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헌법소원인용결정(憲法訴願認容決定)의 기속력(羈束力)
2.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의 불기소처분취소결정 (不起訴處分取消決定)에 따라 수사(搜査)를 재기(再起)하였다가 다시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을 한 사안에 대하여 헌법소원인용결정(憲法訴願認容決定)의 기속력(羈束力)을 간과하였다 하여 그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을 재차 취소(取消)한 사례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75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피청구인에게 가지는 뜻은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인용결정(認容決定)이 있으면 피청구인은 모름지기 그 인용결정(認容決定)의 취지에 맞도록 공권력(公權力)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데 있다.
2.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가 검사(檢事)의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자의적인 증거판단으로 명백히 사안의 진상에 상응치 아니한 판단을 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취소(取消)하는 결정(決定)을 한 때에는 재기수사(再起搜査)하는 검사(檢事)로서는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가 그 취소결정(取消決定)에서 검사(檢事)의 수사상(搜査上)의 잘못에 관하여 설시한 제반판단(諸般判斷)을 존중하여 그 취지에 맞도록 성실히 수사하여 결정(決定)을 하여야 하는데도,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75조 제1항에서 명시된 헌법소원인용결정(憲法訴願認容決定)의 기속력(羈束力)을 간과하고 거듭 자의적인 증거판단을 하거나, 마땅히 조사하였어야 할 중요한 사항을 조사하지 아니한 무성의하고 자의적인 수사(搜査)를 하여 다시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을 한 것은, 불기소처분취소결정(不起訴處分取消決定)에 따라 재기(再起)된 피의사건(被疑事件)에 대하여 차별 없이 성실한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인의 평등권(平等權)과 재판절차진술권(裁判節次陳述權)을 침해한 것이다.
청 구 인 ○○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대리인 변호사 이 상 중 외 2인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75조 (인용결정(認容決定)) ①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인용결정(인용결政)은 모든 국가기관(國家機關)과 지방자치단체(地方自治團體)를 기속(羈束)한다.
②∼⑧ 생략
참조판례
2. 1992. 6.26. 선고, 92헌마7 결정
1992.11.12. 선고, 91헌마146 결정
1993. 3.11. 선고, 92헌마191 결정
1993. 9.27. 선고, 92헌마179 결정
주문
피청구인이 1992.11.30. 수원지방검찰청 1992년 형제51911호 사기피의사건의 피의자 김○순, 최○철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불기소처분의 이유
가. 사건의 개요
피고소인 김○순, 같은 최○철은 1990.6.3. 23:40경 그들의 친구 이차호 및 이영종과 함께 피고소인 김○순 소유의 경기2 머1245호 포니승용차에 타고 경기 평택군 포승○ 만호리 소재 하만호 부락 앞길을 가다가 위 승용차가 길 옆 약 2미터 아래의 야산언덕에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뒷자석에 탄 이차호가 사망하고 다른 사람들은 크게 부상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위 승용차의 소유자인 피고소인 김○순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수원지방법원에 공소제기되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1990.11.24.경 확정되었다. 한편, 위 사고로 사망한 이차호의 처 박인숙과 자녀들은, 피고소인 김○순이 청구인 ○○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에 위 승용차에 관하여 개인용 자동차종합보험(대인배상)에 가입하고 있었으므로 청구인을 상대로 하여 합계 금 5,800여만원의 보험금청구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었고 청구인이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 차례로 항소 및 상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됨으로써 1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던 중 청구인은 1990.11.6. 피고소인 김○순, 같은 최○철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였는데 고소사실의 요지는, 위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사람은 김○순이 아니라 최○철이었으며 김○순은 운전석 오른쪽 옆자리에 타고 있었던 것이 여러 가지 증거에 의하여 명백한데, 피고소인들은 서로 짜고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김○순이 운전한 것으로 거짓진술을 함으로써 위와 같이 김○순이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이것을 증거자료로 하여 망 이차호의 유족들로 하여금 김○순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하여 승소판결을 얻게 한 다음 다시 청구인을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게 한 것인바 이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위 고소사건을 담당한 피청구인은 수사한 끝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1991.2.27.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청
구인은 항고·재항고를 거쳐 1992.2.27. 당재판소에 위 불기소처분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를 하였으며, 이에 당재판소는 1992.6.26. 92헌마46 으로 위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의 선고를 하였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당재판소의 위 불기소처분취소결정에 따라 1992.8.27. 위 고소사건을 재기하여 1992.11.30.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재차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다시 검찰청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항고·재항고하였으나 1993.4.22. 대검찰청으로부터 재항고기각의 결정이 송달되자 이 사건 불기소처분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상 진술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1993.5.19. 당재판소에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대상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의 이유
이 사건에 나타난 전문가들의 분석의견들은 상당 부분 수긍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할 것이나, 재기수사 이후 당청에 출석하여 재조사받은 피고소인 김○순과 위 이○종은 종전과 같은 진술을 유지하고 있고 위와 같이 순간적으로 발생한 사고에서 사고 순간 각자의 대응태도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사고 후 외부로 나타난 결과도 각 사건마다 일정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마치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동전을 떨어뜨려도 그 동전이 어디로 떨어질 것인가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각 분석결과가 이번 사건에 관련자로서 진술한 각 진술자의 진술을 뒤집기에 충분하다고까지는 볼 수 없으며, 나아가 마지막으로 위 이영종의 재기수사 이후 진술 중 “누군가가
묻기를 유독 운전자만 가슴이 다치지 않았으니 이상하다. 그렇다면 김○순을 빼놓고 저나 최○철, 이차호 모두 가슴을 다쳤으니 그 중에 누군가 운전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습니까. 보험회사에 당한 수모나 푸대접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늘에 맹세코 거짓으로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히 김○순이 운전하였습니다.”는 부분이 이 사건의 수사결론이라 믿으며 혐의없음 처분을 하는 것이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
피청구인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당연히 피고소인들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고 공소제기를 하였어야 하는데, 승용차의 파손상태와 피고소인들의 상해부위 등에 입각한 과학적이고도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합리적 근거 없이 배척하고 다시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이고 부당한 검찰권의 행사라 할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함에 있어서 다수의 증거의 증거가치의 교량에 의한 사실인정은 검사와 법원의 직무이며, 그 직무수행에서 재량의 일탈 및 남용이 입증되지 않는 한 검사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할 것인바, 피청구인은 형사소추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법칙을 근거로 증거를 취사 선택하고 논리 및 경험칙에 의거하여 사실을 인정한 후 이를 기초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므로, 이는 정당한 처분이다.
3. 판 단
위 형사고소사건의 쟁점은 위 승용차의 앞좌석에 탔던 피고소인 김○순과 같은 최○철 중 누가 과연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일으켰는가의 문제이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함에 있어 김○순이 운전하였다는 피고소인들 및 동승자 이영종의 진술을 뒤집고 최○철이 운전하였음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종전의 불기소처분의 이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당재판소의 1992.2.27. 불기소처분취소결정의 요지는, ① 사고가 나서 맨 먼저 현장에 도착하였다는 이명종 작성의 진술서, 사고 후 구호조치를 취하였다는 평택경찰서 포승지서에 근무하는 순경 최정열에 대한 검사작성의 진술조서 및 사법경찰관 작성의 실황조사서의 각 기재내용에 의하면, 사고현장에 승용차는 바퀴가 하늘을 보고 전복된 상태에서 앞유리는 창틀과 함께 차체 전방 약 3.5미터 지점에 떨어져 있었고 김○순 또한 앞으로 퉁겨 나와 승용차 앞에 쓰러져 있었으며 최○철은 운전석과 그 오른쪽 옆좌석의 중간부분에 걸쳐 있는 상태에서 오른쪽 팔과 어깨가 운전석 등받이와 그 오른쪽 옆좌석의 등받이 사이에 끼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김○순, 최○철의 상해부위를 진단하고 치료한 바 있었던 신라의원 원장 신기호 작성의 위 두 사람에 대한 교통사고자술서에 의하면 최○철은 흉부타박상이 있어 계속적인 치료를 받았고 김○순은 흉부에 아무런 손상이 없었던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 위 사고현장에서 전복된 승용차의 상태, 그 승용차의 앞좌석에 타고 있었던 김○순과 최○철의 사고현장에서의 위치 및 상해부위와, ② 한국교통사고조사기술원장 강성모가 위 증거자료와 사고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한 여러 가지 사고흔적들을 종합하여 작성한 교통사고분석보고서,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의 감정분석의뢰를 받은 교통사고안전진흥공단 조사연구실 책임연구원 홍성민이 사고현장을 답습한
결과 및 김○순에 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형사사건(수원지방검찰청 1990년 형제40007호) 기록사본 등을 토대로 작성한 교통사고 감정서에서 사고 당시 운전자는 전복된 차량의 앞좌석 가운데에 끼어 있던 최○철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위와 같은 사고분석결과는 경험칙과 역학적 및 교통사고공학에 의거한 것으로서 합리적이며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가볍게 배척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 점, ③ 검사작성의 최웅진, 김창권 및 최정열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기재내용에 의하면 최○철은 사고 직후 신라의원으로 후송되자마자 사고운전자가 누구인가라고 묻는 경찰관 최정열의 질문에 김○순이 운전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지만 그 진술번복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기타 피고소인들의 진술에 의심의 여지가 많은 점 등에 비추어, 김○순이 운전하였다는 피고소인들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증거를 외면한 채 그러한 피고소인들의 진술을 중요시하고 피고소인 최○철이 사고 직후 자신의 운전사실을 자인한 사실이나 교통안전진흥공단연구원 홍성민 작성의 교통사고감정서만으로는 피고소인들의 진술을 뒤엎고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요지의 이유설명으로 불기소결정을 하고 만 것은 객관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자의적인 증거판단으로 명백히 사안의 진상에 상응치 아니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에는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이 헌
법소원의 피청구인에 대하여 가지는 뜻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있으면 피청구인은 모름지기 그 인용결정의 취지에 맞도록 공권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가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취지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에 관하여는 이 뜻을 명백히 하고 있다. 따라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는 때에 그 결정에 따라 불기소한 사건을 재기수사하는 검사로서는 헌법재판소가 그 결정의 주문 및 이유에 설시한 취지에 맞도록 성실히 수사하여 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당재판소의 불기소처분취소결정의 취지에 따라 위 형사고소사건을 재기수사하는 피청구인으로서는 마땅히 당재판소가 그 취소결정에서 피청구인의 수사상의 잘못에 관하여 위에서 본바와 같이 설시한 판단을 존중하여, 사고 직후의 현장상황 및 피고소인들의 상해부위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들과 전문가들의 사고분석결과를 중시하고 그로부터 피고소인들 중 승용차의 운전자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검토하여 이를 토대로 사고경위에 관하여 피고소인들 및 참고인 등 사건관계자를 다시 조사하는 한편 피고소인들의 종전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도 조사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전문가들의 사고분석과정에 의문점이 남는다면 그러한 사고분석의 정확성이나 타당성 여부의 판단에 필요한 조사를 하면서, 사고분석의 기초자료인 사고 직후의 현장상황의 재검토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웃주민으로서 사고 직후 최초로 사고현
장을 목격하였거나 수사기관에서 조사하지 아니한 최영준, 이명종, 그 후 이들의 신고를 받고 사고현장에 출동하여 구호조치를 취한 공무원으로서 최○철로부터 자신이 운전하였다는 말을 들은 순경 최정열 및 이 사건 실황조사서를 작성한 경찰관 등에 대하여 사고현장 상황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더 한 다음 피고소인들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함이 옳다 할 것이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위 형사고소사건을 재기하여 수사함에 있어, 김○순에 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형사사건의 경찰조사 이래 일관하여 김○순이 승용차를 운전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피고소인 김○순에 대한 피의자신문과 위 이영종에 대한 참고인 조사만 더 하여 이들이 승용차의 운전자는 김○순이었다는 진술을 그대로 유지하자, 위에서 본 객관적인 증거들을 토대로 한 전문가들의 사고분석 결과 승용차의 운전자로 지목된 피고소인 최○철에 대한 심문을 비롯하여 위 교통사고시 승용차의 운전자에 대한 실체적 진실의 파악에 도움이 될 것임이 명백한 기타 관계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 더 이상의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승용차의 운전자가 김○순이 아니라 최○철임을 나타내는 증거자료나 전문가의 사고분석결과를 배척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함이 없이 전문가들의 분석결과가 피고소인들이나 위 이영종의 진술을 뒤집기에 부족하다는 종전의 불기소처분의 이유와 동일한 이유를 들어 만연히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다시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에서 명시된 헌법소원인용결정의 기속력을 간과하고 거듭 자의적인 증거판단을 한 것이거나 적어도 마땅히 조사하였어야 할 중요한 사항을 조사하지 아니한 무성의하고 자의적인 수사임을 면치 못한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당재판소의 위 불기소처분취소결정에 따라 위 사기피의사건을 다시 재기하여 다툼에 있어 차별 없이 성실한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의하여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1993. 11. 25.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