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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0. 12. 28. 선고 2008헌바89 공보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등 위헌소원]
[공보(제171호)]
판시사항

가. 반복입법 여부의 판단기준과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정치자금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2항(이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라 한다)이 반복입법인지 여부(소극)

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다.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어떤 법률조항이 위헌 결정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입법목적이나 동기, 입법당시의 시대적 배경 및 관련조항들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실질적 동일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그 규율영역이 위헌 결정된 법률조항과 전적으로 동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노동단체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의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 95헌마154 )한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규정의 반복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단체’란 ‘공동의 목적 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조직적인 의사형성 및 결정이 가능한 다수인의 지속성 있는 모임’을 말하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의 명의로,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으로서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자산은 물론이고,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집, 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고 할 것인바, 그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에 관한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이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자금 기부로 인하여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인바,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한편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그 방법에 따라 정당·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방법적 제한의 필요성이 매우 크고,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금지하거나 그 내용에 따라 규제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개인과의 관계에서 불균형적으로 주어지기 쉬운 ‘자금’을 사용한 방법과 관련하여 규제를 하는 것인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개인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에서의 자금모집에 관한 단체의 관여를 일반적·추상적으로 규범화하여 허용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곤란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충분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덜 제약적 수단이 존재함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한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은 내용중립적인 방법 제한으

로서 수인 불가능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닌 반면,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단체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 등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크고 중요하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원칙도 충족된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원칙적으로 국회에 대하여도 미치나, 종전의 위헌결정에서 위헌판단을 하게 된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견해의 근본적인 변화에 기인하는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국회가 종전의 위헌결정의 범위에 속하는 새로운 입법을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이에는 기속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한편 어떤 법률조항이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새로운 입법이 규율하는 영역과 내용이 종전의 위헌결정의 판시와 중첩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노동조합의 표현의 자유 등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부분에서는 종전에 위헌결정(95헌마154)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종전의 위헌결정 이후 시행된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불법 선거자금 수수 사건을 겪으며, 금전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 왜곡되거나 선거의 공정성이 흔들리는 사태를 막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불법적 정치자금 제공 관행을 근절할 강력한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주권자들의 법적 확신이 변화함에 따라 이 사건 기부금지조항의 입법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기속력이 배제되는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종전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아니하고, 종전의 위헌결정(95헌마154)은 변경되어야 한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의견

정치적 활동을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가 그 목적에 따른 정치활동을 하고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로서 보호된다. 나아가 정치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라도 그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단체 또는 구성원의 이름으로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고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정치적 활동도 결사의 자유로서 보호된다. 그런데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정치적 활동을 결사의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단체에 대해서도 적용되는바, 이는 정치적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비정치적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조차 강구하지 아니한 채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으며,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친 정치자금 기부에 대하여도 단순히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과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내용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구분하는 일은 입법형성권을 가진 국회에게 맡김이 상당하므로,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입법개선을 촉구하여야 한다.

재판관 김희옥의 위헌의견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단체”라는 개념은 ‘다수인의 지속적 모임’이라는 통상의 이해를 조금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나아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의미도 확정하기 어려우며, 위 조항으로부터 단체와 관련된 자금과 그렇지 아니한 자금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유용한 기준을 도출해내기도 어렵다. 위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정치자금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2항, 제30조 제2항 제5호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31조 제1항, 제2항, 제45조 제2항 제5호

참조판례

가. 헌재 1999. 11. 25. 95헌마154 , 판례집 11-2, 555, 555

나. 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2

다. 헌재 2009. 12. 29. 2008헌마141 , 공보 159, 123, 127

당사자

청 구 인신○림 외 1인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조용환 외 1인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2008노2031 업무상횡령 등

주문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정치자금법’으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2항 중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 부분 및 제30조 제2항 제5호 중 ‘제12조 제2항 중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 부분에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신○림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청구인 현○윤은 같은 조합 수석부위원장 겸 정치위원장이었던 자인바, 청구인들은 2004. 1. 중순경부터 같은 해 3. 하순경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총선투쟁기금 명목으로 조합원으로부터 합계 약 1억 2,400만 원을 모금한 후,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에 위반하여, 17대 국회 창원시을 선거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후보자 권영길에게, 위 기금 중 3,200만 원을 두 차례에 걸쳐 선거자금 명목으로 기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2) 청구인들은 1심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고합1092, 1403(병합)} 계속중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및 이에 위반한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처벌하는 같은 법률 제30조 제2항 제5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초기1735). 그러나 법원은 2008. 7. 22.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고, 2008. 7. 24. 청구인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3)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고(서울고등법원 2008노2031), 2008. 8. 19.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및 제30조 제2항 제5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과 관련조항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정치자금법’으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치자금법’이라 한다) 제12조 제2항 중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 부분(이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라 한다) 및 제30조 제2항 제5호 중 ‘제12조 제2항 중 국내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 부분에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 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청구인들은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제30조 제2항 제5호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위와 같은 부분으로 심판의 대상을 한정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법률조항]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정치자금법’으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제12조(기부의 제한) ②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제30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 ②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 제12조(기부의 제한) 또는 제13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

[관련조항]

구 정치자금법 제12조(기부의 제한) ①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제30조(정치자금 부정수수죄) ①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의 관계가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경우 그 제공된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하며, 이를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정치자금법(2005. 8. 4. 법률 제768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1조(기부의 제한) ① 외국인, 국내ㆍ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② 누구든지 국내ㆍ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 제31조(기부의 제한) 또는 제32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규정하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그 의미가 모호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단체’는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자연인을 제외한 모든 행위주체를 포괄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관련’성의 구체적인 범위는 물론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기준에 관하여도 아무런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결국 어떤 자금이 법인이나 단체에 관련된 자금인지 일반인은 물론 법률 전문가조차 예견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2) 정치자금의 기부를 통하여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족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에 반한다. 나아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법인이나 단체가 그 구성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금을 기부하는 것마저 금지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치활동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자유는 헌법 제21조에서 보호하는 정치적 자유권이며, 법인이나 단체가 처음부터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기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모금한 경우에는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이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1)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자금 마련에 관여한 모든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러한 관여 여부의 판단에 관하여는 그 관여 행위 자체,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방법 및 결과, 전후사정 등 전체적 과정을 참작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에 해당하는 자금을 구분할 수 있고, 법률적용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자의가 허용될 소지가 없다. 결국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2) 국민주권주의의 이념, 자연인인 개인이 아닌 단체의 경우 정치권이나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된 단체의 정치적 기본권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장할 것인지 여부는 자연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는 것이고,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하여 그 형태나 방식, 금지 등은 입법자의 판단 내지 입법정책의 재량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3)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음성적인 정치자금 조성이나 단체구성원의 의사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또한 단체의 구성원인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가 허용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규제로서 필요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하며, 보호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정치활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기본권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본안 판단

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입법연혁

(1)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제한의 연혁

(가) 1965. 2. 9. 법률 제1685호로 제정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탁함으로써 이를 정당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위 법률 제3조 제1항 본문), 다만 외국인·외국법인 및 외국의 단체(대한민국 국민의 주도하에 있는 외국법인 및 외국의 단체는 예외), 국가 또는 공공단체, 국영기업체·정부직할 또는 감독하의 단체·정부가 주식의 과반수를 소유하는 기업체, 금융기관 또는 금융단체, 노동단체, 학교재단, 종교단체의 정치자금 제공은 금지하였다(위 법률 제3조 제1항 단서와 당시의 정당법 제35조).

(나) 1980. 12. 31. 법률 제3302호로 전부개정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은 전체적으로 그 체제가 정비되었는데,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는 자로 외국인·외국법인 및 외국의 단체(대한민국 국민의 주도하에 있는 외국법인 및 외국단체는 제외), 국가·공공단체 또

는 특별법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식의 과반수를 소유하는 기업체, 정당법 제17조 단서에서 정하는 언론인이 소속된 언론기관 및 언론단체, 노동단체, 학교법인, 종교단체, 3사업연도 이상 계속하여 결손을 내고 그 결손이 보전되지 아니한 기업체를 규정하였다(위 법률 제12조). 이전의 법과 비교하면, 금융기관 또는 금융단체가 삭제되고, 일정한 언론기관, 언론단체와 일정한 결손기업이 추가된 것이다.

(다) 한편 위 조항 중 ‘노동단체’ 부분 및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구 ‘노동조합법’ 및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조항에 대하여 1995. 5. 23.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있었고(헌재 95헌마154 ), 심판 계속중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하였던 구 ‘노동조합법’ 제12조는 폐지되었으며, 1998. 4. 30. 법률 제5537호로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선거운동이 허용되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1999. 11. 25.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심판대상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고, 나머지 정치활동 금지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법개정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각하결정을 하였다(헌재 1999. 11. 25. 95헌마154 , 판례집 11-2, 555).

(라) 헌법재판소의 95헌마154 결정 이후, 2000. 2. 16. 법률 제6270호로 개정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서는,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조항이 삭제되었으며,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직된 단위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에 한정하여 금지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 결과 위 단위노동조합 이외의 노동조합이나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허용되게 되었고, 다만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정치자금의 기부를 위한 별도의 기금을 설치·관리하도록 하였다(위 법률 제12조 제2항).

(마) 그런데 2003년 하반기에 이르러, 이권과 특혜를 노리는 기업과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치세력간의 정경유착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됨에 따라, 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된 구 정치자금법은 기업의 정치헌금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단체의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통한 민주적 의사형성과정 왜곡 및 단체구성원의 의사왜곡을 방지하기 위하여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절대적으로 금지하였다(위 법률 제12조 제1항).

(2)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도입

위 (마)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회사 등 법인이나 단체가 임원 등 개인을 통해서 정치자금을 제공함으로써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행위를 규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그에 따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의 입법취지를 살리고,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규정되게 되었다.

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인지 여부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1999. 11. 25. 헌법재판소의 95헌마154 결정으로 위헌선언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1980. 12. 31. 법률 제3302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5호의 반복입법으로서 위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된다고 주장하는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노동단체를 포함하는 모든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에 관한 탈법행위 방지 규정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내용상으로는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의 내용을 일부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지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의 내용이 일부라도 내포되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동기, 입법당시의 시대적 배경 및 관련조항들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실질적 동일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① 직접적인 규율영역이 단체의 행위가 아닌 자연인의 행위라는 점에서 종전에 위헌결정된 법률조항과 문언적으로 구별되고, ② 그 전제가 되는 법률조항을 살피더라도,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은 노동단체 이외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까지도 포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종전에 위헌결정된 법률조항과 전적으로 동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③ 종전에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이 연혁적으로 노동단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기 위한 여러 법률들의 규제조치의 일환을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서, 다른 법률에 의한 노동단체의 정치활동 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서 다른 단체와 차별적으로 노동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이었던 반면,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전제하고 있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에는 노동단체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의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전의 위헌결정된 법률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위 95헌마154 결정에 의하여 위헌선언된 법률조항의 반복입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반복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이상 입법자인 국회에 대하여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치는지 여부 및 결정주문 뿐만 아니라 결정이유에까지 기속력을 인정할지 여부 등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기부금지조항이 위 95헌마154 결정으로 위헌선언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호의 반복입법으로서 위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된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 판례집 10-2, 159 참조).

한편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법규범의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의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2 참조).

(2) 판단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에 의하여, 누구든지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수 없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제된다.

(가)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의 입법취지는 앞서 입법연혁과 관련하여 살핀 바와 같이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이고,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의 취지는 단체의 이권 등을 노린 음성적인 정치적 영향력 행사 및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단체 구성원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여기에 ‘단체’ 개념의 관용적인 용례를 보태어 살펴보면,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이 지칭하는 ‘단체’란 ‘공동의 목적 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조직적인 의사형성 및 결정이 가능한 다수인의 지속성 있는(1회적이지 않은) 모임’을 의미하는 것임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개념적으로 ‘법인’도 포함된다고 볼 것이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법인과 관련된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금지를 함께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 상의 ‘단체’는 ‘법인이 아닌 단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어떠한 모임이 이와 같은 의미의 ‘단체’에 해당하는 이상 그러한 단체가 권리능력이 있는지 여부나 독자적인 기본권 주체가 되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단체 내부에 구성된 위원회 등 부분 기관이나 하위 기관도 이에 포섭될 수 있다.

(나) 나아가 단체의 탈법적인 정치자금 기부를 방지하기 위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단체의 명의로,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자산은 물론이고,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집, 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그러한 자금이 자연인 개인의 소유로 적법하게 귀속된 상태에서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다.

(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이 단체 내부에서 이루어진 구성원들의 자발적 정치자금 모집, 기부행위까지 금지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심지어 회사에서 받은 상여금까지 포함될 수 있는 광범위한 개념이라고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은 위에서 살핀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

의 의미내용에 비추어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즉 단체의 구성원들이 정치자금 기부를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금원을 갹출한 경우에도, 그러한 금원의 모집·조성이 앞서 살핀 바와 같은 의미의 단체의 이름으로, 그 주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에 의하여 누구든지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수 없음은 명백하고, 회사에서 받은 상여금과 같이 적법하게 개인의 소유로 귀속된 상태에 있는 금원을개인이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는 행위가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의 적용범위 밖에 있다는 점 역시 명백하다.

청구인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개별·구체적 사례에서 자금의 모집·조성 행위의 방법 및 결과, 자금 조성 전후의 정황 등 자금 조성과 기부가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참작하여 법원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통상적인 법률 해석·적용의 문제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없다.

(라)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에 의하여 금지되고 처벌되는 행위는, 그 문언과 입법연혁‧취지, 규정체계를 고려하여 구체화될 수 있는 것으로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라.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정치활동의 자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의 제한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의 기부는 그의 정치활동에 대한 지지·지원인 동시에 정책적 영향력 행사의 의도 또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치활동 내지 정치적인 의사표현이라 할 것인바,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정치활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된다고 볼 수 있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에 관한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과 그 궁극적인 입법목적은 동일하다고 할 것이고,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의목적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이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에 비하여 자금동원력이 강한 단체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정치체제에 과대하게 대표됨으로써 1인 1표 1가치의 민주주의 원리가 침해되고 단체가 주권자인 개인의 지위를 차지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훼손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둘째는,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자금 기부로 인하여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단체의 재산을 특정인의 의사에 따라서, 또는 다수결에 의하여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는 것은 그에 반대하는 단체구성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이 되고, 표면적으로 단체의 구성원의 의사가 일치된 경우에도 의사형성 과정에서의 외압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입법목적 역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의 실효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 수단의 적합성

단체가 자신의 명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개인의 명의로 정치자금 기부를 하더라도 그 자금원이 실질적으로 단체에 속한 경우에는 그와 같은 기부를 할 수 없도록 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단체의 기부와 마찬가지 효과를 가지는 개인의 기부를 차단하여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므로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임이 인정될 수 있다.

(다) 침해의 최소성

1)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그 방법에 따라 정당·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방법적 제한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국가권력을 개인의 권력처럼 악용하여 온 과거의 경험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의민주주의의 경험이 일천한 정치현실에서 당선된 후보자가 자기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단체들에게 이익을 주는 정책결정을 하거나 반대로 지지를 거부한 단체들에게 정치적 보복을 가하는 등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으며, 자기의 의사표시를 광범하게 전파할 수 있는 수단의 동원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개인인 자연인이 단체와 경쟁하여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온전하게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2)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규정(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은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금지하거나 그 내용에 따라 규

제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개인과의 관계에서 불균형적으로 주어지기 쉬운 ‘자금’을 사용한 방법과 관련하여 규제를 하는 것인바,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인한 문제점은 단체의 지속성과 개인에 비하여 강한 자금동원력이라는 단체의 본질에서 유래하는 것이어서 개별 단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단체를 규율 대상으로 삼는 것이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었다고 할 수 없다.

3) 한편 단체구성원의 정치적인 의사의 왜곡의 문제는 기부금액의 다소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없으므로, 단체의 기부금액의 한도를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부 자체를 금지한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살핀 바와 같이, 자금의 모집에 단체가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때에는 여러 가지 직‧간접적인 압력으로 개인의 진정한 의사형성을 방해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고, 개인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에서의 단체의 관여를 일반적·추상적으로 규범화하여 허용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곤란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충분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단체의 주도적 관여 아래에 조성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 있다.

4) 나아가 정치자금에 대한 엄격한 규율은 종래 정치자금의 수수가 부정과 부패에 연결되었던 우리나라의 정치자금 실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헌재 2009. 12. 29. 2008헌마141 , 공보 159, 123, 127)으로서 위와 같은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인 것이라 보기 어려우며, 달리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덜 제약적인 수단이 존재함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법익균형성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것은 개인이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이고, 개인이 단체와 관련되지 않은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유이다. 또한 단체의 정치자금의 기부 이외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단체의 성격·목적상 제한되거나, 공직선거법 등에 의한 별도의 제한규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로 자유롭다.

결국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한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은 내용중립적인 방법 제한으로서 수인 불가능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닌 반면,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선거의 공정성 확보 및 단체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 등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크고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법익의 현저한 불균형을 인정하기 어렵다.

(마)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치활동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

청구인들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구성요건을 이루고 있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 이외에 이 사건 처벌조항의 고유한 위헌성을 다투고 있지 아니하다.

직권으로 살피더라도 이 사건 처벌조항은 형의 하한이 없으므로 비교적 경미한 불법성을 가진 행위에 대하여는 법관의 양형으로 불법과 책임을 얼마든지 일치시킬 수 있어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이 선고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달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종대의 아래 5.와 같은 별개의견,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아래 6.과 같은 헌법불합치 의견, 재판관 김희옥의 아래 7.과 같은 위헌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에 있어서는 견해를 달리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심판대상의 확장 필요성

다수의견은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의 탈법행위를 방지하고자 입법된 것으로서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을 전제하지 않고는 독자적 의미를 찾기 어렵고, 다수의견에서

도 이 사건의 쟁점으로서 정치자금 기부 금지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하여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의 위헌 여부를 이 사건의 실질적인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까지 심판대상을 확장하여 판단함이 옳다고 본다(이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과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을 합하여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이라고 한다).

나.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의 입법이 기속력에 저촉되는지 여부

(1) 헌재 1999. 11. 25. 95헌마154 결정의 내용

헌법재판소는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호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었던 95헌마154 결정에서 ① 노동조합의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위 조항의 입법목적이 그 근거를 잃게 되었고, 단체재정이 부실해지는 것과 구성원의 권익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정당으로부터의 자주성을 보호한다는 것 역시 정당한 입법목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위 조항은 노동조합의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고(헌재 1999. 11. 25. 95헌마154 판례집 11-2, 555, 579-581), ② 기업이나 사용자단체의 정치헌금을 허용하면서 노동단체에게만 정치자금의 기부를 금지한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고(같은 판례집, 581) 판단하였다.

(2) 기속력

(가) 의미와 근거

기속력이란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재판소가 한 위헌결정에 속박되어 그 결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효력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제75조 제1항의 규정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게 최종적인 헌법해석권을 부여하고, 모든 국가기관에게 헌법준수의무를 부과한 헌법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헌법적 차원의 효력이다.

(나) 기속력의 객관적 범위

위헌결정의 어느 범위까지 기속력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된다. 기속력이 주문에만 인정된다고 한다면, ‘어떠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주문의 위헌결정에 따라 심판대상이 된 법률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굳이 기속력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그 후의 사건에서 그 법률조항이 유효하다고 주장될 여지는 없어 결국 기속력은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되므로, 헌법적 근거를 갖는 기속력을 공동화시키게 되는 이 입장은 따를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방론을 포함한 위헌결정의 이유 기재 전체에 기속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에 선다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행하게 되는 사실관계 판단, 법률 판단, 정책적 판단은 헌법해석의 전제일 뿐, 헌법해석권에 따른 해석내용이 아님에도 다른 모든 국가기관에게 그 판단 부분까지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셈이 되므로, 이 견해 또한 그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두루 살필 때, 위헌결정의 이유 중 헌법재판소가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인 헌법해석권에 기해서 한 판시 부분 즉, ‘헌법을 구체적 사안에 적용시켜 해석한 부분’의 한도에서 기속력이 발생한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할 것이다.

(다) 기속력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와 입법부에 대한 예외적인 기속력 배제 사유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헌법해석권에 기하여 헌법재판소가 해석한 헌법의 구체화 내용은 헌법준수의무를 지는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준수하여야 하므로 국회라고 해서 기속력이 미치는 대상 범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체적 사건성과 관련하지 않고서는 견해를 변경할 수 없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영구적인 효력을 부여한다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의 사회적 요구나 질서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생긴다.

따라서 국회가 기속력의 규제를 받는 범위에 속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인정하되, 다만 국회가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에 기하여 사회적 요구나 질서의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고, 주권자의 견해 변경을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지위를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여, 종전의 위헌결정에서 위헌판단을 하게 된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견해의 근본적인 변화에 기인하는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국회가 종전의 위헌결정의 범위에 속하는 새로운 입법을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이에는 기속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른바 제한적 기속설).

(3)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의 내용이 기속력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가) 95헌마154 결정의 기속력의 범위

위헌결정의 이유 중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구체적 사안에 적용시켜 해석한 부분이 기속력을 갖게 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결정의 이유 중 이에 해당하는 부분은 ① 노동조합이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노동조합의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과 ② 기업이나 사용자단체

에게는 정치헌금을 허용하면서 노동단체에게만 정치자금의 기부를 금지한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나)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방법

모든 국가기관에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치므로 국회 역시 종전 위헌결정 중 기속력이 인정되는 판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재입법(이하 ‘반복입법’이라고 한다)을 해서는 안된다.

다수의견은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입법목적이나 입법동기, 입법당시의 시대적 배경 및 관련조항들의 체계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은 노동단체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의도가 전혀 없으므로 헌법재판소 1999. 11. 25. 95헌마154 결정에서 위헌선언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호의 반복입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으로 반복입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첫째 다수의견이 제시한 입법동기 등은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 중의 하나일 뿐이므로 이를 유일한 기준으로 법률조항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에 의하면 종래 위헌결정을 받은 법률조항과 완전히 동일한 문구의 법률조항이더라도 그 입법배경이나 동기가 다르면 반복입법이 아니라는 것인데, 객관적 내용이 완전히 동일한 법률조항을 동일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입법자가 제시한 입법목적이나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기속력을 인정할지 말지가 결정된다면 기속력은 애초 그 발생 여부가 부동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결국 기속력을 부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셋째 헌법재판소가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할 때 입법동기 등이 판시내용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음에도 입법동기 등이 다르다고 반복입법이 아니라고 한다면 위헌결정에 나타나지도 않은 임의의 내용을 근거로 기속력의 범위를 제한하게 될 수도 있게 되어 불합리하다. 넷째 다수의견이 반복입법 해당 여부를 가리기 위한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입법목적이나 동기, 입법의 시대적 배경 및 관련조항의 체계라는 기준 중 몇 가지 기준이 어느 정도로 차이가 있을 때에 반복입법이 아닌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

따라서 반복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위헌결정의 문언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판정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그 방법은 새로운 입법의 내용이 위헌결정 중 기속력이 인정되는 객관적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즉, 새로운 입법이 규율하는 영역과 내용이 종전의 위헌결정의 판시와 중첩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다) 이 사건의 판단

종전의 95헌마154 결정이 노동조합의 표현의 자유 등 침해와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두가지 내용을 병렬적으로 판시하였음에도(오히려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된 이유로 하면서 평등권 침해를 보완적 이유로 설시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위 위헌결정을 마치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의도가 있음만을 이유로 한 것처럼 해석하여, 차별적 규제만 없도록 개정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의 입법을 반복입법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는 종전 위헌결정의 판시 내용과 달리 임의로 기속력의 범위를 축소설정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기속력이 인정되는 부분 중 평등원칙 위반에 관하여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이 평등원칙에 맞게 수용된 셈이므로 이 부분은 종전 위헌결정에 대한 반복입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치자금의 기부가 노동조합의 표현의 자유 등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부분에 관하여는,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이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일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할 수 없게 하였다는 점에서 종전 위헌결정에 대한 반복입법에 해당한다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4)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이 기속력에 저촉되는 입법인지 여부

(가) 예외적인 기속력 배제 사유 존부의 판단방법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의 입법은 반복입법에 해당하므로 일응 기속력에 저촉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반복입법의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기속력이 배제되므로 이 사안이 과연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와 같은 사유의 존부를 판정하는 기준은 종전의 위헌결정의 정당성이 의심될 만큼 헌법현실이 변화하였거나 법적 확신이 변천하였는지 여부가 될 것이고, 그 정도는 헌법재판소가 그러한 사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의 판단

종전의 위헌결정 이후 시행된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대기업들이 대통령 후보를 배출한 정당에 수백억 원의 대선자금을 차떼기로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와 같은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정당이

나 대의기관이 정치자금 제공자에 대하여 부적절한 특혜를 부여한 정황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으며, 그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도 거액의 대선자금이 수수되었다는 사정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비금전적인 정치활동의 자유는 보장하여야 하되, 금전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 왜곡되거나 선거의 공정성이 흔들리는 사태는 막아야 했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불법적 정치자금 제공의 관행을 근절하자면 강력한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게 되었는바, 이에 기초하여 국회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이 포함된 새로운 정치자금법을 입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입법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은 ‘단체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는 방법이 되고 단체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허용한다는 내용에는 당연히 단체의 자유로운 정치자금의 기부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종전의 법적 확신이 ‘개인보다 자금력이 우월한 단체로 하여금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거액의 정치자금 수수로 이어져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단체의 정치활동의 허용 여부와 단체의 정치자금의 기부 허용 여부는 별개의 기준에 의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법적 확신으로 변화됨에 따라 반복입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의 입법은 종전 위헌결정의 정당성이 의심될 정도에 이른 주권자들의 법적 확신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서 예외적으로 기속력이 배제되는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종전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다. 종전 위헌결정의 변경 요부

다수의견은 이 사건이 종전의 95헌마154 결정의 효력과는 무관하다는 전제에서 종전의 95헌마154 결정을 그대로 둔 채 이 사건에서 합헌결정을 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들은 95헌마154 결정의 기속력의 범위에 속하는 내용의 반복입법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결정과 위 위헌결정을 양립시켜 둘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위 위헌결정의 기초가 된 주권자들의 법적 확신이 이미 변화하였으므로 변화하기 전의 법적 확신에 근거한 위 위헌결정을 유지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위 위헌결정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둔다면, 위헌결정인 종전 95헌마154 결정이 여전히 기속력을 유지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위 95헌마154 결정을 변경하여야 한다.

6.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의견

우리는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제2항 및 제30조 제2항 제5호 중 ‘국내의 단체’ 부분(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헌법불합치의견을 밝힌다.

가. 심판대상의 확장 필요

구 정치자금법제12조 제1항에서 국내외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제12조 제2항에서 국내외 법인·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들 법률조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제30조 제2항 제5호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제30조 제2항 제5호 중 “국내의 단체” 부분에 대한 위헌심판을 청구하고 있다. 그런데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은 국내외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12조 제1항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제12조 제1항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제30조 제2항 제5호 중 “국내의 단체” 부분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기 위해서는 국내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 중 “국내의 단체” 부분의 위헌 여부를 먼저 따져 볼 필요가 있고, 따라서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1항 중 “국내의 단체” 부분도 이 사건 심판대상에 포함시켜 판단되어야 한다.

나. 결사(結社)의 자유와 정치적 활동의 자유

모든 국민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헌법 제21조 제1항). 결사란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계속적인 단체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는 단체 결성의 자유, 단체 가입·탈퇴의 자유, 단체 활동의 자유, 단체 존속의 자유를 포함한다. 단체는 공동의 목적이나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조직적인 의사형성 및 결정이 가능한 다수인의 지속적인 모임을 의미하고, 사단이든 조합이든 가리지 아니한다. 사회적·경제적·문화적·사교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뿐만 아니라 정치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도 결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된다. 정치적 활동을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는, 정당으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그 단체의 목적에 따른 정치활동을 하고 정

치자금을 기부하는 것도 결사의 자유로서 보호된다. 그리고 정치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라도 그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단체 또는 구성원의 이름으로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고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정치적 활동도 결사의 자유로서 보호된다.

다.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의 위헌성

다수의견이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은, 첫째,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이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둘째,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자금 기부로 인하여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 또는 구성원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는 우리 헌법의 핵심적인 기본원리인 민주정치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므로, 이를 제한하기 위하여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어야 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공익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그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우선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은 정치적 활동을 결사의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단체에 대해서도 적용되는바, 정치적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그 자금에 의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비정치적 단체의 경우에도 그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단체의 목적을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고, 그러한 정치적 활동도 결사의 자유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비정치적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민주적 의사형성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조차 강구하지 아니한 채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일응 그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쳤다고 보아야 하므로 단순히 단체 구성원의 의사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자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 역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보다 훨씬 덜 침해적이면서도 정치자금 기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수단을 마련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단체 간의 자금동원력에 따라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끔 단체들이 기부하는 정치자금의 한도를 정한다거나, 단체가 통상의 예산과 별도로 정치자금으로 기부할 목적을 공개적으로 밝혀 조성한 재원만을 기부할 수 있게 하거나, 단체 구성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게끔 단체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정치자금을 기부하도록 하거나, 단체 구성원에게 모금 및 기부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여 주는 등 여러 제도적 장치를 보완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필요최소한 범위 내로 한정할 수 있는 것이다.

라. 결어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단체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위 법률조항에는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과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내용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위헌부분과 합헌부분을 구분하는 일은 입법형성권을 가진 국회에게 맡김이 상당하므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국회의 개선입법을 촉구하여야 한다.

7. 재판관 김희옥의 위헌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및 정치적 표현의 자유 규제 입법에 대한 명확성의 요구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8-2, 785, 792-793).

(2) 한편 민주주의의 기본정신 중 하나가 국민이 정

책의제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할 때 정보의 최대공유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자금은 이러한 정보교환기능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자원이 되므로 정치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고,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의 기부는 그의 정치활동에 대한 지지·지원인 동시에 정책적 영향력 행사의 의도 또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일종의 정치활동 내지 정치적인 의사표현에 해당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위와 같은 정치활동 내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바, 표현의 자유 규제입법으로서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2 참조).

나. 판단

(1)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은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는바, 위 조항의 “단체”라는 개념은 ‘다수인의 지속적 모임’이라는 통상의 이해를 조금도 구체화시키지 못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의 입법연혁과 입법시의 구체적인 논의를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기부금지 조항은 ‘기업’의 음성적인 정치헌금 규제를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포괄적으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에 이른 취지를 알기가 어렵고, 비영리·공익 목적의 단체 등의 경우와 같이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로 인한 이권개입의 문제가 발생하기 어려운 단체나 단체구성원의 일치된 의사에 의한 활동만이 가능하여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그 구성원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의 단체도 이 사건 기부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추상적인 입법취지만을 기준으로 판단되기 어렵다.

한편 입법배경이나 취지를 고려하여서만 그 의미 내용이 확정될 수 있는 것이라면, 과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2) 나아가 단체의 개념이 광범위할지언정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고 보더라도,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 무엇을 말하는지 여전히 문제이다.

단체와 자금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칠 수 있으면 족한지, 상호 불가분이거나 의존적인 것이어야 하는지 여부 등은 “관련”이라는 개념만으로 확정될 수 없고, 사람마다 포섭범위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며,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의하여 그 의미가 밝혀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를 단체가 관여하여 모금한 자금으로 한정하여 보더라도, 단체의 관여방식이나 정도에 관한 어떤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과 그렇지 아니한 자금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유용한 기준을 도출해내기 어렵다.

이와 같이 불명확한 형벌조항은 그 집행의 자의성을 초래하기 마련이고,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은 객관적이고 구속적인 해석 및 집행의 기준을 제공받지 못하므로 자의적ㆍ선별적인 법집행에로 이끌리기 쉽다.

만약 입법자가 단체의 탈법적인 정치자금 기부를 방지하고자 하였다면, 단체의 자산이나 단체가 자신의 명의로 조성한 자금 등으로 그 범위를 한정하거나, 적어도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여 해석의 기준을 마련하였어야 하고, 이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3)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은 법적용기관인 법관의 보충적 법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형벌조항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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