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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1. 2. 24. 선고 2008헌바56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224조 등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08헌바56 형사소송법 제224조 등 위헌소원

청구인

서○현

대리인 변호사 정보건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08초재687 재정신청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청구인은 어머니 오○례가 자신을 고소한 존속상해 등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자, 어머니를 무고 및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검사는 청구인의 고소가 자기의 직계존속에 대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2007. 12. 26. 각하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수원지방검찰청 2007년 형제90858호).

(2)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를 거쳐 재정신청을

한 다음(서울고등법원 2008초재687),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고발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제224조제235조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이들 모두 기각되자, 위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며 2008. 6. 1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청구인은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224조(고소의 제한) 및 제235조(고발의 제한)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당해사건은 자기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였다가 각하의 불기소처분을 받자 재정신청을 한 것이고, 재정신청권자는 고소권자로서 고소를 한 자에 한하므로, 당해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법률조항은 ‘고소의 제한’에 관한 법규뿐이라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 제224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제224조(고소의 제한)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

[관련 조항]

제223조(고소권자)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

제235조(고발의 제한) 제224조의 규정은 고발에 준용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법원의 위헌제청 신청 기각 이유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하게 하여,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직계비속을 차별하는 것은, 봉건적 가부장제에 기초한 윤리규범에 근거한 것으로 오늘날 정당화 될 수 없고, 고소권의 박탈이라는 차별취급이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 볼 수도 없으며, 나아가 범죄의 종류와 피해의 정도에 관계없이 직계비속의 고소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차별취급에 있어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완화된 심사기준, 즉 자의금지원칙에 의하더라도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구시대의 유물인 봉건적 가부장제의 전통에 따라 직계존속의 권위를 유지하고 효도를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여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 신청 기각 이유 요지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봉건적 가족제도의 유산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인 구성부분을 이루는 가치질서로서, 특히 유교적 사상을 기반으로 전통문화를 계승ㆍ발전시켜 온 우리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것이 현실인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적정성에 비추어 직계존속이라는 지위에 기한 차별적 취급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1조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재심청구가 허용되지 않는 확정된 재정신청 기각 결정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2)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와 직계비속이 아닌 자의 고소 내지는 직계존속이 아닌 자에 대한 고소는 그 본질이 같다고 할 수 없으므로, 차별취급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가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에 입각한 효도사상은 우리가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이자 가치질서로서 이에 기초하여 비속의 고소권을 제한하는 데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므로, 자의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를 제한하여 가정 내의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고 사랑과 화합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신고나 제보의 형태로 수사권의 발동을 촉구할 수 있고, 대부분 재산범죄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고소의 실익이 없으며, 예외적으로 직계존속의 범죄가 중대하고 비난가능성이 높은 성폭력범죄 등의 경우에는 특별법에서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의금지원칙이라는 일반적인 심사기준에 의하든, 비례성원칙의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하든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며,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2007. 4. 26. 2006헌바10 , 판례집 19-1, 482, 498-499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헌제청 신청을 할 때 당해사건인 재정신청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이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정신청의 대상이 된 불기소처분의 근거가 된 조항으로서 당해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임은 물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그 이유를 달리하여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한편 당해사건인 재정신청 사건은 기각 결정이 확정되어 종료되었지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는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라도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제75조 제7항), 재판의 전제성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과 입법취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교적인 윤리관인 부모 또는 조부모에 대한 효도사상에 기초를 둔 규범으로, 자손은 설사 부모 또는 조부모의 행위로 피해를 입더라도 감수하는 것이 미풍양속에 합치하며 이들을 형사고소하는 것은 인륜에 반한다는 전통적 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의용 형사소송법은 부모․조부모에 대한 고소․고발만을 금지하였으나(제259조, 제270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서도 고

소․고발을 금지하고 있고, 이러한 고소금지의 정신적인 근원은 조선왕조의 형사제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경국대전은 형전에서 ‘자손․처첩․노비가 부모나 가장의 비행을 진고(陳告)한 경우에는 모반(謀叛)이나 역반(逆反)사건 외에는 교수형에 처하고 노(奴)의 처나 비(婢)의 부(夫)가 상전의 집 가장의 비행을 진고한 경우에는 장(杖)일백, 유(流)삼천리의 형에 처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고, 속대전은 형전에서 ‘무릇 자손으로서 그 부모ㆍ조부모를 고소한 자는 곡직(曲直)을 변리(辨理)하지 아니하고 법에 의하여 논죄함으로써 인륜을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이러한 규정은 대전통편(大典通編)이나 대전회통(大典會通)에도 계승되어 왔다.

나. 고소권의 보장과 고소인의 권리보호

(1) 고소의 의미

고소란 범죄의 피해자 또는 그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자가 수사기관에 대하여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친고죄에 있어 고소는 소송조건인데 비하여, 비친고죄에 있어 고소는 수사의 단서에 해당된다.

(2) 고소권의 보장과 기본권관련성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검사만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사인소추주의를 배제하고, 국가소추주의 및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준기소절차를 인정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5항이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

고 있는 것 또한 국가소추주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국가기관이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법제도 아래에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고소권 행사를 보장하고, 고소인의 권리를 두텁게 인정하여, 이들에 대한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헌재 1999. 1. 28. 98헌마85 , 판례집 11-1, 73, 79 참조).

자신의 법익을 침해한 범죄에 대하여 형사고소를 할 수 있는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가장 바탕이 되는 권리로서, 헌법상 명문으로 규정된 기본권이 아니라 하더라도 재판절차진술권의 직접적 전제가 되는 권리라 할 수 있으므로, 고소권의 침해 논의는 재판절차진술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다. 위헌 여부 심사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속’이라는 특수한 신분관계인에 대하여 그 직계존속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권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위의 차이를 이유로 고소권을 제한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일반적으로 차별이 정당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자의성 여부를 심사하지만,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면 입법형성권은 축소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된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 판례집 11-2, 771, 787-789; 헌재

1999. 12. 23. 98헌바33 , 판례집 11-2, 732, 749; 헌재 2000. 8. 31. 97헌가12 , 판례집 12-2, 167, 181).

자의심사의 경우에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만을 심사하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비교대상 간의 사실상의 차이나 입법목적(차별목적)을 발견ㆍ확인하는 데 그치는 반면, 비례심사의 경우에는 단순히 합리적인 이유의 존부 문제가 아니라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와 차별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심사, 즉 비교대상 간의 사실상의 차이의 성질과 비중 또는 입법목적(차별목적)의 비중과 차별의 정도에 적정한 균형관계가 이루어져 있는가를 심사하게 된다(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 판례집 13-1, 386, 403).

라. 재판관이강국,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송두환의 합헌의견

(1) 이 사건의 쟁점 및 심사기준

(가) 범죄 피해자의 고소권은 그 자체로 헌법상의 기본권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상의 법적인 권리에 불과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재판절차진술권 행사의 전제가 되기도 하므로, 이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속인 범죄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행사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나) 범죄피해자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 여부는 기소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데(헌재 2009. 2. 26. 2005헌마764 , 공보 제149호, 451, 458 참조), 먼저 비친고죄에 있어서는 고소의 존부와 무관하게 기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에 간접적․사실적인 제약을 초래할 뿐이

라 할 것이며, 이를 두고 재판절차진술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면, 친고죄에 있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비속인 범죄피해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므로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에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됨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범죄에 대하여는 특별법으로 직계존속의 경우에도 고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1994. 1. 5. 법률 제4702호로 제정된 것, 위 조항은 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7조로 이관되어 있다) 및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2항(1997. 12. 13. 법률 제5436호로 제정된 것)}, 형법상 친고죄로 규정된 범죄 중 실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율 대상이 되는 범죄는 비밀침해죄(제316조), 업무상비밀누설죄(제317조) 등 몇몇에 불과한 형편이다.

또한 가해자인 직계존속이 법정대리인인 경우에는 피해자인 비속이 직접 고소할 수는 없지만, 비속의 친족이 고소하여 형사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으며(형사소송법 제226조 참조), 존속의 비속에 대한 대부분의 재산범죄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므로 고소의 실익도 좁혀진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친고죄의 경우든 비친고죄의 경우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절차진술권의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완화된 자의심사에 따라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으로 족하다 할 것이다.

(2) 차별의 합리성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피해자의 고소권은 그 자체로 헌법상 기본권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상의 법적인 권리에 불과하므로, 이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그 나라의 고유한 사법문화와 윤리관, 문화전통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넓은 입법형성권을 갖는다.

또한 관련된 법 규범 전체를 고려할 때, 앞서 본 바와 같이 특별법으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제외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고소권을 제한하고 있는 분야는 피해의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범죄에 국한되어 있으므로, 더욱 더 비속의 고소권 제한규범은 특정한 윤리적 내지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입법자가 재량을 가질 수 있는 형성영역 내에 있다고 볼 여지가 높아진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상으로 삼는 직계존속은, 계약으로 형성되는 여타의 사회적인 관계나 신분과는 달리 혈연과 혼인으로 이루어지는 1차적인 관계로서, 합리성으로 대변되는 이해관계나 수지타산의 논리보다는 이해와 사랑 및 헌신이라는 질적으로 다른 가치로 유지되고 형성되는 집단이며, 이 영역에서는 법률의 역할보다 사회에 대한 버팀목으로서의 전통적 윤리의 역할이 더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법률은 불가피하게 도덕과 일정부분을 공유하는 것으로, 특히 우리 법의식의 근저에는 근대 서구에서 비롯한 개인주의적 윤리와, 공동체 및 혈연 중심의 유교적 윤리가 혼재되어 있는 형편이다.

직계존속은 비속에 대하여 정신적ㆍ육체적인 양육과 보호에 정성을 기울이고, 비속은 직계존속에 대하여 가족으로서의 책임분담과 존경과 보은의 의무를 가지는데, 이러한 존ㆍ비속 관계의 본질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일 것이나, 그 관계의

규율에는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윤리와 더불어 그 나라와 사회가 선택하고 축적해 온 고유한 문화전통과 윤리의식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유교적 전통을 받아들여 이를 체화시켜 왔고, 그 결과는 근대 서구의식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부분 우리의 고유한 의식으로 남아 있다.

친족관계 내부에서는 자율적인 도덕의 구현이 강조되어 세세한 법적 규율보다추상적이고 열린 유교적 규범이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작용해왔고, 그 중에서도 특히 부모에 대한 존경은 어느 것과도 비길 수 없는 최고의 도덕적 선으로 간주되어왔으므로, 우리사회의 존ㆍ비속 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 이러한 효의 정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규범을 수호하기 위하여 비속이 존속을 고소하는 행위의 반윤리성을 억제하고자 이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비속이 존속을 고소하는 것을 제한하는 한편으로 다른 친족들이 해당 존속을 고소하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으므로, 범죄를 저지른 존속이 완전히 처벌을 피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속이 직접 존속을 고소하는 방식을 제한함으로써 비속의 반윤리성을 억제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고, 존속을 차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존속이 두터운 보호를 받고 심지어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존속까지 혜택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법률이 부여한 특혜가 아니라 비속의 반윤리성을 억제하는 데서 수반되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

(3) 소결

따라서,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를 금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차별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마.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위헌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1) 이 사건의 심사기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피해자인 비속에 대하여 단순히 법적 권리인 고소권의 배제․박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친고죄의 영역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2항의 신설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친고죄의 대상범죄가 대폭 축소되었다고는 하나, 이로써 중대한 기본권침해가 회복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특례가 없다면 고소권의 일반적인 제한은 중대한 기본권침해가 된다는 전제를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고소권의 제한규범으로 인한 재판절차진술권 침해의 중대성 여부는 그 규범이 적용되는 범죄의 범위의 광협이나 법정형의 고저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는 없다. 고소권의 완전한 박탈은 적용되는 범죄의 범위와 죄질을 불

문하고 그 자체로 재판절차진술권의 중대한 제한으로 이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비친고죄의 경우에도 재판절차진술권의 중대한 제한이 초래될 수 있다. 자신의 법익 침해에 대하여 항거할 수단을 친족이라는 타인의 의중에 맡기는 방식은 개인이 권리의 주체로 올라선 근대 이후의 법률이념에 부합하지 않으며, 재판절차진술권의 중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속의 존속에 대한 고소를 금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비속의 재판절차청구권은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된다 할 것이므로 위헌심사의 기준은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하여야 한다.

(2) 평등원칙 위반여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교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가족제도의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긍정된다.

국가가 문화나 윤리의 보호를 입법의 목적으로 삼을 때, 물적․제도적으로 장려하는 것은 폭넓게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통윤리의 고양을 위해 자기의 피해에 대한 고소권을 박탈하여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편의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기에 차별의 목적과 정도의 비례성과 관련하여 필연적으로 문제점이 발생한다.

존․비속이라는 신분관계는 범죄의 죄질과 책임의 측면에서 경중을 고려할 수 있는 요소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분관계가 국가 형벌권의 행사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고소는 범죄의 유형에 따라서 소송조건 내지 수사의 단서로서 기능하고, 고소권자에게는 여러 가지 절차적 보장이 뒤따른다. 이러한 점에서 범죄피해자가 비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인 가정의 기본질서 유지를 넘어 법이 보호할 가치가 없는 존속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포기하고 범죄피해자인 비속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결과가 되어 차별의 목적과 수단 간에 합리적인 균형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의 가족은 한 사람의 가장과 그에 복속하는 가속으로 분리되는 권위주의적인 조직이 아니라 가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서 존중되는 민주적인 관계에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존속에 대한 고소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는 것만으로 곧 정식기소와 재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건의 발생경위나 존비속 간 관계의 특수성, 존속의 악성유무 및 정도 등을 살펴 고소각하 내지 불기소에서부터 기소유예, 약식기소까지 정식기소 이전 단계의 다양한 처분이 있어 개별적 사건의 실체에 맞게 적절한 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존속이라는 이유로 정식기소 이전 단계의 다양한 처분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은 채 개별사안에 따른 특수성을 불문하고 고소를 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리는 것만이 존비속 간에 발생할 수 있는 형사문제를 다루는 데에 있어 가족제도의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하고 불가결한 수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속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차별 목적의 비중과 차별의 정도 간에 비례성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5.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으로 비록 위헌의견이 다수이긴 하나, 법률의 위헌선언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1. 2. 24.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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