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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7. 3. 27. 선고 92헌마273 판례집 [변호인접견실간막이설치 위헌확인]
[판례집9권 1집 337~34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주관적 목적의 달성과 權利保護의 利益

결정요지

이 사건 헌법소원은 영등포矯導所의 변호인접견실에 辯護人席과 在所者席을 차단하는 칸막이를 설치한 權力的 事實行爲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하여 이를 제거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 칸막이가 그 후 法務部의 지시에 따라 철거된 이상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주관적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으므로 심판대상행위의 위헌 여부를 가릴 實益이 없어졌다 할 것이다.

청 구 인 고 ○ 석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김 주 원

피청구인 영등포교도소장

참조판례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1992. 4. 14. 선고, 90헌마82 결정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각 구속되어, 청구인 고○석은 1992. 9. 24.부터, 같은 황○욱은 같은 해 10. 1.부터 영등포교도소에 각 수감되었다. 청구인들은 “변호사 김주원”을 각 그 변호인으로 선임하여 같은 해 11. 18. 영등포교도소 변호인접견실에서 동인과 접견을 하였는데, 그 곳에 변호인석과 재소자석을 구분하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던 탓으로 소송관계서류의 열람등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그러한 칸막이를 설치·유지하고 있음으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자기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해 11. 2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영등포교도소의 변호인접견실에 변호인석과 재소자석을 차단하는 칸막이(두께 1센티미터의 아크릴과 직경 0.13밀리미터의 철망사로 된 칸막이, 이하 “이 사건 칸막이”라 한다)를 설치함으로써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2. 당사자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영등포교도소의 변호인접견실에 설치된 이 사건 칸막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은 변호인과 접견함에 있어, 변론에 필요한 각종 증

거자료 및 소송자료 등을 변호인과 함께 자세하고도 충분히 열람·검토할 수 없었고, 특히 청구인들의 사건과 같이 증거자료가 양적으로 방대한 경우에는 그 열람·검토에 현저한 어려움이 있다.

(2) 당사자대등주의가 실현되려면 적어도 증거서류만큼은 구속피고인도 불구속피고인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이 열람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구속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요체이며 본질이다. 이와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하여야 하는데, 피청구인의 이 사건 칸막이 설치행위는 아무런 법률적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설령 피청구인이 이 사건 칸막이를 설치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할지라도, 청구인들로서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통한 사전구제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청구인 고○석은 1993. 5. 13.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출소하였으며, 같은 황○욱은 같은 해 7. 8.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하여 그 형이 확정되었다. 따라서 청구인들은 더 이상 “미결수용자”라는 신분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되었고, 그렇다면 변호인과 접견·교통할 것을 전제로 제기된 이 사건 심판

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어야 한다.

(3)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의 취지에 따라 영등포교도소에서는 변호인접견시 교도관의 가청거리(可聽距離)내의 입회를 금지시키고 있으나, 변호인과 재소자사이의 부정물품등 수수의 가능성을 차단하여 교정업무를 원활히 수행함과 아울러 변호인의 신변보호를 위하여 변호인석과 재소자석 사이에 이 사건 칸막이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서도 변호인과의 대화, 각종 관계서류의 열람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변호인과 재소자간의 서류의 수수는 법무부훈령인 계호근무준칙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이 사건 칸막이를 설치한 것은 변호인의 신변안전과 재소자 수용질서의 확립을 위한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행형법 제6조, 제62조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이 사건 칸막이의 철거를 법무부장관등에게 청원할 수 있고, 그러한 청원에 대하여 법무부장관등이 심사·처리결과를 통지하지 아니하거나 거부한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제기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2) 피청구인이 1993. 10. 16. 이 사건 칸막이를 자진철거하였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주장을 추가한 것 외에,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점과 본안에 관한 의견은 피청구인의 답변내용과 대체로 같다.

라.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

(1) 이 사건 칸막이와 같이 변호인접견실에 설치된 차폐시설로 인하여 변호인접견시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째, 변호인과 피접견인간의 자유롭고도 원활한 대화를 방해한다.

둘째, 수사기록이나 각종 서류에 대한 피접견인의 열람을 불가능하게 한다.

셋째, 성동구치소와 같이 접견실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 변호인의 신변보호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2) 헌법 제12조 제4항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어, 누구든지 체포·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와 자유로이 접견·협의할 수 있지 않으면 아니된다. 따라서 자유로운 접견을 방해하는 차폐시설의 설치는 이러한 헌법상의 변호인접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고 한편 차폐시설은 접견권의 제한임이 분명하므로, 이를 설치하기 위하여는 법령상의 근거규정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3) 국제인권B규약 제14조 제3항 (b) 등 국제연합 주도의 각종 국제인권원칙에 의하면 변호인접견의 수준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편의가 보장될것”이 요구된다. 국제연합의 회원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기준을 지켜야 함이 당연하며, 자유로운 접견을 가로막는 이 사건 칸막이와 같은 차폐시설의 설치는 국제인권 기준에도 명백히 위반된다.

3. 판 단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여 주는 제도이므로 그

제도의 목적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제기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권리보호의 이익은 헌법소원의 제기 당시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 당시에도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소원제기 당시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심판계속중에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등의 변동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가 종료됨으로써 그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등을 취소할 실익이 없게 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고, 다만 그러한 경우에도 동종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다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인정된다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1992. 4. 14. 선고, 90헌마82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헌법소원은 이 사건 칸막이의 설치라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하여 결국 이를 제거하고자 하는 것인데, 법무부장관이 1997. 3. 17. 우리 재판소에 제출한 자료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칸막이는 1992. 7. 1.부터 영등포교도소를 비롯한 3곳 교도소에서 변호인의 신변보호와 부정물품수수방지 등의 목적을 위하여 시험적으로 설치하여 운영해 온 것이나 그간 변호인들의 계속적인 불편호소 등으로 말미암아 1993. 10. 15.자 법무부의 지시에 따라 같은 달 16. 모두 철거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주관적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으므로 더 이상 심판대상행위의 위헌여부를 가릴 실익이 없어졌다 할 것이고, 법무부장관이 제출한 위 자료

등의 내용에 비추어 법무부나 그 예하의 교도소 등이 다시 이러한 종류의 칸막이를 설치할 위험이 있다거나 이 문제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특히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에 관한 그 나머지 쟁점이나 본안의 판단에 나아갈 것도 없이,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7. 3. 27.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주 심  재판관  황 도 연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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