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상속에 관한 관습법 위헌소원
- 구 관습법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
최 희 준*1)
【판시사항】
1. “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이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 위 관습법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가. 청구인의 어머니인 이○정은 이○재와 박○숙의 유일한 자녀로 1940. 2. 12.경 혼인하여 이○재의 호적에서 제적되었다. 이○재는 1948. 3. 28. 사망하여 박○숙이 여호주가 되었는데, 박○숙도 민법 시행 이전인 1954. 3.
3. 사망하였다. 박○숙 사망 당시 호적부에는 이○재의 이복동생 이□재와 이□재의 처 민○옥, 이□재의 자녀들이 가족으로 남아 있었다. 이□재는 1963. 6. 26. 일가창립신고를 하였고, 이○재의 가는 1969. 7. 8. 호적이 말소되었다.
나. 이○정은 이○재 소유의 천안시 동남구 ○○면 ○○리 ○○ 전 1,203㎡ 외 7필지를 최○영 등이 허위의 보증서 및 확인서를 이용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하면서 2011. 5. 31. 최○영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2011. 7. 20. 이○정이 사망하여 그 자녀인 청구인이 소송을 수계하였다. 법원은 민법 시행 전의 구 관습법상 여호주가 사망하고 호주상속인이 없어 절가(絶家)되는 경우 그 유산은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출가녀에 우선하여 승계하므로 이○정에게 위 토지가 귀속었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항소심( 2013헌바396 사건의 당해사건)에서 위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청구인은 2012. 8. 20. 절가된 이○재 가의 유산이 청구인의 어머니 이○정에게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주시 ○○면 ○○리 ○○ 전 4,264㎡의 소유권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3. 7. 15. 패소하였다. 청구인은 항소심( 2014헌바394 사건의 당해사건)에서 여호주가 사망하고 호주상속인이 없어 절가되는 경우 그 유산은 절가된 가의 가족이 출가녀에 우선하여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각하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관습법은 호주가 사망한 경우와 호주가 아닌 가족이 사망한 경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호주가 사망한 경우 차남 이하의 중자에게만 분재청구권을 인정하고 여성에게는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함으
로써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를 부인하고 있는 헌법 제11조 제2항에 위반된다. 여성에게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이 사건 관습법은 여성의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국가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및 혼인과 가족생활, 그리고 모성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6조에도 위반된다.
【결정요지】
1.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시행 이전의 “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이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은 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 등을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절가된 가(家)의 재산분배에 관하여 적용된 규범으로서,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각하의견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관습법의 승인, 소멸은 그것에 관한 사실인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법원(法院)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이미 승인된 관습법의 위헌, 위법 여부는 물론 그 소멸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구 관습법은 민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미 폐지된 것으로서 청구인은 구 관습법의 위헌성을 다투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폐지된 구 관습법에 의하여 이미 정리된 재산분배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을 위헌이라고 선언한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된 재판소원을 인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여야 한다.
각하의견에 대한 재판관 조용호의 보충의견
관습법은 헌법상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회가 관여한 바도 없기 때문에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관습법을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의 대상으로 한다면, 나아가 ‘법의 일반 원칙’인 조리(條理)도 위헌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결과가 우리 헌법이 예정한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기능에 속하지 아니함은 분명하다. 민법 제1조는 민사관계를 규율하는 기준·원칙과 그 순서를 정하고 있는 것이지, 관습법에 대하여 법률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 법의 존재형식 내지 인식근거로서 법원(法源)은 헌법에서 선언되어야 하나 우리 헌법은 관습법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2. 본안에 관한 판단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
이 사건 관습법은 그 자체로는 절가된 가의 재산을 청산할 때 가적 내에 남아 있는 사람과 출가 또는 분가한 사람을 차별취급하고 있을 뿐 성별의 차이를 이유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출가한 여성이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에 입적하게 되어 절가된 가의 호주와 같은 가적에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은 별도의 관습법에 따른 것이지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재산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우선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 등 현실적 필요와 민법 시행 이전의 사회상황과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 또한 호주가 살아 있을
때 출가한 여성에게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분재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하여 출가한 여성이 상속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었다. 헌법 시행 이전에 성립된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구 관습법이 헌법 제정과 동시에 모두 위헌이 되고 소급하여 실효된다고 볼 수는 없다. 민법의 제정 및 시행으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에 대하여 역사적 평가를 넘어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소급적으로 그 효력을 모두 부인할 경우 이를 기초로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가 한꺼번에 뒤집어져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민법 시행으로 폐지된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유산 귀속순위를 정함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출가한 여성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과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정미, 안창호의 위헌의견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대우를 정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성질상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 경우에 한하여 성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 이 사건 관습법은 호주를 정점으로 하는 남계 혈통을 중요시하는 호주제를 기반으로 가(家)의 재산은 타가(他家)에 있는 자에게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을 토대로 한 것이며, 그 근저에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이 사건 관습법은 혼인으로 인해 종래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 일원이 되는 출가녀와, 혼인을 하더라도 여전히 동일한 가적 내에 남게 되는 남성을 유산 승계에 있어 차별 취급하고 있다. 구체적 규범통제의 심사기준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을 할 당시에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헌법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관습법은 현행 헌법 하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사건 관습법은 민법의 시행 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그대로 적용되므로(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 이미 폐지된 관습법이라 하더라도 그 효력을 상실시킬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된다. 이 사건 관습법은 절가된 가의 재산을 청산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남성과 여성을 달리 취급하므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양성의 평등을 보
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은 관습법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이다. 종래 관습법에 대하여는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헌법학자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법학자들 사이의 통일된 견해였고, 헌법재판소가 2008년 발행한 헌법재판실무제요 제1개정증보판 111쪽에서도 “관습법은 위헌제청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그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는 법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기술하였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2013. 2. 28. 선고한 2009헌바129 결정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위헌소원청구를 각하하면서 관습법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따로 밝히자 헌법학계에서 이에 동조하는 견해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법학계와 실무계의 주류적인 입장은 법원이 그 존재, 승인과 소멸을 확인하는 관습법은 그 폐지도 법원이 심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관습법의 헌법소원심판 대상성에 관하여만 살핀다.
2. 헌법소원심판 대상성을 긍정하는 견해의 근거
가. 관습법은 실질적으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짐
관습법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되기에 이르러 법원(法源)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법원(法院)은 여러 차례 심판대상인 분재청구권에 관한 관습이 우리 사회에서 관습법으로 성립하여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상속 등에 관한 재판규범으로 적용하여 왔다(대법원 1979. 2. 27. 선고 78다1979, 1980 판결; 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다카25394 판결;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다53952 판결 등). 그런데 이 사건 관습법은 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 등을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절가된 가(家)의 재산분배에 관하여 적용된 규범으로서,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
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나. 긍정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기여함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고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 이처럼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을 위헌심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가능하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할 수 있다.
3. 헌법소원심판 대상성을 부정하는 견해의 근거
가. 관습법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지 않음
헌법은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경우에,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하위 규범인 ‘명령·규칙 또는 처분’ 등의 위헌 또는 위법 여부는 대법원이 그 심사권한을 갖는 것으로 그 권한을 분배하고 있다(헌법 제107조 제1항, 제2항, 헌법재판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참조).
여기서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문이 있을 수 없다(헌재 1995. 12. 28. 95헌바3 참조). 그 밖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되고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약 등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들도 여기에 포함된다(헌재 1999. 4. 29. 97헌가14 ; 헌재 2001. 9. 27. 2000헌바20 ; 헌재 2013. 3. 21. 2010헌바70 등 참조). 이때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느냐 여부는 그 규범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법률적 효력의 유무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70 등).
관습법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되기에 이른 것을 말하는데, 그러한 관습법은 법원(法源)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다(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 참조).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규정한 민법 제1조는 민사관계를 규율하는 기준·원칙과 그 순서를 정하고 있는 것이지, 관습법에 대하여 법률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 민사관계를 규율하고 재판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할 때 그 재판의 준거(準據) 내지 심판의 기준으로서 성문법(법률, 명령, 조약, 자치법규 등)이 없으면 관습법을 보충적으로 적용하여 규율·판단하라는 것이다. 즉 성문법은 관습법을 폐지할 수 있지만 관습법은 성문법을 폐지할 수 없고, 민사에 관한 관습법은 법원(法院)에 의하여 발견되며 성문의 법률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인 법원(法源)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민법 제1조). 죄형법정주의를 정한 헌법 제13조에서 말하는 법률도 성문 법률을 의미하고, 관습법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관습형법은 인정되지 않는다(헌재 1997. 9. 25. 96헌가16 ; 헌재 2003. 4. 24. 2002헌가8 등 참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도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만 정할 수 있을 뿐(헌법 제59조, 대법원 1994. 9. 30.자 94부18 결정; 헌재 1992. 12. 24. 90헌바21 참조), 관습법에 의하여 이를 정할 수는 없다.2)
이처럼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헌법은 관습법에 대하여는 전혀 규율하지 않고 있고, 관습법도 헌법상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회가 관여한 바도 없기 때문에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3)관습법을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의 대상으로 한다면, 나아가 관습법에 대하여 보충적인 ‘법의 일반 원칙’인 조리(條理)도 위헌심
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조리를 위헌심사한다는 것이 이치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러한 결과가 우리 헌법이 예정한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기능에 속하지 아니함도 분명하다. 독일에서조차도 법원의 위헌제청의무는 헌법제정 이후의 법률에 대하여서만 인정되고, 입법통제라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연원에 의할 때 형식적 법률만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는데, 관습법은 형식적 법률의 성격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관습법의 위헌성을 이유로 한 위헌제청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4)결국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하여 열후적·보충적 효력밖에 없는 관습법에 대하여는 법원이(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 참조) 그 존재의 발견, 승인, 소멸, 폐지를 선언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정한 규범통제의 모습이다.
나. 긍정할 경우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고, 오히려 부정해야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기여함
관습법의 헌법소원심판 대상성을 인정하는 견해는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습법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하나, 오히려 헌법재판소가 관습법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할 경우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한다.
법원이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어떤 사회생활규범이 법적 규범인 관습법으로 승인되기에 이르렀다고 선언하기 위하여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또한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관습법으로 승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다거나,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로 인하여 그러한 관습법을 적용하여야 할 시점에 있어서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법원은 그러한 관습법에 대하여는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헌법이 구체적 규범통제의 권한을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나누어 준 이상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와 규범의 위헌심사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그 심사대상을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관습법에 대하여는 앞서 본 것처럼 법원(法院)이 이를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법원(法院)이 이미 승인된 관습법의 위헌, 위법 여부는 물론 그 소멸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까지 관습법을 심판대상으로 볼 경우에는 하나의 관습법에 대하여 두 개의 최고 규범통제기관이 중복하여 존재하게 되는 결과, 하나의 관습법에 대하여 두 개의 최고 사법기관에 의한 모순된 판단이 양립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태의 발생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라는 두 기관의 사법적 권위와 국민 신뢰를 저해함으로써 양 기관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불이익만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관습법의 발견과 법적 승인 및 소멸을 선언하는 유일한 사법기관인 법원이 그 효력 상실도 통일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일부 학자의 희망대로 법원은 관습법의 존재의 발견, 승인과 그 소멸만 선언하고, 관습법에 대한 위헌 폐지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맡기로 업무를 엄격하게 분장하더라도, 법원의 최초 관습법 승인 당시 위헌인 관습법을 승인할 수 없는 점과 관습법은 사실인정의 문제에 밀접하다는 규범 자체의 특성으로 인하여 실제로는 관습법에 대한 존재와 승인 및 소멸에 관한 확인기관인 법원이 암묵적으로 그 위헌판단권도 함께 행사할 가능성이 많고, 이로 인하여 위와 같은 엄격한 분장 하에서도 여전히 두 기관이 하나의 관습법에 대한 서로 모순·충돌되는 판단을 계속할 가능성도 많다. 하물며 그동안 법원이 관습법에 대하여 그 존재와 승인 및 소멸의 확인 외에 규범통제권한도 현실적으로 행사하여 왔고, 학계의 주류적인 견해도 그 정당성을 인정하는 현재의 법현실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관습법에 대한 중복된 규범통제권한행사는 법원의 고유한 규범통제권한에 대한 침해 내지 간섭으로만 비칠 우려가 크다.
또한, 법원이 관습법의 존재, 즉 거듭된 관행과 그것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사회의 법적 확신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은 사실인정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어서,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의 판사가 사실심이 2회 보장된 심급제를 통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이 관습법의 존재와 변화 내지 폐지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고, 통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원이 그 위헌,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국민에게도 가장 이롭다.5)
이 사건에서 적용된 구 관습법은 일제 시대 법률보다 하위 규범인 조선민사령에 의하여 비로소 법원성을 인정받아 조선민사령보다도 하위의 규범으로서 대한민국 국회의 관여 없이 성립한 것이고, 제정 헌법에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하여 규범서열상 “대한민국 국회 제정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는 규정도 없으며, 더구나 1960. 1. 1. 제정 민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미 폐지된 것이다. 청구인은 구 관습법의 위헌성을 다투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폐지된 구 관습법에 의하여 이미 정리된 재산분배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을 위헌이라고 선언한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된, 청구인의 재판소원을 인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 이러한 위헌결정이 시작될 경우 헌법재판소는 모든 기존의 구관습법과 관련된 사건들의 홍수 속에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관습법재판소가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면 이는 9인의 헌법재판관에 의한 단심제의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진짜 처리해야 할 중요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요소가 될 것이고, 이러한 위헌결정들은 기존의 거래질서와 법적 안정성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누가 언제 어떤 재산에 관한 소유권을 상실할 것인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4. 이 사건 결정의 의의
이 사건은 헌재 2013. 2. 28. 2009헌바129 결정에서 관습법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던 헌법재판관들의 구성이 일부 변화(송두환 재판관 퇴임,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취임)한 이후 다시 관습법의 헌법소원심판 대상성이 쟁점이 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재판관 6인
(박한철,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의 다수의견은 관습법의 헌법소원심판 대상성을 인정한 다음 본안판단에 나아가 이 사건 관습법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반면, 재판관 3인(이진성, 김창종, 조용호)의 소수의견은 관습법의 헌법소원심판 대상성을 부정하였다. 이 사건 결정 이후에도 헌법재판관의 구성에 일부 변화가 있었고(박한철,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선애 재판관 취임), 내년에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관습법의 헌법소원심판 대상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다수이지만, 헌법재판관 구성이 대폭 변화한 후에 헌법재판소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귀추가 계속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