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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6. 10. 4. 선고 94헌가8 판례집 [구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 등 위헌제청]
[판례집8권 2집 239~25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 舊 證券去來法(1991.12.31. 법률 제44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증권거래법"이라 한다)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舊 株式會社의外部監査에관한法律(1993.12.31. 법률 제46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외감법"이라 한다) 제17조 제2항 전단의 규정이 違憲인지 여부

나. 損害賠償額을 法으로 看做한 舊 證券去來法 제15조의 규정이 違憲인지 여부

다. 損害賠償의 範圍에 관한 看做規定을 推定規定으로 合憲的 法律解釋을 한 예

결정요지

가.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은 그 입법연혁이나 입법목적, 다른 조항과의 균형있는 해석 등 어느모로 보나 "회계법인인 감사인이 당해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위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그렇게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損害賠償額을 法으로 看做하는 것이 正當化되기 위하여는 적어도 侵害된 財産權과 본질적으로 연결되는 일정 範圍의 收益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財産權에 대한 侵害行爲와 損害 사이에 相當因果關係의 存在를 看做하는 것이 社會通念上 許容될 수 있고, 看做되는 損害額은 侵害된 當該 財産權을 특별히 운용하지 않더라도 그 社會的, 經

濟的 本質에 따라 당연히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最小限의 金額이어야 한다는 前提條件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고, 그 밖의 政策的 理由만으로 損害賠償의 範圍를 看做하는 것은 이를 正當化할 만한 특별한 事情이 있어야만 할 것인바, 證券去來法 제15조는 證券投資나 證券價格 決定의 특성상 위와 같은 前提條件을 충족시킬 수 없음에도 投資者의 保護 등 政策的 理由만으로 損害賠償의 範圍를 法으로 看做함으로써 賠償義務者의 反證을 不許하고 法院의 裁量權을 制限함으로써 憲法에 반한다.

다. 證券去來法 제15조를 單純違憲 宣言할 경우에는 같은 법 제197조 제1항에 근거한 損害賠償請求訴訟에서 株式投資者는 一般的인 損害賠償請求訴訟에서와 마찬가지로 監査人의 不實監査와 損害發生 사이의 因果關係를 立證하여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곤란하고 이를 審理하는 法院도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므로 가급적 위 法規定의 效力을 유지하는 쪽으로 이를 解釋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인바, 損害賠償의 範圍에 관한 看做規定과 推定規定은 본질적으로 상이하다기 보다는 看做規定이 賠償義務者의 反證을 不許함으로써 推定規定보다 賠償權利者를 보다 더 두텁게 保護하는 정도의 質的, 量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이고 따라서 證券去來法 제15조를 推定規定으로 解釋하더라도 立法權의 侵害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이를 推定規定으로 解釋함으로써 그 違憲性을 除去함이 상당하다.

제청법원 서울지방법원 (제청 당시 서울민사지방법원)

제정신청인 ○○회계법인

대표사원 정 ○ 웅

관련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92가합75113 주식원금반환 등

심판대상조문

舊 證券去來法(1991. 12. 31. 법률 제44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7조제1항·제2항(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 ①선의(善意)의 투자자(投資者)에 대한 감사인(監査人)의 손해배상책임(損害賠償責任)은 주

식회사(株式會社)의 외부감사(外部監査)에관한법률(法律) 제17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규정(規定)을 준용(準用)한다.

②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손해배상액(損害賠償額의) 산정(算定)에 관하여는 제15조의 규정(規定)을 준용(準用)한다.

③ 생략

舊 주식회사(株式會社)의외부감사(外部監査)에關한法律(1993. 12. 31. 법률 제46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제2항 전단 ① 생략

② 증권관리위원회는 법 제4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감사인의 변경 또는 선정을 요구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법 제1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감사인에 대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공인회계사회에 통보하여야 한다.

③ 생략

참조조문

가. 나. 憲法 제11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제119조 제1항

참조판례

나. 헌법재판소 1994. 6. 30. 선고, 93헌바9 결정

헌법재판소 1995. 7. 21. 선고, 92헌바27 , 94헌바6 ·47(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1995. 9. 28. 선고, 94헌바23 결정

주문

1. 구 증권거래법(1991. 12. 31. 법률 제44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7조 제1항구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1993. 12. 31. 법률 제46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 전단은 "회계법인인 감사인이 당해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위 구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제17조 제2항 전단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각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금액으로 한다"라는 부분을 추정규정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관련사건의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 한다)를 비롯한 선정자 김○숙 등(이하 "원고 등"이라고 한다)은 1991. 11. 26.부터 같은해 12. 5.까지 사이에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회사 영원통신의 주식을 매입하였는데, 위 회사가 부도를 내고 그에 대한 보전처분 및 정리절차가 개시되는 바람에(1991. 11. 28. 정리절차개시신청, 1992. 6. 25. 정리절차개시결정, 1993. 6. 정리절차폐지결정) 그 주식 가격이 폭락함으로써 원고 등은 주식투자금을 거의 상실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는 바, 원고 등은 위 회사에 대한 외부감사인인 제청신청인이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이를 신뢰하고 위 회사 주식에 투자를 한 원고 등이 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서울민사지방법원(현 서울지방법원)에 제청신청인 등을 상대로 구 증권거래법(1991. 12. 31. 법률 제44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증권거래법"이라 한다) 제197조 제1항 및 이에 의하여 준용되는 구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1993. 12. 31. 법률 제46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외감법"이라 한다) 제17조 제2항 소정의 사유를 청구원인으로 하여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 제15조 소정 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주식원금반환등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이에 제청신청인이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제2항 및 외

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에 대한 위헌제청신청(94카기43)을 하자 제청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1994. 9. 3. 위헌제청결정을 한 것이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제2항 및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이 위헌의 법률조항인지 여부인 바,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조항인 증권거래법 제15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증권거래법 제197조【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①선의의 투자자에 대한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은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제17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하여는 제15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2) 외감법 제17조【손해배상책임】②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함으로써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후단 생략)

(3) 증권거래법 제15조【손해배상액】 제14조의 규정에 의하여 배상할 금액은 청구권자가 당해 유가증권을 취득함에 있어서 실지로 지급한 액에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

1. 당해 유가증권에 관하여 소송이 제기되어 있는 때에는 변론종결시에 있어서의 시장가격(시장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추정처분가격)

2. 제1호의 변론종결전에 당해 유가증권을 처분한 때에는 그

처분가격

2. 위헌제청결정이유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위헌제청결정이유의 요지

(1)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은 입법연혁이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회계법인인 감사인에 대하여 무과실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바, 이는 감사인의 책임의 본질이나 증권거래법 제14조 소정의 주식발행인의 손해배상책임과 비교하여 볼 때 비례의 원칙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2)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은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 범위에 관하여 같은법 제15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바, 주가는 주식발행회사의 경영상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고 투자자도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만 기초하여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요소가 결합하여 발생한 손해 전부에 대하여 감사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관련사건 원고의 의견 요지

감사인의 부실감사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감사인에게 무과실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정당한 것이고, 증권거래법 제15조는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인한 투자자의 최소한의 손해액만을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어 오히려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는 규정이다.

다. 재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은 그 입법연혁이나 다른 조항과 관련

하여 해석할 경우 과실책임주의를 규정한 것이고, 증권거래법 제15조는 손해액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규정에 불과하여 구체적 손해액은 법관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판단

(1)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외감법 제17조 제2항 내지 제4항은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감사인이 합동회계사무소 또는 감사반인 경우에는 당해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그 경우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관련사건과 같이 회계법인이 감사인인 경우에는 당해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더라도 감사인이 면책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바, 그렇다면 회계법인인 감사인에 대하여 무과실의 과중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킴으로써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규의 해석은 그 문언만에 의할 것이 아니라 입법경위나 입법목적, 관련법규와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과연 위 조항이 회계법인인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2) 법령의 연혁면에서의 검토

외감법상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조항은 1980. 12. 31. 법률 제3297호로 외감법이 제정되면서 제17조 제2항으로 신설되었는바, 당시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7조 제2항 :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함으로써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 조항은 그 후 1989. 12. 30. 법률 제4168호로 외감법이 개정되면서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과 같이 바뀌었는바, 위 양 규정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구 조항의 본문 중 "연대하여" 부분이 삭제되고 단서가 "이 경우 제1항 후단의 규정을 준용한다."로 바뀌었는데, 위 제1항 후단은 "이 경우 합동사무소 또는 감사반인 감사인의 경우에는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위 개정시 제17조 제4항이 신설되어 같은 조 제1항 후단 또는 제2항 후단의 경우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것으로 되었다.

위 개정 내용을 형식적으로 보면 첫째로 감사인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더라도 면책되지 않고, 둘째로 감사인이 합동회계사무소 또는 감사반인 경우에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할 경우에 그 공인회계사가 면책되는 것이므로, 감사인이 회계법인인 경

우에는 감사인인 회계법인과 그 구성원인 공인회계사 모두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더라도 면책되지 않는 것으로 법규가 개정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

첫째, 종래의 과실책임을 무과실책임으로 변경시키는 것은 법률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변경이라 할 것인데 위 외감법 개정시 이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안이유 설명이나 토론이 된 바 없으며 주무부 장관인 재무부장관 또한 위 개정시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에 의한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무과실책임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입법의도는 없었다고 하고 있다.

둘째, 감사인 중 합동회계사무소 또는 감사반은 회계법인과 달리 원칙적으로 법인 이나 권리능력없는 사단(또는 재단)이 아니므로 손해배상책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감법 제17조 제1항 후단, 제2항 후단 및 제4항의 내용은 합동회계사무소 또는 감사반이 감사인인 경우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감사인인 합동회계사무소 또는 감사반과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되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한 경우에 공인회계사는 면책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합동회계사무소 또는 감사반이 감사인인 경우 손해배상책임의 주체는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들이고, 감사에 참여한 복수 공인회계사들의 책임의 상호관계는 연대채무(비진정연대채무의 의미이다)이며, 그 책임의 성질은 입증책임이 전환된 과실책임이라는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외감법 제17조 제2항 후단, 제4항의 문면에 불구하고 감사인 중 나머지 한 형태인 회계법인의 손해배상책임도 역시 입증책

임이 전환된 과실책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위 외감법 개정시 제17조 제5항이 신설되어 감사인은 위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재무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험에의 가입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도록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손해배상채무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일 뿐이므로 위 제17조 제5항과 감사인의 무과실책임이 논리필연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넷째,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일본의 경우에는 주식회사의감사등에관한상법의특례에관한법률 제10조에서 회계감사인의, 증권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3호, 제2항 제2호에서 공인회계사 또는 감사법인의, 미국의 경우에는 증권법 제11조 비(b)항 제3호에서 공인회계사의 면책항변을 각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령개정의 연혁면에서 보아 감사인이 회계법인인 경우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에 의한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종래의 입증책임이 전환된 과실책임으로부터 무과실책임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입법목적 등의 면에서의 검토

상법이 주식회사의 회계감사를 위한 필요적 상설기관으로 감사를 두고 있지만 회사의 내부 감사는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이사회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여 온 반면 기업의 규모가 대형화하고 조직이 복잡해짐에 따라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게 되는 주주, 채권자, 종업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수가 증대하였고, 이러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들이 기업의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를 정확히 판단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회계정보를 올바르게 작성 공시하여야 할 필요성이 증대하였으므로 외감법에서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하여 회계전문가인 감사인으로 하여금 회계감사업무를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상법상의 감사와 외감법에 의한 감사인의 지위 및 책임의 본질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고, 상법상 감사의 책임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에 의한 감사인의 책임의 본질은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즉, 감사인은 회사에 대하여는 위임관계에 있어 그에 따른 법률관계를 갖지만, 제3자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가지지 아니하므로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배상책임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감사가 적정하게 행하여지는 것은 회사외의 제3자에 대하여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외감법 제17조 제2항과 같은 예외적인 규정을 두어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감사인의 책임의 본질에 회계전문가인 감사인에 대한 제3자의 신뢰는 상법상의 감사에 대한 그것보다 더 보호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 및 투자자나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증권거래법외감법의 입법목적을 종합하여 보아도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에 의한 감사인의 책임을 무과실책임으로 해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 각 규정에 의하여 제3자가 더 보호되는 만큼 감사인은 민법상의 일반불법행위책임 이상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되므로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책임 규정을 해석 운용함에 있어서는 위 양자의 이익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할 것이라는 점과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의 기

초가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인한 제3자의 손해발생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의 전문지식으로 인하여 그가 행한 직업적 행위에 권위가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를 해태하였다는 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본질적으로 과실책임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상법상 감사가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경과실로 인한 행위에 대하여도 감사인에게 책임을 부담시키고(상법 제414조 제2항은 "감사가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을 감사인에게 전환하는 정도로도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4) 증권거래법의 다른 규정과의 관련하에서의 검토

유가증권신고등에관한규정 제7조, 제10조는 유가증권신고서에 재무에 관한 사항과 감사인의 감사의견을 기재하고 이에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증권거래법 제12조 제2항은 유가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내용과 상이한 내용을 사업설명서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한편 증권거래법 제14조는 발행인이 유가증권신고서와 증권거래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설명서 중 허위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한 사항을 기재 또는 표시하지 아니함으로써 유가증권의 취득자에게 손해를 끼친 때에 유가증권신고자 등 소정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지되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한 사항을 기재 또는 표시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면책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실 또는 허위의 사항이 기재된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를 작성·사용함으로써 실제로 이익을 얻는 유가증권신고자 등은 입증책임이 전환된 과실책임을 부담함에 비하여 그 기초자료를 제공함에 불과한 감사인은 무과실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채택할 바 못된다.

(5) 따라서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은 그 입법연혁이나 입법목적, 다른 조항과의 균형있는 해석 등 어느모로 보나 "회계법인인 감사인이 당해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외감법 제17조 제2항 전단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헌법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1) 문제의 제기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은 같은 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하여 같은 법 제15조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바, 위 제15조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제14조의 규정에 의하여 배상할 금액은 청구권자가 당해 유가증권을 취득함에 있어서 실지로 지급한 액에서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상당인과관계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가 결정되는 통상적인 경우와는 달리 손해배상의 범위를 간주의 형식으로 법정하고 있다.

그런데 손해배상의 범위가 간주된다는 것은 배상의무자가 손해의 발생과 자기의 행위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더라도 면책 또는 감책될 수 없다는 것(다만 역으로 배상권

리자가 초과손해액을 입증하여 법정손해액보다 많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달리 검토되어야 한다)이므로 배상의무자로서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하여까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있게 되고, 따라서 그 위헌성이 문제된다.

(2) 입법목적에 대한 검토

증권거래법 제15조는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주가의 등락분 중 감사인의 부실감사 등으로 인한 하락분을 가려내어 그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이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반드시 용이한 것이 아님에도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그 입증을 요구할 경우 투자자보호라는 증권거래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충분하지 아니하므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법정(간주)함으로써 투자자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따라서 증권거래법 제15조 및 이를 준용하도록 한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3) 수단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간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살피건대, 손해배상의 범위를 법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결국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간주한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손해배상범위 간주규정이 정당화되기 위하여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을 충족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금전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있어서의 법정이자 상당의 수익(민법 제397조 제1항), 지적재산권침해의 경우 실시료 상당의 수익(특허법 제128조 제2항, 실용신안법 제31조, 의장법 제64조 제2항, 상표법

제67조 제2항 등)과 같이 각 재산권과 본질적으로 연결되는 수익의 범위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재산권에 대한 침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간주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간주되는 손해액은 침해된 당해 재산권을 특별히 운용하지 않더라도 그 사회적·경제적 본질에 따라 당연히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최소한의 금액이어야 한다 [따라서 배상권리자로서는 이를 초과하는 손해가 있다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지만, 입법례는 당해 재산권의 본질 및 손해배상액 간주의 이유 등과 관련하여 구체적 경우에 따라 달리 정하고 있다(민법 제397조 제2항, 특허법 제128조 제3항 등)].

이 밖에 당해 재산권의 특성상 운용방법 및 이로 인한 손해가 다양할 수밖에 없어 손해배상 청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부담을 경감해 주려는 정책적 이유도 손해배상액 간주의 한 근거로 될 수 있으나 앞서 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정책적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간주함에 있어서는 이를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증권거래법 제15조 소정의 손해배상액이 상당인과관계가 정형적으로 인정되는 최소한의 손해액이므로 그와 같은 간주규정을 두어 배상의무자(감사인)의 감책·면책항변을 불허하여도 좋을 정도인가 하는 점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긍정하기 어렵다.

첫째, 불법행위와 법정손해액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즉, 증권투자자는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만 믿고 투자를 하

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증권가격은 감사대상회사의 재무상태만이 아니라 국내외의 정치·사회·경제적 제요인들에 민감히 반응함을 그 속성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제요인들에 의하여 결정되는 주식투자 및 가격하락분 중 감사인의 부실감사 등과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감사인이 면책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둘째,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 제15조에 규정된 법정손해액이 주식투자자의 최소한의 손해라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위 규정은 주식투자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침해받은 재산권과 본질적으로 연결되는 또는 통상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사회통념상 생각되는 최소한의 이익이나 손해를 쉽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입증의 곤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둔 규정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것인바, 증권가격 결정상의 특성으로 인하여 투자자의 손해액 입증이 곤란하고 법원에 심리상의 부담을 주는 점은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그 이유만으로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전제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투자자의 입증곤란이나 법원의 심리곤란 등을 덜어준다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할지라도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는 배상액의 추정규정을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함에도 간주규정을 둠으로써 배상의무자의 반증을 불허하고 법원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일본의 경우 증권거래법상 감사인의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정한 규정은 없고, 다만 증권거래법 제19조

제1항은 허위 또는 부실의 유가증권신고서 또는 사업설명서의 신고·발행자의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우리나라 증권거래법 제15조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한편 같은 조 제2항으로 배상의무자가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의 기재 또는 중요한 사실의 기재누락에 의하여 생길 가치하락 이외의 사정에 의하여 생긴 것을 입증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면책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의 증권법 제11조 이(e)항도 공인회계사 등의 책임범위에 대하여 일본 증권거래법과 같은 취지의 면책규정을 두고 있다.

(4) 추정규정으로의 해석

그러므로 증권거래법 제15조를 문면대로 간주규정으로 해석한다면 이를 준용하도록 한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헌법에 반한다. 그러나 이를 단순위헌으로 선언할 경우에는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1항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주식투자자는 일반적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사인의 부실감사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여야 하는데 그 입증은 사실상 곤란하고 이를 심리하는 법원도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므로 가급적이면 위 법규정의 효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이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살피건대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간주규정과 추정규정은 본질적으로 상이한 규정이라기 보다는 간주규정이 배상의무자의 반증을 불허함으로써 추정규정보다 배상권리자를 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는 정도의 질적·양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이고 따라서 증권거래법 제15조를 추정규정으로 해석하더라도 입법권의 침해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이를 추정규정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위헌성을

제거함이 상당하다.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은 증권거래법 제15조제197조 제2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법원의 실무운용 태도에 따라서는 추정규정만으로도 간주규정과 같이 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간주규정으로 해석할 경우에 생기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문제점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그렇다면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같은 법 제15조의 규정 중 "…… 금액으로 한다"라는 부분을 추정규정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따라서 구 증권거래법(1991. 12. 31. 법률 제44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7조 제1항구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1993. 12. 31. 법률 제46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 전단은 "회계법인인 감사인이 당해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그 임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위 구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제17조 제2항 전단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각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위 구 증권거래법 제197조 제2항같은 법 제15조의 규정 중 "…… 금액으로 한다"라는 부분을 추정규정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 10. 4.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주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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