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법정형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2호로 개정되고, 2004. 12. 31. 법률 제73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특경법’이라 한다) 제5조 제4항 중 제1호 및 제2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다.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른 범죄와 관계에서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지 여부(적극)
라.종전에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일부에 대하여 합헌결정이 있었음에도 판례를 변경한 사례
결정요지
가.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입법재량은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으며,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입법은 용납될 수 없다.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의 원칙에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융기관 임⋅직원의 부정부패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함으로써 국가경제가 어려움이 처하였을 때 제정되었고, 공무원이 아닌 금융기관의 임⋅직원도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됨을 전제로,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범하
는 특정경제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방법으로 잠재적인 범죄자에 대한 위하를 통하여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초의 목적이었던 일반예방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1호 부분은 수수액이 5,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바, 이는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의 경우에도 작량감경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부당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2호 부분도 수수액이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인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작량감경을 하지 않으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어, 실무상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재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통한 일반예방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수범자들에게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형사정책적으로도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행위 불법의 크기와 행위자 책임의 정도를 훨씬 초과하는 과중하고 가혹한 형벌을 규정한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다.현대 사회에서는 국가기관 이외에도 공적인 성격을 가진 기관, 단체의 활동이 증대하고 있고, 그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공공의 이익에 직, 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 직무의 공정성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도 매우 큰 영역의 종사자들에 대하여는 그 직무에 관해 공무원에 준하는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고, 이러한 기관, 단체의 종사자들의 직무에 관한 뇌물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그 직무집행의 공정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그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변호
사, 파산관재인, 공인회계사 등의 수재죄의 법정형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과중할 뿐만 아니라, 최근 이 사건 법률조항과 동일하게 수뢰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던 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이 개정됨에 따라 금융기관의 임⋅직원으로서는 일정한 경우에는 오히려 공무원보다도 더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참조판례
가.헌재1992. 4.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232
헌재2003.11.27. 2002헌바24 , 판례집 15-2하, 242-243, 252-253
당사자
제청법원 대법원
당해사건 대법원 2005도874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주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2호로 개정되고, 2004. 12. 31. 법률 제73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4항 중 제1호 및 제2호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당해 사건의 피고인 이○규는 ○○은행 ○○지점 차장으로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면서 ① 이○서의 청탁을 받고 미분양 빌라 24세대를 담보로 16억 원 상당을 대출해 준 대가로 7회에 걸쳐 합계 금 6,900만 원을 교부받고, ② 이○풍으로부터 20억 원 상당의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 대가로 4회에 걸쳐 합계 금 2,250만 원을 교부받았다는 공소사실로 인천지방법원에 기소되었는데, 위 법원은 2005. 6. 23. 위 ①의 행위에 대하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2호로 개정되고, 2004. 12. 31. 법률 제73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특경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제4항 제1호를, 위 ②의 행위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5조 제1항, 제4항 제2호를 각 적용하여, 징역 5년에 처하고 9,150만 원을 추징한다는 판결(2005고합133)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2005. 11. 2.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2005노1455)을 선고하였으며, 대법원은 상고심(대법원 2005도8744) 계속 중인 2006. 2. 27. 특경법 제5조 제4항 중 제1호 및 제2호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위헌제청결정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 대상은 제청법원에 의하여 위헌제청된 법률조항인 특경법 제5조 제4항 중 제1호 및 제2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하고, 제1호와 제2호를 특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1호 부분’,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2호 부분’으로 표시한다)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경법 제5조(수재등의 죄)①금융기관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 기타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금융기관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삼자에게 금품 기타 이익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한 때에는 제1항의 형과 같다.
③금융기관의 임·직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소속 금융기관 또는 다른 금융기관의 임·직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에 관하여 금품 기타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제1항의 형과 같다.
④제1항 내지 제3항의 경우에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금품 기타 이익의 가액(이하 “수수액”이라 한다)이 1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
처벌한다.
1.수수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수수액이 1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특경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개정 1988. 12. 31., 1998. 1. 13., 2001. 3. 28., 2002. 12. 5., 2004. 12. 31.>
1.“금융기관”이라 함은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가.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및 은행법 기타 법률에 의한 은행
(나.목 이하 생략)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된 것, 2006. 3. 30.부터 시행, 이하 ‘현행 특가법’이라 한다)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①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개정 1980. 12. 18., 1990. 12. 31., 2005. 12. 29.>
1.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때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가법’이라 한다)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①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개정 1980. 12. 18., 1990. 12. 31.>
1.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수뢰액이 1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 이유
죄질과 행위의 태양 및 위험성이 거의 동일하다고
평가되는 공무원의 수뢰행위에 대하여는 그 처벌법규인 구 특가법 제2조 제1항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되었음에도, 금융기관의 임·직원의 직무에 관한 금품수수를 가중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정되지 아니함에 따라 그 죄질과 행위의 태양 및 그 위험성이 거의 유사한 같은 유형의 두 범죄를 서로 다른 법정형으로 처벌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유죄로 인정되는 때에는 동일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다른 사람에 비해 현저히 중한 형에 처해지게 될 것인바, 이는 형벌 체계상의 균형성을 심히 상실하여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3. 판 단
가. 법정형의 내용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1)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우리 재판소도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1호 부분에 대하여 이미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고한 바 있고,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에 관한 다수의 선례 또한 합헌이라는 결정을 하여 왔다.
(2)그러나, 이러한 입법재량은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으며,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입법은 용납될 수 없다.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의 원칙에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232; 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 판례집 15-2하, 242-243, 252-253 등 참조). 우리 재판소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위 90헌바24 사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소원사건(위 2002헌바24 사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2항 중 협박죄 부분에 대한 위헌제청사건(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 판례집 16-2하, 446-460)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위 각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3)위와 같은 관점에서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과 입법목적을 살펴본 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원칙, 형벌체계상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 등 헌법상의 원리와 가치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과 입법목적 등
(1)이 사건 법률조항은, 1983년 경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관련된 이○희·장○자 사건, ○○사건, ○○은행 사건과 같은 거액의 재산범죄 사건과 거액의 외화도피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기관 임⋅직원의 금품 수수 등 비위 행위에 대하여 엄히 가중처벌함으로써 이에 대처하겠다는 국가형벌권의 의지를 표명하여 1983. 12. 31. 법률 제3693호로 신설된 조항이다. 그 후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경제규모의 확대와 국민법감정의 변천에 따라 구성요건해당금액과 법정형을 현실에 맞도록 조정하기 위해, 1990. 12. 31. 위 조항 본문 중 “200만 원 이상인 때에는”을 “1,000만 원 이상인 때에는”으로 하고, 위 조항 제1호 중 “2,000만 원 이상인 때에는”을 “5,000만 원 이상인 때에는”으로 하며, 같은 호 중 “사형·”을 삭제하고, 위 조항 제2호 “200만 원 이상 2,000만 원 미만인 때에는”을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인 때에는”으로 일부 개정되었다.
(2)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융기관 임⋅직원의 부정부패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함으로써 국가경제가 어려움이 처하였을 때 제정되었고, 공무원이 아닌 금융기관의 임⋅직원도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됨을 전제로,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범하는 특정경제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방법으로 잠재적인 범죄자에 대한 위하를 통하여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
으로 제정된 것이다. 즉, 특경법 제2조 소정의 금융기관이 비록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지만, 특별법령에 의하여 설립되고 그 사업 내지 업무가 공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국가의 경제정책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임·직원에 대하여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청렴의무를 부과하여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 취지가 있고, 이러한 금융기관 임⋅직원의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이 그 보호법익이다.
다.이 사건 법률조항의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원칙 준수 여부
(1) 앞서 본 바와 같이 입법자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재(收財)죄에 대하여 수재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방법으로 잠재적 범죄자들을 위하함으로써 그러한 범죄를 예방하려는 이른바 ‘소극적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제정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금융기관 임·직원의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이라는 중요한 법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1,000만 원 이상의 수재행위와 같이 비난가능성이 높은 범죄에 대하여는 엄한 형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행위불법의 크기와 행위자책임의 정도를 훨씬 초과하는 과중하고 가혹한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서 위헌이라는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2) 무엇보다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초의 목적이었던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특별형법에 의한 중벌주의에 의한 범죄억지력의 효과는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고, 역사적으로 사소한 절도를 사형으로 처벌한 경우도 있었으나 결코 절도죄의 발생이 근절되지 아니하듯이 중형만이 범죄를 근절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경험에 반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도 예외는 아니어서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재죄의 통계적 수치는 정권 교체나 수사 당국의 의지에 따라 다소의 변동만 있을 뿐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3) 또한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금융기관의 임⋅직원을 공무원에 준하여 처벌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공무원의 수뢰죄에 대한 법정형과 비교하더라도 대만의 예를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는 과중한 것일 뿐만 아니라, 특히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입법례는 우리 나라 이외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4)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1호 부분은
수수액이 5,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바, 이는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의 경우에도 작량감경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부당하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2호 부분도 수수액이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인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작량감경을 하지 않으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어, 실무상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재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통한 일반예방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수범자들에게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형사정책적으로도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 원칙 위반 여부
(1)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생활 관계가 복잡, 다변화됨에 따라 국가기관 이외에도 공적인 성격을 가진 기관, 단체의 활동이 증대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공공의 이익에 직, 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 직무의 공정성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도 매우 큰 영역의 종사자들에 대하여는 그 직무에 관해 공무원에 준하는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고, 이러한 기관, 단체의 종사자들의 직무에 관한 뇌물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그 직무집행의 공정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하여 공무원에 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수재 행위를 금지하는 특별형법의 보호법익은 공무원의 수뢰죄와 마찬가지로 그 직무의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인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공무원의 수뢰죄나 변호사, 파산관재인, 공인회계사 등의 수재죄의 법정형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과중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였고,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의심이 든다.
(2) 먼저 공무원이 아니면서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재죄에 대한 법정형을 보면, 변호사가 판사·검사 기타 재판·수사기관의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
으로 금품 기타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한 행위를 한 경우와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의 비용을 변호사 선임료·성공사례금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변호사법 제110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의 관리위원·조사위원·회생위원·보전관리인·관리인, 고문이나 관리인, 보전관리인·회생위원의 대리인, 파산관재인 또는 감사위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같은 법 제645조 제1항, 제655조 제1항),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의 감사인, 감사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 감사 또는 감사인 선임위원회의 위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같은 법 제19조 제1항),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이와 같이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변호사, 파산관재인, 보전관리인, 감사인 및 공인회계사 등의 수재죄에 대하여는 공무원의 단순 수뢰죄의 법정형과 거의 동일하거나 낮은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고, 그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공공성과 그들의 청렴성 및 불가매수성을 보호할 필요성은 금융기관 임⋅직원과 비교하여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금융기관의 임⋅직원의 수재죄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과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단된다.
(3)다음으로 공무원의 수뢰죄에 대한 법정형과 비교하여 본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헌법 제7조). 이와 같이 헌법에서 공무원의 책무와 신분보장을 선언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공무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고, 특가법이 공무원의 수뢰죄에 대하여 수뢰액에 따라 엄하게 가중처벌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공무원의 지위와 역할에서 연유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무원이 아닌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재죄에 대하여 그 수수액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리성은 금융기관 임⋅직원의 업무가 공
무원에 준하는 공적인 업무라는 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고, 따라서 공무원의 수뢰죄에 대한 법정형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사인의 수재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일응의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무원의 수뢰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과 동일하게 수뢰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던 구 특가법 제2조 제1항이 개정됨에 따라 금융기관의 임⋅직원으로서는 일정한 경우1)에는 오히려 공무원보다도 더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으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수뢰죄와 비교하더라도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4.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함으로써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므로,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그러므로, 이와는 달리 특경법 제5조 제4항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헌재 2005. 6. 30. 2004헌바4 등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