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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11. 24. 선고 2004헌가28 공보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단서 제5호 위헌제청]
[공보(제110호)]
판시사항

가.‘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라는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제5호(2001. 12. 31. 법률 제6565호로 일부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의 법문이 명확성원칙을 위반하고 있는지 여부(적극)

나.위와 같은 경우에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

소하도록 하는 것이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규정의 법문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를 필요적 운전면허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범죄행위’란 형벌법규에 의하여 형벌을 과하는 행위로서 사회적 유해성 내지 법익을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자동차등을 살인죄의 범행 도구나 감금죄의 범행장소 등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주된 범죄의 전후 범죄에 해당하는 예비나 음모, 도주 등에 이용하는 경우나 과실범죄에 이용하는 경우에도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자동차는 생업의 수단 또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일상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그 운행과 관련하여 교통관련 법규에서 여러 가지 특례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를 보면, 이 사건 규정의 범죄에 사소한 과실범죄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이 범죄의 중함 정도나 고의성 여부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동차 등을 범죄행위에 이용하기만 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그 포섭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으로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나.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는 신체적 조건이나 도로교통과 관련된 법령 등에 대한 지식 및 자동차의 운전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도로에서의 자동차 등의 운전행위를 허가해 주는 것인데, 만약 자동차 등을 운전면허 본래의 목적과 배치되는 범죄행위에 이용하게 되면 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협이 될 것이므로 자동차 등을 교통이라는 그 고유의 목적에 이용하지 않고 범죄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것은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과 동시에 차량을 이용한 범죄의 발생을 막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은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하기만 하면 그 범죄행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그러한 범죄행위를 행함에 있어 자동차 등이 당해 범죄 행위에 어느 정도로 기여했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는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하고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경우까지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규정에 의해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2년 동안은 운전면허를 다시 발급 받을 수 없게 되는바, 이는 지나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법익균형성원칙에도 위반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규정은 직업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조대현의 합헌의견

이 사건 규정 중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란 자동차등을 직접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될 수 있으므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규정으로 인해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2년간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를 직접적인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성이 매우 크고 죄질도 지극히 불량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하였다고 하여 자동차를 직접적인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한 사람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참조판례

가. 헌재 2004. 7. 15. 2003헌바35 등, 판례집 16-2, 77

헌재 1990. 4. 2. 89헌가113 , 판례집 2, 49

헌재 2000. 2. 24. 98헌바37 , 판례집 12-1, 169

헌재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나. 헌재 2004. 5. 27. 2003헌가1 등, 판례집 16-1, 670

헌재 1995. 11. 30. 94헌가3 , 판례집 7-2, 550

헌재 2000. 6. 1. 99헌가11 등, 판례집 12-1, 575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04구단1981 자동차운전면

허취소처분취소

주문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제5호(2001. 12. 31. 법률 제6565호로 일부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는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제청신청인은 2003. 8. 12. 서울 동대문구 ○○동 136의 235 소재 ○○렌트카 사무실 앞 도로에서 강원70허○○○○호 그레이스승합차에 김○옥을 강제로 태우고 안양시 ○○동 1042 국민은행 앞 노상까지 약 20킬로미터를 운행하여 동인을 감금하였다는 이유로 2003. 10. 2.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제5호에 의하여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제1종보통, 제1종특수(레커), 제2종보통, 제2종원동기장치자전거 자동차 운전면허를 2003년 9. 6.자로 취소당하였다.

(2)제청신청인은 위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나 행위태양 및 제청신청인의 구체적 불이익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하여진 것이라 하여 2004. 3. 5.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2004구단1981호)을 제기하는 한편, 위 도로교통법 규정이 명확성원칙 등을 위반하는 규정이라 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동 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 들여 2004. 9. 24. 헌법재판소에 위 규정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도로교통법(2001. 12. 31. 법률 제6565호로 일부 개정되고 2005. 5. 31. 법률 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제5호(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78조(면허의 취소·정지) ① 지방경찰청장은 운전면허(연습운전면허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하여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 안에서 그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만, 제1호·제2호·제3호(정기적성검사기간이 경과된 때를 제외한다), 제5호 내지 제8호, 제10호·제11호·제13호 및 제14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1.~4. 생략

5.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

6.~17. 생략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서울행정법원의 위헌제청이유

(1) 이 사건 규정은 자동차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의 하나로 막연히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라고만 규정할 뿐 범죄행위의 내용과 범위를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어 국민으로서는 자동차를 어떠한 범죄행위에 이용하여야 운전면허가 취소 또는 정지되는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 사건 규정에서 의미하는 범죄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법률규정이 과도하게 광범위한 경우로서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2) 한편, 이 사건 규정은 도로교통법시행규칙에 그 범죄행위의 내용과 범위를 위임하고 있는바, 기본권제한법률은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에 관한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함이 헌법 제75조의 요청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 규정은 이에 반하여 위임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지 않고 포괄위임을 하고 있다.

(3) 또한 이 사건 규정은 현대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수단인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면허를 취소하는 규정으로 직업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을 제한하는 규정인데, 자동차의 운행을 직업의 수단으로 삼는 국민에게는 특히 생계에 지장을 줄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취소 후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결격기간을 일률적으로 2년으로 규정하고 있고(도로교통법 제70조 제2항 제5호), 일체의 구체적, 개별적 사정을 전혀 고려함이 없이 모두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과도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

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의견

(1) 운전면허취득자는 자동차등을 운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만큼 도로교통법의 목적에 맞게 운전면허를 사용해야 할 의무를 부과 받고 있으므로 부과 받은 목적에 배치되는 용도로 운전면허를 사용하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재를 통해 의무이행을 강제할 필요가 있는바, 차량을 이용하여 살인, 강도 등의 범죄 행위를 저지른 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차량 이용 범죄의 억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2)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에 있어서는 그 구체적인 기준 등을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현재 운전면허취소, 정지처분 개별기준은 매우 다양하여 그 구체적인 기준 모두를 도로교통법

규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한 교통환경은 그 변화가 심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때그때의 교통환경, 국민들의 교통질서의식 및 주요 교통사고 요인 등의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여 새로운 행정처분사유를 신속히 규정할 필요가 있는바, 이에 도로교통법에서는 행정처분의 개괄적인 사유를 규정하고, 그 위임에 따라 시행규칙에서 그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입법기술의 일종으로서 이를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현재 차량이용범죄를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대상 범죄는 다른 범죄와 비교하여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제한되어 있고, 아울러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당사자에게 미치는 불이익 등을 고려하여 차량이용행위가 당해 범죄성립에 필요불가결하거나 차량이용행위가 없었다면 당해 범죄성립이 현저하게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제청법원의 우려와 같이 개별성과 특수성이 일체 배제되는 경우는 없다고 할 것이고, 운전면허 취소로 해당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과 이로 인해 보호받을 수 있는 공익을 비교 형량하더라도 법익의 불균형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제청법원의 이유는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3.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은 본문과 단서 규정으로 나뉘어져 있어 본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경중에 따라 운전면허의 취소나 정지가,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운전면허의 취소가 결정된다. 즉 운전면허 취소의 관점에서 보면, 본문 규정은 운전면허의 임의적 취소사유에 관한 것이고, 단서 규정은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단서에 해당하는 규정으로서 그 사유가 발생하면 중대성 정도에 관계없이 반드시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이므로 본문의 경우처럼 취소와 정지의 사유를 나누는 기준이 필요 없고, 따라서 단서에는 운전면허의 정지와 취소의 기준에 관한 행정자치부령이 적용될 여지가 없을 것이므로 제청법원이 이 사건 규정의 위헌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포괄위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단서 규정은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모든 경우에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것은 너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운전면허 취소 사유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자에게는 직업의 자

유를 제한하게 된다는, 운전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에게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게 된다는 의심을 갖게 하므로 이 사건 규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정으로서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나아가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이 사건 규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법률이란 그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 모든 사람과 모든 개별적인 경우에 대하여 적용되는 일반·추상적 규범으로서 본질상 규율하고자 하는 모든 법적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서술적인 방식으로 그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개념 또는 변화하는 사회현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만 입법자가 개방적인 법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는 법률이 규제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법률해석을 통해 알 수 있도록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2004. 7. 15. 2003헌바35 등, 판례집 16-2, 77, 88).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대하여 요구되는데, 규범의 의미 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헌재 1990. 4. 2. 89헌가113 , 판례집 2, 49; 2000. 2. 24. 98헌바37 , 판례집 12-1, 169, 179). 다만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닌데, 어떤 규정이 부담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수익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 비하여 명확성의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요구될 것이다(헌재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16-17).

(2) 한편, 이 사건 규정의 법문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를 필요적 운전면허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범죄행위’란 형벌법규에 의하여 형벌을 과하는 행위로서 사회적 유해성 내지 법익을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의 범죄행위에는 예비나 음모는 물론이고 과실범죄도 모두 포함된다 할 것이고, 이러한 범죄에 자동차등을 이용하면 운전면허를 취소당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를 살인죄의 범행 도구나 감금죄의 범행장소 등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범행의 모의 장소나 범행에 필요한 도구를 보관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나 목적한

범죄행위가 끝난 후 도주하는 행위에 이용하는 경우와 같이 주된 범죄의 전후에 행해지는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에도 운전면허를 취소당하게 될 것이며, 자동차를 이용하여 과실범죄를 범하는 경우에도 역시 운전면허를 취소당하게 될 것이다.

(3) 그런데 입법자가 이 사건 규정에서 과실범죄와 같은 사소한 범죄에 자동차등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늘날 자동차는 생업의 수단 또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 운행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특례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를 보면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의 운행으로 타인의 신체와 재산에 피해를 주는 것은 틀림없는 범죄행위지만, 이러한 범죄행위는 약간의 부주의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어 그 처벌에 중점을 두게 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형사정책적 고려로서 특례제도를 두고 있다. 예컨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는 원칙적으로는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에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제3조 제1항), 한편,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나 도로교통법상의 업무상과실손괴죄 또는 중과실손괴죄를 범한 경우에는 운전자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제3조 제2항), 또한 가해 운전차량이 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제4조). 이러한 특례 규정은 피해 보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형사처벌을 면하게 하여 자동차의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함으로써 일상생활이 지속적으로 영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이 범죄의 중함 정도나 고의성 여부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동차등을 범죄행위에 이용하기만 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그 포섭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으로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다.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이 사건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그런데 자동차등의 운전과 관련하여 누구에게나 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도로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교통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도로

에서의 자동차등의 운전은 금지되지만, 만약 일정한 자격의 취득으로 도로교통에 위험과 장해를 줄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면 행정청은 이의 금지를 해제하여 자동차등을 운전할 수 있도록 허가하게 된다. 이것이 운전면허제도이다(제68조). 이러한 자동차 운전 자격은 도로의 안전한 운행을 방해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언제든지 일정한 절차를 밟아 그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는 운전자가 장차 자동차 운전으로 인하여 인적, 물적 침해를 가할 위험성이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행위자에게 적성 흠결이 나타날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여 운전 부적합자에게 행해진다.

(2) 한편, 자동차 운전에 적성 흠결이 나타나 이미 운전면허를 취득한 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고자 할 경우라도 운전면허의 취소가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 그 운전면허를 취소하여 운전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자에 대해서는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고, 운전을 업으로 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게 되는바, 이러한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기본권제한 입법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입법으로 인한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될(헌재 2004. 5. 27. 2003헌가1 등, 판례집 16-1, 670, 684-685) 것이다.

(3)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는 신체적 조건이나 도로교통과 관련된 법령 등에 대한 지식 및 자동차의 운전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도로에서의 자동차등의 운전행위를 허가해 주는 것으로 운전면허 취득자는 자동차등을 운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음과 동시에 도로교통법상의 목적에 맞게 운전을 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 운전면허를 본래의 목적에 배치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제재로서 운전면허를 취소할 필요성이 있다. 현대 생활에 있어 자동차는 일상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준 반면에, 각종 범죄에도 이

용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도 있는데, 만약 자동차등을 도로교통법 및 운전면허 본래의 목적과 배치되는 범죄행위에 이용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협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이 자동차등을 교통이라는 그 고유의 목적에 이용하지 않고 범죄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여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유발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과 동시에 차량을 이용한 범죄의 발생을 막고자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것은 그 목적이 정당하다 할 것이다.

또한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당하게 되면 일정 기간 동안 운전면허의 취득이 금지되기 때문에 자동차등을 이용한 범죄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면허의 취소는 자동차등을 운전하는 일반 국민에게도 그 불이익을 사전에 경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므로 자동차등의 이용 범죄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어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적합한 측면이 있다.

(4) 그러나 한편, 어떤 법률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어느 정도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임의적 규정으로 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필요적 규정으로 법의 목적을 실현하려 한다면 이는 비례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헌재 1995. 11. 30. 94헌가3 , 판례집 7-2, 550, 560; 2000. 6. 1. 99헌가11 등, 판례집 12-1, 575, 582).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하기만 하면 그 범죄행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그러한 범죄행위를 행함에 있어 자동차등이 당해 범죄 행위에 어느 정도로 기여했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는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하고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경우까지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물론 자동차등이 경우에 따라서는 흉악 범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고, 이것이 범죄의 도구로 이용될 때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이나 공포는 극에 달할 수 있으며, 그 피해 또한 심각하여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때로는 현저히 교통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자동차등이 흉악 범

죄에 이용되거나 법익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한 경우 등에는 그 운전면허를 반드시 취소하여 일정기간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그 경중에 따라 제재의 정도를 달리할 수 있는 여지없이 모든 경우에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제재에 해당한다. 입법자는 이 사건 규정에서 자동차등이 이용된 범죄의 경중 등에 따라 그 제재의 정도를 달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거나 또는 반드시 운전면허의 취소가 필요한 범죄를 한정하여 취소하도록 함으로써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이 사건 규정과 같이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하기만 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기본권 침해의 최소침해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5) 또한 현대생활에 있어서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자동차등의 운행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자에게는 생계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중대한 제약이 되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자동차가 대중교통의 필수적인 수단인 현실에서 심대한 불편을 주게 될 것인데, 이 사건 규정은 자동차등이 범죄행위에 이용되기만 하면 모두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여 2년 동안은 운전면허를 다시 발급 받을 수 없게 하고 있는바(제70조 제2항 제5호), 이는 이 사건 규정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지나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법익균형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6)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직업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의 합헌의견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 중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란 자동차등을 직접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될 수 있으므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헌법상의 적법절차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사건 심판대상인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제5호가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의 기준을 도

로교통법시행규칙에 위임하고 있는 것은 제청법원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다.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본문 중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하여” 부분은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의 본문과 단서에 모두 적용되는 규정이다. 그 본문에서는 운전면허의 취소·정지 여부를 임의적인 것으로 규정하면서 취소기준과 정지기준을 모두 위임하였지만, 그 단서에서 특정한 11개 사항에 대해서는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규정하면서 취소기준만 위임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 역시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 중 하나에 해당된다. 이러한 법률의 위임에 따라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53조 제1항 별표 16 제9호에서 자동차등을 이용한 범죄행위 중에서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의 기준으로 삼을 범죄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고, 그 기준으로 열거된 범죄들은 국가보안법위반죄, 살인·사체유기·방화, 강도·강간·강제추행, 약취·유인·감금, 집단교통방해 등으로서 모두 중대한 범죄들이다. 이러한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자동차를 이용한 경우에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기준을 세웠다고 하여 헌법상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의 위임의 취지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기준에 대하여 대법원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기준에 불과하고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법규적 효력은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3두3017 판결 등). 따라서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를 행정자치부령에 위임한 것도 포괄위임으로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라고 규정함으로써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의 대강을 “자동차등을 직접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한 경우”로 범위를 한정하여 위임하였고, 운전면허 취소의 “기준”을 위임하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2년간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를 직접적인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성이 매우 크고 죄질도 지극히 불량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자동차를 직접적인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한 사람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동차의 이용과 운전면허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자동차를 범죄 실행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한 사람의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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