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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7. 12. 24. 선고 95헌마390 판례집 [의료보험법 제31조 제2항 위헌확인]
[판례집9권 2집 817~83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分娩給與의 範圍ㆍ上限基準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委任한 醫療保險法 제31조 제2항의 규정이 委任立法의 限界를 벗어난 包括的 委任인지 여부(소극)

2. 위 법률조항이 幸福追求權, 平等權, 母性保護 및 保健의 保護規定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가. 위임입법에 있어서 위임의 구체성ㆍ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서 달라진다. 즉 급부행정 영역에서는 기본권침해 영역보다는 구체성의 요구가 다소 약화되어도 무방하다고 해석되며, 다양한 사실관계를 규율하거나 사실관계가 수시로 변화될 것이 예상될 때에는 위임의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된다. 뿐만 아니라 위임조항에서 위임의 구체적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해 법률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규정에 비추어 위임조항의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명히 확정할 수 있다면 이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백지위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나.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라는 기여금과 국고부담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의료보험제도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의료보험급여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부담수준, 국가의 재정수준이라는 한계하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보험급여의 우선순위를 정

하게 되고, 사회적ㆍ경제적 여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요양급여 및 분만급여의 방법ㆍ절차ㆍ범위ㆍ상한기준 등을 미리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의료보험법 제31조 제1항에서 분만급여를 실시할 것을 규정한 이상 그 범위ㆍ상한기준까지 반드시 법률로써 정하여야 하는 사항은 아니며, 의료보험법의 전반적 체계를 종합해 보면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분만급여의 범위나 상한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포괄위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2. 청구인의 경우 세 번째 이후 자녀의 출산에 대한 분만급여를 제한한「요양급여기준및분만급여기준개정」(보건사회부고시제82-26호)에 따라 분만급여를 제한받은 데다가 이 사건 자녀 출산이 1995. 6. 5.이어서 같은 해 7. 1.부터 시행된 제도의 혜택(분만급여 및 요양급여 지급)을 받지 못하였고, 또한 출산 후 계속 입원치료를 받는 바람에 기존의 제도에 따른 요양급여마저 받지 못한 사정이 있었더라도, 위 보건사회부고시 제82-26호 등 보건복지부장관의 제도운영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바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평등권을 침해하였거나 모성의 보호와 보건의 보호규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이영모의 反對意見

의료보험법 제31조 제1항에서 “피보험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에서 분만하는 때에는 분만급여를 실시한다”고 규정하여 피보험자 등에게 분만급여청구권을 부여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분만급여청구권의 본질적인 내용인 분만급여의 범위ㆍ상한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이 그것을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위임하였고, 다수의견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분만급여청구권의

범위나 상한기준 등의 대강을 미리 법에 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법의 체계나 구체적인 규정을 검토해 보아도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확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적인 위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

청 구 인고 ○ 래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 광 년

심판대상조문

醫療保險法(1994. 1. 7. 법률 제4728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31조(分娩給與) ① 생략

② 제29조 제3항의 規定은 제1항의 경우에 이를 準用한다.

참조조문

憲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36조 제2항·제3항

醫療保險法 제29조(療養給與) ①~② 생략

③ 제1항의 規定에 의한 療養給與의 방법·節次·범위·上限基準 등 療養給與의 기준은 保健福祉部長官이 정한다.

醫療保險法 제31조(分娩給與) ① 被保險者 또는 被扶養者가 療養機關에서 分娩하는 때에는 分娩給與를 실시한다.

② 생략

요양급여기준및분만급여기준개정(1982. 5. 25. 보건사회부고시 제82- 26호)

Ⅱ-7, 라. 분만급여 대상은 2자녀에 한한다(시행일 1983. 1. 1.).

참조판례

1. 1991. 2. 11. 선고, 90헌가27 결정

1996. 10. 31. 선고, 93헌바14 결정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전처 소생의 자녀가 2명 있는 상태에서 현재의 처 조○애와 사이에서 세 번째 자녀를 임신하였고, 위 조○애는 경기도 수원시 소재 가톨릭의과대학 ○○병원에 1995. 6. 1. 입원하여 같은 달 5. 세 번째 자녀를 제왕절개만출술로 출산하였다. 그리고 위 조○애는 출산직후 시력이상 등으로 같은 달 22.까지 입원치료후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았다.

(2) 청구인은 위 조○애의 퇴원시 입원기간의 총진료비 4,835,298원(MRI, CT 촬영비 제외) 중 의료보험조합 부담금 2,775,026원을 제외한 본인부담금 2,060,272원을 납부하였다.

(3) 그후 청구인은 청구인이 피보험자로 가입하고 있는 의료보험조합으로부터 “의료보험법 제31조에 의거 분만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피보험자 또는 피부양자이고, 자녀수는 두 자녀까지만 분만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1995. 10. 27.자「분만 비급여 대상 진료비 환수 통보서」와 의료보험법 제45조의 규정에 따른 부당이득금 2,745,070원의 납부고지서를 받았다.

(4) 이에 청구인은 의료보험법 제31조 제2항같은 법 제29조 제3항을 준용함으로써 분만급여의 범위·상한기준(의료보험법의 규정은 ‘방법·절차·범위·상한기준 등’인바, 그 중에서 ‘범위’와 ‘상한기준’

만을 심판청구의 대상으로 한정하였다)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제11조의 평등권, 제36조 제2항·제3항의 모성보호 및 보건의 보호규정에 위반하는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라며, 1995. 11. 15. 국선대리인선임신청에 의하여 같은 달 22. 국선대리인이 선정되었고 국선대리인을 통하여 같은 해 12. 30.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의료보험법(1994. 1. 7. 법률 제4728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31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그 규정과 관련조항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31조(분만급여) ① 피보험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에서 분만하는 때에는 분만급여를 실시한다.

② 제29조 제3항의 규정은 제1항의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제29조(요양급여) ①, ② 생략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기준 등 요양급여의 기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다.(개정 1995. 8. 4.)

2. 당사자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의료보험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31조 제1항은 “피보험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에서 분만하는 때에는 분만급여를 실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 제29조 제3항을 준용함으로써 분만급여의 범위·상한기준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한 결과 보건복지부장관이 세 번째 이후의 자녀에 대한 분만급여를 제한하는 분만급여기준을 정하도록 한 것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제11조의 평등권, 제36조 제2항·제3항의 모성보호 및 보건의 보호규정에 위배된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1) 본안전항변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 제60조, 제61조 소정의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 절차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부적법한 청구이다.

(2) 본안에 대한 의견

(가) 의료보험제도의 특성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그 구성원(피보험자)이 소득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매월 납부하고, 질병·부상·분만·사망 등이 발생하게 되면 그에 소요되는 진료비 일부를 보험재정으로 지불하는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보험은 질병·부상·분만 등 보험급여사유(보험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 보험사고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보험제도가 가지고 있는 합목적성의 범위내에서 보험급여를 하고 있는바, 그 합목적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법 제29조 제3항에서 뿐만 아니라 법 제30조, 제41조, 제42조, 제46조 등에도 잘 나타나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괄위임규정인지에 대하여

의료보험제도는 국민의 부담수준, 국가의 재정수준, 인구정책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그 시대가 요구하는 수준의 급여를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요양급여 및 분만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기준 등을 미리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다.

헌법재판소도 “위임조항 자체에서 위임의 구체적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당해 법률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규정에 비추어 위임조항의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확정할 수 있다면 이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백지위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헌법재판소 1996. 10. 31. 선고, 93헌바14 결정)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보험제도의 특성에 비추어 법률로써 자세히 규정할 수 없는 부분을 의료보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였기 때문에 포괄위임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세 번째 이후 자녀에 대한 분만급여의 제한

3자녀 이상에 대한 분만급여제한(산모에 대한 분만급여만 제한되며 그 출생한 자는 의료보험급여가 제한되지 않았음)은 인구억제정책과 한정된 보험재정 등을 고려하여 가족계획사업의 국가정책목표 달성을 지원해 줌으로써 사회적 합목적성 달성 차원에서 제정하여 1983. 1. 1.부터 1996. 7. 31.까지 시행되었던 정책으로서, 분만급여를 2자녀 이하로 제한하였다 하여 3자녀 이상의 아기를 분만하기를 희망하는 국민에게 분만 그 자체를 강제적으로 제한한 것은 아니고, 다만 분만 억제를 위한 불이익을 줌으로써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예컨대 국민의 부담수준과 국가의 재정수준이 허락하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보험급여를 연중 실시하지 못하고 1년중 제한된 기간동안만 실시하는 것이 행복추구권·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자녀까지의 출산에 관련된 비용은 보험재정에서 부담하였지만 세 번째 자녀이후의 출산

에 관련된 비용은 보험재정에서 불가피하게 부담하지 않은 것이 행복추구권·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보건복지부장관은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 제60조, 제61조 소정의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 절차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부적법한 청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법 제60조는 피보험자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또는 보험급여비용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는 자는 의료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고, 법 제61조는 위 의료보험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이 있는 자는 의료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그런데 청구인은 법 제60조 소정의 ‘피보험자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또는 보험급여비용에 관한 처분’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법 제31조 제2항이 같은 법 제29조 제3항을 준용함으로써 분만급여의 범위·상한기준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직접 법률소원의 형태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항변은 그 이유없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의료보험법의 주요연혁 및 분만급여 관계규정의 변천

(가) 의료보험법의 주요연혁

우리나라는 1963. 11. 5. 법률 제1437호로 사회보장에관한법률

(1995. 12. 30. 법률 제5134호로 제정된 사회보장기본법 부칙에 의해 폐지됨)이 제정되고 이어서 같은 해 12. 16. 의료보험법(법률 제1623호)이 제정·공포되고, 1964년 동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됨으로써 의료보험시대를 열었다. 당시 의료보험은 정부의 재정형편과 사회적 여건의 미성숙으로 전면 실시하지 못하고 1964년에 우선 4개 조합에 대한 피용자의료보험을 임의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69년에는 7개 조합에 대한 자영자의료보험을 임의적용하였다.

그후 1970. 8. 7. 법률 제2228호로 법을 전면 개정하여 법의 적용대상을 종래의 근로자 이외에 군인·공무원·자영자 등 전국민이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근로자·군인·공무원을 강제가입대상자로, 자영자계층은 임의가입대상자로 하였다.

그후 1976. 12. 22. 법률 제2942호로 법을 다시 전면 개정하였는바, 종전의 법이 공무원·군인 및 일반근로자에 대하여 강제적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강제적용의 범위를 일시에 전근로자에게 확대하기에는 곤란하므로 강제·임의적용을 병행하되 강제적용의 범위를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현행법상 불합리한 점과 미비점을 시정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또한 1987. 12. 4. 의료보험법의 일부개정(법률 제3986호)으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피부양자의 범위를 피보험자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피보험자의 형제·자매 및 직계비속의 배우자까지 포함되도록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리고 1988. 1. 1.부터는 농어촌의료보험을 실시하였으며, 같은 해 7. 1.부터는 도시지역의 자영자에 대한 의료보험을 실시함으로써 의료보험의 적용대상자가 전국민으로 확대되었다.

(나) 분만급여 관계규정의 변천

1963. 12. 16. 법률 제1623호

제34조(분만급여) ① 피보험자 또는 그 배우자가 분만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분만급여를 한다.

1976. 12. 22. 법률 제2942호

제31조(분만급여) ① 피보험자 또는 피보험자의 배우자가 요양취급기관에서 분만하는 때에는 분만급여를 한다.

② 제29조 제3항의 규정은 제1항의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제29조(요양급여)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급여의 기준은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한다.

1981. 4. 4. 법률 제3415호

제29조(요양급여)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급여의 방법·범위·상한기준 등 요양급여의 기준은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한다.

요양급여기준및분만급여기준개정(1982. 5. 25. 보건사회부고시 제82-26호)

Ⅱ-7, 라. 분만급여 대상은 2자녀에 한한다(시행일 1983. 1. 1.).

(2) 행정입법의 필요성과 위임입법의 한계

권력분립, 법률에 의한 행정 및 의회주의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규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행정기능의 양적 확대와 질적 고도화에 따라 권력분립, 즉 3권간의 권한분배도 현대국가기능의 합리적인 수행이라는 면에서 정하여야 한다는 기능적·현실적인 권력분립으로 변천되어, 의회가 입법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론이 성립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헌법에 행정입법에 관한 명문의 근거규정을 두고 있

는 독일, 일본, 한국 뿐만 아니라 명문규정을 두지 아니한 미국헌법하에서도 법률의 수권만 있으면 행정입법이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특히 오늘날은 국가기능이 소극적인 규제에서 적극적인 복지행정으로 그 중심이 옮아가고 있음에 따라 복지행정분야에서 법률이 국가정책의 기본지침만을 정하고 그 구체적인 실현에 관한 사항은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헌법 제95조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함으로써 총리령·부령의 발령근거와 조건 및 한계를 정하고 있다. 헌법 제95조에는 동 제75조와 같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라는 문구가 없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요구한다. 다만, 이러한 기준은 기본권의 성질 및 행정분야에 따라서, 국민에 대한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서, 현실적·입법기술적 곤란성에 따라서, 그리고 수임자의 민주적 정당성·조직형태에 따라서 달리 적용된다.

(3) 분만급여청구권 및 그 제한

법 제31조 제1항은 “피보험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에서 분만하는 때에는 분만급여를 실시한다” 라고 하여 분만급여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무릇 사회보장이라 함은 질병·장애·노령·실업·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해소하며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제공되는 사회보험·공공부조·사회복지서비스 및 관련 복지제도를 말하고(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1호), 그 중 사회보험이라 함은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

방식에 의하여 대처함으로써 국민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같은 조 제2호)로, 이에는 의료보험·연금보험·실업보험 등의 종류가 있다. 그리고 의료보험급여의 종류로는 법정급여인 요양급여(법 제29조)·분만급여(법 제31조)·요양비(법 제36조)·분만비(법 제37조)와 부가급여(법 제40조)인 장제비·분만수당·본인부담금보상금(같은법시행령 제77조) 등이 있다. 법 제31조 제1항이 규정하는 이른바 분만급여청구권은 위와 같은 사회보장제도 중 사회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급여의 일종으로 의료보험법이라는 입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된 권리이다.

그러나 일단 입법을 통하여 주관적 권리로 구체화한 경우라도 분만급여와 같이 국가로부터 일정 급부를 요구하는 이 구체적 권리는 국가의 재정능력이나 다른 공공복리의 목적으로 다시 법률로써 축소·제한될 수 있다. 사회적 기본권이 추구하는 사회적 평등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법영역이고, 이에 대한 결정은 제1차적으로는 입법적인 정책판단에 유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회적 기본권의 실현은 결국 국가의 자원에 대한 처분성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본질적으로 자원은 한정된 것이고 따라서 한정된 자원의 분배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자의 과제인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와 같은 권리를 축소함에 있어서 반드시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행정입법에 위임할 수는 있다.

(4) 헌법 제95조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포괄적위임인지 여부

헌법 제95조의 규정에 의하면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부령을 발할 수 있다. 이때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법령에서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이 우리 헌법상 가능한지에 대하여는 학설상 긍정설과 부정설이 나누어지고 있으나, 판례는 “법령보충적인 행정규칙이나 규정은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그것들과 결합하여 법규적인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누7727 판결;1994. 3. 8. 선고, 92누1728 판결)이를 긍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분만급여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위임함에 있어서 “방법·절차·범위·상한기준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위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분만급여의 구체적인 방법·절차·범위·상한기준 등은 의료보험제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이 아니므로 이를 법률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그 규율을 하위법규에 위임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법률 위임의 내용으로서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여야 한다는 것이 헌법상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서 달라진다. 즉, 급부행정 영역에서는 기본권침해 영역보다는 구체성의 요구가 다소 약화되어도 무방하다고 해석되며, 다양한 사실관계를 규율하거나 사실관계가 수시로 변화될 것이 예상될 때에는 위임의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1. 2. 11. 선고, 90헌가27 결정 참조). 뿐만 아니라 위임조항에서 위임의 구체적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해 법률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규정에 비추어 위임조항의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명히 확정할 수 있다면 이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백지위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헌법재판소 1996. 10. 31. 선고, 93헌바14 결정 참조).

의료보험법은 국민의 질병·부상·분만 또는 사망 등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의 증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법 제1조). 그런데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라는 기여금과 국고부담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의료보험제도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의료보험급여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부담수준, 국가의 재정수준이라는 한계하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보험급여의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고,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요양급여 및 분만급여의(방법·절차)·범위·상한기준 등을 미리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법 제31조 제1항에서 분만급여를 실시할 것을 규정한 이상 그 범위·상한기준까지 반드시 법률로써 정하여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 또한 법 제5조는 요양급여 및 분만급여의 기준과 비용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각계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는 의료보험심의위원회를 보건복지부에 둘 것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보험법의 전반적 체계와 위와 같은 규정을 종합해 보면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분만급여의 범위나 상한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포괄위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5) 행복추구권, 평등권, 모성보호 및 보건의 보호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분만급여의 범위·상한기준을 보

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하였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세 번째 이후의 자녀에 대한 분만급여를 제한하는 분만급여기준을 정한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세 번째 자녀(청구인의 현재의 처에게는 첫 번째 자녀이다)의 출산에 대한 분만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이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제11조의 평등권, 제36조 제2항·제3항의 모성보호 및 보건의 보호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세 번째 자녀 이후의 출산에 대한 분만급여가 제한된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같은 규정의 위임에 의하여 보건사회부장관이 발령한 규정으로 1982. 5. 25.자 보건사회부고시 제82-26호로 고시되어 1983. 1. 1.부터 시행된「요양급여기준및분만급여기준개정」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건복지부에서는 세 번째 이후 자녀의 분만으로 인하여 분만급여를 제한받은 산모일지라도 합병증·후유증 및 기타 감염증으로 치료를 받은 경우에 분만입원기간에는 (분만)급여를 받을 수 없으나, 퇴원후 통원치료를 받거나 동 합병증 등으로 재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하였다(1983. 3. 14.자 급여 1492-3644호 참조). 그러므로 청구인의 처와 같이 분만입원기간중에 계속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분만급여는 물론 요양급여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었으나, 1995. 7. 1.부터는 세 번째 이후 자녀분만시 합병증 등으로 인하여 통상 분만급여기간 내에 진료가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합병증치료(요양급여)는 물론 분만진료비용(분만급여)까지도 보험급여를 하도록 하였다(1995. 6. 2.자 보관 65720-710호 참조). 나아가 1996. 8. 1. 보건복지부고시 제1996-58호로 고시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된「의료보험요양급여기준개정」에서는 위와 같이 분만급여대상을 2자녀까지로 제한한 내용마저 삭제하였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의 처의 경우 위 보건사회부고시 제82-26호에 따라 분만급여를 제한받은 데다가 이 사건 자녀 출산이 1995. 6. 5.이어서 같은 해 7. 1.부터 시행된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고, 또한 출산 후 계속 입원치료를 받는 바람에 기존의 제도에 따른 (요양)급여마저 받지 못한 사정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는 위 보건사회부고시 제82-26호에 따른 분만급여의 제한, 그리고 그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이 행한 분만급여 및 요양급여의 점차적인 확대시행의 과정에서 나타난 사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보건사회부고시 제82-26호 등 보건복지부장관의 제도운영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바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평등권을 침해하였거나 모성의 보호와 보건의 보호규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 제29조 제3항을 준용함으로써 분만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기준 등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나아가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행복추구권·평등권을 침해하거나 헌법 제36조 제2항·제3항 소정의 모성보호 및 보건의 보호규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고중석, 재판

관 이영모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가. 헌법 제75조에 의한 입법의 위임은 반드시 그 위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여야하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위임의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정도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고 이 법과 같은 급부행정영역에서는 위임의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점과 법률에서 위임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률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 규정에 비추어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명히 확정할 수 있다면 포괄적인 위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나. 그러나 법 제31조 제1항에서 피보험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에서 분만하는 때에는 분만급여를 실시한다고 규정하여 피보험자등에게 분만급여청구권을 부여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분만급여청구권의 본질적인 내용인 분만급여의 범위, 상한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이 그것을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위임하였고 다수의견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분만급여청구권의 범위나 상한기준 등의 대강을 미리 법에 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법 제29조 제1항은 단순히 요양급여의 내용을 규정한 것이고 법 제5조는 급여의 기준과 비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의료보험심의위원회를 둔

다는 것으로서 분만급여청구권의 범위나 상한기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밖에 이 법의 체계나 구체적인 규정을 검토해보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확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적인 위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

1997. 12. 24.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주 심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재판관 한 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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