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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열,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위헌제청 등", 결정해설집 4집, 헌법재판소, 2005, p.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4집)]
본문

- 호주제의 위헌 여부 -

(헌재 2005. 2. 3. 2001헌가9등, 판례집 17-1, 1)

김 하 열*2)

1. 헌법과 전통의 관계

2. 호주제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제778조(호주의 정의)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에 입적한다. 다만, 부가 외국인인 때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모가에 입적한다.

(②, ③ 생략)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①, ② 생략)

③ 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 그러나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에는 부가 처의 가에 입적 할 수 있다.

(④ 생략)

당해사건의 신청인들은 혼인하였다가 이혼하고 일가를 각 창립한 자들로서, 전 부(夫)와의 사이에 태어난 그들 자(子)의 친권행사자이며 양육자인데도 그들 자(子)의 호적은 부(父)인 전 부(夫)가 호주로 있는 가(家)에 편제되어 있다. 신청인들은 그들의 자(子)를 자신의 가(家)에 입적시키기 위하여 관할 호적관청에 각기 입적신고를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서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고, 당해사건 법원은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에 대한 신청만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당해사건의 신청인들은 혼인하여 각 그 배우자와 하나의 가(家)를 이루어 동일한 가적에 올라 있고, 호적상 호주는 부(夫)인 신청인들(2001헌가11ㆍ14, 2004헌가5 사건의 경우) 또는 신청인들의 부(夫)(2001헌가12ㆍ13ㆍ15 사건의 경우)로 되어 있다. 신청인들은 부(夫)가 호주로 되어 있는 가를 무호주, 즉 호주가 없는 가로 바꾸기 위하여 각기 관할 호적관청에 호주변경신고를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서 민법 제778조, 제826조 제3항 본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고, 당해사건 법원들은 민법 제778조에 대한 신청만 모두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1) 민법 제778조는 “일가의 계통을 승계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가(家)에는 반드시 호주가 존재하는 이른바 호주제도를 우리 가

족제도의 기본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조에 의한 호주제도는 호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여 일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호주를 정점으로 강제적이고 일률적으로 순위 지워지게 함으로써 존엄한 인격을 가진 개인들이 평등한 차원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므로 위 법조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한 헌법 전문 및 제4조에 위반된다.

(2) 위와 같이 호주제도는 개인에게 자신의 법적 지위를 스스로 형성할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결과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각자를 지배ㆍ복종 관계에 강제로 편입시키고 호주 아닌 가족을 호주에게 종속시킴으로써 개인의 자율적인 법률관계 형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열위의 지위를 강제하여 인격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위 법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도 위반된다.

(3) 위 법조에 기초하는 호주제도는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그 구성원 상호간의 평등한 법률관계 형성을 막고 남성에게 호주가 되는 우선적인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합리적 근거 없이 아내의 지위를 남편보다 하위에, 어머니의 지위를 아버지보다 하위에 각 위치하게 하는 정당성 없는 남녀차별을 초래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과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생활과 가족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각 위반된다.

(4)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개인의 권리를 부득이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위 법조에 의하여 형성되는 호주제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법익의 최소침해성 및 법익침해의 균형성을 갖춘 정당한 기본권 제한이 아닐 뿐만 아니라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까지 침해하고 있어 위 법조는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된다.

(5)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은 부계중심주의 원칙을 채택하여 자녀가 속할 가를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가로 정하여 남녀의 성(性)에 따른 차별을 두고 있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제36조 제1항에 위배된다.

(6)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을 비롯한 자녀의 입적에 관한 민법의 체제는 일단 아버지의 가에 속하게 된 자녀가 부모의 이혼 등으로 아버지와의 가족공동생활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자녀에 대하여 어머니의 가

로의 전적의 여지를 두지 아니하고 있는데 이는 모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된다.

정부는 가족제도에 있어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성평등의 이념을 보다 충실히 구현하고, 기존의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현실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용하고 국민의 변화된 가족관념과 새로운 가족제도 구성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반영하여, 호주제 폐지, 자녀 성(姓)결정에 있어 부성(父姓)강제 완화, 자녀의 복리를 위한 성의 변경 허용을 근간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위 제청이유와 대체로 같다.

1. 가. 헌법은 국가사회의 최고규범이므로 가족제도가 비록 역사적ㆍ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의 우위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가족법이 헌법이념의 실현에 장애를 초래하고, 헌법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고착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면 그러한 가족법은 수정되어야 한다.

나. 우리 헌법은 제정 당시부터 특별히 혼인의 남녀동권을 헌법적 혼인질서의 기초로 선언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래의 가부장적인 봉건적 혼인질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헌법적 결단을 표현하였으며, 현행 헌법에 이르러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은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의 가치규범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한편, 헌법 전문과 헌법 제9조에서 말하는 “전통”, “전통문화”란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 개념으로서 헌법의 가치질서, 인류의 보편가치, 정의와 인도정신 등을 고려하여 오늘날의 의미로 포착하여야 하며, 가족제도에 관한 전통ㆍ전통문화란 적어도 그것이 가족제도에 관한 헌법이념인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한계가 도출되므로, 전래의 어떤 가족제도가 헌법 제36조 제1항이 요구하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면 헌법 제9조를 근거로 그 헌법

정당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2. 가. 심판대상조항인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이 그 근거와 골격을 이루고 있는 호주제는 “호주를 정점으로 가(家)라는 관념적 집합체를 구성하고, 이러한 가를 직계비속남자를 통하여 승계시키는 제도”, 달리 말하면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가족집단을 구성하고 이를 대대로 영속시키는데 필요한 여러 법적 장치로서, 단순히 집안의 대표자를 정하여 이를 호주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호주를 기준으로 호적을 편제하는 제도는 아니다.

나.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호주승계 순위, 혼인 시 신분관계 형성,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제도이고, 이로 인하여 많은 가족들이 현실적 가족생활과 가족의 복리에 맞는 법률적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여 여러모로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 숭조(崇祖)사상, 경로효친, 가족화합과 같은 전통사상이나 미풍양속은 문화와 윤리의 측면에서 얼마든지 계승, 발전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호주제의 명백한 남녀차별성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다. 호주제는 당사자의 의사나 복리와 무관하게 남계혈통 중심의 가의 유지와 계승이라는 관념에 뿌리박은 특정한 가족관계의 형태를 일방적으로 규정ㆍ강요함으로써 개인을 가족 내에서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의 유지와 계승을 위한 도구적 존재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는 혼인ㆍ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부합하지 않는다.

라. 오늘날 가족관계는 한 사람의 가장(호주)과 그에 복속하는 가속(家屬)으로 분리되는 권위주의적인 관계가 아니라, 가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서 성별을 떠나 평등하게 존중되는 민주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있고, 사회의 분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도 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가족, 재혼부부와 그들의 전혼소생자녀로 구성되는 가족 등으로 매우 다변화되었으며, 여성의 경제력 향상, 이혼율 증가 등으로 여성이 가구주로서 가장의 역할을 맡는 비율이 점증하고 있다. 호주제가 설사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전래의 가족제도와 일정한 연관성을 지닌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와 같이 그

존립의 기반이 붕괴되어 더 이상 변화된 사회환경 및 가족관계와 조화되기 어렵고 오히려 현실적 가족공동체를 질곡하기도 하는 호주제를 존치할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현행법상의 호주제는 고대 이래 조선 중기까지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합리적 부계혈통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아 부계혈통주의의 존립을 위한 극히 기본적인 요소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일제 잔재로서의 색채를 불식하고 우리 고유의 관습으로 복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혼인과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가족법은 전통성ㆍ보수성ㆍ윤리성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어서 혼인과 가족관계에 관한 헌법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가족법의 전통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가족법의 영역에서 도식적인 평등의 잣대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함부로 재단함으로써 전통가족문화가 송두리째 부정되고 해체되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아니되는바, 현행법상의 호주제는 전통 가족제도의 핵심인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의 구성 및 가통의 계승을 위한 제도로서 이를 위하여 마련된 처의 부가입적 원칙, 자의 부가입적 원칙 및 호주승계제도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과 현실에 기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실질적 차별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호주제가 신분관계를 일방적으로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족제도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임의분가, 호주승계권의 포기 등 이를 완화하는 제도를 두고 있으므로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 보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민법이 가제도(家制度)를 두고 있는 것은 헌법 제36조 제1항이 제도보장의 하나로 규정한 가족제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할 것이고, 각개의 가(家)에 호주를 두고 있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에 터 잡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민법 제778조가 법적 개념으로서 가(家)의 존재를 인정하고 여기에 호주의 관념을 도입하였다 하여 헌법 제36조 제1항을 비롯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며, 호주제의 양성차별적 요소는 민법 제984조 등 위헌성이 있는 관련 개별규정의 효력을 상실시키거나 입법적 개선이 이루어지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여서 그러한 위헌적 요소가 가제도의 기본조항인 민법 제778조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에 관하여는 위헌이라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민법 제778조는 가족제도의 보장을 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입법적 조치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호주제의 내용과 구성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어 호주제의 연혁과 존폐 논의, 입법례 등 호주제를 둘러싼 논의의 시공간적 전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호주제가 우리의 전통문화인지, 일제의 잔재인지에 대한 공방을 짚어보아야 한다.

호주제의 위헌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판단은, 크게 전통과 헌법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호주제의 구체적 내용을 헌법 제36조 제1항에 비추어 심사하는 부분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호주제 폐지시의 호적 편제 방안, 위헌결정의 효과와 결정의 유형에 대한 헌법소송법적 검토가 수반된다.

호주제는 민법 제4편 제2장 ‘호주와 가족’을 중심으로 한 여러 법률조항

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민법 제778조는 그러한 호주제의 근거조항으로서 핵심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항이다.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 및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또한 호주제를 구성하는 주요 법률조항들이고 민법 제778조와도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런데 위 조항들은 호주승계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984조와 더불어 호주제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는, 호주제의 가장 중요한 구성부분들이다. 위 조항들이 효력을 상실할 경우 호주제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 조항들의 위헌여부는 결국 호주제라는 제도 자체의 위헌여부로 귀착된다.

호주제를 정의하거나 그 효과를 규정한 법률조항은 없다. 호주제란 민법 제4편 제2장 ‘호주와 가족’, 동편 제8장 ‘호주승계’를 중심으로 일정한 법률조항들을 묶어 이러한 법률조항의 네트워크가 형성하는 법적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호주제를 법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호주, 가족, 분가, 子의 입적, 妻의 입적, 호주승계 등과 같은 개별요소들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제’라고 지칭할 때에는 일정한 법적ㆍ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으며, 또 위와 같은 개별요소들을 총괄하여 ‘호주제’라고 지칭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서술상의 편의도 있다. 그러므로 민법의 개별조항들이 담고 있는 내용을 일정하게 조합하여 ‘호주제’라는 개념에 의해 표상시킬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호주제에 관하여 논의하고 있는 문헌들을 종합하여 보면, 호주제는 호주를 정점으로 家라는 관념적 집합체를 구성ㆍ유지하고(여기에는 처, 子 등 가족의 신분관계를 강제로 형성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러한 家를 원칙적으로 직계비속남자에게 승계시키는 제도라고 집약하여 정리할 수 있다. 달리 말하여 보면,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가족집단을 구성하고 이를 대대로 영속시키는데 필요한 여러 법적 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호주제가 -일상적으로 흔히 그러리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처럼- 단순히 집안의 대표자를 정하여 이를 호주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호주를 기준으로 호적을 편제하는 제도는 아니다.

호주제를 위와 같이 정리한다면 결국 호주제의 핵심적인 개념표지는 家의 구성과 호주승계라고 할 수 있다. 호주제=家의 구성 + (호주권) + 호주승계

민법은 家의 개념을 여러 곳에서 사용하면서도 정의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민법 제778조제779조 및 기타 관련조항을 모두어 보면 家란 호주와 가족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단신호주인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이고 일시적이다.2)호주란 “一家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一家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를 말하고(민법 제778조), 가족이란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민법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에 입적한 자”를 말한다(민법 제779조). 子는 父家에 입적하고(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처는 夫의 家에 입적한다(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 이러한 조항들을 통하여 호주와 가족으로 이루어지는 家의 기본형이 구성된다. 모든 국민은 호주 또는 가족으로서 반드시 어떤 家에 속하게 된다.

家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호주와 가족이라는 신분관계로 상호간에 연결된 관념적인 가족단체로서,3)현실생활공동체와는 무관하다.

이러한 家의 구성은 법률상 강제된다. 이 법률상 강제의 대표적인 내용을 신분당사자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민법 제778조의 요건이 충족되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상 당연히 호주로 된다.

② 장남이 아닌 남자는 혼인하면 일가를 따로 거느리고 호주가 된다(민법 제778조, 제789조). 그러나 여자가 혼인하면 민법 제826조 제3항에 따라 ‘친정의 가족’에서 ‘남편이 호주인 家의 가족’ 또는 ‘시가의 가족’(대체로 남편이 장남자인 경우)으로 신분관계가 변동된다.

③ 자녀가 출생하면 당연히 父家에 입적한다(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이혼한 여자가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되어 자녀를 보살피

며 생활공동체를 이루더라도 그 자녀는 어머니와 家를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아버지가 호주인 家의 가족으로 남는다. 위 조항에 따라 父家에 입적된 子는 모의 家로 옮겨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호주제는 호주를 정점으로 家를 구성하며, 가족원은 평등하고 독립된 인격체로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호주의 배우자, 호주의 혈족, 호주의 혈족의 배우자와 같은 식으로 호주와의 관계자로서만 파악된다. 호주제는 호주를 家의 중심적 지위에 두고 가족원을 주변적 지위에 배치하여 놓고 있다. 호주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前호주의 가족은 新호주의 가족이 된다는 민법 제780조의 규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가-1) 호적의 편제

우리나라의 호적은 민법상의 호주제도 내지 家제도에 맞추어 편제되고 있다. 민법에 의하여 실체법적으로 호주와 가족관계가 형성되면 이에 맞추어 그 사항이 그대로 호적에 반영된다. 요컨대 현행 호적의 편제는 민법상의 가적에 대하여 부종성을 가지는 관계에 있다.4)

호적은 호주를 기준으로 하여 家別로 이를 편제한다(호적법 제8조). 호적에는 前호주의 성명 및 호주와의 관계, 호주 및 가족이 된 원인, 호주와 가족의 관계, 호주 또는 가족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다(동법 제15조). 호적내 각인의 기재순위에 있어 호주는 일순위를 차지한다(동법 제16조 제1항). 호주승계 등으로 호주의 변경이 있으면 신호적을 편제한다(동법 제18조 제1항). 법정분가의 경우에 혼인신고가 있으면 夫를 호주로 하여 신호적을 편제한다(동법 제19조의2 제1항). 신호적에 편제된 자 및 타가에 입적하는 자는 종전의 호적에서 제적된다(동법 제21조). 출생ㆍ인지ㆍ입양ㆍ파양ㆍ혼인ㆍ이혼ㆍ사망ㆍ호주승계ㆍ분가ㆍ일가창립 등 각종 신분상의 신고에 있어 호주의 성명과 호주와의 관계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동법 제49조 제2항 등).

그러나 호적제도는 원래 국민의 신분관계를 등록ㆍ증명하기 위한 제도이고 호주제도에 따른 가적을 공시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므로 호적의 편제를 가적에 의존하여야 할 필요성은 없다. 호적제도는 호주제도의 존폐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하여야 하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호주제도가 폐지되면 호적편제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가적이 없어지기 때문에 호적제도 자체의 목적과 이념에 따라 새로운 편제기준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생길 뿐이다.5)요컨대, 호주제도의 폐지와 호적제도의 폐지를 연결시켜, 호주제가 폐지되면 논리적으로 당연히 신분공시ㆍ증명제도에 큰 구멍이 생겨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염려할 것은 아닌 것이다.

구 민법상 호주는 家 내부에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1990년의 민법개정시 그 권한이 대폭 축소되었다. 호주의 권한은 다음과 같다.

① 가족의 去家에 대한 동의권: 가족이 그 모의 재혼가에 입적할 경우 종래의 호주는 거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민법 제784조 제2항).

② 직계비속 등을 입적시킬 권한: 호주는 타가의 호주아닌 자기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을 자신의 가에 입적시킬 수 있다(민법 제785조).

③ 친족회에 관한 권한: 가정법원에 대하여 친족회 소집을 청구할 권한(민법 제966조), 친족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한(민법 제968조), 친족회의 결의에 갈음할 재판을 청구할 권한(민법 제969조), 친족회의 결의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권한(민법 제972조).

④ 폐가할 수 있는 권한: 일가창립 또는 분가로 인하여 호주가 된 자는 타가에 입양하기 위하여 폐가할 수 있고(민법 제793조), 여호주는 혼인하기 위하여 폐가할 수 있다(민법 제794조).

구 민법은 호주에 대하여 가족부양의무를 지우고 있었으나(제797조), 1990년 개정시 삭제되었다.

지난 1990년의 개정으로 호주의 권한은 매우 빈약하게 되었고, 호주의 의무는 전혀 없게 되었다. 따라서 호주의 권한(및 의무)은 더 이상 호주제의 중요한 요소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호주의 가부장적 권한이 거의 삭제되었으므로 호주제는 실질적으로 형해화된 것이고,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居家동의권, 직계비속 입적권과 같은 권리가 유보되어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강제적 家의 구성과 이에 수반되는 가족

관계의 강제형성, 家의 승계라는 호주제의 요소는 엄존하고 있고, 이는 상징적인 의미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민사실체법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만 보더라도, 여자가 혼인하면 친가의 가족에서 媤家 또는 夫家의 가족으로 신분이 전환되며, 자녀가 이혼한 母를 따라 재혼가정에서 가족공동체를 꾸리고 있더라도 재혼夫家의 가족이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신분관계를 이와 같이 강제로 변화시키기도 하고 변화를 방해하기도 하는 것은 엄연한 법적 효과이다.

민법 제980조는 호주가 사망한 때 등의 경우에 호주승계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 제778조는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는 호주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일가의 계통의 계승이란 곧 호주승계에 다름 아니다.6)이러한 규정에 의거하여 호주의 지위는 승계된다.

호주승계에 있어서는 남자가 우선권을 가진다. 민법 제984조는 호주승계의 순위를, ① 직계비속남자 ② 가족인 직계비속여자 ③ 처 ④ 가족인 직계존속여자 ⑤ 가족인 직계비속의 처로 정하고 있다. 즉, 사망한 전호주의 아들-손자-미혼의 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되어 있어 남성우월적 서열을 매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호주승계제도를 통하여 家는 그 구성원의 혼인, 사망, 분가 등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후세에 이어지게 되어 그 영속성이 보장되는바, 그 기초에는 남계혈통은 계승되어야 한다는 관념이 놓여 있다.

구 민법은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의 임의분가를 금지하고(제778조 제1항 단서), 호주상속권은 이를 포기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제991조), 호주라는 법적 지위를 강제로 승계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현행 민법은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의 임의분가도 허용하고(민법 제788조 제1항), 호주승계권의 포

기를 허용함으로써(민법 제991조) 강제적 호주승계의 제도는 해소되었다. 그러나 호주승계순위에서의 남성우월로 인하여 실제 직계비속남자들 모두(예컨대, 형제들 모두 또는 아들ㆍ손자 모두) 호주승계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호주의 지위는 남자에 의해 승계되게 되므로, 호주승계포기조항으로 인하여 남계혈통의 계승이라는 호주제도 본래의 취지와 기능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호주승계대상자 개인의 선택의 자유라는 점에서는 구법보다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대한민국 건국 후 민법제정과정에서 친족상속편을 둘러싸고 관습존중론과 헌법존중론 사이에 근본적인 논쟁이 벌어졌다. 전자는 고래의 관습중에는 醇風良俗이 많으므로 아무리 새 시대를 맞이했다 하더라도 되도록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후자는 고래의 관습은 중국의 종법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남계혈통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남녀차별을 하고 父系 및 夫系 위주, 장남계 중심의 체계를 가진 것이어서 헌법의 민주화정신 및 법앞의 평등원칙, 제헌헌법 제20조에 규정된 혼인에 있어서의 남녀동권, 혼인의 순결보호 정신에 어긋나므로 친족상속법의 제정에 있어서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고래의 관습은 이를 과감히 버리자는 주장이었다.8)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1953. 3.에 제출한 「친족상속편제정에 관한 건의」기타 의견서는 헌법존중론에 입각한 것인 반면, 1956. 10.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관습존중론에 기초하여 제출되었고(家제도, 강력한 호주제, 모의 친권제한 등), 국회 심의과정에서 위 논쟁으로 재산편과는 달리 친족상속편은 상당한 진통을 겪었으나 끝내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하되 이를 부분적으로 수정채택한다는 점진적 혁신론에 입각하여9)정부안에 대하여 약간

의 수정을 가하는 입장에서 1957. 12. 국회를 통과하여 입법이 되었고, 1960. 1. 1.부터 시행되었다.10)이에 대하여는 종래의 봉건적 요소가 다분히 잔재하고 있어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규정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11)

1960년 민법이 시행된 직후부터 가족법개정의 논의와 연구는 가족법학계 및 여성단체를 통해 계속되었다. 60년대초부터 가족법학계의 양대지주라 할 정광현 교수와 김주수교수는 가족법에 있어 헌법을 준수하여야 함을 강조하면서 호주제의 부분적12)혹은 전면적 위헌성13)을 주장하였다. 1973. 6. 모든 여성단체들이 연합운동으로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를 결성, 개정을 추진하였으나, 당시 개정요구의 핵심이었던 호주제도와 동성동본불혼금지제도의 폐지는 좌절된 채 사소한 일부개정에 그쳤다.

그러나 가정법률상담소, 여성단체, 가족법학자들을 중심으로 개정운동은 꾸준히 지속되었다. 1984년 41개 여성단체가 연합회를 결성하여 지속적으로 개정활동을 전개하였고, 개정안 상정의 좌절, 개정안의 자동폐기를 맛보

기도 하였으나 마침내 1988. 11.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이 상정되었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가족법의 상당한 개정이 이루어졌다. 당초 국회에 제안된 민법개정안은 호주제도와 호주상속제도를 폐지하는 것이었는데,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존치하는 것으로 되었다.14)호주제와 관련된 개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호주상속제도를 호주승계제도로 변경하고, 호주승계권은 이를 포기할 수 있도록 하며, 호주상속비용, 호주상속에 있어서의 태아의 지위, 대습상속, 분묘등의 승계에 관한 규정을 삭제 ② 여호주의 家에 그 家의 계통을 계승할 남자가 입적한 경우에도 호주승계가 개시되지 아니하도록 함 ③ 호주의 한정치산청구권과 입적동의권을 삭제하고,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의 거가금지, 호주의 가족에 대한 거소지정권, 호주의 사고와 그 직무대행, 호주의 부양의무를 삭제하고, 가족의 불명(不明)재산에 대하여 호주소유추정에서 가족의 공유추정으로 변경 ④ ‘호주의 변경과 여호주’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여호주는 그 家의 계통을 계승할 남자가 그 家에 입적한 경우에도 가족의 지위로 격하되지 않도록 함.

이와 같이 호주의 권한과 의무가 대폭 삭제됨으로써 강한 호주권이라는 요소는 거의 탈색되었다. 그러나 호주를 중심으로 한 家의 영속이라는 호주제의 본질적 요소는 여전히 유지되었다.

한편, 법무부는 1995. 6. 경 산하에 민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호주제를 비롯한 가족법의 개정문제를 꾸준히 논의하였다. 38차에 걸친 회의 끝에 위원회안을 마련하였다. 위원회안의 내용을 보면, ① 친족편 제2장(호주와 가족)인 제778조부터 796조를 삭제하고, ② 친족편 제8장(호주승계)인 제980조부터 제995조를 삭제하며, ③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관련규정의 조정ㆍ삭제로서, 제781조(子의 입적, 姓과 본)의 삭제에 따른 제865조의2(子의 姓과 본)를 신설하고, 제796조(가족의 특유재산제도)의 삭제에 따른 제777조의2(동거친족의 공유추정)의 신설하며, 제826조 제3항 본문(娶嫁婚)ㆍ제3항 단서 및 제4항(妻家入夫婚)을 삭제하고, 친족회에 대한 제966조

(친족회의 소집), 제968조(친족회에서의 의견개진)에서 “호주”용어를 삭제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호주제폐지를 의결한 이유로 다음을 들고 있다; ①일제의 천황통치의 잔재를 청산하고, ②호주제도의 존치로 인한 가부장적 국민의식의 배태연원을 삭제하며, ③헌법상의 가족정책이념에 배치되는 호주제도를 삭제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논거이며, ④家관념이 퇴조하고 변모된 호주의 위상에 부합하고, ⑤현대산업사회의 생활현실에 부합하며, ⑥세계적인 입법추세에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그 삭제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1998. 11. 13. 제안된 정부안(법무부안)에서는 호주제를 폐지하는 부분이 빠지게 되었다.

우리 민법과 같은 내용의 호주제도 및 호적제도는 그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과 대만, 스위스의 경우만을 간략히 본다.

일본은 중세이후 메이지유신까지 호주제도의 법이나 관습이 없다가, 메이지유신 당시에 천황제통치의 하부구조로서 호주를 중심으로 한 家제도를 구성하여 호주를 家의 통솔자로 만들어 놓고 이를 토대로 관념적인 법률상의 家를 조직하였다. 家에 포함되는 가족원의 범위는 극히 광범위하고, 그 가족원을 호주가 강력한 호주권으로써 통솔하며, 家의 재산도 호주로부터 호주(원칙적으로 장남)에게 단독상속시켰다.15)이러한 家제도는 메이지 절대주의 정치체제의 각종 행정의 말단기구로서의 역할과, ‘忠孝一本’의 교육사상(메이지 23년의 교육칙어)과 맞물려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온상의 역할을 수행하였다.16)

일본은 식민지 지배를 통하여 이러한 家제도를 우리나라에 이식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家제도에 대하여는 내부적인 비판과 개혁의 시도가 있었으나17)

성사되지 못하였고, 패전과 미군정에 의한 신헌법 제정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비로소 개혁이 이루어졌다.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신헌법 제24조18)에 규정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저촉된다는 판단아래 1947. 4 「일본국헌법시행에 따른 민법의 응급적 조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개정민법의 시행시까지 응급적 조치로서 호주제도를 비롯한 양성불평등 규정의 효력을 부정하였다. 이어 1948년부터 시행한 민법에서는 家제도(호주제도)를 없애버리는 등 종래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완전히 탈피하였다. 당시 호주권이나 家督상속(호주상속)이 봉건적인 제도이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제외한 호주와 家제도를 민법상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었으나, 당시 일본정부는 그러한 방식으로 호주제를 존속시킨다는 것이 법률상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존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헌법의 정신과도 합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19)

일본은 家제도를 폐지하면서 전후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개인별 호적기록을 감당할 수 없다 하여 가족단위 호적기록방식을 채택하였다. 일본의 호적은 우리나라와 같이 인적 편제이고 가족단위기록이나, 家제도(호주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호주를 중심으로 한 家단위가 아니라, 부부와 성(氏)이 동일한 자녀를 한 호적에 편제하는 부부중심의 가족단위원리에 입각하고 있다(호적법 제6조). 그리하여 혼인신고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부부에 관하여 신호적을 편제하게 된다(호적법 제16조 제1항). 3대호적금지원칙에 따라 子의 자녀가 태어나면 子에 관하여 신호적을 편제한다(호적법 제17조).

대만민법은 家를 두고 있다. 家란 영구히 공동생활을 영위할 목적으로 동거하는 친속단체를 말한다(제1122조). 家는 家長과 家屬으로 구성된다(제1123조 제1항, 제2항). 친속이 아니어도 영구히 공동생활을 영위할 목적으로 家에서 동거하는 때에는 가속으로 본다(제1123조 제3항).

가장은 친속단체 중에서 추천하여 정하는데, 추천으로 정할 수 없을 때에는 家의 最尊輩者(최고서열자)가 가장이 되고, 서열이 같을 때에는 최연장자가 가장이 된다(제1124조). 가장의 승계란 개념은 없다.

가장은 家務를 관리한다. 가무를 관리함에 있어서는 가속전체의 이익에 주의하여야 한다(제1125조, 제1126조).

가속이 성년에 달하거나 미성년이라도 혼인한 때에는 청구에 의하여 家로부터 분리될 수 있고, 가장은 그러한 가속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하여 家로부터의 분리를 명할 수 있다(제1127조, 1128조).

대만의 家제도는 현실적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가족단체를 포착한다는 점, 가장이 추천 등의 방법에 의하여 정하여 지고 승계의 개념이 없는 등 남계혈통의 계승이라는 관념이 전혀 없다는 점 등에서 우리나라의 호주제도와는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대만의 제도는 1930년대에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종래의 종법적, 가부장적 요소를 불식시켰던 중국민법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1907년 제정된 스위스 민법은 남성우위의 전통적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기초하고 있었다. 남편은 법적으로 가장이었으며, 남편에게는 가장으로서의 권한이 주어져 주거를 정하고 아내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부담하며, 아내는 혼인과 동시에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1975년에 국민투표를 통하여 헌법에 양성평등조항을 삽입한 것을 계기로 이 헌법조항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의 개폐가 당면과제로 되었다. 드디어 1984년에 제정된 신민법에서는 가부장적 법질서의 폐기와 혼인

생활에 있어서의 부부의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게 되었다. 가장제에 관하여는 합의가장제의 원리를 채택하였다. 동법 제331조이하에 의하면, 가족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합의 등에 의하여 임의로 가장을 둘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아내도 가장이 될 수 있으며, 가장을 둘 것인지 여부도 합의에 의하여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장의 임무는 가부장적 가장과 관계가 먼 것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 중 감독이 필요한 자에 대한 후견적 임무가 부여되어 있을 뿐이다. 가장의 지위가 상속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20)

우리 민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전통존중론과 헌법존중론의 대립이 있었음은 위에서 본바와 같다. 민법제정 당시 뿐만 아니라 현금에 있어서도 호주제도를 비롯한 가족제도에 관하여는 그것이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박은 전통이므로 이를 함부로 합리성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남녀평등의 도식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이 하였을 경우 규범과 국민들의 의식간에 괴리만 부채질하게 된다는 논리가 강고하게 존재하고 있다. 전통과 헌법, 가족법과 헌법간의 관계에 관하여 살펴본다.

헌법은 모든 국가질서의 바탕이 되고 한 국가사회의 최고의 가치체계이므로 다른 모든 법적 규범이나 가치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헌법은 한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입법ㆍ행정ㆍ사법과 같은 모든 공권력의 행사가 헌법에 의한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사법상의 법률관계도 직ㆍ간접적으로 헌법의 영향을 받게 된다.

헌재 1989. 9. 8. 88헌가6, 판례집 1, 199, 205에서는 “헌법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국민생활의 최고 도덕규범이며 정치생활의 가치규범으로서 정치와 사회질서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사회에서는 헌법의 규범을 준수하고 그 권위를 보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가족제도는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생성되고 발전된 역사적ㆍ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가족제도나 가족법이 아무리 민족고래의 전통적 색채를 띤다 할지라도 헌법의 우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없다. 만약 이것이 허용된다면 민법의 친족상속편에 관한 한 입법권은 헌법에 기속되지 않으며, 가족관계의 가치질서는 헌법의 가치체계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은 입헌주의에서 용납될 수 없다.

헌법이 가족생활이나 가족제도에 관하여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 다른 헌법규정과 저촉되지 않는 한 전통적 가족제도는 가급적 존중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가족생활에 관하여 중립을 지키지 않고 스스로 어떤 이념이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면 그것이 가족생활ㆍ가족제도에 관한 최고규범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헌법은 가족생활관계도 이를 단순히 사인간의 사적 문제로만 파악하지 않고 그것이 국민생활 내지 국가생활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헌법사항에 포함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의 헌법에서는 가족생활관계에 대해서도 그 근본이 되는 원칙을 헌법의 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 헌법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정치ㆍ사회적 대변혁기에 새로운 정치ㆍ사회질서, 새로운 가치와 이념을 지향하면서 제정된 헌법(우리의 제헌헌법이 이에 해당한다)이라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전통적 제도를 헌법에 맞게 고쳐나가라는 것이 헌법제정권자의 의사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민의 법감정이나 정서와 헌법규범간의 괴리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헌법이념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고래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법의 역할은 사회현상이나 국민의 법감정을 단순히 반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최고가치질서인 헌법이념을 적극적으로 계도하고 확산시키는 역할 또한 가족법의 몫인 것이다. 그런데 가족법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는커녕 국민의 전통적 의식을 고착시키고 그리하여 헌법규범과 현실과의 괴리를 고착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면 그러한 가족법은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을 강조하고 있으며,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 제9조제36조 제1항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할 것인지 문제된다. 이 경우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전통(전통문화, 전통사상, 전통적 제도를 총칭하여)이 개인의 존엄에 기초하고, 양성의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 것이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전통문화가 그러하지 않을 때에 발생한다.

헌법 제9조는 1980. 10. 27. 제8차개정때 신설되었다(당시는 제8조). 당시 이 조항의 신설경위나 이유를 밝히고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회의록에도 이 조항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이 조항에 대하여는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문화국가원리가 구현된 조항이라는 견해가 많다.21)그 법적 성격에 대하여는 국가목표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22)

한편, 헌법 제36조 제1항의 연혁은 다음과 같다.

헌 법
조 항 및 내 용
1948.7.17.
건국헌법
제20조 혼인은 男女同權을 기본으로 하며, 혼인의 순결과 가족의 건강은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1962.12.26.
3공화국
제31조 모든 국민은 혼인의 순결과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1980.10.27.
5공화국
제34조 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1988.2.25.
6공화국
제36조 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우리 헌법이 이미 1948년 제정당시부터 혼인에 있어서의 남녀동권을 헌법적 혼인질서의 기초로 선언한 것은 근대적ㆍ시민적 입헌국가를 건설하려는 마당에 종래의 가부장적인 봉건적 혼인질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역사적 의지의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의 의지는 1980. 5공화국헌법에서 더욱 강화된다. 혼인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생활로 확장되었고, 양성평등에 더하여 개인의 존엄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리하여 이제 헌법상으로는 완전히 민주적인 가족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36조 제1항에 대한 학계의 해석론>

① “가족평등권과 가족의 개인으로서의 존엄권을 규정한 것이므로 종래의 가부장제도에 대한 개혁을 의미하는 것”23)

② “우리 헌법이 이처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명시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동조항의 성립사를 볼 때, 우리의 뿌리깊은 남존여비사상, 가부장제도, 조혼제도, 축첩풍습 등 특히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는 악습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란 우선 부부간에 적용되며 따라서 부부간의 상호 인격존중과 평등을 의

미하지만, 성립사적으로 볼 때 특히 여성의 인격을 존중하고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은 부모와 자녀(기타 가족구성원)간의 관계에서 그리고 자녀 상호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24)

③ “유교사상에 의해서 지배되던 우리 사회의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고래의 혼인ㆍ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기초로 하는 혼인ㆍ가족제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우리 헌법상의 혼인ㆍ가족제도는 그것이 지난 날에는 어떠했던 간에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문화민족의 이념에 알맞게 이제는 인간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기초로 문명적인 가족관계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겠다는 헌법적 결단의 표현이라고 이해해야 한다....우리 헌법이 평등권의 당연한 내용을 혼인ㆍ가족제도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 이유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이 점에 있어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신분법에 들어 있는 남자우월적인 친권ㆍ가사권ㆍ家産권ㆍ상속권 등에 관한 불평등규정은 하루속히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문화민족의 이념에 맞도록 개정되어야 한다.”25)

④ “혼인ㆍ가족정책의 기본이념을 설정한 것으로서 가족법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인의 존엄ㆍ양성평등의 이념을 지표로 하여 개정하라는 입법의 명령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가족정책의 기본이념을 설정한 역사적 의의는 근대산업사회에 적합한 혼인ㆍ가족생활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원리를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가부장제 가족제도의 개혁을 의미한 것이라고 이해된다.”26)

<헌법 제36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례>

① 헌재 1997. 3. 27. 95헌가14등, 판례집 9-1, 193, 205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하여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

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국가가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당사자가 원하지도 아니하는 친자관계를 부인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아니하고 친생부인권을 극히 단기간 내에 상실하게 하고 나아가서 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비롯한 그 밖의 법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② 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7, 18

“이는(헌법 제36조 제1항) 혼인제도와 가족제도에 관한 헌법원리를 규정한 것으로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혼인에 있어서도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의 바탕위에서 모든 국민은 스스로 혼인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고 혼인을 함에 있어서도 그 시기는 물론 상대방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결정에 따라 혼인과 가족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동성동본금혼조항)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 및 규정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ㆍ유지라는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할 것이다.”

③ 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판례집 12-1, 427, 445, 446

“이 헌법규정(헌법 제36조 제1항)은 소극적으로는 국가권력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방어권으로서 국가권력이 혼인과 가정이란 사적인 영역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적극적으로는 혼인과 가정을 제3자 등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뿐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바탕으로 성립되고 유지되는 혼인ㆍ가족제도를 실현해야 할 국가의 과제를 부과하고 있다.

혼인과 가족의 보호는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문화국가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개별성ㆍ고유성ㆍ다양성으로 표현되는 문화는 사회의 자율영역을 바탕으로 하고, 사회의 자율영역은 무엇보다도 바로 가정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헌법은 가족제도를 특별히 보장함으로써,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같이 문화국가의 성

립을 위하여 불가결한 기본권의 보장과 함께, 견해와 사상의 다양성을 그 본질로 하는 문화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을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헌법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정생활을 보장함으로써 가족의 자율영역이 국가의 간섭에 의하여 획일화ㆍ평준화되고 이념화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④ 헌재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82-183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제도와 가족제도에 관한 헌법원리를 규정한 것으로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이다. 이 규정은 가족생활이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 유지될 것을 명문화한 것으로 이해되므로 입법자가 가족제도를 형성함에 있어서는 이를 반드시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적취득에 있어서의 부계혈통주의는] 헌법 제36조 제1항이 규정한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양성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참고로, 일본헌법 제24조는 “가족에 관한… 법률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입각하여 제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종래의 家제도를 부정하고 그 부활을 억지하기 위한 것임과 아울러 새로운 가족법의 기본적 이념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27)

일본 최고재판소는 호주제의 위헌여부를 직접 판단할 기회가 없었고, 다른 사건에서 “헌법은… 호주를 중심으로 한 구민법 시대의 家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家의 제도를 전제로 한 구恩給法 72조1항의 규정에 의하도록 한 점에서 소론 위헌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지는 않다”고 하여 방론으로 호주제가 위헌임을 나타낸 바 있다(소화 44년 12월 24일 판결, 소화 38년 (오) 제694호 사건).

일응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헌법 제9조제36조 제1항은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인가? 그 길은 위와 같은 헌법 제36조 제1항의 특별한 입헌취지에 더하여 전통 내지 전통문화의 의미, 양 조항의 법적 성

격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전통이란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다는 점이다. 어느 한 시점에서 역사적으로 존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전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조선시대 성종대에‘과부재가금지’가 확립되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로서 인정된다고 하여 그것이 곧장 오늘의 한국인이 계승ㆍ존중하여야 할 전통이 될 수는 없다. 과거에 있었던 것이 오늘날의 전통으로 인정되려면 시간의 경과를 거쳐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재의 사회구조와 규범 등 여러 조건 속에서 그 존재가 요청되는 것이어야 한다. 전통이란 과거와 현재를 다 포함하고 있는 문화적 표현인 것이다. 만약 전통의 근거를 과거에만 두는 복고주의적 전통개념을 취한다면 시대적으로 특수한 정치적ㆍ사회적 이해관계를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보편적인 문화양식으로 은폐ㆍ강요하는 이데올로기적 부작용을 낳기 쉽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반지배계층의 집단적 이해관계가 전통의 이름으로 옹호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사실 우리의 가족제도는 그동안 과거의 가부장제를 그 역사적 맥락에서 떼어내어 그대로 현재의 맥락 속에 삽입하고서 전통이라는 명분하에 정당화시켜 온 역사적 사각지대였다고 할 수 있다.28)

따라서 헌법 제9조에서 말하는 ‘전통’ ‘전통문화’란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된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오늘날의 의미’를 포착함에 있어서는 헌법이념과 헌법의 가치질서가 가장 중요한 척도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고 여기에 인류의 보편가치, 정의와 인도의 정신 같은 것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족제도에 관한 전통ㆍ전통문화란 적어도 그것이 가족제도에 관한 헌법이념인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된다는 소극적 한계가 도출된다. 역사적 전승으로서 오늘의 헌법이념에 반하는 것은 헌법 前文에서 타파의 대상으로 선언한 ‘사회적 폐습’이 될 수 있을지언정 헌법 제9조가 “계승ㆍ발전”시키도록 한 전통문화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원리, 전문, 제9조, 제36조 제1항을 아우르는 조화적 해석이라 할 것이다.

우리 재판소는 “헌법 제9조의 정신에 따라 우리가 진정으로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는 이 시대의 제반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고 또 오늘날

에 있어서도 보편타당한 전통윤리 내지 도덕관념이라 할 것이다”고 하면서, 동성동본금혼제도는 “더 이상 법적으로 규제되어야 할 이 시대의 보편타당한 윤리 내지 도덕관념으로서의 기준성을 상실하였다”고 선언하였다(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9).

다음으로, 법적 성격면에서 보더라도 헌법 제9조 보다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우선적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9조는 “국가는...노력하여야 한다”로 규정되어 있어 단순한 프로그램규정에 불과하거나 국가목표조항(국가작용에 대하여 원칙과 방침을 제공하고 국가에 대하여 과제를 부여하며, 헌법해석과 법해석에 지침을 제공한다. 국가목표조항에 의하여 부과된 과제를 실현하는 방법과 시기는 입법자의 결정에 일임되어 있으나, 이에 위반되는 법률은 위헌이 된다) 정도의 기능만을 인정할 수 있을 뿐, 국민에게 어떠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반하여 헌법 제36조 제1항은 기본권조항이다. 이 조항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는 자유권설, 제도보장설, 사회적 기본권설, 제도보장 및 사회적 기본권설, 자유권 및 사회적 기본권설, 원칙규범설 등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위에서 본바와 같이 우리 재판소는 국가권력에 대한 주관적 방어권, 즉 자유권의 측면과 국가의 과제부여라는 적극적 측면을 모두 인정한 바 있다(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판례집 12-1, 427, 445, 446).

결론적으로 전래의 어떤 가족제도가 헌법 제36조 제1항이 요구하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면 헌법 제9조를 근거로 헌법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

설사 호주제가 전래의 우리 가족제도라 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면 헌법 제9조를 그 존립근거로 삼을 수 없음은 위에서 본바와 같다. 그런데 만약 호주제가 우리 고유의 전통적 제도가 아니라면 헌법 제9조에 근거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호주제 존치론은 조선시대에도 호주라는 개념이 있었고 호적제도가 있었으므로 현행 호주제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조 시대에 호적이 없었다는 말은 잘못이다. 경국대전에 엄연히 四祖까지 기재되어 있다. 고대로부터 호적과 호주가 없는 시대는 없었다. 호적과 호주가 없다면 국가에서 어떻게 통치할 수 있었겠는가? 다만 시대에 따라 호적의 기재내용이나 방법이 같지 않다하여 일제시대 이전에는 호적제도가 없었다는 말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29)

“생각건대 봉건사회에서부터 가족이라는 생활공동체내에서 연장자인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정신적 지주로서 중심추가 되어 이들의 장기간 살아오면서 실제로 체험하여 알게 된 생활경험을 통하여 쌓은 지혜로서 하는 지시, 조언, 충고에 따르는 것이 가의 평화와 가의 발전과 원활한 가정생활을 위하여 당연히 받아들이고 따르는 미풍이 뿌리내려 관습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 호주의 유래일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호주제가 일제시대에 탄생된 제도만으로 보기는 수긍이 가지 않는다”30)

그러나 이는 호주제와 호적제도, 호주제와 가장제를 구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민법상의 호주제의 본질은 위에서 본바와 같이 호주를 중심으로 편제되는 추상적인 家를 설정하고 그 家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남자 우선으로 호주를 승계시키는 데에 있는바, 이와 같은 의미와 내용의 호주제가 조선시대부터 존재하였다는 사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법제사 및 가족법 학계에서는 일제유산론이 지배적이다.

국가가 체계를 유지하기 위하여는 조세를 징수하고 요역을 부과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위해 호구조사가 필수적이었으므로 호구조사 결과를 문서로 기록하는 호적제도는 국가체제 성립의 원초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 이전의 호적제도를 밝혀낼 수 있는 사료는 없다.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호적제도는 체계적으로 정비되었으며, 고려가 정립한 호적제도의 기본틀은 그 후 조선후기까지 유지되었다.32)고려시대의 호적은 조세의 징수와 요역의 부과를 위한 기본자료의 획득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므로 호주와 배우자를 비롯, 동거자녀, 형제, 조카, 사위 등 친족은 물론 노비까지 포함하여 성명과 性, 연령, 사회적 신분 등을 기재하고 있었다. 당시의 호적은 현실생활의 공동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관념적인 家에 소속된 구성원을 기재하는 현행 호적제도와 크게 구별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주는 호의 최연장 남자가 되었으며 사망할 때까지 호주의 지위를 유지하였으므로 父權과 일치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었다. 그러나 호주가 사망하면 장성한 아들이 있더라도 아내가 호주가 되었으며, 자녀들은 장성한 후에도 분가하지 않고 호주를 중심으로 일호를 이루고 생활하였으며 호주인 어머니까지 사망하면 각자 분가하여 일호를 형성하였으므로 호주권의 승계라는 개념은 있을 수 없었다.33)

고려사회는 제례를 불교식으로 사원에서 지내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딸, 아들의 구별없이 제사를 모시는 윤회봉사의 관습이 지배하고 있었다.34)호주라고 하여 단독으로 제사를 주재할 수 있는 독점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고려사회에는 적장자에 의한 호주권의 승계라든가 제사권의 상속이라는 관념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재산상속도 균분으로 이루어졌다.

조선은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인 성리학을 사회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하여 종법제를 가족제도의 기본으로 삼았다. ‘종법’이란 고대 周나라에서

정립된 것으로서 ‘적장자 위주의 가계계승과 그를 바탕으로 한 제사의례’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이 도입과 소개의 과도기를 거쳐 조선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조선중기 이후였다. 고려시대의 혼속인 娶壻婚은 조선후기에 와서 娶嫁婚이 정착될 때까지 널리 행해지고 있었으며35), 적장자에 의한 제사승계 의식이나 재산상속에서의 장자우대, 여자차별도 조선후기에 와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조선시대에는 戶首, 호주, 가장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는데, 그 권한과 기능이 일제시대에 도입된 호주제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조선의 가장은 호구신고의무, 자녀를 혼인시킬 의무, 가족이 범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감독할 의무를 부담하였다. 조선시대에는 家産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가족원 각자가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되었으므로 가장이라고 해서 가족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은 인정되지 않았다.36)가장의 지위는 가족 내의 ‘어른’에게 인정되었다. 호주인 남편이 사망한 경우 일반적으로 그 아내가 호주가 되었다.37)즉, 가장의 지위는 한 집안의 어른에게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었으며, 가장권의 승계라는 제도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어린 유아가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장권을 승계하여 가장이 되는 경우란 있을 수 없었다. 가장권의 승계라는 관념이 없었으므로 가장권을 승계한다는 이유로 재산을 독점상속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조선시대에는 家産이라는 개념이 없어,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자녀의 균분상속이 이루어졌으며38), 다만 제사를 모시는 承重子에 대해서만 상속분의 5분의1을 더해 주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균분상속제가 조선후기에 들어와서 흔들리게 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39)

일제는 1912. 3. 18. 조선민사령을 공포하였는데, 그 11호에 의하면 친족ㆍ상속에 관하여는 일본민법을 의용하지 않고 조선의 관습에 의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일제에 의하여 조사된 관습은 친족ㆍ상속에 관한 재판규범이 되게 되었다. 일제는 관습조사결과를 토대로 조선에는 제사상속, 재산상속, 호주상속의 3종류의 상속형태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상속제도는 재산상속 및 조선후기에 비로소 정착된 제사상속의 2종류가 있을 뿐이었다. 이에 대하여 박병호 교수는 ‘일제는 호주제도를 이식하기 위하여 관습조사에서 상속을 3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하였는데, 이것은 일본식 家督상속제도를 조선에 강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한 것이었다’고 하고 있으며,40)오늘날의 상속제를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의 고유한 전통적 상속이던 제사상속과 재산상속이라는 二元상속이 일제침략에 의하여 호주상속이 첨가되어 三元상속으로 변조되었다가 곧 제사상속을 법률상의 상속에서 제외하여 호주상속과 재산상속이라는 일제식 二元상속으로 변조하여 오늘에 이르른 치욕적인 상속제”라고 정리하고 있다.41)

일제는 국가를 하나의 큰 가족으로 보고 천황을 국가라는 가족의 가장으로 상정하였으며, 신민에 대해서는 한 집안의 가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복종하듯이 천황에 대해서도 똑같이 복종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家(いえ)제도를 통하여 확립하였으며 이러한 제도를 조선에 강제이식하여 일제의 동화정책과 식민지통치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였던 것이다. 호주-가족이라는 질서를 근간으로 하며 그 성격은 지배와 복종이라는 상하관계로 이루어진 家제도를 바탕으로 천황중심의 상하질서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42)

“우리나라는 종합가족제도의 궁극적인 형태를 취하는 나라로 가장이 바로 천황이다. 건국이래 천황과 신민의 관계는 가족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가족제도에서 가장이 가족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종합가족제도의 형태를

취하는 일본은 그 국가적 성격상 총본가인 황실의 가장인 천황이 중심이다.”43)

호주제의 강제이식은 당시 조선고등법원 판사로서 한국의 상속관습에 대해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던 野村調太郞의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조선에는 원래 과세의 표준인 호구의 관념은 있었으나 우리의 이른바 家의 관념은 없고 따라서 호주 또는 호주권의 관념도 없었던 것 같다. 이는 즉 조선에서는 우리나라 가독상속의 관념이 존재하지 않은 까닭이다… 근래에 이르러 민법에서와 동일한 家 및 호주의 관념이 확립되었고 호주상속을 인정하여 본가, 분가라는 용어까지 사용하게 되었다.”44)

한편 조선의 호적제도는 1894년 갑오경장에 의해 신분제도가 철폐되고 국가제도가 근대화되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조선의 호적제도는 호구조사와 더불어 봉건적 신분을 확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1896년의 호구조사규칙과 호구조사세칙에 따라 변화된 호적제도는 세금징수를 목적으로 호구를 조사할 뿐, 봉건적 신분의 확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 후 일제의 침탈로 통감부가 설치되고 1909년에 민적법이 제정되면서 호적제도는 본질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민적법에 의하여 호구조사규칙이 폐지됨으로써 전통적 호적제도는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일본의 호주제도에 부합하는 일본의 호적제도가 그대로 도입되게 되었다. 이로써 전통사회에서 부모자녀관계, 형제자매관계, 조손관계 등으로 파악되었던 우리 민족 고유의 친족적 신분관계는 호주와 가족관계라는 일제의 방식에 따라 새롭게 편제되었다. 민적법에 의한 호적제도의 골격은 조선호적령(1921. 12. 18. 공포, 1923. 7. 1. 시행), 해방후의 호적법(1960)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학계 연구의 대세는, 현행민법상의 호주제(및 호적제도)는 천황제를 유지ㆍ강화할 목적으로 창안된 일본의 家

제도, 가독상속제도(및 그에 부합하는 호적제도)가 이식된 것이므로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제도라거나 민족고유의 순풍양속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45)

호주제의 위헌여부에 대한 심사척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헌법 제10조 중 인간의 존엄과 가치 부분, 제11조(평등원칙), 제36조 1항이다. 그런데 헌법 제36조 제1항헌법 제10조제11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성을 혼인과 가족생활이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36조 제1항제10조, 제11조에 대하여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호주제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됨이 인정되면 나아가 제10조, 제11조의 위반여부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46)

한편, 평등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심사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헌법제정자가 스스로 차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되는 징표를 제시하거나 차별을 특히 금지하고 있는 영역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징표를 근거로 한 차별이나 그러한 영역에서의 차별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심사하여야 한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판례집11-2, 770, 787). 그러한 헌법조항으로는 헌법 제32조 제4항(근로영역에 있어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과 제36조 제1항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호주제가 양성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는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한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취급을 명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성의 표어에서 알 수 있다시피 남녀간에 존재하는 ‘어떤 차이’에 근거한 차별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그러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그 ‘어떤 차이’의 표지를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에 있다.

독일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은 출산, 임신, 육체적 능력 등 남녀간의 객관적인 생물학적(objektive biologische) 차이에 기인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되고, 남녀간의 기능상의 차이, 사회적 역할분담에 기인한 차이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왜냐하면 후자의 차이는 과거 전통적으로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에 기인하는데, 기존에 형성된 사회적 현상과 그에 따른 남녀간의 차이를 계속 감수해야 한다면 장래에 있어서 남녀평등을 관철하려는 헌법규정은 그 의미와 기능을 상실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처음에는 남녀간의 생물학적 차이 뿐 아니라 기능적 차이에 근거하여서도 정당하게 남녀차별을 할 수 있다는 입장에 있었으나, 근래 들어 단지 생물학적 차이를 이유로 한 차별만을 허용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성질상 오로지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에만 성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여성 생산직 근로자에게만 야간작업을 금지시킨 규정에 대하여 이 경우 근본적인 생리적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다(BVerfGe 85, 191ff.).

전통적인 역할분담론에 기인한 차별로서 정당하지 않다고 본 사례로는, 독립세대를 구성하는 여성근로자에게만 한 달에 하루 가사를 돌볼 수 있는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규정에 대한 위헌판결(BVerfGE 52, 369, 376)47), 부부의 姓에 관하여 합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남편의 성이 자동적으로 부부의 성이 되도록 한 민법규정에 대한 위헌판결 {BVerfGE 84, 9(18f.)}, 남자만

자원소방수가 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한 위헌판결{BVerfGE, 92, 91(109)}을들 수 있다.

우리 학계에서도 독일의 이론, 판례와 같은 견해가 유력하다.

“남녀평등을 차별적 평등으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남녀의 생리적, 성적, 신체적, 심리적 현상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남녀의 차별대우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48)

“남녀를 차별하는 법규정은 단지 출산, 임신, 육체적 능력 등 ‘생리적 차이’에 기인하는 경우에 정당화된다. 남녀사이의 ‘기능상의 차이’가 차별대우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과거 전통적으로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남녀차별이 정당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바로 이러한 사고는 헌법이 명시적인 차별금지규정을 통하여 극복하려고 하는 전래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49)

미국에서는 1976년의 Craig v. Boren 사건 이래 성별에 기초한 차별에 대하여 엄격심사와 완화된 심사의 중간에 해당하는 중간정도의 심사척도(intermediate scrutiny)를 적용하고 있다.50)이 기준은 성에 기한 차별이 정당화되기 위하여는 ‘중요한 정부목적을 위해 그리고 그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실질적으로 관련이 있을 것’(substantial relationship to an importantgovernment purpose)을 요구한다. 비록 엄격심사가 아닌 중간심사를 적용하기는 하지만, 최근에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심사를 매우 강한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즉 연방대법원은 성에 기한 차별에 대하여는 ‘대단히 설득력 있는 입증(exceedingly persuasive justification)을 요구하고 있다.51)그리고 미국에서도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gender classifications

based on role stereotypes)은 허용되지 않는다.52)

1979년 U.N.이 채택하여 발효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 당사국인 “여성에대한모든형태의차별철폐에관한협약” 제5조53)는 남녀의 정형화된 역할에 기초한 편견 및 관습 기타 관행의 철폐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체약국에게 부과하고 있다.

호주제는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인위적 가족집단인 家를 구성하고 이를 승계한다는 것이 그 본질임은 위에서 본바와 같다. 인위적 가족집단인 家를 구성ㆍ유지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를 차치하고서, 남계혈통 위주로 家를 구성하고 승계한다는 것은 성에 따라 아버지와 어머니를, 남편과 아내를, 아들과 딸을, 즉 남녀를 차별하는 것인데,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 할만한 사유가 없다.

독일의 기준 즉, ‘객관적인 생물학적 차이에 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요구될 것’이나, 또는 미국의 기준 즉, ‘중요한 정부목적을 위해 그리고 그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실질적으로 관련이 있을 것’의 어느 것도 충족할 수 없다. 가족집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의 문제에는 남녀를 차별하여야 할 아무런 객관적ㆍ생물학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예컨대 임신, 출산과 관련된 경우에는 그러한 정당한 차별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녀차별을 정당화 할 만한 중요한 공익목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호주제의 남녀차별은 가족 내에서의 남성의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라는 전래적 像에 뿌리박은 차별,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는 사항에 관하여 남녀를 차별하고 있는 셈이다.

호주제가 추구하는 목적, 호주제에서 남녀차별을 정당화하는 목적을 찾기 어렵다.

가) 전래의 가부장적 가족제도 또는 종법제?

한국의 가족제도에 종법사상이 뿌리내리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종법제 또는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남녀차별을 지향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을 이념으로 하는 오늘날의 헌법이념에 배치되기 때문에54)종법적ㆍ가부장적 가족제도를 추구하는 것은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없다.

나) 崇祖사상, 제사봉행의 전통?

일본학자 중에는 한국의 호주제에는 특징적인 역할, 기능이 있는데 그것은 종법제도에서 연유하는 것으로서 호주에게서 선조에 대한 제례의 주재자로서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55)즉, 법제도로서 호주제도와 호적제도는 일본에서 들어왔지만, 여기에 남계혈족이 이끌어가는 선조에 대한 제례 및 그 승계라는 관념이 결부되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호주상속도 실은 그 중심은 제례의 주재자로서의 지위의 승계에 있다고 한다. 요컨대 이 주장은 한국의 제사상속 전통이 호주상속제도에 접목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병호 교수도 호주ㆍ호주승계의 개념 속에는 ‘제사주재’가 하나의 구체적 개념으로서 내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현행 민법 제1008조의3에 규정된 제사용 재산의 승계권은 호주승계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다.56)(이에 대하여는, 이 규정의 법문 그대로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제사용 재산을 승계한다는 해석이 다수설이다)

이러한 주장이 설사 타당하다 하더라도,. 현행 호주제는 제사승계의 전통

을 ‘목적으로’ 창설된 제도가 아니며, 제사상속이라는 전통적 요소가 일부 접목되어 있다 하여 호주제와 같은 법제도를 창설ㆍ유지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숭조사상, 제사상속이 승계ㆍ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전통이라면 이는 문화와 윤리의 측면에서 얼마든지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박병호 교수, 한봉희 교수는 호주제를 폐지하고 별도로 종중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57)호주제를 폐지한다 하여 숭조사상, 제사봉행과 같은 전통문화가 더불어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항간에서는 호적을 마치 家의 계보, 즉 자신의 혈통을 알 수 있는 작은 족보로 여기고, 호주제도를 폐지하면 가문이 무너지고 자신의 뿌리가 사라진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호적은 국가가 법적 분쟁이나 행정절차상 국민의 신분을 증명해 주는 행정문서이지, 개인의 혈통을 나타내는 족보가 아닌 것이다. 가계계승은 호적이 아닌 족보에 기록함으로써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다) 경로효친, 가족화합과 같은 미풍양속의 보존?

이러한 미풍양속은 사회ㆍ문화ㆍ윤리의 문제로서, 호주제를 유지한다고 하여 이러한 미풍양속이 저절로 배양되는 것도 아니고, 호주제를 폐지한다고 하여 이러한 미풍양속이 폐기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호주제에는 그 존립을 주장할 만한 공익목적이나 입법목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법 제778조는 일정한 사람들에게 법률상 당연히 호주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호주의 지위는 원시적으로 혹은 승계적으로 취득된다.

일가의 계통의 계승이란 곧 호주승계에 다름 아님은 앞서 본바와 같다. 이러한 호주지위의 승계취득자가 누가 되는지를 보려면 호주승계의 순위를

살펴보아야 한다. 민법 제984조는 호주승계의 순위를, ⅰ) 직계비속남자 ⅱ) 가족인 직계비속여자 ⅲ) 처 ⅳ) 가족인 직계존속여자 ⅴ) 가족인 직계비속의 처의 순서로 정하고 있고, 동순위의 직계비속이 수인인 때에는 최근친을 선순위로 하고 동친등의 직계비속중에서는 혼인중의 출생자를 선순위로 하며, 이러고도 순위동일한 자가 수인인 때에는 연장자를 선순위로 한다(민법 제985조 제1항, 제2항).

호주승계의 제1순위를 직계비속남자로 못박음으로써 호주지위의 승계취득에 있어 남자가 우선권을 가지도록 보장하고 있으며, 前호주의 아들-손자-미혼의 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되어 있어 남성우월적 서열을 매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와 누나들을 제치고 아들이, 또한 할머니, 어머니를 제치고 유아인 손자가 호주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미혼의 딸도 아들이나 손자가 없을 경우에는 호주가 될 수 있으나, 나중에 혼인하게 되면 어차피 남편 또는 시아버지가 호주로 있는 家의 가족원으로 입적하여야 하므로 평생을 미혼으로 지내지 않는 한 호주의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주제는 모든 직계비속남자를 정상적 호주승계자로 놓고 고안된 제도이며, 여자들은 남자들이 없을 경우 일시적으로 가계를 계승시키기 위하여 보충적으로 호주지위가 주어지는 잔여범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분가란 가족이 그 소속된 家를 떠나 새로 家를 설립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임의분가와 법정분가가 있다. 임의분가는 남녀를 불문하고 사유의 제한 없이 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788조) 제도 자체로 남녀차별적 요소는 없다. 그러나 현실생활에서 분가하여 호주가 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법정분가는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를 제외한 가족이 혼인하면 당연히 분가되는 것을 말하나(민법 제789조), 여자는 혼인하더라도 夫의 家에 입적되므로 입부혼을 제외하고는 법정분가제도를 통하여 호주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남자에 국한된다. 결국 분가제도 또한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과 결합하여, 결혼하는 남자에게 夫가 됨과 동시에 법률상 당연히 妻를 거느리는 호주의 지위를 취득하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을 뿐, 여성에게 호주의

지위를 획득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라고는 할 수 없다.

혼인의 취소, 이혼, 夫의 사망시에 妻와 夫의 혈족 아닌 직계비속은 친가에 복적할 수도 있으나, 친가에 복적하지 않고 일가를 창립할 수 있다(민법 제787조 제1항, 제2항). 이 경우에 친가가 폐가 또는 無後되었거나 기타 사유로 인하여 복적할 수 없는 때에는 친가를 부흥할 수 있다(동조 제3항).

부모를 알 수 없는 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姓과 本을 창설하고 일가를 창립한다(민법 제781조 제3항).

혼인외의 출생자가 부모의 家에 입적할 수 없을 때에 일가를 창립한다(민법 제782조 제2항).

호주가 폐가하고 타가에 입적한 때에 그 타가에 입적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아니하는 가족은 일가를 창립한다(민법 제795조).

양자와 그 배우자, 직계비속 및 그 배우자는 입양의 취소 또는 파양시에 생가에 복적하는데, 그 생가가 폐가 또는 無後된 때에는 생가를 부흥하거나 일가를 창립할 수 있다(민법 제786조).

호주의 지위는 대부분 호주승계나 법정분가에 의해 획득되어지는 것임을 고려할 때(2000년도 한 해동안 호주승계는 112,322건, 법정분가는 136,463건, 임의분가는 22,400건, 일가창립은 56,811건, 폐가ㆍ무후가의 부흥은 7,806건 있었다58)), 결론적으로 현행 호주제는 호주 지위의 취득과 승계에 있어 남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을 가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호주지위의 취득 및 승계에서의 이러한 남녀차별적 법규정은 家를 승계할 수 있는 존재인 남자, 아들에 대한 선호관념을 무의식 중에 조장ㆍ확산하기에 충분하다.

혼인이란 평등하고 존엄한 개인으로서의 남녀가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혼인에 의하여 성립되는 부부관계라는 생활공동체에 있어 남녀는 동등한 지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민법 제826조 제3항 본문에 의하여 여자는 혼인하면 법률상

당연히 처로서 夫의 家에 입적하게 되는바, 이 조항은 민법 제789조와 결합하여 다음과 같은 법률효과를 일으킨다 ①夫가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인 경우: 夫는 법정분가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家에 머무는 반면, 처는 종래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家를 떠나 夫의 家의 새로운 가족원이 된다(대개의 경우 친정아버지의 家에서 시아버지가 호주인 家로의 전입을 의미한다). ②夫가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가 아닌 경우: 夫는 법정분가하면서 새로운 家의 호주가 되고, 처는 그 家의 가족원이 된다. 부부는 혼인관계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부부공동체에 있어 동등한 지위와 자격을 누려야 할 것임에도 夫는 호주라는 家의 수장적 지위를, 처는 가족원이라는 수반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이와 같이 혼인으로 인한 가족관계의 형성에 있어 夫는 주체적ㆍ중심적 지위를 차지하는 반면, 처는 夫에 대한 수동적ㆍ종속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성에 근거한 이러한 부당한 차별취급은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한 家의 형성ㆍ유지라는 목적에 기여하는 외에 달리 어떠한 정당한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남녀가 혼인하여 부부공동체를 이루려면 夫를 중심으로 하건, 처를 중심으로 하건 하나의 家籍안에 묶여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실 남녀가 대등한 혼인 당사자로서 부부공동체를 꾸려 나감에 있어 현행 호주제와 같은 민사실체법상의 家의 존재는 불필요하다. 부부 중심의 호적편제라는 호적법상의 제도를 통하여 그러한 목적은 달성된다. 처의 입적은 뒤에서 보는 子의 입적과 마찬가지로 ‘호주 중심의 家의 구성’이라는 호주제를 관철함에 있어서 불가결의 요소를 이룬다.

이러한 처의 입적제도는 호주승계에 있어서의 여자의 열등적 지위와 결합하여 여성으로 하여금 어려서는 아버지(때로는 오빠 또는 남동생)의 家에, 혼인하여서는 남편의 家에, 늙어서는 아들의 家에 귀속시키고 있는데, 이는 여성에 대한 봉건적 三從之道의 한 모습을 오늘날에 재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지언정 개개의 여성을 존엄한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하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예정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처의 입적이라는 법률적 제도가 사회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고 깊다. 법률적으로는 단순히 소속 家의 변경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상징적, 심리적 의미는 매우 중대하다. 혼인과 동시에 “호적을 파서” 남편의 호적으로 옮긴다는 것은 이제 친정과의 결별이자 媤家의 일원으로 편입되었다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의 의미를 지닌다. 실제 많은 여자들이 혼인신고 시에 정체성의 혼돈ㆍ상실이라는 경험을 겪는다고 한다. 그러한 공식적 확인을 통해 가족구성원의 인식과 심리에 이제 혼인한 여자는 “出嫁外人”으로 내면화되고, 가족관계에 있어 시댁과 친정이라는 이분법적 차별구조가 정착된다. 가족관계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양상은 당연히 남아선호라는 병폐와 연결되고, 사회적 관계에로 확장되었을 때에는 남성우위ㆍ여성비하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ㆍ유지하게 된다.

민법 제826조 제3항 단서는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에는 夫가 처의 家에 입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이른바 입부혼), 이러한 제도를 두었다 하여 본문조항의 남녀차별성이 상쇄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입부혼이 거의 행해지고 있지 않다는 점(2000년도 보통의 혼인신고는 368,151건, 처가입적 혼인신고는 24건, 1999년도의 경우 전자는 398,040건, 후자는 34건, 1998년도의 경우 전자는 396,206건, 후자는 6건59))을 차치하더라도 법률적으로도 ①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로 한정하고 있는 점 ②처가에의 입적여부를 夫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처의 夫家입적의 경우와는 분명히 차별적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입부혼도 역시 외손봉사를 통한 가계계승의식의 표현이며 근본적으로는 변형된 종법사상으로서60), 부계ㆍ남계혈통의 영속화를 위해 1회적ㆍ잠정적으로 모계를 활용하는 편법에 불과하다.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은 “자는… 父家에 입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혼인중의 子는 출생에 의하여 당연히 父家에 입적하며, 이 경우 父가 호주이건 가족이건 묻지 않는다. 入夫婚의 경우에는 반대

로 부부간의 子는 母家에 입적한다(민법 제826조 제4항). 父가 외국인인 때에도 모가에 입적한다(제781조 제1항 단서).

혼인외의 子는 父가 認知함으로써 父家에 입적한다. 父의 인지가 없으면 “父를 알 수 없는 자”로서 母家에 입적한다(민법 제781조 제2항). 모가에 입적한 후 父가 인지하면 출생시부터 父家에 속한 것으로 된다.61)

이와 같이 현행 민법은 극히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子를 父家에 입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녀가 태어나면 당연히 아버지의 家에 입적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家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부계혈통 우위의 사고에 뿌리박은 것이다. 이는 자녀를 부계혈통만을 잇는 존재로 간주하겠다는 사고에 기초한 것인데, 이것이 자녀는 부모의 양계혈통을 잇는 존재라는 자연스럽고 과학적인 순리에 반하는 것으로서62), 아버지에 비하여 어머니의 지위를 열위에 둠으로써 부당히 차별하는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父가 외국인인 때(민법 제781조 제1항 단서), 父를 알 수 없을 때(동조 제2항), 입부혼의 경우(민법 제826조 제4항) 등 母家에 입적할 수 있는 예외적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는 모두 父家로의 입적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되어 그 범위가 너무 협소하므로 원칙적인 남녀차별성을 치유할 수 없다.

여기서도 ‘子를 父家든 母家든 어느 한 쪽에 입적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부모양가에 모두 입적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 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이 지닌 민사실체법적 의미(즉, 호주제와 관련하여 지닌 의미)와 호적법상의 의미를 혼동한 것이다. 부모와 친자의 관계를 家를 중심으로 하지 않고, 현실 생활공동체를 중심으로 파악할 경우 애초에 자녀를 부모 중의 어느 家에 입적시키느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모-친자의 현실관계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양성평등에 부합하는 호적편제라는 호적법상의 제도로써 충분하기 때문이다. 子를 父家에 입적시킨다는 이 민법조항은 호적편제의 기준이라는 호적법상의 의의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본질적 의의는 남계혈통을 통한 家의 계승이라는 호주제의 관철에 있다. 이 조항이 子를 父의 “家”에 편입시키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家라는 것은 이미 본바와 같이 호주와 가족으로 구성되는 관념적인 단체로서 호주승계제도를 통하여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계승되는 존재이다. 대부분이 호주의 지위를 겸하고 있는 父의 家에 자녀를 편입시키는 것은 ‘호주 중심의 家의 구성’을 위한 불가결의 요소를 이루며, 또한 ‘후손을 통한 家의 계승’이라는 호주제의 또 다른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가 된다. 요컨대, 민법 제781조 제1항은 호주제와의 맥락 속에서만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子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의 목적은 첫째로, 子의 복리의 향상에 두어야 하고, 둘째, 가능한 한 친자관계의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일률적으로 子를 父家에 입적하도록 함으로써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는 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63)우리 사회의 이혼율 증가와 더불어 이혼후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사는 모자가정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2000년도 연간 혼인건수는 334,000건인데, 이혼건수는 120,000건(쌍)에 달함(1일 평균으로는 329건이 이혼). 이는 1970년의 12,000건에 비해 10배

증가한 수치이고, 1991년의 49,200건에 비해 2.6배 증가한 수치임.

그리고 2000년 이혼당시 20세미만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가 70.4%에 달함.64)

그런데, 현실적으로 母가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되어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더라도 자녀는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에 따라 여전히 父의 호적에 남아 있게 된다. 즉, 법적인 가족관계는 부자간에 있을 뿐이지, 모자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夫의 혈족아닌 처의 직계비속만이 일가창립을 통하여 母와 同籍할 수 있을 뿐이다(민법 제787조 제1항).

그리하여 父의 양육권 포기, 재혼 등으로 父와 자녀간의 교류가 전혀 단절되어 있더라도, 자녀학대, 성추행, 폭행 등으로 가정파탄의 원인을 父가 제공한 경우에도, 당사자인 자녀가 아무리 父家를 떠나 母家에의 입적을 원하더라도, 심지어 父가 母家로의 轉籍을 분명히 원하는 경우에도 그 자녀는 여전히 父家에 소속되고 그 父가 자녀들의 호주가 된다. 반면 母는 주민등록상의 “동거인”에 불과하게 된다. 母와 자녀가 현실적 가족생활대로 법률적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여 비정상적 가족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결과는 헌법에 반함은 물론 오늘날의 가족현실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처가 夫의 혈족이 아닌 직계비속을 家에 입적시키려면 夫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이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他家의 가족인 때에는 그 호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민법 제784조). 그리하여 처가 그 혼인외의 자를 입적함에는 夫의 동의가 필요하며,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여 오다가 재혼한 처가 前夫소생의 자녀들과 함께 살더라도 현남편의 동의가 없으면 자녀들과 각기 다른 家의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다. 설령 재혼한 남편이 동의하더라도, 前夫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녀들은 前夫의 家를 떠날 수 없으므로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김갑동과 이혼한 이을녀가 그 아들 김을동을 데리고, 박길녀라는 딸과 함께 사는 박길동과 재혼한 경우, 박길동의 주민등록표에 김을동

은 “동거인”으로 표시되고 그 옆에 “호주”라고 하여 김갑동의 이름이 표시되어 나온다. 김을동의 입장에서는 새아버지 및 새동생과 姓도 다른데, “동거인”으로 표시되고 “호주”라고 하여 생부의 이름까지 나오는 이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재혼율, 특히 여성의 재혼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0년도의 경우 혼인 종류별로 보면 남자는 초혼 86.7%, 재혼 13.1%이며 여자는 초혼이 85.2%, 재혼 14.5%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재혼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여자의 경우 1991년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하여 여성의 재혼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1991년도 재혼구성비는 남자 8.1%, 여자 7.1%로 여자가 낮았으나, 1995년 이후부터는 반전되어 여자재혼 구성비가 남자보다 다소 높아졌다.65)

夫가 처의 혈족이 아닌 직계비속을 입적함에는 처의 동의라는 제한이 없는데(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또는 제782조 제1항) 비하여, 처의 경우 위와 같은 제한을 둔 것은 부계혈족 아닌 혈족의 夫家입적을 제한하려는 것이고(제784조 제1항의 경우), 또한 가계계승을 고려한 것으로서66)(동조 제2항의 경우) 역시 남계혈통만을 중시하는 호주제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가부장제 가족제도의 낡은 유습으로서 양성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67)

미혼모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 父가 인지하지 없으면 “父를 알 수 없는 자”로서 母家에 입적한다(민법 제781조 제2항). 그러나 생부가 인지하면 母나 자녀의 의사에 상관없이 父의 호적에 입적된다. 생부가 母와 혼인할 의사가 없고, 자녀를 양육하지도, 그럴 의사가 없더라도 생부의 일방적 행위에 의해 자녀는 가족관계의 크나큰 변화를 감수하여야 한다.

(1)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가운데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간생활의 가장 본원적이고 私的인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는 되도록 사적인 자치에 맡길 것이 요구되고 국가권력은 간섭하지 않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68)이러한 영역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라는 것은 혼인ㆍ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이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라는 의미이다. 혼인과 가족생활을 국가가 결정한 이념이나 목표에 따라 일방적으로 형성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민주주의원리와 문화국가원리에 터잡고 있는 우리 헌법상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은 문화적 전체주의에 다름 아니다. 사실 1960년대 이래 여러 나라에서 가족법이 대폭적이고 지속적인 개정과정을 밟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과 가족,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설정방식에 있어 큰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가족에 대한 국가의 관여 및 법규제의 중립성”이라는 슬로건의 등장이고, 이는 개인의 생활양식, life style로서의 가족형태의 선택의 자유를 널리 인정하여야 한다는 사고의 표현이다.69)현대 가족의 인간관계의 특질은 인격적ㆍ애정적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현대국가의 가족법은 가족내부의 그러한 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neutral한 입장을 견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70)

헌법재판소는 “헌법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정생활을 보장함으로써 가족의 자율영역이 국가의 간섭에 의하여 획일화ㆍ평준화되고 이념화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판례집 12-1, 427, 445, 446)라고 설파한 바 있다.

따라서 혼인ㆍ가족제도가 지닌 사회성ㆍ공공성을 이유로 한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혼인ㆍ가족생활의 형성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법률의 힘만으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다.

(2) 그런데 호주제는 당사자의 의사와 자결권을 무시한 채 남계중심의 家제도의 구성을 강제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하여 신분당사자의 법률관계를 일방적으로 형성하는 것이다.

① 대한민국 국민은 예외 없이 호주이든, 가족이든 법률상의 가족단체인 家에 소속되어야 한다.

② 호주지위의 취득이 강요된다(이에 관하여는 뒤에서 더 자세히 본다).

③ 모든 개인은 가족 내에서 평등하고 존엄한 개체로서가 아니라 호주와의 관계를 통하여 가족 내의 신분적 지위가 자리매김된다.

④ 家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호주가 아닌 가족은 종속적ㆍ열위적 지위에 놓인다. 남녀가 대등한 당사자로서 혼인하였음에도 남편은 호주가 되고 처는 가족원으로서 남편의 家에 편입되는 지위로 전락한다. 子의 복리,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子는 父의 家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와 같이 호주제는 개인을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남계혈통 중심의 家의 유지와 계승이라는 목적을 위한 대상적ㆍ도구적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호주인가 아닌가, 호주의 지위를 승계할 자인가 아닌가, 호주와 어떤 관계에 있는 존재인가 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며, 물론 여기에서 호주는 중심적 존재로서, 나머지 가족원은 주변적 존재로서 위계화된 가족질서 내에 배치된다.

요컨대, 호주제는 혼인과 가족생활 당사자의 복리나 선택권을 무시한 채 家의 유지와 계승이라는 관념에 뿌리박은 특정한 가족관계의 형태를 국가가 법으로써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강요하는 것인데, 이는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명령에 위배된다.

호주제가 성립ㆍ유지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은 오늘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한다.

조선후기 가부장제의 이념적 배경은 성리학으로서 성리학의 종법제는 적장자에 의한 제사상속과 가계승계를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었다. 성리학이나 종법적 사상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념이나 지도원리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그에 기초한 조선후기의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오늘날 현대가족

의 표본이 될 수는 없다.

조선후기와는 사회ㆍ경제적 환경도 완전히 바뀌었다. 가부장제의 경제적 토대는 농경사회였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산업화의 진전은 우리 사회를 크게 변모시켰다. 농업중심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생산관계의 변화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ㆍ정치ㆍ문화 등 모든 면에서 변화를 초래하였다. 도시화의 진전, 핵가족의 정착으로 가족공동체의 모습, 생활원리가 전적으로 달라졌고, 대중교육의 발달, 여성의 사회진출의 증가는 개인적 자유의 중시, 여성의 인권의식을 신장시켰다.

오늘날 가족이란 일반적으로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되는 현실의 생활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대부분의 가족이 그러한 소가족의 형태를 띠고 있다. 프랑스와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나아가 가족이란 자립한 평등한 개인이 그 의사에 의해 자유롭게 선택, 형성해 가는 것이라는 새로운 家族像ㆍ가족관이 등장하고 있다.71)가족의 기능이나 가족원의 역할분담에 대한 의식도 현저히 달라졌고 특히 남녀평등관념이 정착되고 있다. 이제 가족은 한 사람의 가장(호주)과 그에 복속하는 家屬으로 분리되는 권위주의적인 조직이 아니며, 가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서 존중되는 민주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부부의 관계는 물론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대화와 상호 존중의 원리에 의해 형성ㆍ유지되어야 한다는 관념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사회의 분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변화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전형적 가족뿐 아니라 자녀가 없는 부부만의 가족, 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가족(이혼이나 남편과의 사별), 재혼부부와 그들의 전혼소생자녀로 구성되는 가족, 혼전남녀의 동거가족도 있으며, 1인 가구도 많다. 할아버지와 손자녀가 같이 사는 3세대이상 가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 이혼률 증가 등으로 여성이 가구주로서 가장의 역할을 맡는 비율이 점증하고 있다.

호주제와 家제도는 이러한 오늘날의 현실적 가족의 모습과 더 이상 조화되지 않는다. 호주제라는 낡은 법적 외피는 현실적 가족공동체를 질곡하는

장애물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호주제의 존치는 가부장적 사고와 봉건의식을 조장함으로써 민주적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00년 기준 각종 통계]72)

- 도시인구 비중은 1949년 17.2%에서 1995년 78.5%로 급증

- 가구 당 가구원수는 1970년대까지는 5명 대의 분포를 보이다가 1980년대는 4명 대, 1990년대는 3명 대로 감소. 2000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가구원 수는 3.1명, 평균 자녀수는 1.17명

- 3세대 이상 대가족가구는 1966년 25.8%에서 1995년 10.0%로 감소. 반면 1인 가구는 1966년 2.3%에서 2000년 15.5%로 크게 증가(20세 이상의 미혼 및 이혼 증가,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 등이 증가한데 기인)

- 혈연가구 중 핵가족은 82.0%이며, 이중 전형적인 핵가족인 「부부+미혼자녀」가구는 57.8%로 가장 높음. 1995년보다 「부부」가구가 26.2% 증가, 부모부양 직계가족은 5.4% 감소하여 지속적인 핵가족화 양상이 나타남

- 여성 가구주73)는 265만3천명으로 전체가구주의 18.5%를 차지(연령별로는 60세이상인 가구가 33.8%로 가장 많고, 다음은 이혼율이 높은 40-49세 연령층이 19.3%를 보임)

- 이혼가구 수는 55만2천여 가구로 1995년보다 98.9% 증가

- 가구주의 혼인상태를 보면, 유배우 가구주 75.0%, 사별 10.9%, 미혼10.2%, 이혼3.9% 순이며, 1995년 대비 이혼(1.8%p) 및 미혼가구주(0.8%p)는 증가

- 남자가구주는 유배우자가 거의 대부분인 반면, 여성가구주의 50.5%는 사별가구주임

- 부부가구는 1995년보다 26.2% 증가하여 일반 가구중 12.3%를 차지. 가구주 연령별로는 60-69세 노인부부 가구가 30.7%로 가장 많음

- 혼자사는 1인가구는 222만4천 가구로 1995년보다 35.4% 증가. 혼인상

태로는 미혼 43.0%, 사별 35.1%, 유배우 12.0%, 이혼 9.8% 순임. 1995년에 비해 이혼이 116.8%로 가장 크게 증가하였음

가. 이상 본 바와 같이 호주제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그런데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은 호주제의 핵심적 구성부분으로서 호주제라는 법제도와 불가분의 체계적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위 법률조항들은 혹은 독자적으로 혹은 서로 결부하여, 혹은 다른 호주제 관련조항들과의 체계적 연관성을 통하여 호주제를 존속시키며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다. 호주제의 위헌성은 위 법률조항들의 위헌성에 터 잡고 있는 바 크다. 따라서 호주제가 위헌이라는 것에 대한 위에서 본바와 같은 이유는 모두 심판대상조항들에도 타당하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 당사자의 의사와 자결권을 무시한 채 법률로 호주의 지위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에 반한다.

- 호주 지위의 획득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고 있다.

- 당사자의 의사와 자율적 선택권을 무시한 채 신분관계를 일방적으로 형성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에 반한다.

- 정당한 이유없이 父와 母, 夫와 妻를 차별한다.

나. 여기서 민법 제778조의 독자적 위헌성에 관하여 좀 더 상세히 본다.

민법 제778조는 “호주의 정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여기서 호주제가 위헌이라 하더라도 호주제의 내용과 효과를 정하고 있는 개별조항들의 위헌여부는 별론, 단순한 정의규정에 불과한 이 조항 자체에 위헌성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제목과는 달리 단순한 정의조항이 아니다.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등은 호주가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엄연히 실체적 내용과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등에게 법률상 당연히 호주

제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호주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 자체로는 아직 어떤 위헌성도 없지 않느냐는 의문이 또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관련조항과의 불가분의 밀접한 연관 속에서 다음과 같은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호주 지위의 부여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고 있다.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는 호주가 되는데, 이 부분은 호주승계의 순위를 정한 민법 제984조와 결합하여 호주 지위의 승계적 취득에 있어 남녀를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며, 분가제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법정분가에 있어서도 민법 제789조, 제826조 제3항 본문과 결합하여 결혼하는 남자에게 호주의 지위를 취득하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을 뿐, 여성에게는 그러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제도임을 위에서 이미 보았다.

다음으로, 이 조항은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호주의 지위를 강제로 부여함으로써 개인의 존엄성 요구에 반한다.

호주가 되면 家의 대표자로서의 지위, 일가의 계통을 계승하는 자의 지위에 놓이게 되며, 몇 가지 호주로서의 권한도 부여받게 된다. 이는 법률상 무의미한 지위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민법 제778조의 요건이 충족되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상 당연히 호주로 되어, 자신과 가족에 관하여 의미 있는 신분법상의 지위를 선택의 여지없이 강요당하게 된다.

다만, 현행 민법은 호주승계권의 포기를 허용함으로써(민법 제991조) 강제적 호주승계의 제도는 해소되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당연히 승계되는 것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ㆍ개별적으로 포기할 수 있게 한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당사자의 임의를 보장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얼마나 호주승계의 강제성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지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호주승계권을 포기하고자 하는 자는 호적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하는데, 이미 호주승계신고를 한 때, 호주승계인으로 된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호주승계인이 된 날부터 6월이 각 경과한 때에는 호주승계권을 포기하지 못한다. 호적법 제96조의2. 2000년도 호주승계는112,322건임에 반하여 호주승계권 포기는 3,787건, 1999년도 호주승계는 114,895건임에 반하여 호주승계권 포기는 3,703건에 불과하다74)), 그 외의 사유, 즉 분가,

일가창립이나 부흥의 경우에는 호주의 지위가 강제로 부여된다. 임의분가를 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분가할 경우 호주라는 지위가 불가불 수반된다. 그나마 임의분가의 경우엔 분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호주의 지위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지만, 법정분가의 경우에는 그러한 가능성도 없다. 혼인함으로써 법률상 당연히 분가되어(민법 제789조) 호주가 될 수밖에 없다. 당해사건의 제청신청인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였다. 부부 어느 쪽도 호주가 되길 원치 않음에도 그러한 무호주 선택권은 인정되지 않고 夫에게 호주의 지위가 강제되었던 것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더라도 국민의 신분사항을 등록하고 증명할 필요성까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호적(“호적”이 아니라 “신분등록부” 등으로 부를 수 있다. 이하 편의상 그대로 호적이라 부른다)제도는 호주제의 존폐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은 앞에서 본바와 같고, 단지 현행 호적법은 호주제에 의한 가적을 호적편제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적제도 자체의 목적과 이념에 따라 새로운 편제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생길 뿐이다.

신분등록방식은 크게 人籍제도(人別 편제방식)와 物籍제도(사건별 편제방식)가 있다. 전자는 모든 국민에 대하여 一人一籍의 호적을 만들고 그 사람에 관한 모든 신분사항을 집중시켜 기재하는 방식을 말하고(현행 우리 호적제도가 이에 속한다), 후자는 출생, 사망, 혼인, 이혼, 입양 등 신분사항별로 별개의 장부에 따로 등록시키는 방식을 말한다(미국의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인적제도는 특정인의 신분변동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동태적으로 공시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privacy보호의 문제 내지 호적공개 제한의 문제가 생긴다.75)

인적제도는 다시 개인별 편제방식과 가족별 편제방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개인별로 하나의 호적을 편제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가족별로 하나의 호적을 편제하고 그 호적내에 개인별 호적란을 설치하는 방식이다(현행 호

적제도는 여기에 속한다). 양자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개인별 편제방식은 각 개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각자 자기 삶의 대표자라는 이념에 충실하고, 부계혈통주의와 연결된 가족일체관이나 家의식을 불식할 수 있다. 신분변동에 따른 복잡한 移籍 등의 절차가 불필요하다.76)그러나 부부와 친자라도 서로 호적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친족관계 파악이 용이하지 않고, 인구 수 만큼의 호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예산상, 인력상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가족별 편제방식은 가족들의 신분기록이 하나의 호적에 의하여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상호간의 친족관계가 일괄적으로 공시되고, 직계는 물론 방계의 친족관계까지 손쉽고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다.77)그러나 편부모가정, 사실혼가정, 혼인외의 자녀, 재혼가족, 독신생활 등 현실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반영하기 어렵고, 家의식을 불식하기 힘들다(일본의 경우 양성불평등, 혼외자 차별 등의 문제점이 계속하여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78)

호적과 주민등록을 일원화하는 방안도 가능한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79)

가족별 편제방식을 택할 경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편제원리를 보면, ① 새로운 호적의 편제단위는 부부 및 친자를 기준으로 하고, 3대호적금지원칙에 따라 자녀가 혼인하거나 혼인외의 자가 생기면 새로운 호적을 편제한다. ② 호적의 특정은 색출명칭에 의하되, 색출명칭은 호적에 가장 먼저 기재되는 자(호주가 아니라 筆頭者 또는 索引者, 基準人 등으로 부를 수 있다)의 성명을 사용한다. 부부에 대하여 호적이 개설되는 경우 필두자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문제된다(ⅰ부부의 성명을 모두 쓰는 방법, ⅱ부부 중에서 선정한 사람의 성명만 쓰는 방법, ⅲ夫 또는 처의 성명만 쓰는 방법). 이러한 방식에 의할 경우 부부가 호적의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혼인신고에 의하여 부부는 공동으로 신 호적을 개설하며 쌍방 모두 각자의 종전 호적으로부터 신호적으로 이적한다. 子는 부모의 호적이 같을 경우 그 호적에 입적된다. 부모의 호적이 다를 경우나 부 또는 모를 달리

하는 子의 경우에도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처리할 수 있다. 호적의 등재순위는 부부와 친자의 관계에 따라 정해지며, 필두자가 제적되더라도 호적을 다시 편제할 필요가 없고 다른 가족이 있는 한 그대로 존속시키면 된다. 또 필두자가 제적되었다 하여 필두자를 변경할 필요도 없다.80)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호주제가 폐지되더라도 호적법은 그 독자적 원리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이 전개될 수 있다.

가. 민법 제778조,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은 호주제의 골격을 이루며 호주제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핵심요소이므로 이 조항들이 위헌으로 되면 호주제 및 家제도는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조항들에 대한 위헌결정만으로도 실질적으로 현행 호주제는 폐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나. 호주제에 대한 단순위헌 결정시, 호주를 기준으로 家別로 편제토록 되어 있는 현행 호적법이 당장 무실하게 되어(현행 호적법이 호주제에 부종성을 가지고 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호주제가 없어진 마당에 절차법인 호적법에서 호주제의 존재를 전제로 호주를 기준으로 호적을 편제할 수는 없다), 신분관계를 공시ㆍ증명하는 공적 기록에 큰 공백이 생기므로, 호적법 정비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호주’라는 용어가 들어가는 법령도 130여개가 된다고 하는 바, 이의 정비도 필요하다.

호주제 규정들이 전면 효력상실되었을 때 子의 출생과 혼인의 경우를 예로 들어 호적처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본다.

현재로는 子가 출생하면 ‘子가 입적할 家의 호주의 성명 및 본적’을 기재함으로써 父의 家에 입적된다(호적법 제49조 제2항 제5호,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후단). 그러나 호주제가 폐지(이는 곧 家의 폐지를 의미한다)된 상태에서 태어난 子는 더 이상 父家에 입적되지 않으며, 따라서 父가 호주인 家의 가족원이 될 수도 없다(그렇다고 母家에 입적되거나 독립된 籍을

가질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결국 子는 無籍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남녀가 혼인하더라도 분가가 되지 않아 어느 누구도 호주가 될 수 없고, 처는 그 夫의 家에 입적하지 않게 되어 새로운 부부공동체를 호적상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각자 혼인전의 호적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미치지 않는 한 기존의 호적부 기재는 유효할 것이므로).

이러한 법적 상태는 신분관계의 중요한 변동사항을 호적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서 중대한 법적 공백을 의미한다. 호주제를 전제하지 않은 새로운 호적정리체계로 호적법을 개정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그 동안 국민들의 신분관계의 변동사항을 방치할 수는 없고, 현행 호적법의 적용에는 반드시 호주제가 전제되므로 부득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호적법 개정 시까지 호주제를 잠정 적용하여야 한다.

위 결정요지에서 본바와 같은 소수의견이 있었다.

가. 동성동본 금혼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에 이어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이념에 반하는 가족ㆍ혼인제도는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온존할 수 없음이 재차 확인되었다.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가족법의 관계, 전통과 민주적 가족제도, 헌법 제9조헌법 제36조 제1항의 관계에 대하여 정리된 입장을 제시하였다.

나. 1960년 민법이 시행된 직후부터 가족법 개정의 논의와 연구는 가족법학계 및 여성단체, 유림을 통해 계속되었고, 이 사건 결정 전까지 호주제의 존폐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중대한 사회문제였다.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으로 인하여 호주제가 폐지됨으로써(2005. 3. 31.

법률 제7427호. “종전 민법의 친족편에 규정되어 있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를 구성하는 호주제도는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이념과 시대변화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폐지”한다는 것이 개정이유였음), 한국 가족법의 역사는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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