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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2. 6. 27. 선고 2011헌마288 공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3의2호 위헌확인]
[공보(제189호)]
판시사항

가.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이하 ‘자동게임 프로그램’이라 한다)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2011. 4. 5. 법률 제10554호로 개정된 것, 이하 ‘게임산업법’이라 한다) 제46조 제3의2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다.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이 사건 법률조항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라는 구성요건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을 스스로 규정하고 있어 구성요건의 세부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지 아니하며,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제공 또는 승인 여부는 구성요건 해당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할 뿐 게임물 관련사업자에게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주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요청인 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보호법익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면,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한다 함은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게임물’ 본래의 시스템을 와해시키고, 다른 정상적인 이용자의 게임활동을 방해하며, 게임서버에 과부하를 가져오는 등 게임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함을 알 수 있고,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란 이용자가 마우스나 키보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명령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을 취득함으로써 하루 24시간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는 프로그램 즉,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게임산업의 진흥 및 건전한 게임문화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보호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공·승인의 주체는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청소년게임제공업, 일반게임제공업,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의 영업을 하는 자 모두를 포함하는 ‘게임물 관련사업자’라 할 것이다(게임산업법 제2조 제9호).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다.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하여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정상적인 게임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게임산업의 진흥 및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다. 자동게임 프로그램은 단지 게임수행을 편하게 해 주는

자동도구에 그치지 않고 정밀하게 설계된 게임 속 환경을 망쳐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도구이며, 게임 전체의 관리전략상 큰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점,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결국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시간 내에 많은 아이템을 수집하여 현금거래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자동게임 프로그램은 사행성을 부추기는 커다란 요인이 되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목적범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자동게임 프로그램으로 인한 피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하거나 승인하지 아니한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요청된다. 형사상 형벌이라는 제재 대신 과태료 등의 행정상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으나, 과태료 등의 행정상 제재로 충분할 것인지, 아니면 나아가 형벌이라는 제재를 동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것이고, 형사처벌보다 가벼운 행정청의 과태료 처분 등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판례

가. 헌재 1998. 3. 26. 96헌가20 , 판례집 10-1, 213, 219-220

나. 헌재 1996. 2. 29. 94헌마13 , 판례집 8-1, 126, 137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94헌재 2010. 3. 25. 2009헌바121 , 판례집 22-1상, 479, 486

다. 헌재 2009. 9. 24. 2007헌마1345 , 판례집 21-2상, 792, 801헌재 2011. 4. 28. 2009헌바90 , 판례집 23-1하, 13, 25 참조

당사자

청 구 인송○두대리인 법무법인 디지털밸리담당변호사 임창주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소프트웨어 개발·컴퓨터 주변기기 제조·프로그램 개발 사업 등을 하는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인바, 2011. 4. 5. 법률 제10554호로 개정되고 2011. 7. 6.부터 시행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3의2호에서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새로이 규정함에 따라, 온라인 게임에 부수되는 컴퓨터프로그램인 속칭 자동사냥 프로그램과 기기를 제조하여 판매하지 못하게 되자, 위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1. 5.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청구인은 처벌조항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3의2호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 명확성의 원칙 위배 등을 다투고 있는바, 이 사건 심판대상은 위 처벌조항 중 금지조항에 관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처벌조항은 금지조항인 같은 법 제32조 제1항 제8호를 그 내용으로 하여 구성요건을 별도로 설시하고 있으므로, 처벌조항 중 관련된 금지조항 부분을 따로 특정할 필요 없이 처벌조항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으면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2011. 4. 5. 법률 제10554호로 개정된 것, 이하 ‘게임산업법’이라 한다) 제46조 제3의2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46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의2. 제32조 제1항 제8호를 위반하여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한 자

[관련조항]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①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8.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

제2조(정의)이법에서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한다.

가. 사행성게임물

나.관광진흥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관광사업의 규율대상이 되는 것

다.게임물과 게임물이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것

1의2. ∼ 3. 생략

4.“게임제작업”이라 함은 게임물을 기획하거나 복제하여 제작하는 영업을 말한다.

5.“게임배급업”이라 함은 게임물을 수입(원판수입을 포함한다)하거나 그 저작권을 소유·관리하면서 게임제공업을 하는 자등에게 게임물을 공급하는 영업을말한다.

6.“게임제공업”이라 함은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영업을 말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가.관광진흥법에 의한 카지노업을 하는 경우

나.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의한 사행기구를 갖추어 사행행위를 하는 경우

다.제4호 내지 제8호에 규정한 영업 외의 영업을 하면서 고객의 유치 또는 광고 등을 목적으로 당해 영업소의 고객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종류 및 방법 등에 의하여 게임물을 제공하는 경우

라.제7호의 규정에 의한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의 경우

마.제22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어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받은 게임물을 제공하는 경우

6의2.제6호의 게임제공업 중 일정한 물리적 장소에서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게임물을 제공하는 영업은 다음 각 호와 같다.

가.청소년게임제공업: 제21조의 규정에 따라 등급분류된 게임물 중 전체이용가 게임물을 설치하여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영업

나.일반게임제공업: 제21조의 규정에 따라 등급분류된 게임물 중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과 전체이용가 게임물을 설치하여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영업

7.“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이라 함은 컴퓨터 등 필요한 기자재를 갖추고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하게 하거나 부수적으로 그 밖의 정보제공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업을 말한다.

8.“복합유통게임제공업”이라 함은 게임제공업 또는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과 이 법에 의한 다른 영업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한 영업을 동일한 장소에서 함께 영위하는 영업을 말한다.

9.“게임물 관련사업자”라 함은 제4호 내지 제8호의 영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제6호 다목의 영업을 하는 자는 제28조의 적용에 한하여 게임물 관련사업자로 본다.

10. 생략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게임물 관련사업자에게 위임하고, 이에 따라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처벌대상행위자를 자의적으로 선별하여 법을 집행하게 할 수 있도록 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배된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라는 개념은 모든 종류의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포함하는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게임물 관련사업자 모두가 승인해야 하는 것인지 일부만 승인해도 되는 것인지 불분명하며, ‘게임물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의 범위도 애매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이 사건 법률조항은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 또는 제공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의 제작 및 배포를 금지함으로써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 게임물 이용자이기도 한 청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 연혁 및 취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이하 ‘자동게임 프로그램’이라 한다)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바, 2011. 4. 5. 법률 제10554호로 개정된 게임산업법에서 신설되어 2011. 7. 6.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최근 컴퓨터게임에서 이용자들이 수많은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됨에 따라 게임의 균형을 깨뜨리게 되고 게임시스템을 황폐화시킬 뿐만 아니라, 고가의 아이템을 둘러싼 환전으로 인하여 사행성 문제와 사기 등의 범죄도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야기되자,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하여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하여 정상적인 게임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함으로써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려는 데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을 통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실질을 스스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그 구성요건 또한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개발사업 등에 종사하는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한 자동게임 프로그램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있어 게임물 이용자이기도 한 청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될지라도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동게임 프로그램의 배포 및 배포 목적의 제작을 금지하는 데서 비롯되는 간접적ㆍ반사적 불이익에 불과하므로 청구인의 자기결정권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침해되는 기본권이라 볼 수 없다.

(2) 죄형법정주의 위배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법률주의 위배 여부

1)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법치주의, 국민주권 및 권력분립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일차적으로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가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성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이고,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도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법률’이란 입법부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사항이라 하여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다 정할 수는 없어 예외적으로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러한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해져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을 한다면 이는 사실상 입법권을 백지위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의회입법의 원칙이나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되며, 특히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별히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에 의한 처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스

럽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헌재 1998. 3. 26. 96헌가20 , 판례집 10-1, 213, 219-220).

2)이 사건 법률조항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라는 구성요건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을 스스로 규정하고 있어 구성요건의 세부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지 아니하며,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제공 또는 승인 여부는 구성요건 해당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할 뿐 게임물 관련사업자에게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주었다고 볼 수는 없다.

3)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을 통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실질을 스스로 직접 규정하고 있다 할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요청인 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

1)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되고, 또한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명확성의 원칙은 특히 처벌법규에 있어서 엄격히 요구되는데, 다만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며,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헌재 2010. 3. 25. 2009헌바121 , 판례집 22-1상, 479, 486).

한편, 형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전체를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헌법재판소의 선례이다(헌재 1996. 2. 29. 94헌마13 , 판례집 8-1, 126, 137; 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94).

2)우선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 방해’라는 의미에 관하여 보건대, ‘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 본문). 또한 그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한다 함은 이와 같은 게임물 본래의 시스템을 와해시키고, 다른 정상적인 이용자의 게임활동을 방해하며, 게임서버에 과부하를 가져오는 등 게임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다음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라는 표현에 관하여 살펴본다. 게임산업법 제2조 제9호에 의하면 ‘게임물 관련사업자’라 함은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청소년게임제공업, 일반게임제공업,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의 영업을 하는 자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한편,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하여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하여 정상적인 게임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함으로써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란 이용자가 마우스나 키보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명령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을 취득함으로써 하루 24시간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는 프로그램 즉,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하지 아니한’ 자동게임 프로그램이라 함은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자동게임 프로그램이 아닌 경우를,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하지 아니한’ 자동게임 프로그램이라 함은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타인에 의한 자동게임 프로그램의 배포나 배포 목적 제작행위를 정당하다고 인정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각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게임산업의 진흥 및 건전한 게임문화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보호를 그 보

호법익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공·승인의 주체는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청소년게임제공업, 일반게임제공업,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의 영업을 하는 자 모두를 포함하는 ‘게임물 관련사업자’라 할 것이다. 즉, 당해 게임물과 관련 있는 게임물 관련사업자 중 일부라도 그 제공이나 승인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벌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끝으로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라는 표현에 관하여 살펴보면, ‘배포’의 사전적 의미는 ‘널리 나누어 주다’이며, ‘제작’의 사전적 의미는 ‘기계나 작품 따위를 일정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다’는 것인바,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란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거나 이를 위해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3)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보호법익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되고, 그것이 지나치게 불명확하여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심사기준

일반적으로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하여는 직업선택의 자유와는 달리 공익목적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폭넓은 입법적 규제가 가능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수단은 목적달성에 적절한 것이어야 하고 또한,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헌재 2009. 9. 24. 2007헌마1345 , 판례집 21-2상, 792, 801).

(나) 구체적 검토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하여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정상적인 게임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게임산업의 진흥 및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자동게임 프로그램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하여 그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된다.

2) 온라인 게임은 많은 이용자가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상호작용을 주고 받는 게임인바, 일반 이용자들의 정상적인 게임 활동을 방해하는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면 게임콘텐츠의 부족과 이용자의 흥미 반감, 사이버머니의 증가로 인한 가상세계 경제시스템의 붕괴 등으로 결국 이용자들로 하여금 게임을 떠나게 만든다. 이는 이용자들의 게임 시간에 비례하여 수익을 얻는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게임물 관련사업자로 하여금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단속하기 위한 보안프로그램을 개발·설치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게 한다.

이와 같이 자동게임 프로그램은 단지 게임수행을 편하게 해 주는 자동도구에 그치지 않고 정밀하게 설계된 게임 속 환경을 망쳐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도구이며, 게임 전체의 관리전략상 큰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점,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결국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시간 내에 많은 아이템을 수집하여 현금거래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자동게임 프로그램은 사행성을 부추기는 커다란 요인이 되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목적범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자동게임 프로그램으로 인한 피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하거나 승인하지 아니한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요청된다.

이 경우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정상적인 게임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형사상 형벌이라는 제재 대신 과태료 등의 행정상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태료 등의 행정상 제재로 충분할 것인지, 아니면 나아가 형벌이라는 제재를 동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것이고(헌재 2011. 4. 28. 2009헌바90 , 판례집 23-1하, 13, 25 참조), 형사처벌보다 경한 행정청의 과태료 처분 등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3)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자동게임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배포하지 못함으로써 직

업수행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에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

(다) 소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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