안전이라는 보호법익의 중대성 및 성범죄의 피해자인 여성의 수치심을 악용하여 자신의 범행을 은폐한다는 동기의 불법성과 특수강도범행으로 인하여 극도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라는 범행당시의 정황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특수강도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에 비하여 반드시 가볍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오히려 구체적인 추행행위의 태양에 따라서는 강간의 경우보다도 더 무거운 처벌을 하여야 할 필요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 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기수범과 특수강도강간죄의 미수범의 경우 또는 강제추행이 극히 경미한 경우와 같이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일부 불균형적인 처벌결과가 발생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 점만을 들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반한다거나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도 없다.

(6)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입법재량의 범위 내의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중의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다.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법정형의 하한이 10년 이상의 징역이므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바, 이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인지 여부를 본다.

살피건대, 법정형은 법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의 정상에 따라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과도하게 넓지 않는 범위에서 되도록 그 폭을 넓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입법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판례집 7-1, 553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입법자는 특수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자에 대하여 그 범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즉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작량감경은 할 수 있으되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위에서 본 여러가지 사정에 비추어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법률상감경사유가 경합되거나 법률상감경사유와

작량감경사유가 경합되는 때에는 그 형의 집행을 유예받을 수도 있으므로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법률상 전면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주선회의 다음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헌이라고 하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하고 있다(헌재 1992. 4. 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30).

입법자가 형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그 형벌이 불법과 책임의 경중에 일치하도록 하여야 하고, 만약 선택한 형벌이 구성요건에 기술된 불법의 내용과 행위자의 책임에 일치되지 않는 과도한 것이라면 이는 비례의 원칙을 일탈한 것으로 헌법상 용인될 수 없다.

다수의견이 밝히고 있듯이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도 일관되게 그러한 태도를 유지하여 왔다. 그러나 국회의 이러한 입법재량은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으며,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입법은 용납될 수 없다.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30)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벌과 비교하여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잃은 것이 명백하다면, 그러한 입법의 정당성은 부인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반하여 위헌적인 법률이 될 것이다.

나.입법자는 형법 제297조(강간), 제298조(강제추행)에서 그 죄질과 보호법익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그 법정형을 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각 규정하였다. 이와 같이 형법상 강제추행의 법정형이 강간죄의 법정형보다 낮다는 것은, 입법자가 그 보호법익, 일반의 법 감정 그리고 형사 정책적 측면 등을 고려하여 강제추행을 강간보다 경하게 평가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간도 넓은 의미에서는

강제추행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으나, 추행행위에서 더 나아가 간음으로까지 이어진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현저한 침해로서 입법자는 이에 대해 그 불법의 정도와 비난가능성이 강제추행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평가에 기초하여 만든 형법에 대해 입법자가 그 평가기준을 변경한 사실이 있다거나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외국의 경우와 같이 불법의 내용에 따라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을 세분하여 유형화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수강도와 결합된 강간과 특수강도와 결합된 강제추행의 죄질을 동일하게 평가하여 취급하고 있는바, 문제는 양자를 동일하게 평가하여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에 정당한 근거가 있는가에 귀착된다.

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형법 제334조의 특수강도죄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가 결합된 범죄이다. 본죄는 특수강도의 가중적인 구성요건이 아니라 강제추행죄의 가중적 구성요건으로서 그 본질은 여전히 강제추행 부분에 있다. 특수강도강간죄도 그 본질이 특수강도가 아니라 성범죄인 강간에 있다는 것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있어서와 같다. 따라서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대한 입법자의 평가는 여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수강도와 결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중이 다른 양자를 같게 취급하여 같은 법정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적 상황에서 배우자 또는 다른 가족이 목격하는 가운데 특수강도강제추행죄를 저지르고 생활의 기초단위인 가정을 파괴하는 행위는 엄벌에 처하여야 한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건전한 사회질서를 확립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아무리 중벌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법정형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하여 정당성을 잃고 있다면, 성폭력범죄로부터 가정을 보호한다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으로도 그 형의 불균형성을 극복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정하여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반한다.

다.다수의견은 강제추행이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통상적인 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와 범행 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실무상 흔히 있다고 하면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수의견은 “통상적인 추행행위”라는 원칙적인 사례를 기준으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성격을 파악하기보다는, 예외적이거나 비전형적인 유형을 기준으로 하여 본죄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범한 행위의 불법내용을 초월하는 여타의 것, 특히 예외적이거나 비전형적인 다른 행위자의 불법내용을 통상적인 범죄유형에서의 행위자의 책임으로 의제하는 것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범죄행위의 유형이 아주 다양한 경우 그 다양한 행위 중에서 특히 죄질이 흉악한 범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상 당연히 요청된다. 그러나 이 경우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를 모두 엄히 처벌하는 것은 명백히 책임주의

에 반한다.

라.마지막으로,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특정 범죄의 구성요건은 예상되는 모든 범위의 행위유형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하고, 상정되는 행위유형이 다양하고 그 경중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에 대한 법정형의 폭을 넓게 하여 탄력적인 양형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원칙적으로 법정형은 법관이 각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법정형의 하한을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하여 실무상 법관이 범죄자의 귀책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하여 인간존중의 이념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는 재량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특히, 한층 책임이 무거운 특수강도강간죄의 미수범에 대하여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 반면, 한층 책임이 가벼운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기수범에 대하여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하여 각 행위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맞추어 그 책임에 알맞는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형벌 개별화의 원칙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관의 양형결정권도 현저히 침해하고 있다.

우리는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주심)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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