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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열, "한국보건산업진흥원법 부칙 제3조 위헌소원(2001헌바50)", 결정해설집 1집, 헌법재판소, 2002, p.67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집)]
본문

- 근로관계의 존속보호와 헌법 -

(헌재 2002. 11. 28. 2001헌바50, 판례집 14-2, 668)

김 하 열*

1. 근로관계의 존속보호와 헌법

2. 법률로 국가보조 연구기관을 통폐합함에 있어 재산상의 권리ㆍ의무만 승계시키고, 근로관계의 당연승계 조항을 두지 아니한 것이 위헌인지 여부

第3條(權利ㆍ義務의 承繼) ①이 法 施行당시의 各硏究院은 그 理事會의 議決에 의하여 그 財産과 權利ㆍ義務를 이 법에 의하여 設立될 振興院이 承繼하도록 保健福祉部長官에게 申請할 수 있다.

②各硏究院은 保健福祉部長官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이 法에 의한 振興院의 設立과 동시에 民法중 法人의 解散 및 淸算에 관한 規定에 불구하고 解散된 것으로 보며, 各硏究院에 속하였던 財産과 權利ㆍ義務는 振興院이 이를 承繼한다.

③第2項의 規定에 의하여 振興院에 承繼되는 財産의 價額은 振興院 設立登記日 전일의 帳簿價額으로 한다.

(1) 정부는 1998. 8. 경 ‘정부출연ㆍ위탁기관 경영혁신 추진계획’에 의하여, 청구외 한국식품위생연구원(이하 ‘식품연구원’이라 한다)과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이하 ‘의료연구원’이라 한다)을 통폐합하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라 한다)을 설립하고, 정원을 감원하고, 경상비도 삭감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에 따라 진흥원의 설립을 위하여 1999. 1. 21. 법률 제5671호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법(이하 ‘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다.

식품연구원은 1999. 1. 22. 이사회에서 식품연구원의 재산과 권리ㆍ의무(퇴직금 등)를 포괄적으로 진흥원에 승계시키기로 의결하였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 및 해산등기ㆍ설립등기 등의 절차를 거쳐 같은 해 2. 6. 진흥원이 설립되었으며, 진흥원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원 선정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같은 해 3. 10. 청구인들을 포함한 식품연구원 소속 직원 일부를 선정에서 배제하였다.

(2) 청구인들은 ‘진흥원의 이러한 행위가 승계된 자신들과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으로 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명령을 신청하여 같은 해 1999. 6. 8.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진흥원의 1999. 3. 10.자 해고는 부당해고로서, 진흥원은 청구인들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중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구제명령을 받았고, 진흥원이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라 한다)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받았다.

(3) 이에 진흥원은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바, 위 법원은 2000. 10. 17. 중노위가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중노위 위원장은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며(2000누14124호), 청구인들은 그 사건의 피고인 중노위 위원장을 보조하기 위하여 위 소송에 참가하여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판단의 기초가 되는 법 부칙 제3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는데, 2001. 6. 22. 서울고등법원에서 이를 기각하자(피고의 항소도 기각),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2001. 7. 4.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

구하였다. 한편, 위 서울고등법원의 항소기각 판결에 대한 청구인들의 상고는 2002. 5. 14. 기각되었다(대법원 2001두6579).

통폐합되는 식품연구원 및 의료연구원의 권리ㆍ의무의 승계에 관한 규정인 법 부칙 제3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를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없으면 통폐합되는 각 연구원의 재산과 권리ㆍ의무를 진흥원이 승계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위 규정에서 승계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규정한 권리ㆍ의무를 재산상의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한다면, 이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특수법인을 설립할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승계를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여 근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합병의 경우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하고,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양도인과 근로자간의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보고,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노동법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헌법 제10조 전단에서 규정한 인간의 존엄성, 같은 조 후단의 행복추구권,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다.

(1) 정부의 방침에 의하여 식품연구원과 의료연구원이 통폐합되고 그 대신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진흥원이 설립되고, 진흥원이 수행할 업무 중에 위 각 연구원이 수행하던 업무가 포함되어 규정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각 연구원의 업무가 진흥원으로 이관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정부의 정책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서 이를 위 각 연구원 사이의 약정에 의한 영업의 포괄적 양도나 법인의 합병과 마찬가지로 볼 수는 없으므로 위 각 연구원 직원들의 근로관계는 진흥원으로 당연히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에 있어 근로관계의 승계가 있다고 보기 위하여는 법 부칙 등에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고, 한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가능한 여러 수단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 선택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각 연구원 소속 직원의 근로관계에 대하여는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오히려 진흥원으로 승계되는 각 연구원의 권리ㆍ의무는 재산상의 것임을 밝히고 있는바, 종전 각 연구원들은 민간단체로서 정부가 지원금을 보조하는 기관이었으나, 진흥원은 정부가 보건산업기술 및 정보의 개발, 기술개발지원사업 등을 하기 위하여 정부출연금으로 설립ㆍ운영하는 기관으로서 그 운영비 전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조달되고 진흥원에 대한 정부의 업무 감독 또한 종전 연구원보다 강화되며, 그동안 비능률적이고 방만하게 운영되던 정부출연ㆍ위탁기관의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데다가, 진흥원의 업무 중 종전 각 연구원으로부터 이관된 업무의 비중에 비추어 종전 각 연구원 직원들 전부를 그대로 승계할 필요가 없었을 뿐 아니라, 각종 환경의 오염 및 이로 인한 질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경쟁력있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방법으로 직원을 충원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을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이 없으면 통폐합되는 각 연구원의 재산과 권리ㆍ의무를 진흥원이 승계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위 규정에서 승계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규정한 권리ㆍ의무를 재산상의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의 위와 같은 해석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1.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 또는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 사회국가원리 등에 근거하여 실업방지 및 부당한 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를 도출할 수는 있을 것이나,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직장존속보장청구권

을 근로자에게 인정할 헌법상의 근거는 없다.

2. 가. 이와 같이 우리 헌법상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직장존속보장청구권을 인정할 근거는 없으므로 근로관계의 당연승계를 보장하는 입법을 반드시 하여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법 부칙 제3조가 기존 연구기관의 재산상의 권리ㆍ의무만을 새로이 설립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승계시키고, 직원들의 근로관계가 당연히 승계되는 것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하여 위헌이라 할 수 없다.

나. 다만, 우리 헌법상 국가(입법자)는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위하여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위 부칙 제3조가 그러한 최소한의 보호의무마저 저버린 것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겠으나, 국가가 근로관계의 존속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당해 법률조항만에 의할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에 관한 법체계 전반을 통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헌법 제33조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점, 법원이 재판을 통하여 고용승계 여부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와 태도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근로관계 존속보호의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점, 고용보험제도를 비롯하여 고용안정, 취업기회의 제공, 직업능력의 개발을 위한 부수적 법제가 마련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행법제상 국가는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마저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근로관계의 승계를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들에 비교하거나, 합병, 영업양도로 근로관계가 승계되는 경우에 비교하여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2. 나. 이 사건 통폐합은 그 실질에 있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손을 빌린 입법적 정리해고’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 부칙 제3조는 해고대상자의 선발기준의 정립 및 구체적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 자의성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 그리고 해고대상이 됨으로써 직장을 상실하게 된 근로자들에게 불복과 구제의 절차를 전혀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위한 국가의 최소한의 보호의무조차 저버리

고 있다.

다. 일반기업의 근로자일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한 정리해고 제한법리를 통하여 혹은 합병 또는 영업양도에 관한 판례에 의하여 일정한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부당한 근로관계의 종료(직장상실)로부터 보호되고, 이를 위하여 중앙노동위원회, 법원이라는 구제기관의 도움을 받게 되는 반면, 청구인들과 같이 ‘특정법률에 의해 그 사업장이 통폐합 당함으로 말미암아 실질적으로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그에 현저히 미치는 못하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마저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일반근로자들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없이 이들을 차별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인 법 부칙 제3조는 ‘권리ㆍ의무의 승계’라는 제목 하에, 법 시행당시의 식품연구원과 의료연구원에 속하였던 “재산과 권리ㆍ의무”에 관하여 승계신청을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승인을 하면 그 “재산과 권리ㆍ의무”를 진흥원이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제1항, 제2항), 나아가 승계되는 “재산”의 가액산정 방법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다(제3항).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진흥원장이 고용관계를 승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고용관계의 승계가 당연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고용관계의 승계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경우 법원은 당사자의 의사와 태도 등 여러 가지 자료와 사정을 종합하여 그에 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대법원판례도 이와 같은 입장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당연승계 조항이 없는 경우에 고용관계가 승계되었다고 볼 것인지, 종료되었다고 볼 것인지를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다33932 판결

“법률의 제정, 개정 등으로 새로운 특수법인이 설립되어 종전에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던 법인 등 종전 단체의 기능을 흡수하면서 그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하는 경우에 있어서, 해산되는 종전 단체에 소속된 직원들과의

근로관계가 승계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아니한 채, 단순히 종전 단체에 속하였던 모든 재산과 권리ㆍ의무는 새로이 설립되는 특수법인이 이를 승계한다는 경과규정만 두고 있다면, 종전 단체는 새로운 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사실상 존속하기가 어려워 해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과규정은 해산되는 단체의 재산상 권리의무를 신설법인이 승계하도록 하여 그 해산에 따른 절차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해산되는 종전 단체의 해산 및 청산절차를 특별히 규율할 목적으로 규정된 것일 뿐이고, 해산되는 단체의 직원들의 근로관계를 당연히 새로이 설립되는 특수법인에 승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결국 앞서 본 바와 같은 문언만으로는 당해 법률에 의하여 종전 단체에 소속된 직원들의 근로관계가 새로이 설립되는 특수법인에 당연히 승계된다고 볼 수는 없다.....(중략).....점 등 피고가 협회 직원의 고용관계를 승계한 듯이 보이는 측면도 있으나....(중략).....점 등에 비추어 원고와 협회와의 근로관계는 위와 같은 해산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종료되고, 피고와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이고, 따라서 달리 피고가 협회 직원을 임용하면서 기존의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협회 직원들에 관한 근로관계를 승계할 아무런 법령상 의무가 없는 피고가 이미 해산된 협회 직원들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식품연구원과 의료연구원의 재산상의 권리ㆍ의무를 진흥원에 승계시킬 가능성을 부여하면서도, 그 경우의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음으로써 근로관계가 전혀 승계되지 않는 경우도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쟁점은 식품연구원과 의료연구원의 통ㆍ폐합으로 기존 연구원의 권리ㆍ의무를 진흥원에 승계시키면서 근로관계를 승계시키는 조항을 두지 아니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나, 이에 앞서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헌법상 어느 정도 요구할 수 있는지, 이에 대응하는 입법자의 의무는 어디까지인지가 문제된다.

헌법사회학적으로는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대량해고 및 실업의 문제에 관하여 한편으로는 근로자의 -생존권과 연결된- 근로관계를 보호할 필요와, 다른 한편으로 사업주의 경영의 자유를 보장함과 아울러 기업의 생존을 통한 또 다른 근로기회의 창출에 대한 필요성을 어떻게 형량하고 조화시킬 것인지의 문제이다.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사유재산 및 사적 자치를 보장하고,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사회복지ㆍ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고 있다(헌재 1996. 4. 25. 92헌바47, 판례집 8-1, 370, 380; 헌재 1998. 5. 28. 96헌가4등, 판례집 10-1, 522, 533-534).

노동질서는 경제질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노동시장 및 노동관계에 관하여 헌법제32조, 제33조에서 근로의 권리와 근로3권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제15조에서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이와 같이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경제의 기본질서로 채택하면서, 노동관계 당사자가 상반된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계급적 대립ㆍ적대의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활동과정에서 서로 기능을 나누어 가진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때로는 대립ㆍ항쟁하고, 때로는 교섭ㆍ타협의 조정과정을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결국에 있어서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복지국가 건설의 과제를 달성하고자 함에 있다”고 밝힌바 있다(헌재 1993. 3. 11. 92헌바33, 판례집 5-1, 29, 40).

그런데 경제질서든 노동질서든 이로부터 노동관계를 어떻게 형성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 준거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이는 결국 개별적인 헌법규정으로부터 도출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사건과 같이 근로관계의 존속보호가 헌법적으로 문제되는 경우 준거가 될 수 있는 헌법규정은 제15조(직업의 자유)와 제32조 제1항(근로의 권리)이다. 헌법 제33조에 규정된 근로3

권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과 같은 집단적 근로관계에 관한 것이어서 이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준거가 될 헌법규정은 아니라 할 것이다.

(1)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직업“선택”의 자유만이 아니라 직업과 관련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직업의 자유는 독립적 형태의 직업활동 뿐만 아니라 고용된 형태의 종속적인 직업활동도 보장한다. 따라서 직업선택의 자유는 직장선택의 자유를 포함한다.2)헌법재판소도 일찍이 직업선택의 자유에 직장선택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설시한바 있다(헌재 1989. 11. 20. 89헌가102, 판례집 1, 329, 336). 직장선택의 자유는 특히 종속적 근로자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2) 이러한 직장선택의 자유의 내용은 무엇이며, 특히 근로관계의 존속보호청구권을 이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는 사용자가 그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고용하는 등으로 기업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또 다른 기본권과 충돌관계에 있는 문제이다.

이에 관하여 독일에서는 직업, 직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근로의 권리로 강화하는 시도는 일반적인 거부에 봉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시도는 자유를 위협하는 포괄적인 직업의 조종 없이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3)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근로자 5인이하만을 상시 고용하는 소규모사업장(Kleinbetrieb)에 대하여 해고제한법(Kundigungsschutzgesetz)의 적용을 배제한 동법 제23조 제1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면서 이 문제에 관하여 상세한 설시를 하였다(BVerfGE 97, 169). 그 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직장선택의 자유는 개인이 그 선택한 직업분야에서 구체적인 취업의 기회를 가지거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거나 포기하는 데에 있어 국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선택ㆍ결정을 보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이 기본권은 원하는 직장을 제공하여 줄 것을 청구하거나 한 번

선택한 직장의 존속보호를 청구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또한 사인(사용자)의 처분에 따른 직장 상실로부터 직접 보호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도 없다(BVerfGE 84, 133, 146f.; BVerfGE 97, 169, 175f). 다만 국가는 이 기본권에서 나오는 객관적 보호의무를 질뿐이다.

소규모사업장을 배제하는 조항은 기존의 근로관계나 기본권으로 보호되는 근로자의 지위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적인 계약법을 형성하는 규범일 뿐이어서, 이 기본권의 객관적 보호의무 위반 여부만이 문제된다. 입법자가 직업의 자유로부터 나오는 보호의무, 즉 사용자에 의한 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기본권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직장유지에 관한 근로자의 이익은, 자신의 계획에 부합하는 근로자를 채용하고 그 숫자 또한 자신의 기준에 따라 제한할 수 있는 사용자의 이익 -이 또한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인데-과 상충한다. 입법자는 실제적 조화(praktischer Konkordanz)의 법리에 따라 충돌하는 기본권 지위의 상호작용을 파악하여 모든 관련자들에게 기본권이 최대한 폭넓게 실현될 수 있도록 조정하여야 한다. 이 법익들을 올바로 형량하여야 하는 것은 입법자의 몫인데, 입법자는 여기에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갈등관계를 야기하는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대한 평가, 그에 대한 입법이 장차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예측은 정치적 책임에 맡겨야 한다. 합리적 형량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나 사용자 중 어느 일방의 기본권 지위가 다른 상대방에 비하여 낮게 평가된 경우에만 직업의 자유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소규모사업장 배제조항은 직업의 자유 보장조항에 위반되지 않는다. 소규모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사용자의 해고로부터 아무런 보호없이 방치되어 있지 않다.

[근로관계의 존속에 대한 근로자의 이해관계의 중대성(생계수단, 사회적 관계, 재취업의 非용이성, 실업보험의 불충분성) 및 해고의 필요성에 대한 소규모사업주의 이익의 중대성(개별 인적 관계의 중요성, 해고제한법에서 요구되는 해고보상금 지불능력의 결여, 해고보호절차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의 부담)을 설시한 다음]

사용자의 이익의 중요성에 비추어 소규모사업장의 근로자가 직장상실의 위험에 더 노출되더라도 이는 수인(受忍)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이 근로자들을 해고제한법의 적용에서 배제하더라도 보호없이 완전히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해고보호 조항이 없더라도 법원은 민법상의 일반조항

을 통하여 신의와 공서양속에 반하는 해고권 행사로부터 이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법원은 일반조항의 적용에 있어 직업의 자유의 객관적 내용을 준수하여야 한다. 사인(사용자)의 처분에 따른 직장 상실에 대하여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직업의 자유의 요청은 이로써 충족된다. 개별사안에서 그 보호의 정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법원이 결정할 사항이다.

실질적 관점에서는 자의적 해고, 평등원칙에 반하는 해고로부터 근로자들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며, 장기간의 근속으로 형성된 근로관계 지속에 대한 신뢰도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직업의 자유(직장선택의 자유)로부터 직장 제공이나 직장에 대한 존속보장을 국가에 대하여 직접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나오지 않으며, 다만 사용자의 처분에 따른 직장 상실에 대하여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여야 할 국가의 보호의무를 인정하고 있으나, 이 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인정하고서 이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거나 사용자와 근로자의 상충하는 기본권적 지위나 이익을 현저히 부적절하게 형량한 경우에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있다.4)

(1) 헌법 제3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ㆍ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라고 규정하여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근로의 권리의 보장은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수단을 확보해 주며 나아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의의를 지닌다.5)

근로의 권리의 법적 성격과 내용에 관하여는 학자들간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별로 없으나,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일자리

를 요구할 권리(Recht auf Arbeit)’로 이해함이 상당하다. 근로의 권리에 ‘일할 권리를 방해받지 않을 권리’라는 대국가적 소극적 방어권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6), 이는 직업의 자유(직장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므로 굳이 근로의 권리의 내용으로 포섭하는 것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일자리를 요구할 권리’란 국가에 대하여 직접 일자리(직장)를 청구하거나 일자리에 갈음하는 생계비의 지급청구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증진을 위한 사회적ㆍ경제적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그친다.7)만약 근로의 권리를 직접적인 일자리 청구권으로 이해한다면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와 다른 기본권규정과 조화될 수 없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빠짐없이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국가 자신이 사용자가 되어야 하고, 근로의 의무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주의적 통제경제를 배제하는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와 조화될 수 없다. 또한 국가가 사용자가 되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사기업으로 하여금 실업자들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사기업주체의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를 의미한다. 또한 바이마르 헌법 제163조 제2항8)과 같은 명문규정이 없는 우리 헌법상 ‘일자리에 갈음하는 생계비청구권’도 근로의 권리의 내용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생계비 지급의 문제는 헌법 제34조에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을 뿐이다.

(2) 그렇다면 근로의 권리로부터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직장존속청구권을 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부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위에서 본 직업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보호의무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처분에 따른 직장 상실에 대하여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국가에 부담시키는 것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그 보호조치에 관하여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인정하고서 이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거나 사용자와 근로자의 상충하는 기본권적 지위나 이익을 현저히 부적절하게

형량한 경우에만 위헌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헌법재판소가 사회적 기본권에 관하여 취하고 있는 위헌심사기준과도 일치한다.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인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국가가 생계보호에 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든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 헌재 1997. 5. 29. 94헌마33, 판례집 9-1, 543, 552-553; 헌재 2001. 4. 26. 2000헌마390, 판례집 13-1, 977, 989.

이와 관련하여 학계에서는 근로의 자유에는 부당해고로부터의 보호요구권도 내포되어 있으므로 국가는 해고예고제도, 해고심사제도 등을 입법화해서 근로자를 부당한 해고로부터 보호하여야 한다는 유력한 견해가 있다.9)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 또는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 사회국가원리 등 우리 헌법상으로 실업방지 및 부당한 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여야 할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를 도출할 수는 있으나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직장존속보장청구권을 근로자에게 인정할 근거는 없다.

근로관계의 존속여부에 관한 사용자의 결정권 또한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경제활동의 자유, 헌법 제23조의 재산권에 의하여 보장된다.

위 상충되는 헌법적 이익을 조화롭게 형량하여 보호하는 것은 입법자의 몫으로서 여기에서는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므로, 그 현저한 일탈의 잘못이 있는 경우에만 헌법위반이라 확인할 수 있다.

(1) 진흥원은 기존의 식품연구원과 의료연구원을 통ㆍ폐합하기 위하여 신설되었다. 국회회의록(제15대 국회 198회 11차, 12차 회의)에 의하면, 정

부의 민간보조연구기관인 두 연구원이 중복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으므로 효율성 측면에서 두 연구기관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되,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체제의 변화를 통해 산업지원 기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인적 구성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 식품연구원과 의료연구원을 통폐합하고 진흥원을 설립함에 있어,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기존 연구원의 물적 조직은 그대로 이전하면서 인적 조직은 새로이 구성하는(새로이 구성하여도 좋은) 방식’을 택하였다.

입법자가 국가보조를 받는 연구기관의 운영이 방만하고 비능률적이어서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공익에 반한다고 판단할 때에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개선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논리적으로 상정할 수 있다. 즉, ①기존 연구원을 해산하고 이와는 완전히 절연된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여 물적, 인적 조직을 새로이 갖추는 방식, ②기존 연구원의 물적 조직은 그대로 이전하면서 인적 조직은 새로이 구성하는 방식, ③인적 조직은 그대로 승계하면서 물적 조직은 새로이 구성하는 방식, ④새로 설립되는 기관이 기존 연구원의 물적, 인적 조직을 포괄적으로 승계하면서 달리 업무의 효율성을 꾀하는 방식. 이 사건에서 입법자는 그 중 ②의 방식을 취하였다.

이 사건에서 기존 연구원 직원들 중의 상당수가 진흥원에서 계속 근무하게 되었다고 하여 이를 징표로 하여 입법자가 인적 조직을 부분적으로라도 승계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라 볼 수 없다. 그것은 입법 밖의 사실의 문제로서, 진흥원에서 기존 연구원의 직원들을 신규채용함으로써 발생한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3) 우선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②의 방식을 취한 것 자체에, 즉 물적 조직은 이전하면서 근로관계는 승계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 자체에 어떤 헌법적 문제가 있는가 하는 점인데, 이에 대하여 재판관들은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권한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이를 부정하고 있다.

즉, 현재의 상황 및 조건에 대한 평가, 그에 대한 정책이 장차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예측, 다양하게 교착하는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이를 형량, 조정하는 것은 그에 적합한 민주적 과정을 보장하고 있으며 아울러 민주적 책임을 맡고 있는 입법자에게 유보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사법적 잣대로 대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기존 연구원의 운영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공익에 반하는지, 반한다고 판단하였을 때에 위 방식 중 어느 방식이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것이 현저히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일반론을 전제로, 이 사건의 경우 입법자는 기존 두 연구원의 통합이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 다음, 식품부문과 의료부문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기존 연구원의 정책연구기능을 보건사회연구원으로 이관하고, 진흥원은 전문적인 보건산업지원 기능을 수행하도록 체제의 변화를 꾀하였으며10), 이 과정에서 위에서 본바와 같이 인적 구성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과 정책방향에 비추어 ②의 방식을 취한 것에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만한 불합리성이나 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위에서 본바와 같이, 우리 헌법상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직장존속보장청구권을 인정할 근거는 없고, 따라서 근로관계의 당연승계를 보장하는 입법을 반드시 하여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당연승계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위헌이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두고 종전의 근로관계가 당연승계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없다 할 것이다.

다만 우리 헌법상 국가(입법자)는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위하여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음으로써 근로관계가 전혀 승계되지 않는 경우도 용인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최소한의 보호의무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재판관들 사이에 견해가 나뉘고 있다.

다수의견은 국가가 근로관계의 존속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만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에 관한 법체계 전반을 통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서, 현행법제상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위하여 국가가 마련하고 있는 보호조치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고 하면서, 이로써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보호조치는 제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①집단적 근로관계법에 의한 사적 자치의 보충

헌법 제33조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통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근로관계의 승계를 관철하기 위한 여러 행동들을 헌법 제33조의 보호아래 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식품연구원과 의료연구원의 직원들은 헌법 제33조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서 노동기본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통폐합 계획의 백지화 내지 축소, 고용승계의 규모와 대상자 선정, 비승계자에 대한 대상(代償)조치 등 고용승계를 위하여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벌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처지에 있었다

한편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은 ‘해고 등 고용조정의 일반원칙’에 관한 사항을 협의사항으로(동법 제19조 제1항), ‘합병, 휴ㆍ폐업등 경영상 중요한 결정사항’, ‘증원 또는 감원 등 인력수급계획’을 보고사항으로(동법 제21조 제1항, 동법시행규칙 제6조) 규정함으로써 노사협의제도를 통해서도 근로관계의 존속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②법원을 통한 근로관계의 보호

법원은 계약원리를 통하여 근로관계의 존속을 보호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연승계를 규정하지 않았을 뿐 고용승계를 배제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법원은 여러 가지 자료와 사정을 종합하여 고용승계 여부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와 태도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근로관계 존속보호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물론 국고보조기관의 구조조정이라는 공익상의 요청과 조화하는 가운데- 직업의 자유 내지 근로의

권리라는 기본권의 의미와 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개별사안에서 근로관계 존속보호의 정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법원이 결정할 사항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 하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근로관계의 승계가 있었다고 보았고,11)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그 승계가 없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청구인들의 근로관계는 보호되지 않았지만, 이것은 아무런 국가의 보호작용없이 방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법원의 구체적 판단작용이라는 보호기제를 거친 결과이다. 구체적 재판에 있어 법원이 근로관계 존속보호라는 기본권의 요청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심히 취약한 지경에 빠트린다 하더라도, 이는 그 사법작용의 잘못에 귀착할 뿐이고, 이를 입법자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③고용보험제도 등

고용보험제도는 실직근로자의 생활안정과 함께 재취업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용보험제도는 실업급여의 지급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을 내용으로 함으로써 실업중인 근로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소극적인 차원을 벗어나 고용증진을 위한 헌법상의 근로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입법이다.12)고용보험제도는 실업보험제도와는 달리 1차적으로 취업중인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촉진하며, 부득이 실업이 되더라도 2차적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재취업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 고용보험법은 1993. 12. 제정하여 1995. 7. 1.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여러차례의 개정을 거쳐 실업금여의 수혜범위를 확대하는 등 개선ㆍ보완되어 왔다. 고용보험법의 내용은 크게 고용안정사업(고용조정의 지원, 지역고용의 촉진, 고령자등의 고용촉진, 건설근로자등의 고용안정 지원, 고용촉진시설에 대한 지원, 고용정보의 제공 및 직업지도 등), 직업능력개발사업(사업주의 직업능력개발훈련에 대한 비용지원,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

훈련에 대한 비용지원,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에 대한 지원 등), 실업급여의 지급으로 나눌 수 있다. 실업금여는 구직급여와 취직촉진수당으로 나뉘고, 후자는 다시 조기재취직수당, 직업능력개발수당, 광역구직활동비, 이주비로 나뉜다. 고용보험제도 외에도 고용안정, 취업기회의 제공, 직업능력의 개발을 위하여 고용정책기본법, 직업안정법, 근로자직업훈련촉진법 등의 부수적 법제가 마련, 시행되고 있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평등원칙의 관점에서도 헌법위반이 없다고 보고 있다.

즉, 법은 진흥원 설립이라는 개별사건을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므로 특수법인 등에 관한 다른 법률들과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으며, 기존 기관의 통폐합이라는 유사한 목적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구체적 통폐합의 취지와 형태, 방식은 무수한 개별 요소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 특수성에 즉응하여 입법자는 각기 상이한 규율을 할 수 있고 여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 한 평등위반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고용승계를 명시한 다른 법률들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존 연구원의 물적 조직은 그대로 이전하면서 인적 조직은 새로이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위에서 본바와 같이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배되거나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반하여 소수의견은 해고대상자의 선발기준의 정립 및 구체적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 자의성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 그리고 해고대상이 됨으로써 직장을 상실하게 된 근로자들에게 불복과 구제의 절차를 전혀 보장하지 않은 점을 중시하여,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위한 국가의 최소한의 보호의무조차 저버렸다고 보았다. 소수의견의 논증은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에서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정도의 보호장치만으로는 법률에 의해 또는 법률에 근거를 둔 정부의 조치로 해산, 통폐합, 구조조정되는 등

으로 그 운명이 좌우되는 사업장의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존속보호없이 입법자(또는 인수자)의 처분에 맡겨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법의 제정이유, 법 부칙 제3조 및 제4조의 내용, 진흥원 설립의 경과, 통폐합을 전후하여 물적ㆍ인적 조직의 기본적 동일성이 유지되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이 사건 통폐합의 실질은 ‘기존 연구원의 절대적 소멸 + 완전히 새로운 진흥원의 설립’이 아니라, ‘기존 연구원을 합병ㆍ승계하되, 인적 조직이 감축된 진흥원의 설립’에 있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은 그 실질에 있어 근로기준법 제31조 소정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하 ‘정리해고’라 한다)에 다름아니다. 그것도 ‘제3자(진흥원)의 손을 빌린 입법적 정리해고’라고 요약할 수 있다.

(2) 근로기준법 제31조는 사용자의 경영상의 조직권으로서 해고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기본적으로 긍정하고 있지만,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가 근로자측의 해고원인이나 귀책사유없이 행해진다는 점에서 인원정리의 효과를 가져오는 사용자의 경영조직상의 결정이 자의적이거나 남용되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에 그 정당성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②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③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④해고회피 노력과 해고대상자 선발기준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하며, ⑤일정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하고자 할 때에는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는 것이다(근로기준법 제31조).

한편, 영업양도의 경우를 중심으로 기업의 조직변경에 있어 근로관계의 승계를 보장하는 입법이 유럽의 각국에서 속속 명문화된 것은 기업조직의 변경이 노동법상 엄격한 제한이 따르는 해고제한법리를 회피하기 위한 용이한 수단이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입법이 없지만, 영업양도의 경우 법원은 영업양도의 당사자가 근로관계의 승계를 배제하는 특약을 하더라도 거기에 해고제한법리를 적용하여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그 특약을 무효화하고 있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두8455 판결; 대법원 2002. 7. 27. 선고 99두2680 판결; 대법원 1994. 6. 28. 선고 93다33173 판결).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두8455 판결

“영업이 양도되면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양도인과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에 근로관계의 일부를 승계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근로관계의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은 실질적으로 해고나 다름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유효하며, 영업양도 그 자체만을 사유로 삼아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일반기업의 근로자일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한 정리해고 제한법리를 통하여 혹은 합병 또는 영업양도에 관한 판례에 의하여 일정한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부당한 근로관계의 종료(직장상실)로부터 보호되고, 이를 위하여 중앙노동위원회, 법원이라는 구제기관의 도움을 받게 된다.

(3) 한편, 공무원의 경우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의 신분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으며, 국가공무원법은 의사에 반하는 퇴직, 면직, 해직 등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는 광범위한 신분보장 장치들을 두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직제와 정원의 개폐 또는 예산의 감소등에 의하여 폐직 또는 감원이 되었을 때의 직권면직에 관한 국가공무원법 규정이다. 동법 제70조 제3항 내지 제5항에 의하면, 이러한 사유로 인하여 면직시킬 때에는 면직기준을 정하여야 하고, 면직기준을 정하거나 면직대상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심의ㆍ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직권면직처분에 대하여는 소청과 행정소송이라는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요컨대, 폐직ㆍ감원으로 인한 직권면직을 하더라도 그것이 자의적이 아니라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심사하는 절차적 규율이 있으며, 불복하는 자에게 사법적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4) 다수의견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기존의 두 연구원을 통폐합하여 진흥원을 설립하되, 물적 조직은 승계시키고, 인적 조직은 감원한다는 방침을 택하고 이를 입법을 통하여 실현하는 것 자체는 입법자에게 유보된 권한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한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보더라도 그 감원대상자의 선발기준의 정립 및 구체적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 자의성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 그리고 감원대상이 됨으로써 직장을 상실하게 된 근로자들에게 불복과 구제의 절차를 보장하여야 비로소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위한 국가의 최소한의 보호의무를 이행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존 연구원의 직원들을 실질적으로는 제3자인 진흥원의 손을 빌려 정리해고하면서도 그러한 최소한의 절차적 규율마저 생략함으로써 근로자들을 헌법보호의 밖으로 방치하고 있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감원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어떤 근로자를 감원할 것인지, 이에 관하여 근로자 대표들과 협의할 것인지, 감원대상이 된 근로자에게 어떤 대상(代償)조치를 취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관하여 전적으로 진흥원은 임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진흥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그것이 아무리 불공평하고 자의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근로자에게 아무런 불복과 구제의 길이 열려져 있지 않다. 이 사건 당해사건에 관한 법원의 판단과 같이, 청구인들과 진흥원간에는 근로관계의 존재가 애초에 부인되므로 진흥원이 이른바 ‘채용’을 거부하더라도 ‘해고’가 아니게 되고, 따라서 해고제한법리의 일부라도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일반기업의 근로자들에게 조직변경이나 정리해고로부터 그 근로관계(직장존속)를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국가공무원법, 근로기준법이나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것에 비하여, 정부출연기관과 같이 특정법률에 의하여 설립, 해산되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근로관계 존속 여부는 ‘오로지 그 특정법률에서 어떤 규정을 두는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게 되는데’, 한편으로 입법자로 하여금 반드시 근로관계를 승계시키는 조항을 두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입법자가 위와 같은 최소한의 절차적 규율마저 두지 않을 경우 해당 근로자로서는 생존권과도 연결되는 갑작스런 직장의 상실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에 대하여 전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국가가 고용증진을 위한 사회적ㆍ경제적 정책을 강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법률에 의거 실질적으로 정리해고를 하면서도 노동법상의 해고제한법리의 최소한마저 회피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다.

(5) 마지막으로, 다수의견에서 거론하고 있는 보호조치들이 이 사건과 같이 입법에 의한 정리해고를 당하는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보호의 효력은 실제로 매우 미약하다.

첫째, 이 사건의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를 통한 교섭의 형식적 상대방은 사용자이지만, 실제로 통폐합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은 국가여서, 집단적 근로관계법을 통한 교섭력의 행사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법원을 통한 보호작용은 한계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근로관계의 당연승계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법원으로서는 당사자간의 합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한 근로관계의 승계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법원에서 이 사건과 같이 법률에 의해 직접 통폐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합병이나 영업양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로관계의 당연승계를 인정하고 승계배제에 정당한 사유를 요구한다면 당연승계 조항을 두지 않은 입법자의 의도를 무시하는 셈이 된다.

셋째, 고용보험제도 등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이고 주변적인 제도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소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첫째, 청구인들과 같이 ‘특정법률에 의해 그 사업장이 통폐합 당함으로 말미암아 실질적으로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하여 해고대상자의 선발기준의 정립 및 구체적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 자의성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 그리고 해고대상이 됨으로써 직장을 상실하게 된 근로자들에게 불복과 구제의 절차를 전혀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의 권리에서 도출되는,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위한 국가의 최소한의 보호의무조차 저버렸다는 점, 둘째, 정리해고에 관하여 일반근로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엄격한 보호조치를 제공하면서, 청구인들과 같이 ‘특정법률에 의해 그 사업장이 통폐합 당함으로 말미암아 실질적으로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그에 현저히 미치는 못하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마저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일반근로자들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없이 이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11조헌법 제32조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헌법상 어느 정도 요구할 수 있는지,

이에 대응하는 입법자의 의무는 어디까지인지에 관하여 직장선택의 자유 내지 근로의 권리에 관한 해석론을 통하여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이 결정의 의의가 있다.

이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보호할 필요성과, 다른 한편으로 국가 보조기관의 경영합리화를 위한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권을 조화시키는 데 보다 중점을 둔 반면, 반대의견은 이 사건 통폐합의 실질에 주목하여 이를 입법적 정리해고로 보고서 일반 근로자의 경우와 달리 아무런 절차적 보장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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