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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환, "형법 제304조 혼인빙자간음죄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1집, 헌법재판소, 2002, p.51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집)]
본문

- 혼인빙자간음죄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여부 -

(헌재 2002. 10. 31. 99헌바40등, 판례집 14-2, 390)

이 중 환*

1. 혼인빙자간음죄의 위법성과 처벌의 필요성

2.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4조가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유래하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 제304조(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04조(혼인빙자간음) 혼인을 빙자해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청구인들에 대하여 적용된 공소사실은 ‘혼인빙자에 의한 간음행위’에 국한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기타 위계로써’ 부분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가. 99헌바40

청구인 이○주는 1998. 5. 29. 서울지방법원에 혼인빙자간음죄 등으로 불구속기소되어 공판계속 중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4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9. 5. 1.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같은 달 4. 위 기각결정을 송달받고, 같은 달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02헌바50

청구인 김○우는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혼인빙자간음죄로 구속기소되어 2002. 1. 24.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였으나 같은 해 5. 24. 서울지방법원에서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고,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에 공판계속 중인바, 청구인은 같은 해 5. 21. 서울지방법원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같은 달 24.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같은 달 3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청구인 이○주의 주장(99헌바40)

(가) 형법에 의한 성적 자유의 보호는 의사의 자유를 제압하거나 자유가 없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혼인빙자의 경우에는 그 의사를 제압하였다고 할 수 없고, 진실을 전제로 한 혼전성교의 강제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형법이 개인간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하여서는 안된다. 따라서 남녀간의 자유의사에 의한 성적 행위를 제재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를 침해한 것이다. 또한 행위 주체를 남성으로, 그 보호대상을 부녀로 각각 한정하여 차별대우를 함으로써 평등의 원칙(헌법 제11조 제1

항)에도 위반된다.

(나) 인간의 성은 문화현상의 하나로서 성적 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 결정권은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에 속하는 것임에도, 국가권력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남녀간의 성적 행위를 직접적으로 간섭ㆍ규제함으로써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과잉금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다) 수사실무상 행위자의 범의를 입증하기 쉽지 아니하고, 고소인들에 의하여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아니하며, 현재 우리 사회의 성도덕ㆍ윤리 및 여성의 지위가 형법 제정 당시의 시대상황과는 달리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성인 남녀간의 자유의사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입법례가 없고, 학계의 다수도 혼인빙자간음죄의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실제로 1992년의 형법 개정법률안 성안과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폐지하기로 논의된 사실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2) 청구인 김○우의 주장(2002헌바50)

위 (가)의 (1)항 기재와 대체로 같다.

(1) 서울지방법원의 기각이유(99헌바40)

(가) 혼인빙자간음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의 자유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법 제32장(강간과 추행의 죄)에 규정되어 있는 점을 종합하면, 혼인빙자간음죄는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 즉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다. 기망의 방법으로 타인의 재물을 편취하는 행위의 위법성과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처럼 기망의 방법으로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육체적인 쾌락을 편취하는 행위도 그 위법성과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혼인빙자간음죄는 남녀간의 자유로운 혼전 성행위를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망에 의하여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이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이나 사생활의 보호규정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범죄행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혼인빙자간음행위의 위법성과 처벌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남자가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에서는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남자만을 혼인빙자간음죄의 처벌대상으로 규정하는 점에서의 불평등은 아니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서울지방법원의 기각이유(2002헌바50)

별다른 기각이유 기재가 없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간음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어떠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 적합성의 문제가 아니다.

(2) 혼인빙자간음죄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점에서 기본권 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이에 대한 처벌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라는 입법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으로서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혼인빙자간음죄의 행위주체를 남성으로, 보호대상을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로 각각 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 한다.

(4) 실무상 입증의 어려움이나 남고소 등에 의한 악용가능성은 모든 범죄수사에서 동일한 것으로서 특별히 혼인빙자간음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사유가 위헌의 근거로 될 수 없다. 나아가 입법론이나 학계에 폐지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할 수도 없다.

1. 성적자기결정권은 각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觀)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비록 여성의 입장에서도 그 상대 남성이 설혹 결혼을 약속하면서 성행위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혼전 성관계를 가질 것인지 아닌지는 여성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이러한 남녀간의 성문제는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은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범죄적인 측면보다는 도덕ㆍ윤리적인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성이 오로지 여성의 성만을 한낱 쾌락의 성(城)으로만 여기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뒤 가장된 결혼의 무기를 사용하여 성을 편취할 경우, 그 평가는 전혀 달라져야 하고 또 달라야 한다. 성의 순결성을 믿고있는 여성에게도 상대방을 평생의 반려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엄숙한 혼인의 다짐 앞에서는 쉽사리 무너질 수밖에 없다. 혼인을 빙자하는 이와 같은 교활한 무기에 의한 여성의 성에 대한 공략은 이미 사생활 영역의 자유로운 성적결정의 문제라거나 동기의 비도덕성에 그치는 차원을 벗어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마땅히 형법적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조심스럽기는 하나 국가형벌권이 개입할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혼인이 상징하는 의미에 비추어 “평생을 일심동체로 함께 하겠다”고 하면서 결혼을 앞세우고 이러한 전제 아래 위장된 호의와 달콤한 유혹으로 파상적 공세를 취하여 올 때, 미혼의 여성이 자신의 성을 꿋꿋하게 지켜나간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교활하게도 엄숙한 결혼의 서약을 강력히 앞세워 여성을 유혹하고 언필칭 상호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이름으로 순결한 성을 짓밟고 유린하는 행위는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진정한 자유의사 즉 성적자기결정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2.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4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는 동일한 시각에서 입장을 바꾸어 보면, 청구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나, 혼인을 빙자한 부녀자 간음

행위는 그 또한 피해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기본권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것으로서,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그 제한이 불가피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으로서 그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남녀간의 성에 대한 신체적 차이, 성행위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다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현행 형법에서 성범죄의 피해자 및 범죄의 구성요건을 구분하여 규정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차이를 고려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법률조항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남성을 자의적으로 차별하여 처벌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며, 차별의 기준이 그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가 있고, 차별의 정도도 적정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

다만 입법자로서는 첫째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남녀간의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둘째 세계적으로도 혼인빙자간음행위를 처벌하는 입법례가 드물며, 셋째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협박을 하거나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고, 넷째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많이 약화되었으며, 다섯째 형사정책적으로도 형벌의 억지효과가 거의 없고, 여섯째 여성 보호의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점 등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하여 혼인빙자간음죄를 앞으로도 계속 존치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혼인빙자행위를 다른 위계행위와 형법적으로 동일하게 평가하여 이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함으로써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자존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른 점에 대하여 더 판단할 것도 없이 이 사건 심판대

상규정 중 ‘혼인을 빙자하거나’라는 부분에 대하여는, 이에 대한 형사처벌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자존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함을 이유로, 위헌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불순한 동기에 의한 성행위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할 뿐,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이러한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해야 할 아무런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독자적인 인격체로서 자기 책임 아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성의 능력을 부인함으로써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여 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없음에도 개인의 성행위를 형벌로써 규율함으로써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1953년 형법 제정 이전 의용형법에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본형법가안(日本刑法?案)1)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것이 다수설이다2). 건국 후 형법법률안심의위원회(1949. 6. 20. - 같은 해 11. 12.)가 24회에 걸친 심의회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 위원회의 회의록이 현존하지 않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확한 도입경위, 입법취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형법제정 당시의 국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3회에 걸쳐 형법 모든 조문에

대하여 독회를 거쳤다. 독회 시 형법 초안 제327조에 규정되었던 혼인빙자간음죄의 구성요건은 지금과 동일하고, 조문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행위가 구성요건이다.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간음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며, 여기에서 오인, 착각, 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판결)3)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혼인빙자간음죄에서의 ‘위계’도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겠으나, 실제 그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 그리고 혼인빙자간음죄의 수사실무에 의하면 혼인을 빙자하는 사례 이외에 ‘기타 위계로써’에 해당하는 사례는 실무상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성행위 당시 진심으로 혼인한 의사가 있었다면 그 후 변심하여 혼인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므로 혼인빙자간음죄로 기소되는 사례는 드물다. 혼인에 대한 약속은 대부분 구두상의 약속

이므로 고소인인 여자측이 입증하기 어렵고, 혼인을 약속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소인인 남자들은 간음한 후 사정변경, 예를 들면 부모의 반대, 성격차이 등을 주장하므로 그 범의의 입증이 어렵다. 피고소인들이 기소되는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기혼자가 미혼자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음행의 상습이 없는 여자에게 결혼을 하자고 유인한 후 이에 속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피고소인은 혼인을 빙자한 것으로 추정할 유력한 자료가 되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 20년간(2년 단위)의 혼인빙자간음죄의 접수, 처리, 기소 및 기소율은 아래 표와 같다5). 인원을 기준으로 하였고(혼인빙자간음죄는 공모형태로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인원수와 사건수가 거의 같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기소율은 기소건수/불기소+기소건수이다. 91년까지는 처리건수를 기준으로, 93년부터는 접수건수를 표시하였다. 접수된 후 처리되지 아니한 사건이 있으므로 93년 이후 접수건수와 기소, 불기소건수의 합계가 차이가 있다.

81
83
85
87
89
91
93
95
96
97
98
99
접수
(처리)
2,625
2,249
1,875
1,389
1,259
1,066
737
676
608
571
630
624
기소
269
234
169
124
128
143
25
27
20
23
20
18
불기소
2,356
2,014
1,706
1,274
1,131
923
687
616
555
505
574
573
기소율
(%)
10.2
10.4
9.0
8.9
10.2
13.4
3.4
4.1
3.4
4.3
3.3
3.0

대부분의 일반 범죄들은 꾸준히 증가하여 왔으나(1981년 총 접수인원6)769,401, 1999년 2,452,605, 형법범 접수인원 1981년 400,539, 1999년 782,308명), 위 통계와 같이 혼인빙자간음죄의 접수 인원수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고, 기소율도 1993년을 기준으로 급격히 하락하였다(그 이유는 확인할 수 없다. 1992년도 877명 처리에 89명을 기소하여 기소율이 10.1%에 달하였으

나, 1993년 기소율이 3.4%로 급격히 떨어진 후 다시는 두자리수의 기소율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위 시점을 전후하여 성풍속에 대한 급속한 변화가 있었거나, 검찰통계방식의 변화에 따른 기소율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1992년 형법개정안의 성안과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존폐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다. 존치론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녀의 정조를 보호하는 사회적 기능을 다하고 있고, 중혼처벌규정이 없는 우리 형법에 비추어 이를 엄격히 해석하여 남용을 피하면 족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폐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폐지론은 형법에 의한 성적 자유의 보호는 의사를 제압한 경우나 자유가 없는 때로 제한되어야 하는데 혼인빙자의 경우에는 의사를 제압하였다고 할 수 없고, 진실을 전제로 한 혼전성교의 강제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형법이 개인간의 사생활영역까지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폐지론이 다수의견을 차지함에 따라 형법개정안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삭제되었으나, 1995년 개정형법이 발췌개정에 그쳤기 때문에 개정안의 취지는 반영되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유지되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폐지를 위한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이 현재에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7).

현행 일본 형법에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없고, 舊 형법에도 없었으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舊 형법의 개정시안(改定試案)이었던 日本刑法?案에 혼인빙자간음죄가 있었다. 그러나 위 ?案에 혼인빙자간음죄가 규정된 이유, 개정 형법에 누락된 경위 등에 대하여는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현재까지는 없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독일 구 형법에 존재하였던 혼인

빙자간음죄를 모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주에서 혼인빙자간음죄는 처벌대상이 아니다8). 다만 일부 주9)에서는 간통죄와 마찬가지로 혼인빙자간음에 대하여 성문법으로 처벌규정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on the books’), 기소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arely enforced). 그러나 미국법률협회(Americal Law Institute, 약칭 ALI)의 1962년의 모범형법전(Model Penal Code)에 혼인빙자간음죄와 유사한 규정이 있다10).

구독일형법 제179조에 혼인빙자간음죄(Erschleichung des außerehelichen Beischlafs)가 규정되어 있었다. 1969년의 제1차 형법개정법(Gesetz zur Reform des Strafrechts)에 의하여 소위 구시대적 구성요건으로 분류되는 간통죄(Ehebruch), 성인간의 동성애(Homosexualitat), 獸姦(Unzucht mit Tieren)과 함께 폐지되었다.

독일에서의 혼인빙자간음죄의 폐지근거는 다음과 같다. 구시대적 구성요건의 폐지는 성형법과 성도덕의 분리, 즉 성형법의 탈도덕화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부도덕 내지 성풍속 위반행위 자체가 당연히 가벌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성적 관련 행위가 형벌의 규율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공동생활질서를 침해하거나 공동생활질서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여야 하고 이에 대한 형벌필요성(보충성, 실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과 관련된 형벌의 필요성은 형법이 성적 일탈행위에 대하여 적합하고 유효한 수단인가라는 관점이다. 혼전성관계에 형법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순수하지 못한 혼전성관계를 처벌해야 하는가. 이는 균형에 맞지 않는다. 건전한 판단능력이 있는 성년의 부녀가 혼인을 이유로 혼전성관계를 맺은 경우에 부

녀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혼전성관계를 맺을 것인지는 부녀 스스로의 판단이므로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

성도덕, 성풍속과 같은 윤리적 가치가 그 자체로서 보호될 것은 아니고 사회유해성의 관점에서 사회의 공존질서를 현저히 교란할 때 형법의 개입이 정당화된다. 입법자는 성풍속범죄에 대한 형법적 보호의 필요성과 형벌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형법규범화할 수 없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시민의 자유와 형법의 최후수단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차 결혼생활이 정상적일 수 없다는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혼인빙자간음죄의 처벌이 두려워 혼인한다면 형법이 가정파탄이 예상되는 혼인을 강요하는 결과를 갖게 된다. 이것이 형법의 임무인가는 대단히 의문스럽기 때문이다11). 또한 피해여성이 본 규정을 무기로 공갈, 협박하거나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1968년의 대안입법(Alternativ-Entwurf: 정부초안의 대안그룹이 제시안 초안임)에 따르면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입법례로는 위에서 본 미국 모범형법전 제213.3조 제1항 제4호, 터키형법 제423조, 쿠바 형법 제486조 제2호, 루마니아 형법 제424조를 들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형법에도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고12), 위에서 본 것처럼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된 헌법조항은 청구인의 주장과 같은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조

항,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이라고 하겠다.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하여 판시한 바 있다. 즉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고 인간의 본질이며 고유한 가치인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인격권ㆍ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 운명결정권을 그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性的) 자기결정권 특히 성행위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시하였다(헌재 1990. 9. 10. 선고,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6-17; 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공보 62, 1039, 1041).

넓은 의미에서의 성적 권리(sexual right)는 자유로운 성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the right to sexual freedom), 성생활에서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인 성적 자기결정권(sexual autonomy), 성생활에서의 프라이버시(the right to sexual privacy), 성에서의 평등(the right to sexual equality), 성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the right to sexual pleasure), 성적표현의 자유(the right to emotional sexual expression), 성적결사의 자유(the right to sexually associate freely), 출산결정에서의 자유(the right to make free and responsible reproductive choices), 과학적 성적 정보 접근권(the right to sexual information based upon scientific inquiry), 성교육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 성적 건강권(the right to sexual health care) 등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www.siecus.org).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은 ‘성생활에서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인 성적 자기결정권(sexual autonomy)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성이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를 사용하여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간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의 이러한 행위가 처벌됨으로 인하여 남성들의 어떠한 기본권이 침해되는지, 즉 기본권의 보호대상을 먼저 확정할 필요가 있다.

성적자기결정권을 성에 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 즉 외부로부터의 강제, 강박이 없는 소극적인 면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성행위여부 및 그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의미한다고 할 때 상대방을 성행위로 유도하는 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러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행위에 이르게 하는 방법(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을 선택하는 자유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위와 같은 자유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포함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성행위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고, 성행위의 상대방을 결정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하게 연결되는 행위로서 상대방을 성행위로 유도하는 행위까지 성적 자기결정권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구별은 기본권의 귀속에 관한 설명에 대한 차이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 모두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기본권이기 때문이다(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헌재 1998. 10. 29. 97헌마345, 판례집 10-2, 621, 633).

헌법재판소는 “범죄의 처벌에 관한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에 관한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여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를 매우 넓게 인정하여 왔다(헌재 1999. 5. 27. 98헌바26, 판례집 11-1, 622, 629 등).

성적 자기결정권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성(性)으로서 개인적인 사안이므로 기본권제한의 근거는 공공복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제한으로 보기는 어렵고, 질서유지를 위한 기본권제한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13).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단서조항에 의하여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그 제한의 방법에 있어서 과잉금지의 원칙과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3. 27. 95헌가17, 판례집 9-1, 219, 234; 헌재 1998. 5. 28. 95헌바18 판례집 10-1, 583, 595).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은 위에서 본 것처럼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이 정당한 목적인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혼인빙자간음죄의 폐지론과 그 논리를 같이 한다. 인류의 성도덕?성풍속

은 민족과 시대에 따라 극히 다양한 모습을 보이므로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타당한 규범을 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구나 1960년대에 서구에 밀어닥친 성혁명을 계기로 해서 성의 자유화 물결이 범람하게되고, 그 여파로 입법과 사법에서 性에 관련된 刑法(이하 ‘성형법’이라 한다)의 자유화, 性犯罪의 非犯罪化가 폭넓게 수행됨으로써 성도덕?성풍속에 있어서 가치관의 다원화현상에 대한 법적 관용이 베풀어졌다. 성형법은 사회의 금기와 완고한 도덕적 편견을 꺾고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로서의 성을 개개인이 자유롭고도 진솔하게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특히 성이란 인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 중에서 가장 심도가 깊은 것이면서도 은밀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과 삶으로부터 절연한 채로 성 그 자체만을 가지고 규범화할 수 없다는 인식과 오늘날 성윤리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에 비추어 형법규범의 설정과 해석에 있어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성범죄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형법과 성도덕의 분리’이고, 성형법이 성도덕과 동일시되어서는 안된다. 형벌권은 국가적 제재 중 최후수단으로서 행사되어야 하기 때문에 도덕 또는 풍속의 보호하고 하는 목적만으로는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정당화되지 않고 일정한 법익의 침해 내지 침해위험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부도덕, 저속, 건전한 성풍속을 해하는 것, 국민 대다수의 윤리의식이나 국민의 기본적인 도덕관념에 반하는 등을 행위의 當罰性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일정한 행위를 당벌적 범죄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행위가 건전한 성도덕 또는 선량한 성풍속에 반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기본적 공존?공영질서를 침해하거나 위태롭게 한다는 법익침해가능성까지를 갖추어야만 한다.

남녀간의 성행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사적 비밀이 보장되어야할 부분이고, 예외적으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폭행, 협박 등의 방법으로 제압하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판단이 미비한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의 성을 취하는 것에 대하여만 처벌을 하는 것 외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남성이 위와 같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방법 또는 보호받아야할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가 아닌 여성을 유혹하는 행위에 국가의 개입은 억제되어야 하고, 그 유혹의 방법은 각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통

상 남성의 여성에 대한 유혹은 과장이 수반되는 것이다. 우리 형법은 혼전성관계를 처벌하지 않고 있으므로 자발적인 혼전성관계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유도행위도 처벌하여서는 아니된다. 또한 성년으로서 심신미약자가 아닌 여성이 상대방 남자로부터 ‘혼인 또는 기타 위계’상대방인 여성이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가 아닌 건전한 판단력을 가졌다면 이러한 여성라면 혼전 성관계를 요구하는 상대방 남자가 혼인할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고, 혼전 성관계를 할 것인지의 여부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후 자신의 결정이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에 대하여 상대방 남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부인하는 행위이고, 국가가 과도하게 사생활에 관여하는 것으로서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부인하는 것이다. 즉 음행의 상습이 없는 성년의 부녀가 남성의 혼인을 빙자한 성행위 요구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국가가 이러한 사적인 분야에까지 관여할 필요까지 없는 것이다.

혼인을 빙자하여 간음한 자는 형벌이 아닌 가정, 사회, 직장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적 비난과 제재를 받을 것이고 본질적으로 개인간의 사생활에 속하는 이러한 행위까지 일일이 추적하여 형법이 간섭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건전한 윤리?도덕은 지탱되어 나갈 것이고, 만일 이러한 비난이 없을 정도로 성윤리가 무너졌다면 형사적 처벌 또한 그 정당성과 제재력을 잃게될 것이다. 그리고 장차 결혼생활의 불행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남자 측에서 혼인빙자간음죄에 의한 처벌이 두려워 혼인한다면, 결국 형법이 파탄이 자명한 혼인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14)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보호할 가치가 없는 혼전 성관계를 한 여성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법률로서 목적의 정당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본 혼인빙자간음죄의 고소건수 및 기소비율을 볼 때 성윤리의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우리 사회에서 고유의 정절관념 특

히 여성의 정절관념은 전통윤리로서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위계의 방법으로 간음한 행위는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우리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부녀의 성(性)은 부녀의 의사를 억압하여 강제적으로 취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위계의 방법을 사용하여 부녀를 착오에 빠지게 하여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잘못 행사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타인의 재물을 강취 또는 갈취하는 행위가 강도죄 또는 공갈죄로 처벌되는 것과 같이 부녀의 성을 강제로 취하는 경우 강간죄로, 여성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취하는 경우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할 수 있다. 부녀를 착오에 빠지게 하여 부녀의 성을 취하는 행위를 처벌할 것인지의 여부는 도덕과 법률의 구분이 불분명한 사안으로서 그 처벌여부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의사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국민의 의사는 입법자들의 입법행위 즉 입법권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공보 62, 1039, 1042 참조).

혼인빙자간음죄가 혼인을 빙자하는 등으로 여성의 성을 편취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지 혼인의사가 있는 자가 혼전성관계 후 변심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혼전성관계를 한 자로 하여금 불행이 예상되는 결혼을 강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의 적절성은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사안의 목적에 적합한 조치를 필요하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루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을 기망하거나 기타 위계의 방법으로 여성의 성을 편취한 행위에 대하여 징역 2년 또는 벌금 500만원의 법정형의 상한을 두고 있을뿐 법정형의 하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위계를 이용하여 부녀를 간음한 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처벌이 적절한 방법인지, 아니면 단순한 도덕에 맡겨 둘 것인지, 또는 개인간의 민사적인 문제로 해결할 것이 보다 적절한 방법인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위계를 사용하여 부녀의 성을 편취한 행위에 대하여 일정한 법적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형사처벌 이외의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

다. 그러나 부녀가 남성의 기망수단에 속아 성(性)을 편취당하는 것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일부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보호되어야 할 여성의 성의 침해에 따른 형벌의 응보적 기능을 하고 있고, 위계로써 부녀의 성을 편취하는 행위의 일반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죄질과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하여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게 된다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파생되는 비례의 원칙 혹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등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정형의 높고 낮음은 입법정책의 당부의 문제이지 헌법위반의 문제는 아니다(헌재 1995. 4. 10. 판례집 7-1, 478, 487; 헌재 1998. 7. 16. 97헌바23, 판례집 10-2, 243, 263).

따라서 위계로써 여성의 성을 편취하는 행위를 형사처벌에 의하여 금지하고, 그 법정형을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로 규정함으로써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방법의 적절성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입법자는 공익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한다(헌재 1998. 5. 28. 96헌가5, 판례집 10-1, 541, 556).

청구인을 비롯한 남성들이 성적 상대방인 여성들로 하여금 성행위에 이르게 하는 방법으로써 기망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남성들이 성행위 상대방 여성을 성행위로 유인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남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피해를 입게 하는 점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성들의 여성과의 성행위

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거나, 미혼 남녀의 성행위를 금지하거나, 기타 통상 남녀간의 애정관계에서의 과장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를 사용하여 여성으로 하여금 성행위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으로 하여금 성행위에 이르게 하는 행위 중 기망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그 기본권의 제약을 받는 남성들의 피해는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고,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권을 제약하는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헌재 1990. 9. 3. 89헌가95, 판례집 2, 245, 260).

청구인과 같은 남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함으로써 남성들이 침해되는 기본권과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비교하여 보자. 남성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일부인 상대방 여성을 성행위로 유인하는 여러 수단 중 극히 일부분을 제약받는 것에 불과한 반면 이러한 제약을 통하여 음행의 상습이 없는 여성들이 보호되는 여성들은 성(性)에 대한 결정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부 의식의 변화가 있으나,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임신가능성 등) 및 일반 국민들의 남녀의 성에 대한 인식차이가 남아 있는 점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기망적 수단에 의한 여성의 성을 편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대한 공익의 필요는 남아 있고, 그 필요성도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약되는 것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혼인의 의사 등 다른 기망적 수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호 합의 하에 성행위를 하였거나, 성행위 당시 남성에게 혼인의 의사가 있었으나 그 후 여러 가지 사정의 변화(상호 성격차이, 부모의 반대 등)에 의하여 결혼에 이르지 못하였음에도 여성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이용하여 상대방 남성을 고소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사정은 위에서 본 혼인빙자간음죄의 고소 및 기소통계에 의하여 입증된다. 이러한 낮은 기소율에 비추어 보면 남성이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를 사용하지 아니하였음

에도 자신의 성을 적절하게 지키지 못한 상대방 여성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이용하여 상대방 남자를 고소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키는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남용 또는 오용을 우려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규정의 남용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법체계 전반에 걸친 문제이고, 형사처벌 조항이 남고소(濫告訴)의 원인을 제공하여 결국 법익의 균형성을 잃고 있다는 것은 형사법 체계를 이용하는 고소인들의 자질에 관한 문제일뿐 그 형사처벌조항 자체에 법익의 균형성을 잃게 하는 요인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아니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갖추었다고 하겠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만약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그 자체가 무의미하여 지는 경우에 그 본질적인 요소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는 개별 기본권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헌재 1996. 1. 25. 93헌바5등, 판례집 8-1, 27, 34).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 중 제한되는 것은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간음하는 행위만 제한되는 것이다. 다른 방법에 의하여 여성을 성행위로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혼전성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사생활의 내용에 대하여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사생활과 관련된 영역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자신에 대한 정보의 자율적 통제권까지 인정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소극적으로는 개인 자신만의 범위에 속하는 부분에 한정되는 것이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더라도 개인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정보에 대한 통제권에 한정되는 것일 뿐 타인과 관련된 문제에까지 헌법상 인정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즉 개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단독으로 영위하는 성적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해당되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15). 그러나 개인의 성적 행위가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상대방이 있는 경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보호범위를 벗어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형사법분야에 관한 평등원칙의 적용을 판단한 사례는 아래와 같다. 구 국가보안법 제7조 및 제5항의 규정에 대하여 “법운영에서 객관적인 자의성을 줄 우려가 있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침해가 될 수 있으나, 각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헌재 1990. 4. 2. 89헌가113, 판례집 2, 49, 60, 66), 누범의 가중처벌에 대하여 “누범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많고, 누범증가의 현실에서 사회방위, 범죄의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이라는 형벌목적에 비추어 누범가중처벌은 합리적 차별로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헌재 1995. 2. 23. 93헌바43, 판례집 7-1, 222, 236 참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2항에 대하여 “‘야간’,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라는 특수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자를 특별하게 가중처벌하는 이유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함에 있을 뿐 특정인을 일반국민과 차별하여 특별히 엄단하려 함에 있지 아니하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헌재 1995. 3. 23. 94헌가4, 판례집 7-1, 342, 352 참조), 밀수품의 감정행위를 금지하는 관세법 제186조 제1항에 대하여 “밀수억제를 위하여 필요불가결하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헌재 1998. 3. 26.

97헌마194, 판례집 10-1, 302, 318),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게한 형법 제59조 제1항 단서, 제62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단기자유형의 폐단을 막고 범죄인의 자발적 개선을 통하여 재범을 방지할 목적으로 초범자나 과거 범죄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자에 한하여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를 할 수 있게 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차별취급의 수단은 합리적 근거가 있어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헌재 1998. 12. 24. 97헌바62등, 판례집 10-2, 899, 907-908 참조), 형법 제241조 간통죄에 대하여 “??????배우자 모두에게 고소권이 인정되어 있는 이상 간통죄의 규정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도 반하지 아니한다”(헌재 2001. 11. 20. 공보62, 1039, 1042)라고 각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를 통하여 보면 형사법 분야에 대하여도 차별취급의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여부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혼인빙자간음죄의 기소사례가 거의 없어(1920년대 남부의 몇 개 주에서 검색됨), 평등권침해여부에 대하 미국 연방대법원의 유사판례를 확인할 수 없다.

유사사건으로는 Michael M. v. Sonoma County Superior Court, 450 U.S. 464(1981)이 있다. 위 사건은 캘리포니아주형법이 18세 미만의 여성과의 성행위를 의제강간(statutory rape)16)으로 처벌하고 있고, 위 조항위반으로 기소된 남자가 위 법률은 처벌대상을 남자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미연방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조항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17). 이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은 ‘성에 의한 차별은 당연히 엄격심사(strict scrutiny)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18), 입법목적에 비추어 공정하고 상당한 관계(fair andsubstantial relationship)가 있는 경우 합헌이다. 성에 관한 차별이 자의적이 아니고(not invidious), 오히려 현실적으로 양성(兩性)이 일정한 상황에서는 동일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사실을 반영하는 경우 합헌이다. 미성년자의제강간의 입법목적은 미성년자의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위 법률은 성교로 인한 육체적, 감정적, 정신적 결과가 심각한 10대들로 하여금 성행위와 임신을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10대 임신은 실질적으로 여성에게 심각한 해악 또는 그와 유사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그 행위의 결과로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 남성만을 처벌하는 법률은 적절한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먼저 헌법에 합치하는 정당한 목적이 없고, 차별의 기준이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도 없으며, 차별의 정도도 적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성년의 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닌 ‘혼인빙자’ 등 기망에 의하여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예상키 어렵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매우 은밀하고, 개인적인 것으로서 자유의사가 제압당하는 것과 같은 유형, 무형의 불법적인 개인의 권익침해가 심각한 경우에만 국가가 개입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 사기죄에 있어서의 기망과 혼인빙자간음죄에서의 기망은 구별된다. 사기죄의 기망은 기망과 재물의 편취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사기죄의 기망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의 위계는 ‘간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다. 즉 사기죄에서의 기망은 재산적 처분행위와 인과관계가 밀접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의 위계는 간음행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키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현재 성풍속의 변화에 의하여 남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여성만을 피해자로 규정한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 여성이 혼인을 빙자하

거나 기타 위계로써 남자와 간음한 경우 처벌하지 아니한 것은 모든 남자가 음행의 상습이 있다고 인정하거나, 여성만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여성의 성적 순결을 강요하는 법률에 불과한 것, 즉 남성의 성행동은 문제가 되지 않고, 여성만 순결하여야 한다는 성에 대한 이중기준에서 나타난 법률조항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숨겨진 입법목적은 여성을 성적으로 차별하는 것이고, 남녀를 차별하는 것이 목적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관계가 없으며, 남성만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반면에 여성은 전혀 처벌되지 아니함으로써 차별의 정도가 적정한 것도 아니다.

남녀의 성에 대한 신체적 차이, 성행위에 대한 인식차이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 근거하여 형법은 성범죄의 피해자 및 범죄의 구성요건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강제추행의 피해자를 ‘사람’으로 규정하여 남녀 모두 강제추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한 반면 강간죄는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그 법정형에도 차이를 두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도 기망에 의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것이 남성에 비하여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더 보호하여야할 필요성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고, 그러한 차별이 자의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법정형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로서 차별의 정도도 적절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이유와 같이 합헌결정을 하였다. 다만 성적인 문제에 대하여 법의 지나친 관여가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폐지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간통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와 같다.

권성 재판관은 혼인빙자간음죄의 위헌성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인류학적

근거를 제시하였고, 애정의 자유에는 구애수단의 자유가 당연히 포함되고, 구애수단의 자유에는 혼인에 관한 모종의 약속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며, 그 존재여부를 국가가 사후에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혼인의 빙자가 상대를 기망하는 순수하지 못한 행위이기는 하나 그 비난가능성이 높지 아니하므로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고, 제1차적 책임인 도덕적 책임에 그쳐야할 혼인빙자간음을 제2차적인 형사법적 책임까지 강화하는 입법행위는 적절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거를 제시하였다. 특히 권재판관은 여성의 고소를 근거로 혼인빙자간음죄를 처벌함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선별적이고 자의적이 처벌이 초래하게 됨으로써 법의 신뢰를 손상한다고 보았다. 또한 혼인빙자간음죄의 일반예방적 기능은 상실된 상태에 있고, 형사처벌을 두려워 결혼을 강제하는 것은 파탄이 예상되는 혼인을 형법이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다만 혼인빙자간음죄는 고소인의 고소에 의하여 좌우됨으로써 선별적이고 자의적인 처벌이 이루어지고, 혼인의사가 없는 자로 하여금 강제로 혼인토록 강제하는 조항이라는 주장은 일부 친고죄 조항들(강간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 상표법위반 등)이 피해자의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과 일부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즉 그 처벌여부를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의존토록 함으로써 피해자의 사적 복수를 국가가 대신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충분한 배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선회 재판관은 여성이 착오에 빠져 성관계를 맺은 후 국가에 대하여 사후에 형사적 처벌을 요구하는 행위는 여성이 자기 책임 아래 스스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표현에 불과하여 결국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개인의 성행위와 같이 내밀 영역에 속하는 부분은 가능하면 최대한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며, 국가의 형벌권 행사는 최소한에 그쳐아 하고, 형벌권행사여부를 국민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은 헌법재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수백년 이래 여성의 순결과 정조관에 대하여 지금과 같은 급격한 변화와 다양한 견해차를 나타낸 적이 없을 것이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혹은 여성의 순결 또는 정조는 어느 범위까지 보호하여야 하는지의 문제는 쉽게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 이 문제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순결 또는 정조를 법률적으로 요구하는 취지로 볼 여지가 있다는 문제가 야기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이 사건 결정으로 인하여 이미 헌재가 결정한 간통죄와 함께 성적인 문제에 관한 형사적 처벌여부에 대한 위헌논쟁은 일단락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해석의 여지를 일부 열어두고 있고, 입법론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어 향후 위헌논쟁이 완전히 종결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도덕과 형벌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혼인빙자간음죄의 존치여부는 결국 국민들의 급격한 성의식 변화에 따른 입법적 개선에 좌우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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