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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5. 3. 23. 선고 92헌가4 95헌가3 93헌바4 94헌바33 판례집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에 대한 위헌심판]
[판례집7권 1집 289~306]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실화책임(失火責任)에관한법률(法律)의 위헌 여부

결정요지

실화(失火)로 인하여 일단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실화자(失火者) 자신도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부근 가옥 기타 물건에 연소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외로 확대되어 실화자(失火者)의 책임이 과다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중대한 과실로 인한 실화(失火)의 경우에 한정함으로써 경과실(輕過失)로 인한 실화자(失火者)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하려는 것이 실화책임(失火責任)에관한법률(法律)의 입법목적이고, 현대에 있어서도 경과실(輕過失구)로 인한 실화자(失火者제)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할 필요는 여전히 존재하므로 위 입법목적은 정당한 것이다.

실화책임(失火責任)에관한법률(法律)이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과실(輕過失)로 인한 실화자(失火者)에 한하여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損害賠償請求權)을 배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바, 이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평가되며, 이 법에 의하여 달성되는 위와 같은 이익이 이 법에 의하여 제한되는 재산권(財産權)인 실화(失火) 피해자(被害者)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損害賠償請求權)보다 더 작다고 할 수 없고(법익의 균형성), 위와 같은 방법이 명백히 비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보여지지 아니할 뿐 아니라,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실화(失火) 피해자(被害者)의 재산권(財産權)을 제한하거나 경과실(輕過失)로 인한 실화자(失火者)와 그 피해자의 이익을 비교형량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도 할 수 없으므로(방법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 이 법이 실화(失火) 피해자(被害者)의 재산권(財産權)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 법에 의한 위와 같은 제한으로 인하여 사유재산권(私有財産權)이 유명무실해지거나 형해화되어 헌법이 재산권(財産權)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거나 행복추구권(幸福追求權), 인간(人間)다운 생활을 할 권리, 쾌적(快適)한 환경(環境)에서 생활(生活)할 권리를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리고 교통사고, 폭발, 각종 사태(沙汰), 고층건물이나 축대의 붕괴, 가스의 유출 등은 고도의 위험성(危險性)이나 피해의 광범위성(廣範圍性)이 애초부터 예상되거나 불법행위를 유발하는 각종 활동에 영리성(營利性)이 수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법률에 의하여 보험(保險)이 강제되거나 임의로 보험(保險)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 법이 적용되는 통상의 실화(失火)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실화(失火)라고 하는 우연적인 사정에 의하여 국민 누구나 빈부의 구별 없이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어서 이 법은 결국 국민 모두를 차별하지 아니하고 실화(失火)로 인한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이 법에 의한 재산권(財産權) 제한(制限)이 재력(財力)이 없는 소위 서민계층(庶民階層) 등 특정 계층의 국민들만을 성별(性別), 종교(宗敎) 기타 사회적(社會的) 신분(身分)에 따라 선정하여 이들을 다른 계층의 국민들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상 평등(平等)의 원칙(原則)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당사자

제청법원 1. 92헌가4 사건 인천지방법원(91카10635)

2. 95헌가3 사건 부산지방법원(95카기204)

제청신청인 1. 허 ○ 수(92헌가4 사건)

대리인 변호사 최 용 규 외 1인

2. 심 ○ 복 외 1인( 95헌가3 사건)

신청인들 대리인 변호사 여 태 양

제청관련사건 1. 92헌가4 사건 인천지방법원 91가합5958 손해배상(기)

2. 95헌가3 사건 부산지방법원 94가합6058 손해배상(기)

소원청구인 1. 이 ○ 경( 93헌바4 사건)

대리인 변호사 박 찬 운

2. 서 ○ 석 외 5인( 94헌바33 사건)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김 대 호

소원관련사건 1. 93헌바4 사건 서울고등법원 92나30933호 손해배상(기)

2. 94헌바33 사건 서울고등법원 93나48672호 손해배상(기)

서울고등법원 93나48689호 가압류결정에 대한 이의

참조조문

헌법(憲法) 전문(前文),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23조, 제34조 제1항, 제35조 제1항

참조판례

1991.6.3. 선고, 89헌마204 결정

주문

실화책임에관한법률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각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각 인정된다.

(1) 92헌가4 사건

제청신청인 허○수는 인천 북구 부평동 지상건물 1층 및 2층에서 ○○가구 부평대리점을 경영하고 있던 중 1991.3.14. 16:00경 신청외 문○주 소유의 같은 동 지상 목조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자신이 경영하는 위 대리점건물에까지 연소

됨으로써 그 안에 적재되어 있던 가구 등 2억원 상당의 물건이 소실되었다.

제정신청인 허○수는 인천지방법원 91가합5958로 위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진행 중 위 법원 91카10635로 실화책임에관한법률(이하 이 법이라 한다)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며 위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1992.1.7.자로 위헌제청결정을 하였다.

(2) 95헌가3 사건

신청외 이○호는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전기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과실로 인하여 이웃해 있는 제청신청인 심○복, 홍○원의 공장 및 식당을 태워 위 제청신청인들로 하여금 약 7,500만원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 위 제청신청인들은 부산지방법원 94가합6058로 위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진행 중 위 법원 95카기204로 이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며, 위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1995.2.8.자로 위헌제청결정을 하였다.

(3) 93헌바4 사건

청구인 이○경은 청구외 강○구로부터 그의 소유인 서울 구로구 독산동 지상 2층건물 중 2층부분 241.92㎡를 임차하여 1990.5.27.부터 ○○전자라는 상호로 전자제품공장 및 그 판매업을 하여 오다가 1991.6.3. 청구외 권○호가 위 강○구로부터 임차하여 화원을 경영하는 1층 점포에서 전기밥솥의 코드를 콘센트에 꽂아 둔 채 귀가한 사이에 전기밥솥의 내부전선과 연결코드에서 전기합선되어 과열되는 바람에 바닥의 비닐장판 및 창문커튼으로 불이 옮겨 붙어 위 청구인 경영의 위 점포에까지 연소되어 위 점포를 전소

시켜 청구인에게 약 143,515,984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

청구인은 위 강○구 및 권○호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1가합16892로 위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2.4.17. 청구인 패소판결을 선고받고, 서울고등법원 92나30933으로 항소를 제기하여 진행 중 위 법원 92카638로 이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며, 위 신청이 1993.2.2. 항소기각판결과 함께 기각되자, 1993.2.15.자로 당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1994.1.25. 93다13551로 위 항소심판결에 대한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4) 94헌바33 사건

청구외 김○순, 정○수는 청구외 황○섭 소유인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소재 지하1층 지상4층의 건물 중 3층과 4층을 임차하여 ○○여관을 경영하여 왔으며, 그 여관의 방화관리책임자는 청구외 최○식이다. 청구외 서○원, 김○식, 정○경은 1993.4.1. 위 여관 4층 502호실에 장기투숙하다가 같은 달 4. 02:00경 여관 복도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소사하였다. 화재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아니하였으나 누전이나 전기합선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투숙객이 휴지통 근처에 버린 담배꽁초나 그 밖의 불씨가 여관 복도의 카페트에 인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구인들은 위 망인들의 부모들로서 위 여관건물의 소유자인 위 황○섭과 경영자인 위 김○순, 정○수를 공동피고로 하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93가합2397로 손해배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소송진행 중 같은 법원 94카22,30으로 이 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4.6.1. 이를 기

각하였고 그 결정은 같은 해 7.2. 청구인들에게 송달되었으며 같은 달 7. 청구인들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당재판소가 그 위헌 여부를 심리, 결정하여야 할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실화책임에관한법률(1961.4.28. 법률 제607호)인바,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 제750조의 규정은 실화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

2. 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의 요지

(1) 92헌가4 사건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적인 여건은 가옥의 구조변경, 도로의 확충, 소방시설의 정비 등으로 인하여 이 법이 제정될 당시와는 크게 다르다고 보여지고, 사고 발생의 우발성과 손해의 광범위성에 대하여는 제방의 붕괴사고나 유독물질의 배출 등으로 인한 사고 등에서도 예상될 수 있으므로 실화의 경우에만 특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화의 경우에 반드시 실화자도 큰 피해를 입는다고 볼 수도 없어 이 법이 실화의 경우에만 특별히 취급하여 피해자에게 그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도록 한 입법취지는 다른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을 잃은 것이므로 결국 이 법은 실화로 인한 피해자의 경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반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경우와 달리 취급함으로써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하게 하도록 되어 있는 헌법전문의 정신과 헌법 제23조의 재산권보장 조항에 위배되는 위헌의

규정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2) 95헌가3 사건

신청인들의 위헌제청신청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이 법은 사소한 부주의로 자신의 생활터전을 잃은 자에게 타인의 건조물에 연소됨으로써 발생한 손해까지 배상토록 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므로 이러한 실화자를 구제하자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법에 의하면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타인의 잘못이 있는데도 어느 순간에 모든 재산을 화재로 날려 버리더라도 전혀 보상을 받거나 배상을 받을 길이 없어서 국민의 재산권(헌법 제23조 제1항)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 제1항),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헌법 제35조 제1항)를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돈이 위세를 부리는 세상에서 오직 보험금을 타먹기 위하여 불을 내는 등 보험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다. 위와 같은 내용의 신청인들의 주장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나. 청구인들의 주장

(1) 93헌바4 사건

실화도 불법행위의 한 유형인데, 이 법은 그 중에서 유독 실화의 경우에만 중과실을 요구하고 경과실이 있는 불법행위자를 면책시킴으로써 불법행위자들을 차별하여 취급할 뿐 아니라, 똑같은 내용의 피해(자동차의 손괴 등)를 입었음에도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는 배상을 받고, 실화로 인한 피해자는 배상을 받지 못하는 등 불법행위 피해자들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 법은 80여년 전에 제정된 일본의 실화의책임에관한법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서 위 일본 법률은 당시 목조건물이 대부분이고, 화재가 빈번한 사회경제적 상황하에서 경미한 과실로 화재를 일으킨 것만으로 손해를 배상케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나라 상황은 가옥의 구조나 화재의 빈도, 실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있어서 위 일본 법률의 제정 당시와 같지 아니할 뿐 아니라, 오늘날 화재보다도 더 빈번히 일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하여 중과실을 요구하지 아니하는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법을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의 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이 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본권 제한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음에도 국민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에 위배된다.

(2) 94헌바33 사건

아래의 주장들을 더하는 외에 93헌바4 사건 청구인의 주장과 비슷한 취지이다. 이 법에 의하면 건물의 소유자들이 소방법령상의 소방시설을 제대로 설치, 관리하지 아니하고 임차인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우려가 크고, 이와 같이 실화가 발생한 건물의 임대인이 소방시설 등의 설치, 관리에 잘못이 있을 경우라도 실화자인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므로 임대인은 그 손해를 전보받을 수 있는 반면, 아무런 과실도 없는 이웃건물의 소유자들은 연소로 인한 피해를 전보받을 수 없게 된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92헌가4 사건 및 93헌바4 사건)

이 법은, 실화는 다른 유형의 사고에 비하여 천후, 시간 및 장소 등에 의하여 사고발생 여부 및 피해의 범위가 좌우되는 등 실화자 자신의 과실은 경미한 경우가 많고, 실화자의 행위 그 자체의 반규범성에 비하여 부담하게 될 손해가 과도하여 손해 전부를 실화자에게 부담케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며,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가옥이 밀집하여 있을 뿐 아니라 목조가옥도 상당수 되는 점 등 우리나라의 소방상황, 가옥구조 등 제반여건에 비추어 실화로 인한 연소의 가능성이 여전히 큰 점 등을 고려하여 민사상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고, 또한 이 법 제정 당시는 물론 현재에 있어서도 인구가 더 증가하여 가옥이 더 밀집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공동주택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국가가 화재로인한재해보상과보험가입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특정건물에 대하여는 화재발생시 소유자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건물소유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화재보험가입을 강제하는 외에 재해구호법 등을 통하여 화재 피해자에 대한 구호기금 마련, 실질적 구호의 전개 등을 통하여 손해배상능력이 전무하여지기 쉬운 경과실 실화자의 책임을 덜어주고 화재로 인한 손해부담을 사회 전반적인 공동의 부담으로 돌리고 있는 점을 아울러 참작하면, 이 법은 오히려 실질적, 배분적 의미에서의 형평 및 기회균등의 원리를 실현하려는 것으로서 복지국가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입법취지는 국민일반의 생활안정과 사회경제의 안정, 편의를 지향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 법이 적용되어 책임이 면제되는 사례는 대법원판례상 채무불이행 책임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등 실무상 상당히 제한되어 있어 그 예가 극히 드물다. 따라서 이 법이 피해자의 재산권을 다소 제한한다 하더라도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라.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93헌바4 사건

이 법에 의하여 경미한 과실에 의한 실화의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는 성별, 종교 기타 사회적 신분에 따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헌법상의 평등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이 법의 취지는 실화로 인하여 일단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근 가옥 기타 물건에 연소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확대되어 실화자의 책임이 과다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실화자에게 일반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이유로 민법 제750조의 책임을 경감하자는 데에 있으므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2) 94헌바33 사건

이 법은 실화로 인하여 일단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근 가옥 기타 물건에 연소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확대되어 실화자의 책임이 과다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중대한 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에 한정하는 취지로서, 이 법이 실화의 경우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 한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고 하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국민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헌법 전문의 정신에 위반되는 위헌의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3. 판단

위헌제청신청이유 및 청구인들의 주장의 요지는, 이 법이 ① 실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함으로써 헌법 제23조의 재산권은 물론,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헌법 제35조 제1항의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고, ② 나아가 불법행위자들 및 불법행위 피해자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도록 한 헌법 전문의 정신과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이 법의 입법목적과 그 정당성

이 법은 실화로 인하여 일단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실화자 자신도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부근 가옥 기타 물건에 연소함으로써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확대되어 실화자의 책임이 과다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중대한 과실로 인한 실화의 경우에 한정하여 경과실로 인한 실화자를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하려는 취지로 입법된 것이다. 이 법 제정 당시와는 달리 현대에 이르러서는 내화성이 강한 서양의 건축양식에 따른 대형건축물이 많이 들어서고 소방시설 및 기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종래와 비슷한 구조의 단독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 상당수 존재하고 인구의 증가와 도시화 및 공동주택의 건설 경향으로 가옥의 밀집도는 더욱 심하게 되었으며, 그런 곳은 소방도로가 충분히 정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다가 우리나라의 소방행정이 실화로 인한 연소를 거의 완벽하게 방지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경과실로 인한 실화자를 가혹한 부담으

로부터 구제하여야 할 필요는 현대에 있어서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가사 95헌가3 사건의 위헌제청신청이유에서 주장된 바와 같이 요즈음에 이르러 보험금을 타기 위하여 고의로 불을 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과실로 인한 실화자를 구제하여야 할 필요가 줄어들거나 없어졌다고 볼 것은 아니다) 게다가 실화로 인한 피해자가 되느냐의 여부와 실화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확대되느냐 하는 것이 인접건물들의 구조, 화재 당시의 기상상태, 소방도로 및 장비의 확충 여부 및 소방관서의 진화속도 등 모두 실화자 자신이 예측하기 어렵거나 관리, 통제할 수 없는 장래의 우연적인 사정에 달려 있고, 누가 실화자가 되느냐 하는 것도 또한 특정되어 있지 않아 국민 누구나 실화로 인한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구제받을 필요가 있으므로, 이 법은 결국 특정 개인의 사적인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실화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국민에 대하여 그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현대에 있어서의 주거환경의 변화 내용 및 소방행정의 발달 정도, 실화의 발생 및 그로 인한 손해확대의 우연적 특성을 아울러 고려하면, 경과실로 인한 실화자로 하여금 지나치게 가혹한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단순히 사적인 이익의 보호에 그치지 아니하고 전체 국민의 차원에서 그 공동의 이익까지 증진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법에 의한 재산권 제한은 위와 같은 공적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어서 그 목적에 있어서 정당한 제한이라고 볼 수 있다.

나. 재산권 등의 제한과 위헌 여부

(1) 이 법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과실로 인

한 실화자에 한하여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바, 이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유효적절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평가되며, 이 법에 달성되는 위와 같은 이익이 이 법에 의하여 제한되는 재산권인 실화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보다 더 작다고 할 수 없다(법익의 균형성).

또한 화재로인한재해보상과보험가입에관한법률(1973.2.6. 법률 제2482호, 개정 1988.12.31. 법률 제4069호)에 의하여 특수건물(4층 이상의 건물과 국유건물, 교육시설, 백화점, 시장, 의료시설, 흥행장, 숙박업소, 공장, 공동주택 기타 다수인이 출입 또는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건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물)의 소유자는 그 건물의 화재로 인하여 타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때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이 법의 적용을 명문으로 배제하고 있다(제2조 제3호, 제4조 제1항). 그리고,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① 가스의 폭발사고에 의하여 직접 피해자가 입은 상해(대법원 1994.6.10. 선고, 93다58813 판결), ②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대법원 1994.3.22. 선고, 93다56404 판결) ③ 채무불이행상의 손해배상청구(대법원 1987.12.8. 선고, 87다카898 판결)에 관하여는 이 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해석되고 있다. 위와 같이 이 법의 적용범위가 다른 법률에 의하여 또는 이 법에 대한 유권적 해석에 의하여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점과 이 법 자체가 중과실에 의한 실화자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법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실화 피해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또한 위 법률은 특수건물소유자에 대하여 보험가입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제5조, 다만 제5조 제1항 중 4층 이상의 건물에 대한 부분은 획일적인 보험가입강제가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경제질서와 과잉금지의 원칙에 합치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1991.6.3. 선고, 89헌마204 결정이 있음), 다른 한편으로는 재해구호법(1962.3.20. 법률 제1034호) 등을 통하여 화재 피해자 등에 대한 재해구호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구호기금을 마련하여 구호활동을 하도록 하는 등 손해배상능력이 전무하여지기 쉬운 경과실 실화자의 책임을 덜어주는 대신 이를 보완하는 의미로 화재로 인한 손해의 부담을 사회 전체의 공동 부담으로 분산시킴과 동시에 화재 등 피해자의 구호에도 노력하고 있고, 실화로 인한 피해의 예방을 위하여 형법 제170조가 경과실로 인한 실화도 실화죄로 처벌하고 있는 점 등을 아울러 참작하면, 이 법이 경과실로 인한 실화자와 그 피해자의 이익을 비교형량함에 있어 지나치게 균형을 잃은 법률이라고 할 수 없다.(방법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

(3) 더군다나 이 법에 의한 위와 같은 제한으로 인하여 사유재산권(헌법 제23조 제1항)이 유명무실해지거나 형해화되어 헌법이 재산권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거나,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 제1항),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헌법 제35조 제1항)를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4) 설사 방법의 선택에 있어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면서도 재산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바로 이 법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컨대, 위와 같이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경우를, 경과실로 인한 실화라고 하는 추상적이고도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는 방식으로 하지 아니하고, 법원이 형평의 견지에서 실화자와 피해자의 각 피해상황이나 피해배상으로 인하여 배상자의 생계에 미칠 영향 등을 비교형량하여 실화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민법 제765조 참조). 그러나 입법자가 재산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명백히 비합리적이라고 보여지는 방법을 채택한 경우가 아닌 한, 재산권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기준을 입법자가 법원에 맡기느냐, 아니면 스스로 법률에 정하느냐 하는 점 등 가능한 여러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것은 원칙적으로 입법부가 변화하는 현실의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면서 실제의 상황변화에 즉응하여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입법부의 재량에 맡겨야 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입법권과 재판권의 본질상 차이 및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이와 같이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하는 문제에 대하여는 헌법상 그 개입이 명백히 요구되는 경우가 아닌 한 자제함이 타당하다(가사 우리나라에 있어서 보험제도가 상당히 발달하였다 하더라도 보험에의 강제가입 자체가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제한하는 등 또 다른 헌법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므로 보험제도의 발달이 반드시 입법재량에 관한 위와 같은 법리의 설득력을 빼앗는 것은 아니다).

다. 평등권 등의 침해 여부

(1) 헌법 전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헌법 제11조 제1항은 성별, 종교 기타

사회적 신분에 따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하지 아니할 것을 규정함으로써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하고 있다.

그런데, 교통사고, 폭발, 각종 사태(沙汰), 고층건물이나 축대의 붕괴, 까스의 유출 등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불법행위 유형 중에서 유독 실화의 경우에만 가해자를 더 보호하고, 피해자를 덜 보호하는 결과가 됨으로써 불법행위의 유형에 따라 가해자 상호간 또는 피해자 상호간에 차별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유형의 불법행위는 고도의 위험성이나 피해의 광범위성이 애초부터 예상되거나 영리성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따라서 법률에 의하여 보험이 강제되거나 임의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법이 적용되는 통상의 실화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므로 그로 인한 차별이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2) 그리고 실화라고 하는 우연적인 사정에 의하여 국민 누구나 빈부의 구별 없이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어서 이 법에 의한 재산권 제한이 재력이 없는 소위 서민계층 등 특정 계층의 국민들만을 성별, 종교 기타 사회적 신분에 따라 선정하여 이들을 다른 계층의 국민들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헌법 전문 및 동 제11조 제1항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3) 또한 실화가 발생한 건물의 임대인이 소방시설 등의 설치, 관리에 잘못이 있을 경우라도 실화자인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므로 임대인은 손해를 전보받을 수 있는 반면, 아무런 과실도 없는 이웃건물의 소유자들은 연소로 인한 피해

를 전보받을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법이 이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법의 직접적인 입법목적은 실화가 발생한 건물의 임대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실화자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며, 실화의 경우에는 국민 누구나 우연적인 사정에 의하여 실화자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법은 결국 국민 모두를 차별하지 아니하고 실화로 인한 가혹한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화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느냐(실화자가 건물소유자인 경우보다도 임차인인 경우에 그 사정이 한층 더 딱하게 됨으로써 보호의 필요성도 증대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이웃한 실화 피해자를 보호하느냐 하는 문제도 역시 원칙적으로 입법부가 변화하는 현실의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여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입법부의 재량에 맡겨야 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 법의 제정에 있어서 행한 입법자의 선택이 제정 당시는 물론 현재에 이르러서도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헌법재판소의 개입이 명백히 요구되는 경우라고 볼 수도 없다.

4. 결론

이상의 이유로 이 법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5. 3. 23.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주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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