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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10. 28. 선고 2003헌마898 결정문 [근로기회제공불이행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이○섭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정일

피청구인

1.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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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철도청장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철도청 기능직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공상을 입고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라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자로서 법에 따른 취업보호대상자인바, 1992. 12. 5. 철도청에서 의원면직한 후 1992. 12. 17.부터 1999. 7. 31.까지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의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을 한 바 있다. 청구인은 실직 후 2000. 5. 16. 서울남부보훈지청에, 2002. 7. 23. 광주지방보훈청에 각 취업희망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은 이에 대하여 아직 고용명령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아니하다.

(2) 한편, 청구인은 2003. 9. 2. 피청구인 철도청장에게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령에서 국가유공자를 공무원으로 우선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청구인을 기능직공무원으로 복직(그 실질은 새로운 임용에 해당한다)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하였고, 피청구인 철도청장은 2003. 9. 9. 위 청원에 대하여 공무원의 채용은 국가공무원법 등 관계규정에 따라야 하며, 국가유공자라 하더라도 공개적인 시험절차 없이 채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은 취업희망신청에 대하여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하지 아니

하고 있는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의 부작위 및 공무원 임용 청원에 대한 피청구인 철도청장의 거부행위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근로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3. 12. 1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이 청구인의 취업희망신청에 대하여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 및 피청구인 철도청장이 청구인의 공무원 임용 청원에 대하여 2003. 9. 9. 이를 거부한 행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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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은 청구인이 취업희망신청서를 제출하였음에도 청구인의 연령에 적합한 직종을 확보하지 못하였다거나 정원이 찼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고용명령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을 장기간 미취업 상태로 방치하고 있는바, 이는 국가유공자에게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2조 제6항의 규정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평등권, 근로권 등을 침해한 것이다.

(2) 피청구인 철도청장은 불법노동행위로 해고된 직원들을 노사합의 및 특별채용형식으로 사실상 원직에 복직시킴으로써 이들에게 차별적, 특혜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면서도, 헌법 제32조 제6항에서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는 청구인의 공무원 임용 청원에 대하여는 이를 거부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근로권 등을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의 의견

(1)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이 청구인의 취업을 방치하였다면 위 피청구인의 공권력 불행사에 대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의 구제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보충성 요건을 위반한 것이다.

(2) 위 피청구인은 청구인으로부터 취업희망신청서를 접수한 후 청구인의 취업을 위하여 노력하여 왔으나, 청구인의 연령이 많음을 이유로 당해 기업과 채용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청구인이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피청구인이 추천한 업체를 거절하는 등의 사유로 아직 고용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용명령은 의무고용비율을 채우지 못한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하여 취업보호대상자의 연령, 능력, 선호업체 등과 대상업체의 고용조건, 고용기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행해지는 것이고, 청구인의 취업희망신청서 제출은 그 성질상 취업의사

를 표시한 행위에 불과하므로, 청구인이 취업하고자 하는 업체에 대하여 고용명령을 하지 않았다 하여 위 피청구인의 부작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피청구인 철도청장 및 건설교통부장관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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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청구인 철도청장이 시행하는 철도공무원의 채용은 관계법령에 의거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청구인이 문제삼고 있는 해직자에 대한 특별채용도 이들을 무조건 채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위 피청구인이 시행하는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경쟁을 거쳐 합격자로 결정되면 채용한다는 취지이다.

(2) 공무원의 채용은 국가공무원법 제28조에 따라 공개채용시험과 특별채용시험에 의하도록 되어 있고, 다만, 국가유공자의 경우 법령에 정한 대로 각종 시험시행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법 등으로 우선 채용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국가유공자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시험절차 없이 채용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불가능하고, 청구인의 공무원 임용 요구를 거부한 위 피청구인의 결정은 적법하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3. 판 단

가.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의 부작위 부분

(1) 행정권력의 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한 요건

이 부분 심판청구는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이 청구인의 취업희망신청에 대하여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가 위헌임을 다투고 있는 헌법소원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뿐 아니라 공권력의 불행사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 내지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하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3 , 판례집 3, 505, 513 ; 1994. 4. 28. 92헌마153 , 판례집 6-1, 415, 424 ; 1994. 6. 30. 93헌마161 , 판례집 6-1, 700, 704 ; 2000. 3. 30. 98헌마206 , 판례집 12-1, 393, 401 등 참조).

위에서 말하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가 의미하는 바는 첫째, 헌법상 명문으로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둘째, 헌법의 해석상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도출되는 경우 셋째,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등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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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위의무의 존부 및 내용

(가)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에 관한 규정

헌법 제32조 제6항은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우선적 근로기회의 제공을 헌법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은 국가유공자 등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우선적인 근로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직접 정하지 아니하고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헌법적 요청에 따라 제정된 법은 제28조에서 “국가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등의 생활안정 및 자아실현을 위하여 취업보호를 실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은 취업보호대상자로서 ① 전상군경ㆍ공상군경ㆍ무공수훈자ㆍ보국수훈자ㆍ재일학도의용군인ㆍ4.19혁명부상자ㆍ4.19혁명공로자ㆍ공상공무원ㆍ특별공로상이자 및 특별공로자와 그 가족, ② 전몰군경ㆍ순직군경ㆍ4.19혁명사망자ㆍ순직공무원 및 특별공로순직자의 유족, ③ ①에 해당하는 국가유공자가 사망한 경우의 그 유족 등을 규정하고 있고(법 제29조), 취업보호실시기관으로서 ① 국가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군부대 및 국ㆍ공립학교, ② 일상적으로 1일 20인 이상을 고용하는 공ㆍ사기업체 또는 공ㆍ

사단체(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제조기업체로서 200인 미만을 고용하는 기업체를 제외한다), ③ 사립학교 등을 규정하고 있다(법 제30조).

그리고 법은 위 공ㆍ사기업체 또는 공ㆍ사단체 및 사립학교(이하 ‘업체 등’이라 한다)의 경우 법정의 고용비율 이상으로 취업보호대상자를 우선하여 고용하도록 하고 있고(법 제33조의2), 법 제34조 제1항은 “국가보훈처장은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보호대상자를 지정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업체 등에 대하여 그를 고용할 것을 명할 수 있다.”라고 하여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고용명령은 고용명령서로 하여야 하고, 고용명령서를 받은 업체 등의 장은 그 고용명령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고용명령서에 지정된 취업보호대상자를 고용하여야 하며(법시행령 제55조 제2항ㆍ제3항), 정당한 사유 없이 고용명령을 따르지 아니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법 제86조 제1항).

국가보훈처장이 고용명령을 하는 경우에는 업체 등을 지정하여 대통령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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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취업보호대상자에게 취업할 것을 통지하여야 하고(법 제34조 제2항), 그 취업통지는 취업통지서로 하여야 한다(법시행령 제55조 제4항).

또한 법시행령 제55조 제1항은 “법 제3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고용명령에 의하

여 업체 등에 취업하고자 하는 취업보호대상자는 취업희망신청서를 관할 청장 또는 지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은 제34조의2 제2항에서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의 제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국가보훈처장은 취업보호대상자가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통지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을 하지 아니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 제34조의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일정한 기간동안 제한하거나 그 횟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에 관한 작위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

법 제34조 제1항은 “국가보훈처장은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보호대상자를 지정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업체 등에 대하여 그를 고용할 것을 명할 수 있다.”라고 하여 고용명령을 재량행위의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위 규정이 국가보훈처장으로 하여금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위에서 본 법 및 법시행령의 관련규정에 따르면, 고용명령제도는 국가유공자 등 취업보호대상자가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을 희망하여 취업희망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 국가보훈처장이 취업보호대상자 고용의무비율을 채우지 못한 업체 등을 대상으로 취업희망신청자 중 채용요건에 적합한 자를 선정하여 고용할 것을 명하고, 취업희망신청자에게는 취업할 것을 통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법시행령 제55조 제1항은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을 원하는 취업보호대상자는 취업희망신청서를 제출하여 고용명령을 신청할 법규상 구체적인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가보훈처장의 고용명령을 통한 취업보호를 의무가 아닌 단순한 권한행사로 보기는 어렵고, 국가보훈처장에게는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와 관련하여 일정한 작위의무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법이 제34조의2 제2항에서 국가보훈처장은 일정한 경우에는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일정한 기간동안 제한하거나 그 횟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도 작위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에 관한 작위의무의 내용 및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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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가보훈처장에게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에 관한 작위의무를 인정한다고 할 때 그 작위의무의 내용 및 범위가 문제된다.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국가유공자 등 취업보호대상자가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취업희망신청서에 본인의 인적사항, 최종학력, 자격ㆍ면허, 주요경력, 신체조건, 취업희망조건(취업처ㆍ직종ㆍ월임금ㆍ근무지) 등을 기재하여 국가보훈처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법시행규칙 제18조 제17호에 의한 별지 제26호서식 취업희망신청서 참조), 국가보훈처장은 업체 등의 신고 및 업체 등

에 대한 설명이나 자료제출 요구 등을 통하여 사업의 종류ㆍ고용직종ㆍ고용인원ㆍ고용기준 등 고용에 관한 사항, 취업보호대상자의 고용실태, 근로조건 및 취업보호대상자의 채용계획 등을 파악할 것이 요구된다(법 제33조의3 및 법시행령 제54조 참조).

다음으로 국가보훈처장은 위 취업희망신청서를 접수하고 대상여부를 확인한 다음, 취업희망신청자와의 취업상담을 거쳐 취업보호대상자 고용의무비율을 채우지 못한 업체 등을 대상으로 취업희망신청자에 대한 취업알선을 하여야 한다. 나아가 고용명령에 이르게 될 경우에는 업체 등에는 고용명령을, 취업희망신청자에게는 취업통지를 하게 된다.

그런데 고용명령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려할 사항이 적지 아니한바, 우선 취업희망신청자의 연령이나 능력, 신체조건 및 희망업체 등을 참작하고, 대상업체 등의 고용기준이나 고용조건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 양자의 조건이 어느 정도 부합하여 합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고용명령을 하게 될 것이다.

고용명령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국가보훈처장은 취업희망신청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독자적인 판단만으로 고용명령을 발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취업희망신청자가 희망하는 업체에 대하여 고용명령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고용명령을 발함에 있어 대상업체 등의 동의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대상업체 등의 여건을 무시한 일방적인 고용명령으로는 취업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고용명령을 발하기 전에 대상업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국가보훈처장에게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와 관련하여 작위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고 그 범위는 취업보호대상자가 제출하는 취업희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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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서를 접수하고, 취업희망신청자와의 취업상담을 거쳐 업체 등을 대상으로 취업희망신청자에 대한 취업알선을 함에 그친다고 할 것이고, 국가보훈처장에게 그 독자의 의사와 판단만으로는 실행하기가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고용명령에까지 나아가야 할 작위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공권력의 불행사의 존재 여부

헌법소원의 심판청구가 적법하게 성립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러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심판청구는 부적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청구인은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이 청구인의 취업희망신청에 대하여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에 의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과연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권력의 불행사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법 제83조 제1항 및 법시행령 제102조 제1항 제9의3호에 의하면, 고용명령에 관한 권한은 관할청장 또는 지청장에게 위임되어 있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첫째, 청구인은 2000. 5. 16. 서울남부보훈지청장에게 취업희망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위 지청장은 위 신청서를 접수한 다음 청구인에게 한국자산관리공사 및 농협유통(주)에 대한 취업알선을 하였으나 청구인이 계약직이라는 등의 이유로 취업을 거절하였으며, 위 지청장은 그 밖에도 청구인에게 여러 차례 취업알선과 관련한 통지를 한 사실, 둘째, 청구인은 광주광역시도시철도공사에 취업하기 위하여 위 취업희망신청을 포기하고 2002. 7. 23.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새로이 취업희망신청서를 제출하였으며, 위 청장은 위 신청서를 접수하고 청구인이 취업을 희망한 광주광역시도시철도공사에 취업을 알선하려고 하였으나, 청구인의 채용연령 초과와 위 공사의 법정고용의무비율 초과로 취업추진이 불가능하게 된 사실, 셋째, 그 후 청구인이 위 청장에게 철도청에 복직을 희망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자, 위 청장은 2003. 5. 13. 철도청순천지역사무소장에게 청구인의 우선채용에 관한 협조요청을 함과 동시에 청구인에게 이와 관련한 통지를 해준 사실 등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가보훈처장에게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와 관련하여 인정되는 작위의무가 미치는 범위가 취업희망신청서의 접수, 취업희망신청자와의 취업상담 및 대상업체 등에 대한 취업알선을 함에 그치는 것으로 보는 한, 이 사건의 경우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은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와 관련한 작위의무를 수행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청구인의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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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희망신청에 대하여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하지 않고 이를 방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4) 소결론

청구인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에게 작위의무가 인정되기는 하나 그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되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부적법하다.

가사 견해를 달리 하여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피청구인이 고용명령에 의한 취업보호를 하지 않고 이를 방치하고 있는 부작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경우 청구인은 위 피청구인의 그와 같은 부작위가 위법하다고 하여 행정심판법상의 의무이행심판이나 행정소송법상의 부작위위법확인소송 등의 방법으로 이를 다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부분 심판청구를 제기한 것이 되어 또한 부적법함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나. 피청구인 철도청장의 거부행위 부분

(1) 쟁점의 정리

청구인은 피청구인 철도청장에게 청원의 형식으로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령에서 국가유공자를 공무원으로 우선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자신을 기능직공무

원으로 임용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위 피청구인은 이에 대하여 거부하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는바, 청구인은 이러한 거부행위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 심판청구의 쟁점은, 첫째, 청구인의 청원이 그 실질에 있어 구체적인 권리행사로서의 성질을 갖고 있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의 청원이 단순한 호소나 요청이 아닌 구체적인 권리행사로서의 성질을 갖는 경우라면 그에 대한 위 피청구인의 거부행위는 청구인의 법률관계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당연히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청구인의 청원이 구체적인 권리행사로서의 성질을 갖지 아니한 단순한 청원인 경우 이에 대한 거부의 회신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청원이 구체적인 권리행사로서의 성질을 갖고 있는지 여부

국가유공자인 이 사건 청구인은 피청구인 철도청장에게 자신을 기능직공무원으로 임용하여 줄 것을 청원하고 있는바, 이러한 청원이 단순한 호소나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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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이 아니라 구체적 권리행사로 인정되려면 청구인에게 기능직공무원으로의 임용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신청권이 존재하여야 한다.

국민의 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헌재 1999. 6. 24. 97헌마315 , 판례집 11-1, 802, 816 ; 2000. 2. 24 97헌마13 등, 판례집 12-1, 252, 266).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제32조 제6항에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라고 규정하여 헌법상 국가유공자 등의 취업보호에 대한 특별보호를 명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2004. 1. 20. 법률 제071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 한다)과 구법시행령은 국가유공자 등의 취업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거부처분에 대한 위법판단의 기준시는 처분시이므로, 신청권의 인정 여부도 처분시법을 기준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등 취업보호대상자에게(구법 제29조 제1항) 취업보호를 실시해야 할 취업보호실시기관으로서(구법 제30조 제1호) 그 직원을 채용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의 범위 안에서 취업보호대상자를 우선하여 채용하여야 한다(구법 제31조 제1항).

구법시행령은 국가기관이 우선 채용하여야 할 직원의 직종을 기능직으로 규정하고, 우선 채용하여야 할 직원의 채용비율을 기능직공무원 정원의 20퍼센트로 규정하였다(구법시행령 제47조 제1항ㆍ제2항 제1호).

또한 국가기관이 그 직원을 채용하기 위하여 시험을 실시하는 경우 취업보호대상

자가 채용시험에 응시한 때에는 필기시험의 각 과목별 득점에 각 과목별 만점의 10퍼센트의 가산점을 부여해야 하고, 필기시험을 실시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에 갈음하여 실시하는 실기시험, 서류전형 또는 면접시험의 득점에 이를 가산하여야 하는데(구법 제34조 제1항) 그 가점대상직급은 6급 이하 공무원 및 기능직 공무원의 모든 직급으로 규정하였다(구법시행령 제54조 제2항).

한편, 국가공무원법 제28조는 공무원의 채용은 공개경쟁시험에 의하도록 하고,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채용시험에 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공무원법 제42조 제1항은 “공무원의 임용에 있어 국가유공자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우선 임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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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대,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채용방법으로 공개경쟁시험과 특별채용시험 등 채용시험에 의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고, 다만 국가유공자를 공무원으로 우선 임용하는 경우에 한하여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채용방법을 채택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구법 및 구법시행령은 국가기관의 취업보호대상자에 대한 우선채용과 관련하여 해당직종과 그 채용비율 그리고 채용시험의 경우의 가점 등에 관해서만 규정할 뿐, 채용시험 이외의 다른 채용방법에 관한 일체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즉, 구법 및 구법시행령은 국가기관이 기능직공무원 정원의 20퍼센트를 취업보호대상자

로 우선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신청절차나 채용기준 및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헌법과 그 밖의 관련규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청구인이 취업보호대상자의 기능직공무원 채용의무비율 규정만을 근거로 피청구인 철도청장에 대해 채용시험 없이 바로 자신을 임용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신청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청원에 대한 거부의 회신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의 이 사건 청원은 구체적인 권리행사로서의 성질을 갖고 있지 아니한 단순한 청원에 해당하는바, 이에 대한 거부의 회신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헌법 제26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청원법 제9조 제4항은 청원서를 접수한 모든 관서는, 상급관서가 청원서를 접수하여 이를 처분관서에 이송하거나 처분관서가 청원서를 수리하여 처분을 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원을 수리하여 이를 성실ㆍ공정ㆍ신속히 심사처리하고 그 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26조청원법의 규정에 의할 때,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 의견, 희망 등에 관하여 적법한 청원을 한 모든

국민에게, 국가기관이 청원을 수리ㆍ심사하여 그 결과를 통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청원서를 접수한 국가기관은 이를 적정히 처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나, 그 의무이행은 청원법이 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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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와 범위 내에서 청원사항을 성실ㆍ공정ㆍ신속히 심사하고 청원인에게 그 청원을 어떻게 처리하였거나 처리하려 하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결과통지함으로써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적법한 청원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수리ㆍ심사하여 그 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하였다면 이로써 당해 국가기관은 헌법청원법상의 의무이행을 필한 것이라 할 것이고, 비록 그 처리내용이 청원인이 기대한 바에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헌재 1994. 2. 24. 93헌마213 등, 판례집 6-1, 183, 190).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2003. 9. 2. 피청구인 철도청장에게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령에서 국가유공자를 공무원으로 우선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청구인을 기능직공무원으로 임용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하였고, 위 피청구인은 2003. 9. 9. 위 청원에 대하여 공무원의 채용은 국가공무원법 등 관계규정에 따라야 하며, 국가유공자라 하더라도 공개적인 시험절차 없이 채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청원에 대하여 이를 수리ㆍ심사한 후 그 결과를 청구인에게 통지함으로써 청원에 대한 헌법청원법상의 의무를 다하였다 할 것이고, 비록 위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처리내용이 청구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4) 소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청원은 구체적인 권리행사로서의 성질을 갖고 있지 아니한 단순한 청원이라고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피청구인 철도청장의 거부의 회신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라고 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이 부분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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