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성왕,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등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9집, 헌법재판소, 2010, p.53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9집)]
본문

- 단체와 관련한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

(헌재 2010. 12. 28. 2008헌바89, 판례집 22-2하, 659)

성 왕*1)

1. 반복입법 여부의 판단기준과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정치자금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2항(이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라 한다)이 반복입법인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정치자금법’으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기부의 제한) ② 누구든지국내ㆍ외의 법인 또는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제30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 ②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 제12조(기부의 제한) 또는 제13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

청구인 신○림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청구인 현○윤은 같은 조합 수석부위원장 겸 정치위원장이었던 자인바, 청구인들은 2004. 1. 중순경부터 같은 해 3. 하순경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총선투쟁기금 명목으로 조합원으로부터 합계 약 1억 2,400만 원을 모금한 후,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에 위반하여, 17대 국회 창원시을 선거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후보자 권영길에게, 위 기금 중 3,200만 원을 두 차례에 걸쳐 선거자금 명목으로 기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청구인들은 1심 재판 계속중 국내ㆍ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및 이에 위반한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처벌하는 같은 법률 제30조 제2항 제5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은 2008. 7. 22.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고, 2008. 7. 24. 청구인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고, 2008. 8. 19.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및 제30조 제2항 제5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규정하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그 의미가 모호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단체’는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자연인을 제외한 모든 행위주체를 포괄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관련’성의 구체적인 범위는 물론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기준에 관하여도 아무런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결국 어떤 자금이 법인이나 단체에 관련된 자금인지 일반인은

물론 법률 전문가조차 예견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2) 정치자금의 기부를 통하여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족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에 반한다. 나아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법인이나 단체가 그 구성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금을 기부하는 것마저 금지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치활동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자유는 헌법 제21조에서 보호하는 정치적 자유권이며, 법인이나 단체가 처음부터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기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모금한 경우에는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이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1)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자금 마련에 관여한 모든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러한 관여 여부의 판단에 관하여는 그 관여 행위 자체,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방법 및 결과, 전후사정 등 전체적 과정을 참작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에 해당하는 자금을 구분할 수 있고, 법률적용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자의가 허용될 소지가 없다. 결국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2) 국민주권주의의 이념, 자연인인 개인이 아닌 단체의 경우 정치권이나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된 단체의 정치적 기본권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장할 것인지 여부는 자연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는 것이고,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하여 그 형태나 방식, 금지 등은 입법자의 판단 내지 입법정책의 재량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3)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음성적인 정치자금 조성이나 단체구성원의 의사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또한 단체의 구성원인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가 허용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규제로서 필요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하며, 보호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정치활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기본권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1. 어떤 법률조항이 위헌 결정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입법목적이나 동기, 입법당시의 시대적 배경 및 관련조항들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실질적 동일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그 규율영역이 위헌 결정된 법률조항과 전적으로 동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노동단체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의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95헌마154)한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규정의 반복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단체’란 ‘공동의 목적 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조직적인 의사형성 및 결정이 가능한 다수인의 지속성 있는 모임’을 말하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의 명의로,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으로서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자산은 물론이고,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집, 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고 할 것인바, 그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에 관한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이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자금 기부로 인하여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인바, 정당한 입법목적 달

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한편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그 방법에 따라 정당ㆍ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방법적 제한의 필요성이 매우 크고,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금지하거나 그 내용에 따라 규제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개인과의 관계에서 불균형적으로 주어지기 쉬운 ‘자금’을 사용한 방법과 관련하여 규제를 하는 것인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개인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에서의 자금모집에 관한 단체의 관여를 일반적ㆍ추상적으로 규범화하여 허용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곤란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충분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덜 제약적 수단이 존재함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한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은 내용중립적인 방법 제한으로서 수인 불가능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닌 반면,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단체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 등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크고 중요하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원칙도 충족된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원칙적으로 국회에 대하여도 미치나, 종전의 위헌결정에서 위헌판단을 하게 된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견해의 근본적인 변화에 기인하는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국회가 종전의 위헌결정의 범위에 속하는 새로운 입법을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이에는 기속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한편 어떤 법률조항이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새로운 입법이 규율하는 영역과 내용이 종전의 위헌결정의 판시와 중첩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노동조합의 표현의 자유 등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부분에서는 종전에 위

헌결정(95헌마154)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종전의 위헌결정 이후 시행된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불법 선거자금 수수 사건을 겪으며, 금전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 왜곡되거나 선거의 공정성이 흔들리는 사태를 막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불법적 정치자금 제공 관행을 근절할 강력한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주권자들의 법적 확신이 변화함에 따라 이 사건 기부금지조항의 입법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기속력이 배제되는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종전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아니하고, 종전의 위헌결정(95헌마154)은 변경되어야 한다.

정치적 활동을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가 그 목적에 따른 정치활동을 하고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로서 보호된다. 나아가 정치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라도 그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단체 또는 구성원의 이름으로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고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정치적 활동도 결사의 자유로서 보호된다. 그런데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정치적 활동을 결사의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단체에 대해서도 적용되는바, 이는 정치적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비정치적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조차 강구하지 아니한 채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으며,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친 정치자금 기부에 대하여도 단순히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과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내용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구분하는 일은 입법형성권을 가진 국회에게 맡김이 상당하므로,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입법개선을 촉구하여야 한다.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단체”라는 개념은 ‘다수인의 지속적 모임’이라는 통상의 이해를 조금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나아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의미도 확정하기 어려우며, 위 조항으로부터 단체와 관련된 자금과 그렇지 아니한 자금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유용한 기준을 도출해내기도 어렵다. 위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1)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정치자금법 제1조).

정치자금의 제공 및 사용에 관하여는 몇 가지 기본원칙(위 법 제2조)이 정해져 있다. 누구든지 정차자금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고(포괄적 규제), 정치자금은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되어야 한다(정치자금 공개). 또한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하여야 하고(정치자금의 부정사용 금지), 일정한 금액을 초과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지출하는 자는 실명이 확인되는 방법으로 기부 또는 지출하여야 하며(실명확인방법에 의한 기부

및 지출), 누구든지 타인의 명의나 가명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정치자금기부의 실명제).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기부에 대한 제한으로서, 행위주체 및 자금원에 관련한 제한(제31조)과 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제32조), 기부의 알선에 관한 제한(제33조)을 규정하고 있고, 정치자금의 모집에 대한 제한으로서, 당비와 후원회에 관한 규정들(제4조 내지 제21조)을 두고 있다. 한편 정치자금 중 선거비용에 관한 부분은 공직선거법이 규율(제119조 내지 제135조의2)하고 있다.

(1) 1965. 2. 9. 법률 제1685호로 제정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자금2)을 기탁함으로써 이를 정당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위 법률 제3조 제1항 본문), 다만 외국인ㆍ외국법인 및 외국의 단체(대한민국국민의 주도하에 있는 외국법인 및 외국의 단체는 예외), 국가 또는 공공단체, 국영기업체ㆍ정부직할 또는 감독하의 단체ㆍ정부가 주식의 과반수를 소유하는 기업체, 금융기관 또는 금융단체, 노동단체, 학교재단, 종교단체의 정치자금 제공은 금지하였다(위 법률 제3조 제1항 단서와 정당법 제35조3)).

(2) 1980. 12. 31. 법률 제3302호로 전부개정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은 전체적으로 그 체제를 정비하였는데,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는 자로 외국인ㆍ외국법인 및 외국의 단체(대한민국 국민의 주도하에 있는 외국법인 및 외국단체는 제외), 국가ㆍ공공단체 또는 특별법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식의 과반수를 소유하는 기업체, 정당법 제17조 단서에서 정하는 언론인4)이 소속된 언론기관 및 언론단체, 노동단체, 학교법인, 종교단체, 3사업연도이상 계속하여 결손을 내고 그 결손이 보전되지 아니한 기업체를 규정(제12조)하였다. 이전의 법과 비교하면, 금융기관 또는 금융단체가 삭제되고, 일정한 언론기관 및 언론단체와 일정한 결손기업이 추가된 것이다.

(3) 위 조항 가운데 ‘노동단체’ 부분 및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구 ‘노동조합법’ 및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조항에 대하여 1995. 5. 23.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이루어졌고(95헌마154), 헌법재판소는 위 청구 직후 정당 이외의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에 대하여 합헌결정(헌재 1995. 5. 25. 95헌마105, 판례집7-1, 826)을 하였다.

그런데 위 95헌마154 사건이 계속중이던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련 조정법’의 시행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하였던 구 ‘노동조합법’ 제12조가 폐지되고, 1998. 4. 30. 법률 제5537호로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선거운동이 허용되기에 이르렀다.

(4) 위와 같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1999. 11. 29.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나머지 정치활동 금지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법개정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각하결정을 하였다(헌재 1999. 11. 29. 95헌마154, 판례집 11-2, 555).5)

(5) 위 재판소의 결정 이후, 2000. 2. 16. 법률 제6270호로 개정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서는,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조항이 삭제되었으며,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직된 단위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에 한정하여 금지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 결과 위 단위노동조합 이외의 노동조합이나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허용되었고, 다만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정치자금의 기부를 위한 별도의 기금을 설치ㆍ관리하도록 하였다(제12조 제2항).

(6) 2003년 하반기 대선자금 수사로 기업의 정치헌금 문제가 사회적으로 쟁점화되었다. 이권과 특혜를 노리는 기업과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치세력간의 정경유착이 또다시 문제되었고, 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된 구 정치자금법은 기업의 정치헌금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하여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절대적으로 금지(제12조 제1항)하였다.6)

입법논의가 마무리 될 즈음 기업 이외의 단체 가운데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금지가 논란이 되었으나, 단체구성원의 의사왜곡 가능성 또는 단체구성원의 참여강제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금지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7)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회사 등 법인이 임원 등 개인을 통해서 정치자금으로 제공함으로써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행위를 규제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에 따라 “법인ㆍ단체의 임원 및 그 가족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안과 “법인ㆍ단체의 임원 및 그 가족은 법인ㆍ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전자의 안은, 개인이 개인의 자산으로 하는 기부까지 금지되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따라 채택되지 못하였고, 후자의 안은, 임원이외의 직원이나 그 밖의 제3자를 이용한 정치자금 기부를 규제할 수 없다는 비판에 따라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과 같이 행위주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어 채택되었다.8)

연방선거법은 국립은행이나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하여 창설된 회사가 어떤 공직선거나 공직선거후보자를 선출하는 예비선거나 정당대회, 간부회의 등과 관련하여 기부나 지출을 하는 것, 회사나 노동조합이 정ㆍ부통령, 상ㆍ하의원, 준주 및 보호령의 대표자 선거와 관련하여 기부나 지출을 행하는 것을 금지하였으나9), 2010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부는 발언자의 기업적 정체성에 근거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고 하여 기업의 정치

자금 지출금지규정에 관하여 위헌판단하였다. 다만 기부의 제한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고, 회사나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는 정치위원회를 통하여 하여야 한다.

정치위원회(political committee)10)가운데 법인이나 노동조합 등이 그 회사로부터 분리하여 설립한 연방선거에 관한 개인헌금을 받는 독립기금을 특히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 PAC)라고 하며, 그 명칭에 연관된 단체의 이름이 함께 들어간다. 이러한 연관정치위원회는, 일반 대중에게서 모금을 할 수 있는 비연관정치위원회와는 다르게 설립단체의 구성원들에게서만 모금을 할 수 있다. 연관정치위원회의 모금과정은 철저히 자발적이어야 하며, 조합의 경우 조합원의 회비를 기부금으로 전환할 수 없다. 또한 기부자에게 거부의 권리에 고지가 있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개인, 기업 및 사회단체 등의 정치자금 기부가 인정되는데, 다만 정치적 성격을 가진 재단으로부터의 기부금, 공익과 자선 또는 종교적 목적에 종사하는 재단으로부터의 기부금, 직업조합이 정당에 전달하기 위하여 모금한 기부금, 특정한 경제적ㆍ정치적 이득을 기대하고 기탁된 기부금, 정당법이 적용되는 범위 밖으로부터의 기부금 등은 금지된다. 다만 독일인의 재산이 50% 이상인 영리기업의 재산에서 나온 기부금, 외국인으로부터의 기부금으로 1,000DM 이내인 경우, 유럽의회에 의석을 가진 외국정당이나 유럽의회의 교섭단체 또는 유럽의회의 외국인 의원의 기부는 가능하다.11)

이와 같은 예외적 금지 외에 일반적인 기부금지는 헌법에 반하나, 입법자가 기부금의 액수를 제한할 수 있는지, 그리고 법인의 기부를 금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지 아니한다.

회사, 노동조합, 직원단체, 그 밖의 단체(정치단체 제외)는 정당 또는 정치

자금단체 이외의 자에 대해서는 정치활동에 관한 기부를 해서는 안 되고, 누구도 회사, 노동조합, 직원단체, 그 밖의 단체(정치단체 제외)에 대해서 정치활동에 관한 기부를 할 것을 권유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정치자금규정법 제21조).

정당 또는 정치자금단체에 대해 할 수 있는 정치자금 기부의 한도는, 회사의 경우 자본금이나 출자금액에 따라 750만엔에서 3,000만엔, 노동조합이나 직원단체의 경우 구성원의 수에 따라 750만엔에서 3,000만엔, 그 밖의 단체의 경우 연간 경비액에 따라 750만엔에서 3,000만엔으로 정해져 있다(위 법 제21조의3).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른바 ‘하치만제철(八幡製鐵)정치헌금 사건’(最高裁 昭和 45年 6月 24日 判決)에서, 회사는 자연인인 국민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행위를 할 자유가 있고, 그 일환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자유가 있다고 하면서, 회사의 거액의 정치자금 기부가 금권정치나 부패 등의 문제를 일으켜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기부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반한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법인은 성질상 가능한 범위에서 기본권을 가지는바, 표현의 자유나 참정권 등과 같은 개인의 권리가 법인에게 성질상 인정될 수 있는지, 회사의 자선 목적 기부와 정치자금의 기부를 동일선상에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등과 관련하여 많은 비판이 있고, 또한 거대한 사회권력에 대항하는 경제적 자유권 행사나 정치활동과 관련하여서는 개인과 거대한 단체에 대한 상이한 규제가 있을 수 있으며, 법인과 구성원의 관계에서 표현의 자유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한편 일본 최고재판소는 강제가입되고 실질적으로 탈퇴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세리사회(稅理士會)의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하여(最高裁 平成 8年 3月 19日 判決) 그 목적범위를 고려함에 있어 회원의 사상의 자유와의 관계를 배려해야한다고 보았다.12)

기부의 규제보다 공개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도 허

용된다. 기업은 정치목적을 위하여 연 200파운드 이상의 기부를 한 때에는 그 기부처와 금액을 대차대조표에 첨부하여 주주총회에 보고하여야 하고, 노동조합이 정치자금을 조성ㆍ운용할 경우 최소한 10년마다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당에 대한 기부자의 이름을 공개할 의무는 없으나, 각 정당은 자발적으로 회계보고서를 작성하여 공개하고 있고, 입후보자의 선거비용 지출상황은 공개하여야 한다.13)

법인(personne morale)의 정치자금 기부는 2002. 1.부터 금지되었다.14)

헌법재판소가 어떤 법률을 위헌으로 결정한 경우 그 위헌결정에 대하여 기속력이 인정됨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은 별도의 절차 없이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그 법률에 근거한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다.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여야 하며(결정준수의무), 그에 배치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반복금지의무)15).

다만 위와 같은 기속력이 인정되는 객관적 범위(결정이유의 기속력 인정 여부)와 주관적 범위(국회의 입법행위에 미치는지 여부)에 대하여 학설상 논란이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반복금지의무에 의하여 금지되는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국회에 미치는지 문제되었다.

(1) 헌법재판소의 선례 분석

(가)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결정하여 효력을 상실한 법률조항을 계속적용하도록 한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사안(헌재 1993. 9. 27. 92헌가516))에서, 위헌결정이 입법자를 기속하는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 판단 없이 본안판단에 들어가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다시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위 결정 중 부칙조항이 “헌법재판소법의 관계규정과 상충되는 규정임이 명백”하다는 설시는 기속력에 관한 헌재법 제47조 제1항과 상충된다는 의미인지 위헌법률의 효력상실에 관한 헌재법 제47조 제2항과 상충된다는 의미인지 불분명하며, 오히려 정식으로 본안판단을 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에 대한 비기속설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나)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선거 입후보를 위한 기탁금과 관련하여 ⒜ 무소속 2천만원, 정당추천 1천만원으로 정한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88헌가6), (b) 일률적으로 2천만원으로 정한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2000헌마91), (c) 일률적으로 1천5백만원으로 정한 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2001헌마687)을 하였다. 위 (b), (c)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대한 판단 없이 선례를 인용하거나, 사정변경의 유무를 살펴 본안판단에 이르렀다. 반복입법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살핀 것이라 볼 여지도 있지만, 오히려 (기속력이 없는) 합헌결정이 된 법률조항에 대하여 다시 판단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의 논증구조를 취한 것으로서 입법자에 대한 비기속설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다)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결정(2004헌마554) 이후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의 위헌 여부와 관련하여 수도의 기능을 해체하는 등 관습헌법의 개정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어서 국민투표권 침해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결정(2005헌마579, 2007헌바41)을 하

면서, “신행정수도법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거나 그로 인하여 신행정수도사건 결정의 기판력 또는 기속력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헌재 2005. 11. 24. 2005헌마579, 판례집 17-2, 481, 523; 헌재 2009. 2. 26. 2007헌바41, 공보 149, 424, 427)고 하였으나, 위 설시는 청구인의 그 밖의 주장은 이유없다는 취지의 판단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서 전체적인 결정취지에 비추어 위헌결정의 입법자에 대한 기속력을 인정하였다기보다 ‘반복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이해함이 상당하다.

(라)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인정하는 비맹제외기준에 대한 위헌결정(2003헌마715 등)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비맹제외기준과 동일한 내용의 입법을 한 것이 위헌결정에 기속력에 저촉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와 주관적 범위에 관한 판단을 유보한 채, 결정이유에 기속력이 미친다고 가정하더라도 기속력이 인정되는 결정이유는 적어도 재판관 6인의 찬성이 있어야 할 것인데 위 사안은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헌재 2008. 10. 30. 2006헌마1098 등).

(마)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들을 살펴보면, 헌법재판소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관한 어떤 확립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들은 국회에 대한 기속력과 관련하여 매우 신중하고, 엄격한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권력분립의 원칙 및 기관상호존중의 원칙에 근거하여 입법부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의 실효성 보장을 도모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17)

(2)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여러 입장을 표시하였으나, 최근에는 제한적 기속설의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즉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제2부는 기속설의 입장에서, 위헌결정은 ‘규범의 반복금지’ 선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무효를 선언하는 결정의 주문은 법규적 효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그것은 또한 중요한 결정이유와 더불어 동일한 내용의 법률이 더 이상 제정될 수 없도록

모든 헌법기관을 기속한다고 하였다.18)

그러나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제1부는 입법권자에게 일반적인 규범반복금지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한 연방헌법재판소법 제31조와 기판력이 입법권자가 내용상 같거나 유사한 새로운 규정을 의결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하였다. 입법권은 단지 헌법질서에만 구속될 뿐 단순한 법률에는 제한받지 않으며,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달라진 규범의식에 맞추어 법규를 조화시켜가야 하는 것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입법자의 특별한 책임이라는 것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입법행위를 헌법에 따라 판단할 뿐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며, (제소 없이) 결정의 능동적 변경이 불가능한 재판소의 권리보호의 기능상 및 제도상의 한계에 비추어 그러하다는 것이다.19)

한편 연방헌법재판소 제1부는 1997년 제한적 기속설의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입법자는 위헌결정된 법률 조항과 내용상 동일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지만,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취지를 무시해서는 아니되고, 반복입법은 연방헌법재판소의 헌법적 판단의 토대를 이루는 사실적 또는 법적인 관계나 위헌판단의 기초가 되는 견해의 근본적 변화에 기인하는 특별한 정당화 사유를 요구하며, 만일 그러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미 판단한 헌법적 문제를 다시 새롭게 규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92년 헌법불합치 결정한 법률조항을 입법한 것은 특별히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20)

(3) 국내 학설의 대립

(가) 기속설

헌법재판소법상 위헌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므로 국회 역시 당연히 기속력의 적용을 받고, 국회는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결정된 것

과 동일한 법률을 다시 제정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입법권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구속되어야 헌법질서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비기속설

입법권은 행정권이나 사법권과 달리 헌법질서에만 기속되고 헌법보다 하위에 있는 법률에 기속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법률의 제정으로 동일한 수준의 법률인 헌법재판소법의 기속규정의 적용은 배제된다는 견해이다. 변동하는 사회적 요청과 변화하는 질서에 법질서를 적절하게 적응시켜야 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입법자에게 부여된 특별한 책임이며 국회가 법률의 위헌결정에 기속되면 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 절충설(제한적 기속설)

법률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인정하면서도 국회가 위헌으로 결정된 것과 동일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기속력도 생활관계와 같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효력을 미치는 못하는 ‘시간적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생활관계의 변경이 있느냐의 문제를 판단함에 있어 원칙적으로 입법권자에게 진단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입법권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규범을 당연무효로 볼 수는 없고, 명백한 진단의 오류가 있는 때에 다시 위헌선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④ 기관상호존중설

입법자는 원칙적으로 반복입법을 할 수 있으나, 다른 국가기관이자 최후의 헌법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와 권위를 존중하여 반복입법을 정당화시키는 특별한 사유가 존재할 때에만 반복입법을 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제한적 기속설과 유사하나 제한적 기속설이 기속을 원칙으로 보는 반면, 이 견해는 비기속을 원칙으로 보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정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반복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입법자인 국회에 대하여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치는지 여

부 및 결정주문 뿐만 아니라 결정이유에까지 기속력을 인정할지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였다.

이 결정은 반복입법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단지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의 내용이 일부라도 내포되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동기, 입법당시의 시대적 배경 및 관련조항들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실질적 동일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① 직접적인 규율영역이 단체의 행위가 아닌 자연인의 행위라는 점에서 종전에 위헌결정된 법률조항과 문언적으로 구별되고, ② 그 전제가 되는 법률조항을 살피더라도,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은 노동단체 이외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까지도 포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종전에 위헌결정된 법률조항과 전적으로 동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③ 종전에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이 연혁적으로 노동단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기 위한 여러 법률들의 규제조치의 일환을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서, 다른 법률에 의한 노동단체의 정치활동 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서 다른 단체와 차별적으로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이었던 반면,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전제하고 있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에는 노동단체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의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전의 위헌결정된 법률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위와 같은 법정의견에 대하여 별개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1인은,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위헌결정의 문언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판정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그 방법은 새로운 입법의 내용이 위헌결정 중 기속력이 인정되는 객관적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즉, 새로운 입법이 규율하는 영역과 내용이 종전의 위헌결정의 판시와 중첩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위헌선언된 법률조항과 일부 내용이 중첩되므로 반복입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만 입법자에 대한 제한적 기속설을 취하는 전제에서 본안판단으로 나아갈 필요성을 긍정하였다.

법정의견(재판관 5인의 의견)은 법규범의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합리적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단체’란 ‘공동의 목적 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조직적인 의사형성 및 결정이 가능한 다수인의 지속성 있는(1회적이지 않은) 모임’을 의미하는 것이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의 명의로,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별ㆍ구체적 사례에서 자금의 모집ㆍ조성 행위의 방법 및 결과, 자금 조성 전후의 정황 등 자금 조성과 기부가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참작하여 법원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 보았다.

이에 대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3인은 판단하지 아니하였고, 재판관 1인은 법정의견에 반대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들이 명확성원칙에 위반하여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들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규정에 대한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바, 이 결정은 실질적으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은 명시적으로 심판의 대상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의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이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에 비하여 자금동원력이 강한 단체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정치체제에 과대하게 대표

됨으로써 1인 1표 1가치의 민주주의 원리가 침해21)되고 단체가 주권자인 개인의 지위를 차지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훼손시키는 것22)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둘째는,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자금 기부로 인하여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단체의 재산을 특정인의 의사에 따라서, 또는 다수결에 의하여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는 것은 그에 반대하는 단체구성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23)이 되고, 표면적으로 단체의 구성원의 의사가 일치된 경우에도 의사형성과정에서의 외압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입법목적 역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의 실효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2) 수단의 적합성

단체가 자신의 명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의 명의로 정치자금 기부를 하더라도 그 자금원이 실질적으로 단체에 속한 경우에는 금지하도록 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단체의 기부와 마찬가지 효과를 가지는 개인의 기부를 차단하여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므로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임이 인정될 수 있다.

(3) 침해의 최소성

(가) 자연인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이나 결사 등 단체도 기본권이 보장되

나, 그 기본권 보장의 범위는 자연인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24)단체의 기본권은 성질상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는 범위에서 기본권이 보장되며, 인정되는 기본권은 개별 단체의 성격에 따라 상이하다. 또한 단체의 성격상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그 방법에 따라 정당ㆍ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방법적 제한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국가권력을 개인의 권력처럼 악용하여 온 과거의 경험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의민주주의의 경험이 일천한 정치현실에서 당선된 후보자가 자기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단체들에게 이익을 주는 정책결정을 하거나 반대로 지지를 거부한 단체들에게 정치적 보복을 가하는 등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으며, 자기의 의사표시를 광범하게 전파할 수 있는 수단의 동원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개인인 자연인이 단체와 경쟁하여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온전하게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25)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은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금지하거나, 그 내용에 따른 규제가 아니라 개인과의 관계에서 불균형적으로 주어지기 쉬운 ‘자금’을 사용한 방법에 따른 규제이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26), 위와 같은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인한 문제점은 단체의 지속성과 개인에 비하여 강한 자금동원력이라는 단체의 본질에서 유래하는 것이어서 개별 단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단체를 규율 대상으로 삼는

것이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정치자금 가운데 특정 정당에 대한 기부가 아닌, 기탁금의 기부도 기탁금 배분이 국고보조금 배분율에 따라 이루어짐에 따라 기존의 거대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의사표명과 마찬가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정치자금과 마찬가지로 규제하는 것이 불필요하거나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단체의 성격 등에 따른 상이한 취급(예컨대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는 허용하고, 사용자단체나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는 금지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시비를 불러일으키거나 표현의 내용에 대한 통제로 악용될 수 있다.

(나) 한편 단체구성원의 정치적인 의사의 왜곡의 문제는 기부금액의 다소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없으므로, 단체의 기부금액의 한도를 제한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부 자체를 금지한 것 역시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해석될 수 있는바, 단체 소유의 재산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기부를 금지하여 자금의 모집에 단체가 관여한 경우까지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표면적으로 모금에 참여한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일치하는 경우에도 단체가 관여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직ㆍ간접적인 압력으로 개인의 진정한 의사형성을 방해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에서의 단체의 관여를 일반적, 추상적으로 규범화하여 허용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곤란하고,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충분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그 밖에 회사의 임ㆍ직원과 그 관계자 뿐 아니라 누구라도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단체의 기부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며, 달리 탈법행위를 방지할 수단을 찾기 어렵다.

(라) 정치자금에 대한 엄격한 규율은 종래 정치자금의 수수가 부정과 부패에 연결되었던 우리나라의 정치자금 실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헌재 2009. 12. 29. 2008헌마141, 공보 159, 123, 127)으로서 위와 같은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인 것이라 보기 어려우며, 달리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덜

제약적인 수단이 존재함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4) 법익균형성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것은 개인이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이고, 개인이 단체와 관련되지 않은 자금으로 하는 정치자금 기부는 허용된다. 또한 단체의 정치자금의 기부 이외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단체의 성격ㆍ목적상 제한되거나, 공직선거법 등에 의한 별도의 제한규정이 없는 한 허용된다.

결국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한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은 내용중립적인 방법 제한으로서 수인 불가능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닌 반면,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선거의 공정성 확보 및 단체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 등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크고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법익의 현저한 불균형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은 ①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들은 정치적 활동을 결사의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단체에 대해서도 적용되는바, 정치적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그 자금에 의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고, ② 비정치적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조차 강구하지 아니한 채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고,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일응 그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쳤다고 보아야 하므로 단순히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어긋날 우려

가 있다는 이유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자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보다 훨씬 덜 침해적이면서도 정치자금 기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수단을 마련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들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다만 위 법률조항에는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과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내용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바, 이를 구분하는 일은 입법형성권을 가진 국회에게 맡김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 결정은 위헌 결정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일련의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입법자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 인정 여부에 관하여는 기존의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들과 같이 판단을 유보하였다.

한편 이 결정은 국회 회의록 등 자료에 의하여 인정되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를 규정하게 된 입법적 배경, 입법자의 결단을 합헌 결정의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된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