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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6. 11. 30. 선고 2006헌바53 공보 [형법 제347조 제1항 위헌소원]
[공보(제122호)]
판시사항

형법 제347조 제1항 중 “기망하여”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기망’은 사전적 의미로 ‘남을 그럴 듯하게 속임’을 의미하고 대법원의 판례도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어 객관적 해석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 기망행위의 해당 여부는 법원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인을 기준으로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통상의 합리적인 해석기준에 의하여 기망의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참조판례

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

헌재 2004. 7. 15. 2003헌바35 등, 판례집 16-2상, 77, 88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74 판결

대법원 2005. 2. 5. 선고 2005도5789 판결(공2002상, 74)

당사자

청 구 인 손○규

대리인 변호사 강지원 외 2인

당해사건 대법원 2006도1715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인정된 죄명:사기),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

주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47조 제1항 중 “기망하여”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사기 및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2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고 상고심 계속중 위 사건에서 적용된 형법 제347조 제1항 중 “기망하여” 부분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2006. 5. 11. 상고를 기각하고 같은 날 위 신청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06. 6. 9.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바, 이와 관련된 사기죄 부분에 대한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 청구인은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던 자로서, 이○선 등과 공모공동하여, 2003. 5.경 충남 태안군 소재 토지 166,975㎡를 매입하였을 뿐, 자금력이나 사업노하우도 없는 청구인을 비롯한 당해 사건 피고인들로서는 토지를 분양받은 피해자들에게 당장 주택 등을 건축할 수 있도록 대규모 택지를 개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52,000평 규모의 놀이시설, 상가, 펜션, 민속박물관 등이 들어서며 주위에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건설된다.”는 내용의「○○랜

드 개발 예정지」도면과 마치 전원주택단지 및 놀이공원이 당장 조성될 것처럼 그릇된 인상을 갖도록 하는 내용의「○○랜드 개발 프로젝트」라는 홍보 비디오를 제작, 투자자 유치에 활용하고 위 토지 중 일부에 시행중인 어구 건조장 공사를 택지조성공사인 것처럼 보여주어 현장을 방문한 불특정 다수인에게 마치 2003년 말까지는 전체 토지에 대한 택지조성공사를 해 줄 것처럼 오인시킨 후 토지를 매입하게 하는 수법으로 토지를 매도하여 그 매매차액 상당의 이득을 취득하기로 마음먹고, 위 회사 영업사원들을 통하여 주변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위 도면과 비디오를 보여주고 어구 건조장 공사를 택지조성공사인 것처럼 보여주는 방법으로, 토지를 구입하면 마치 2003년 연말이나 늦어도 다음 해 4월까지 주택이나 펜션 등을 건축할 수 있도록 해줄 것처럼 기망하여, 2003. 5.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금 3,941,775,000원 상당을 토지 매매대금 명목으로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형법 제347조 제1항 전체에 대한 심판을 구하고 있으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과 이 사건 심판청구의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형법 제347조 제1항 중 “기망하여” 부분의 불명확성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 달리 사기죄를 처벌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거나 법정형과 관련된 위헌 주장은 전혀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을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47조 제1항 중 당해 사건에 직접 적용되는 부분으로서 청구인이 구체적으로 위헌 주장을 하고 있는 “기망하여”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으로 한정하는 것이 상당하다.

〔심판대상조항〕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2.청구인의 주장 및 법원의 위헌법률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인의 주장

형법 제347조 제1항의 “기망하여” 개념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규율하는 범위도 너무 광범위하여 국민들이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알 수 없어 법집행자들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

을 내용으로 하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제청신청 기각이유

(1)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2)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사기죄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를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형법 제347조 제1항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사기죄의 역사는 로마법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는 하지만 재산죄로서의 사기죄는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19세기에 발달한 현대적인 범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일본 형법을 의용한 구 형법에서부터 현행 형법에 이르기까지 1995년에 법정형 중 벌금형 부분이 5만 환에서 2천만 원 이하로 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구성요건의 변경 없이 계속되어 오고 있다.

나. 헌법 제12조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만일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 따라서 법규범이 불확정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법률해석을 통하여 법원의 자의적인 적용을 배제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얻는 것이 가능한 경우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헌재 2004. 7. 15. 2003헌바35 등, 판례집 16-2상, 77, 88 참조).

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기망’은 사전적 의미로 ‘남을 그럴 듯하게 속임’을 의미하고 형법학계의 해석도 ‘기망’이라 함은 허위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타인을 착오에 빠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지칭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 나라 대법원의 판례도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어(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74 판결 참조), 위에서 살펴본 문언적 의미를 기초로 한 객관적 해석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4호 등 다른 법률의 구성요건에서도 ‘기망’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고, 그 의미는 위에서 본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의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입법자가 기망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재산권 보호라는 보호법익의 온전한 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 하기 어렵고 기망의 내용이 되는 행태가 사회적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되는 동태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입법기술상으로도 현저히 곤란하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기망행위의 구체적인 태양을 유형별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미국의 입법례와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외국 입법례와 같이 기망에 해당하는 행위를 구체적 유형별로 명시하는 것은 명확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입법형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지

만, 어떠한 행위가 기망에 해당하는지를 입법목적, 입법연혁,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통하여 판단할 수 있는 이상, 보다 구체적인 입법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곧바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2000. 2. 24. 99헌가4 , 판례집 12-1, 98, 106 참조). 명확성의 원칙이 언제나 최상의 명확성을 요구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9).

아울러 청구인은 기망행위의 대상에 장래의 사실이나 가치판단을 포함시킬 것인지의 문제, 묵시적 기망행위 및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의 한계에 관한 문제, 어느 정도에 이른 기망행위가 가벌적인지에 관하여 학설과 판례의 견해가 대립되고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먼저, 법원은 기망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나 가치판단의 범위에 관하여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지 여부(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828 판결)와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789 판결)라는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다음, 기망행위의 수단,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일반에게 착오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라면 명시적·묵시적, 작위·부작위를 불문하고 모두 기망행위로 본다는 점에는 학설·판례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가벌적 기망행위의 한계에 관하여 대법원의 판례는 단순히 사람을 착오에 빠뜨리게 하였다는 것만으로 기망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고 적어도 그것이 거래상의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1도1429 판결;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789 판결)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어떤 행위가 기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되 그 행위와 관련된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의 한계를 넘었는가라는 기준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것이고, 이와 같이 통상의 합리적인 해석기준에 의하여 기망의 의미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

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주선회(재판장·주심)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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