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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11. 24. 선고 2003헌마173 결정문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규칙 제15조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김○순

대리인 변호사 차종선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전주시 덕진구 ○○동에 있는 ○○고등공민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다. ○○고등공민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하여 일반 성인 등에게 국민생활에 필요한 중등교육 및 직업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규칙(2001. 5. 26. 교육인적자원부령 제783호) 제15조(이하 ‘이 사건 검정고시조항’이라고 한다)는 3년제 고등공민학교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은 고등공민학교 졸업자는 중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이 인정됨에도 검정고시를 치르도록 한 것은 청구인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03. 3. 6. 이 사건 검정고시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규칙 제15조를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위 검정고시규칙 제15조는 3년제의 고등공민학교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가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를 응시할 때 본인의 원에 의하여 일부 과목을 면제해 주는 규정으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혜택을 부여하는 규정이다. 청구인이 고입검정고시를 응시해야 하는 것은 고등공민학교졸업자

에게 중학교 학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게 중학교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7조 제1항 제2호가 정규 중학교가 아닌 고등공민학교는 학력인정학교로 지정·고시된 경우만 중학교 학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 조항은 ‘중학교 졸업자와 동등의 학력인정’이란 제목으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는 중학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의 학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동항 제2호는 “중학교에 준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서 설립자, 학생정원, 수업일시, 학교시설 등을 고려하여 당해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학교 중 교육감이 지정·고시한 학교를 졸업한 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위 시행령 제97조 제1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라고 한다)로 변경함이 상당하다. 그것이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게 중학교 학력 불인정으로 인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된 헌법적 쟁점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심판 대상의 내용 및 관련 법령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초·중등교육법시행령(2003. 1. 29. 대통령령 제17895호로 개정된 것) 제97조(중학교 졸업자와 동등의 학력인정)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상급학교의 입학에 있어 중학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의 학력이 있다고 본다.

1.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에 합격한 자

2.중학교에 준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서 설립자, 학생정원, 수업일수, 학교시설·설비 및 수익용기본재산을 고려하여 당해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학교 중 교육감이 지정·고시한 학교를 졸업한 자

3. 내지 5. 생략

〔관련법령〕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규칙(1999. 1. 25. 교육부령 제731호) 제15조(고시과목의 면제) ① 3년제의 고등공민학교, 중학교에 준하는 각종학교의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에 대하여는 본인의 원에 의하여 제5조의 고시과목 중 도덕·국어·사회·수학 및 영어 외의 과목의 고시는 이를 면제한다.

제5조(고시과목) 별표와 같다.

필수과목: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5과목

선택과목:도덕, 기술, 가정, 체육, 음악, 또는 미술 중 1과목

초·중등교육법(2005. 1. 30. 법률 제7398호로 개정된 것) 제2조(학교의 종류) 초ㆍ중등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학교를 둔다.

1.삭제 [2004. 1. 29. 법률 제7120호(유아교육법)] (시행일 2005. 1. 30.)

2. 초등학교·공민학교

3. 중학교·고등공민학교

4. 고등학교·고등기술학교

5. 특수학교

6. 각종학교

제44조(고등공민학교) ① 고등공민학교는 중학교과정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취학연령을 초과한 자 또는 일반 성인에게 국민생활에 필요한 중등교육 및 직업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② 고등공민학교의 수업연한은 1년 내지 3년으로한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2003. 1. 29. 대통령령 제17895호로 개정된 것) 제43조(교과) 법 제23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교과는 다음 각 호와 같다.

2.중학교 및 고등공민학교: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기술·가정, 체육, 음악, 미술 및 외국어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교과

제45조(수업일수) 법 제24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수업일수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 학교의 장이 정한다.

2.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고등기술학교 및 특수학교(유치부를 제외한다):매학년 220일 이상. 다만, 학교의 장은 천재·지변이나 주 5일 수업의 실시, 연구학교의 운영 또는 제105조의 규정에 의

한 자율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 10분의 1의 범위 안에서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다.

3. 공민학교 및 고등공민학교:매학년 170일 이상

2. 청구인의 주장 및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고등공민학교는 중학교 과정의 교육을 받지 못한 자 또는 일반 성인에게 중등교육 및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초중등교육법에 의하여 정식으로 설립·인가된 학교이고 더욱이 청구인이 재학중인 ○○고등공민학교는 교사의 자격, 수업연한, 연간 수업일수 등 교육과정이 일반 중학교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공민학교를 졸업한 자에 대하여 중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없이 고등공민학교 졸업자를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2) 3년의 중학교 교과과정을 모두 마친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 대하여 학원생이나 중도 탈락자들이 응시하는 검정고시에 응시하라고 하는 것은 교육의 기회 균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된다.

나.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의견

(1) 심판대상인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규칙 제15조는 고등공민학교졸업자의 중학교 졸업학력인정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다. 위 규정은 중학교 졸업학력인정을 받지 못하는 3년제 고등공민학교졸업자 및 졸업예정자가 고등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에 응시할 경우 총8개 과목 중 도덕, 국어, 사회, 수학, 영어 외의 과목을 면제함으로써 보다 용이하게 중학교 졸업학력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위 규정에 의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

(2)중학교는 “초등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 실시를 목적으로 하고 학령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연결되는 기간학제에 속하고 수업연한은 3년, 수업일수는 연간 220일 이상이다. 이에 대하여 고등공민학교는 “중학교 과정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취학연령을 초과한 자 또는 일반 성인에게 국민생활에 필요한 중등교육 및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방계학제에 속하고 수업연한은 1년 내지 3년, 수업일수는 연간 170일 이상이다. 이와 같이 고등공민학교는 중학교와 그 설립목적, 교육대상, 수업연한, 수업일수 등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제도상의 차이로 인해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게 중학교 졸업학력이 인정되지 않는바 이는 그 목적과 방법에 있어 정당한 합리적인 차별로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우리 나라 학교교육 및 학력인정제도 개관

가. 학교교육제도

(1)1949년 12월 31일 제정·공포된 교육법은 초등(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이하 ‘정규학교’라고 한다)로 이어지는 학교교육을 교육체계의 기본으로 삼고 학령을 기준으로 교육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하였다. 또한 정규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취학연령을 초과한 국민 및 기타 경제적 여건 등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국민을 위해 정규학교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인 공민학교, 고등공민학교, 기술학교 및 고등기술학교를 두었고 한편,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및 종교·문화 등의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2)이 사건에서 문제된 공민학교와 고등공민학교는 1950년대 및 1960년대 전쟁과 혼란, 가난과 무관심속에서 학교교육에서 소외되었던 국민들에게 국문 해득과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이후 1970년대 및 1980년대에도 사회적·경제적 사정으로 학교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성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줌으로써 정규학교교육체계를 보충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1960년대까지 공민학교와 고등공민학교는 전국적으로 수백개에 이르렀고 학생수도 수만명에 달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국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향상되고 의무·무상교육이 중학교과정까지 확대되는 등 교육환경 및 교육정책의 변화와 더불어 초·중학교가 증설되고 이의 수혜자가 늘어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민학교·고등공민학교에 대한 수요는 점차 감소되어 그 수가 줄어들었고 정규학교교육제도를 보완하는 기능도 미미해졌다. 현재 공민학교는 1개(3학급, 80명), 고등공민학교는 4개(총11학급, 147명)에 불과하다(2004년 11월 기준).

(3)위와 같은 학교교육제도는 내용면에서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그 기본골격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만 교육법은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체계와 내용을 정비해야만 했고 변화하는 교육환경을 법제적으로 뒷

받침할 필요성이 생겨 1997년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으로 3분하여 신설되고 교육법은 폐지되었다. 현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규율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이고 동법이 공민학교, 고등공민학교 및 고등기술학교도 함께 규율하고 있다. 나아가 동법은 배움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특수분야의 전문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등), 특정분야의 인재양성 또는 체험위주학습을 위한 특성화중·고등학교(대안학교), 근로청소년을 위한 산업체부설 중·고등학교 및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4)한편, 국민의 평생학습을 도모하고 교육소외계층의 사회적응력 향상을 통한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평생교육체제를 도입한 평생교육법이 1999년 제정되었다. 특히 정규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국민들에게 정규학교 형태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학교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력이 인정된 평생교육시설은 전국에 총 43개이고 이 가운데 14개 학교가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을 병설·운영하고 있으며 모두 700개 학급이 개설되어 있다(2004년 11월 기준). 교육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학교교육제도를 보완하려는 초·중등교육법상의 고등공민학교나 고등기술학교의 기능은 거의 상실되었고 그 대신 현재는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 학교교육제도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학력인정제도

(1)학력은 개인에게는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각종 자격시험의 응시자격인 동시에 직업선택 등 삶에 있어서 중요한 조건(요소)이 되는 일종의 법적 지위이고, 한편 국가에게 있어서 학력인정제도는 능력에 따라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국민 각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신장하고 인격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권을 실현하고 보장하는 토대가 된다. 국가는 위와 같은 학력인정제도의 취지에 맞게 학력 미취득자의 학력취득을 지원·독려함으로써 기본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도록 공평하고 적절하게 운용해야할 의무가 있다.

(2)우리 나라의 학력인정제도는 원칙적으로 정규학교교육에 기반을 두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각 단계별로 교육목표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당연히 학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규학교 이외의 학교는 가사 교육과정이 같더라도 학력을 인정하지 않고, 학력인정학교로 지정받아야만 학력을 인정한다. 교육과정의 이수와 학력인정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공민학교, 고등공민학교, 고등기술학교(이하 ‘고등공민학교 등’이라고 한다)와 같은 이른바 비정규학교가 학력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정원, 수업연한, 수업일수 등 교육과정과 학교시설 등이 각기 그에 상응하는 초·중·고등학교의 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학력인정지정규칙 제3조). 마찬가지로 평생교육법상의 평생교육시설이 학력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정원·수업연한·수업일수, 교육과정·교원자격 및 학교의 시설·설비 등이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에 준하는 각종학교의 설립·운영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평생교육법시행령 제10조).

(3)한편, 정규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력인정학교를 졸업하는 것 외에 당해 교육과정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해 주는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검정고시과목은 각기 해당 학력에 상응하는 초·중·고등학교의 교과목과 거의 같다. 검정고시응시자가 학령기의 청소년인지 학령을 초과한 성인인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정규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만을 측정·평가한다고 할 수 있다. 비정규학교의 학력인정기준과 마찬가지로 검정고시를 통한 학력인정기준도 당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즉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학력인정기준에 대하여는 정규학교교육을 전제로 한 학령기 청소년에 대하여는 타당하지만 이미 적령기에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에게는 기준을 달리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력인정의 기준, 특히 성인 미학력자의 학력취득 내지 학력인정의 기준을 무엇으로 하고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입법자가 정규학교 이수자에 비하여 미학력자의 학력취득을 지나치게 어렵게 하거나 자의적인 잣대로 학력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적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4. 이 사건 시행령규정의 위헌 여부

가.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청구인은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게 중학교 학력을 인정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자신의 교육을 받을 권리(제31조 제1항), 행복추구권(제10조) 및 평등권(제11조)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헌법 제3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교육 영역에서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의 기회균등을 의미한다. 국민 누구나가 교육에 대한 접근 기회 즉, 취학의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함을 뜻한다.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국가로 하여금 능력이 있는 국민이 여러 가지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재정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국민에게 취학의 기회가 골고루 주어지게끔 그에 필요한 교육시설 및 제도를 마련할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직접 특정한 교육제도나 교육과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자신이 이수한 교육과정을 유사한 다른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과 동등하게 평가해 줄 것을, 즉 동등 학력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교육에 대한 기회균등 보장이 교육과정에 대한 동등한 평가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 청구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행복추구권은 심판대상이 개별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포섭되지 않을 경우 보충적으로 그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포괄적·보충적 기본권이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는 개별 기본권인 평등권이 문제되므로 이에 대하여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

끝으로 평등권에 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중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인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 대하여 중학교 졸업학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사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 대하여 그에 동등한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취급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은 헌법 제11조 평등권만이 문제된다. 아래에서는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하여 본다.

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

(1)국가는 교육제도를 마련하여 국민 모두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고 인간다운 문화생활과 직업생활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주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교육대상, 교육기관, 교육과정 및 학력인정 등 교육제도의 내용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상황, 시대적 요구 및 국가의 재정능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하고 선택해야할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 대하여 중학교 학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도 고등공민학교의 설립목적, 학교의 시설 및 설비, 수업연한 및 연간 수업일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교육자들의 예상되는 학업성취도를 평가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입법자가 같은 중학교 과정인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중학교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입법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게 중학교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에 대하여 본다.

(2)초·중등교육법상 고등공민학교는 중등교육을목표로 하고 중학교와 교과목이 동일한 중학교과정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고등공민학교는 중학교와 차이가 있다.

먼저 입법연혁으로 볼 때 중학교는 학령기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규교육과정이지만, 고등공민학교는 중학교 과정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취학연령을 초과한 국민 내지 일반 성인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주기 위하여 만들어진 이른바 비정규 교육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입법자는 중학교에 대하여는 학생정원, 수업연한, 수업일수 및 학교시설 등의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하였지만 고등공민학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수업연한, 수업일수 및 시설기준을 중학교보다 완화하여 학교설립을 쉽게 하고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고등공민학교의 교육여건과 교육수준은 중학교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고등공민학교 이수자에 대하여 곧바로 중학교 학력을 인정할 수 없었다. 이런 입법태도는 교육법이 시행된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어져 오고 있다.

(3)현행 초·중등교육법도 위와 같은 입법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고등공민학교는 중학교에 비하여 설립요건(주체 및 인·물적 시설), 법정 수업연한 및 연간 수업일수에서 차이가 난다. 중학교의 설립 주체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소유하는 ‘학교법인’이어야 하지만 고등공민학교의 설립 주체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소유나 학교법인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학교의 수업연한은 3년인데 반하여 고등공민학교는 1년 내지 3년이다. 중학교의 수업일수는 매학년 220일 이상임에 반하여 고등공민학교는 매학년 170일 이상이다. 또한 학교의 수업은 주간(晝間)·전일제(全日制)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야간·계절·시간수업이 허용되지만, 대부분의 고등공민학교는 현실적인 이유로 야간·시간수업이 행해진다. 나아가 학교시설의 설립기준도 차이

가 있다. 중학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교원수, 교사(교실·도서실 등 교수 및 학습활동에 직·간접으로 필요한 시설) 및 체육장(운동장 등) 등이 일정 기준 이상을 갖추어야만 하지만 고등공민학교에 대하여는 이를 완화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차이가 말하는 것은 고등공민학교의 교육시설, 교육재정 등 교육여건이 중학교보다 열악하고 교육시간도 중학교보다 적다는 것을 뜻하며 궁극적으로 고등공민학교의 교육의 질과 양이 중학교보다 뒤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의 학업성취도와 중학교 졸업자의 학업성취도를 동등하게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물론 열악한 교육시설 및 적은 수업시간에도 불구하고 고등공민학교의 학생과 교사의 배움에 대한 열의와 노력이 강해서 중학교 이수자 보다 교육효과가 더 클 수도 있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는 더 나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학교에 비하여 객관적인 교육여건이 미흡하고 수업시간이 모자란다면 교육효과, 즉 학업성취도가 동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이에 입법자는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 대하여 중학교 학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학력검정평가를 통하여 학력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입법자는 중학교과정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교육인프라(시설 및 수익용 재산 등)를 갖춤으로써 중학교 과정과 동등한 정도의 학업성취도를 이룩할 수 있는 고등공민학교에 대하여는 학력인정학교로 지정·고시받을 수 있도록 하여 중학교 과정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고등공민학교가 학력인정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차별취급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2001. 1. 31. 교육인적자원부령 제779호로 개정된 것, 학력인정학교지정규칙 제3조).

이러한 입법례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상 방송통신고등학교는 고등학교에 병설할 수 있는 고등학교과정이지만 이를 수료하더라도 곧바로 고등학교 졸업학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고등학교졸업학력인정평가시험을 통과해야만 학력을 인정한다(방송통신고등학교수료자의고등학교졸업학력인정평가시험규칙). 마찬가지로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중·고등학교 과정의 평생교육시설도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에 준하는 각종학교의 설립·운영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학력인정시설로 지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앞에서도 보았다(평생교육법 제20조 제1항·제2항·제3항).

그런데 이와 같이 학력인정기준을 정규학교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할 수 있는 인적·물적 조건의 구비 여부, 즉 ‘학업성취도’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는 그것이 가장 합목적적이고 적절한 것인가에 대하여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위와 같은 기준을 완화하거나 다른 기준으로 대체하는 것이 학력인정제도의 취지에 보다 더 합목적적이고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가장 합목적적이고 가장 최적의 기준인지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은 교육제도 및 학력인정에 관한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갖고 있는 입법자의 몫이다. 우리 재판소는 입법자의 이러한 결정과 선택이 명백하게 자의적인 것이거나 잘못된 것이 아닌 한, 가장 합목적적이지 않다거나 최적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무효화하거나 보다 더 효과적인 기준으로 대체할 것을 명할 수 없다. 그와 같은 것은 헌법이 우리 재판소에게 준 권한 밖에 있는 것이다.

(5)살피건대 어떤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정규학교를 이수한 것과 같은 동등한 학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당해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 교육기관의 시설 및 설비, 학업성취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 고등공민학교는 교육시설뿐 아니라 수업연한, 연간 수업일수 등 교육과정 전반에서 중학교와 차이가 있다. 이는 고등공민학교과정을 이수한 자들에게 중학교 과정 이수자와 동등한 정도의 학업성취도를 보장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고등공민학교 졸업자에 대하여 곧바로 중학교 졸업학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학력검정평가를 통하여 학력을 인정하더라도 거기에는 위와 같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함으로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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