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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이도, "군형법 제92조의5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15집, , 2017, p.38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5집)]
본문

- ‘그 밖의 추행’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

(헌재 2016. 7. 28. 2012헌바258 , 판례집 28-2상, 1)

승 이 도*1)

【판시사항】

1.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위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 위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제92조의5(추행) 계간(鷄姦)이나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건개요】

청구인은 군복무 중이던 2011. 10. 초순경부터 같은 해 12. 13.까지 소속 부대 생활관 또는 해안초소 대기실에서 후임병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만지는 등 총 13회에 걸쳐 후임병을 추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12. 2. 22.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육군 제○○사단 보통군사법원 2012고1).

청구인은 항소하였고(부산지방법원 2012노1042), 항소심 계속 중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2. 6. 15. 기각되자(부산지방법원 2012초기1261), 2012. 7. 9.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요지】

1. 구 군형법 제92조의5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는데 예시조항인 ‘계간’이 남성 사이의 항문성교를 의미하는 점, 동성 간에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동성 사이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 심판대상조항의 주된 보호법익이 사회적 법익인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인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은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1962년 개정된 구 군형법은 모든 단계의 강제력 행사로 인한 추행을 단일조항인 제92조의 ‘기타 추행’으로 규제하여 처벌범위의 광범위성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으나, 2009년 개정된 구 군형법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죄(제92조의2)와 심신상실·항거불능을 이용한 준강제추행죄(제92조의3)를 별도의 조항으로 분리하여 규정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은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을 제외한 범위에서의 추행으로 제한되게 되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말하는 ‘그 밖의 추행’이란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에 이르지 아니한 추행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그 해당 여부는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에 불과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

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결정 및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결정에서, “구 군형법 제92조의 ‘기타 추행’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의 확립을 입법목적으로 하는데,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며, 우리나라의 안보상황과 징병제도 하에서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동성 군인간의 추행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우므로, 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였다. 위 조항은 이후 심판대상조항으로 개정되면서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상향되었으나, 여전히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위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3. 심판대상조항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을 그 적용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죄의 적용을 받는 ‘군인’과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의 적용을 받는 ‘일반 국민’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단지 동성 군인 사이에 성적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만을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가사 그로 인하여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하여 차별취급을 받게 된다 하여도 이는 앞서 살펴본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써 차별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도 위반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형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강제력에 의하여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과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선량한 풍속을 침해하는 ‘음란한 행위’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범죄구성요건을 ‘그 밖의 추행’이라고 규정하면서 강제성 수반 여부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와 강제성이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조항에서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하여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예시적 입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일반조항인 ‘그 밖의 추행’은 적어도 그 예시조항인 ‘계간’에 준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정도에 관하여도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행위자 및 재판기관으로 하여금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을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견할 수 없게 하였고, 그 결과 ‘기타 추행’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로 보아 음란의 정도가 계간보다 약하여도 무방하다고 해석되게 되었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밖의 추행’이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군인간의 추행만 처벌하는 것인지, 군인이 일반국민을 추행한 것까지 처벌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군형법 제정 당시부터 군대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게 된 이유를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사실상 거역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군인간 군영 내에서 이루어진 음란한 행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시간·장소에 관하여도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설시된 보호법익마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영 외에서 이루어진 음란행위’ 등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박탈하고 법 집행기

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하였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해설】

1. 동성 간 성적 행위 규율에 관한 입법례

가. 개관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에서 이루어진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 행위는 형사처벌되지 아니한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공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연음란죄(형법 제245조)로 처벌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군대에서 이루어진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 행위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형사처벌되고 있다.

한편 동성에 대한 성적 취향은 군 복무의 장애사유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병역면제사유는 아니나, 군대에서 동성 간 성적 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으로 형사처벌되고 이후 현역복무부적합 심사를 통해 전역조치될 수 있다.2)

외국의 경우,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입법례는 일부 이슬람국가와 아프리카국가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3)다만 행정적으로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금지하는 국가들(터키ㆍ폴란드ㆍ러시아)과,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허용하되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생활에 동참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국가들(프랑스ㆍ독일ㆍ호주)이 있다.4)

이하에서는 주요 국가들에서의 동성 간 성적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군복무자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살펴보도록 한다.

나. 미국의 경우

(1) 형사처벌 여부

미국에서는 1986년까지 24개 주에 소도미(sodomy)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주법이 있었는데,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은 1986. 6. 30. Bowers v. Hardwick 판결5)에서 소도미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조지아주법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하였다(합헌5:위헌4). 이후 2003년까지 9개 주에 소도미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주법이 남아 있었는데,6)연방대법원은 2003. 6. 26. Lawrence v. Texas 판결7)에서 소도미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텍사스주법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하였다(위헌6:합헌3).8)

그런데 Lawrence 판결은 일반 시민에게 적용되는 주법상 소도미죄 조항이 문제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 판결로 인하여 바로 군인에게 적용되는 군법상 소도미죄 조항까지 위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9)위 판결 이후에도 동성 군인의 성적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소도미죄 조항은 미국 통일군사법(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통일군사법 제125조는 “⒜ 동성 또는 이성의 다른 사람과 또는 동물과 비자연적인 육체적 성교를 한 자는 소도미죄에 해당한다. 아무리 경미한 삽입일지라도 이 죄를 완성하기에는 충분하다. ⒝ 소도미죄로 발견된 자는 누구나 군사법원에 의해 처벌될 것이다.”고 규정하고 있었다.10)이에 군사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Armed Force)은 2004. 8. 23. United States v. Marcum 판결11)및 2004. 12. 29. United States v. Stirewalt 판결12)에서, 군사적 임무의 관점에서 볼 때 군인은 시민과 동일한 자율성을 갖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군인에 대한 소도미죄 처벌을 합헌으로 판단하였다.13)

그러나 위 통일군사법 조항은 2013. 12. 개정되어, ‘강제적 소도미, 수간’이라는 제목 아래에 “⒜ 불법적인 강제에 의하거나 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동성 또는 이성의 다른 사람과 비자연적인 육체적 성교를 한 자는 강제적 소도미죄로 군사법원에 의해 처벌된다. ⒝ 동물과 비자연적인 육체적 성교를 한 자는 수간죄로 군사법원에 의해 처벌된다. ⒞ 아무리 경미한 삽입일지라도 ⒜ 또는 ⒝ 죄를 완성하기에는 충분하다.”라고 규정되게 되었다.14)이는 성인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에도 적용되는 소도미죄 주법

이 위헌이라는 Lawrence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여, 합의 없이 강제력에 의해 이루어진 소도미 행위만을 처벌하도록 군사법시스템을 개정한 것으로서, 위 개정 조항의 ‘강제에 의하거나 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라는 문언은 결국 강간죄ㆍ강제추행죄에서 적용되는 법리와 같은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15)미국 군사법지침서(Military Judges' Benchbook)는 ‘실제적ㆍ물리적 강제’뿐만 아니라, ‘협박ㆍ위협에 의해 추정되는 강제’, ‘군대에서의 권한 남용에 의해 추정되는 강제’ 등을 ‘동의 없는 강제’의 예로 언급하고 있다.16)

(2) 행정처분 여부

미국에서는 1993년까지 동성애자의 군복무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러나 1993년 취임한 Clinton 대통령이 군대에서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종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화당 및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의견을 고려한 결과, 1993. 12. 21. 중도타협적인 절충안이 마련되게 되었다. 이것은 소위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ADT)’는 법률로,17)군은 개인의 성적 지향에 대해 질문하거나 의도적으로 자료를 찾아서는 아니되고(don't ask), 군인도 복무 중에 자신의 동성애와 관련된 성적 지향을 표시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don't tell). 이에 따라 동성애자도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군복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DADT 정책의 위헌성에 관한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에 2010. 10. 12.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C.D. California)의 Phillips 판사는 Log Cabin Republicans v. United States 사건에서 위 법률이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및 제5조(적법절차)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적용의 중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였다.18)이후 Obama 대통령은 2010. 12. 22.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제한적

으로만 허용하는 DADT 법률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하였고,19)그 결과 미국에서 동성애자의 군복무는 전면 허용되게 되었다.20)

다. 유럽의 경우

(1) 형사처벌 여부

유럽은 미국보다 먼저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여 왔다. 이와 관련하여 지도적인 선례는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의 1981. 9. 23. Dudgeon v. UK 결정이다. 이 사건에서 유럽인권재판소는 동성 간 성적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성생활을 포함한 시민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유럽인권협약(European Convention of Human Rights) 제8조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21)위 결정 이후 유럽인권재판소는 1988. 10. 26. Norris v. Ireland 결정과 1993. 4. 22. Modinos v. Cyprus 결정에서 Dudgeon 결정의 취지를 재차 확인하였다.

한편 유럽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유럽인권협약을 비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유럽인권재판소 결정에 따르는 비범죄화의 경향은 더욱 확산되었다.22)

(2) 행정처분 여부

영국은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군대에서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였으나, 행정적으로 동성 간 성적 행위를 금지하고 동성애자를 전역시키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인권재판소는 1999. 9. 27. Smith and Grady v. UK 결정23)및 Lustig-Prean and Beckett v. UK 결정24)에서, 개인의 성적 지향을 유일한 이유로 강제 전역시키는 것은 유럽인권협약 제8조(사생활과 가족생활의 보호)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작전에서의 효율성에 대한 군의 고려는 오로지 다수 이성애자의 소수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러한 부정적인 태도는 동성애 지향에 대한 적대심의 전형적인 표출이자 동성애 동료의 존재에 대한 불편함의 막연한 표출이므로, 이러한 편견은 인종ㆍ출신ㆍ피부색에 따른 편견과 마찬가지로 소수자의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제한할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어서 민주사회의 증표에는 ‘다원주의, 관용, 편견 없음’이 포함된다고 보면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민주사회에서 불필요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영국은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금지하는 정책을 폐지하게 되었다.25)

프랑스와 독일은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으며, 다만 성적지향을 문제삼는 것이 아닌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생활에 동참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동성애를 마약중독ㆍ정신박약과 함께 복무부적합기준으로 제시하고 있고, 폴란드는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금지하여 정신과 진단을 통해 동성애자로 확인되면 전역조치를 하고 있으며, 터키도 동성애자를 강제로 전역조치하고 있다.26)

라. 기타 지역의 경우

캐나다와 호주는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고, 대만과 이스라엘도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다.27)한편 사우디아라비아ㆍ예멘ㆍ이란ㆍ파키스탄 등 이슬람국가와 수단ㆍ소말리아ㆍ우간다ㆍ탄자니아 등 아프리카국가에서는 동성애 행위를 형사처벌로 금지하고 있다.28)

2.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연혁 및 헌법재판소의 선례

가. 1962년 제정 구 군형법 제92조

우리나라의 경우, 군대에서의 동성 간 성적 행위에 대한 법적규제는 군형법 제정 당시부터 시작되었다.29)1962년 제정 구 군형법은 ‘제15장 기타의 죄’라는 항목 아래에서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단일규정으로 추행죄(제92조)를 규율하였다.1962년 제정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은 당사자의 위헌소원 및 법원의 위헌제청으로 사건화 되었는데, 이에 헌법재판소는 2002. 6. 27. 2001헌바70 결정30)및 2011. 3. 31. 2008헌가21 결정31)에서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1962년 제정 구 군형법>
제15장 기타의 죄
제92조(추행)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나. 2009년 개정 구 군형법 제92조의5

2009년 개정 구 군형법은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독립된 항목 아래에서 군형법상 성범죄를 세분화하면서, 강간죄(제92조)ㆍ강제추행죄(제92조의2)ㆍ준강간 및 준강제추행죄(제92조의3)ㆍ미수범(제92조의4)ㆍ친고죄(제92조의8)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또한 기존의 추행죄를 제92조에서 제92조의5로 이동하면서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법정형을 상향조정하였다. 그리고 강제력에 의한 강간죄ㆍ강제추행죄ㆍ준강간죄ㆍ준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필요한 친고죄로 규정하면서, ‘계간 그 밖의 추행죄’는 고소 없이 처벌 가능한 비친고죄로 규정하였다.2009년 개정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 바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다.

< 2009년 개정 구 군형법>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
제92조(강간)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부녀를 강간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2(강제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3(준강간, 준강제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사람은 제92조 및 제92조의2의 예에 따른다.
제92조의4(미수범) 제92조, 제92조의2 및 제92조의3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92조의5(추행)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8(고소) 제92조 및 제92조의2부터 제92조의4까지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 2013년 개정 군형법 제92조의6

2013년 개정 군형법은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제92조), 구강ㆍ항문 등 신체(성기 제외)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ㆍ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성기 제외)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처벌하는 ‘유사강간죄’를 신설하였으며(제92조의2), 기존의 친고죄 규정을 삭제하되 개정법률의 시행 전에 행하여진 범죄에 대해서는 종전의 친고죄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였다(제92조의8 삭제, 부칙 제2조). 또한 기존의 추행죄를 제92조의5에서 제92조의6으로 이동하면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행위의 객체를 군형법상 피적용자인 군인ㆍ군무원 등으로 명시하고, 남성 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인 ‘계간’을 ‘항문성교’로 변경하였다.2013년 개정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 제92조의6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은 이 사건 결정 이후인 2017. 4. 11. 인천지방법원의 위헌제청으로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어 현재 전원재판부에서 심리 중에 있다( 2017헌가16 ).

<2013년 개정 군형법>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
제92조(강간)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을 강간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2(유사강간)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3(강제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4(준강간, 준강제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사람은 제92조, 제92조의2 및 제92조의3의 예에 따른다.
제92조의5(미수범) 제92조, 제92조의2부터 제92조의4까지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

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부칙 제2조(친고죄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전에 행하여진 종전의 제92조 및 제92조의2부터 제92조의4까지의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제92조의8을 적용한다.

3. 제한되는 기본권 및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32)은 ‘위계ㆍ위력에 의한 추행’뿐만 아니라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행위’마저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된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의 전제가 되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에 포함된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금지하므로 헌법 제17조에서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며,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주장, 부산지방법원의 위헌제청기각결정, 국방부장관의 의견을 종합하여, 이 사건의 쟁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②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③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이하에서는 위 쟁점 중 명확성원칙 및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4.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의 대립

심판대상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는 이 사건 결정에서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이 가장 치열하게 논의하고 또 팽팽하게 대립하였던 쟁점이다. 이 사건은 2012. 7. 9. 접수되어 2016. 7. 28. 선고되었는데, 그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회에 이르는 전원재판부 평의를 거쳐 결국 재판관 5인의 법정의견

(합헌의견)과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위헌의견)으로 제5기재판부의 입장이 최종 정리되게 되었다.

나. 법정의견의 판단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을 준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건전한 상식을 가지는 군인은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되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며 법집행기관도 이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할 염려가 없으므로, 결국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었다.

'⌈(1) 범죄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특정되어야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가는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헌재 1997. 9. 25. 96헌가16 참조), 당해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당해 법규범이 구체적이고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함으로써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의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집행이 배제되고 있는지 여부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할 것이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참조).

심판대상조항의 경우, 범죄구성요건적 수단 등에 대하여는 문언적 제한을 가하지 아니하면서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을 판단지침으로 예시한 다음,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용어인 ‘추행’을 그대로 일반조항으로 사용하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예시적 입법형식의 경우 구성요건의 대전제인 일반조항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시적 입법형식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려면 예시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을 내포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일반조항 자체가 그러한 구체적인 예시들을 포괄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개념

이어야 한다(헌재 2009. 3. 26. 2007헌바72 참조).

(2) 심판대상조항 중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이란 정상적인 성적 만족 행위에 대비되는 다양한 행위태양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그 구체적인 적용범위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동되는 동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이 ‘추행’의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사례로 ‘계간’을 들고 있고 ‘계간’의 사전적 의미가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사이의 항문성교를 뜻하는 점, 자유로운 외부출입이나 독립적인 사생활이 보장되지 못한 채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면서 동성 사이에 생활관, 화장실, 샤워실 등의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여야 하는 군대 내에서는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일반 사회생활에서와 달리 비정상적인 동성 사이의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바, 심판대상조항은 바로 이러한 문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그 주된 보호법익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인 점 등의 사정을 앞서 본 예시적 입법형식에 있어서의 명확성원칙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계간과 마찬가지로 동성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되고, 또한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될 뿐 ‘군인’과 ‘민간인’ 사이의 사적 생활관계에서의 성적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2009년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된 구 군형법제92조의2에 강제추행죄를, 제92조의3에 준강제추행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은 더 이상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대한 구성요건요소를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주된 보호법익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인 점에 비추어,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도의 제한은 없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에 관한 불명확성도 없다.

(3)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에서 말하는 ‘그 밖의 추행’이란 결국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

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면서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 사건에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의사, 구체적 행위 태양,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그 행위가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라 할 것이다.'⌈

다. 반대의견의 판단

그러나 반대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강제성 필요 여부, 행위의 정도, 행위의 객체, 행위의 시간ㆍ장소 등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인 기준을 규정하지 아니한 채, 범죄구성요건을 단순히 ‘그 밖의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어떤 행위가, 누구와의 행위가, 그리고 언제ㆍ어디에서의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를 수범자가 예측할 수 없도록 하여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결국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의견이었다.

'⌈(1) 형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추행’과 ‘음란한 행위’를 준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추행’이 강제력에 의하여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전제로,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서 폭행, 협박에 의한 추행을, 제299조(준강제추행)에서 피해자의 심신상실,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추행을, 제302조(미성년자등에 대한 추행)에서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한 추행을 각 범죄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에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한 추행(제1항)과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에 대한 추행(제2항) 및 보호 감독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에 대한 추행(제3항) 등을 범죄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선량한 풍속’이라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형법에서 ‘음란한 행위’(제22장 ‘성 풍속에 관한

죄’ 참조)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범죄구성요건을 오로지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이라고만 규정함으로써,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에서와 같이 ‘강제성을 수반하는 행위’만이 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음란한 행위’까지 이에 해당하는지를 법해석기관에 맡겨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법원도 군형법상 추행죄의 보호법익을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닌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제 아래, 1962년 제정 구 군형법 제92조의 ‘기타 추행’에는 강제력 행사를 수반하지 않는 추행행위도 이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참조).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게 된다. 먼저 ‘강제력에 의한 추행’과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는 그 보호법익이 다를 뿐 아니라 가벌성 및 비난가능성에 있어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고, ‘강제력에 의한 추행’도 그 강제성의 정도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여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성이 없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강제성이 가장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과 동일한 형벌조항에 따라 동등하게 처벌되는 불합리성이 발생하게 된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중 반대의견 참조).

앞서 본 것처럼 2009년 개정 구 군형법은, 종전부터 규정된 추행죄를 제92조의5(추행)로 이동하여 규정하면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죄를 제92조의2(강제추행)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죄를 제92조의3(준강제추행)에 별도로 신설하여 규정하였고, 그 법정형도 추행죄보다 가중하였다. 이처럼 군형법에 강제추행죄와 준강제추행죄를 따로 신설한 이상, 폭행·협박에 의하거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행위는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에 더 이상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군대 내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여야 하는 이유가 군의 특성상 군인은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여야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거역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빈발할 수 있는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한 추행행위’에 관하여는 군형법상 여전히 별도의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한 추행행위’의 경우는 심판대상조항으로 규율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 역시 ‘강제성 없는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와 ‘강제성을 수반한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한 추행’을 형사처벌상 동등하게 취급하게 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한편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모호하다 보니, 실제로 군사법기관들은 추행행위에 대한 강제성을 입증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추행 상대방의 고소가 없거나 취소된 경우그 행위자에 대하여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고 처벌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이처럼 추행행위에 강제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동일한 법률조항에 의거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은 불합리할 뿐 아니라, 형법이나 군형법상 강제추행죄 등을 친고죄에 포함시킨 것은 범죄피해자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인데, 고소가 없거나 취소된 경우 이를 친고죄가 아닌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처벌받게 하는 것은 형법이나 군형법의 입법취지를 법원의 해석이나 실무상 운용에 의하여 멸각시키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범죄구성요건으로 ‘추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강제성’의 수반 여부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허용하고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게 되었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중 반대의견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은 제목을 ‘추행’이라 명시하고, 개별적 구성요건해당행위로 ‘계간(鷄姦)’을 예시한 다음, ‘그 밖의 추행’이라고 기술함으로써, 예시적 입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예시적 입법’의 경우 예시조항은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계간’은 통상적으로 남성간의 항문성교를 의미하는 개념이고, ‘그 밖의’는 계간에 준하는 정도의 추행으로 구성요건을 한정하는 문언이므로, ‘그 밖의 추행’은 적어도 ‘계간에 준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통상적 해석과는 달리 ‘기타 추행’을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로 보아 음란의 정도가 계간보다 약하여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간’이 그 기준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음란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 때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정도에 관하여도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행위자로 하여금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을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견할 수 없게 하고,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초래하게 되었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중 반대의견 참조).

(3) 군형법군형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의 군인에게 적용되므로(제1조 제1항)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의 주체는 군형법의 적용대상자인 현역에 복무하는 군인, 군무원 등(제1조 제2항, 제3항, 제5항)이 될 것임이 명백하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성별은 묻지 않는 것도 명백하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2009년 개정 시 신설된 구 군형법상의 ‘강제추행죄’(제92조의2)나 ‘준강제추행죄’(제92조의3)가 행위의 객체를 현역에 복무하는 군인(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 군무원 등 ‘군형법 제1조 제1항에서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이라 한다)으로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이 과연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異性)간의 추행행위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여부가 애매모호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이 ‘군인간’의 추행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과 군인 아닌 일반 국민 사이’의 추행도 포함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2013년 개정된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그 추행행위의 객체를 군인 등으로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규정하였으므로, 2013년 개정된 군형법상의 추행죄는 ‘군인간’의 추행만을 처벌하는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군인이 일반 국민을 추행한 경우도 문언상 그 적용범위에 포함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군형법 피적용자로서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남성간의 추행만 처벌되는 것인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에

대한 추행도 처벌되는 것인지, 나아가 군인간의 추행만 처벌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이 일반 국민을 추행한 것까지 처벌되는 것인지 여부를 도저히 알기 어렵게 되었다.33)34)

(4) 군형법 제정 당시부터 군대 내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게 된 이유를, 군의 특성상 군인, 특히 병(兵)의 경우는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여야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거역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간에 군영(軍營) 내에서 하는 음란한 행위’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행위의 객체나 시간 및 장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고, 위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보호법익의 개념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인인 이성간의 군영 내 또는 군영 외 음란행위’나 ‘군인과 비군인과의 군영 내에서의 음란행위’ 등도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게 되었다.

앞서 본 것처럼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모호하지만, 만약 이러한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까지도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 경우에는 군의 전투력 보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의 범위에서 제외함이 마땅하고, 설사 아직 우리나라 군의 현실을 고려하여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도 형사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더라도 ‘군영 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만 처벌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병(兵)이 정당한

절차에 따른 휴가·외박 등으로 영외로 벗어난 경우 또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군무원 등이 업무시간 종료 후 영외로 벗어난 경우와 같이 공적인 시간과 장소를 벗어난 이후에 이루어진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보호법익을 벗어난 과잉 처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추행’의 시간이나 장소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군인이 동성간 또는 이성간에 업무시간 외, 군영 외에서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를 한 경우도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마저 불명확하게 되었다.'⌈

5.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법정의견의 판단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과 내용이 유사한 1962년 제정 구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과거 2회 합헌으로 결정한 선례를 적시한 다음, 이를 변경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심판대상조항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으로 개정되기 전의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 중 ‘기타 추행’ 부분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판단을 하였는데(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심판대상조항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 생활을 영위하고 군 조직 전체의 성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바, 그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인정된다.

(나)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

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고, 그 주된 보호법익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며, ‘개인의 성적 자유’ 등 개인적 법익은 주된 보호법익이 아니므로, 군형법상 피적용자가 행한 추행의 유형이나 그 상대방의 피해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모든 추행행위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입법재량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안보상황과 징병제도하에서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추행행위를 규제하기 어렵고, 심판대상조항은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으며,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되어 있어 구체적인 사안을 고려하여 선고유예도 가능하다는 점을 종합해 보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군인들이 받게 되는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제한 정도가,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 및 군기의 보호’, 나아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일탈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되었으나, 여전히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체적 사안을 고려하여 선고유예·집행유예도 가능한 점에서 이를 위 선례를 변경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2009년 군형법이 개정되어 폭행·협박에 의하거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행위는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에서 처벌되는 추행의 유형 등이 개정 전의 위 규정보다 축소되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위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위헌론의 입론

이 사건 결정문에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심사는 먼저 ‘형식적으로 심판대상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한 다음 ‘실체적으로 심판대상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 진행되었는데, 반대의견의 입장에서 이미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 위반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한 이상 그것이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위헌인지 여부를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론적 측면에서 고민해 본다면,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위헌론도 입론의 여지가 있다.

(1) 군의 특성상 군인은 군영 내에서 동성 간 집단숙박을 하여야 하므로, 군 내부에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가 만연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 위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통하여 군의 전투력을 보존한다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참조).

또한, 2009년 개정된 구 군형법은 강제력이 수반된 추행을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제92조(강간)ㆍ제92조의2(강제추행)ㆍ제92조의3(준강간, 준강제추행)을 각 신설하여 제92조의5(추행)와 분리하였는바, 이러한 구 군형법의 체계 및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할 때 ‘위계ㆍ위력에 의한 추행’ 및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려는 심판대상조항(제92조의5)35)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에 기여하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2) 그러나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위계ㆍ위력에 의한 추행’뿐만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형사처벌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아래와 같이 피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가)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처벌의 적정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우리의 생활영역에는 법률이 직접 규율할 영역도 있지만 도덕률에 맡겨두어야 할 영역도 있다. 법률은 도덕의 최소한이므로 법률은 그보다 포괄적인 도덕에 맡겨두어야 할 영역까지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되며, 법률이 도덕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면 그 사회는 법률만능에 빠져서 품격있는 사회발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인이 어떤 종류의 성행위와 사랑을 하건 그것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명백히 사회에 해악을 끼칠 때에만 법률이 이를 규제하면 충분하다(헌재 2009. 11. 26. 2008헌바58 등).

군인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지키는 공인(公人)임과 동시에, 일반 국민으로 기본권 주체인 사인(私人)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공적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대 조직의 특성상 군인은 헌법이 보장하는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일반 국민보다 더 제한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국가에 대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기본권 주체로서의 성격이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 따라서 군인에 대한 기본권 제한이 단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 제한 없이 시ㆍ공간적으로 무제한적으로 확장된다면, 그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수밖에 없다.

군대에서의 성범죄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폭행ㆍ협박하거나 위계ㆍ위력과 같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추행은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피해자의 군무이탈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군의 단결성을 저해하므로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

해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성적 행위가 강제력에 의하지 않고 군인 상호 간에 은밀하게 행해짐으로써 타인의 혐오감을 직접 야기하지 않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보호법익에 어떠한 위해를 가한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반대의견 참조).

군대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여야 하는 이유는, 군의 특성상 군인은 군영 내에서 상명하복관계의 동성 간 집단숙박을 하여야 하므로 군 내부에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가 만연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위계ㆍ위력에 의한 추행’을 금지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군영 내에서 이루어지는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할 것이다. 개인의 애정과 성적 취향에 관한 행위가 내밀하고 사적인 시ㆍ공간에서 상호 간의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국가는 헌법상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해야 하고, 이처럼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 위해 발생의 위험성이 없는 사적인 영역에서의 성적 행위까지 국가형벌권이 일일이 그 실체진실을 추적하고 적발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최후수단성 및 보충성 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36)37)38)39)40)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군인의 모든 그 밖의 추행을 포괄적으로 금지하여 입법목적 달성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군영 외에서 이루어지는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단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41)

나)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처벌의 실효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되는 비율은 매우 낮고, 특히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사례는 극히 희박하다. 2014. 5. 9. 국방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5. 1. 1.부터 2013. 12. 31.까지 9년간 군형법상 추행죄가 적용된 사건은 총 348건이다. 이 중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로 입건된 사안은 총 26건에 불과한바, 이러한 사건은 모두 기소유예(21건)ㆍ선고유예(2건)ㆍ집행유예(3건)로 처리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예가 없다.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는 일반 국민에게는 형사상 전혀 문제되지 않는 행위인데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군인만 형사처벌되는 것이고, 그 법정형에 오직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군사법기관의 입장에서도 심판대상조항이 정하고 있는 금지의 내용과 처벌의 정도가 과중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42)그런데 군사법기관의 처벌의 정도가 기소유예ㆍ선고유예ㆍ집행유예의 정도에 불과하다면 형벌로서의 처단 기능은 이미 현저히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는 사적인 공간에서 내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가가 모든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입증하여 처벌하기는 역부족이므로 선별적이고 자의적인 처벌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오히려 군형법과 군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킬 뿐이다.43)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 처벌의 실효성마저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처벌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이 문제되기 때문에, 피적용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자의적 법집행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해석의 기준으로 ‘비정상적인 성적만족행위’ 또는 ‘비정상적인 성적교섭행위’라는 구성요건 표지를 제시하여 왔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결정). 그러나 이처럼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으로 구별하는 해석론은 사법기관 스스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여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공식화하고 그로 인한 차별을 승인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으로 나뉘어 상호 대치하고 있어 징병제를 채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고(헌법 제39조, 병역법 제3조 제1항), 그 남성이 동성애자라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전신기형, 질병, 심신장애 등으로 인하여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지 않아 군에 입대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병역법 제64조 제1항).4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까지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가 동성애자인 국민을 병역의무 이행을 이유로 징집한 다음, 다시 그들의 내밀한 성적 취향에 따른 행위를 이유로 동성애자인 군인의 국방의 의무 이행을 형사처벌로 배제하는 것으로서, 오히려 군의 전투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

라) 심판대상조항은 입법의 추세 및 일반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특정의 인간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률에 맡길 것인지의 문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함수로 하여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결과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은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ㆍ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

과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에서 동성 간의 성적 행위가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이를 범죄행위로 금지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이를 성적 프라이버시권으로 인정하여 민간의 영역뿐만 아니라 군대의 영역에서도 비범죄화하고 있고, 더 나아가 징계 또는 복무부적합이라는 행정처분마저 폐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1981년 Dudgeon v. UK 결정에서 동성애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 제8조의 사생활의 자유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였고, 1999년 Smith and Grady v. UK 결정에서 성적 지향을 유일한 이유로 강제전역하는 것 역시 유럽인권협약 제8조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였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2003년 Lawrence v. Texas 판결에서 소도미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텍사스주법이 수정헌법 제5조의 적법절차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였고, 2013년 미국 군형법 개정으로 강제력 없이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소도미 행위를 비범죄화하였다. 이와 같은 세계적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성에 관한 국민의 법감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는 동성 간의 성적 행위가 비정상적이며 사회의 성도덕을 심하게 침해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이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제도가 개방된 사정에서는 공연성도 없이 사적인 시ㆍ공간에서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동성 간의 성적 행위가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를 최후의 수단인 형사처벌로 규제해야 할 정도로 그 위험성이 명백하고 급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공연성도 없는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 더 나아가 ‘군영 외에서 이루어지는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까지도 형사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규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인 군의 전투력 보존과 군기라는 공익 자체의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공연성도 없는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 그리고 특히 ‘군영 외에서 이루어지는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군의 전투력 보존과 군기라는 공익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이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은 공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마저도 최후의 수단인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제복을 입은 시민인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다.

(4)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6. 이 사건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 제3기재판부는 2002. 6. 27. 1962년 제정 구 군형법상 기타 추행죄(제92조)에 대하여 재판관 6:2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하였고( 2001헌바70 ), 제4기재판부는 2011. 3. 31.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5:3:1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2008헌가21 ).

헌법재판소 제5기재판부는 2016. 7. 28. 이 사건 결정을 통하여 2009년 개정 구 군형법상 그 밖의 추행죄(제92조의5)에 대하여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2012헌바258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의 논의를 중심으로 찬ㆍ반 양론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의견 대립은 2013년 개정 군형법상 그 밖의 추행죄(제92조의6)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 현재까지 계속 중인 상황이다.

이 사건 결정에서 재판관 5인의 법정의견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나아가 국가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를 위한 전투력 보존이라는 입법목적과, 남북분단 및 징병제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현실을 고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은 강제성 여부, 행위의 정도, 행위의 객체, 행위의 시간ㆍ장소가 불명확하여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박탈

하고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해석을 초래하였음을 고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상술하자면, 이 사건 법정의견은 헌법재판소의 과거 법정의견보다 해석론적 관점에서 한층 발전된 측면이 있다. 법정의견은 이 사건 결정문의 이유 기재를 통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를 최대한 한정하는 해석론을 제시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명확성원칙 위반 및 과잉금지원칙 위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였기 때문이다. 우선 심판대상조항은 그 적용 주체가 군인임은 명확하였으나, 그 객체가 군인에 한정되는지 또는 민간인도 포함되는지 불명확한 측면이 있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동성 간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성 간에도 적용되는지 불명확하였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의 처벌범위에 폭행ㆍ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불명확하였다. 이에 제5기재판부의 법정의견은, ① 심판대상조항의 주체와 객체는 모두 군인에 한정되므로 군인과 민간인 사이의 사적 생활관계에서의 성적 행위는 그 처벌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점, ②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예시조항인 계간의 의미를 고려할 때 일반조항인 ‘그 밖의 추행’에는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 포함될 뿐 이성 간의 성적 행위는 그 처벌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점, ③ 2009년 개정 구 군형법에서 강제추행죄(제92조의2)에 대한 처벌규정이 별도로 신설되었음을 고려할 때 폭행ㆍ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은 심판대상조항의 처벌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처벌범위를 최대한 제한하였다.

한편, 법정의견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상 한계로 인하여 일부 불명확성과 그로 인한 과잉처벌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고, 반대의견은 이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즉, ① 폭행ㆍ협박에 대한 강제추행은 심판대상조항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위계ㆍ위력에 의한 추행’과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는 심판대상조항의 처벌범위에 남는데, 이렇게 강제성을 수반하는 추행과 자발적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같은 조항에서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형벌의 체계정당성에 부합하지 않는 점, ② 예시조항인 ‘계간’은 남성 간의 성적 행위를 지칭하는 것인데, 일반조항인 ‘그 밖의 추행’에 동성 간의 성적 행위가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원래부터 계간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여성 간의 성적 행위도 심판대상조항의 처벌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점, ③ 강제력이 수반되지 아니한 자발적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는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고, 군의 특성상 특히 병(兵)의 경우에는 군영 내에서 동성 간 집단숙박을 하여야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거역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다면 ‘군영 내에서 이루어진 성적 행위’로 그 처벌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마땅하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시간ㆍ장소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하지 않아 처벌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이 여전히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됨을 논증하였다.

이와 같은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헌법상 가치인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한 재판부의 고뇌와 결단의 산물로서 각자의 측면에서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이 중 어떤 의견이 옳은 것인지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몫으로 보여진다.

다만 이 사건 결정에 대한 해설을 마무리하기 전에 잠시 지면을 빌려 우려되는 사항을 한 가지 언급하자면, 군형법상 ‘계간 그 밖의 추행죄’에 대한 논의를 함에 있어 오해 또는 의식적인 왜곡을 유발하는 주장이 언론 보도에서 종종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 사건 결정에 있어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상급자의 행동에 하급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군대 문화의 특수성에 비추어 폭행ㆍ협박을 기다렸다가 군사법 당국이 개입할 경우 적절한 피해자 보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였고, 이에 따라 추행에 요구되는 강제성 정도를 완화하여 ‘상급자의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하급자의 추행 행위’까지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점에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즉, ‘(업무시간 외 그리고 군영 외에서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심판대상조항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위계ㆍ위력과 같이 사실상 강제에 의한 추행 행위’는 군의 단결성을 저해하고 전투력 보존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심판대상조항으로 형사처벌되어야 한다는 점에 아무런 이견이 없었고, 이 점은 이 사건 결정문을 일별하여도 비교적 명확히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으로 인하여 선임병의 사실상 강제에 의한 후임병에 대한 추행마저도 정당화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일부 주장은 쟁점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 자체를 봉쇄하려는 것으로서, 열린 토론과 반성을 통해 더 나은 대안 가능성을 도출해내려는 성숙한 심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양되어야 할 행위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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