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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6. 4. 28. 선고 2014헌바60 2015헌바36 2015헌바217 결정문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1조 등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건설 주식회사

대표이사 정○현

청구인 대리인 1. 변호사 변동열, 류용호, 오흥석(2014헌바60)

2. 변호사 류용호, 최기록, 김삼범, 박성식( 2015헌바36 )

3. 변호사 류용호, 최기록, 김삼범, 박성식, 안기환, 장종철, 김상우( 2015헌바217 )

당해사건

1. 서울고등법원 2013누45029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2014헌바60)

2. 대법원 2014두8193 시정조치등 취소( 2015헌바36 )

3. 대법원 2015두36386 과징금부과처분등취소청구의소

선고일

2016.04.28

주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1호로 개정된 것) 제21조 중 ‘제19조 제1항 제8호 위반행위에 대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관한 부분, 제22조 본문 중 ‘제19조 제1항 제3호’ 및 ‘제19조 제1항 제8호’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4헌바60

청구인은 광주 제1,2 하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 설치공사의 입찰에서 다른 사업자와 투찰률 및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입찰에 참여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8호에서 정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3. 2. 25.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청구인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구 공정거래법 제21조제22조 본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2014. 1. 16.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청구인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하여 다른 사업자와 일정 지분씩 나누기로 합의하고, 위 합의에 기초하여 선도사업 1개 공구(금강 1공구) 및 1차 턴키 공사 13개 공구(15개 공구 중 영산강의 2개 공구 제외)를 대상으로 공구를 배분하기로 합의한 뒤

이를 실행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2. 8. 31.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청구인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공정거래법 제2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2015. 1. 20.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청구인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의 입찰에서 사전에 다른 사업자들과 낙찰예정자를 선정하고 이들이 낙찰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업자들이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하기로 합의하고 입찰에 참여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서 정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4. 2. 25.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청구인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구 공정거래법 제2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2015. 6. 19.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대상

당해사건들에서 청구인에게 적용되는 법률조항은, ① 공정거래법 제21조 중 ‘제19조 제1항 제8호 위반행위에 대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 에 관한 부분 및 제22조 본문 중 ‘제19조 제1항 제8호’에 관한 부분(2014헌바60), ② 공정거래법 제22조 본문 중 ‘제19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 2015헌바36 ), ③ 공정거래법 제22조 본문 중 ‘제19조 제1항 제8호’에 관한 부분( 2015헌바217 )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1호로 개정된 것) 제21조 중 ‘제19조 제1항 제8호 위반행위에 대한 기타 시정

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관한 부분(이하 ‘시정조치조항’이라 한다)과 제22조 본문 중 ‘제19조 제1항 제3호’ 및 ‘제19조 제1항 제8호’에 관한 부분(이하 둘을 합하여 ‘과징금부과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1조(시정조치)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사업자에 대하여 당해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22조(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단서 생략)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시정조치조항 및 과징금부과조항은 사업자의 법위반행위에 대한 고의·과실, 종업원에 대한 관리·감독상의 책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자가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기책임원리에 위배된다.

과징금부과조항은 과징금 상한과 부과기준의 본질적 사항을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과징금 상한의 지표인 매출액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포괄 위임하여 명확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손해배상 및 기타 형사·행정상의 제재와 병존하

도록 함으로써 재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직·구성·절차상 보장의 측면에서 준사법기관으로 보기에 미흡하므로, 과징금부과조항은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된다.

4. 판단

가. 시정조치조항에 대한 판단

(1) 제한되는 기본권 및 심사방법

시정조치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주된 기본권은 사업자의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고, 시정조치조항이 자기책임원리에 위배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시정조치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사업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므로, 이하에서는 시정조치조항이 사업자의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시정조치조항은 입찰담합행위를 한 당해사업자에게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정조치조항에 따른 시정조치 명령의 상대방은 입찰담합행위를 한 ‘당해사업자’이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는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로서(제2조 제1호 제1문), 자연인·법인을 불문한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통한 독점적 이익의 향유를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고(제1조, 제2조 제1호 제2문 참조), 사용자는 피용자의 행위로 인한 이득의 귀속 주체로서 피용자에 대한 일반적인 관리·감독 책임을 부담하므로, 구체적인 입찰담합 행위자가

사업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를 하는 임원·종업원·대리인 기타의 자연인인 경우, 그 자연인의 행위는 사업자의 행위로 귀속되어 당해사업자가 시정조치 명령의 상대방이 된다. 한편,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로는 예시된 바와 같은 ‘당해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에 준하는 행위금지명령 및 보조적 명령이 포함되는데, 이는 법 위반행위로 인한 현존하는 위법상태를 장래를 향하여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 행정행위이다.

따라서 시정조치조항은 입찰담합행위의 결과를 장래를 향하여 적극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입찰담합행위로 인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사업자에게 바로 그 행위의 결과를 제거할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갖추었다.

(나) 침해의 최소성

시정조치조항은 사업자의 입찰담합행위에 대한 고의·과실, 종업원 등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등을 시정조치 명령의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입찰담합의 결과를 실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자는 입찰담합으로 인한 위법한 이익의 귀속 주체인 사업자라는 점에서, 시정조치조항이 사업자의 위와 같은 주관적 사유를 시정조치 명령의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대신 법원은, 구체적인 시정조치 명령이 비례성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자의 고의·과실의 유무를 고려하고,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위반자가 그 의무를 알지 못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어 그것을 정당시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때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을 그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이 있을 때 등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두24371 판결)고 하여, ‘정당한 사유’라는 일반적 면책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정조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시정조치조항은 입찰담합이라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결과를 제거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한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반면, 이로 인한 사업자의 불이익은 입찰담합이라는 위법행위의 금지명령 또는 입찰담합의 결과를 장래를 향하여 제거함으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에 그친다는 점에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

(라) 소결

시정조치조항은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과징금부과조항에 대한 판단

(1) 청구인의 주장과 쟁점

(가) 청구인은 과징금부과조항이 자기책임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과징금부과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주된 기본권은 재산권이고, 위 주장은 과징금부과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이므로, 자기책임원리 위배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청구인은 과징금부과조항이 과징금 상한의 지표가 되는 ‘매출액’의 범위를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 않은 채 오로지 ‘대통령령이 정하는’이라는 위임 형식만을 규정하고, 과징금 부과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율을 한 바 없어 과징금 상한 및 부과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과징금 상한과 부과기준을 법률이 직접 정하지 아니한 것 자체 및 과징금 상한에 관한 위임의 형식이라 할 것이므로, 명확성원칙에 관하여는 판단할 필요 없이, 과징금부과조항이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심사하면 족하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13 등 참조).

(다) 청구인은 과징금부과조항이 다른 법률의 수범자와의 관계에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과징금부과조항이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등을 위반하였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고, 과징금부과조항 자체는 어떤 집단 사이의 차별취급도 예정하지 않으므로, 유의미한 비교집단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과징금부과조항의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라) 결국 쟁점은, 과징금부과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및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2)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심사기준

과징금부과조항은 입찰담합 또는 공급제한 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그 책임재산을 감소시킨다는 측면에서 사업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므로, 과징금부과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 제119조에 규정된 경제질서 조항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입법자는 경제현실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전망, 목적달성에 소요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 당해 경제문제에 관한 국민 내지 이해관계인의 인식

등 제반 사정을 두루 감안하여 독과점 규제와 공정거래의 보장을 위하여 가능한 여러 정책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고, 입법자의 그러한 정책판단과 선택은 그것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경제에 관한 국가적 규제·조정권한의 행사로서 존중되어야 한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참조).

(나) 판단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과징금부과조항은 사업자의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이라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금전적 제재를 통하여 그와 같은 행위를 억지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과징금부과조항에 의한 과징금은 부당이득의 환수뿐만 아니라 제재를 통한 부당한 공동행위의 억지에도 목적이 있으므로, 입법자는 위반행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시장의 경쟁질서를 효과적으로 회복·유지하게 될 것인가라는 정책적 관점에서 과징금의 상한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함이므로,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환수할만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사업자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할 동기를 잃게 된다. 이에 입법자는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로 획득한 경제적 이익과 사업자의 일반적인 경제적 능력을 동시에 반영하는 ‘매출액’이 과징금 상한의 지표로 적정하다고 보아, 그 10% 이내로 과징금의 상한을 정한 것인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과징금부과조항은 과징금의 상한만을 규정하고 있고, 공정거래법은 과징금을 부과함에 있어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55조의3 제1항), 공정거래위원회는 개별적인 부당한 공동행위의 특성 및 불법의 정도에 비례하는 상당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만 과징금을 부과할 의무를 지고 있다. 대법원도 입찰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에 있어서 해당 사업자가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및 입찰담합에 관여한 다른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과의 형평성을 실질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과징금 부과금액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2두6842 판결 참조).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과징금부과조항 외에도 형벌 및 손해배상의 근거 조항을 두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과징금부과조항에 따른 과징금 부과처분과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제재가 부과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형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제66조 제1항 제9호), ‘법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의 대상이 되며(제71조 제1항, 제2항), 실제로 자연인인 사업자가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양벌규정의 경우 면책사유가 규정되어 있다(제70조 단서). 따라서 과징금과 형벌이 병과된다 하더라도 그 제재의 총합이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이라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불법성에 비하여 과잉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손해배상은 과징금과는 성격·요건·절차의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고, 실제상 과징금과 중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드물며, 예외적으로 손해배상이 이루어져 과징금의 부당

이득 환수 부분과 중복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이를 과징금 부과처분에서 고려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이유로 다른 법률이 정하는 제재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목적 또는 보호법익, 제재의 효과가 다르고, 개별 제재처분 단계에서 과징금부과조항에 따른 과징금 부과처분의 존재 및 정도가 고려되므로,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행정권에는 행정목적 실현을 위하여 행정법 위반자에 대한 제재의 권한도 포함되어 있고, 복잡다기한 행정현상에 대응하여 행정목적의 최적 실현을 위하여 그 지향점과 효과에 차이가 있는 다양한 의무이행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즉, 제재의 총합을 고려하는 가운데 제재의 구체적 기능과 효과를 적합한 복수의 제재수단에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징금부과조항이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하여 형벌, 손해배상, 다른 법률의 제재의 가능성과 병존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사업자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법한 경제적 이익의 객관적 귀속주체이자, 종업원 등의 법 위반행위를 방지해야 할 포괄적인 관리·감독상의 책임자이므로, 그 주관적 귀책사유의 존부와 무관하게 과징금을 통한 부당이득의 환수 및 제재의 1차적인 상대방이 될 필요가 있다. 대신 시정조치조항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구체적인 과징금 부과처분이 비례원칙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자의 고의·과실의 유무를 고려할 뿐만 아니라,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행정제재 일반에 적용되는 면책사유로 보고 있으므로, 과징금부과조항이 사업자의 고의·과실 또는 종업원 등에 대한 관리·감독상의 책임 등을 과징금

의 부과요건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만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과징금부과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

3) 법익의 균형성

과징금부과조항은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이라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결과를 제거하고 이를 제재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한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반면, 이로 인한 사업자의 불이익은 매출액의 100분의 10을 넘지 않는 범위 내의 금전적 손해에 그친다는 점에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

4) 소결

과징금부과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심사기준

오늘날의 법률유보원칙은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때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 어떤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획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5. 5. 28. 2013헌가6 참조).

또한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

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아울러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11. 12. 29. 2010헌바385 등 참조).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15. 1. 29. 2013헌바173 참조).

(나) 판단

1) 청구인은 과징금부과조항이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 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 및 부과기준의 본질적 사항을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였고, 과징금의 상한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포괄위임하였다고 주장한다.

2) 과징금부과조항은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 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의 지표를 ‘매출액’으로 직접 규정하고 있고, ‘매출액’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의 매출 또는 서비스의 제공에 대한 수입금액으로, 반제품, 부산품, 작업폐물 등을 포함한 총매출액에서 매출환입액 및 에누리액을 제외한 순매출액’으로 그 자체로 명확하다.

한편, 과징금부과조항은 문언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의 100분의 10 이내’라는 과징금의 상한만을 규정하고 있고, 과징금부과조항에 따른 과징금의 부과기준은 공정거래법상의 다른 과징금의 부과기준과 함께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5항에 의하여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그러나 과징금부과조항에 따른 과징금의 부당이득 환수 및 제재로서의 성격과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의 참작사유(제55조의3 제1항

각 호), 공정거래법의 규정체계, 과징금의 상한과 부과기준은 위법행위의 효과적인 억제라는 과징금 제도의 목적상 일정한 내적 연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해 보면, 과징금부과조항은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 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상한뿐만 아니라, 그 부과기준의 지표 역시 ‘매출액’이라는 명확한 개념으로 직접 정하고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과징금부과조항은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있어서 본질적 사항인 과징금 상한 및 부과기준의 지표를 직접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과징금부과조항은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매출액을 과징금 상한으로 정할지에 관하여 직접 지침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은 현실적으로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따라 규율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입법자가 스스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규정하기 보다는 경제규제에 전문성이 있는 행정부가 이를 탄력적이고 신속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규율 영역의 특성에 더하여, 과징금부과조항의 수범자가 포괄적인 공정거래법 준수의무가 있는 경제주체인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률에서 요구되는 예측가능성의 정도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

앞서 본 과징금의 법적 성격과 과징금 부과의 참작사유, 과징금부과조항 및 관련법령의 입법연혁에 더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의 근거가 마련된 1986년 이후로 줄곧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과 부과기준을 사실상 동일시하면서 그 지표를 원칙적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련된 이익 즉, 관련 상품·용역의 매출액이나 입찰담합의 경우 계약금액 등’으로 한정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수범자인 사업자로서는 ‘입찰담합 및 공급제한 행위와 관련이 있는 이익’의 범위 내에서 과징금 상한의 지표인 매출액의 범위가 정해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과징금부과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적법절차원칙 위배 여부

(가) 심사기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인 과징금 부과의 절차에 있어서도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참조).

(나) 판단

행정목적 실현을 위하여 취해지는 규제수단에 대하여 사법적 체계나 요소를 어느 정도로 적용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제도 형성의 문제로서 입법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법관에게 결정권한을 부여하거나, 절차에 있어 사법적 요소들을 강화하면 법치주의적 자유보장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경제, 환경, 도시계획, 보건과 같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규제분야에서 정책입안자나 현장의 정책집행자의 일관되고 전문적인 목적지향적 관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 스스로 행정목적 달성에 효율적인 제재수단과 제재수위를 1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정의 경험과 전문성, 책임성을 보다 살리는 길이 된다(헌재 2003. 7. 24. 2001헌

가25 참조).

공정거래법에서 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비롯한 다양한 불공정 경제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등에 관한 사실수집과 평가는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결단에 입각한 것이다. 과징금의 부과 여부 및 그 액수의 결정권자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공정거래법상 그 구성에 있어 일정한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제35조, 제37조, 제39조, 제40조, 제41조), 과징금 부과절차에서는 통지, 의견진술의 기회 부여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절차적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제49조, 제52조, 제52조의2),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사후심사가 보장되어 있다(제54조).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징금부과조항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시정조치조항 및 과징금부과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별지

[별지]

관련조항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3.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8.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競落者), 투찰(投札)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

제55조의3(과징금 부과)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과징금을 부과함에 있어서 다음 각호의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2.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3.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등

⑤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과징금의 부과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9조(과징금의 산정방법) ① 법 제6조(과징금) 본문·법 제22조(과징금) 본문·법 제

24조의2(과징금) 제1항 본문·법 제28조 제2항·제3항 본문·법 제31조의2(과징금) 본문 및 법 제34조의2(과징금) 본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이란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이하 “관련매출액”이라 한다)을 말한다. 다만, 위반행위가 상품이나 용역의 구매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입액을 말하고, 입찰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인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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