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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9. 11. 26. 선고 2008헌바25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308조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08헌바25 형사소송법 제308조 위헌소원

청구인

김○호

대리인 변호사 박훈

당해사건

서울동부지방법원 2007노1060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집단․흉기등상해)등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7. 10. 15.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죄 등으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07고단203), 이에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에(서울동부지방법원 2007노1060) 자유심증주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08조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8. 3. 13. 위 신청을 각하하자, 2008. 4. 1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였다.

(2) 청구인은 2008. 3. 14. 항소심 법원으로부터 제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이에 상고하였으나 2008. 6. 12. 상고가 기각되어(대법원 2008도2621)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일관되지 않고 모순되는 피해자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채용한 것을 비난하여 재판의 당부를 따지는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재판의 내용을 심판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일임한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취지라고 이해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308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08조 (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 각하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모순된 증거의 가치판단을 법관이 마음대로 판단하도록 하고, 심증형성에 어떠한 제약을 두고 있지 않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

고 있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완전히 형해화한다.

(2)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에 아무런 제어를 하지 않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에 의한 재판 참여로 이를 제어하는 등의 다른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각하결정의 요지

이 사건 신청은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는 취지가 아니라 당해 사건 재판부의 증거채부 결정이 위법하다는 취지이므로 부적법하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1) 이 사건 청구는 자유심증주의에 대한 위헌성을 다투는 취지가 아니라 법원의 재판결과를 비난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부적법하다.

(2) 자유심증주의는 과거 법정증거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 사실인정의 합리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서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검사장의 의견 요지

(1) 자유심증주의는 형사소송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자유심증주의가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자유심증주의는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고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자유심증주의가 법관의 자의적 재판의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자유심증주의

(1) 자유심증주의의 의의 및 연혁

이 사건 법률조항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자유심증주의는 법정증거주의에 대립하는 개념이다. 법정증거주의란 증거의 증명력 평가에 법률적 제약을 가하여 일정한 증거가 존재하면 반드시 유죄로 인정하게 하거나(적극적 법정증거주의), 일정한 증거가 없으면 유죄로 할 수 없도록(소극적 법정증거주의)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다. 법정증거주의는 중세 유럽의 규문절차에서 법관의 자의를 배제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천차만별한 증거의 증명력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백을 얻기 위한 고문이 성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프랑스혁명 이후 형사절차의 개혁과정에서 법정증거주의가 폐지되고 자유심증주의가 수립되기에 이르러 자유심증주의는 1808년 프랑스 치죄법에 최초로 명시된 후 독일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대륙법계 형사소송법에 계수되고, 일본과 우리 나라에도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으로 수용되었다.

(2) 자유심증주의의 내용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 즉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의 실질적 가치를 법률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원칙이다. 자유심증주의에 따라서 법관은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할 때에 법률이 규정해 놓은 일정한 법칙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의 합리적 이성에 의하여 사실의 존부에 관한 판단을 하게 된다. 법관은 자유롭게 증거의 취사선택을 할 수 있고, 모순되는 증거가 있는 경

우에 어느 증거를 믿는가도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지며, 법관은 동일증거의 일부만을 취신할 수도 있다. 신빙성이 없는 증인의 증언이라 할지라도 일정 부분의 증언을 골라내어 믿을 수도 있고, 또한 다수증거를 종합한 결과에 의해서도 사실인정을 할 수 있으며,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에 의하여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3) 자유심증주의의 제한

자유심증주의는 증명력 판단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보다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더 적합하다는 합리성에 토대를 두는 것이므로, 법관의 자유판단의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유심증주의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제한이 인정되고 있다.

우선 법관의 사실인정은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법관은 주관적 불신을 이유로 논리법칙, 경험법칙에 부합하는 증거의 증명력을 부인하거나, 반대로 논리·경험법칙에 반하는 증거를 근거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유심증주의는 합리적 심증주의 또는 과학적 심증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헌법 제12조 제2항형사소송법 제283조의2는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헌법 제12조 제7항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불리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지 못하게 하여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를 요구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를 제한하고 있다.

나.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기본권 및 심사기준

(1)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증거의 가치판단을 법관의 자유판단

에 맡겨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완전히 형해화하는지 여부이다.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은 단지 사법절차에의 접근뿐만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즉 사법절차상의 기본권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권리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20 ; 헌재 1998. 12. 24. 94헌바46 , 판례집 10-2, 842, 850 ; 헌재 2005. 5. 26. 2003헌가7 , 판례집 17-1, 558, 566 참조).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형사재판에서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이 합리성 및 적정성이 없는 법관의 자의에 맡겨지는 것이라면 재판청구권, 특히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2) 재판청구권과 같은 절차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권적 기본권 등 다른 기본권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므로,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은 합리성원칙 내지 자의금지원칙이 적용된다(헌재 2005. 5. 26. 2003헌가7 , 판례집 17-1, 558, 567 ; 헌재 1998. 9. 30. 97헌바51 , 판례집 10-2, 541, 550 ; 헌재 1998. 12. 24. 94헌바46 , 판례집 10-2, 842, 851).

그런데 우리 헌법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 방법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 증거의 가치 평가를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원리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의식, 수사 및 재판의 실무관행,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기본골격 등을 종합적으

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7. 8. 21, 94헌바2 , 판례집 9-2, 223, 232 ; 헌재 2005. 5. 26. 2003헌가7 , 판례집 17-1, 558, 567 ; 헌재 2007. 7. 26. 2005헌마167 , 공보 제130호, 874, 875-876 참조).

그러므로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 방법을 결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인지 여부는 입법자의 위와 같은 결정이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것으로서 입법형성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것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자유심증주의는 형사소송에서의 실체진실의 발견에 보다 적합한 증거이론으로서 세계 대부분 국가의 형사재판절차의 핵심원리로 인정되고 있다.

자유심증주의는 법관으로 하여금 증명력 판단에 있어서 형식적 법률의 구속을 받지 않고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인 사실인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법정증거주의의 획일성을 극복하고 사실인정의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게 하며 형사소송이 지향하는 이념인 실체적 진실 발견에 가장 적합한 방책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하여 전문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것이 증거의 가치판단에 있어서 잘못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 자유심증주의란 법관의 자의적인 증거판단과 사실인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사실인정과정을 의미한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31). 그래서 입법자는 자유심증주의가 합리적인 사

실인정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가) 증거능력제도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형사소송법상의 효력규정을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09조(자백배제법칙), 제317조(진술의 임의성),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내지 제316조(전문법칙) 등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이는 증명력의 합리적인 판단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증거들을 처음부터 증명력 판단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를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나) 증거조사과정의 합리화

형사소송법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증거조사를 원칙으로 하고(제294조), 피고인으로 하여금 증거조사의 결과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고(제293조), 당사자들로 하여금 증거조사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제296조 제1항) 규정함으로써 법관의 자의적인 증거조사를 방지하여 합리적 심증형성을 도모하고 있다.

(다) 유죄판결의 증거설시

법관의 합리적인 판단을 담보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은 유죄판결의 판결이유에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의 요지를 명시하도록 규정함(제323조 제1항)으로써, 법관에게 증거의 가치판단에 대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하고 소송당사자와 일반인에 대하여 재판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상급심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3)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유심증주의는 법정증거주의의 불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수립된 형사증거법의 기본원리로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에 적합한 제도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증거의 증명력 판단에 관하여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것이 불합리하다거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형사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4. 결론

형사소송법 제308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9. 11. 2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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