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인 ○○화재보험주식회사
(변경전 상호:□□화재보험주식회사)
대표이사 김○형
대리인 변호사 황도수
승계참가인 △△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대표이사 이○광
피청구인
대법원
주문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절차는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의 취하로 2003. 2. 11. 종료되었다.
이유
1.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1986. 11. 12. 경기도 남양주군 국도상에서, 안○삼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던 안○수의 자동차운전자로서의 과실과, 육군중사 유○관을 뒷좌석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육군중사 정○경의 오토바이 운전자로서의 과실이 경합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하여(사고 당시 유○관과 정○경은 직무집행 중이었음), 유○관은 전치 약 9주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청구인은 사고 승용차의 소유자인 안○삼에 대한 자동차종합보험 보험자로서 안○삼을 대위하여 육군중사 유○영관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하였다.
(2)청구인은 오토바이 운전자인 육군중사 정○경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부담부분에 관하여 그 사용자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민사지방법원에 구상금청구소송(89가합25712)을 제기하였으나 청구가 기각되었고, 항소한 결과 서울고등법원은 ‘국가와 제3자가 직무집행 중인 군인 등 공무원에게 공동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인 군인 등은 국가와의 사이에서는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면제되어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손해를 배상한 공동불법행위자인 제3자는 국가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1991. 3. 12. 청구인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90나19475).
그러나 대한민국이 상고한 결과,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인·군무원 등
위 법률규정에 열거된 자가 전투·훈련 기타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데 대하여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 별도의 보상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중배상의 금지를 위하여 이들이 국가에 대한 국가배상법 또는 민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 자체를 절대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규정이므로, 이들이 직접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음은 물론, 국가와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는 자가 그 배상채무를 이행하였음을 이유로 국가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1992. 2. 11. 사건을 원심으로 환송하였다(91다12738).
(3)위 소송이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 청구인은 ‘국가배상법 제2조 1항 단서에 의하여 청구인이 국가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이 1993. 5. 25. 이를 기각하자, 청구인은 같은 해 6. 9.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93헌바21 ).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위 소송에서 1993. 12. 1. 청구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92나14214)을 선고하였고, 이에 청구인이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이 1994. 5. 27.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94다6741)을 선고함으로써 청구인의 소송사건은 확정되었다.
(4)그 후,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제기한 93헌바21 헌법소원사건에서 1994. 12. 29.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중 “군인 …… 이 ……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 또는 그 유족이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부분은, 일반국민이 직무집행 중인 군인과의 공동불법행위로 직무집행 중인 다른 군인에게 공상을 입혀 그 피해자에게 공동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한 다음 공동불법행위자인 군인의 부담부분에 관하여 국가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5)이에 청구인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인용하였다’는 이유로 1995. 1.경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에 의하여 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741 판결을 재심대상판결로 하여 대법원에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는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기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2001. 4. 27.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판결(95재다14)을 선고하였고, 청구인은 2001. 5. 8. 위 판결정본을 송달받고 같은 해 6. 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제75조 제7항 및 대법원 2001. 4. 27. 95재다14 판결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6)한편, 금융감독위원회가 2000. 6. 7.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계약이전의 결정’을 함에 따라, △△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피보험자 안○삼과 청구인간의 자동차보험계약을 인수하였다. △△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는 2003. 1. 8. 청구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심판절차승계참가신청서를 제출한 후, 같은 날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 취하동의서를 첨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에 대한 심판청구 취하서를 제출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8조 제1항 본문, 제75조 제7항 및 대법원 2001. 4. 27. 95재다14 판결(이하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68조(청구사유)①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
② 생략
제75조(인용결정)①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② 내지 ⑥ 생략.
⑦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⑧ 생략.
2.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하여 한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헌법 제107조 및 제111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기속력있는 위헌결정에 반하여 재판을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재판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법 제68조 제1항을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 제68조 제1항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범위 내에서, 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2)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에는 단순위헌결정은 물론, 한정합헌, 한정위헌결정과 헌법불합치결정도 포함되고 이들은 모두 당연히 기속력을 가진다. 그런데 이 사건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중 군인에 관련되는 부분에 관하여 이미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하였음에도 한정위헌결정은 위헌결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결정의 효력을 부인한 채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내린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에 위반하는 재판임이 분명하므로 앞에서 밝힌 이유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며, 이 사건 판결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 역시 침해되었음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판결은 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3)대법원 2001. 4. 27. 95재다14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위헌결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정위헌결정은 법 제75조 제7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위헌결정으로서,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하는 효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법 제75조 제7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한
정위헌결정을 선고한 경우가 포함되지 아니하도록 적용된다면,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나. 법원행정처의 의견요지
재판소원은 대법원이 명령, 규칙 등의 위헌여부에 대한 최종적 심사권을 가진다는 헌법 제107조 제2항과 저촉되며, 재판소원을 인정할 경우 4심화에 따른 법체계의 혼란이 초래되고, 정치적 성격을 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의 이름으로 법원의 재판을 심사하는 결과 결국 법원이 정치적 영향 아래 놓이게 되어 그 헌법적 기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2)이 사건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으로 결정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법 제75조 제7항에서 말하는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한 재판이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되어 이 사건 판결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재심대상판결은 여전히 남게 되어 청구인이 종국적으로 구하는 국가에 대한 구상금청구는 인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3)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지위 및 권한 배분에 관한 헌법제정권자의 결단에 반한다. 우리나라 헌법 및 법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모두 헌법기관으로서 서로 독립적이고 동등한 지위에 있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위헌법령심사권을 분장함으로써 헌법의 최종적 해석권이 분산되어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결정 또는 합헌결정을 할 것을 예정하여 위헌결정에만 기속력을 부여하며,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고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헌법재판소가 한정결정을 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나 법이 예정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위헌 또는 합헌인지 여부에 대해서만 결정해야 한다.
(4)법 제75조 제5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위헌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인용결정에서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위헌임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어서 이 사건 판결을 취소하여 달라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며, 공권력의 행사인 이 사건 판결을 취소하는 인용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법 제75조 제7항에 대한 한정위헌청구도 부적법하다.
3. 판 단
가.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2년 하반기부터 여러 차례의 평의 과정을 거쳐 실체적인 심리를 사실상 종결하였고, 이로써 더 이상의 심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단계에 이르렀는데, 2003. 1. 8. 청구인과 승계참가인이 공동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취하하였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헌법재판소가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사건에서 법률조항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한 경우, 법 제75조 제7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는가, 당해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청구인이 법 제75조 제7항에 의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종래의 헌법재판소결정에서 이미 되풀이하여 밝힌 바 있는 한정위헌결정의 효력뿐이 아니라,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이 현행 헌법재판제도 내에서 가지는 기능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비롯하여, ‘법 제75조 제7항에서 말하는 “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란 어떠한 경우인가’와 같이,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지위 및 권한배분에 관한 중요한 헌법적 문제가 제기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취하될 당시, 이 사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평결결과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법 제75조 제7항에 대한 이 사건 심판청구에 관하여는 ‘법 제75조 제7항은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한정위헌결정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언하고,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인하여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취소하면서, 법 제68조 제1항 본문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재판관 한대현은 이 사건 대법원판결에 대한 심판청구와 관련하여 ‘이 사건 대법원판결도 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직접 취소할 것이 아니라 단지 위 판결의 위헌성만을 확인하는데 그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이유로 위와 같은 평결결과에 이르게 되었는가 하는 것에 관하여는, 아래 4.항의 반대의견 중 “다. 이 사건 심판대상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의견의 요지”에서 밝히고 있다.
나.한편, 법 제40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의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을 함께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후단의 경우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 또는 행정소송법이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과 저촉될 때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준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이나 행정소송법에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취하와 이에 대한 피청구인의 동의나 그 효력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66조는 이 사건과 같은 헌법소원절차에 준용된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1995. 12. 15. 95헌마221 등, 판례집 7-2, 697, 747).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과 승계참가인이 2003. 1. 8. 서면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공동으로 취하하였고, 이미 본안에 관한 답변서를 제출한 피청구인에게 취하의 서면이 2003. 1. 27. 송달되었는바, 피청구인이 그 날로부터 2주일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하였음이 분명하므로,
민사소송법 제266조에 따라 피청구인이 청구인과 승계참가인의 심판청구의 취하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절차는 청구인과 승계참가인의 심판청구의 취하로 2003. 2. 11.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절차가 이미 종료되었음을 명확하게 선언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아래 4.항에 기재된 바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4.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우리는 청구인과 승계참가인의 심판청구의 취하로 인하여 민사소송법 제266조의 준용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절차가 종료되었다고 보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 헌법소원심판의 본질과 청구취하의 효력
(1)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당한 피해자의 주관적 권리구제에 관한 심판인 점에서, 구체적·개별적인 쟁송사건에 대한 재판인 민사·형사·행정소송 등에 관한 일반법원의 재판과 유사하다고는 하나, 헌법질서의 보장이라는 객관적인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그 점에서 위 일반법원의 재판과는 법적 성질을 달리하고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효력 이른바 일반적 기속력과 대세적·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고, 이러한 효력은 일반법원의 재판이 원칙적으로 소송당사자에게만 한정하여 미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헌재 1995. 12. 15. 95헌마221 등, 판례집 7-2, 697, 749).
구체적·개별적인 쟁송사건을 다루는 일반법원의 소송절차에 있어서도, 일반 민사소송절차에서는 철저한 당사자처분주의가 인정되고 있으나 일반행정소송이나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는 소송의 공익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당사자처분주의가 제한된 범위안에서 인정되고 있는 등 소송의 성질이 다름에 따라서 당사자처분주의를 인정하는 폭이 다른 것인데, 일반쟁송과는 법적 성질을 달리하는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한 헌법적 해명이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당사자처분주의는 훨씬 더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5. 12. 15. 95헌마221 등, 판례집 7-2, 697, 750).
(2)따라서 심판청구가 주관적 권리구제의 차원을 넘어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특히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비록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취하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민사소송법 제266조의 준용은 헌법소원심판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서 배제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 취하로 말미암아 사건의 심판절차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한 실체적 심리가 이미 종결되어 더 이상의 심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단계에 이르렀고, 그 때까지 심리한 내용을 토대로 당해 사건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특히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헌법재판소는 소의 취하에 관한 규정의 준용을 배제하여 심판청구의 취하에도 불구하고 심판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
이다.
나. 중대한 헌법적 문제에 관한 해명의 필요성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단순히 청구인의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라는 주관적인 권리구제의 측면 외에, 헌법재판소 한정위헌결정의 효력, 한정위헌결정이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어떠한 경우에 법 제75조 제7항에 의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의 문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원재판의 범위 등 헌법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들은 헌법재판권을 분리하여 각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부여하고 있는 현행 헌법재판제도에서 두 헌법기관 사이의 관할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로서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를 위하여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특히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하였으나 당해사건이 이미 확정된 경우에는 언제든지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당해 헌법소원에 의하여 다투어지고 있는 특정의 기본권침해사례의 해결을 넘어서 다수의 유사 사건의 법적 상황을 해명해 줄 수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일반적인 의미를 가진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7. 12. 24. 96헌마172 등 결정에서 ‘법원의 재판도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위헌결정의 일종으로서 당연히 동일한 기속력을 가진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 사건 대법원판결에 의하여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부인되고 있으므로, 이를 다시 한 번 명백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이 사건 심판대상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법 제75조 제7항의 위헌여부
법 제75조 제7항은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소송사건이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1994. 12. 29. 93헌바21 결정에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한 후 청구인이 제기한 재심의 소에 대하여, 대법원은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라 함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있는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를 말하는데,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는 법 제75조 제7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기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2001. 4. 27.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95재다14).
따라서 여기서 일차적으로 해명되어야 할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이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가 어떠한 경우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에 앞서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제도의 법적 의미와 그 기능을 살펴보아야 한다.
(가)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제도의 법적 의미 및 기능
1)당해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에 대하여 위헌의 의심이 있는 경우,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해야 한다(법 제41조 제1항). 그런데 당사자의 위헌제청신청이 법원에 의하여 기각된 경우, 법 제68조 제2항은 당사자가 직접 법
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제도는 법원뿐이 아니라 개인도 ‘구체적인 소송사건을 계기로 하여’ 헌법재판소에 직접 법률의 위헌성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법적 성격에 있어서 법 제41조의 위헌법률심판절차와 마찬가지로 구체적 규범통제절차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2)그러나 한편으로는 헌법재판소법이 당해소송의 당사자에게 법률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에 직접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둔 것은, 한국의 헌법소원제도가 법 제68조 제1항에서 재판소원을 배제하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제도에서는 당해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에 대하여 위헌의 의심이 있음에도 법관이 스스로 위헌제청을 하지 않는다면, 소송당사자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모든 심급을 경유한 후에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한 재판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은 외형상으로는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의 재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재판에 적용된 법률’의 위헌여부이며, 이러한 유형의 재판소원은 사실상 ‘간접적 법률소원’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재판제도에서는 재판소원을 배제하고 있고, 이로써 소송당사자가 법원의 심급을 모두 경유한 후에 재판소원의 형태로써 재판에 적용된 법률의 위헌성을 물을 수 있는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법은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도입함으로써 법원이 위헌제청을 하지 않고 위헌적인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여 재판을 한다는 의심이 있는 경우, 소송당사자가 법원의 심급을 거칠 필요 없이 직접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규범의 위헌성을 심사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즉,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은 재판소원을 배제하는 우리 헌법재판제도에서 법원이 그의 재판에서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하는 경우, 다시 말하자면, 법원의 재판이 위헌적인 법률에 기인하는 경우에도 법률의 위헌성심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3) 일반적으로 재판소원을 크게 2개의 유형으로 구분한다면, 법원의 재판이 위헌적인 법률에 기인할 때, 재판소원의 형태로 당해 재판에 적용된 법률의 위헌성을 묻는 재판소원(소위 ‘간접적 법률소원’)과 구체적 소송사건에서 법원이 적용법률에 미치는 기본권의 영향을 완전히 간과하든지 또는 오인하여 법률을 잘못 해석·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제기되는 재판소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제68조 제2항을 통하여 재판소원의 한 부분인 ‘간접적 법률소원’을 수용함으로써 ‘법원의 재판이 위헌적인 법률에 기인하는지’에 관한 심사를 헌법재판소의 관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도 유사한 형태를 찾아 볼 수 없는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재판소원을 배제하는 우리 헌법소원제도의 특수성에 있으며, 이와 같은 헌법소원제도는 ‘기능상으로는’ 재판소원의 일부분을 대체하고 있다고 하겠다.
법 제75조 제7항에서 법원의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허용한 것도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제도가 재판소원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법 제75조 제7항에서 재판에 적용된 법률의 위헌성이 확인된 경우 당해사건의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록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을 직접 취소하지는 못하지만, 법원이 스스로 재판을 취소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한 ‘간접적인 재판의 취소’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
그렇다면 법 제75조 제7항에서 말하는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란, 법원이 그의 재판에서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한 경우, 즉 ‘법원의 재판이 위헌적인 법률에 기인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헌적인 법률’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단순위헌으로 선언된 법률뿐이 아니라 헌법불합치로 선언된 법률 및 한정위헌으로 선언된 법률도 포함된다.
대법원의 견해에 의하면, ‘법률의 해석과 적용은 법원의 전속권한으로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을 합헌적으로 해석한 결과인 한정위헌결정은 기속력을 가지는 위헌결정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법률해석기준을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법률에 대한 단순한 해석과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결과로서의 한정위헌결정은 구분되어야 한다.
법관은 법적용기관으로서 모든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헌법의 구속을 받고,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특히 사법상의 일반조항, 불확정 법개념이나 행정청의 재량행사규정 등을 해석을 통하여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기본권을 비롯한 헌법의 기본결정을 내용적 지침으로서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은 헌법과의 연관관계에서, 즉 헌법에 비추어 법률의 의미를 밝히므로, 헌법은 법률의 의미내용을 밝히는 인식규범, 즉 해석의 지침으로 기능한다. 법원이 법률에 미치는 헌법의 영향을 간과 또는 오인하고 소송당사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한다면, 이로써 그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헌법규범을 기준으로 하여 법률의 위헌성여부를 심사하는 작업이며, 그 결과 특정한 해석방법을 위헌적인 것으로 배척함으로써 비록 법문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나 사실상 일부위헌선언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즉 합헌적 법률해석은,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한다는 점에서 규범통제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며, ‘위헌결정에 대한 하나의 대안’인 것이다. 대법원의 견해에 의하면, 한정위헌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한다면 이로써 법원의 구체적인 법률해석·적용권한이 제한된다고 하나, 법원의 법률해석권은 적용하려는 법률의 합헌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결국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에 의하여 유보된 의미의 해석권한이라 할 것이다. 법원의 법률해석권이 위헌적인 법률을 해석·적용할 권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합헌적 법률해석은 법률의 효력에 관한 문제, 즉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법률을 합헌적인 것으로 그 효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가, 이로써 법률에 대한 위헌선언이 방지될 수 있는가에 그 핵심이 있다는 점에서, 합헌적 법률해석을 할 권한은 규범통제권한의 부수적 권한이다. 합헌적 법률해석은 법률에 대한 특정한 해석방법을 위헌적인 것으로 배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해석에 의한 법률의 부분적 폐지’를 의미하므로, 법률에 대하여 실질적인 일부위헌선언을 함으로써 법률을 수정하는 권한은 규범통제에 관한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헌법재판소에 유보되어야 한다. 물론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은 가능한 한 입법자의 입법권을 존중하여 입법자가 제정한 규범이 계속 존속하고 효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합헌적 법률해석은 헌법재판소뿐이 아니라 법원에 부과된 의무이지만,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에 비추어 볼 때 법률의 구속을 받는 법집행기관인 법원이 스스로 법률을 수정할 권한은 합헌적 법률해석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결정권에 의하여 제한되고 통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법원이 헌법재판소와 동등하게 최종적인 합헌적 법률해석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법원도 합헌적 법률해석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수반되는 입법작용에 대한 수정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법원은 법률의 구속을 받는다’는 헌법상의 권력분립질서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다.
3)따라서 합헌적 법률해석 및 그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결정유형인 한정위헌결정은 헌법상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한다. 헌법재판소만이 법률이 위헌으로 선언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하여 유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비록 헌법이나 법이 이에 관한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한 바는 없으나, 헌법재판소의 합헌적 법률해석에 관한 최종적 결정권은 헌법 및 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규범통제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법 제41조의 위헌법률심판, 제68조 제1항의 법률소원, 제75조 제5항의 부수적 규범통제, 제68조 제2항 및 제75조 제7항의 ‘실질적 재판소원’)으로부터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기 위하여 오스트리아의 헌법재판제도를 예로 들고 있으나, 이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법 제68조 제2항과 같이 법원이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한 경우에 대한 규범통제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제도는 그 기능이나 실질에 있어서 재판소원에 갈음하는 것이며, 이로써 법원의 합헌적 법률해석을 심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우리의 헌법재판제도는 재판소원의 기능을 하는 헌법소원제도를 전혀 두고 있지 않은 오스트리아의 헌법재
판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즉 우리의 경우, 입법자는 법 제68조 제2항 및 제75조 제7항의 헌법소원제도를 통하여 법원의 재판이 위헌적인 법률에 기인하는 경우 재심을 허용함으로써, 헌법재판소에게 합헌적 법률해석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을 보장하고 동시에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강제하고자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원이 합헌적인 법률을 위헌적으로 적용하였는가에 관하여는[위의 4. 다. (1) (나) 1) 참조]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의 배제로 말미암아 심사할 수 없는 반면, 법원이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하였는가에 관하여는[위의 4. 다. (1) (나) 2) 참조]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통하여 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법 제75조 제7항에서 말하는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란 법원이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며, 여기서 법원이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한 경우란,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주문형식으로든 법원이 적용한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한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이러한 위헌성확인의 결과를 법원에 대하여 절차적으로 강제하고자 하는 규정이 바로 법 제75조 제7항의 재심허용규정인 것이다.
(다) 법 제75조 제7항에 대한 한정위헌결정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한정위헌결정이 단순한 법률해석이 아니라 단순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한 규범통제절차의 산물이라는 점, 법이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을 통하여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하는 재판에 대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자 한 점, 이로써 법 제68조 제2항 및 제75조 제7항에 의한 헌법소원제도가 헌법재판소에게 합헌적 법률해석에 관한 최종적 결정권과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강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 제75조 제7항에서의 ‘인용된 경우’란 합헌적 법률해석의 결과로서의 한정위헌결정도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이 ‘한정위헌결정은 기속력을 가지는 위헌결정이 아니므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법 제75조 제7항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헌법과 법이 부여한 헌법재판소의 포괄적인 규범통제권한, 특히 법 제68조 제2항 및 제75조 제7항에 의하여 부여받은 규범통제권한에 명백하게 위배되는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0. 6. 29. 99헌바66 등 결정에서 법 제75조 제7항에 대하여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법원이 위 규정을 잘못 해석·적용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의 원칙적인 합헌성에도 불구하고 부득이 결정주문의 형식으로 법원에 의한 이와 같은 위헌적인 해석·적용을 배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법원에 의한 법률적용에서 드러난 위헌적인 해석방법을 배제하면서 위 규정의 효력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법 제75조 제7항은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한정위헌결정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해야 한다.
(2) 이 사건 대법원판결의 취소여부
(가)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지의 여부
헌법재판소는 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이미 1997. 12. 24. 선고된 96헌마172 ·173(병합) 사건에서 “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여 예외적으로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1)헌법재판소가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결정의 주문에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재판의 범위를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라고 표현하고 있기는 하나, 위 결정의 근본취지는 ‘헌법재판소의 기속력있는 위헌결정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어떠한 경우이든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다시 심사함으로써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관철하고 자신의 손상된 헌법재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880).
따라서 위 결정이유의 핵심적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이란, 헌법의 최고규범성 및 헌법상 부여받은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권을 관철하기 위하여 부득이 취소되어야 하는 재판을 의미하며, 이러한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모든 재판’을 포함하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효력에 반하는 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법원의 판결 이전에 선고되는가 아니면 이후에 선고되는가 하는 우연적 요소에 의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재판의 범위가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2)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아니라 법 제75조 제7항을 적용한 것이므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은 아니나,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한정위헌결정은 위헌결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결정의 효력을 부인하여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것이므로,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내린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최종적 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헌법 제107조 및 제111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재 96헌마172 등 결정에서 판시한 바대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재판에 해당됨이 분명하다.
(나) 기본권의 침해여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법원이 법률에 기속된다는 당연한 법치국가적 원칙을 확인하고, ‘법률에 의한 재판, 즉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재 1992. 6. 26. 90헌바25 , 판례집 4, 343, 349; 1993. 7. 29. 90헌바35 , 판례집 5-2, 14, 31 참조). 재판청구권의 실현이 법원의 조직과 절차에 관한 입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은 불가피하나, 국가는 소송법의 제정과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되지 않는 한, 국민이 법원절차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부당한 절차상의 장애요소를 형성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헌법상 보장된 절차적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청구권의 요청이므로, 이러한 요청은 입법자에게는 입법지침으로서, 법원과 행정청에게는 절차법의 적용에 있어서 해석의 지침으로서 작용한다. 따라서 사법기능의 보장이나 법적 안정성 등 정당한 공익에 의하여 정당화됨이 없이 국민의 제소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소송법상의 규정은 재판청구권에 대한 침해를 의미하며, 마찬가지로 법원이나 행정청이 절차법의 잘못된 해석과 적용을 통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권리구제절차에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면, 이 또한
재판청구권에 대한 위반이다.
그런데 법 제75조 제7항은 “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소송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위 법규정이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 소송당사자에게 재심을 허용하고 있고, 여기서 “인용된 경우”란 헌법재판소가 법원이 적용한 법률에 대하여 위헌성을 확인한 모든 경우에 해당함에도,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에서 위 법규정의 의미를 오해하여 ‘인용결정’에 한정위헌결정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재심사유를 부인한 것은 소송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 소결론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에 반하여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인하는 재판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이 사건 대법원판결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 역시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3) 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여부
헌법재판소는 1997. 12. 24. 선고된 96헌마172 ·173(병합) 사건에서 법 제68조 제1항 본문에 대하여 “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문의 한정위헌결정을 한 바 있고, 이미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위 결정의 주문은 문언의 표현을 넘어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반하여 그 효력을 부인하는 모든 재판’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여부에 대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헌재 96헌마172 ·173(병합) 사건에서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위헌성이 제거된 부분에 대하여 다시 위헌선언을 구하는 청구로서 부적법하다.
라. 결 론
그러므로 우리는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취하되었다하여 종료선언할 것이 아니라 재판관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한 위와 같은 평의결과에 따라, 법 제75조 제7항이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한정위헌결정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위헌임을 선언하고,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인하여 청구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취소하면서 법 제68조 제1항 본문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는 결정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