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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두, "정보비공개결정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2집, 헌법재판소, 2003, p.5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2집)]
본문

- 수사기록의 공개와 변호인의 피구속자 조력권 및 알 권리 -

(헌재 2003. 3. 27. 2000헌마474, 판례집 15-1, 282)

오 기 두*

1. 구속적부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이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하자 해당 경찰서장이 정보비공개결정을 하였고, 이에 위 변호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위 정보비공개결정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경우 헌법소원의 제기요건인 보충성의 원칙 및 권리보호의 이익을 충족하는지 여부

2. 구속적부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에게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알 권리 및 그 서류들을 열람ㆍ등사할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

3. 구속적부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에게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거부한 경찰서장의 정보비공개결정이 변호인의 피구속자를 조력할 권리 및 알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은 사기죄 피의자에 대한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한 변호사의 열람 및 등사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경찰서장의 정보비공개결정이다.

사기죄로 구속된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위 피의자로부터 구속적부심사청구의 의뢰를 받은 변호사인 청구인이 2000. 5. 29. 피청구인인 인천서부경찰서장에게 피의자에 대한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하였다. 위 인천서부경찰서장은 위 서류들이 형사소송법 제47조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1호의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이에 위 변호사는 위 경찰서장의 정보비공개결정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18조에 의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정보비공개에 대한 구제를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비록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가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함에 있어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청구인이 신청한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은 기소전(起訴前)의 절차인 구속적부심사에서 피구속자를 변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인데, 그 열람불허를 구제받기 위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심판에 소요되는 통상의 기간에 비추어 볼 때 이에 의한 구제가 기소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기소된 후에 이르러 권리보호이익의 흠결을 이유로 행정소송이 각하될 것이 분명한 만큼, 청구인에게 이러한 구제절차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셈이 되어 부당하다. 그러므로 이 소원은 비록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제기한 것이긴 하지만 이를 적법한 것으로 보아 허용하기로 한다.

2. 이 사건과 같이 고소로 시작된 형사피의사건의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피구속자의 변호를 맡은 청구인으로서는 피구속자에 대한 고소장과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여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피구속자가 무슨 혐의로 고소인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피구속자가 수사기관에서 무엇이라고 진술하였는지 그리고 어느 점에서 수사기관 등이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피구속자를 충분히 조력할 수 없음이 사리상 명백하므로 위 서류들의 열람은 피구속자를 충분히 조력하기 위하여 변호인인 청구인에게 반드시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는 핵심적 권리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에 속한다 할 것이다.

또한 변호인인 청구인은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알 권리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은 정당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로서 그 알 권리를 행사하여 피청구인에게 위 서류들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에서는 고소사실이 사인 사이의 금전수수와 관련된 사기에 관한 것이고 증거자료를 별첨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소장이나 피의자신문조서를 변호인에게 열람시켜도 이로 인하여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위험을 가져올 우려라든지 또는 사생활침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또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4호는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공개거부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 증인협박, 수사의 현저한 지장, 재판의 불공정 등의 위험을 초래할 만한 사유 있음을 인정할 자료를 기록상 발견하기 어렵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47조의 입법목적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을 받아야 할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의 수사서류 공개로 말미암아 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는 것이지 구속적부심사를 포함하는 형사소송절차에서 피의자의 방어권행사를 제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은 원래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형사소송법이 구속적부심사를 기소전에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기소전에 변호인이 미리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지 못한다면 구속적부심제도를 헌법에서 직접 보장함으로써 이 제도가 피구속자의 인권옹

호를 위하여 충실히 기능할 것을 요청하는 헌법정신은 훼손을 면할 수 없다는 점 등에서, 이 규정은 구속적부심사단계에서 변호인이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여 피구속자의 방어권을 조력하는 것까지를 일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거부한 피청구인의 정보비공개결정은 청구인의 피구속자를 조력할 권리 및 알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피청구인의 비공개결정은 다수의견과 같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소장의 경우에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 이 사건과 같이 고소로 시작된 형사사건에서도 헌법 제12조 제4항에서 보장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범죄자 필벌의 공익적 요청과 범죄피해자 권익의 보호에 대하여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경시한 채 위 권리의 의미와 내용을 수사현실에 전혀 부합되지 아니할 정도로 과도하게 확대함으로써 인권보장과 공익보호 사이에 균형이 현저히 무너지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수사개시의 최초 단서가 되는 고소장에는 사실관계 외에도 주요한 증거방법까지 기재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수사의 초기단계부터 이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피의자나 그 변호인에게 허용하게 되는 때에는 수사기관이 아직 조사하지 아니한 증거방법까지 피의자측에 미리 알려주게 되는 결과가 되고, 그로 인하여 주요 참고인이 소재불명이 된다거나 기타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할 경우 실체적 진실발견이 어려워지고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현저히 방해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수사 초기단계에서 피청구인이 고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피구속자를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나아가 이를 반드시 열람하여 알아야 할 정당한 이해관계가 변호인에게 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고소장의 비공개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청구인의 주장부분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각하의견)

정보공개법은 정보공개와 관련하여 공공기관의 처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의 침해를 받는 경우에 대한 불복구제절차로서 이의신청(제16조), 행정심판(제17조), 행정소송(제18조)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은 1998. 1. 1.부터 시행되고 있다(동법 부칙). 그러므로 이와 같이 정보공개법이 특히 법원에 의한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에 대하여도 이러한 사전구제절차를 거쳐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어떤 공권력작용에 대하여 따로 허용되어 있는 구제수단 대신에 또는 그것과 병행하여 선택적으로 헌법소원을 허용한다면 그것은 위에서 본 헌법소원의 본질 및 보충성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과 같은 개별 사안에 있어서 공공기관의 정보비공개결정이 정당한 것인지의 여부는 정보공개법이 정하고 있는 구제절차인 법원에서 판단되어야 하고 또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에 대하여는 정보공개법이라는 법률에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른 권리구제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부적법 각하되어야 마땅하다.

(1) 우리 재판소는 일찍이 헌재 1989. 9. 4. 88헌마22 사건에서 ‘알권리의 생성기반을 살펴볼 때 이 권리의 핵심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즉,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일반적 정보공개를 구할 권리(청구권적 기본권)라고 할 것이며’ 라고 판시하여2)알권리의 핵심적 내용을 청구권적 기본권인 일반적 정보공개청구권이라는 구체적 권리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청구인도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이 청구인의 알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하여 우리 재판소가 판단했던 사안들은 모두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모든 정보에 대하여 일반국민들이 공개를 요구하는 ‘일반적 정보공개청구’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관련정보에 대한 ‘개별적 정보공개청구’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재판소가 과연 일반적 정보공개청구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한 것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지 에 대하여 의문을 표하는 견해도 있고,3)이에 대하여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견해도 있다.4)

(2) 그런데 헌법상의 알권리에 위와 같이 일반적인 정보공개청구권이 포함된다고 보는 한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은 청구인의 일반 국민의 지위에서의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므로 청구인은 이 점에서 자기관련성을 갖추게 된다고 할 것이다.

(3) 그리고 설령 변호권이 헌법 해석상 기본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청구인에게 알권리로서 일반적 정보공개청구권이나 개별적 정보공개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즉 청구인에게는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으로 침해될 기본권 자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은 바로 청구인에 대하여 행해진 공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에서 자기관련성이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당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소원은 주관적 기본권보장 뿐만 아니라 객관적 헌법보장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이 때 반드시 기본권의 침해만을 주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의 기본원리 혹은 헌법상 보장된 제도의 본질이 훼손되었음을 주장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자신에 대하여 행해진 공권력의 행사에 대하여는 비록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없는 경우에도 자기관련성의 요건을 완화하여 헌법의 기본원리 혹은 헌법상 보장된 제도의 본질이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1997. 12. 24. 96헌마172등 사건(판례집 9-2, 842, 8862, 소위 재판소원사건)에서 재판소원을 금지한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객관적 헌법규범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한정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견해를 취하는 경우,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은 청구인의 변호활동을 제한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구속적부심사제도 또는 변호인제도의 본질을 훼손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그 상대방인 청구인은 이를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에 대하여 아무런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함에 있어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있어 피청구인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정보비공개결정을 하였고, 이에 대한 구제절차로는 동법 ①제16조의 이

의신청, ②제17조의 행정심판, ③제18조의 행정소송이 있고, 위 3가지의 구제절차는 현행법상 모두 정보비공개결정에 대한 불복제도로서 선택적 제도라고 할 것이다.5)따라서 청구인으로서는 적어도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앞서 그 중 가장 충실하고 완전한 구제절차라고 할 수 있는 ③행정소송만은 이를 반드시 거쳤어야 할 것이고,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부적법한 심판청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없어 청구인에게 그 절차의 선이행을 요구할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불구하고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의 하나로서 적법하다’고 판시하여(헌재 1997. 11. 27. 94헌마60, 판례집 9-2, 675, 687-688) 보충성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이 이러한 보충성의 예외에 해당하여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청구외인의 변호인으로서 위 청구외인이 구속되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기 위한 변론준비를 위하여 피청구인(인천서부경찰서장)에게 수사기록중 경찰에서의 피의자신문조서와 고소장에 대한 열람 및 등사신청을 하였다. 청구인이 위 청구외인에 대한 수사기록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한 것은 공소가 제기되기 전에 미리 필요한 것이므로 시기를 놓치면 무용의 것이 되는데,6)행정쟁송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결코 짧지 아니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와 같은 구제절차가 당해 형사사건 공소제기 전에 완결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행정쟁송이 심리단계에 들어갈 즈음에는 이미 당해 형사사건의 공소가 제기되어 수사기록은 피청구인에게서

검사를 거쳐 법원으로 넘겨진 상태가 되어 그 행정쟁송은 더 이상 유지할 실익이 없어 각하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청구인에게 위와 같은 절차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없어 청구인에게 그 절차의 선이행을 요구할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의 하나로 보아 적법하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 후 청구인은 2000. 6. 1. 인천지방법원에 청구외인에 대한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같은 달 2. 기각되었고, 같은 달 9. 위 청구외인이 기소되어 같은 달 28. 사기죄로 징역 8월에 2년간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고 그 때쯤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따라서 구속적부심사절차는 물론이고 형사공판의 본안절차까지 모두 끝난 이 시점에서 비록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경찰의 열람거부는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고, “경찰의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공소제기전의 공개거부”가 헌법상 정당한지 여부의 해명은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하여 매우 긴요한 사항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며, 이 문제에 대하여는 아직 헌법적 해명이 없는 상태이므로 비록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하지만 이 문제의 위헌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판례집 4, 51, 55-56). 따라서 이 사건 소원은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 수정헌법 제6조는 모든 형사소추에 있어서 피고인은 …피고사건의 요지와 이유를 고지 받을 권리와…자신의 방어를 위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향유한다(In all criminal prosecutions, the accused shall enjoy the right … to be informed of the nature and cause of the accusation, …and to have the Assistance of Counsel for his defence)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공정한 재판(fair trial)의 요체를 이루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의자도 명백한 포기(waiver)의사가 없는 한 사선 및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며, 변호사의 배석 없는 수사나 재판은 위헌이다. 피고인은 ‘효과적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the right to the effective assistance of counsel)를 가지기 때문에 변호사의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을 때 변호인의 조력의 실제적인 무용성(actual ineffectiveness)을 입증함으로써 당해 재판 자체의 위헌성을 따질 수 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는 변호인과 일반적으로 상담하는 일 이외에 재판준비를 위한 기회의 보장(the right of counsel, with the accustomed incidents of consultation and opportunity of preparation for trial)이 수반된다. 그런데 변호인이 재판준비를 위해 영장의 내용이나 적어도 제1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구체적 판례는 발견되지 아니한다.

오히려 이 문제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실 형사소송절차상 증거개시절차(Discovery and Disclosure)에 의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있다. 위와 같은 증거개시절차는 연방형사소송규칙 제16조에 정착되었다. 이러한 공판전 증거개시제도에 대해 약 10개주는 기본적으로 common law 상의 규율대상에 따르고 있고 미국변호사협회도 증거개시에 관한 별도의 기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이 관련 조항의 내용이다.

제16조(증거개시와 열람): Rule 16. Discovery and Inspection

(a) 정부보유 증거의 공개

(1) 공개대상 정보

(A) ‘피고인(피의자)’의 진술: Statement of ‘Defendant’

정부의 소유ㆍ보호 또는 통제 하에 있는 피고인의 진술조서ㆍ녹취 또는 그 사본, 정부 측 변호인에게 이미 알려진 또는 상당한 주의력을 행사하면 알게 될 수 있는 자료, 구속전이든 후이든 그 당시 피고인에게 정부요원이라고 알려진 사람에 의한 수사에 응하여 피고인이 한 구두진술의 실체적 내용을 담고 있는 녹취록의 부분 그리고 기소된 범죄와 관련되어 있는 대배심에서 한 피고인의 녹취된 증언 등에 대해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정부는 피고인에게 공개하고 열람ㆍ복사 또는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정부는 또한 구속전이든 후이든 그 당시 피고인에게 정부요원이라고 알려진 사람에 의한 수사에 응하여 피고인이 한 여타의 관련 구두진술을 재판에서 사용하려고 한다면 그 구두진술의 실체적 내용을 피고인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피고인이 회사, 조합, 결사 또는 노동조합인 경우 법원은 (1) 그 증언시기에 공무원으로서 참석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에 대하여 법적으로 피고인을 기속할 수 있었던 증인 또는 (2) 범죄행위시에 범죄를 구성하는 당해행위에 개인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공무원의 지위에서 그 증인과 관련된 당해행위에 대해 피고인을 법적으로 기속할 수 있었던 증인 등이 대배심에서 증언한 녹취의 개시를 피고인에게 그의 신청에 의하여 허용할 수 있다.

(B) 피고인의 전과기록

피고인의 전과기록이 정부의 소유ㆍ보호 또는 통제 하에 있는 한 그것의 사본, 그리고 정부 측 변호인에게 이미 알려진 또는 상당한 주의력을 행사하면 알게 될 수 있는 자료를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정부는 피고인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C) 문서와 유체물

피고인으로부터 얻어졌거나 피고인 소유의 것이거나 피고인의 방어준비에 관한 중요한 증거이고 정부가 주요증거로서 재판에 사용할 의도가 있으며, 정부의 소유ㆍ보호 또는 통제 하에 있는 서적ㆍ문서ㆍ기록ㆍ사진ㆍ유체물ㆍ이들의 부속물, 일부구절 또는 사본 및 부분내용에 대해 정부는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피고인에게 열람ㆍ복사 또는 사진촬영을 허용하여야 한다.

(D) 검사 및 조사의 기록

정부의 소유ㆍ보호 또는 통제 하에 있는, 과학적 조사나 실험, 육체적ㆍ정신적 검사의 결과물이나 기록 또는 그 사본에 대하여, 그리고 피고인의 방어준비에 관한 중요한 증거이거나 정부가 주요증거로서 재판에 사용할 의도가 있으며 정부 측 변호인에게 이미 알려진 또는 상당한 주의력을 행사하면 알게 될 수 있는 자료에 대하여 정부는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피고인에게 열람ㆍ복사 또는 사진촬영을 허용하여야 한다.

(2) 공개대상이 아닌 정보

위 (a)(1)항의 (A), (B)와 (D) 문언에 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 규칙은 사건의 수사 또는 기소와 관련하여 정부 측 변호인 또는 여타의 요원이 작성한 기록ㆍ메모 또는 기타 정부내부문서에 대하여, 또는 18 U.S.C. § 3500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정부 측 증인 또는 장래의 정부 측 증인의 진술기록에 대하여 개시 또는 열람을 허가하지 않는다.

(3) 대배심의 문서등본

규칙 제6조, 제12조(i)와 제26조 제2항 및 이 규칙의 (a)(1)(A)항의 규정을 제외하고 이들 규칙조항들은 대배심에서의 소추기록의 개시 또는 열람에는 해당되지 아니한다.

(b) 피고인 측 증거의 공개

(1) 공개대상 정보

(A) 문서와 유체물

피고인이 이 규칙의 (a)(1)(C)나 (D)항에 따라 공개를 신청하여 정부가 그 신청에 따른다면, 피고인의 소유ㆍ보호 또는 통제 하에 있고, 피고인이 재판에서 주요 증거로 제시하고자 하는 서적ㆍ문서ㆍ기록ㆍ사진ㆍ유체물ㆍ이들의 사본 또는 부분내용에 대해 피고인도 정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정부에게 열람ㆍ복사 또는 사진촬영을 허용하여야 한다.

(B) 검사 및 조사의 기록

피고인이 이 규칙의 (a)(1)(C)나 (D)항에 따라 공개를 신청하여 정부가 그 신청에 따른다면, 피고인의 소유ㆍ보호 또는 통제 하에 있고, 피고인이 재판에서 주요 증거로 제시하고자 하거나 피고인이 아래 결과나 기록이 그 증인의 증언과 관련되어 재판에 소환시키려는 그 증인에 의하여 준비되었

던, 특정한 사건에 관련되어 행해진 과학적 조사나 실험, 육체적ㆍ정신적 검사의 결과물이나 기록 또는 그 사본에 대하여 피고인도 정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정부에게 열람ㆍ복사 또는 사진촬영을 허용하여야 한다.

(2) 공개대상이 아닌 정보

과학적 또는 의학적 보고서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 사건의 수사 또는 방어와 관련하여 피고인, 피고인 측 변호인 또는 요원이 작성한 기록ㆍ메모 또는 기타 내부적인 방어문서에 대하여, 또는 피고인, 정부, 피고인 측 증인 또는 장래의 정부 측 증인 및 피고인 측 증인의 진술기록에 대하여 개시 또는 열람을 이 항에 의하여 허가할 수 없다.

(c) 지속적 공개의무

재판 전 또는 재판도중에 한 당사자가 이전에 신청되었거나 명령되었던 자료이외에 이 규칙에 따른 증거개시나 열람의 적용을 받는 추가적인 증거나 자료를 개시하면, 그 당사자는 즉시 다른 당사자나 다른 당사자의 변호사 또는 법원에 그 추가적 증거나 자료가 있다는 것을 통지하여야 한다.

(d) 증거개시에 대한 규제

(1) 보호 및 변경 명령

그럴만한 충분한 소명이 있는 경우, 법원은 어느 때나 증거개시 또는 열람의 거부ㆍ제한ㆍ 연기에 대한 명령을 할 수 있고, 또는 기타 적절한 다른 명령을 발할 수 있다.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판사만이 볼 수 있는 서면진술의 형식으로 그 당사자에게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소명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 법원이 그러한 일방 당사자의 소명에 따라 구제를 허용하는 명령을 발하는 때에는, 그 당사자의 진술서 전체가 항소시 항소심 법원에서 이용될 수 있도록 법원의 기록 속에 봉인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2)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절차 진행 중 어느 때나 한 당사자가 이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에게 알려진 경우, 법원은 그 당사자에게 증거개시 또는 열람, 그 속행을 허용하도록 명령하거나, 또는 그 당사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증거를 제시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고, 또는 그 상황 하에서 정당하다고 보는 다른 명령을 발할 수 있다. 법원은 증거개시 또는 열람을 할 시간, 장소, 방법을

특정할 수 있고, 적절한 기간과 조건을 붙일 수 있다.

(e) 알리바이 증인들

알리바이 증인들의 증거개시는 규칙 12.1에 의해서 규율된다.7)

독일은 미국수정헌법 제6조의 규정과 달리 독일기본법상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독일은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147조에 규정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47조(기록열람)

① 변호인은 법원에 있는 기록 또는 기소할 경우에 법원에 제출될 수 있는 기록 및 수사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증거자료를 열람할 권한을 가진다.

② 기록에 수사종결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기록전체 또는 개별적인 자료 및 수사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증거자료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은 그것이 수사목적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때에는 금지된다.

③ 변호인의 참석이 허용되었거나 허용되었어야만 하는 피의자신문조서와 판사의 심문행위에 대한 조서, 그리고 감정인의 감정서에 대한 열람은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도 변호인에게 열람이 거부되어서는 아니 된다.

④ 중대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변호인은 그 신청에 의하여 증거자료를 제외한 기록을 열람을 위하여 그 사무실이나 자택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 신청에 대한 결정에 대해서는 항고할 수 없다.

⑤ 기록열람의 허부에 대해서 준비절차 동안에는 검찰청에서 결정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사건과 관련된 법원의 재판장이 결정한다.

⑥ 기록열람을 거부할 이유가 사전에 존재하는 경우에도 검찰청은 그 거부처분을 수사가 종결되는 한 취소하여야 한다. 이것은 변호인에게 통지되

어야 하고 그 즉시 열람권은 다시 제한이 없는 상태로 된다.8)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격상하여 그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과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란 어떤 내용을 가진 권리인가에 대하여 종래 규문주의적 소송구조 하에서의 해석은 변호인이 어떤 상태에서 변호를 하게 되든지 간에 단순히 변호인을 선임할 자유가 보장된다는 의미의 권리라고 보아왔다. 그러나 현행 당사자주의적 소송구조 하에서 변호인을 두는 목적은, 법률형식상으로는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 있는 소송당사자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적으로 무지한 경우가 많고 범죄혐의와 소추 및 구속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이미 짊어지고 있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도와 실질적으로 그 지위를 검사와 대등한 위치가 되도록 방어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주의의 참뜻을 실현하자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고 함은 변호인을 선임할 자유가 보장되는 권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선임된 변호인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위해서 실질적으로 충분하고 효과적인 변호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보장하는 권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9)

헌법재판소도 일찍이 ‘변호인의 조력’이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하고, 이러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으로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이 그의 변호인을 통하여 수사서류를 포함한 소송관계서류를 열람ㆍ등사하고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판례집 4, 51, 59;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판례집 9-2, 675, 696-670).

여기서 소송관계서류를 열람ㆍ등사하고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방어권 또는 변호권 내지 변호준비권(이하 “변호권”이라고만 한다)이라 할 수 있는데,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이 이와 같은 변호권의 주체가 됨은 명백하나, 변호인도 변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가) 변호인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방어력을 보충함을 임무로 하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보조자이기는 하지만, 그의 단순한 대리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변호인은 법률전문가로서 법률지식이나 소송기술면에서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비하여 월등하므로 변호인의 활동을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의사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당하며 변호인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서 피고인ㆍ피의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것이 요청된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도 변호인에게는 포괄적 대리권 외에 고유권과 독립대리권을 인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6조).10)그러므로 변호인은 사건의뢰인의 의사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사건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변호인은 민사소송의 소송대리인과 그 소송법상의 지위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다.

(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란 단순히 변호인을 선임할 자유가 보장되는 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임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더 나아가 그 선임된 변호인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위해서 실질적으로 충분하고 효과적인 변호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나 실무적

으로 보장하는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이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변호인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위하여 충분하고 효과적인 변호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호인의 변호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파생되는 기본권 중 하나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11)왜냐하면 헌법 제12조 4항의 기본권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지만, 반대로 변호인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변호권을 의미하는 것이고, 변호인의 변호권이 제한받게 되면 논리필연적으로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제한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변호인의 변호권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표리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변호인의 모든 변호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볼 수는 없지만, 변호인의 변호권 중 적어도 변호활동에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부분, 즉 그와 같은 변호활동을 하지 못하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유명무실하게 되는 부분에 한하여서라도 헌법 해석상 인정되는 기본권으로 보아야 한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변호인은 민사소송의 대리인과 달리 사건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독립하여 변호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사건의뢰인과 별도로 변호인의 기본권을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12)

(다) 특히 변호인의 변호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이 제정되었을 경우, 변호인 자신의 헌법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변호인은 그 법률로 인하여 행동에 직접 제한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받았다고 할 기본권이 존재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게 되는바, 결국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한 후 자신의 변호인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한다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게 된다. 즉 행위의 제한은 변호인이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투는 헌법소원은 그의 의뢰인만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13)

(라) 결국, 변호인의 변호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동전의 앞뒷면에 해당하므로 변호인의 변호권이 제한받게 되면 논리 필연적으로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제한받게 되는 점, 변호인은 민사소송의 대리인과 달리 사건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독립하여 변호활동을 할 수 있는 점, 변호인의 변호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이 제정될 경우에는 변호인이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의 변호권 중 적어도 변호활동에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부분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헌법 제12조 제6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구속적부심사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구속적부심사제도는 수사기관의 구속에 대한 사법적 심사제도로서 수사기관의 위법ㆍ부당한 구속으로부터 피의자를 구제하려는 헌법상 인정되는 인신보호제도이다. 법관의 영장제도가 수사기관의 구속에 대한 사전적인 사법적 억제제도임에 대하여 구속적부심사제도는 수사기관에 의한 위법ㆍ부당한 구속을 시정하려는 사후적인 사법적 구제제도로서 법원의 심사ㆍ재판에 의한 석방제도이다.14)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제214조의2에서 헌법에서 보장한 구속적부심사제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서 동조 제9항에서 국선변호인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구속적부심사제도도 법원의 재판에 의한 권리구제도이므로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피의자의 방어능력이 현저히 열악하거나 빈곤 등의 사유로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국선변호인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변호인이 없는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격상하여 이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거니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구속자의 권리는 피구속자를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피구속자를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 중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피구속자가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는다는 것이 유명무실하게 되는 핵심적인 부분, 즉 “조력을 받을 피구속자의 기본권”과 표리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핵심부분에 관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 역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호인의 조력”이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하므로(헌재 1992. 1. 28. 91헌마111, 판례집 4, 51, 59;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판례집 9-2, 675, 696-670), 이 사건과 같이 고소로 시작된 형사피의사건의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피구속자의 변호를 맡은 청구인으로서는 피구속자에 대한 고소장과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여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피구속자가 무슨 혐의로 고소인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피구속자가 수사기관에서 무엇이라고 진술하였는지 그리고 어느 점에서 수사기관 등이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피구속자를 충분히 조력할 수 없음이 사리상 명백하므로 위 서류들의 열람은 피구속자를 충분히 조력하기 위하여 변호인인 청구인에게 그 열람이 반드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핵심적 권리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에 속한다 할 것이다.

자유권으로서의 알권리의 내용이 개인 누구나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자유롭게 정보를 얻을 권리에 있는 반면, 청구권으로서의 알권리 즉 정보공개청구권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정보원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보공개청구권은 국가공권력이 보유하는 모든 정보에 대하여 일반국민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일반적 정보공개청구권과 특정의 정보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개인이 공개를 요구할 권리인 개별적 정보공개청구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15)

한편 헌법재판소는 헌재 1989. 9. 4. 88헌마22 결정에서 ‘알권리의 핵심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즉 정부에 대하여 일반적 정보공개를 구할 국민의 권리’라고 판시하여 국가공권력이 보유하는 모든 정보에 대하여 일반국민이 그 공개를 요구할 권리인 일반적 정보공개청구권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16)

이 밖에 특정의 정보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개인이 공개를 요구할 권리인 소위 개별적 정보공개청구권이 헌법상 인정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던 사안들은 모두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관련정보에 대한 ‘개별적 정보공개청구’에 관한 것이었다.17)

개별적 정보공개청구권은 우선 인격권의 한 내용인 정보에 대한 자기결

정권에서 파생하는 자기관련 정보공개청구권을 들 수 있겠다.18)그 외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서 나타난 것으로는 재판청구권에서 파생하는 소송기록 열람ㆍ등사청구권과 소유권과 관련된 토지조사부 등 열람ㆍ등사청구권을 들 수 있다.

일반적 인격권은 자신의 인생과 운명을 독자적인 책임 하에서 스스로 형성할 권리, 즉 자기결정의 사고에 그 바탕을 둔 권리로서, ‘언제, 어느 범위에서 개인적인 생활관계가 공개되는가’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로써 일반적 인격권은 자기에 관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자신의 개인정보의 공개와 사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하겠다.19)

이와 같이 자기의 개인정보의 공개와 사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이를 절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즉 국가가 자신에 관하여 어떠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자기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서는 공허한 권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처럼 정보에 자기 결정권의 헌법적 보장이 공허한 것으로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청구권적 요소인 자기정보 공개청구권이 도출될 수 있다고 하겠다.20)

헌법재판소는 초기의 결정인 헌재 1991. 5. 13. 90헌마133 결정(판례집 3, 234, 249)에서 형사확정소송기록의 열람ㆍ복사 신청을 알권리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그 이후 헌재 1994. 12. 29. 92헌바31 결정21)

(판례집 6-2, 367, 374)에서는 알권리와 재판청구권을 함께 심사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다가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결정22)(판례집 9-2, 675, 693)에서는 알권리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아니하고 재판청구권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만을 심사의 기준으로 언급하는 등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당사자가 자기관련 소송기록의 열람 및 복사를 신청한다면, 여기서 문제되는 기본권은 자기관련정보를 공개할 것을 청구할 권리를 필수적 전제로 하는 알권리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재판청구권)라고 하겠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변호인인 청구인에게 변호권 내지 형사변호인으로서의 알권리라는 헌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할 때, 이러한 기본권에는 수사서류를 포함한 소송관계서류를 열람ㆍ등사하고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은 고소사건에 있어서는 공소제기 전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변호준비의 핵심은 고소인의 고소내용과 이에 대한 피의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을 파악하여 이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변호인으로서는 적어도 피구속자가 어떤 사유로 구속되었고, 이에 대하여 피구속자가 수사기관에 어떤 진술을 하였는지를 알아야만 효과적인 변호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충분하고 효과적인 변호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구속적부심사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23)변호인으로서는 또한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것인지 여

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도 피의자가 경찰에서 어떠한 진술을 하였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변호인에게는 공소가 제기되기 전에도 피의자의 변호활동을 위하여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ㆍ등사권이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더욱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파생되는 중요한 권리 중의 하나인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이 아직 인정되고 있지 아니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당장 피의자신문시의 변호인의 참여권을 전반적으로 도입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전단계로 변호인에게 수사기관에 의하여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ㆍ등사할 수 있게 하여 이를 바탕으로 변호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변호인의 참여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이 점에서도 변호인에게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ㆍ등사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ㆍ등사권이 헌법상 변호인의 변호권 내지 알권리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며, 또한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즉,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ㆍ등사권도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인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수사기관이 보관중인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ㆍ등사는 당해 사건의 성질과 상황, 열람ㆍ등사를 구하는 증거의 종류 및 내용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그 열람ㆍ등사가 피의자의 구속적부심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특히 중요하고 또 그로 인하여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관련사건 수사의 현저한 지장 등과 같은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없는 때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사유로 거부하는 경우에도 법익형량의 원칙등 기본권제한에 요구되는 모든 원칙은 엄격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또한 수사기록의 열람ㆍ등사가 사건에 직접ㆍ간접으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공동피의자, 공동피고인, 고소인이나 참고인, 증인, 감정인 등의 명예나 인격,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과 평온 등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충되는 기본권에 의하여 역시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피의자나 변호인의 기본권도 이들 기본권의 희생 위에 보장될 수는 없으며, 이들 기본권은 다같이 존중될 수 있도록 상호 조화점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24)

나아가 공소제기 전에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ㆍ등사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제기 후 공판개시 전의 수사기록과 달리 장차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서류, 증거물 등과 같이 피고인의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위하여 필요한 부분에 대해 모두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공소제기 전에는 아직 수사기관에 의해서 증거수집 등이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수사결과에 따라서 공소가 제기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히 수집하지 못한 증거를 미리 열람ㆍ등사하게 하는 것은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상대방의 공격방법을 모두 알려달라는 것이 되어 오히려 무기대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25)

그러나 공소가 제기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구속되었을 때에는 적어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구속적부심사라는 재판을 준비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부분에 대한 수사기록은 이를 열람ㆍ등사할 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26)즉 모든 수사기록에 대하여 열람ㆍ등사청구권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구속적부심사라는 재판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부분, 다시 말해서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면, 구속적부심사제도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부분에 한하여 열람ㆍ등사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구속적부심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 함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적어도 수사의 단서가 된 고소장과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어떠한 진술을 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피의자신문조서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열람ㆍ등사는 수사단계에서 이를 허용하더라도 수사기밀의 누설 등으로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현저히 방해받을 우려가 적은 반면, 피구속자의 변호를 위해서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에 있어서 고소내용이 사기죄이므로 고소장이나 피의자신문조서의 열람ㆍ등사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하여 국가기밀이 누설될 우려 또한 없음이 명백하다. 한편 이 사건에 있어서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ㆍ등사를 허용한다고 하여도 그로 인하여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관련사건 수사의 현저한 지장 등과 같은 폐해를 초래할 우려 등과 같은 열람ㆍ등사를 거부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피청구인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정보라는 이유로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을 하고 있으므로 과연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이 위 법률에 근거를 둔 정당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항을 바꾸어 살핀다.

(1)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공공기관은 제1호 내지 제8호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하여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는데, 피청구인은 동법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다른 법률에 의하여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소송에 관한 서류의 공판개정전 비공개, 형사소송법 제47조)라는 이유로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을 하였다.

(2) 그러나 피청구인이 그 근거로 들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47조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첫째,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제47조의 규정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무죄로 추정을 받아야 할 피의자ㆍ피고인이 단순한 혐의 또는 수사단계에서 수사서류 등이 공개됨으로 말미암아 입게 될 기본권의 침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피의자ㆍ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위 규정을 이유로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필수적인 변호인의 열람ㆍ등사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겠다(위 94헌마60, 판례집 9-2, 702-703).27)

둘째, 형사소송법 제47조는 1949년 시행된 일본 형사소송법을 근간으로 한 것인데,28)일본의 구속제도를 살펴보면, 먼저 피의자를 체포한 후 검사의 구류청구에 의하여 법관의 구류신문을 거친 다음 구류장의 발부에 의하여 구속이 되는 관계로 우리와 같은 구속적부심사제도가 없다. 그런 반면 우리나라는 해방후 미군정시대에 구속적부심사제도가 미군정법령 제176호로 최초로 도입되었고, 제헌헌법에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명문화함에 따라 1954. 9. 23. 제정 공포된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4항에서 구속적부심사청구권을 규정하게 되었다.29)그런데 구속적부심사제도를 도입하면서 공소제기 전 구속적부심사제도가 없는 일본 형사소송법 제47조를 그대로 계수함에 따라 우리 형사소송법제47조에서 동일한 조항을 규정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공소제기 전에 구속적부심사청구를 하기 위하여 수사기록을 열람ㆍ등사할 필요가 있음에도 그러한 제도가 없는 일본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계수함에 따라 공판의 개정 전에는 소송서류를 공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공소제기 전 피구속자의 변호준비에 커다란 장애를 가져오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47조의 규정은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3)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47조가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의 근거가 될 수 없어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다른 법률에 의하여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로서 열람ㆍ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으로서는 동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고 주장하며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를 변호인에게 열람ㆍ등사하게 한다고 해서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만한 상당한 이유가있다거나,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관련사건 수사의 현저한 지장 등과 같은 폐해를 초래할 염려 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즉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ㆍ등사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동조 제1항 제4호도 이 사건 정보비공개결정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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