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9헌바129 상속에 관한 구 관습법 부분 위헌소원
청구인
1. 이○행
2. 이○림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청담
담당변호사 박민재, 장현우
당해사건
대법원 2007다41874 소유권이전등기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이○헌(1951. 8. 14. 사망)과 김○덕(2003. 12. 29. 사망)의 장녀와 차녀이다. 청구인들은 2005. 1. 6.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위 김○덕이 장남인
이○탁에게 평택시 포승면 ○○리 산 24 임야 25,241㎡를 명의신탁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주위적으로는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예비적으로는 분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평택지원은 2006. 6. 16. 김○덕이 위 토지를 이○탁에게 명의신탁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민법 시행 전의 재산상속에 관한 구 관습법에 따르면 호주가 사망한 경우 차남 이하의 중자(衆子)들은 상속재산 분재청구권을 갖지만 딸들에게는 이러한 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05가합48).
(2) 이후 청구인들은 항소(서울고등법원 2006나64612)를 거쳐 상고하였고, 상고심 계속 중인 2007. 8. 14. 구 관습법상 호주가 사망한 경우 여자에게 분재청구권이 없다는 부분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 5. 28.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함과 동시에(대법원 2007다41874), 관습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구인들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각하하였다(대법원 2007카기134).
(3) 이에 청구인들은 2009. 6. 2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 중 호주가 사망하면 그 장남이 호주상속을 하고, 차남 이하 중자가 여러 사람 있는 경우에 그 장남은 호주상속과 동시에 일단 전 호주의 유산 전부를 승계한 다음 그 약 2분의 1은 자기가
취득하고 나머지는 차남 이하의 중자들에게 원칙적으로 평등하게 분여하여 줄 의무가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차남 이하의 중자는 호주인 장남에 대하여 분재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부분(다음부터 ‘이 사건 관습법’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관습법은 호주가 사망한 경우와 호주가 아닌 가족이 사망한 경우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여, 호주가 사망한 경우 차남 이하의 중자에게만 분재청구권을 인정하고 여자에게는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를 부인하고 있는 헌법 제11조 제2항에 위반된다. 또한 여자에게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이 사건 관습법은 여자와 청소년의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국가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및 혼인과 가족생활, 그리고 모성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6조에도 위반된다.
3. 판단
가.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1) 관습법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되기에 이르러 법원(法源)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법원(法院)은 여러 차례 위와 같은 분재청구권에 관한 관습이 우리 사회에서 관습법으로 성립하여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대법원 1969. 11. 25. 선고 67므25 판결; 대법원 1973. 6. 12. 선고 70다2575 판결; 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다카1877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27087,27094 판결;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26284 판결 등)상속 등에 관한 재판규범으로 적용하여
왔다. 그런데 이 사건 관습법은 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을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재산상속에 관하여 적용된 규범으로서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2)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에 의하면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고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헌재 1995. 12. 28. 95헌바3 , 판례집 7-2, 841, 846; 헌재 1996. 6. 13. 94헌바20 , 판례집 8-1, 475, 482;헌재 2001. 9. 27. 2000헌바20 , 판례집 13-2, 322, 327참조). 이처럼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을 위헌심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헌적인 법률에 의한 재판을 가능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관습법도 당연히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나. 재판의 전제성 유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여기에서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함은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사건 관습법은 차남 이하의 중자에게만 분재청구권이 있다는 것으로 딸들에
게는 분재청구권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당해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관습법이 여성에게 분재청구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사정은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법률상의 장애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가령 청구인들이 분재청구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소 제기 이전에 이미 소멸시효 10년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하고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이상,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하여 당해사건에서는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당해사건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의 전제성 유무에 관한 부분에 관하여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이정미의재판의 전제성 유무에 관한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하여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힌다.
다수의견은, 청구인들이 분재청구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소 제기 이전에 이미 소멸시효 10년이 완성되었다고 본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법원으로서는 청구인들의 청구를 인용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당해사건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고 함은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다3622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기 전까지 청구인들은 호주 상속인을 상대로 이 사건 관습법에 의하여 분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이 분가시로부터 분재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소멸시효를 기산한 다음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다수의견은, 소멸시효는 ‘권리행사가 가능하였다’는 전제조건에서만 기산될 수 있다는 점 및 나아가 권리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아니한다는 소멸시효 제도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관습법에 의한 분재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청구인들이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한 때)로부터 기산한다면, 청구인들의 분재청구권은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관습법의 위헌 여부에 따라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2013. 2. 28.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